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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질질 끌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을 묘사하고 그렇게 간결하게 스피디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면서 때로는 양념처럼 마지막 반전을 선사하는 단편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항상 인내력이 부족해 대하소설은 끝을 보기가 어려운 성격탓이기도 하겠지만, 오헨리나 알퐁스도데 등 어린시절 강렬한 추억을 안긴 여러 소설들로 인해 더욱 장편종류보다는 단편소설을 좋아했었다.
그러나 최근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소설은 대부분 장편, 장르물 등 위트와 반전이 버무려진 이마를 확 때리는 매력적인 단편소설을 만난다는게 그리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연배가 나와 비슷한 점에서 송경아 작가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책을 보기도 전에 먼저 솟아올랐다. 왠지 그가 서술한 이야기나 시대적 배경들 그의 사회에 대한 표현방식이나 생각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다. 물론 우리가 같은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이겠지만, 그것이 작가의 작품에도 분명히 녹아있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획기적인 이야기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내용이라 묘한 기분이었다. 전설속에서나 있으리라던 우렁각시도 아닌 우렁총각이 버젓이 판매를 하는 세상이라... 수조속의 우렁총각이 주인공이 없는 순간 총각으로 변신해 집안 일을 하고 숙취에 허덕이는 주인공에게 꿀물을 대령, 숙취해소도 돕는... 집안일의 댓가에 대한 책임과 결혼, 비혼을 오가는 사람들의 선택과 파국, 결정에 대한 어렵고 단언할 수 없는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과연 나를 옭아매는 결혼은 돌이킬 수 없는 지옥인 것일까? 혼자만의 세상만이 나를 자유롭고 후회없는 인생일 수 있는 것일까?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결혼 앞에 누가 맞다고 할수 있을지...
“히로시마의 아이들”은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비극적인 일을 겪은 남녀의 슬픈 사랑의 시작점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성폭력과 성인들의 그릇된 인식이 상처입은 한 영혼에게는 평생의 지워지지 않는 고통과 불행한 그늘을 드리우게 된다는... 전쟁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으로 장애를 갖고 태어나게 된 또 한명의 죄없는 아이에게도 마찬가지로 불행과 극복하지 못할 슬픈 멍에를 지워준, 이제는 우리 세대가 아니 국가가 그들의 상처 치유를 위해 손을 내밀어주고 슬픔의 늪에서 끌어올려줘야 될 때가 아닌가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열다섯 서른다섯”은 미성년자의 원치 않는 임신이 가져온 그것을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겁고 힘겨운 아이에게 우리는 어른으로서 책임추궁과 비난만을 할 것인가. 아니면 진심으로 상처를 보듬어주고 보살펴줘야 하나... 나라면 과연 그렇게 담담하게 이해해주고 따뜻하게 대해줄 수 있을까 생각해봤다. 내 아이라면 내 입장과 이 아이의 망쳐질지도 모르는 장래를 먼저 생각하고 비극을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어쩌면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더 큰 상처를 주고 이해해주지 못하는 일들이 더 많지 않을까. 이제는 숨기기에 급급한 성교육에서 벗어나 이런 일들이 닥쳤을 때 너희는 아직 어리니까 실수할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이 이 힘듬을 극복해 나가자는 메시지를 작가는 던져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나를 위한 하루”유전자기술이 발달된 먼 미래 언젠가는 정말 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까. 그러면 우리는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해야될까. 형이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했던 “가족”에 대한 말이 귓가를 맴돈다. 『가족이란 그런 거다. 벗어버리고 싶어도 벗을 수 없는 옷, 잠겨버리고 싶어도 나를 밀어내는 물. 부정하고 싶어도 결국 돌아오게 되는 뿌리. 그렇지만 뛰어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 잘라버리고 싶은 사지』
오늘 날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질되고 또는 해체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 가족에 대한 단상이 작가의 여러 작품들에 다양한 색감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그래도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끊어내지 못하는 이 질긴 가족애와 인간성, 그리고 느껴지는 애틋함, 인간에 대한 따뜻한 온기가 있어서 사회는, 세상은 이어져 가고 있는 것이라는... 지독한 사랑과 연민을 지닌 그녀만의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이라 생각해본다. 그렇지만, 아버지와 딸 중 누구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 만으로도 쓸쓸한 이 가을날 괜스레 울적해진다. 달콤 쌉싸레한 진한 초콜렛 몇 개 앞에 두고 쉬임 없이 햇살을 즐기고 싶어진다. 쓸쓸함을 지울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인 것 같아서....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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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의 장점과 단점이 그대로 느껴지는 소설집이다. 짧은 시간에 여러편의 소설을 읽으며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만났다는 만족감과 함께 좀 더 깊은 이야기를 오래 듣고 싶다는 아쉬움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자꾸 생각났다. 현실 가능성의 여부를 떠나 삶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들이였기 때문이다.
