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4)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75%
  • 리뷰 총점8 25%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9.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시공간을 넘나들며 베토벤 현악4중주를 만나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베토벤 현악4중주를 만나다." 내용보기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그런지 베토벤 관련 책과 음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올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지만 않았어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공연들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졌을텐데 클래식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베토벤 음악 몇 곡 정도는 제목은 잘 몰라도 귀에 익숙할
"시공간을 넘나들며 베토벤 현악4중주를 만나다." 내용보기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라 그런지 베토벤 관련 책과 음반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올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전세계를 덮치지만 않았어도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공연들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성황리에 이루어졌을텐데 클래식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 아쉬운 생각이 든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도 베토벤 음악 몇 곡 정도는 제목은 잘 몰라도 귀에 익숙할 것이다. 나 또한 클래식과 친하지 않을 때도 베토벤이 작곡한 대표 음악 몇 곡 정도는 귀에 익숙했고 클래식과 친해진 이후로는 베토벤의 주요 교향곡이나 피아노 협주곡들을 즐겨 듣고 있다. 그렇기에 클래식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베토벤 이름 석자가 제목으로 들어간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1993년부터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인 타카치 콰르텟에서 제1바이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에드워드 듀슨베리의 연주 여정을 그린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이다. 

 1975년 네 명의 헝가리 연주자들이 모여 창립한 현악 4중주단인 "타카치 콰르텟"에 저자인 에드워드 듀슨베리가 최초의 비(非)헝가리인으로 오디션을 본 후 제1바이올리스트가 되어 리허설, 순회 공연, 음반 녹음, 단원 교체 등 현악 4중주단의 일원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린 연주자의 회고록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은 장마다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들을 중심으로 "타카치 콰르텟" 현악 4중주단의 일상과 베토벤이 활동했던 시대를 오가며 베토벤 현악4중주에 대한 깊이와 재미를 전해주고 있다.

  


 이렇듯 Op.131 개시부 연주에 요구되는, 협력하면서 아울러 개인의 표현을 드러내는 일은 현악 4중주단에서 연주하면서 맛닥뜨리는 도전과 보상에 핵심적인 것이다. 요리사가 지나치게 많으면 수프 요리를 망치겠지만, 4중주단에서 만족스러운 합의가 이루어지는 일은 네 명의 연주자가 저마다 독특한 양념으로 연주에 기여할 때뿐이다. 나는 지난 10년간 카르치, 제리, 안드라스와 함께 이러한 노력을 해왔으니 참으로 운이 좋다. 우리는 항상 질문하면서 우리의 연주를 향상시키는 방법을 찾고자 애써왔다. - p. 18


□ 타카치 콰르테


 "타카치 콰르텟은 단언컨대 전 세계에서 가장 대단한 현악 사중주단이다." - 미국, <가디언>


  클래식에 관심을 가진 이후 클래식 음악을 시간 날때마다 틈틈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서 이제 익숙한 곡들은 어떤 음악가가 작곡한 곡인지 알 수 있는 수준이 되었지만 아직 이력이 짧아 연주자들에 대해서는 기껏 아는 정도가 우리나라의 대표 연주자인 조성진, 손열음, 정경화나 재클린 뒤 프레, 굴렌 굴드 등 일부 유명 연주자들에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이번에 읽은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을 통해 베토벤에 관한 한 과거와 현재의 어떤 콰르텟보다 뛰어나다라는 평가가 따라붙는 "타카치 콰르텟"을 알게 된 것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저자 듀슨베리가 창립 후 18년동안 손발을 맞추던 현악 4중주단에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 나이가 스물 넷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타카치 콰르텟은 헝가리 출신인 가보르 타카치너지, 카로이 슈란츠, 가보르 오르마이, 안드라스 폐예르 4명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프란츠리스트음악원에서 학생으로 공부하던 1975년에 결성한 현악 4중주단으로 저자가 최초의 비(非)헝가리인으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제1바이올린 연주자로서 오디션에 합격한 후 각자 자신들만의 개성이 강했던 헝가리인 연주자 3명 속에서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4중주단에 서서히 녹아드는 모습이 이 책의 재미를 주는 한 요소다. 특히 음악만 듣던 내게 연주자들이 공연장에서 최고의 연주를 하기까지 의견 충돌과 합의하는 과정들은 그동안 접하지 못 했던 공연장 밖 연주자들의 일상을 리얼 다큐멘터리처럼 만날 수 있는 생생함을 경험하게 했다. 이 밖에 낡은 차(포드 그라나다)에 몸을 실고 순회공연을 위해 떠난 연주 여행, 공연 전 음악적 디테일의 해석을 논의하고 해결했던 리허설, 리허설과는 또다른 음반 녹음, 악기 후원에 대한 이야기, 창단 멤버였던 가보르의 갑작스런 암진단과 죽음 그리고 단원 교체 등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너무 무뚝뚝하고 부산스럽지 않아?" 안드라스가 말했다. 그는 반주를 더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했다. "영어로 뭐지? 밋밋하다?" 그들의 영어 실력은 내 헝가리어와 달리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졸리게 들려." 카르치가 말했다. "열정을 더 담아야지!"

