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정말 '진짜 여자가 되는 법'에 관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여자로서의 입장과 견해를 여과 없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나는 아직도 어떻게 하면 여자가 될 수 있는지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 아직까지 10대 자녀들을 다뤄본 적도 없고, 사별한 가족도 없으며, 폐경을 겪지도 않았고, 직업을 잃은 적도 없다. 아직도 다림질을 못하고, 수학은 젬병이고, 운전도 잘 못한다. 내가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은 아직도 수백 만 개나 남아 있다. 어쩌면 수십억 개일 수도, 수백억 개일 수도 있다. 앞으로 이토록 많은 것들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면, 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와도 같다. 아직도 난자에 지나지 않는 모양이다.(413~414쪽)
그녀는 아마도 마돈나에게서 영향을 받았음직한 섹슈얼리티에 대한 개방적인 태도(그녀도 본문에서 이에 대한 힌트를 고백하고 있다)로 해박한 지식과 솔직한 입담을 거침없이 펼쳐 보인다. 결코 짧지 않은 이야기를 일사천리로 휘몰아간다. 읽는 내내 골치 아프고, 숨 가쁘다. 하지만 그녀 특유의 재치와 독특한 관점은 때로 박장대소하게 만드는가 하면, 무릎을 치게도 만들었다. 여자가 포르노를 만들면 어떨거라는 둥, 다리 면도와 브라질리언 왁싱 이야기, 도끼자국(camel toe)에 대한 걱정, 쿠거(cougar, 연하남을 찾아다니는 여자)에 대한 언급 등등…. 왜 진작 우리 여자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하지 못했을까 하는 놀라움마저 일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그녀가 기자로 방송인으로 활동하면서 경험한 이야기와 지식들을 마치 바닥에 한꺼번에 슈팅스타 알갱이들을 흩쳐 놓은 듯 싶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낯선 영국의 문화와 고유명사들, 그리고 인용된 책과 노래의 제목들이 마치 허들처럼 버티고 있어서 잘 피해가야만 했다. 걸리는 날에는 진도가 언제 나갈지 몰랐으니까. 나는 그녀가 셋째를 낙태했던 경험에서 약간 울컥했다. 본문에서 들려주는 일화는 다음과 같다. 마침내 작업을 마친 의사가 손을 빼내자 나는 원치 않게도 '아악'하는 소리를 내뱉는다.
"봐요!" 그가 동요 없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다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내 몸속에서 나온 내용물들이 들어있는 접시를 내려다본다. 그는 뭔가 흥미롭다는 듯 멀리 있던 동료를 부른다. "이걸 좀 봐!" 그가 접시를 가리키며 말했다. 둘이 함께 웃으며, 접시를 치우고, 장갑을 벗는다. 그리고 손을 씻기 시작한다. 하루일과가 이제 끝났다. 나는 그들에게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고 싶지 않다.(393쪽)
양혜원은 유산이든 낙태든 죽은 아기를 씻겨서 좋은 옷을 입혀 엄마 품에 안겨주고 제대로 아기와 이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후회와 심리적 후폭풍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기를 맞을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도 그때 용기를 내어 아이를 보게 해달라고, 안게 해 달라고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 고백한다.(33쪽) 케이틀린 모란, 그녀가 당시 어떠한 심정이었을지 짐작이 간다. 그 의사들 그렇게 하면 안 되었다. 비록 흉측했을 수도 있는 낙태 태아를 보여줄 필요까지는 없었다하더라도 동료 의사를 불러 함께 웃는 무례함은 너무 천박해 보이기조차 하다. 그녀가 당시 어떤 상처를 받았을지는 그 상황을 묘사한 구절에서 엿볼 수 있다. 그녀가 낙태시술을 받았던 곳은 에섹스에 위치한 골더스 그린 병원(실명!)이었다. 그녀는 "스와핑이 성행하고, 가슴 큰 여자들이 운영하는 깔끔한 사창가가 있을 법한 교외지역"으로 묘사하면서, "병원은 빅토리아 시대의 하숙집을 연상시킨다."고 음침하다 못해 사창가로 묘사하고 있다.(389쪽) 저자는 '우리에게는 어떤 롤모델이 필요한가?'에서 자신의 가슴과 자기 아이들까지 끌어들여 돈을 벌고 있는 케이티 프라이스에 대해 단호히 거부한다. 오히려 그녀는《섹스(sex)》에서 보여준 마돈나의 선구자적인 태도에 열광하고, 팬들에게 새로운 공간을 열어 보여준 레이디 가가에게 지극한 찬사를 보낸다. 아싸라비아!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이룩하는 여성 롤모델들이 매달 늘어나고 있지만, 우리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아야 한다. 우리가 그들에 대해 읽거나 말하는 내용들이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거나 '진지한 논의'인가? 아니면 그저 전 세계의 언론들이 양산하고 있는 쓰레기 같은 기사들인가?(375쪽)
열 세 살의 나는 울버햄튼의 내 방 침대에서 여자가 되는 데 필요한 정교한 기술들을 습득하려고 낑낑거렸다. 나는 공주님, 여신, 그리고 뮤즈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렀고, 나는 내가 진짜로 되고 싶은 것을 깨달았다. 다름 아닌 한 사람의 인간, 유능하고, 정직하며, 예의바르게 살아가는 인간, 평범한 한 인간, 나는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하지만 물론, 헤어스타일은 언제나 근사해야 한다.(429~430쪽)