1.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 사고 팔수 있는 제품으로 나온 '우렁총각'이라는 발상이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했다. 결혼이라는 건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고 할 정도로 그 결정은 너무도 어렵고 정답은 없다. 결혼 제도에 대해, 결혼 생활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였다. 2. 백귀야행 "문과생이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현실 감각이 부족한 사람취급을 받는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는 작품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도 인정받고 행복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 특히 여성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3.히로시마의 아이들 폭력이라는 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용인되어서는 안되는 건데, 우리 사회와 법은 너무 관대하게 대한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전쟁의 후유증과 성폭행의 트라우마가 개인의 삶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폭력의 잔혹성과 연속성을 상기시켜주는 작품이였다. 4. 열다섯, 서른 다섯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관계인 조카와 이모. 서운할 때도 있지만 부모 자식보다 더 서로에게 솔직할 수 있고 의지가 되기도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처럼 엄청난 비밀을 공유하게 되면 그 관계는 더 견고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내가 아이에게 상처줬던 일들이 떠올라 미안해졌다. 5. 하나를 위한 하루 참 많은 선택을 봤지만 이렇게 잔인한 선택은 처음인 듯하다. 아버지와 딸 중 한명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해피엔딩으로 끝났을거라는 나만의 결론으로 마무리 지어버렸다. 6. 고통의 역사 타인의 고통을 나의 고통으로 그대로 느낀다면? 가족모두 힘든 10년의 세월을 보내고 마지막으로 선택한 수술 그리고 그 결과. 아이의 마지막 미소가 내 앞에 어른거려 더 슬프고 아프다. 사르트르의 "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라는 말에 공감 또 공감하게 되었다. P.134 내 열다섯 살 때, 거리는 이렇게 넓고 갈 수 있는 길은 이렇게 많았던가. 분명히 자신이 지나온 길인데도, 지금 거리를 헤매고 있을 열다섯 살 여자아이가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을 서른다섯의 은수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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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은 <백귀야행>이라는 온갖 잡귀가 밤에 돌아 다닌다는 뜻을 가진 책이다.그래서 공포소설인지 알고 선택했다.일본 애니 덕후로써 백귀야행이라는 애니가 문득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책은 귀신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송경아라는 저자가 2000년대 중반까지 쓴 글을 모은 단편소설이다.그 중 두번째 소설의 제목일 뿐이다.나의 추측으로는 이 글은 저자가 젊은 시절..20대에서 30대 사이에 쓴 글이라는 느낌이 든다.지금의 젊은 작가들의 책과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책에 나오는 시대적 상황이나 글이 시대상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이 지금의 시대상과 완전하게 동 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왜냐하면 사유의 물음은 언제나 비슷한 질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우렁 총각★ 우렁각시를 모티브로 쓴 글로 우렁 총각이 등장하여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집안 살림을 다 해 주는 내용으로 한가지 조건만 지키면 계속 유지되는 관계의 설정이다.아마도 저자는 여성만이 남성을 돌보아야 하는가?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한 글이라고 추측하여 본다. ★백귀야행★ 대학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귀신으로 묘사한다.저자 자신을 또한 귀신으로 본다.사회가 돈을 벌지 못한다고 취부하는 국문과를 다니는 자신을 귀신으로 비유하면서 봄날 대학가에서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을 백귀야행으로 보고 있다.재미있는 발상이다. 백귀야행의 두번째 뜻..