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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스쿨어페어》 이토록 심각하고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거짓말이라니.
"《채텀스쿨어페어》 이토록 심각하고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거짓말이라니." 내용보기
채텀 스쿨 사건 이후 아버지는 큰 비극은 필연적으로 천천히 펼쳐지고, 돌연한 폭력과 비탄에 휩싸여 절정에 다다르며, 그 치명적인 힘을 버텨낸 모든 이의 뇌리에 영원히 남게 된다고 믿었다. 물론 그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재판이 벌어질 당시 발행된 신문 사진 속에 아직도 갇혀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채텀 스쿨 교장실 책상에 놓여 있던 사진.   마치
"《채텀스쿨어페어》 이토록 심각하고 치명적이고 파괴적인 거짓말이라니." 내용보기

채텀 스쿨 사건 이후 아버지는 큰 비극은 필연적으로 천천히 펼쳐지고, 돌연한 폭력과 비탄에 휩싸여 절정에 다다르며, 그 치명적인 힘을 버텨낸 모든 이의 뇌리에 영원히 남게 된다고 믿었다.

물론 그 충격을 버텨내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은 재판이 벌어질 당시 발행된 신문 사진 속에 아직도 갇혀 있었다. 어느 날 저녁, 채텀 스쿨 교장실 책상에 놓여 있던 사진.

 

마치 신이 특별한 재능을 부여해준 것만 같은 그런 작가가 있다. 같은 이야기를 해도, 전혀 다른 분위기로 만들어낼 줄 아는 능력 말이다. 토마스 H. 쿡은, 만약 작가로 태어나게 된다면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할만큼 유려한 문장력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아름다운 문장과 가슴을 건드리는 단어들은, 행간에 숨겨진 의미들로 인해 처연하고 슬프다. 그가 발표했던 작품들의 장르가 모두 미스터리, 범죄 소설 분야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러한 감상이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의 작품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았다면 느꼈겠지만, 소재와 스토리 자체보다는 그것들로 문장과 단락을 만들어서 빚어내는 분위기 자체가 더 매혹적이라는 말이다. 분명 살인이 일어나고, 누군가 범죄를 저지르고,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있고,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극적인 긴장감이 충분히 조성이 되는데, 스토리가 전개될수록 독자들은 사건보다는 인물의 내면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무엇보다 캐릭터의 내면적인 부분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도 탁월하다.

 

세상을 떠돌다 채텀 스쿨이라는 보수적인 공간으로 오게 된 천성이 자유로운 여자, 채닝 선생님.

가족과 자신을 속박하고 얽매는 것들로부터 달아나고 싶어 배를 만드는 남자, 리드 선생님.

따분하고 활기 없는 아버지의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었던,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을 응원했던 아이, 헨리.

 

채텀 스쿨 학생들은 대부분 좋은 집안 출신이라, 졸업 후에도 부모가 갈고 닦은 길을 묵묵히 살아간다. 거창하게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하거나, 열정을 불태우며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고, 그저 안락하고, 평화롭게. 정해진 코스대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살아가는 것이다. 채텀 스쿨의 교장이었던 헨리의 아버지에게는 당연하고 바람직한 삶이었던 그것이 어린 헨리에게는 늘 못마땅했다. 그러던 어느 날 먼 아프리카에서 마치 바람처럼 채닝 선생님이 그의 삶 속에 등장한다. 그리고 단 한번도, 어느 선생님한테, 그 무엇으로도 칭찬받아본 적 없던 이 소년은 그녀로부터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는 칭찬을 받게 된다. 네 그림엔 감정이 듬뿍 담겨 있다고. 평범한 풍경밖에 없지만, 넌 그림에 아주 특별한 무언가를 불어넣었다고. 그 동안은 다들 자신을 대할때 교장의 아들이기에 함부로 지적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치켜세워준 적도 없었다. 헨리는 자유라는 동경과 자신이 가진 특별함을 알아봐주는 채닝 선생님에게 매혹된다.