그래서 저자는 그동안 여자들의 문제라서 거의 여자끼리 소곤소곤해 왔던 것들을 공개적으로 오픈한 것인지도 모른다. 마치 두 살 아래 여동생 캐즈에게 그 비법을 전수해 주듯이 말이다. 참고로 옮긴이 고유라의 후기도 일독할만하다. 그녀의 후속 편이 벌써 기다려진다! ^^ |
|
여혐... 이라는 말이 요즘 완전 유행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보다 비교적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1/3의 여성이 성추행 경험이 있다고 하고, 독일에서는 97년까지 부부간 강간이 합법이었다고 하고.. 끔찍해서 정확한 통계는 못 가져오겠지만 한국에서도 전, 혹은 현 파트너에게 살해당하는 여성이 많다고 하죠... 저도 싸가지 없는 짓 많이 하고 살았다 보니 "십년 후엔 어떻게 살고 있을 것 같으세요?" 하는 질문을 받으면 한창 연애에 대해 염세적일 때는 "글쎄... 어느 야산에, 한쪽 다리는 저기 야산에... 묻혀 있지 않으면 다행이겠죠...?" 하는 식의 대답을 하곤 했었는데 이게 '일부' 현상은 아니라는 게 함정. 지은이 케이틀린 모란은 영국의 노동자계급 8남매 중 장녀로 태어나 십대 시절부터 음악평론가 생활을 했고, 소위 '발랑' 까진 여성으로 살아왔어요. 하지만 24살에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고, 세번째 아이를 낙태했죠. 그 경험들을 하나도 숨기지 않고 털어놓습니다. 여자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그리고 '뚱뚱한' 여자로 살아가는 게 어떤 건지, x같은 연애를 하는 게 어떤 건지, 엄마가 되는 게 얼마나 황홀한 경험인지, 그렇지만 세번째 아이를 도저히 감당할 자신이 없어 낙태를 하고 질내 피임 장치를 하는 것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합니다. 자신이 겪은 두 번의 출산을 리얼하게 묘사하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아이를 낳아 보아야 진짜 사람이다'(이건 기본적으로 여성은 미성숙한 성이라는 개념이 깔려 있는 것 같아서 좀 그래요, 남자의 경우 아이가 없어도 좀 철이 없나 보다, 장가를 제때 못 갔나보다, 이 정도는 있어도 이기적이고 냉혹하다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죠. 하지만 일하는, 게다가 능력있고 돈 잘 버는 아이 없는 여성은 일 기계처럼 차가운 느낌이라는 고정관념이 아직 존재하는 것 같아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의 선택만큼 존중하는 태도가 좋아요. 뭔가 통큰 언니 같은 느낌. 그녀가 정의하는 여성주의자에 대한 정의는 분명합니다. "모두가 타인에게 예의바르게 대해야 한다. "
요즘에 '맘충'이라는 단어도 유행하면서 여자들은 꽁꽁 묶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같이 돌을 던져야 남자들에게, 사회에게 미움받을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서 애타게 나는 '개념녀'라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갈수록 더 교묘하게 혹독해지는 것 같아요, 여자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사람들의 말대로 꿀빠는 x이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평균 이상으로 매력적인 개체들이라는 게 함정... 나쁜 쉐키들이 한 나쁜 짓을 착한 남자들이 술 사주며 들어 주고 호구 노릇하고 뒤집어쓰듯이 이쁘고 나쁜 뇬들이 하나 나쁜 짓은 착하고 어리버버한 여자들이 술 사주고 밥 사주고 자 주면서 대신 보상하게 된단 말이죠. 여혐, 남혐, 이렇게 목에 힘주지 말고 그래서 도대체 여자들이 사는게 어떻다는 건데? 하는 생각이 들 때 공격적인 자세를 내려놓고 낄낄 웃으면서 읽어 볼 만해요. 재밌거든요. 원제는 그냥 '여자가 되는 법'인데,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이라는 한국 제목은 조금 걸려요. 뭐 여신같은 여자가 되게 해주나? 하고 저도 잠깐 혼동했기 때문에. 저자의 말대로 2차 성징이 나타나자마자 여자라는 존재를 강요당하게 되는데(남자는 아니냐? 그럴 리가. 저는 최근의 사회 상황은 젠더보다 계급에 의해 피라미드 맨 윗부분을 빼놓고는 모두 x같다고 느끼면서 살아가게 되는 시스템이 작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혐, 혐, 하는 말이 나오는 거 같아요.), 그런 고민을 시작하는 십대나 이십대 초반, 어느 정도 여자로써 볼 것 다 본 30대까지 고루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듯하고 곱게 살아온 여자들한테는 별로 필요 없을 것 같고, 남자만큼 자유롭고 싶고 더 놀고 싶고 세상을 보고 싶고 그러다 가끔 엿도 먹고, 그래도 기죽지 않는 그런 여자들과 그런 여자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남자들이 읽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읽어봤자 시간만 낭비. |
|