괴상한 꼴을 하고 해괴한 짓을 하는 무리가 웅성거리며 돌아다니는 것으로 비판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히로시마 아이들★ 폭력의 위상과 세대를 이어져 올 수 있는 폭력의 전달성을 보여준다. ★열다섯 서른다섯★ ★하나를 위한 하루★ "가족"이라고 묶여 있는 사람들의 각자의 요구와 삶을 지탱하는 끈의 팽팽함은 어디까지 유지 될 수 있는가?라는 결론을 열어 둔 작가의 글이다. ★고통의역사★ 자식이라는 존재에 대한 책임의 한계와 아이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보듬을 수 있을까?라는 저자자신의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 낸 글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여 본다.라고 노트에 적는다. ♣저자의 단편 모두가 뛰어난 소설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는다.우렁총각이나 백귀야행의 글은 결론이 무엇인가?라고 의문을 가지게 된다.하지만 저자의 젊은 시절의 시대와 사회적인 구조적 문제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품었던 고민이라는 점에서는 수긍은 가능한 책이다.라고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 ? 젊은 시절의 수긍하지 못한 분노,고민의 자락을 나 또한 가지고 있다.사람의 생각의 진폭은 바뀔 수 있지만 사회적인 부조리나 계층간의 갈등,가족의 갈등은 양상은 다르지만 아직 풀지 못하는 부분은 많다.그런 이유로 나의 젊은 시절의 사유의 고민과 비교해서 읽어 본다면 "백귀야행"은 우리의 젊은 시절 어둠속을 돌아 다니던 그 시절의 모습과 닮아있지 않나?라고 느끼게 해 주는 책이다. "오늘은 백귀야행이 그리운 밤이다." 마스크 쓴 귀신들이 지금도 돌아다니는 밤이다...참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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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여섯 편의 단편은 10~15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나온 작품이다. 작가로서는 20대와 30대를 돌아보는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독자로서는 솔직히 어, 그럼 이거 트렌디한 소설은 아니겠네?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보통 단편집이 수록된 책을 읽을 때는 표제작을 찾아서 먼저 읽거나 아니면 재빨리 첫 페이지나 그다음 페이지까지 읽어본 후 가장 먼저 읽고 싶은 단편을 골라 읽는 편인데 <백귀야행>의 경우는 서평단 신청을 할 때 ‘나의 우렁 총각 이야기’의 시놉시스를 보고 뒷부분이 너무 궁금하여 신청했던 지라 첫 번째로 수록된 ‘나의 우렁 총각 이야기’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여섯 편 단편을 한꺼번에 다 읽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작가 리뷰 등은 페이지 색이 다르다)를 만지작 거리며 어어? 내가 다 읽은 건가 하고 있었다. 단편 모음집을 읽다 보면 한두 편은 조금 내 취향에 맞지 않거나, 아니면 잠시 흐름을 끊었다가 다시 읽고 싶어 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번 송경아 작가의 책은 아주 특이한 케이스였다. 리뷰를 쓸 책이었기에 처음부터 6개 단편 중에 나의 원픽은 뭐다..라고 골라야지 작심하고 있었는데 망해버렸다. 원픽이 아니라 올픽인 것이다. 어느 것 하나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한 가지 슬픈 것은 이렇게나 시간이 제법 흘렀는데(10년 이상) 여전히 여성의 돌봄 노동은 전과 다름없이 취급되는 끔찍한 현실이고, 대학원 등록금은 기가 차게 비싸며, 남성의 성기로 상징되는 사적 폭력에 의한 희생자의 상처는 반복되고, 가족은 제각각의 모양으로 뭉쳐서든 흩어져서든 서로를 할퀸다. 여섯 편 중 마지막인 <고통의 역사>는 읽는 내내 명치를 얻어맞는 심정으로 호흡을 고르며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조심스레 넘겼다. 나에게 진정으로 고통이 역사하듯이. 송경아 작가님, 제발 소설 계속 오래 써주세요. 자주 쓰시면 더 좋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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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공기가 선선해졌는데 섬뜩한 제목이 되려 끌렸다. 두 겹으로 되어 있는 띠지가 눈에 띄어 펼쳤다가 숨어 있는 책에 대한 소개 글을 찾았다. 뭔가 심오하다. SSG 읽히지 않고 헤아릴 수 없는 심오. 읽기 전인데도 벌써부터 흥미롭다. 어떤 귀신이 튀어나올까 싶어 무릎에 이불을 덮고 전설의 고향을 기다리던 그때처럼 긴장한다. 생각처럼 귀신들의 향연은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지만 김도 덩달아 빠졌다. 5개의 단편에서 옅게 여성으로서의 울분 같은 감정이 소설들을 관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독특한 소재의 우렁총각의 존재가 그렇고 답도 없는 글 밥에 귀신이 된 두 처자의 처지도 그렇고, 열다섯 민정이를 담은 은수도 그렇다. 그리고 모성애에 갇힌 혜선도 그랬다. 어쩌면 82년 생 김지영 속 김지영 같은 삶들.
