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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용한 문장은 『떡』 서평단 모집 광고란에서 옮겨 왔다. 처음 광고 글을 보았을 때, 내 관심을 유발한 것은 “아직 읽지 못했던 그의 작품”이라는 구절이었다. 김유정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건 김유정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는 거다. 그런 연유로 해서, 그동안 김유정의 작품은 거의 읽었다고 자부했다. 다만, 읽은 작품을 모두 세세히 기억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그런데, “아직 읽지 못했던 작품”이라니? 혹 미공개(혹은 미발표) 유작이라도 실린 건가, 하는 생각을 했고, 서평단 신청을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떡」이라는 제목이 완전히 낯선 것은 아니었지만, 같은 제목의 다른 작품도 있을 수 있는 만큼, 나는 「떡」이 내가 이제까지 본 적 없는 작품일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떡」은 내가 읽어본 작품이었다. 본 적 없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설렘은 무너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만 한 것은 아니다. 읽긴 했지만, 읽은 지 오래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떡」을 처음 읽은 건 고등학교 때였다. 김유정 소설 모음집 『동백꽃』이 삼중당 문고판으로 나왔는데, 거기에 수록된 10여 편의 작품 중 하나가 「떡」이었다. 그리고 그 후로 한국문학 전집 김유정 편을 통해서도 읽은 작품이다.
김유정 소설집 『떡』에는 「떡」을 비롯하여 모두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나머지 7편은 다음과 같다. 「만무방」, 「봄봄」, 「아내」, 「동백꽃」, 「생의 반려」, 「따라지」, 「땡볕」 그런데, 어떤 기준으로 김유정의 소설 가운데 이 8편을 선정한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의 구성은 창작 당시 지면에 발표된 순서가 빠른 작품부터 순서대로 엮은 것 같다.
2, 이제 작품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자.
먼저, 1935년 6월 <중앙>에 발표된 「떡」이다. 인용한 글은 이 작품의 서두 부분이다. 말하자면 서두에서 글의 내용을 미리 밝히고 있다.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라고. 「떡」은 분량도 짤막하고 내용도 간단하다. 이 소설은, 옥이라는 일곱 살 난 여자아이가 하루는 부잣집의 마음씨 좋은 아씨의 호의로 밥이며 떡을 배불리 먹게 되면서 벌어진 일을 서술하고 있다. 집이 가난하여 굶기를 자주 하던 주인공이 자신의 빈속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탐욕스럽게 먹은 나머지 거의 죽다 살아나게 된다는 게 이야기의 뼈대를 이룬다. 아무리 어리고, 아무리 가난해도 그렇지 그렇게 미련하게 먹느냐고 옥이를 나무라는 독자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런 감상은 작가의 의도를 간과한 게 된다. 그러면 옥이는 왜 그런 미련한 행동을 했을까? 그건 옥이가 처한 궁핍한 상황(현실)이 어린아이가 감당하기에는 참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옥이네의 가난 그 자체도 큰 문제지만, 소위 아버지라는 작자가 옥이에게 취하는, 이기적이고 무정한 태도 또한 옥이가 그렇게 행동할 수 없는 큰 원인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여, 작품의 마지막에서 서술자가, 자식에 대한 사랑의 마음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기적이고 무정한 옥이 아버지에 대해 비아냥대는 것을 결코 가볍게 지나쳐서는 안 된다.
이 소설은 옥이라는 어린 소녀에 대한 연민의 이야기인 동시에, 옥이 아버지로 표상되는 가난한, 그리고 무정한 가장에 대한 비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비록 가난하다 해도 아버지란 작자가 딸을 무지막지하게 함부로 대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챙겨주려고 노력했더라면 그런 상황까지는 오지 않지 않았을까.
「봄봄」과 「동백꽃」은 이 책 광고에서도 밝혔듯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국어나 문학 교과서에도 많이 수록되어 있으니까.
김유정 소설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인 「동백꽃」에 대해서는 작품 외적인 이야기로 접근해본다.
‘동백꽃’ 색깔 이야기다. ‘노란 동백꽃’에 대해 지금은 오해가 많이 풀렸다지만, 여전히 오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백꽃 색이 노랗다니? 고교 시절 내가 품었던 의문이다. 그러나 의문을 풀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다가 대학에 가서 우연히 어떤 수필을 읽다가, 강원도에서는 ‘생강나무’를 동백꽃으로도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이 작품의 ‘동백꽃’은 봄에 노란 꽃이 피는 ‘생강나무’이다. 이런 사실을 몰랐으니, 초창기 김유정 소설집의 표지에 붉은 동백꽃 그림이 그려져 있을 수밖에(김유정 문학관에 소장된 책에도 붉은 동백꽃이 그려져 있는 책이 제법 있다).