이 책은 돋을새김 출판사에서 선물로 받은 책이다.‘진짜 여자가 되는 법’이라는 제목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매력이 있지만, 내용은 쉽게 넘길 책이 아니었다. 456쪽의 두툼한 분량도 부담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예상보다는 무거운 책이었다. 이 책을 펼치면서 매력적인 여성이 되는 방법을 여성의 섬세한 감각으로 쓴 가볍고 달콤한 책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렇게 가벼운 책이 아님을 곧 깨달았다. 여성의 정체성을 찾는 인문서적이라고 할까? 또는 여권신장 운동을 실천한 체험수기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벼운 신변잡기의 나열처럼 보이면서도 사실은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다는 의미이다. 둘째, 남성으로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나는 여성은 아니지만 결혼생활을 하면서 딸까지 길렀다. 즉 여성의 몸이나 심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었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성장하고 변모하는 동안 여성들이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들은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 전혀 다르거나 더 무거웠다. 책장을 넘길 때의 마음은 여성의 방이나 일기장을 몰래 엿보는 듯한 짜릿함에 비유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은 야릇한 호기심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녀가 여성의 몸으로 인해 고민하고 방황하는 것을 보면서 나의 어머니와 아내와 딸들이 겪었거나 겪게 될 번민과 장벽을 연상했다. 그리고 새삼스레 숙연함에 옷깃을 여미기도 했다.
셋째, 여성의 번민을 이해하고, 동지애를 느꼈다. 이 표현이 적절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남성의 신체가 여성에 비해 불편한 것이 있다면 면도라고 생각했다. 성인 남성은 매일 아침 면도를 해야 한다. 어떤 때는 개운하지 않아서 하루에 두 번 이상 면도를 한 적도 있다. 그러나 여성들의 경우는 면도를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여성이 부러웠다. 하지만 과연 여성의 몸이 남성에 비해 유리했던가? 처음 생리를 겪을 때의 두려움과 불편함, 그것을 매월 겪어야 하는 여성의 번거로움에 대한 저자의 서술을 보면서 면도를 해야 하는 것은 비할 바가 아님을 느꼈다. 생리뿐인가? 출산과 육아의 고통은 얼마나 크겠는가? 그렇게 불편한 생리지만 나이가 들어 그것이 중단될 때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개운함이 아니라 비애감을 느낀다. 그 모든 것을 떠나서 매일같이 화장을 해야만 한다는 것만으로도 남성이 면도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비교 자체가 안 될 것이다. 남성 역시 세상을 살면서 어려움이 적지 않다. 여성이 겪는 어려움은 남성과는 유형이 다르겠지만 그 크기는 남성 이상이다. 몸과 마음과 차별(아직까지 사회적으로는 여성이 약자가 아니겠는가?)까지 겪었거나 겪어야 할 남성들의 어머니와 아내와 딸들…. 그녀들에게 동지애와 함께 연대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넷째, 여성의 몸과 생활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에는 여성으로 입문하는 생리에서 시작하여, 자위, 화장, 섹스, 결혼, 출산, 낙태 등 많은 부분에 대해 진솔한 고백과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혼 생활을 하고 딸을 키우면서 여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내가 아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나는 여성이 하이힐을 신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나 영화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풍경이 아닌가?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그것을 신고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것인가를 공감하면서, 여성들의 힘겨움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또한 남성의 면도는 여성의 제모에 비하면 그 번거로움이나 비용 지출에서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그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원인의 많은 부분들이 남성들의 시각에 의해 비롯된 것이다. 여성은 아름다워야 한다는 남성들의 요구, 남성에게 아름답게 보여야 한다는 여성들의 인식…. 나 역시 여성을 불편하게 하는 가해자의 무리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라는 반성도 했다. 저자의 조국은 여왕이 다스리고, 여성 총리까지 배출했던 영국이다. 그런 영국에서도 여성으로 생활하기가 그렇게 힘들었다면 우리나라의 여성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그런 질곡에서 탈피하기 위해 저자는 여권신장을 역설하고 있고, 사회는 조금씩이나마 변모하고 있다. 여성들은 이 책을 꼭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여성들이 좀 더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길을 찾지 않겠는가? 이 책은 남성들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여성은 남성의 반려로 함께 살아가야 할 동반자이다. 아니 그 이전에 인류의 어머니이자 아내이고 딸들이기도 하다. 그녀들의 고민을 알아야 더불어 사는 길을 함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