 "하지만 husika('자기야'). 여기는 슬퍼야 해. 겨우 이야기의 시작이잖아, 폭풍이 아니라." 안드라스가 말했다. 

- p. 110



□ 현악 4중주곡


 클래식에 입문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클래식 최애곡을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이라고 할 정도로 베토벤 곡들을 자주 듣는 편인데 다른 곡들에 비해 현악 4중주는 그동안 거의 듣지를 않았다. 아마도 클래식 입문 초기에 우연히 들었던 현악 4중주의 난해함과 복잡함에 일부러 찾아서 듣지 않은게 이유였을 것이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에서는 각 장에 걸쳐 베토벤의 현악 4중주 8곡이 나온다. Opus 131, 제1악장 1 ~ 4마디를 시작으로 Opus 18, Opus 59, Opus 127, Opus 132, Opus 133, Opus 130, Opus 135 순으로 나오는데 베토벤의 대표 현악 4중주 곡들을 책 한 권에서 만나볼 수 있는게 이 책의 또다른 묘미라 하겠다. 책을 읽는내내 그동안 듣지 않았던 베토벤 현악 4중주곡들을 유튜브를 통해서 들었다. 베토벤이 현악 4중주를 작곡할 당시 혁신적인 형식과 전례없는 표현의 범위로 연주자들과 청중들이 당혹감을 안겼다고 하는데 클래식 입문자인 내가 듣기에도 복잡하고 난해한 곡들이었다. 평소 듣던 클래식 기본 형식과는 다르다고 할까? 책에서는 베토벤이 현악4중주를 작곡할 당시를 오가며 베토벤의 창작 동기와 당시 곡에 대한 반응, 나폴레옹 전쟁 등 당시 격동적인 시대적 배경과 함께 현악4중주 일부 악보를 발췌해서 타카치 콰르텟 연주자들의 현악 4중주곡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곡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여기서 잠깐! 내가 악보를 볼 줄 알았다면 책에서 연주자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이 부분이 조금 아쉬웠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 흥미를 못 느껴 바이엘만 배우고 그만둔 게 못내 아쉬운 생각이 든다).


 곡을 처음 접한 연주자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실내악이라면 마땅히 따라야 할 방식으로 음악이 진행되지 않는다며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첼리스트 베른하르트 롬베르크는 Op. 59 no.1의 2악장 서두에 나오는 독주를 연주하더니 악보를 바닥에 내던지고 짓밟았다. 무슨 선율이 이래? 첼리스트의 자존심이 있지. 네 마디 동안 오로지 B플랫음만 따분한 리듬으로 내라니 이 얼마나 모욕적인가? 이런 건 누구나 연필만 있으면 두드릴 수 있잖아!

 바이올리스트 펠릭스 라디카티는 작곡가 면전에서 대놓고 새로 나온 4중주곡들을 "음악이 아니"라고 말했다. 베토벤은 이렇게 받아넘겼다. "오, 그건 당신들을 위해 작곡한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야!" 

 - P. 144

 


□ 베토벤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은 타카치 콰르텟이라는 현악 4중주단의 일상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책의 중심에는 베토벤과 그의 음악이 자리잡고 있다. 그동안 많은 책은 아니지만 클래식 관련 책들을 읽으면서 베토벤에 대해서도 많이 접했는데 이번 책에서는 베토벤이 현악 4중주를 작곡할 당시의 시대 상황을 풍부한 자료와 함께 만나 볼 수 있다. 