데릴사위와 장인의 갈등을 중심으로 내용이 전개되는 「봄봄」은 김유정 소설 가운데 해학이 가장 두드러진 작품이 아닌가 한다. 해학은 시종일관 계속된다고 봐도 좋을 정도이다.
데릴사위 삼 년 칠 개월째. 장인이 결혼을 시켜주지 않는 이유는 점순이가 아직 덜 자랐다는 것인데, 점순이의 키는 크지 않고 옆으로만 찐다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해학의 묘미는 작품의 후반부에 나오는, 사위와 장인의 드잡이 장면이다. 장인에게 바짓가랑이(?)를 잡힌 사위가 놓여나기 위해 장인을 “할아버지”라고 부르는가 하면(82쪽), 장인 또한 사위로부터 놓여나기 위해 사위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장면(83쪽) 말이다. 그리고 비속어의 자연스러운 사용도 이 작품의 사실성을 드높여준다.
「봄봄」도 작품 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 소설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으며, 여주인공 이름은 점순이고, 키도 소설 속처럼 작다고 한다. 나중에 데릴사위는 점순이와 결혼했다고 한다.
3. 「만무방」은 1935년 7. 17일부터 30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던 소설이다. 소설의 제목인 만무방은 ‘막 돼먹은 사람’을 의미한다.
그럼 이 소설에서 만무방은 누구인가? 표면적으로는 형 응칠이가 만무방이다. 그러나 응칠이만 만무방인가? 아니다. 표면적으로 진실한 농군이자 동리에서 쳐주는 모범 농군인 동생 응오도 결국엔 만무방이 된다. 응오도 도둑질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형제는 왜 만무방이 되었는가? 그것은 농사를 열심히 지어도 남는 것은 남의 빚뿐인 현실 때문이다. 응칠도 처음부터 역마살이 낀 만무방이었던 건 아니다. 응오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살아보려 애썼다. 그러나 현실은 그를 농군으로 살아가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응오가 자신이 농사(소작)지은 벼를 수확하는 대신 밤에 몰래 벼를 훔칠 수밖에 없는 현실. 이 작품은 1930년대 소작인의 비참한 현실을 역설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만무방」은 김유정 소설 중 현실 고발의 성격이 가장 강한 작품인 것 같다.
외모가 못난 아내 이야기인 「아내」에도 김유정의 해학적 문체(묘사)가 잘 드러난다.
윗글은 외양에 중점을 두고 아내를 소개하고 있는, 작품의 시작 부분이다. 해학성은 다음(작품의 결말 부분)에도 잘 드러난다.
돈벌이를 위해 아내를 들병이를 시키려다 아내가 아랫마을 사는 뭉태 놈과 놀아나는 것을 보고 행실이 글렀다고 판단한 후에 하는 남편의 생각이다. 절로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다.
「생의 반려」는 동무의 생을 기록하는 서술 형태를 띠고 있다. 서술자(나)는 기생을 짝사랑하는 친구 명렬을 위해 연애편지 심부름을 하게 되는데, 부탁받은 편지를 전하지 못하고 거짓말로 전했다고 하게 된다. 그것을 거짓말인 줄 모르는 친구를 위해 나는 여동생을 시켜 거짓 답장까지 쓰게 하고, 친구는 또 속는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 작품 속 명렬이란 인물이 소설가 김유정의 분신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유정의 첫사랑도 박녹주라는 기생이었고, 박녹주에게 연정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하지 않았던가.
「따라지」는 세 들어 사는 사람과 주인 마누라의 갈등을 씨줄로 해서, 세입자인 카페 여급 아끼꼬의 세입자 톨스토이(아끼꼬가 붙인 별명)에 대한 은근한 애정을 날줄로 하고 있는 소설이다. 아끼꼬는 「동백꽃」의 점순이처럼 은근하나마 마음 표현을 하는데, 톨스토이는 「동백꽃」의 ‘나’처럼 눈치를 못 채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가 된다.
「땡볕」은 김유정의 마지막 소설로 병든 아내를 병원에 데려가면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가난하고 무지한 주인공의 행동을 통해 웃음과 슬픔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특히 작품의 끝부분에서 남편이 사다 준 얼음냉수와 왜떡을 먹으며 유언을 하는 아내의 장면은 슬픔과 연민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제목 ‘땡볕’은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인 동시에 인물들이 처한 냉혹한 현실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겠다.
