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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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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문영숙 작, 서울셀렉션 강창욱 cwkangmd@gmail.com 이 책의 출판 소식을 보고 얼른 책을 주문하였다. 소년 인민군이라면 주인공이 내 나이보다 한두 살 많을 것 같고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를 기대하면서 주문했다. 금년 육이오 70주년을 기해서 내가 사는 미국 워싱턴 주변에 사는 한국전을 겪은 80대 다섯 사람이 6-25에 대한 기억을 모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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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할아버지, 인민군 소년병” 문영숙 작, 서울셀렉션

강창욱 cwkangmd@gmail.com

이 책의 출판 소식을 보고 얼른 책을 주문하였다. 소년 인민군이라면 주인공이 내 나이보다 한두 살 많을 것 같고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를 기대하면서 주문했다. 금년 육이오 70주년을 기해서 내가 사는 미국 워싱턴 주변에 사는 한국전을 겪은 80대 다섯 사람이 6-25에 대한 기억을 모아 ‘한국전쟁의 소년시절 기억(Five Boyhood Recollections of the Korean War)’이라는 책을 영문으로 출판하였다. 약 15년 전에 정연희 작가의 기독교적 장편소설 “주여, 내 잔이 넘치나이다”를 읽고 감격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문영숙 작가의 책을 보고 싶었다. 기대 이상으로 자세하고 솔직하고 과장이 보이지 않는 전기지만 소설로도 충분한 작품으로 엮어진 글이라 전쟁 박물관에서 읽는 느낌 같았다. 가슴을 에이는 이 주인공 소년, 민철이 겪은 이야기는 아직 내게 남은 눈물을 자아내게 하였다. 내 나이에 아직도 육이오에 대한 눈물이 남아 있었다는 것을 알려준 이 책이 고마웠다. 한반도가 조국인 민족, 한민족은 이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보다 겨우 한두 살 위인 수많은 젊은 사람들, 6.25의 상처를 깊이 받고 그 상처를 치료하지도 못하고 이야기도 못하였고 묵묵히 살면서 대한민국의 건설에만 참여한 그분들을 생각하면 아픔을 금치 못하겠다. 더욱이 북쪽으로 갔기 때문에 소식을 모르는 선배 친지들을 생각하면서 이런 심리적 상처는 얘기를 하면 마음의 치유가 될 터인데 그들은 모두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아이러니하게 그런 무섭고 포악한 체험을 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오히려 국가와 사회에 분노를 터뜨리는 걸 보면 누구를 나무라야 될지 모르는 젊은이들, 왜곡된 역사에 심취해 있는 젊은이들은 왜 한국사회가 겪은 그 아픈 기억을 용납하지 못할까?

나는 정신과 의사로서 소위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배우면서 장진호 전투의 지옥에서 살아남은 4살 위인 친형이 있었기 때문에 그 상처에 대한 이해가 쉬웠다. 형님도 그의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했었다. 형님은 소주 한 잔이 없으면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형님도 17살에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란 앞집 친구와 함께 육군에 지원하여 미육군 7사단에 배치되었다가 장진호 전투에서 그 친구를 잃었다, 그것도 형의 품에서. 그 아픔을 내가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한반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수많은 젊은 청소년들이 6.25의 상처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조국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희생했다. 아무도 그들의 상처를 돌보아주지 못했다. 예수 그리스도에게 의지하여 상처를 쓰다듬을 수 있은 분들은 다소 치료를 받은 셈이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의 그 고통은 여간 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 민철은 친지가 보고 싶고, 그리워하며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상처를 쓰다듬었다. 민철이가 친구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형님이 그의 품에서 전사한 덕수형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부모님들의 상처, 특히 어머니의 상처는 늘 소리 없는 눈물에서 보아왔다. 육이오의 소리 없는 어머니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전쟁 중에는 전쟁의 무서움, 가족과 친구를 떠난 괴로움 등을 모르고 마치 신경이 마비된 것 같이 버텼지만 그 상처는 한참 뒤에 주위가 평화스러울 그때에 가시처럼 돋아나는 것이다. 주인공 민철이도 그러했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아마 그가 쓴 회고록으로 임시로는 토닥일 수 있었을지는 모르나 쌓여있는 그 괴로움과 상처는 언제나 화산처럼 다시 불을 뿜을까 두려웠을 것이다. 형을 찾고 싶은 것, 친구를 보고 싶은 것, 그리운 사람들을 늘 생각하는 것은 희망이라는 자가치료 같아 보였다. 그 희망이 생명줄 같아 보였다. 민철은 스스로 자가치료를 맘속에서 만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묵묵히 말이다. 그 전쟁을 겪지 않은 사람들이 오히려 고함을 지르며 엉뚱한 곳으로 증오를 표시하니, 그 말없는 소년병들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소위 인민공화국과 남반부를 무엇으로 구별하였는지, 아군과 적군을 어떻게 감정적으로 구분하였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민철이가 가족을 잃은 아이로 보였을까? 탈영병으로 보였을까? 민철의 솔직한 감정이 잠시 나타난 것은 괘종시계에서 흘러나온 음악에 분노가 치밀었을 때라고 본다. 무심한 것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참으로 인간다운 모습이다. 226 쪽에 포로수용소에서 누나와 찍은 사진 이야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는 것을 읽고 내 눈에서도 눈물이 돌았다. 다시 책을 읽을 수 있게 된 건 한참 후였다. 누나가 시집가기 전 주일 나를 사진관에 데리고 가서 나와 사진을 찍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사진이 이별의 징표라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예기 아닌가?

다행히도 민철이가 기독교로 돌아왔기 때문에 다소 무리 없이 치료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조용한 묵상이 치료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주인공 민철은 한국인 모두가 6.25라는 역사적 사건에서 고통을 겪었지만 6.25를 참으로 알고 있는 한국인 모두가 겪은 상처를 입은 대표적인 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 책은 처음에서 끝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6.25가 초래한 우리 민족의 상처를 어루만졌다고 본다. 그 상처는 민철이 뿐만 아니라 육이오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다고 본다. 이 책은 한국인 모두가 읽었으면 한다. 눈감고 아웅하는 격으로 사실에서 도피하지 말고 육이오를 아프게 겪은 전 민족의 역사를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역사를 모르면 같은 실책을 되풀이 할 것이다.

메릴랜드 전원의 초가을 강창욱 씀

YES마니아 : 로얄 s********3 2020.09.1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