 빈 초기 시절 베토벤이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의 명성을 바탕으로 빈의 가장 촉망 받는 젊은 작곡가가 될 수 있도록 후원했던 리히노프스키 공작이 1794년부터 매주 금요일 아침이면 자신의 집에서 실내악 음악회를 열어 베토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었지만 연회에 참석한 프랑스 장교들을 위해 즉흥 연주를 부탁했다가 분개한 베토벤과 사이가 나빠진 일화나 이후 베토벤 현악 4중주곡의 가장 중요한 후원자였던 라주모프스키 백작이 슈판치히를 통해 자신의 궁전에 상주하는 현악 4중주단을 만듦으로써 베토벤에게는 음악가들과 작업하면서 새로운 현악 4중주를 마음껏 시험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일화. 슈판치히를 비롯한 19세기 당시 연주자들과 현재의 연주자들의 이야기를 오가면서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을 연주했던 연주자들이 느꼈던 좌절감과 당혹감, 라이프치히 출판업자에게 새로운 현악 4중주를 사게 하려고 애쓴 이야기, 생을 마감할 때까지도 포기하지 않았던 새로운 음악에 대한 열정 등 당시 베토벤과 그의 음악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아직 위대한 작품 몇 개를 세상에 내놓고 싶네. 그리고나서는 나이든 아이처럼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세속적인 삶을 마감하고 싶네." 

- 1826년 12월 7일, 베토벤이 빈에서 프란츠 베겔러와 엘레오노레 폰 블이닝 부부에게 쓴 편지 중

(p. 301)


 "비둘기의 속삭임에서 요란한 천둥소리까지, 편중되지 않은 예술의 방책들을 솜씨 좋게 짜맞춘 것에서 계획했던 설계가 자연의 힘들이 각축하며 만들어내는 무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사라지는 끔찍한 음높이에 이르기까지, 그는 모든 것을 넘나들면서 모든 것을 장악했노라."

 - 오스트리아 극작가 프란츠 그릴파르처가 쓴 베토벤 추도사(p.304)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은 그동안 읽었던 클래식 관련 책들과는 달리 삽화나 QR코드가 없고 현악 4중주곡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으로 인해 조금은 딱딱하게 느낄 수도 있는 책이다. 더구나 초등학교 때 피아노 학원에서 바이엘까지만 배운 나로서는 책 속에서 곡에 대한 타카치 콰르텟 단원끼리의 대화와 '마에스토소' 화음이나 포르티시모 표기 등 전문적인 음악 용어를 이해하는데도 한계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급 현악 4중주단인 "타카치 콰르텟"의 제1바이올리스트인 저자 에드워드 듀슨베리가 들려주는 베토벤 현악 4중주단의 내밀한 일상과 베토벤의 음악적 주제인 변화와 실험, 연속성과 균형 등에 대한 설명들은 내 좁은 클래식 식견을 넓혀주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은 클래식의 깊이를 더하고 싶은 사람이나 클래식 연주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미래의 연주자들이 읽어보면 좋은 책이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을 계기로 그동안 어렵다는 편견으로 즐겨듣지 않았던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들을 좀 더 자주 들어봐야겠다. 오늘은 우선 베토벤이 남긴 현악4중주곡을 통틀어 가장 야심적인 곡이라는 Op.131 제1악장을 유튜브에서 찾아 들어본다.


 살면서 슬픔을 맞다뜨릴 때 많은 사람들은 음악에 손을 내밀고 위안을 얻으려고 합니다. 격한 감정에 휘말려 고통스럽다면 베토벤이 말년에 작곡한 4중주곡들을 들어보세요. 때로는 혼란스럽게 여겨질 만큼 극단적인 대조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베토벤은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형식과 의미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역경 속에서도 자유와 축하의 순간이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타카치 콰르텟 연주 - 베토벤 현악4중주 Op. 131 제1악장(출처: 유튜브)

https://youtu.be/mz5oz4oL_ls



 이 리뷰는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위 도서를 소개하면서 (주)아트북스로부터 무료로 도서를 받았습니다. -



 