4. 『떡』에는 모두 8편의 소설이 발표 순서대로 수록되어 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어떤 기준으로 8편을 선정했는지 모르겠다. 물론 숙고해서 엄선했겠지만, 서문이 없어서 선정 기준을 알기는 어렵다. 여기에 수록된 작품이 다 문학성을 획득한 작품이긴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에 「소나기」와 「금 따는 콩밭」이 빠진 것은 유감이었다. 또, 책의 뒷부분에서 김유정 소설에 대한 해설과 작가 연보가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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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년 강원도 춘천에서 2남 6녀 중 일곱째이자 차남으로 태어난 김유정은 소설 30편, 수필 12편, 번역 소설 2편을 남기고 1937년, 스물아홉의 나이로 불꽃같은 짧은 생을 마감한다. 1938년, 김유정의 첫 책 <동백꽃>이 삼문사에서 출간된다.
김유정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아니 가장 사랑하는 작가가 맞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그 해학스러움과 풋풋함에 순간 순간이 설레이고 그의 짧디 짧은 생애를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고 슬픈 마음에 가슴이 저며온다. 풍요롭고 다채로운 그의 감성이 놀랍고 부럽다. 그가 오래 살았다면 어떤 작품들을 세상에 내놓았을까. 생각할수록 아쉽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 김유정, 가장 사랑하는 작품 <동백꽃>. <떡>은 그가 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미 읽기 전부터 설레임으로 가득찼다.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며 아쉬움은 커져만갔다. 그 어려웠던 시절 속 작품들의 문장 하나 하나는 이렇게 유쾌하고 해학이 넘치는데 하늘은 천재를 어찌 이리 빨리 데려가셨을까. 책의 사이즈, 무게, 초록색 책의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한국적인 디자인에 표지 ‘떡‘의 글씨체도 그의 작품처럼 익살스러움과 해학이 녹아있는 듯 하다. 김유정의 생애를 읽으며 눈시울을 붉힌 뒤 가장 사랑하는 소설 <동백꽃>부터 읽었다. 어찌나 많이 읽었던지 몇 문장은 외울 정도이다.
p.102 오늘도 또 우리 수탉이 막 쪼키었다.
p.104 언제 구웠는지 아직도 더운 김이 홱 끼치는 굵은 감자 세 개가 손에 뿌듯이 쥐였다.
점순이가 나의 손에 쥐여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 감자, 내가 한 입 왕 베어 물고 싶다.
p.105 우리가 이 동리에 들어온 것은 근 삼 년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가무잡잡한 점순이의 얼골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종에는 눈물가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러고 보구니를 다시 집어 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논둑으로 힝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p.113 그리고 뭣에 떠다밀렸는지 나의 어깨를 짚은 채 그대로 픽 쓰러진다. 그 바람에 나의 몸뚱이도 겹쳐서 쓰러지며 한창 피어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내움새에 나는 땅이 꺼지는 듯이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하였다.
그 짧은 글 안에 점순이와 나와의 풋풋한 이야기를 어떻게 그리도 재밌게 그렸는지 읽을 때마다 감탄하며 읽는다. 문장이 너무 맛깔난다. 점순이가 된 양 점순이 얼굴이 홍당무가 되면 내 얼굴도 달아 오르고, 점순이와 ‘나’가 한창 피어 퍼드러진 동백꽃 속으로 파묻힐 때면 그 가슴 떨림이 곧바로 전해져왔다.
<떡> 시작부터 강렬하다. 무섭지만 슬픈 이야기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p.7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다.
불길한 이야기가 될거란 나의 예상은 맞았다. 그 시절 가난한 하층민의 삶은 다 이랬을까? 사랑만 받기에도 모자랄 아이가 아빠의 폭력이 무서워 자고있는 척 색색 생코를 고는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먹는 것이 삶의 전부였던 시절, 배를 곯지 않으면 그것으로 다 였던 시절. 궁핍했던 삶 속에서는 정녕 아비의 정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걸까? 결혼한 두 언니들에게 항상 하는 얘기가 있다. 조카를 절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아무리 소설이고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그의 소설은 슬프다. 문장 하나 하나에는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지만 품고 있는 이야기에는 분명 슬픔이 가득하다. 김유정 작가 개인은 그저 덤덤히 그 시절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뿐이다. 그래서 더 슬프다.
