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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내가 그랬듯이 그녀의 <딸에 대하여>를 읽고 작가의 이전 작품을 찾다가 <중앙역>에 들어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활기찬 하루의 시작이나 새로운 장소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흥겨운 마음으로 들어서는 중앙역이다.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 그곳은 그저 지나치는 경로의 한 부분일 뿐이다. 세상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그곳이 삶의 정착지인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잘 모르는 그들의 세계. 더러운 그들의 삶에도 욕심이 있고 시기가 있고 경쟁이 있고 심지어 사랑도 있다. 그러나 평범하고 온전한 사람들의 틈에서 그들의 희망을 펼쳐내는 일은 거대한 바위를 이동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현실의 압박 앞에서는 심어졌던 사랑의 감정도 짓눌려버릴 수밖에 없다. 그 부분이 가장 마음이 아팠다. 그저 마음으로만 키우면 되는 그 사랑도 마음이 아닌 것들 때문에 버려야 한다는 현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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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역에서 만난 남녀의 이야기.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노숙자가 된 주인공은 노숙생활을 하면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것들도 모두 잃는다. 그런 그에게 다가온 여자.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주인공 곁에 눕는다. 여자와 함께 역에서 잠이 들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여자는 주인공의 짐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처음에는 소유한 것들을 잃었다는 것에 대한 분노로 여자를 찾아다니다가, 정작 여자를 찾고 나서는 그 여자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렇게 시작된 노숙연애. 남자는 여자가 자신에게 의지하고 자신에게 몸을 내어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사랑이라 생각하지만, 여자 노숙자가 술을 얻어먹고 보호받기 위해서 흔히 하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는 또 다른 분노를 느낀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인 줄 알았는데, 그녀가 보여준 행동이 여자 노숙자로서의 생존 방식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몸을 함부로 다루어서일까. 여자는 점차 아파온다. 그녀는 자신이 노숙자이고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아픈 것을 당연시 여긴다. 하지만 그런 여자를 보는 주인공의 마음은 다르다. 이 여자를 위해 뭐든 해서라도 돈을 벌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되는 대로 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쪽방을 얻고, 여자와 한 단계씩 더 나은 삶을 향해 가려고 하지만 여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지 자꾸 노숙자들이 머무는 광장으로 돌아가려고만 한다. 여자는 점점 더 아파오고, 병원에 가지 않으면 손 쓸 수 없는 상황까지 되면서 남자는 병원비를 구하기 위해 사회에서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던,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주는 것들마저 팔아버린다. 이 책이 하고 싶은 말이 뭘까. 개같이 일해도 얼마 벌지 못하는 노동의 문제일까, 제대로 살고 싶어도 집 하나 해결하는 것도 버거움에 대한 문제일까. 내가 원하는 말을 해주고 내가 원하는 사랑을 한다면 망가져도 좋다는 것일까. 혹은 주인공을 구제해주려고 했던 강팀장의 말처럼 젊을 때 뭐라도 하라는 꼰대같은 조언일까. 책은 뒤로 갈수록 힘은 빠지고, 뭘 말하고 싶은지 초점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걸 읽는 독자도 방황하게 만들어버렸다. 이걸 열린 결말이라고 하면 할말이 없지만, 내가 봤을 땐 열린 결말이라기보단 포기한 결말에 더 가까웠다. 쓰다보니 어떻게 마무리해야할 지를 몰라서 이쯤에서 마무리 지어버리자, 하고 글이 뚝 짤려버린 느낌이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있든지 글에 짜임새가 있든지 재미가 있든지 뭐든 하나는 있어야 하는데, 읽는 내내 모호함만 선사하는, 한국소설이 과거부터 떠안고 있는 편견을 깨지 못한 작품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