YES마니아 : 로얄 s****6 2020.11.08. 신고 공감 20 댓글 20
리뷰 총점 종이책
베토벤 현악 4중주에 입문했다
"베토벤 현악 4중주에 입문했다" 내용보기
전반적인 클래식을 다루거나 한 음악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베토벤의 현악 4중주처럼 한 분야에 대한 책은 그다지 접하질 못했다.  현악 4중주는 제1 바이올린,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4개의 현악기로 연주한다는 사실만 알뿐 곡을 들어본 적은 없어서 궁금했다. 저자 에드워드 듀슨베리는 1968년 영국 출생으로 1993년부터 타카치 콰르텟에서 제 1바
"베토벤 현악 4중주에 입문했다" 내용보기

 

 전반적인 클래식을 다루거나 한 음악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들은 쉽게 만날 수 있지만, 베토벤의 현악 4중주처럼 한 분야에 대한 책은 그다지 접하질 못했다.  현악 4중주는 제1 바이올린,제2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4개의 현악기로 연주한다는 사실만 알뿐 곡을 들어본 적은 없어서 궁금했다. 저자 에드워드 듀슨베리는 1968년 영국 출생으로 1993년부터 타카치 콰르텟에서 제 1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미국 볼더의 콜로라도대학에서 상주 예술가로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타카치 4중주단은 가보르 타카치너지, 카로이 슈라츠, 가보르 오르마이, 안드라스 페예르가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프란츠리츠 음악원에서 학생으로 공부하던 1975년에 결성되었고, 1986년에 헝가리를 떠나 콜로라도주 볼더에 정착했다. "베토벤에 관한 한 타카치는 과거와 현재의 그 어떤 콰르텟보다 뛰어나다"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저자는 1993년 여름, 창단 멤버인 제1 바이올린 주자 가보르 타카치너지가 4중주단을 떠나면서 헝가리인이 아닌 연주자로서 처음으로 앙상블에 합류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타카치 4중주단의 멤버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받는 것으로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베토벤 현악 4중주곡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에 대한 기록이었다.

 

 Op.59 4중주 곡들이 나왔을때 바이올리니스트 펠릭스 라디카티는 베토벤 면전에서 "음악이 아니"라고 말했다한다. 그때, 베토벤이 한 말은 "오, 그건 당신들을 위해 작곡한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야!" 였다는데, 베토벤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걸까? 악보를 펼치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바로 지금을 위한 음악임을 실감하는 연주자들이 있으니 말이다. 베토벤 현악 4중주 곡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 궁금해서 정리된 부분을 옮겨보았다.

 

  베토벤은 첫번째 여섯 곡의 현악 4중주곡을 1800년 10월에 완성했다. 그의 나이 스물아홉. 고향 본은 떠나 빈에 정착한 지 거의 8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Op.18로 출판된 이 4중주곡들은 하이든과 모차르트의 4중주 전통을 이어받아 놀랍도록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갔다. 1804년에서 1806년 사이에 그는 세 곡의 4중주곡을 더 작곡했다. Op. 59의 이 곡들은 작곡을 의뢰한 러시아 백작 이름을 따서 「라주모프스키」 4중주곡이라고 불린다. (중략) 1809년과 1810년에는 Op.74 와Op.95의 현악 4중주곡이 이어졌다. 그리고 한참 뒤, 그러니까 베토벤이 1827년 세상을 떠나기 전의 3년동안 그는 현악 4중주에 몰두하여 4중주라는 기본 형식에 도전하고 네 악기가 서로 연관되는 방식을 새롭게 했다. 그 결과물은 더없이 복잡하고 숭고한 악절과 아이처럼 단순한 음악을 대담하게 병치시킨 다섯 곡의 걸작이었다.-p 22

 

 베토벤이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던 Op.59 를 비롯해서 총 16곡의 베토벤 현악 4중주곡들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저자는 오디션을 받았던 곡, 순회공연을 하면서 특별했던 곡, 음반을 녹음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곡들 중심으로 연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연주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멤버들과 조화롭게 맞추기 위해서 노력했다. 토론에 토론을 거쳐 합일점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관계가 나빠지는 것은 아닐까싶을 때도 있었지만, 열띤 토론으로 인해 의견이 하나로 모아질때 최상의 곡이 나오는 것 아닐까?