서구 문화를 좋게만 바라보려는 의도가 나에게도 있었나보다. 서양 즉 유럽과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남여가 평등한 관계에 있고 우리보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해주는 사회여서 여자라서 무시당하고 여자이기에 차별당하는 일은 없을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마치 저자가 어른이 되면 저절로 멋진 옷과 신용카드를 지닌 여성이 돼 있을거라 예상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근래에 내가 읽은 책 - 나는 아직도 사랑이 필요하다. 진짜 여자가 되는 법 등의 책-을 보면 꼭 그러지만도 않는 듯 하다. 민주주의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문화가 발전되었다고 가부장적 요소가 사라지고 여성의 삶이 녹록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에서 나고 자란 저자 역시 직장내 성희롱을 당하고 방송국 메인 앵커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출되고 - 나이가 많고 경륜이 묻어나는 남자 앵커를 찾아헤매면서도 - 결혼과 육아를 직장생활과 병행하기는 눈치가 보이고 가정에서 살림의 많은 부분을 여전히 여자가 차지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 여성이 경험하고 있는 성차별적 부조리를 그들 역시 아직도 겪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가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공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대학시절 어줍잖게 여학생운동을 했고 시중에 떠도는 여성관련 책을 읽어댔다. 하지만 그런 책들은 대부분 반 남성적인 성향을 지니고 마치 여성의 적이 남성인 것처럼 또는 사회적 제도가 남녀 성차별의 원흉인 것처럼 묘사되곤 했다. 세상이 남성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고 그 남성이 만든 사회적 제도에 의해 여성이 공평치못한 처우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답답했었다. 아마도 그래서 더이상 여성관련 책읽기를 멈췄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저자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가난한 모란가 7남매의 장녀로 태어나 자신이 겪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섹스 앤 시티처럼 솔직한 성적 이야기려니 했다. 너무 솔직 대담하게 자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연애를 밝히며 그녀가 결혼해서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의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마도 그것이 우리 사회와 그 사회의 차이점인가 보다. 성적으로 개방된 사회여서 갖게 되는 솔직함...한 편으로는 부럽고 한 편으로는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밝힐 필요가 있을까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이후 밝혀지는 여성에 대한 저자의 생각들....생리, 연애, 결혼, 육아, 출산, 낙태에 이르기까지 너무나 공감했다. 나 역시 살면서 너무나 많이 느낌 부분이기에 그녀는 우리의 가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줄 뿐 아니라 성나지 않게 연고까지 발라주는 꼼꼼함을 보여준다. 이 책은 여자가 되기 위한 정보 전달지가 아니다. 자신의 여성관이 성립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에게도 자신이 여자임을 인식하고 여성으로 살기위해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라 등떠민다. 여성주의라는 말이 페미니스트들의 공허한 외침이라 생각말고 우리 자신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것이라는 것을 에둘러 말하고 있다.
그녀의 말에 모두 긍정할 수는 없지만 그녀가 멋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저자처럼 우리는 어린 시절 생각했다. 어른이 되면 모든 것이 다 이뤄질 것이라고 직장에서 인정받는 멋진 캐리어 우먼이 되어 있을거라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 많은 어른들이 이야기해주지만 정작 내 귀에 윙윙 거리는 소리로만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수다는 그저그런 잔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일기장을 공개한 듯이 솔직한 이야기로만 쓰여져서 일 것이다. 어른입네하며 어깨에 힘주고 자신의 잘못은 모두 가린채 바른 말만 해대는 어른들의 충고와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그녀가 직접 살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그녀는 우리에게 생각하기를 요구한다.