 

"스케치북을 가져오지 않았구나, 헨리."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저...."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그리라고 했잖니." 채닝 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훗날 내가 파슨스 씨에게 고스란히 들려줘야 했던 말을 꺼냈다. "미술은 사랑이야. 전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왜 그렇지 않겠는가. 채텀 스쿨의 아이들 모두와 교장인 그의 아버지가 바라는 모범 시민적인 올바른 삶은 그에겐 활력도 없고, 창의성도 전혀 없는 구태의연한 삶이었다. 그런데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녀가 자신을 알아봐준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삶 속에 등장하는 리드 선생님이 있다. 채닝 선생님과 리드 선생님이 서로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는, 질투심에 그를 경계하기도 했었지만.. 그와 함께 배를 만드는 시간이 지속될 수록 헨리는 점차 두 사람의 사랑을 마음 속으로 응원하게 된다. 어서 빨리 배가 완성되어서 두 사람이 서로를 구속하는 삶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헨리의 아버지는 항상 해야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될 것 등 규칙만을 강조했지만, 리드 선생님은 그에게 삶을 선택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준다. 인생이나 진로나 사랑에 대해서 결정을 할 때는, 절대 성급히 결정하지 말라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해주었던 것이다.

 

이야기의 플롯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제목 그대로 '채텀 스쿨에서 벌어진 불륜사건'과 그를 둘러싼 법정 공방에 대한 기억이 스토리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히 치정극일까? 하지만 토마스 H. 쿡은 다른 각도에서 접근할 수 있게 우리를 이야기 속으로 이끈다. 사건의 한 복판에 있었던 소년 헨리와 수 십 년이 지나도록 어떤 여자도 만나지 않고 혼자 늙어온 변호사 헨리. 소년이었던 헨리와 노인이 된 헨리는 각각의 시점으로, 당시의 시간 속에서 한 조각씩 퍼즐을 맞추듯 우리에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이어지는 순간은 자주 반복이 되면서 극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대체 당시에 채텀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궁금증은 서서히 증폭된다. 물위로 돌을 던져 잔잔히 파동이 이는 듯한 기분이랄까. 서정적인 묘사와 의미를 단번에 체감할 수 있는 적확한 표현들은 잔잔하지만, 우리의 마음 속에 그 어떤 파도보다 더한 감정의 물결을 선사한다.

 

채닝 선생님과 리드 선생님의 불륜 사건은 전체 이야기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유부남이 아이와 부인을 놔두고 바람을 피운다는 닳고 닳은 설정과 신성한 학교에서 벌어지는 치정극이라는 도덕적인 문제 제기에 대한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오히려 깔끔하고 절제되어, 조용하게 심금을 울리는 아름다운 첫사랑, 옛 추억 같은 것을 연상시킨다. 주인공 헨리는 그렇게 담담하고 나직하게, 치명적이고 고통스러웠던 그 과거를 현재로 불러온다. 오래된 상자를 열어 밑바닥에 넣어둔 낡은 사진을 꺼내어 보듯이 그렇게. 그래서 이 작품에서는 말해진 것보다 말해지지 않은 것이 종종 더 중요하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별장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한 편의 요란한 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머릿속과 달리 집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어떤 움직임도 감지할 수 없었다>, <거센 바람이 불어오자 별장의 먼지 덮인 창유리가 심하게 덜거덕거렸다. 앙상한 가지들이 유리를 긁어내며 내게 나오라고 손짓했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뒷문으로 나갔다>, < 강철 난간을 두 손으로 꼭 쥔 채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순간, 그 모습을 화폭에 담고 싶은 충동이 솟구쳤다. 피처럼 붉은 하늘에 우뚝 솟은 불구의 실루엣 이런 문장들은 단어 자체보다는 그 행간으로, 말로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보다는 만들어내는 분위기에서 보여지는 침묵으로 이야기를 한다. 이 어둡고 신비로운 작품에 내재된 것은 토마스 H. 쿡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꼭 이렇게 글을 쓰고 싶다.

 



이달의 사락 r*******n 2013.08.22. 신고 공감 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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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 토머스 H. 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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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토머스 H. 쿡(Thoma H. Cook)"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채텀 스쿨 어페어(Chatham School Affair)"입니다. 이 작품은 1997년 "에드거 상"을 수상하고 "배리 상"과 "매커비티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명실공히 이 작품 "채텀 스쿨 어페어"는 작가 "토마스 H. 쿡"의 대표작이자 걸작입니다.자신의 아버지가 사랑했고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채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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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토머스 H. 쿡(Thoma H. Cook)"의 대표작이자 출세작인 "채텀 스쿨 어페어(Chatham School Affair)"입니다. 이 작품은 1997년 "에드거 상"을 수상하고 "배리 상""매커비티 상"의 최종 후보에 올랐었습니다. 명실공히 이 작품 "채텀 스쿨 어페어"는 작가 "토마스 H. 쿡"의 대표작이자 걸작입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사랑했고 자신이 어린시절을 보낸 '채텀'으로 돌아온 늙은 변호사 "헨리"는 오래전 '채텀'을 뒤흔든 '채텀 스쿨 사건'을 떠올립니다. 어린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두 선생님과 그 둘의 사랑과 그 사랑이 불러온 참담한 비극은 "헨리"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충격적이고 잊지못할 사건이었습니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그 사건은 "헨리"의 기억을 타고 아무도 모르는 진실에 다가갑니다.