 

 다른 세 명의 신체적,정신적 상태에 맞추자니 때로는 갑갑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준비해야 우리가 무대에서 하나로 움직일 수 있었다.  명확한 맥박을 이어가려는 제리의 소망,코랄을 시작하기 전에 속도를 줄이지 않으려는 카르치의 소망, 평화로운 기도의 분위기를 전하려는 안드라스의 소망이 하나로 모아지기를 바랐다.-p248

 

  현악4중주곡의 작곡과정, 작곡가의 삶이나 작곡가가 어떤 마음을 담아서 작곡했는지를 아는 경우에 그 곡에 대한 이해도는 높아질것이다. 이런 배경지식을 독자가 알 수 있겠금 저자는 현재와 과거를 오갔는데, 그로 인해 읽는 내내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베토벤이 그 곡을 만드는 과정, 초연을 하는 연주자들이 곡을 받아들이는 모습, 공연이 되었을 때 당시 청중들의 반응까지 베토벤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그런 배경을 더 잘 알고 있기에 연주자로서는 작곡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현재의 청중들에게는 어떤 느낌을 전달해야할까? 무수히 많은 고민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듯했다.

 

  음반 녹음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다. 다양한 4중주단에 의해서 베토벤 4중주곡 전곡 녹음도 있었고 시장 상황도 좋지 않았지만 세기가 넘어가면서 전곡 녹음을 하기로 했는데, 음반 녹음은 청중들 앞에서 하는 공연 준비와는 또 달랐고 그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계속적으로 수정해나갈 수 있으니 더 편하지 않을까했는데, 결과물에 대한 부담감을 더 크게 느끼는듯했다.

 

  무대 연주는 매일 밤 조금씩 바꿔가며 다른 성격이나 템포를 시험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음반은 보다 확정적이어야 했다. 음반은 해석을 고정하는 스냅사진 같은 것인 만큼 어쩔 수 없이 배제하는 것도 많았다. 우리는 대담한 해석적 선택으로 기존의 다른 녹음들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개성을 우리의 녹음에 새겨넣을 준비가 되어 있었을까? -p 192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것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음악을 들었다. 여러 곡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Op.130의 카바티나 악장이다. 그 곡은 버지니아 울프와 남편 레너드 울프가 장례식에서 관이 나갈 때 배경음악으로 틀면 좋겠다고 상상했던 곡이라고 했다.  부다페스트 4중주단이 연주한 카바티나는 1977년 보이저 탐사선을 띄우면서 함께 실은 레코드판 [보이저 골든 레코드]의 마지막 트랙이라고도 했다. 베토벤이 작곡을 하면서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 이 곡에서 저자가 맡은 파트 위에 '베클렘트beklemmt'라고 베토벤은 적어 두었다한다. 그 음악적 성격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이 배웠던 연주법을 기꺼이 저버릴 수 있다고 했다. 고민하는 흔적들은 전문적인 용어와 주법의 등장으로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어떤 과정을 지나가고 있는지는 느낄 수 있었다. 베토벤이 아닌 이상 베토벤이 원했던 곡을 연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끊임없이 작곡가의 의도가 무엇이었을지 고민하고, 멤버들과 함께 최상의 해석을 해서 청중에게 들려주고픈 마음이 나에게 전해져왔다.

 

 베토벤은 이렇듯 Op.127을 여러 다른 방식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그 안에 다양한 가능성들을 마련해놓았다.-p232

 

 그 곡뿐이었을까?  다양한 가능성들이 있다는 것은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음악이 될 수 있다는 것일테고, 이 곡들이 연주되는 동안은 언제나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싶었다. 

 

 이 책은 생소했던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에, 아니 그 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베토벤에 한층 더 가까워진 계기가 되었다. 뭐랄까? 베토벤이 대단한 음악가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연주자의 손으로 쓰여진 글이기에 연주자들이 청중 앞에 서기까지 들이는 노력이 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멋있게만 보였었는데, 물 속에서는 얼마나 많은 물질을 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같다. 연주자도 베토벤의 곡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나는 더 힘들지 않을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저자가 곡을 해석했던 부분들을 읽으면서 곡들을 하나 하나 찬찬히 들어보면서 베토벤 현악 4중주를 제대로 만나보자는 마음이 들게 했던 책이었다. 베토벤 현악 4중주를 연주하는 연주자라면 이런 해석도 있구나 라는 팁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이 책을 만나봐도 좋을듯했다. 올해 타카치 콰르텟에 한국계 미국인인 용재 오닐이 합류했다고 하고,  내년에는 내한공연도 있다고 하니 타카치 콰르텟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보려한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j*****3 2020.10.24. 신고 공감 1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서평)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서평)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내용보기
"베토벤이 악장 간에 감정의 균형을 극적으로 맞춘 것은 이런 연주 환경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69쪽"1824년에 괴테는 현악4중주를 가리켜 "네 명의 지적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라고 했다"/107쪽 내가 처음 듣게 된 현악4중주 연주가  베토벤의 14번 그중에서도 7악장이였다면,클래식은 역시나,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을게 분명하다.^^본격적으로 클래식과 친해질수 있었던 건 현악 4중
"(서평)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 내용보기