얼마 전 엄마가 없는 틈에 라면을 끓여 먹으려다 발생한 화재로 초등학생 형제 두 명이 크게 다친 일이 있었다. 이렇게 풍요로운 시대인데 어떻게 그런일이 생길 수 있나 통탄스러웠다. 미성년자 아이들이 부모나 어른에게 학대를 당하고 배고픔에 굶주리고 일련의 이런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사회 보장의 한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K방역으로 세계적인 찬사가 쏟아지는 요즘이지만 어딘가엔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도 어려운 가정이 존재한다는 것, 그들에게 관심의 끈을 놓지 않을 것, 정부와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그 시절의 고단했던 우리 민족의 삶과 우리말의 우수성에 대해 알게된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 민족의 해학과 기지를 느끼고 싶다면 김유정 작가의 소설로 충분하다. 그의 작품은 한국단편소설 모음집이나 교과서에서만 봐왔는데 그가 쓴 소설만 한 데 모아 읽을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 책은 평생 소장해야겠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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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오랜만의 근현대단편소설이라 그런가.. 문체가 눈에 확 들어오지않고 무슨뜻인가 생각해보며 읽다보니 생각보다 손에 오래쥐고있었다. 작은책이라 금방 읽을줄알았는데 오래읽어서 구김도 많이가고 읽은자국이 많이 생겨서 그런가 더 마음이 간다. 떡 - 에? 아고 얼마나 배고팠을꼬 만무방 - 아니 그 삼을 찾는 그 능력으로 아내와 자식좀 먹여살리지 에잉~!!! 봄을 보고 어? 아는거다. 중고등학교때 배운게 생각나고 아내를 보고 에효ㅠㅠ 저런남편을 저리도 아내가 사랑하는데 남편은 왜 저렇게 표현할까 마음아프고 동백꽃보면서 중고등학교때 본 교과서가 생각나며 어멋// 괜히 부끄러워했다 생의반려를 보고 마음아파하다가 이 청년의 편지는...뭐지? 하고 따라지는 너무 재미있었다. 생의반려와 연결되지만 좀 더 아끼꼬의 시선에서 바라봐서 재미있었다. 땡볕은 보면서 모은 몇푼의 돈을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내를위해 쓰는것을 보고 애잔. 마음아팠다 동백꽃부터 점점 눈에 문체가 익어져서 그후로는 재미있어지고 빨리 읽게되었다. 책에는 그 시대가 담겨져있다. 그 시대의 분위기. 그들의 삶. 그들의 말투와 생각. 왜 교과서에 근현대사 소설이 나왔는지,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 성인이 되고 다시 읽어보니 아..이래서 교과서에 나오는거구나 라고 알게되었다. 그 시대의 문학을 더 보고싶어졌다. 다음에는 김유정과 같은 시대를 보낸 이상의 책을 다시 찾아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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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책을 받았을 때 딱 한손에 들어오고 가볍고 그래서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을 하는 나에게는 이 책을 읽으면 되겠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하였다. 김유정 작가님은 김유적 역이 있을 정도로 매우 유명한 작가님이시다. 더군다나...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면 언어영역을 준비하며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특히 봄봄과 동백꽃 작품은...! 사실.. 난 이과라서 내용은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그 작가님의 이름은 딱 기억이 났다. 하지만 책 메인 타이틀로 쓰인 떡이라는 작품 자체는 생소한 작품이었다. 그런 기대감에 한 장씩 책을 넘겨 읽어 보았다.
작품은 총 8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대중적인 봄봄과 동백꽃을 포함해서 말이다. 사실.. 요새 언어로 적어놓은 글들을 많이 읽어서 그런지 처음에는 사투리나 옛 말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한참을 읽었다. 그리고 줄거리도 눈에 확 하고 들어오지 않아서 좀 어려워 두번 세번 읽은 부분도 있어서 책의 두께에 비해 시간과 공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그 내용에 빠져들면 그 배경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다. 또한 데릴사위 명목으로 남의 아들을 머슴으로 들여 일을 하게 하거나 뱃 속의 아이가 유산된지도 모르고 또 수술을 하기 꺼려하는 모습등은 그 당시의 시대상과 생각을 현실감있게 표현했다. 1930년대를 살지는 않았지만, 그 삶이 어떤지 눈에 그려지게 하는 김유정 작가님의 언어는 정말 놀라웠다.