"이왕 이렇게 되어버렸으니까",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는지", "그 이상의 '진도'는 생각하지 않았다"의 짧디짧은 한 문단에서 자갈 길을 만난 것처럼 덜컥 거리는 문장이 계속 걸렸다. 희주가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어렴풋이 추측됐지만 그래도 성훈이와의 사이라서 그랬다. 나는 왜 '장애'라는 화두에는 예민해지는지. 왜 장애인은 소설 속에서조차 약자여만 하는지. 답답하다.
"그날 나의 사춘기는 막을 내렸다. 원래 사춘기란 자신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찾는 기간이니까." p179 아직 사춘기를 겪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엄마도 그랬다. 우리 애들은 특별히 말썽이나 속을 썩이지 않았다고. '자신의 존재 이유와 목적을 찾는 시기'인 그 통증을 겪지 않아서 나는 쉰이 넘은 나이에도 자아 찾기에 휘청거리는 건가 싶어 가시가 박힌 것처럼 따끔거렸다. 그러다 '후회할 수도, 변명할 수도 없는 실수의 소산', 우린 모두 그런 존재감을 갖고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미쳤다.
분명 참신하고 흥미롭지만 처량하달까 쓸쓸하달까 애잔하달까 마음 한구석이 싸해지는 공기가 담긴 소설이다. 단숨에 읽히는 소설이지만 읽으면서 드는 음습한 기운이 들러붙어 침잠하는 느낌이 좋지만은 않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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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이 사는 방, 여자가 사는 삶! 📚존재하지 않는 존재들의 이야기! 📚송경아 저자 <백귀야행>! 👻혼자 사는 여자의 방에 귀신이 있다면? <백귀야행>은 저자가 2000년대 초중반에 발표한 작품들을 모은 작품으로, 총 6개의 단편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이 시대의 고통과 상실을 여러 방향에서 비스듬히 바라보는 존재들의 이야기이다. 마치 우리의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여성의 삶과 사회적 현실을 판소리처럼 풍자적으로 풀어낸 단편집으로, 귀신과 요괴의 이미지로 현실을 비틀어낸 작품이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여성 중심의 단편소설집인 이 작품은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거의 여성이다. 사회적 억압과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귀신이나 요괴의 형상을 빌려 현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귀신, 요괴, 괴담 등의 요소를 활용하여 현실의 부조림함을 풍자한 이 작품은 대학원생,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시선을 담아내기도 했다. 이야기 전재 방식은 전통 판소리처럼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웃음을 담아냈지만, 그 안에 씁쓸한 현실도 담아냈다. 귀신과 인간, 현실과 환상, 여성과 사회 사이의 경계를 그린 이 작품은 서울 , 대학가, 고시원 등 현대 도시 공간을 배경으로 하여 일상 속의 공포와 불안을 그려냈다. 이 작품은 공포나 판타지장르의 형식을 띠지만, 사회적 메시지도 담아냈다. 이 작품 제목의 의미는 '백 가지 귀신이 밤길을 행진한다' 이다. 한마디로 귀신들을 단순한 공포의 대상으로 그려낸 게 아니라, 귀신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을 은유하고, 때로는 그 현실보다 더 인간적으로 그려냈다. 👻작품 속 귀신들은 대학원생,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고시원 거주자 등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살아가는 인물들과 겹쳐보인다. 귀신이 되었기에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존재를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현실에서는 투명인간처럼 취급받았던 이들이, 환상의 세계에서는 오히려 더 생생하게 살아 숨쉬게 된다. 전통 판소리의 해학과 풍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귀신이 등장하는 장면들은 기괴하면서도 우스꽝스럽고, 그 속에 담긴 메시지를 날카롭게 그려냈다. 특히 여성의 삶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은 사회적 억압과 불합리를 정면으로 그려냈다. 이 작품은 현실과 환상성의 공존하고, 유머스럽기는 하지만, 묘사들을 날카롭게 그려냈고, 실험성이 강한 문체로 여성의 자의식과 사회의 관계 맺음에 대한 저자의 고민이 잘 담겨진 작품이다.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귀신의 얼굴을 한 우리의 자화상같은 작품! 귀신과 요괴가 등장하지만, 그들은 단순한 공포의 대상보다 현실의 은유로 그려냈다는 점, 그리고 여성, 대학원생,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를 환상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깊은 공감을 얻게 되는 작품이다. 또한 유쾌하게 읽히는 작품이지만, 읽고 나면 씁쓸한 여운을 주는 작품이다. 