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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네가 없으면 나는 가을이다..
"[30]네가 없으면 나는 가을이다.." 내용보기
[ 사는 이유 ]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시가 그렇고술이 그렇고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창밖의 비가 그렇고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치열하게비어가며투명해진다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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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는 이유 ]

  

투명한 것은 날 취하게 한다

시가 그렇고

술이 그렇고

아가의 뒤뚱한 걸음마가

어제 만난 그의 지친 얼굴이

지하철을 접수한 여중생들의 깔깔웃음이

생각나면 구길 수 있는 흰 종이가

창밖의 비가 그렇고

빗소리를 죽이는 강아지의 컹컹거림이

매일 되풀이되는 어머니의 넋두리가 그렇다

 

 

 누군가와 싸울 때마다 난 투명해진다

치열하게

비어가며

투명해진다

아직 건재하다는 증명

 

아직 진통할 수 있다는 증명

아직 살아있다는 무엇

 

투명한 것끼리 투명하게 싸운 날은

아무리 마셔도 술이

오르지 않는다

 *******

 귀여운 물통을 내게 준다  

 

저런 물통이 있다니

너무 귀엽다..

 

저 물통안에

맛있는 술을 가득 담아서

마셔보고 싶다..^^

 

*******

 

 

[ 내 속의 가을 ] 

바람이 불면 나는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에 앉으면

시속 100킬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낡은 조상들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5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루미늄 새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 ~ 을

 

[ 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불 꺼진 방마다 머뭇거리며

거울은 주름살 새로 만들고

멀리 있어도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기지개 켜는 정충들 발아하는 새싹의 비명

무덤가의 흙들도 어깨 들썩이고

춤추며 절뚝거리며 4월은 깨어난다

 

더러워도 물이라고,

한강은 아침에 맞받아 반짝이고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가 짧게 울려퍼진 다음

9시 뉴스에선

넥타이를 맨 신사들이 귀엣말을 나누고

청년들은 하나둘 머리띠를 묶는다

 

그때였지

저 혼자 돌아다니다 지친 바람이 만나는

가슴마다 들쑤시며 거리는 초저녁부터 술렁였지

발기한 눈알들로 술집은 거품 일듯

 

밤공기 더 축축해졌지

너도나도 건배다!

딱 한잔만

아무도 끝까지 듣지 않는 노래는 겁없이 쌓이고

화장실 갔다 올 때마다 허리띠 고쳐 맸건만

그럴듯한 음모 하나 못 꾸민채 낙태된 우리들

사랑과 분노, 어디 버릴 데 없어

부추기며 삭이며 서로의 중년을 염탐하는 밤

새벽이 오기 전에 술꾼들은 무릎을 세워 일어났다

택시! 부르는 손들만 하옇게 텅 빈 거리를 지키던 밤

4월은 비틀거리며 우리 곁을 스쳐갔다

 

해마다 맞은 봄이건만 언제나 새로운 건

그래도 벗이여, 추억이라는 건가

 

[ 인생 ]

 

 달리는 열차에 앉아 창밖을 더듬노라면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형체도 없이 도망가고

먼 산만 오롯이 풍경으로 잡힌다.

 

겨울을 물리친 강둑에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시간은 레일 위에 미끄러져

한쌍의 팽팽한 선일 뿐인데

 인생길도 그런 것 인가

더듬으면 달음치고

돌아서면 잡히는

흔들리는 유리창 머리 묻고 생각해본다

 

바퀴 소리 덜컹덜컹

총알처럼 가슴에 박히는데

그 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못다 한 우리의 시름이 있는

가까웠다 멀어지는 바깥세상은

졸리는 눈 속으로 얼키설키 감겨와

전선 위에 무심히 내려앉은

저걸,

하늘이라고 그러던가

 

 

 

 

[ 북한산에 첫눈 오던 날 ]

 

미처 피할 새도 없이

겨울이 가을을 덮친다

 

울긋불긋

위에

희끗희끗

 

층층이 무너지는 소리도 없이

죽음이 삶의 마지막 몸부림 위에 내려앉는 아침

 

네가 지키려 한 여름이, 가을이

한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가는구나

 

내일이면 더 순수해질 단풍의 북은 피를 위해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첫눈이 ......