비록 29살의 짧은 나이에 생의 빛을 잃은 김유정 작가님이지만 이렇게 글과 자취는 오래남아 마음에 기억되는 것 같다. 10대의 내가 읽은 그 소설은 시험을 위한 공부였다면, 30대의 내가 읽는 이 책은 그 시대를 더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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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똥어머니가 옥이를 눈엣가시같이 미워하는 그 원인이 즉 여기다. 정말인지 거짓말인지 자세히는 모르나 말인즉 그년이 우리 식구만 없으면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어느 틈엔가 들어와서는 세간을 모조리 집어든다우, 하고 여우 같은 년, 골방쥐 같은 년, 도적년, 뭣해 욕을 늘어놀 제 나는 그가 옥이를 끝없이 미워하는 걸 어른 알 수 있었다.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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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이름이 김유정역. 이름만 알았지 그의 작품이나 삶은 몰랐는데, 작가 소개글을 보고 깜짝 놀랐다. 29세에 단명이라니. 폐결핵. 궁핍했던 일제시대에 나고 고생한 것으로 추측했지만 집안 내력을 보면 꼭 그렇진 않았다. 평균 수명이 짧던 시대인지라 이 책 작품에서도 나오지만 못먹고 질병으로 단명했던 것이다. 작가는 그 짧은 생애의 마지막 2년간 작품활동으로 불태웠다는 놀라운 소리에 한번더 먹먹해졌다. 어느 평론에서는 구수한 사투리와 아름다운 순 한국어 단어를 사용해서 글이 상당히 재미있다고 하는데, 현대 한글도 아니고 사투리에 걸려 읽는 속도가 더디고 흐름이 자주 끊어진다. 단편 8편으로 구성되어 <봄 봄>, <동백꽃>은 들어본 듯한 작품이지만 나머지 작품에 비해 그나마 분위기는 밝은 편이다. 그리고 일제시대 농촌사회의 가난과 피폐한 실상을 고발한 듯한 <떡>, <만무방> 작품은 암울한 시대 배경을 그대로 그려내었고, <따라지>, <땡볕>은 눈물겨운 이야기였다. 일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대화체로 흘러가는 스토리가 해학적인 대화로 끌고 가지만 바닥에 깔려있는 내용은 그렇지 못했다. 하층민들의 비참하게 고생하는 면이 눈앞에 그려지는데, 머리 한 구석에서는 즐거운 듯한데 딴 구석에는 슬프니 무슨 상황인지 혼란스러웠지만, 작품의 전개로 이중의 감정을 휘둘리게 하니 놀랍다. 아마도 김유정 작가 이름만 아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딴 '김유정역' 앞에 있는 '김유정 문학관'에도 가보고 싶다. 사족, 하도 사투리와 구한글 단어가 많아 오타인지 아닌지 헛갈린다. "어느 틈엔가 '동맹이'가 날아와 이마의 가죽을 '터친' 것이다." (p58)에서 '돌멩이', '터진'이 아닐까. 인터넷으로 찾아봐도 잘 모르겠다. '동맹이' 단어를 쓴 기사가 보인다. 이 작품 한글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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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봄, 동백꽃 하면 김유정. 고등학교 수능준비를 하면서 읽어 봤던 단편 소설을 20년이 지나고 다시한번 읽게 되었다. 현대소설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김유정작가의 단편을 모아놓은 이 소설책의 이름은 '떡'이다. '떡'은 배고파서 급하게 떡을 먹고 체해버린 '옥이'의 생존기라고 할 수 있겠다. 가볍게 술술 읽히는 소설이라서 정말 좋지만, 한가지 방해물이 있다. 원래 세로쓰기 작품을 가로쓰기로 옮겨서 인지, 아니면 그 당시의 문단 나누기가 지금과 달라서인지, 너무긴 문단이 책 읽기를 방해한다.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좋은 작품은 '봄봄'하고 '동백꽃'이다. 고등학교때는 수능을 위해서 그냥 읽기만 했는데, 나이를 먹어가니 그 당시의 시대상, 작가관 등 배경지식이 늘어가니, 정말 좋은 작품임을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사춘기였던 고등학교 때에는 '동백꽃'의 점순이와 주인공이 와닿았다면, 결혼을 못하고 있는 지금은 '봄봄'의 주인공과 점순이가 더 와닿는다. 그러고 보니, 김유정작가는 '점순'이라는 이름을 좋아했나 보다. 소설책 전체를 아우르는 내용중 하나가 '먹는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삶의질'의 시대이다. 이 책은 '삶의질'을 부르짓는 젊은 세대에게도 '먹는일'이 이렇게 중요했다고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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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유정의 봄봄을 무척 좋아해요. 유머가 넘치는 우리나라 대표 단편이지요. [떡]은 처음 듣는 작품명입니다. 봄봄을 비롯해 작가의 흔하지 않은 작품도 담은 작품집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떡'의 옥이는 아버지에게서 밥만 축낸다고 구박받고 속으로는 아버지에게 욕설을 퍼붓는 영악한 아이예요. 남의 집에서 떡과 음식을 잔뜩 먹고 배 아파 죽을 뻔하다 간신히 살아납니다. 그런 중에도 어디인가 형언치 못할 쓸쓸함이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삼십여 년 전 술을 빚어놓고 쇠를 울리고 흥에 질리어 어깨춤을 덩실거리고 이러던 가을과는 저 딴쪽이다. p.49
