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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행은 좋은 여행이 아니다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행은 좋은 여행이 아니다" 내용보기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 재직 중인 한국근대사 전공 정병욱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이 책은 저자가 국편 근무 당시 식민지기 경성지방법원 형사사건 기록을 보다가 발견했던 네 명(또는 집단)의 기록에서 그들의 행적, 나아가 식민지기 삶의 일단을 그려낸 글이다.사료에 바탕한 팩트와 그 팩트들을 잇는 저자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인해 저자의 말마따나 식민지기 여행이 충분히 생생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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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에 재직 중인 한국근대사 전공 정병욱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이 책은 저자가 국편 근무 당시 식민지기 경성지방법원 형사사건 기록을 보다가 발견했던 네 명(또는 집단)의 기록에서 그들의 행적, 나아가 식민지기 삶의 일단을 그려낸 글이다.

사료에 바탕한 팩트와 그 팩트들을 잇는 저자의 역사적 상상력으로 인해 저자의 말마따나 식민지기 여행이 충분히 생생하고 현실감있게 복원되고 있다.


저자가 복원해낸 인물 또는 집단은 총 넷이다.

첫째는 시골 출신으로 독립을 열망했던 경성중 엘리트 유학생 강상규,

둘째는 자소작농으로서 식민지권력에 반항적이었던 김영배,

다음은 1930년대 서울 도시화 과정의  경제적 갈등을 반영하는 신설리패와 중국인 노동자,

마지막으로 식민지교육에 모욕을 느꼈던 교사 홍순창과 소학교 학생 김창환과 그 친구들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의미에서 불온을 시도하고 드러내고 있다.

하나는 식민지 유산으로서의 불온이다. 중일전쟁 이후 치안유지법으로 조선인의 사상까지 통제하고자 했던 일제당국의 망에 걸린 불온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었을까? 책은 네 사례를 통해 당시의 불온사건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어떠한 것도 책을 읽기 전 생각했던, 우리가 지금 시대의 관점으로 간주하는 인상과는 적잖이 다르다.

다른 하나는 방법으로써의 불온이다. 저자는 동료 연구자마저 보다 비중있는 인물, 사건을 연구하라고 관심을 두지 않았던 식민지기 소시민들, 작은 사건을 파헤치고자 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에서 민주주의란 이름 없고 역사 없는 사람들에게 제 이름과 역사를 찾아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머리말 중 인상깊었던 구절을 옮겨둔다.

"식민지 시기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역사 전쟁' 지역이다. 그렇다고 실제 다칠 일은 없고 귀환은 보장된다. 그러니 때론 과감히 헤매고 다른 길로 가보기를 권한다.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행은 좋은 여행이 아니다."

길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여행은 좋은 여행이 아니다. 비단 이 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인생 전반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여러 모로 많은 이들이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이다.