|
|
지난 1주일간 여자가 되는 법에 관한 책 덕분에 특별한 느낌으로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비밀스런 걸 훔쳐보았단 생각과 함께 고정관념처럼 자리잡은 금기시하던 여성 관련 내용들에 대해서도 쿨하게 넘길 수 있어 좋았다. 케이틀린 모란은 8남매의 장녀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13살부터 여성의 자아에 눈을 떠 제2차 성징이 시작되던 날로부터 시시각각 경험했던 내용들을 스스로 거리낌없이 들려주고 있다. 스스로 공격적인 여성주의자란 표현을 써가며 여성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특히 그동안 은밀하게 혹은 터부시하던 용어들조차 거침없이 내뱉으면서 여성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다소 쇼킹할 수도 있는 내용인 생리부터 음모, 가슴, 브라, 과체중, 패션, 성희롱, 하이힐, 스트립클럽, 결혼관, 출산, 낙태, 성형수술에 이르기까지 가감없이 드러낸 그녀의 솔직함이 그동안 여성주의의 외면에 치우친 다른 급진 여성주의자들에게 일격을 가하고 세상의 권력을 거머쥔 남성들에게도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특히 롤 모델로 제시한 레이디 가가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녀의 솔직 담백함이 오히려 여성성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는 사실 또한 일깨워주고 있다. 그녀가 주장하는 여성주의란 게 결코 남자들을 혐오하는 게 아님을 밝히면서 여성 자신의 자존감을 지키는 행위, 그녀 자신의 당당함을 고수하는 게 여성주의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여성주의란 정치적 정당성과 동일한 문제로 인식하며 궁극적으로 여성들도 남성들처럼 고정관념이나 사회통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믿음이 여성주의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성성을 패배자로 인식하던 기존의 관념에서 벗어나 머물러있기 보다는 무언가를 하기에 나서야 한다고 외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우리 나라의 경우 마광수 교수의 ‘즐거운 사라’로 인해 고초를 겪어야 했던 현실을 돌아보며 아직은 갈 길은 멀게만 느껴지는, 그리고 영국이 그런 면에서는 여성주의가 그나마 숨쉬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란 생각과 함께 여러 가지를 고민케 하는 책으로 다가온다. |
|
책을 받아들었다. 그 손의 주인공은 남자다. 나는 남자다. 어찌 이 책을 접하였을까? 궁금하지 않는가? 그냥 나도 저자와 같은 괴짜임에 틀림없다.
왠지 성공한 저자의 삶이 표지에 나와있는 얼굴에서는 공감을 하지 못했다. 뭔가 익살스러워 보이면서 호기심 어린 눈을 무언가에 고정시켜 놓은 표지는 나로 하여금 이 책이 무슨 장르인가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서두가 길었다. 맞다. 나는 남자다. 근데 왜 이 책을 읽었나? 그건 단지 사회적으로나 과학적으로 혹은 문학적으로 여자, 여성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나? 라는 질문에서 이 책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책 속의 인물은 저자 본인이다. 즉, 이 글은 에세이이다. 뭐 다들 그거 하나쯤은 알고 보지 않겠냐만은 앞서 말한 것처럼 난 책을 읽으며 장르를 의심하게 되었다. 정말 소설같은 삶을, 저자는 어린시적부터의 이야기를 나열해 놓았다. 하지만 그 중심은 여자, 즉, 여성이다. 여성의 입장에서 여자의 몸으로 세상에 부딧히며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궁금하고 남에게 이야기하기 꺼리는 진짜 여성을 알기위해 나에게 있어서는, 여성의 입장에선 자신을 알고 나의 내면을 이해하고 표출하고 공론화되어지게 하여 열린 마음과 가짐 행동을 하리라 생각된다.
뚱뚱하고 먹는 걸 좋아하는, 남에게 무시당하고 버림받는 한 사람이 생물학적 여자로 태어나 자신을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을 입으로 몸으로 표출하며 깨달으며 한 일생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내용들 이야기를 하면서 독자에게 던지는 메시지 그건 합리적이고 현명하며 독창적이고 진실된 삶을 위한 여성들의 지침서이자 그 여성을 이해하는 다른 한 사람에게 권해주고픈 이야기다.
|
|
한 소녀가 있다. 아버지의 군용 코트와 어머니의 팬티를 물려받아 입은 이 소녀는 열세 살의 나이에 몸무게가 80킬로그램에 육박해서 남자 아이들이 '사내새끼', '거지발싸개'라고 놀리며 돌을 던져도 빨리 도망칠 수 없다. 집에는 어머니가 동생들이 자그마치 일곱명이나 있는데, 소녀를 언니, 누나로 대접해주기는커녕 하나같이 무시하고 놀려댄다. 학교에서는 물론 동네에도 친구 한 명 없다. 말벗이라고는 아버지가 술집에서 주워온 강아지 한 마리와 라디오, TV가 전부다. 어느날 소녀의 팬티에 빨간 피가 묻었다. 월경이 시작된 것이다. '진짜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우중충하기 그지 없던 소녀의 삶에 한줄기 빛은커녕 비구름을 몰고 오는 일이나 다름 없었지만, 소녀는 현실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기로 결심했고,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우상인 저메인 그리언을 따라 소리내어 말했다. "나는 여성주의자다." 몇 년 후 열여섯이 되던 해 소녀는 음악주간지 <멜로디 메이커>의 기자가 되고, 2년 후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했다. BBC 채널4 <네이키드 시티> 진행자가 되면서 유명세를 얻었고, 1992년부터는 영국 <타임스>의 '셀러브리티 워치'라는 코너의 연재를 맡았다. 그로부터 19년 후인 2011년에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논픽션 책 한 권을 썼다. 제목은 <진짜 여자가 되는 법>. 그녀는 바로 영국에서 지금 가장 핫한 인기 칼럼니스트 케이틀린 모란이다. 