'만무방'에서 토속적이고 솔직한 풍자만 나오나 싶다가 농군이 강도로 돌변해 농군을 죽인 사연은 호러물이 됩니다. 동전 네 닢에 수수 일곱 되를 훔치고 탄로 날까 얼굴 껍질을 벗겼다는 흉악한 내용에 과거에도 이런 끔찍한 살인이 벌어졌구나 합니다. 응칠은 누군가에게 벼이삭을 도둑맞고 범인을 찾아 나서요. 노름방에서 늘 돈을 꾸어달라던 재성을 보고 의심하고 돌아서 나오는 데 돈을 날린 재성이 따라와 애원해 동전을 던져줍니다. 논에 보초선 응칠은 마침내 범인을 잡아요. 알고보니 동생 응오. 둘이 함께 농사지내니 "내 것 내가 먹는데"라는 말이 틀린 건 아니지요. 응칠은 화가 치밀어 응오를 때린 후 그를 업고 내려와요. '생의 반려'는 친구 명렬이 나명주에게 바치는 연서를 전달하고 답신을 받고자하는 친구가 화자로 나오는 이야기예요. 맹목적인 연심을 바치는 친구에 대한 안타까움과 매몰찬 명주에 대한 원망이 보여요. 명렬의 난봉꾼 형은 주색잡기로 유산을 탕진하고 가족을 괴롭게하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요. 과부가 된 누님도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들어 명렬에게 화풀이 합니다. 이 작품 속 명렬의 상황은 작가 김유정의 성장 과정과 흡사해요. 이것은 결코 흔히 말하는 그 연애는 아니었다. 그의 연애는 상대에게서 제 자신을 찾아내고자 거반 발광을 하다시피 하는 것이다. 물론 상대에게는 제 자신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p.123
명렬은 누님에게 학대받고 증오를 품으면서도 떠나지 않고 계속 명주에게 연서를 써요. 친구는 명주 대신 여동생에게 그의 마음을 거절하는 답신을 대필하게 해요. 마음이 성치 못한 누님을 떼어 내버리고 간다면 그의 뒤는 누가 돌보아주겠는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누님을 떨어져서는 안 되리라고 이렇게 다시 고치어 생각하였다. 말하자면 그는 누님에게 원수와 은혜를 아울러 품은 야릇한 동생이었다 p.163
이 소설집 속의 이야기들은 완전한 결론이 나지 않고 끝납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지만 답을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남아요.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 이것은 떡이 사람을 먹은 이야기다.
소설가 채만식은 '사백 자 원고지 한 장에 오십 전의 원고료를 바라고 그는 피 섞인 침을 뱉어가면서도 아니 쓰지를 못했든 것이다. 이렇게 해서 쓴 원고의 원고료를 받어가지고 그는 밥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폐결핵으로 투병하고 같은 병을 앓던 이상으로부터 동반자살 권유까지 받았던 김유정이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솔직하고 박력있는 문장을 읽을때면 기이한 기분이 들어요. 아무리 반복해 읽어도 매력적인 작품들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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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한번쯤은 읽어봤던 작가지만 아직 한 번도 읽어보지 못한 소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면 독자들에게는 큰 기쁨이다. 새로운 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작가를 더 잘 사랑할 수 있는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획된 이번 문득 시리즈에서 선보인 작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상, 프란츠 카프카,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작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번에 김유정의 소설을 만나고 나서 다른 작품들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높아졌다. 김유정이라고 하면 교과서에 실린 <동백꽃>의 저자로 꽃다운 스물아홉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여 더욱 안타까운 작가이다. 짧지만 강렬하고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을 선보여 그때 당시에도 주목을 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나는 존재감은 감출 수 없다.