단편집이라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각 단편마다 강렬한 메시지와 독특한 분위기가 담겨 있어서 한 편 한 편마다 깊은 인상을 남긴다.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길! 귀신 이야기를 통해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될 것이다. #백귀야행 #송경아 #한국소설 #단편소설집 #판타지소설 #귀담 #소설집 #단편집 #소설리뷰 #소설추천 #귀신이야기 #도서리뷰 #도서추천 #사계절출판사 #책리뷰 #책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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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공포 소설집인줄 알았다. 다행히 공포 소설집은 아니었다. 이 소설집에는 총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느낀 점 하나. 보통 한 작가의 소설집이면, 각 단편마다 내용이 다르더라도 어느 정도 그 작가만의 느낌이랄까, 비슷한 구석이 보이는데 여기에 수록된 단편들은 모두 다른 작가가 쓴 느낌이 들 정도로 다른 느낌이 들었다. 페미니스트적인 느낌은 동일했지만 각각의 단편들이 개별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느낌 점 둘. 수록된 소설들이 모두 2000년대 초반에 쓰여진 것이라는데, 2020년인 지금에 읽어도 시류에 맞지 않는다던가, 올드해 보인다는가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10~20년이 지났지만 기술만 발전할 뿐, 그외 우리나라의 문화나 전통은 별로 변함이 없는 것 같다.
6편의 단편 중 나는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와 '고통의 역사'가 제일 인상이 깊었다. 물론 다른 단편들도 좋았지만 말이다. 나는 왜 지금까지 우렁각시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을까, 우렁총각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데.
어렸을 때 재밌게 읽고 넘어갔던 우렁각시 이야기나 선녀와 나뭇꾼 이야기가 지금에 와서 보면 남성의 입장에서만 쓰여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이야기들을 줄곧 읽어온 우리들은 알게 모르게 그런 사고방식을 갖게 되고... 이 책을 읽으며 여성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페미니즘이 변질되지 않고 곧은 방향으로 발전되길 바란다.
내용이 독특하고 기발한 소설집이었다. 작가가 이런 단편 소설들을 더 써주었으면 좋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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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송경아는 소설가이자 번역가다. 대학에서는 전산학을, 대학원에서는 국문학을 공부했고,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 '청소년 가출협회'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백귀야행에는 작가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쓰고 발표했던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 결혼할 마음이 없는 소현은 사촌언니 지영의 권유로 홈쇼핑에서 10개월 할부로 우렁총각을 구입한다. 우렁이는 주인이 나가고 없는 동안에 사람이 되어 활동한다. 사촌언니가 이혼한 날 술에 취한 소현은 우렁총각을 보게 되고, 우렁총각은 소현에게 결혼해달라고 한다. 소현이 결혼할 수 없다고 하자 실망한 우렁총각은 우렁이로 변해 일도 하지 않고 야위어 간다. 소현은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우렁이를 팔아버린다. 작가는 '우렁각시' 이야기를 생각하며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돌봄노동의 보살핌이 필요한 것은 남자가 아니라 오히려 여자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돌봄노동만 받고 돌보는 사람은 보지 않는 관계는 비인간적인 관계이고, 현대인의 이기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2. 백귀야행 대학원생 미연은 인상된 전세금을 구하지 못해 선배 언니와 한 방을 쓰기로 한다. 이삿짐은 어머니가 와서 챙겨주고 이사는 대학원 남자 후배가 도와준다. 이사를 마친 날 선배와 함께 대학원 등록금과 논문 쓸 걱정을 하며 술을 마신다. 백귀야행은 작가가 2000년대 초 대학원에 다닐 때 쓴 글이라고 한다. 대학원은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 가는 곳이면서, 생활력은 없고 공부밖에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대피소다. 그 위태위태한 구조를 판소리 사설조로 그려내고 있다. 내가 가장 흥미 있게 읽은 소설이었다. 3. 히로시마의 아이들 초등학교 3학년 때 사촌오빠에게 강간당한 대학생 희주는 할아버지가 히로시마 원폭 피해자인 왜소한 체구의 성훈과 사귄다. 연애의 마지막 단계인 육체관계에서 실패한 성훈은 울면서 병신이라고 자학한다. 원폭의 후유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폭력과 고통의 피해는 단선적으로 작용하지 않고, 피해자들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두 번 세 번 되풀이해서 아픔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4. 