몇 장을 채 읽기도 전에 나는 이 책에 푹 빠져들었다. 일단 재미있다. 영국 논픽션 하면 재미있기로 유명하지만, 이 책은 재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발적이고 파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동안 남자의 일생에 관한 책은 많았지만, 여자의 일생에 관한 책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연애와 결혼, 임신과 출산 등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월경, 음모, 자위, 성희롱, 낙태 등등 이제까지 여성들이 쉬쉬하던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까발렸다. 학창시절 좋아하던 남자한테 뚱뚱하다는 이유로 고백도 못하고 차인 이야기라든가,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이남자 저남차 추파를 던지고 다니다가 남자 상사한테 성희롱을 당한 이야기라든가, 취재를 위해 스트립 클럽에 갔다가 창녀로 오해받은 이야기 등등 여자로서 창피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 이야기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읽고나면 가슴 한켠에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저절로 여자의 일생과 여자로 산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가상인물이기는 하지만)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가 연애와 결혼에 천착했다면, 케이틀린 모란은 연애와 결혼뿐만 아니라 여성의 삶과 사회와의 관계 전체를 조망했다고나 할까? 게다가 그것을 어려운 지식이나 딱딱한 설교 대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유머로 승화했다. 저자의 필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인상적인 부분을 몇 군데 소개한다. "'남자들도 이렇게 하나?'는 내가 부르카를 입는 무슬림 여성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사용했던 질문이다. 그렇다. 부르카는 당신의 정숙함을 보증하고, 사람들이 당신을 성적 대상이 아닌 인간 존재로 여긴다는 것을 보장한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당신은 누구로부터 보호될 필요가 있는가? 남자들이다. 그리고 (당신이 규범에 따라 올바르게 옷을 입는 한) 누가 당신을 남자들로부터 보호하는가? 남자들이다. 그리고 누가 처음 본 당신을 성적 대상이 아닌 인간 존재로 간주하는가? 남자들이다. 글쎄, 전부 남자가 결부되어 문제다. 나는 이 문제에 '100퍼센트 남자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제목을 붙이고 싶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째서 여자들이 머리에 부르카를 뒤집어 써야 하는가. 당신이 진심으로 부르카를 좋아해서, 혼자 드라마를 보면서도 부르카를 굳이 뒤집어쓰고 싶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pp.127-8)" 남자, 여자 편가르기를 결코 좋아하지 않지만, 무슬림 여성들의 부르카처럼 극단적인 인권 유린에 관해서는 이런 식의 비판이 좀 더 많아야 하지 않나 싶다. 저자는 남성들만 비판하지 않고, 여성 문제에 무관심하고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여성들에 대해서도 일갈한다. "역사는 '남자들'의 것이었다. 여자들의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자들의 제국, 군대, 도시, 예술작품, 철학자, 독지가, 발명가, 과학자, 우주인, 탐험가, 정치인, 유명인사 등은 모두 1인용 가라오케 부스 하나에 들어갈 수 있다. 우리에게는 모차르트도, 아인슈타인도, 갈릴레이도, 간디도 없다. 비틀즈도, 처칠도, 호킹도, 콜럼버스도 없다. (중략) 지금까지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명예나 우월함이나 성공은 모두 남자들만의 것이었다. 여성들은 시작도 하지 못한 채로 패배했다. 사실, 우리는 한 번도 시작한 적이 없다. 시작조차도.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p.193) 선덕여왕, 테레사 수녀, 잔 다르크, 시몬 드 보부아르 같은 여성들의 이름이 목밑까지 차오르지만, 역사적으로 유명한 남성에 비하면 그 수가 턱없이 작다. 그러나 여자들이여, 실망할 것 없다. 인류 역사의 대부분의 업적이 남성들의 공이라면, 1,2차 세계대전을 포함한 크고 작은 전쟁과 대량학살, 흉악범죄 등을 저지른 사람들도 대부분 남자다. 게다가 남성은 마녀사냥을 당하지도, 조혼을 강요받지도, 강간을 당하지도, 대를 이을 아들을 낳을 의무를 부여받지도 않았다. 만약 여성에게 역사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동안의 굴레와 억압이 사라진다면 다른 역사도 가능하다. '진짜 여자'가 된다는 것은 여자라는 사실을 원망하고 비하하는 것도 아니요, 가부장적인 사회제도를 개탄하며 남자들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아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할 일은 하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을 일깨워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
누군가가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에게 '당신은 여성주의자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난 바로 당황해하며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아니요!' 그리고 한편으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여성주의자란 게 대체 뭐지?' 하지만 만약 지금 같은 질문이 주어진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네!'