l*******j 2013.09.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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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고 우등생 강상규는 왜 '불온'한 이중생활을 택했나
"명문고 우등생 강상규는 왜 '불온'한 이중생활을 택했나" 내용보기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정병욱이 쓴 <식민지 불온 열전>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에 의해 '불온'하다는 평가를 받은 여러 사람의 일생을 늘어 놓은 '열전'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을 다룬 책인 만큼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색채가 짙지만, 경성 유학생 강상규, 자소작농 김영배, 중국인 숙소에 불을 지른 신설리(지금의 신설동) 패, 소학교 벽에 조선인을 차별하는
"명문고 우등생 강상규는 왜 '불온'한 이중생활을 택했나" 내용보기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부교수로 재직 중인 정병욱이 쓴 <식민지 불온 열전>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제에 의해 '불온'하다는 평가를 받은 여러 사람의 일생을 늘어 놓은 '열전'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을 다룬 책인 만큼 기본적으로 역사적인 색채가 짙지만, 경성 유학생 강상규, 자소작농 김영배, 중국인 숙소에 불을 지른 신설리(지금의 신설동) 패, 소학교 벽에 조선인을 차별하는 일본인 교장을 비난하는 낙서를 한 김창환 등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보통 사람들의 독립 운동'을 다룬 책이라서 새롭고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는 강상규라는 인물에 관한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전라북도 옥구 출신(호적상 1922년생)인 그는 부농의 아버지를 두고 머리가 명석한 덕에 당시 최고 명문교(校) 경기공립중학교에 입학, 학급에서는 부급장을 맡고 성적은 전교에서 5등에 드는 모범생이자 수재였다. 일제에 충성하는 관료나 기업가로 키워질 운명이었던 그는 사실 조선의 독립을 누구보다 열망하는 '불온' 청년이었다. 학교에 입학한 목적도 '적국 정찰'이었고, 친구를 사귈 때에도 독립 운동을 함께할 동지를 가르듯이 했다. 심지어는 급우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해서 독립 운동을 함께할 의향이 있는지를 물었다. 결국 그것이 발각되어 징역을 살게 되었다. 나는 그의 이야기를 읽으며 10대 후반의 소년이 어떻게 그토록 비밀스럽게 모범생과 불온 청년의 '이중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었는지, 그리고 명문고 졸업생이자 엘리트로서의 안정된 삶을 버리고 체제에 반항하는 선택을 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강상규의 이중생활은 일기를 통해서 잘 드러난다. "권력이 개인의 몸을 길들이는 여러 다양한 기법과 전술을 통틀어 '규율'이라 하는데, 규율에 주로 동원되는 세 가지 주요 수단이 관찰(감시), 제재, 시험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이 관찰이다. (중략) 학교는 학생의 마음과 방과 후 생활까지도 관찰하기 위해 일기를 쓰게 하고 제출토록 했다. 강상규는 두 종류의 일기를 썼다. 학교에 제출하는 '학생 일기'와 자신만 보는 '개인 일기'. 먼저 '개인 일기'를 쓰고, 그중 군데군데를 골라 일본어로 '학생 일기'를 적어 제출하는 식이었다. (중략) 이쯤이면 권력에 길들여져 '정상화'되는 개인과 다른, 자신을 스스로 주체화하는 개인을 상정해도 되지 않을까. 권력의 '규율화'에 맞서서 스스로를 '개체화'하는 개인. '개체화'도 관찰로부터 시작하며, 그 결과물이 '개인 일기'다." (pp.42-4) 일부러 두 개의 일기를 작성해서 스스로를 '공적인 자신'과 '사적인 자신'으로 구분했다는 것도 인상적이지만, 일제가 학생들의 생활과 생각까지 감시하려 했고, 그 수단이 일기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90년대에만 해도 일기 쓰기 숙제가 있었다. 저학년 때는 몰랐는데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선생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왠지 부끄러웠고 숙제가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학급 임원이자 모범생으로서 일기도 모범이 되게 써야한다는 '자기검열'이 그 때부터 시작되지 않았나 싶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는 일기 쓰기 숙제가 없어서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고등학교 때 교지편집부 생활을 하면서 비슷한 감정이 다시 들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기사를 쓰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원하는 기사, 선생님들이 좋아하고 칭찬할 만한 기사를 써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글을 쓸 때 자기 검열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후 대학에 입학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어떤 글인지 보다 뚜렷하게 알게 되면서부터는 자기 검열을 덜 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인터넷에 올리는 글도 누군가에 의해 관찰되고 감시된다고 생각하면 여전히 불편하다. 강상규는 진작에 일기의 의도를 알아채고 두 개의 일기를 썼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니, 안타깝다고 해야 하나.