책의 구성은 <떡>, <만무방>, <봄·봄>, <아내>, <동백꽃>, <생의 반려>, <따라지>, <땡볕>의 여덟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구수한 사투리와 순 한국어 단어를 사용하여 처음에는 다소 낯설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읽다보면 순 우리말의 매력에 푹 빠져들게 된다. 무엇보다 글이 너무 재미있다. 일제의 지배하에 암울했던 현실을 겪으면서도 이렇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글을 쓸 수 있었는지 김유정의 필력은 글의 희극적인 요소를 더해 맛을 살려내는 것 뿐만 아니라 비참했던 시대상을 은연중에 보여주는 표현법이 탁월하다. 소설의 특징이라고 하면 농촌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많다. 김유정 자신이 강원도의 농촌 마을에서 오랜 기간 동안 생활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동감 넘치는 글이다. 사실성과 향토성을 담고 있으면서 식민지하의 하층민들이 겪어야 하는 가난함과 고달픈 삶을 해학적으로 잘 그려내고 있다. <땡볕>, <따라지>에서는 공장 노동자, 카페의 여급과 같은 소외되고 고통 받는 도시의 하층민을 <동백꽃>, <봄·봄>에서는 지주의 횡포와 착취에도 저항할 수 없는 소작농의 생활을 역설적 해학의 세계로 잘 보여주고 있다. 글이 너무 재미있는데 반해 억압받는 민중의 삶은 너무도 처참한 현실이기에 웃고 있지만 눈에서는 피 눈물이 나는 아픔이 느껴지는 듯하다. 가슴 저 깊숙한 곳에서 아려오는 찡함은 어느 작품에서도 매 한가지이다. 이것은 지금에서야 소설로 읽히지만 그 당시에는 현실이였고 삶 그 자체였다. 김유정의 작품에는 이 땅의 언어 뿐 만 아니라 질긴 생명력과 흙내, 모진 삶의 한이 서려있는 듯하다.
<떡> 가난하여 먹을 것이 없어 아사 직전의 상태에 이른 어린 옥이는 우연히 개똥어머니를 따라가 나릿댁 음식 장만하는데서 떡을 얻어먹게 되는데 너무 오랫동안 굶은 탓에 주는 대로 받아먹다 그만 탈이나 버린다. 사람이 떡을 먹은 것인지 떡이 사람을 먹은 것인지 분간이 안 되는 상황을 주위 사람들은 그저 히히덕 거리며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식민지배하에 빈곤의 상황은 날이 갈수록 심각하였을 것이다. 어린 아이는 자신이 왜 굶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고 음식을 먹으면서 타인의 조롱 섞인 시선과 비웃음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맛있는 음식을 이리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데 어찌하여 같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리도 불평등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안톤 체호프의 <굴>이 떠올랐다. 가난으로 오는 결핍은 음식으로 배를 채우더라도 마음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 가난이 죄가 아니라 아이를 굶기는 어른들의 무능함이요 사회가 방관하고 무시한 상황을 만든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일 것이다.
<만무방> 응칠은 가난 때문에 마누라와자식과 헤어져 산으로 들로 다니며 자연인으로 날건달로 살아가지만 동생 응오는 소작농으로 정착해서 아픈 마누라와 살고 있다. 가진 것이라고는 몸둥아리 하나 뿐인 인생이라 죽어라 일만하고 살아가지만 나아진 것이라고는 늘어나는 빚뿐이다. 응오는 친구와 짜고 자신의 논에 벼를 누가 훔쳐간 것으로 소문을 내는데 형 응칠은 그것도 모르고 동생을 생각해서 밤낮으로 도둑을 잡아내려 하는데 그 도둑놈이 다름 아닌 동생 응오임을 확인하고 불쌍히 여겨 돈을 구할 다른 방도를 모색하게 된다.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가을에 추수하여 곡식을 거둬들이면 지주에게 받치고 남는 것은 낟알 몇 개. 열심히 일한 소작농의 애환과 궁핍한 삶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놀고먹는 형의 삶보다 못한 현실. 형과 아우의 대비되는 현실이 비극적인 상황을 더욱 극명히 나타내준다. 어떤 방법으로도 궁핍하고 가난한 현실을 탈피할 방법이 없는 농민들의 삶. 살아있음이 곧 고통이요 지옥 같았음을 알 수 있다.