나는 원래 여성해방운동이니 하는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타입도 아니고 심지어 매춘은 합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금지시킨다고 해도 매춘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차라리 국가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그런데도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이 책을 읽고 느낀 바가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는 스스럼없이 자신의 첫 성경험이나 마약했던 경험 등 한국 사람이 보기엔 적어도 15금 이상의 내용을 거침없이, 미화하거나 반성 한 자락 없이 서슴없이 털어놓는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문란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단지 그녀는 자신이 아이에서 진짜 여성이 되면서 겪는 일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 것뿐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될 신체의 성장, 심리 변화, 그리고 여자에게 매우 중요하지만 하찮게 여겨지는 속옷 문제 등등.
책 내용 중에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이 하이힐과 비만이었다. 가끔 엄마는 나에게 왜 꾸미지 않느냐며 한탄하듯 할하곤 한다. 즉 다른 멋쟁이 여성처럼 브랜드 옷입고 굽높은 하이힐을 신고 화장을 하지 않느냐라는 말이다. 그러나 난 발골이 넓은데다 발목이 약하고 걸음걸이가 바르지 못해서 걸핏하면 삔다. 더불어 브랜드 옷, 딱히 브랜드 옷이 아니더라도 여성 옷에는 큰 사이즈 찾기 힘들다. 여성구두도 뾰쪽하고 굽 높은 하이힐이 대부분이고. 애시당초 왜 여성은 모델마냥 날씬해야 하는거지? 왜 꼭 신기 힘든 하이힐을 신어야 하지? 왜 배까지 덮는 따뜻하면서 예쁜 속옷을 찾기 힘들까? 왜 뚱뚱하다는 이유로 이상한 눈초리를 받아야 하는가?(오호 통재라. 한국사회에서 여자들이 비슷비슷해지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또 하나 여성부에서 들으면 펄쩍 뛸 내용이겠지만 제대로 된 포르노를 많이 제작해 배포해야한다는 이야기에도 크게 공감했다. 이제까지 포르노는 애들이 보면 안돼는, 혹은 성인이 봐도 안좋은 정도의 인식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포르노에 아이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말은 맞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포르노를 보여주면 어떨까? 천편일률적인 남성 주도 포르노가 아닌 여성을 위한 포르노를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도 보게 된다면 성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지 않을까? 어차피 어떻게 막든 완전히 막을 수는 없으니 건전한 포르노를 육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일이야말로 여성부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각한 주제를 쉽게 풀어나가 읽기도 쉽고 이해하기도 쉽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꼭 읽어야 할 책이다! |
|
나는 <섹스 앤 더 시티>라든가 <위기의 주부들> 싫어한다. 이러한 스타일의 발칙한 로맨스랄까? 그러한 부류는 안 본다. 하이힐 신은 적은 동생 결혼식 때 빼고는 없었고, 치마는 면접 때 외에는 없었다. 여기 <진짜 여자가 되는 법>에서는 여성들의 대화를 에둘러 말하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결혼·사랑·일 등 일반적인 범주뿐 아니라 하이힐·속옷·제모·포르노·낙태·성희롱·성형수술·스트립클럽 등을 다룬다. 낙태, 섹스, 자위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읽어 본 적이 없어서 내 범위 안에서는 발칵 뒤집어 놓은 듯 한 느낌이었다. 여러분은 화장 하시는데 얼마나의 시간이 걸리시나요? 제 주변을 둘러봄 전20분~30분 정도로 하고, 동생은 40~50분 정도입니다. 그리고 분장 수준의 저희 엄마는 한 시간이 넘어가서 매번 약속 시간에 늦고요. 이렇게 여자들은 화장에 많은 공력을 들인다. 바쁜 출근길에 차 안에서 화장하느라 여념이 없는 여성 운전자를 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아침은 못 먹어도 화장은 하는 게 여자들의 철칙이다. 저자의 포르노에 대한 고찰을 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란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이 길어야 6분 정도인 이유가 무엇일까? 남자가 평균적으로 사정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자신과 같은 남자들이 주도하고 통제하는 하드코어 포르노를 불편함 없이 바라본다. 이렇게 불편함이 없이 노골적으로 쓴 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 보면서 읽기가 거북한 느낌도 들었다. 책에서는 일상 속에서 여자들이 당하면서 제대로 당당히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속 시원히 밝혀줬다. 남자에게 뚱뚱하다는 말을 듣고 조금씩 음식을 줄여가면서 살을 뺀 그녀의 노력도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그러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다. 읽다가 ‘깨진 창문’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깨진 창문'이란 것은 여성 불평등으로 이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빈 건물의 유리창 하나가 깨진 채로 수리되지 않고 방치되면 파괴자들이 더 많은 창문을 깨뜨리는 경향을 보인다는 게 '깨진 창문' 이론이다. 사소하지만 여러 가지의 방정식으로 이론을 만들어서 그녀의 모든 인생을 여기에 담았다는 것에 중요하다. 왜인지는 몰라도 정말 나랑 안 맞는 이론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이론은 남자들의 시선이 아니라 여자들 자신의 욕망과 기준에 따라 삶과 의식을 규정하라는 말일 것이다. 여성이 두려움과 불안 속에 결정한 선택으로 절대 행복할 수 없다고 결사코 반대한다. 남성 독자도 불편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여자가 아니라 한 명의 인간이 되면서, 저자가 힘주어 강조하는 '진짜 여자'가 되는 방법이다.