열 다섯, 서른 다섯 이혼 후 혼자 살고 있는 서른 다섯 살 은수는 방광염으로 들린 산부인과에서 조카인 민정이가 임신 중절 수술을 받고 나오는 것을 목격한다. 은수는 민정이를 집으로 데려가 미역국을 끓여주고 비밀을 지킬 것을 약속한다. 다음 날 은수는 언니의 전화를 받고 집나간 민정이를 찾아 나선다. 작가는 가족이 용납하지 않는 문제를 안은 청소년에게 자신을 비판하지 않고 받아줄 수 있는 어른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5. 하나를 위한 하루 회사원 경수는 제약회사 연구실에 다니는 형의 도움으로 수미와 결혼한다. 수미가 주차장 사고로 사망한 후 경수의 형은 수미의 유전자 패턴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하나를 경수에게 데려온다. 우주로 떠났던 형이 7년 후에 돌아와서 아버지의 알츠하이머를 완치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뇌조직이 필요하다고 한다. 형에게 꼼짝 못하는 경수는 하나를 위해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많은 사람에게 평생 숙제로 남는 가족 관계를 그린 소설이다. 딸은 다시 만들면 되지만 아버지는 하나 뿐이라는 형의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르는 경수가 참 답답하게 보였다. 내가 경수라면 하나를 형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6. 고통의 역사 혜선의 딸 희연은 남의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정체불명의 질병을 앓는다. 혜선은 희연을 집 안에서만 키운다. 혜선은 남편의 친구인 의사 동우의 도움으로 희연의 송과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뇌수술을 결심한다. 수술 후 희연은 깨어나지 못한다. 이 소설을 읽고 모든 부모는 삶의 고통을 겪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능력과 각오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나의 평생 소원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미연의 대학원 선배가 한 말을 옮겨 적는다. - 나는 너처럼 착하고 큰 뜻이 없어 백억이 있으면 그저 이 한몸 보존하여 커다란 집을 짓고 책이나 들여놓아 도서관을 세우고 그곳 사서 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로다.(55~56쪽) * 2020년 9월에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에 선정되었으나, 12월말이 다 되어도 책이 오지 않았다. 사계절출판사에 메일을 보내 책을 한 권 더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문의하였다. 출판사에서 다시 보내준 책을 올해 1월 4일 받았다. 아무런 조건 없이 책을 보내준 사계절출판사 관계자께 깊이 감사드린다.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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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총각이라니, 우렁각시가 아니고?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 집안 살림을 돕는 존재가 각시가 아니고 총각이라니, 설정만으로도 흥미롭다. 송경아 작가의 『백귀야행』이 읽고 싶었던 이유다. 책에 실린 6개의 단편 중 첫 번째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의 앞부분을 사전 연재로 읽고 뒷이야기가 궁금했다. 해피앤딩일까 새드앤딩일까. 답은 책 표지에서 확인됐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생활의 패잔병이 되어 구질구질한" "생활의 구덩이"에 빠지기 보단 "깔끔한 방광자"로서의 삶을 선택한 나에게 사촌 언니의 선물이 도착한다. 제품의 이름은 '우렁총각'. 수조에 든 "주먹만 한 커다란 우렁이"는 집이 비어있을 때마다 사람으로 변해 가사도우미 노릇을 한다. 청소, 빨래, 설겆이는 물론이고 식사 준비까지 완벽하다. 단 하나의 금기는 우렁총각이 사람이 됐을 때 마주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이야기는 그런 금기가 깨졌을 때부터 재미있어진다.
결혼에 부과되는 여러 가지 책임도 부담스럽고 자신의 삶을 독자적으로 꾸려가는 것도 아닌 '나'의 삶은 개인으로 독립하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 살면서 물리적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은 모두 피하려 한다. 이런 딸에게 어머니는 결혼을 재촉한다. "넌 니가 지금 굉장히 똑똑한 것 같지? 이 헛똑똑아. 나중에 늦게 결혼해서 애 낳고 힘들어 낑낑거리는 건 니 쪽일 거다. 아이 다 키우고 나면 그 아이큐가 이자 쳐서 생활의 지혜로 돌아오니까, 지영이 바보 되는 거 걱정 말고 너 결혼할 걱정이나 해." p.11
결혼하지 않으려는 주인공 나의 삶도 완전해보이지 않지만 결혼해 아이를 키우고 있는 사촌 언니의 삶도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다. 커리어는 초기화시키며 가정과 아이에게 올인하지만 돌아온 건 남편의 바람이다. 정답은 없는 건가.