 

 

 [ 라디오 뉴스 ]

 

무언가 버틸 것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이든 집이든 서푼 같은 직장이든

어딘가 비빌 데가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

아프가니스탄의 총소리도 잊을 수 있고

사막의 먼지 위에 내리는 눈 녹듯 잊일 수 있고

아이 떼놓고 울부짖는 엄마의 넋 나간 얼굴도

창밖으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지

버스만 내리면, 이거 또 지각인가

손목시계 내려다보며 혀 끌끌 차며

정말 아무렇게나 잊을 수 있지

무언가 버틸 게

있다는 건 무조건 좋은 일이지

특히 오늘같이 세상 시끄러운 날은

 

 

 

[ 선운사에서 ]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건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소/라/향/기  ...

s******8 2020.10.21. 신고 공감 1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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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중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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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는 시간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살았는지고민이되는 시간에 알게된 책입니다.많은 도움을 받았고 받으실거라 생각됩니다.나를 돌아보는 시간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살았는지고민이되는 시간에 알게된 책입니다.많은 도움을 받았고 받으실거라 생각됩니다나를 돌아보는 시간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어떻게 살았는지고민이되는 시간에 알게된 책입니다.많은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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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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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마니아 : 로얄 b******t 2023.06.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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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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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2   시(詩)                                                           최영미 시인   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나면 좋겠다   빳빳한 수표가 아니라 손때 꼬깃한 지폐 청소부 아저씨의 땀에 전 남방 호주머니로 비치는 깻잎 같은 만원권 한장의 푸르름 나는 내 시에서 간직하면 좋겠다 퇴근길의 뻑적지근한 매연 가루, 기름칠한 피로 새벽 1시 병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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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2

 

시(詩)                                                           최영미 시인

 

나는 내 시에서

돈 냄새가 나면 좋겠다

 

빳빳한 수표가 아니라 손때 꼬깃한 지폐

청소부 아저씨의 땀에 전 남방 호주머니로 비치는

깻잎 같은 만원권 한장의 푸르름

나는 내 시에서 간직하면 좋겠다

퇴근길의 뻑적지근한 매연 가루, 기름칠한 피로

새벽 1시 병원의 불빛이 새어나오는 시

반지하 연립의 스탠드 켠 한숨처럼

하늘로 오르지도 땅으로 꺼지지도 못해

그래서 더 아찔하게 버티고 서 있는

 

하느님, 부처님

썩지도 않을 고상한 이름이 아니라

먼지 날리는 책갈피가 아니라

 

지친 몸에서 몸으로 거듭나는

아픈 입에서 입으로 깊어지는 노래

절간 뒷간의 면벽한 허무가 아니라

지하철 광고의 한 문장으로 똑떨어지는 고독이 아

니라

사람 사는 밑구녁 후미진 골목마다

범벅한 사연들 끌어안고 벼리고 달인 시

비평가 하나 녹이진 못해도

늙은 작부 뜨듯한 눈시울 적셔주는 시

구르고 구르다 어쩌다 당신 발끝에 채이면

쩔렁! 소리 내어 울 수 있는

 

나는 내 시가

동전처럼 닳아 질겨지면 좋겠다

 

 

 

 시가 허황되면 고상해지고, 먼지가 낀다. 그런 시를 쓴 시인의 얼굴은 밝은 듯, 칙칙하다. 조명 속 디민 얼굴엔 만들어진 웃음이 있지만, 조명 밖 손은 유부녀 허벅지를 더듬고 있을지 모른다.

 

 시가 고상하고, 허황되면 시인 꼴은 더러워진다.

 

 아는 사람만 안다.

s*****m 2022.01.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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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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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1   선운사에서                                               최영미 시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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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따라 걷는 생각 1

 

선운사에서                                               최영미 시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꽃이 어디 선운사에서만 피고 지겠습니까. 마음 허전하면 찾아갈 곳이 어디 선운사만 있겠습니까. 하필이면 꽃이 지는 계절, 사람을 잃어버린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사람을 얻을 때, 한두 번 겪는 일도 아닌 잊지 못할 일들이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씨앗에 숨긴 꽃을 피우려 추운 겨울을 견디고, 싹이 나면서 들이차는 빗물에 쓸리면서도 약한 뿌리로 버티던 세월 동안의 추억이 알알이 새겨져 있는 꽃인데, 떨어지는 모습 볼 틈도 주지 않고, 님 한번 생각할 틈도 없이 아주 잠깐 일어나는 일처럼 꽃이 맥없이 떨어집니다.

 

내가 알던 꽃같이 예쁜 사람도 이제 끝, 하면서 순간이동으로 사라지면 좋을 건만, 나를 떠나 아직도 저 먼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아직도 저 산 구비를 넘어가고 있어 내 눈에 밟힙니다. 정선의 그림도 아닌 것이 구비구비 산길 모퉁이를 정지한 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만나지 말 일도 아닙니다. 애초 만나지 않았다면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 떼를 쓸 수도 있지만 헤어지는 마음을 모른 채 어찌 살아있다고 하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s*****m 2022.01.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