<따라지> 따라지의 사전적 의미는 보잘것없거나 하찮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나 물건을 속되게 이르는 말. 소설 속 인물들을 지칭하는 단어인 듯 싶다. 셋방살이하는 인간 군상들과 주인집의 신경전을 재미있게 그려냈다. 세 들어 사는 사람들 어느 하나 제때 방세를 내지 않아 주인은 답답하기만 하고 방세를 받기 위해 여러 가지 묘책을 세우지만 매번 허망하게 실패하고 만다.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의 능청스러운 대응과 절대 굴리지 않는 호방함이 주인을 더욱 당혹스럽게 만든다. 가진 것 없고 내세울 것 없지만 가난함에 당당하고 좌절하지 않는 모습이 멋있게 그려진다. 요즘에 말하는 갑과 을의 관계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상황이 유쾌하고 재미있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제일 많이 알려진 <동백꽃> 이외에도 이렇게 재미있고 훌륭한 작품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제라도 알게 된 것이 기쁘다. ‘한국 단편 문학의 결정체’라 평가 되는 김유정의 숨겨진 보물들을 발견한 느낌이다. 그가 조금만 더 오래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은 작품들을 많이 선보였을까? 남겨진 작품들을 더 찾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대가 다르지만 같은 시간 흐름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하다. 방식이 조금 다를 뿐 우리는 그가 살아낸 삶의 연속일 뿐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인간의 삶과 모습들이 낯설지만 부자연스럽지 않나보다. 그를 통해 시대 초월적 한국 문학에 대한 우수성을 발견하였고 한국 문학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난 듯싶다. 스피리투스의 문득 시리즈가 더욱 궁금해져서 찾아 읽어봐야겠다. 한국 문학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역사적으로 역경과 고난을 뚫고 살아온 끈질긴 민족의식이 그대로 반영된 독자적인 작품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투박하면서도 특유의 서정적인 감수성을 지니기도 하고 유쾌한 캐릭터와 흡입력 있는 스토리가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도 재미있게 읽힐 것 같다.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읽고 쓴 개인적인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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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시간에 배웠던 <봄봄>, <동백꽃>을 다시 보니 새롭다. 데릴사위가 되려고 들어와 놓고는 죽어라 일만 하는 어수룩한 청년과 이제 막 이성에 눈을 뜬 소녀와 눈치 없는 소년은 언제 봐도 정겹다. 김유정은 처참한 시대를 살면서 어떻게 이런 글을 써냈을까. 나라는 잃었어도 산에는 꽃이 피고 사람들은 일상을 이어가던 시절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다니. 마을마다 다른 분위기와 말투를 살려내고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솜씨를 누가 이만큼 따라 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그저 행복하게만 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이 시대는 그리 살기 좋은 때가 아니었다. 소설집에 실린 몇몇의 단편에는 일제 시대의 상황이 조금씩 드러나고 헐벗고 굶주린 농민들의 처참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아궁이에 불을 때지도 못해 냉방에서 몸을 움츠리고 잠을 청하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열심히 농사를 짓지만 지주가 이것저것 다 제하고 나면 거의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소작농들의 처지나 갈수록 빚만 쌓여 어쩔 수 없이 부부가 헤어져 살길을 도모하는 곤궁한 삶이 퍽 애처롭다. 김유정은 29세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많은 작품을 남겼다고 한다. 작가로 생활한 5년 동안 수필, 편지, 번역 소설, 소설을 합해 50여 편이나 되는 작품을 썼으니 잠잘 시간이나 있었을까. 일찍 세상을 뜰 걸 예감이라도 했던 걸까. 이 책에는 단편 8편이 실렸는데 '원래는 사람이 떡을 먹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떡>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떡이 사람을 먹는 이야기가 얼마나 흥미로운지 모른다. 끼니를 챙길 때보다 거를 때가 많은 어린아이가 어쩌다 부잣집에 가서 떡을 먹다가 사경을 헤매는 모습이 딱하다. 빈속에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밥과 국과 떡을 보면서 말릴 생각은 않고 옆에서 부추기며 재미를 느끼는 어른들은 죄책감이 없는 듯하다. 이들은 어쩜 이렇게 아이를 하찮게 여기는지. 그 시절 아이를 대하는 시선이 어땠는지는 이 소설집만 읽어도 알 수가 있다. 아이가 배가 고파 우는데 시끄럽다고 때리는 사람도 있고 입 하나 덜 목적에 다른 집에 식모로 보내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지금과는 아주 많이 달랐던 시절이구나 새삼 느낀다. 새벽부터 밤까지 일을 하고 근근이 연명하던 사람들이 아이를 다정하게 대할 여력이 없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노동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만 가치를 매기다니. 가장 약한 존재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이들은 몰랐을 테다. 어쩐지 계속 애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