|
|
<진짜 여자가 되는 법>
‘영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괴짜 칼럼니스트의 여자 생태 보고서’ 라는 부제가 달린 꽤 두툼한 책 한권이 내손에 도착 했을때 솔직히 뭔가 재미난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가 컸다. 몸도 마음도 선머슴 같았던 어린시절, 아니 짧다란 머리카락너머 숨어있던 웃지못할 피해의식 혹은 반여성성, 그러니까, 나는 내가 여자인 게 몹시도 싫었다. ‘여자니까 안돼!’ ‘너는 여자잖아! 그러면 못써,’ ‘여자애가 어딜 여행을 가니~’ 세상은 온통 여자와 남자의 역할과 활동영역이 정해져 있는 것 같았고 사방을 차단당해 마치 여자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 같다는 생각으로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낸 것이다. 자, 이제 진짜로 진짜여자가 한번 되어볼까~ 피를 흘리고 있어!, 털이 자라고.., 성희롱, 스트립클럽, 아이, 낙태, 성형수술.. 거침없이 쏟아내는 그녀의 솔직 대담한 표현들, 요샛말로 돌직구에 휘청, 벌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도대체 이사람 대책없이 이렇게 써내려가도 되는건가? 그녀가 없는 말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어느새 민감한 제목이 나오는 페이지 부분을 얼른 접어 얌전한 독서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너무 예민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내숭’과 ‘교육’으로 길들여진 탓인가? 분명 알고 있고 또 혹은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내용들이 현실로 튀어나와 눈앞에서 춤을 추는 걸 보니 내 머릿속은 혼란스럽고 감정은 지글보글 비뚜름하게 갸우뚱 거려진다. 결국 서너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독특하고 수다스런 말투를 넘어 시끄러운 정신세계를 가진 그녀에게서 정나미가 똑 떨어지고 말았다. 여성주의자, 라고 한다. 항상 술에 취해 조증인 상태가 더 현실감 있고 타당한 듯한, 그녀의 언사는 여전히 불편하다. 문화의 차이인가? 그렇다해도 그녀가 들이대는 이야기들이 딱히 여성성을 대변하기 위한 그것과 들어맞는 것 같지는 않다. ‘매우 사소하고 별것도 아닌 듯 한’ 이라고 소개한 사례들이 째깍째각 시계초처럼 차근하게 세월을 집어먹고 어른이 되어버린 보통의 여성들에게 새로 여자가 되는 비밀스런 길을 알려주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좌충우돌 엉뚱발랄 혹은 약간은 불량소녀의 성장기’ 라 하는게 더 어울릴 듯도 하다.
책의 후반부로 가면, 즉 그녀가 성인이 된 후의 이야기들은 그래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즐겁고, 재미있고, 창의적인, 인간 존재로서 무언가 놀라운 것을 말하는 존재’에 해당하지 않는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고통으로 빛나는 하이힐 따위는 던져버리고, 늙지 않은 척 하기 위한 성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금 자유롭자고 한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의 허영으로부터 그리고 그 모든 것으로부터. 또, 여성주의란 ‘누구나 타인을 예의바르게 대하는 것’ 이라고도 한다. 여기에는 적극 동감이다. 하지만, 딱히 여성성이라고 꼬리표를 달기보다는 휴머니즘에 더 가까운 거 아닌가?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책을 덮고서 진짜 여자가 되지도, 또 그런 방법을 발견하지도 못했다. 나랑은 조금 아니 많이 다른 정서로 사춘기 시절을 통과했던 그녀의 이야기가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관심을 보여왔지만 누구도 섣불리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던 소재들을’ 거칠고 투박하지만 거침없이 펼쳐 주었다는 점에서 시원하기도 했다. 읽는 내내 불편했다. 하지만 책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문득문득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과식은 선택의 문제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중독 가운데 최하의 중독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뚱뚱한 사람들은 자신을 쓸모없는 짐짝처럼 만드는 과식이라는 중독에 ‘사치스럽게’ 빠져들지 않는다. 그 대신, 그들은 누구에게도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 방식으로 서서히 자신을 파괴한다. ..... 나는 선택하고 싶다. 나는 다양성을 원한다. 나는 더 많은 것을 원한다. 나는 여성들이 더 많은 세계를 가질 수 있기를 , 그 편이 더 공정하기 때문이 아니라 더좋기 때문에, 여성들이 더 많은 세계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