"베토벤이 악장 간에 감정의 균형을 극적으로 맞춘 것은 이런 연주 환경에서 특히 빛을 발했다."/69쪽

"1824년에 괴테는 현악4중주를 가리켜 "네 명의 지적인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라고 했다"/107쪽

 

내가 처음 듣게 된 현악4중주 연주가  베토벤의 14번 그중에서도 7악장이였다면,클래식은 역시나,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을게 분명하다.^^

본격적으로 클래식과 친해질수 있었던 건 현악 4중주연주곡들 덕분이기 때문이다.클알못이 듣기에도 전혀 불편하지도,어색하지 않았다.뿐만 아니라,알 수 없는 감정 속으로 빠져들때마다 묘한 전율까지 느껴진다는 것이 신기했다.음악에 대한 지식1도 없이 감정 속으로 빠져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해진 지점이기도 하다. 누구의 연주가 좋고 나쁜지,연주를 잘했는지 몰라도 상관하지 않았다.그런데 <새로운 세대를 위한 베토벤>을 읽으면서,특히 현악4중주를 좋아했던,그러나 설명하지 못했던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감정의 균형' '지적인 대화'의 느낌이였다는 사실.그리고 비로소 영화 '마지막 4중주'에서 연주자들이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치열한 토론이 필요했던 이유도 알았다.

 

읽기 호락호락한 책은 아니었다. 베토벤의 곡들을 아마추어 시선으로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연주자 입장에서 씌어진 책이란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실제로도 그렇지만^^) 공연을 위해,오디션준비를 위해,녹음하는 과정을 통해 베토벤 곡에 대한 해석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베토벤의 음악이 좋아 들었던 이에게,연주자들의 토론과 분석은 그래서 가끔,아니 종종 다른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했다.음악을 텍스트로 듣는다는 것이 이런 기분일까?

베토벤 현악4중주에 깊은 관심이 있는 이들이 아니라면 클래식은 역시 어렵다..고 생각할 수 도 있는 위험적인 부분이,있었다고 본다.그러나 이미 베토벤 매력에 빠져 있는 이들에겐 연주자들의 치열한 분석과 토론이 흥미롭게 느껴졌을 게다. 생각보다 더 치열하고,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느린' 표현을 두고도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지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같았다.연주에 대한 해석이 집중되는 곡은 함께 들으며 비교하는 재미가 제일 좋았다. 과해서 좋았던 현악4중주..를 연주자들은 오히려 경계하기도 했고,음악의 성격,재미를 탐구하는 과정이 몹시 버겁지만 그래서 짜릿할 수 도 있겠다는 생각을 읽는 내내 했던 것 같다.

 

"베토벤은 현악 4중주곡의 표준적인 네 악장 구성에서 벗어나 특별한 이 곡을 다섯 악장으로 된 작품 정중앙에 배치했다.연주 시간이 15분이 넘는 이 곡은 현악4중주 레퍼토리를 통틀어 가장 도전적인 악장 가운데 하나다."/242쪽

 

 