1920년대 중반 미국의 작은 마을 '채텀'에 있던 '채텀 스쿨'은 엄격하고 정숙한 남학교였습니다. '채텀 스쿨'의 교장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다른 학생들과 친하게 지내지 못했던 "헨리"는 어느날 아버지와 함께 새로 부임한 미술 선생님을 마중나가게 됩니다. 검은 머리와 매혹적인 눈동자의 "채닝"선생님을 보자마자 "헨리"는 알 수 없는 매력에 매료되고 어린시절 아버지와 함께 세계 각 곳을 돌아다니며 생활한 "채닝"선생님의 자유분방한 사고 방식과 독특한 교육 스타일에 "헨리"는 신선한 충격을 받습니다. "채닝"선생님은 또 다른 독특한 분위기의 선생님 "리드"와 가까워 지게 됩니다. 전쟁의 상처로 다리를 절고 얼굴에 흉터가 있는 "리드" 선생님은 이미 결혼해서 부인과 딸이 있었지만 "채닝""리드"선생님은 서로에게 끌리는 감정을 숨기지 못합니다. 관습을 거부하고 자유를 갈망하던 소년 "헨리"는 두 선생님들을 동경하며 친밀하게 지내게 됩니다. 하지만 이 둘의 사랑은 끔찍한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노인이 된 "헨리"는 어린 시절 아름답고 잔인했던 이야기들과 함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진짜 진실을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그 답변이 얼마나 잔인했는지 당시에는 미처 몰랐다.
"리드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
나는 파스슨 씨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를 응시하고 있는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아버지의 눈빛은 애절한 질문을 담고 있었다.
그럼 나는 너한테 뭐였니?

고지식하고 근엄하고 엄격한, 소도시에 어울리고 만족하는 아버지를 속으로 멸시하고 경멸했던 "헨리"에겐 세계 각지를 떠돌다가 아프리카를 거쳐 '채텀'으로 온 미술 선생 "채닝"은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단지 아름다운 여자라서가 아닌 자유분방한 사고방식과 새로운 가치관을 만들어 주는 독특한 교육방식은 자유를 갈망하던 "헨리"에겐 사막에서 만난 오아시스였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유부남 "리드"선생님 역시 "헨리"에게 인생의 많은 부분을 가르쳐 주며 새로운 세상을 눈뜨게 해줍니다. 교장 아버지를 둔 "헨리"는 또래 학생들과 어색한 관계였기에 "채닝""리드"선생님과 친하게 지내며 나중에는 그들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그 둘이 보트를 타고 멀리 다른 곳으로 달아나길 바라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1920년대 미국의 소도시 '채텀'에선 그 둘의 사랑은 그저 불륜, 간통으로만 보여질 뿐이고 결국 "채닝"선생님은 마치 오래전 유럽에서 벌어진 마녀사냥같은 재판을 받게 됩니다.   

"그들이 이걸로 히파티아를 죽였지."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은 의문에 찬 내 눈을 쳐다보며 던지지도 않은 질문의 답을 들려주었다.
"그 여자는 이교도 천문학자였어. 기독교도 무리한테 죽임을 당했지."
선생님의 시선이 도로 쪽으로 돌아갔다.
"그들이 굴껍질로 갈가리 찢어 죽였단다

노인 "헨리"와 어린 "헨리"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채텀 스쿨 어페어"는 작가 "토머스 H. 쿡"이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해서 새롭게 쓴 "주홍글씨"입니다. 어릴때 부터 아버지와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살았던 "채닝"은 그저 평화로운 작은 마을을 혼란에 빠트리는 마녀 취급을 받습니다. 신화나 소설같은 오래된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비극의 여인들 처럼 그녀는 사랑의 감정 때문에 그녀가 원치않았던 비극의 원흉으로 취급되면서 마녀사냥을 당합니다. 그녀를 응원하던 "헨리"를 포함해서 '채텀 스쿨 사건'에 얽힌 모든 이들을 검은 연못에 빠트리는 결과를 야기한 이 불륜 사건은 이미 오래전 끝이 난 것 처럼 보였지만 노인이 된 "헨리"의 기억속엔 아무도 모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글프고 쓸쓸하게 그 당시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헨리"의 기억 끝 어두운 늪속을 따라가면 결국 우리는 진정한 진실을 알게 됩니다.