지금까지 모든 책임의 굴레를 잘 빠져나온 나였다. 이제 와서 우렁이 따위에게 포획될 수야 없지. 시댁도 없고 부담도 없지만 사회에서 아무런 지위도 가질 수 없는 우렁이. 그런 주제에 나에게 애정을 품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관계의 부담을 나에게 지우려는 우렁이. p.34
부담없이 일상의 무게를 우렁총각에게 미루려했던 '나'는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보려 한다. "내가 먹고 자고 싸면서 나오는 것들은 기본적으로 내가 어떻게든 책임져보겠다"고 마음먹는다.
"생활이라는 구덩이"는 생각처럼 구질구질한 면만 있는게 아니다. 나의 일상을 내 손으로 꾸려가면서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자립의 느낌이랄까 나 자신이 굳건해지는 기분이랄까. 그게 무엇인지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아무런 바람없는 무풍지대에 서서 외풍을 겁내고 있기 보다는 생활의 혼돈 속에 발을 담고 있는 쪽이 더 용기있는 삶이다. '나'가 바꿔보려는 '세상과의 관계'도 이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지.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의 '나'가 추구하던 외부와 관계를 거부한 일상은 「하나를 위한 하루」에서 '지옥'으로 묘사된다. '고통'일지라도 누군가와 주고받는 것이 삶이라 생각하는 '나'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나자 세계 또한 의미를 잃는다. 그런 나를 다시 붙들어 이 세계에 발붙이게 한 것은 딸 '하나'다.
지옥이라는 것이 있다며 아마 그런 곳이리라. 누군가와 누군가가 활기차게 고통을 주거나 받는 상태가 아니라 모든 것이, 모든 것이, 모든 것이 의미도 움직임도 없이 멈춰 있는 세계. p.152
아내 없이 기른 딸 하나를 아버지의 치매 치료를 위해 희생시킬 수 있을까. 아이의 생명을 장담할 수 없지만 아버지의 완쾌 확률이 높다면 그 길을 선택해야 할까. 자식은 또 가질 수 있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누가 어떤 선택을 한다 해도 다른 이가 뭐라 할 수 없는 문제다. 이 시대, 우리는 어떤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될까. 질문이 한가득 떠오르는 단편이었다.
가족이란 그런 거다. 벗어버리고 싶어도 벗을 수 없는 옷, 잠겨버리고 싶어도 나를 밀어내는 물, 부정하고 싶어도 결국 돌아오게 되는 뿌리. 그렇지만 뛰어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 잘라버리고 싶은 사지. 내가 한 이야기가 고릿적 이야기라고?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결국 현재보다 더 생생하게 돌아오는 건 오래된 것들이야. pp.162-163
송경아 작가는 『백귀야행』에 실린 6개의 이야기는 제각각의 소재를 펼쳐놓고 있지만 그 안에는 크게 또는 작게 가족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에는 가족 관계의 시작이라 여겨지는 '결혼'이, 「백귀야행」에는 못마땅해도 떨어질 수 없는 부모자식의 끈이, 「히로시마의 아이들」에는 유전으로 내려오는 피할 수 없는 고통과 가족 안에서 은폐된 가해의 문제가 있다. 「열다섯, 서른다섯」에는 당연시되는 가족 내부의 희생과 배제에 대해, 「하나를 위한 하루」에는 부모인 동시에 자식된 입장에서 오는 딜레마가, 「고통의 역사」에는 구성원들에게 제각각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가족의 아픔이 담겨있다. "20대 말에서 30대 중반까지의 시간을 겪은 여성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은 모두 '가족'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알록달록한 표지와 옛 이야기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과 다르게 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은 질문으로 끝을 맺었다. 어떤 질문은 답이 그려지기도 했고 또 어떤 질문은 작가가 내미는 정답이 보이는 듯도 했다. 완전히 열린, 과연 한쪽으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질문일까 싶은 것도 있었다. 질문과 질문 사이에서 내닫는 사이 책은 끝나고 작가가 여전히 품고 있다고 말한 고민들이 마음을 울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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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외출하고 돌아오면 집을 깨끗이 청소해두고, 밑반찬을 만들어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우렁 총각"을 기르고 싶다. 송경아 소설집 "백귀야행"의 6개의 단편 소설들 중 그 첫번째 이야기가 바로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이다. 우렁 각시라는 전통적 개념에서 나온 우렁이가 우렁 총각이 되어 등장한다. 처음 이 책을 대했을 때는 많은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가슴에 뭔가 뭉클한 어떤 것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 시대의 아픔이 느껴진다고 할까 아님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아픔이 전해진다고 할까?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시선, 나이가 들어감에도 박사과정을 밟으며, 학교에서 가난한 학생으로 살아가는 삶의 꾸질꾸질함, 성장 과정에 겪은 아픔이 끝나지 않는 삶, 이혼으로 인한 사회에서의 소외감, 각자의 요구와 기대가 다른 가족과의 갈등, 고통이 되는 자식과 부모의 인연, 어느 하나 쉬운 주제가 없었고,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거의 없는 스토리였다. 그렇다고 짜증나거나 기분이 가라앉는 내용은 아니었고, 내게 이런 것도 생각해보는게 어때하는 도전과 이해를 요구하는 책 내용이었다.