그렇다면 10대 후반의 소년 강상규로 하여금 일기를 비롯한 여러가지 수단을 통해 이중생활을 이어가게 만든 동인은 무엇일까? 저자는 먼저 그가 어린시절 서당에서 한학을 배웠고 동네 노인들로부터 유충렬전, 조웅전 같은 영웅전을 자주 들었다는 것을 든다. 영웅전 하면 보통 민족주의로 연결짓는데, 저자는 강상규의 경우 영웅전을 통해 민족주의뿐 아니라 개인주의도 키웠다고 분석한다. "개인이 자신을 스스로 규정하고 실현한다는 식으로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근대사회에 들어와서의 일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제반 조건을 만들고 이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노력을 경주한 것도 근대사회에 들어와서다. 근대 개인이 이러한 자아실현의 꿈을 키우고 그 실현 방법을 배우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위인전이다. 개항기나 일제 시기에 영웅전이나 위인전이 많이 읽혔던 것은 민족주의뿐만 아니라 개인주의와도 관련이 깊다고 생각한다." (p.30) 이러한 개인주의 성향은 그로 하여금 독립운동에 바로 발을 들이지 않고 학교에서는 모범생으로 살아가는 이중적인 생활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이러한 개인주의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치는 이타주의로 나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강상규의 경우를 보면 회의적이다. "그는 독립운동을 해서 자기 이름을 날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판사가 왜 독립을 희망하는지 묻자 "훌륭한 정치가가 되고 싶고, 그러자면 조선을 독립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대답했다. 조선을 독립시켜야 된다고 생각한 주된 이유가 무엇이냐는 물음에도 "조선에서 내가 마음대로 정치를 해보고 싶다"는 점을 하나의 이유로 댔다. 이때 민족은 입신출세와 자아실현의 장이다." (pp.80-1) 즉 독립 자체를 목적으로 본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치가가 되기 위한 수단으로 독립운동을 택한 것인데, 이는 그가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할 때에도 훌륭하게 일제에 전향한 모습을 보였고 출소 후 뚜렷한 행적을 보이지 않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강상규라는 청년의 이야기는 생전 처음 듣는 것이라 새롭고, 저자의 분석에도 인상적인 부분이 많았지만, 다 읽고나니 그 어떤 교훈이나 생각보다도 슬픔이라는 감정이 강하게 남는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그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기에, 친구들과 어울려 놀고 이성에 눈을 뜨고, 밤새워 공부하고 놀기도 하면서 지내도 모자랄 그 시기에, 공적인 자신과 사적인 자신을 구분하며 비밀스럽게 살아간 그의 삶이 너무나 가엾고 불쌍하다. 또 한편으로는, 더 이상 어느 나라의 식민 치하가 아닌 지금도 모종의 권력이나 체제에 의해 길들여지고 억압되고 감시당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국가 권력만이 아니라, 우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기업 권력, 학교 권력, 가정 권력, 사회 권력, 또래집단 권력 등 수없이 많은 권력의 지배에 노출되어 있다. '불온' 청년 강상규는 그것을 알고 사느냐, 모르고 사느냐의 차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인물이 아닌가 싶다.


j****y 2013.09.0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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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로 떠나는 히치하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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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로 떠나는 히치하이킹을 하고 싶다면, 감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려대 정병욱 선생이 내놓은 ‘식민지 불온열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여행 안내서와 같은 역사책이다.   우리는 흔히 일제시대에 대한 시대상을 ‘지배’와 ‘저항’, ‘친일’과 ‘항일’, ‘근대’와 ‘폭력’ 등의 대립항(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대립항)들로 그 시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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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로 떠나는 히치하이킹을 하고 싶다면, 감히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고려대 정병욱 선생이 내놓은 식민지 불온열전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유여행 안내서와 같은 역사책이다.

 

우리는 흔히 일제시대에 대한 시대상을 지배저항’, ‘친일항일’, ‘근대폭력등의 대립항(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대립항)들로 그 시대를 떠올린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란 것이 그렇게 딱 갈라진 지점 속에서만 살아올 수 있었을까? 정병욱 선생의 불온열전은 바로 그 사이에 위치했던 식민지의 실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불온열전이라고 이름붙여진 이 책에서 다루는 대상은 독립을 꿈꾼 경성유학생, 사랑방에서 불온한 수다를 떨었던 자소작농, 중국인에 대해 폭력을 행사했던 신설리패, 졸업식날 불온한 낙서를 남긴 어느 시골학교 소학생들이다. 그들은 거대한 역사 속에 크게 이름을 남긴 적 없었던 그냥 나 자신, 혹은 내 옆의 누군가일법한 한 사람이다. 이들의 삶을 드러내는 것을 통해서 우리는 식민지시대를 보다 가깝게 느끼고 상상할 수 있으며, 현재의 우리 삶에 대해서도 다시 상상할 수 있게 되는건 아닐까 

 

 

 