"토머스 H. 쿡"의 소설을 한 권이라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그의 글이 가진 아름다움을 아실겁니다. 얼마전 나온 "붉은 낙엽"의 먹먹하고 처절한 느낌도 대부분 작가의 글솜씨가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이 작품 "채텀 스쿨 어페어""붉은 낙엽"이상의 아름답고 씁쓸한 감정이 넘쳐납니다. 모든 문장에 아련하고 쓸쓸한 감정과 유리같은 섬세함이 녹아져 있습니다. 남자 작가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아니, 오히려 남자라서 이렇게 남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문체를 구사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붉은 낙엽"이나 이 작품 "채텀 스쿨 어페어"엔 남자라면 정말 울컥할 그 무언가가 있습니다. "붉은 낙엽"이 가족을 지키려는 아버지로서의 남자에 대한 서글픔이 느껴 진다면 이 작품은 한번쯤 자유를 갈망하고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며 흥분하던 학창시절을 보냈던 사춘기 소년이었던 남자들에게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울림을 안겨줍니다. 그 시절 치기 어린 행동들과 평범함에 혐오를 했었던, 꿈을 간직한 소년들에겐 "채텀 스쿨 어페어"가 굉장히 아련한 느낌을 느끼게 해줄겁니다.

어차피 인생이란 어리석음의 변두리에 걸쳐진 것이기에. 

마지막 부분 어쩌면 누군가에겐 상상도 할 수  충격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반전이 이 소설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재미를 추구하는 미스터리 / 스릴러 소설에서 반전이란 꽤 흥미롭고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채텀 스쿨 어페어"는 충격적이고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 없더라도 충분히 좋은 소설입니다. 혹시 이 소설을 사셔서 읽으신다면 다 읽으시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첫 챕터를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순간 울컥함을 느끼시는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물론 이건 제 개인적인 경험입니다. 누군가는 소설을 두번째 읽었을때 더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자신감과 앞으로 펼쳐질 꿈에 들떠있었지만 치기어렸고 모든게 서툴렀던 학창시절을 떠올렸던 저에겐 참 특별한 소설이었습니다.

"심문", "밤의 기억들"이 예전에 나왔었지만 제가 정말 읽고 싶었던 "토머스 H. 쿡"의 소설들은 "붉은 낙엽""채텀 스쿨 어페어"였습니다. 그런데 결국 두 권 다 나와줬네요. 두 권 모두 제 기대 이상을 채워준 소설이었습니다. 범죄소설의 경계를 확장시켰다는 평가를 듣는 "토머스 H. 쿡"은 그가 쓰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글들을 읽는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의미가 있습니다. 거기다가 서사를 구축하는 힘까지 있으니 이정도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이 됩니다. 혹시 "붉은 낙엽"을 재미나게 아니면 인상적으로 읽으셨었다면 이 소설 "채텀 스쿨 어페어"를 꼭 읽어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론 작품 자체는 이 작품이 한수 위라는 생각이 듭니다.

g*****r 2013.07.2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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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작은 마을, 그곳에 나타난 한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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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토머스 쿡 <채텀 스쿨 어페어>   ‘어페어(affair)'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일‘, ’용무‘, ’사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는 커다란 사건을 뜻할 때도 있다.   동시에, 자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어페어’에는 ‘정사(情事)’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때의 ‘어페어’는 혼외정사, 부적절한 관계를 의미할 가능성이 많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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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토머스 쿡 채텀 스쿨 어페어

 

어페어(affair)'라는 단어는 기본적으로 ‘, ’용무‘, ’사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또는 커다란 사건을 뜻할 때도 있다.

 

동시에, 자주 사용하지는 않겠지만 어페어에는 정사(情事)’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그리고 이때의 어페어는 혼외정사, 부적절한 관계를 의미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니까 채텀 스쿨 어페어를 번역하면 채텀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또는 채텀 학교에서 일어난 정사가 된다.

 

하긴 작은 동네에서 이런 정사가 생기면 그것은 사건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 토머스 쿡의 1996년 작품 채텀 스쿨 어페어는 이 두 가지를 모두 담고 있다. 작은 마을에서 부적절한 관계가 생겼고, 그것이 심각한 사건으로 발전한 것이다.

 

작은 마을에 나타난 한 여교사

 

작품의 무대는 1926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의 채텀이라는 작은 마을이다.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기였고, 작은 마을이니만큼 그만큼 보수적이기도 한 무대다. 주인공은 채텀 스쿨에 다니는 한 남학생이다.