이 글을 쓴 저자의 팀에 대한 관심보다 베토벤 현악 4중주에 대한 해석을 읽으면서도 의문이었던 건 책의 제목이었는데,글의 끝에 가서야 비로서 알았다.'도전' 생각해 보니,나 역시 베토벤 후기 현악 4주중는 저자의 설명처럼  익숙지 않다는 생각에서 잘 찾아 듣지 않았다.공연도 중기 현악 4중주 연주 중심으로 찾아 들었다는 사실.도전하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베토벤이였기에..멋진 음악을 만들어냈을 게다.익숙하고,편한 연주만 찾아 듣는다면,숨어 있는 명연주들을 들을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테니 말이다.오래전 프리다칼로의 자서전을 선물해준 지인이 내게 건넨 말은,누군가의 치열했던 삶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생각났다.베토벤 음악이 대단한 이유는,단지 지금 많은 이들이 듣고 있고,혹은 그가 귀가 들리지 않은 상태로 위대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도전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w*******i 2020.10.19. 신고 공감 6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악 여정기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악 여정기" 내용보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올해 여러 책과 공연이 소개되는 가운데, 특별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으로 알려진 타카치 콰르텟의 제1바이올리니스트가 직접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93년 스물넷에 타카치 멤버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볼 때부터 기존의 단원들과 음악적 해석, 교감을 해나가는 과정,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을 리허설하고 연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풍성하고 다채로운 음악 여정기" 내용보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인 올해 여러 책과 공연이 소개되는 가운데, 특별한 책 한 권을 만났다. 세계적인 현악 4중주단으로 알려진 타카치 콰르텟의 제1바이올리니스트가 직접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93년 스물넷에 타카치 멤버가 되기 위해 오디션을 볼 때부터 기존의 단원들과 음악적 해석, 교감을 해나가는 과정,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을 리허설하고 연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베토벤 당시로 거슬러올라가 서술되는 대목들이 많다. 씨실과 날실이 교차되어 만든 정교한 직물처럼, 저자는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이라는 씨실, 타카치 콰르텟이라는 날실로 한 편의 멋진 연주 여정기를 만들어냈다.

 

클래식 듣기를 좋아하고 베토벤 음악도 좋아하지만, 주로 교향곡, 피아노곡 위주로 들었던 터라 베토벤의 현악 4중주곡은 내게 낯설게 다가왔다.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첼로, 비올라로 구성된 현악 4중주단의 연주만 따로 귀기울여 들어본 적도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 내용이 더 궁금했고, 한편으로는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까 염려되기도 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한다면, 여러 가지 궁금증이 해소됐을 뿐 아니라 내년에 예정되어 있다는 타카치의 내한공연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전에 코로나 종식을 기대한다.) 그리고 글이 너무 흥미롭다. 음악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고, 언젠가 음악영화로 만들어도 괜찮겠다 싶다.

 

현악기 연주자로서 저자는 섬세한 음악적 해석뿐 아니라 다른 단원들과의 협연에서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베토벤의 Op.59 no.3으로 오디션을 본다는 의미를  "개인적인 역경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는 베토벤의 다짐이 반영된, 생생한 감정의 풍경과 신나는 결말"과 연관 짓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연주를 냉정하게 분석한다.

 

"나는 빠른 16분음표에서는 리듬을 더 넓게 펴고 손가락의 움직임을 가급적 부드럽게 하여 연주하려고 했다. (중략) 이와 대조적으로 떠들썩한 트리오는 브리지 근처에서 짧고 기민하게 활을 놀릴 것을 요구했다. 서두의 애틋한 서정성을 새로운 성격이 대체한 것이다. 하지만 내 소리는 지나치게 바삭거렸다."(65-66쪽)

 

저자는 오디션 경험을 계기로, 리허설과 음악회 모두 음악의 지속적인 탐구의 일부로 보게 된다. 타카치 4중주단은 단지 무대에 서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리허설을 하는 게 아니었다. 리허설 때, 각자의 음악적 해석과 연주 방법 등을 치열하게 이야기하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데, 정작 음악회 때는 현장에 맞게 혹은 서로의 교감으로 또다른 실험이 펼쳐지곤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이런 분위기에 낯설어 하면서도 매혹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본격적으로 4중주단에 속한 이후, 저자는 개성과 앙상블의 균형을 고심하고, 전임자의 능력에 주눅들기보다 자신의 합류로 단원들의 역할과 관계가 재정립되리라 기대한다. 기존 단원들은 18년 동안 함께 호흡해온 사람들로 모두 헝가리인이었다. 그들과 연령과 국적이 다르고 전 세계적으로 순회공연을 하는 횟수도 많아, 저자로서는 다른 단원들과의 인간적, 음악적 교감이 더 절실하지 않았을까 싶다.

 

베토벤의 4중주곡에 대해서는, 저자가 연주자로서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악보와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많이 나온다. (이 책에서는 실제로 이해를 돕기 위해 악보 일부가 종종 등장한다.)

