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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는 인간이 지향할 바를 제시한다. 팬데믹이라는 재난과 맞닥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카뮈는 제사(題詞)에 '한 가지의 감옥살이를 다른 감옥살이에 빗대어 대신 표현해 보는 것은, 어느 것이건 실제로 존재하는 그 무엇을 존재하지 않는 그 무엇에 빗대어 표현해본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합당한 일이다.'라는 다니엘 디포의 말을 옮겨 적으면서 비록 이 책에는 팬데믹으로 표현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닥친 모든 부조리한 일들에 대한 저항임을 명시한다.
서술자인 리유는 어린 시절의 가난과 의사가 된 뒤 목격한 많은 죽음을 보며 세계가 이치대로 흘러가지 않음을 자각했다. 그는 페스트가 오랑시를 덮은 10달 동안 한 사람의 몫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많은 일을 해내지만 결코 자신과 같은 사람이 영웅시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한다. 매일 성실하게 자신의 몫을 해내며 자신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 봉사를 통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넓혀가는 그랑 같은 사람이야말로 재난이 닥친 시기에 영웅 대접을 받기에 마땅한 사람이라고 리유는 말한다. 리유가 주목하는 사람은 또 있다. 취재차 오랑 시에 왔다가 갇힌 신문기자 랑베르. 그가 오랑 시를 탈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며 리유는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은 타인을 위해 헌신하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랑베르를 인정하는 리유의 모습은 성인 같다. 랑베르는 이런 리유의 헌신성에 감화 받아 혼자만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보건대에 합류해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넓혀갔다.
그랑과 랑베르는 재난을 겪으며 전보다 더 인간에 대한 애정을 넓힌 사람들이다. 그들은 살아남았고, 이들의 행보 덕분에 세계는 여전히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잃지 않아도 되었다.
등장인물 중에는 살신성인을 실천한 사람도 있다. 랑베르처럼 우연히 오랑 시에 들어왔지만 재난이 닥치자 누구보다 앞장서 대항한 인물이다. 어린 시절 판사 아버지가 사형을 언도하는 모습과 성인이 된 후 사형 장면을 본 타루는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사형 제도를 없애야한다고 믿는다. 그는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보건대를 조직한다. 자발적인 봉사조직은 월급으로 움직이는 공무원들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해 오랑 시를 안정시키는데 일조를 한다. 하지만 페스트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타루는 페스트로 사망한다. 마음의 평화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사람 사이를 떠돌던 타루는 리유라는 최고의 친구와 함께 오랑 시민들을 위해 헌신한 뒤 평화롭게 생을 마감한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정직하지 않다. 슬픔이 한 사람에게 몰아서 오기도 하고, 단지 자신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싶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닥치기도 한다. 까뮈는 이런 부조리한 세상에 노예처럼 억압당할 것이 아니라 반항함으로써 우리의 존재 의미를 찾자고 말하고 있다.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며 누구도 인간을 해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까뮈의 이야기는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페스트』는 사실 좀 지루한 부분이 있다. 빅토르 위고가 쓴 『장 발장』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배울 것이 많은 학생들이 읽기엔 지루한 내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 만화 『페스트』는 궁금하긴 하지만 책을 펴기에 부담스러운 학생들이 읽기에 좋다. 원본에 충실한 것은 물론 아직 배경지식을 담아야 하는 학생들이 따로 검색해보지 않아도 지은이나 페스트, 책을 쓴 배경 등을 정리해 놓은 자료가 삽입되어 원작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만화를 읽고 난 뒤 원작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