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1)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0%
  • 리뷰 총점8 100%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0.0
  • 40대 0.0
  • 50대 7.0
리뷰 총점 종이책
우연, 진화의 속살
"우연, 진화의 속살" 내용보기
글라갤 왕국의 종족인 스퀸치들은 해삼을 닮았습니다. 이 책이 전하는 진화 이야기의 백미는, 3분의 1 이상 글라갤 왕국의 왕과 왕자을 향해 화려하고 천재적인 아부성 발언을 쏟아내던 ‘미천한 신하이자 과학자인’ 블루트 183호가 스퀸치들과 닮은 해삼을 옆에 두고 진화의 궁극적 방향성을 규정하는 에필로그에 있습니다.  진화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선택은 현
"우연, 진화의 속살" 내용보기

글라갤 왕국의 종족인 스퀸치들은 해삼을 닮았습니다. 이 책이 전하는 진화 이야기의 백미는, 3분의 1 이상 글라갤 왕국의 왕과 왕자을 향해 화려하고 천재적인 아부성 발언을 쏟아내던 미천한 신하이자 과학자인블루트 183호가 스퀸치들과 닮은 해삼을 옆에 두고 진화의 궁극적 방향성을 규정하는 에필로그에 있습니다. 

진화는 미래를 내다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연선택은 현재 수중에 있는 돌연변이에만 작용합니다. 게다가 어떤 돌연변이는 생물의 생존력을 향상시키겠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 어떻게 보면 모든 생물체가 요행이랍니다. 필연적인 형질이란 없습니다. p.145 

스퀸치들은 해삼과 같은 종족으로 진화할 수도 있었습니다. 인간도 마찬가지겠지요. 침팬지와 분기되었던 60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다시금 인간이 갈라져 나왔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인간은 침팬지와 98%의 유전자가 일치한다고 합니다. 이런 통계에 우리는 현혹되기 쉽습니다. 다만 2%의 차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열 개 중에 2%일 때와 백만 개 중에 2%일 때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지요. 알려진 바에 따르면 유전자형과 표현형이 일대일로 대응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유전자형으로부터 다양한 표현형이 발현된다고 합니다. 2%의 유전자형의 차이가 곧 2% 표현형의 차이가 아니라는 얘기지요. 그러니 인간과 침팬지가 98% 동일하다고 해서 인간이 침팬지와 거의 똑같다는 결론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진실은 진화의 요체가 우연에 있으며, 그 우연이야말로 진화적 혁신, 창발성의 원천임을 인정하는 일이 아닐까요? 아마도 기독교에서 진화론을 그토록 극렬하게 배격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 진화론이 신의 권능에 의지함 없이 우연에만 기대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의 의지도 관여되지 않은 채 생명의 존엄이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우리가 그저 우연의 산물임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우연과 창발성의 필연적 속성을 인정한다면, 우연 자체가 무한의 속성을 지니므로 우리는 진화의 대항해 속에서 한계 없는 역량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우연과 거기서 비롯된 창발성 자체가 신성인 것입니다. 진화론의 경지 앞에서 무한히 겸손해지면서 또한 무언가 무한히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에 등장하는 글라갤 왕국의 스퀸치는 가상의 외계인들입니다. 그리고 더 다행스럽게도 이 책은 만화군요. 이 책의 제목은 이중의 의미를 띠는 셈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게 진화를 설명하고 있기도 하고, 어쩌면 진화론 자체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 삶과 정신의 출현을 다루고 있으며 또한 지금 곁에서 진행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진화론의 전반적인 개요를 이해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책인 듯합니다.

m*******d 2013.10.08.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