 

"나는 강압적으로 용기를 더 짜내고 활기차게 주고받으며 여기에 수반되는 위험을 즐겨야 했다. 이 음악은 내게 두려움을 극복하도록 다그쳤고, 더 많은 활력과 더 많은 통제를 담아 연주하도록 요구했다. 아직은 내가 Op.59 no.2의 요구를 충족시킬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 음악을 제대로 연주하려면 더 차가운 머리와 더 뜨거운 가슴이 있어야 했다."(124쪽)

 

이 책에서는 베토벤 4중주곡의 녹음 과정도 그려진다. 서로 어떻게 연주할지 의견을 나누는 내용, 저자가 녹음된 CD를 다시 들으면서 가지는 생각과 느낌, 다른 4중주단과의 차별성, 평단의 반응이 서술되고, 베토벤 당시의 자세한 정황 묘사가 교차된다. 이후 새 연주자의 합류로 기존의 작업 방식을 검토하고 서로의 연주에 대한 비판, 네 성부간의 균형과 성격 구상 등을  합의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베토벤 음악은 연주자가 고난도의 테크닉을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신체적, 정신적 집중력이 자칫 무너질 수 있을 만큼 극심한 감정적 혼란을 자극한다."(280쪽)

 

저자는 베토벤의 Op.130을 서술하면서, 1826년 슈판치히 4중주단의 고충과 저자가 속한 4중주단의 그것을 오버랩한다. 베토벤은 앞선 곡의 원래 버전을 완성한 후 마지막 악장을 다시 만든다. 저자는 베토벤이 새로 쓴 피날레를 연주하는 어려움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16분음표들이 허겁지겁 달리다가 벼랑 끝에서 불편하게 걸음을 멈춘다. 이제 우리는 난데없이 나타난 두 화음을 움켜잡아야 한다. 주법을 어색하게 바꿔야 하는데 내가 의도한 대로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날 공연에서 나는 네 현 모두를 가로지르는 활 스트로크를 말끔하게 해내지 못했다. 음들이 불명확하게 났고 깨끗한 어택으로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다."(310쪽)

 

연주자를 까다롭게 만드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이 책에 줄곧 흐르는 정서인 베토벤에 대한 애정으로, 그 곡에 대해 "어떤 세계관이나 감정적 상태를 도전하도록 만드는 음악"이라고 평한다. 나아가 탐구 정신이 강한 베토벤을 높이 평가한다.

 

"청중이든 전문 연주자든 아마추어 연주자든 베토벤 현악 4중주곡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탐구하는 작곡가의 정신을 운 좋게 떠맡게 된다."(318-319쪽)

 

실제 음악 전문가나 현악기 연주자가 본다면, 이 책은 유용한 레슨 교재로도 활용되지 않을까 싶다. 나처럼 비전문가인 독자라 해도, 어떤 곡을 마주하는 연주자의 고심과 노력이 대단하구나 하는 실감을 하게 되고, 현악 4중주단의 오디션부터 리허설과 연주, 녹음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베토벤이 현악 4중주곡을 만들었던 시대상과 그의 심경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바탕으로 클래식을 듣는 지평을 넓히고 현악 4중주곡에 더 섬세하게 다가서리라 기대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표현력에 매료됐고 음악, 4중주단, 베토벤 곡에 대한 저자의 열정을 느끼면서 '나는 좋아하는 일 혹은 내 분야에 이 정도로 뜨거웠던 적이 있던가' 하는 질문도 해보게 됐다.

 

이 책을 보기 전에, 너무 궁금해서 베토벤 4중주곡들과 타카치 콰르텟의 연주를 찾아 들어보았다. 이 책을 덮으면서, 여기에 수록된 곡들을 중심으로 저자의 곡 해석을 참고 삼아 다시 들어보려고 한다. 베토벤은 자신의 중기 4중주곡 연주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자신의 음악은 "미래 세대를 위한 음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에 공감하며 '한국 독자에게' 전하는 글에서, 베토벤 음악은 "바로 지금을 위한 음악"임을 실감한다고 적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제목이 나온 배경이 아닐까 싶다. 베토벤 음악이 있고, 그 음악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연주자들이 있고, 그들의 연주를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지금,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베토벤'을 만나볼 차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w****i 2020.10.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