책 겉표지에 적힌 미친 생각이 뱃속에서 나온다는 자소작농 김영배의 일갈은, ‘불온이란 것이 어디로부터 나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머리로부터 나오지 않고 뱃속에서 나온다는건, 무언가 이성적이라기보다는 보다 감각적으로, ‘즉흥적으로, 하지만 그것이 자율신경적으로 발산된다는 느낌을 갖게 만든다. 머리로 이상이 있다고 알아채기 이전에 몸에서는 감각적으로 식민지시대의 지배와의 불화를 느끼고 반응했던 것은 아닐까? ‘불온하게되는 것은 어떤 이성적 판단에 기초한 행동이라기보다는, 견딜 수 없는, 감정적인, 그래서 현대의 근대적사회에서는 주저하지만, 하지만 나 자신에게는 보다 솔직하고 정직해, 실제로는 더 제대로된 신체의 반응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의 중요한 키워드 불온을 저자는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태도나 기질이라고 설명한다. 그러한 태도는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를 조금이나마 깨고 나올 수 있는, 미래를 위한 자산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뤄진 주인공들 중 대다수는 분단과 전쟁이라는 역사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불온을 상실하거나, 죽음으로 치닫았다. 이를 두고 저자는 분단과 전쟁이 우리 사회의 불온, 미래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불온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저자의 불온에 대한 분석은 현재 우리가 불온을 어떻게 대하고 자신의 태도를 어떻게 삼아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든다. 과거의 불온에 안주하기 보다는 현재 어떠한 불온을 만들어낼지에 대해 고민하라고 살며시 권하고 있다. 또다시 촛불이 빛나가는 2013년의 여름날, 통치권력이나 기존 질서들이 우리의 삶을 불온이라고 이름붙일지라도, 실은 우리 사회의 미래이자, 새로운 혁신의 계기는 그 불온속에 깃들어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c****3 2013.08.2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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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내면을 깊게 파고들며 식민지 말기 조선인의 삶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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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라고 하면 대체로 저항과 친일의 형상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친일과 저항은 식민지라는 현실의 문제와 모순을 잘 드러내주지만, 그것이 식민지 사회를 모두 드러내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 역사가 말해주듯이 일반 사람들이 체제에 저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민족에 지배를 당하고 있는 식민지 현실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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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시대라고 하면 대체로 저항과 친일의 형상들이 많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친일과 저항은 식민지라는 현실의 문제와 모순을 잘 드러내주지만, 그것이 식민지 사회를 모두 드러내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그렇고, 과거 역사가 말해주듯이 일반 사람들이 체제에 저항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이민족에 지배를 당하고 있는 식민지 현실에서는 두말할 것도 없다. 이 책은 어찌 보면 평범한 것으로 보이는 일반 사람들의 내면을 들여다보고자 했다. 경성으로 유학 온 시골학생, 시골에 머물다가 장터에 읍내 구경을 돌아다녔던 농민과 같은 인물, 그리고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들은 한편으로는 ‘불온’하다는 혐의를 받고 일제 식민권력에 붙잡혔기에 저자를 통해 우리들 앞에 등장할 수 있었다.

 

‘불온’하다는 것이 뭘까? 그것은 통치자, 지배자의 시선에서 마땅치 못한 어느 감정이 포함되어 있는 용어다. 저자는 그러한 ‘불온’함을 일상적인 불평불만 속에서 잡아내고 있으며, 일상생활이라는 차원에서 식민지 사회가 포착된다. 일상적인 불평불만이 그때뿐이었을까? 물론 아니다. 하지만 불평불만이 포착될 수 있었던 것은 식민지 통치권력이 전시체제기라는 극도의 상황, 권력의 힘이 ‘내선일체’를 표방하면서 개인의 일상생활에까지 촘촘하게 통제를 가했던 상황 변화에서 가능했다.