"나의 우렁총각 이야기"는 우렁이를 홈쇼핑에서 무이자로 할부 구입하여 길렀고, 중고로 다시 인터넷에서 되팔았다는 설정이 현실을 잘 반영하는 것 같았다. 사람인듯 사람이 아닌 우렁 총각은 사람이 집에 없을 때에 사람이 되어 청소와 반찬을 하며 집안 살림을 깔끔하게 해주는 우렁이이다. 남자들이 우렁 각시를 원하듯이 여성도 우렁 총각을 두고 싶은 마음은 동일하다. 집안 일이라는 것은 여자의 몫이여야 하고 여성은 꽃처럼 예쁘게 길러져서 좋은 남자 만나 시집 가야한다는 엄마들의 고정 관념에 작가는 전적으로 동의 하지 않는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말했듯이 돌봄노동만 빼먹고 돌봄사람을 보지 않는 행위는 비인간적인것이다. 우리의 결혼 관계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렁총각과 주인공과의 관계와 비슷한 것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로시마의 아이들"에서는 두 주인공의 삶과 사랑이 너무 가슴 아팠다. 그 아이들을 만나서 등을 쓰다듬으며 다독여주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아마도 이 소설을 읽는 사람 누구나 그런 느낌을 받을것이다. 현실에서 주인공과 같은 청년들이 우리 주변에 있다면 우리가 해 줄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할까? 세상이 만든 피해자들에게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조용한 응원밖에 없다. 진정으로 그들이 일어나서 제대로 살아주고 성장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세상의 많은 상처받은 아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 이야기였다. "열 다섯, 서른 다섯"의 이야기는 이혼을 한 주인공을 집안의 흠으로 여기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교사인 아버지의 가부장적인 모습에 화가 나기도 했다. 막내딸의 이혼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버지뿐만 아니라, 그 흠을 자식들이 모델링하게 될까봐 여동생을 보기를 꺼려하는 언니의 모습에 기가 찼다. 가족이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아닌 나를 더 작아지는 존재로 만드는 이야기는 "고통의 역사"에서도 나온다. 실수로 낳은 딸이라는 말을 들은 주인공의 가정에서의 불안과 가족으로부터 사랑받고자 애쓰는 모습은 측은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어찌하여 안정된 결혼 생활에 들어섰지만 딸의 희귀병으로 인한 생의 전쟁. 아이에게 고통은 부모에게서도 고통이다. 끊날수 없는 고통. 사랑받고 사랑하고 사는 것조차 힘든 주인공의 모습에 가슴이 아팠다. "백귀야행"은 우리 나라 청년중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상황을 대변하는 얘기이다. 학사 학위로 취직을 하였다가 다시 대학원을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고, 불경기로 인해 감히 졸업을 하지 못하고 대학에서 계속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고, 공부 자체에 자신을 올인하는 사람도 있다. 주인공도 국문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아들 아닌 딸이 비인기학과에서 책과 씨름하는 모습이 사회의 시선에서 그리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그런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박사과정의 미연. 그냥 마음이 답답했다.
"백귀야행"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장 가까운 가족을 이루는 일도, 그 가족과 사랑을 주고 받으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삶도 누군가에게는 힘든 일일 경우가 많다. 가족이지만 한 마음을 가지고 살 수 없고,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는데 사회적 눈길때문에 자식의 고통과 삶을 바로 받아주지 못하는 가족의 이야기는 슬프지만, 우리 주변에서 너무도 자주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여자로써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 자라게 될 때 겪는 부당함은 더욱 더 삶을 힘들게 한다. 우리 시대의 가족과 각자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