 

저자는 지배권력의 시각이 듬뿍 담긴 법원의 형사사건 기록을 파고들면서, 그 이면의 여러 가지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두고 추리소설과 같이 개인의 내면을 파고들어간다. 그래서 글은 자칫 딱딱할 것 같으면서도 잘 읽히는 편이다. ‘잘 읽히는’ 과정에서 식민지 말기 조선인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식민지 말기 강제동원과 일상적 차별이 더욱 심해지던 공간에서 식민지 치하에서 살던 일반 사람들은 대체로 고단한 삶을 묵묵히 감내해야 했다. 하지만 그 감내의 이면이 여러 차원에서 가능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하나인 경성유학생 강상규의 경우 일제의 지배에 대한 역겨움을 갖고 있으면서도 입신출세를 위해서라도 학교생활은 모범적이었다. 또 입신출세는 독립된 세상에서 더 잘 될 것이라는 희망도 갖고 있었다. 학적부에 기록된 ‘모범’적인 강상규의 삶은 겉으로 보면 체제의 말을 잘 따르고 협력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따로 기록한 일기에는 일제에 대한 비아냥과 분노가 점철되고 있었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저자는 모범과 불온의 동거, 개인의 이중성을 잘 그려내고 있다. “정치나 운동이 아닌 삶의 공간에서는 불온과 순응의 모호한 공존이 일상적”(236쪽)이었다고 저자는 평한다. 불온과 순응이 공존한다는 차원에서 식민지 사회는 ‘저항과 친일(협력)’을 넘어서서 다채로운 식민지 사회로 바뀐다. 또 개인 차원에서 양자가 모두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렇게 식민지 사회의 다채로움, 그리고 그 사회를 살아갔던 사람의 디테일하고 복합적인 모습을 그려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 아닐까 한다.

 

여담이지만 이런 말을 덧붙이고 싶다. 저자가 얘기했던 것처럼 불온은 저항의 뿌리가 될 수 있다. “불온이 없는 사회에서 독재는 시작된다.”(242쪽) 많은 사람들을 ‘불온’하게 만드는 세상은 결코 좋은 세상이 아닐 것이다. 한편으로 ‘불온’함이 안 보이는 사회, 막혀 있는 사회 역시 바람직한 사회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불온함이 가능한가. 어떤가?

k******a 2013.09.3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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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같은 혀를 날름대는 불온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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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대체로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대표적이었던 인물과 사건을 공부한다. 이제껏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상의 인물들은 대체로 정치인, 군인, 경제, 종교인 등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아니라면 그 시대를 설명해낼 수 없다는 일종의 '터부'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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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시대의 흐름을 알아가는 과정이고,

대체로 그 시대를 알기 위해서는 가장 대표적이었던 인물과 사건을 공부한다.

이제껏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상의 인물들은 대체로 정치인, 군인, 경제, 종교인 등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이었고

그들이 아니라면 그 시대를 설명해낼 수 없다는 일종의 '터부'가 존재했었다.

 

하지만 저자는 역으로, 식민지시기 범죄자였던 조선인들에 대하여 면밀하게 탐구하고 생기발랄하게 표현한다.

'불온'은 부정적인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시대에 불온했던 인물들은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오히려 애국적, 민족적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에서부터 저자는 '불온'이 가지고 있는 시대적 의미를 파악하고 시대의 균열을 보여주는 상징으로 대단히 열정적이었던 몇 사람들을 찝어서 보여준다.

 

이들은 우리의 옆집에 살고 있는 누군가이다. 불온이 너무나 평범하고 도처에 깔려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저자는 논증적 글쓰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상상도 해보고, 추측도 해보고 있다.

덕분에 학문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을 법한 인물들은 저자의 손가락 위에서 다시 살아난다.

저자가 다루는 인물들을 생생하게 접할 수 있는 것에는 그들이 살았던 곳을 답사해 보여주는 사진자료와 생존해있는 이웃주민들의 증언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저자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불온했던 인물들의 뱃속에서부터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끄집어 보인다.

그리고 말한다. 식민지시대에 많았던 불온한 사람들은 해방 후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사라져 버렸다고.

불온이 없는 세상에 독재가 온다고.

그가 말하는 불온은 가만히 있는 상태에서 낙인찍힌 불온이 아니라, 불같은 혀가 날름거리는 불온이다.

지금 우리 주위에는 어떠한 불온들이 존재하고 있을까?

 

저자의 한마디는 가볍게 휙휙 넘기던 책장을 몇 분이나 붙잡고 있게 만들었다.

 

a*********n 2013.09.13.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