 

이 마을로 채닝이라는 이름을 가진 미혼의 젊은 여교사가 부임해온다. 채닝은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전세계를 여행했고, 이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채텀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녀의 담당과목은 미술. 주인공인 남학생도 그녀에게서 미술을 배우게 된다.

 

작은 마을은 어느정도 폐쇄적이기 마련이다. 1920년대라면 더욱 그랬을 것이다. 마을에 나타난 채닝도 주민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 관심은 좋은 쪽일 수도 있고 짓궂은 쪽일 수도 있다.

 

어쩌면 그 관심이 이성적인 호감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 호감이 진전된다면 사건으로 변할 수도 있지 않을까.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 그 대상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한 남자교사다. 문제는 그 교사가 아내와 자식을 가진 유부남이라는 것. 그런데도 이 두 남녀는 서로에게 빠져들고 그것은 잔인한 사건으로 이어지게 된다. 주인공인 남학생의 인생까지 바꾸어놓게 된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미국 마을의 모습

 

작가는 1920년대 미국 작은 마을의 모습도 함께 그리고 있다. 작품에서 묘사하는 채텀은 전형적인 미국의 작은 마을이다. 상점들이 늘어선 도로 하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 그곳에는 만물상이 있고 약국이 있다. 금주법이 시행되던 시절이지만,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약국 안쪽 방에 모여서 불법 증류주를 마시곤 한다. 목가적인 분위기의 한가로운 마을이다.

 

그곳의 주민들도 한가하기는 마찬가지다. 거창하게 로맨틱한 삶은 꿈꾸지도 않았고,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진정한 열정을 불태우지도 못했다. 그저 한없이 따분한 일에 집착하고, 거기에 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이런 삶은 지루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학교를 졸업하면 하나의 코스를 따라야 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어떤 사람에게 그것은 따분한 삶이겠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 될 수도 있다.

 

그 당연한 삶에 한 젊은 여자가 들어왔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 처럼. 작가가 묘사하는 1920년대의 풍경도 흥미롭지만 그보다는 젊은 여교사와 주인공에게 더욱 관심이 간다. 어린 시절의 어떤 기억은 평생 잊혀지지 않는다. 그것이 정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 그럴 가능성이 많다.

 

t****o 2015.06.1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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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H. 쿡 《채텀 스쿨 어페어》, 소름이 돋고 한숨이 터지고 온 정신을 뒤척거리면서 읽는...
"토마스 H. 쿡 《채텀 스쿨 어페어》, 소름이 돋고 한숨이 터지고 온 정신을 뒤척거리면서 읽는..." 내용보기
오랜만에 밤을 꼬박 지새며 책을 읽었다. 소설 속 채닝 선생님이 그저 받아들이는 운명의 시간들이 잔혹하여서 멈출 수가 없었고, 이를 근거리에서 바라보며 자신의 농후한 어리석음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는 헨리의 어리숙함이 아슬아슬해서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런 것을 황홀한 독서라고 불러야 할까. 간혹 소름이 돋고, 한숨이 터지고, 온 정신을 뒤척거리면서 책
"토마스 H. 쿡 《채텀 스쿨 어페어》, 소름이 돋고 한숨이 터지고 온 정신을 뒤척거리면서 읽는..." 내용보기
  오랜만에 밤을 꼬박 지새며 책을 읽었다. 소설 속 채닝 선생님이 그저 받아들이는 운명의 시간들이 잔혹하여서 멈출 수가 없었고, 이를 근거리에서 바라보며 자신의 농후한 어리석음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는 헨리의 어리숙함이 아슬아슬해서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이런 것을 황홀한 독서라고 불러야 할까. 간혹 소름이 돋고, 한숨이 터지고, 온 정신을 뒤척거리면서 책을 읽었다.

  “... 나는 내 방식대로 딸을 교육시키기로 했다. 어떤 목적으로? 나는 내 딸이 특정 도시나 나라의 제한적 영향과 관습, 이념 그리고 혈통의 그릇된 제약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삶을 누리기를 바랐다.” (p.62)

  나의 아버지는 채텀 스쿨이라는 기숙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다. 여자 학생은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고지식한 분위기의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의 아들로 학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어느날 이십 대의 여성 미술 교사인 채닝 선생님이 나타난다. 나는 채닝 선생님의 아버지가 쓴 《창밖 풍경》이란 책 그리고 이를 구현한 모습의 채닝 선생님을 보면서 내부에 있는 자유에로의 갈망의 구체화를 경험한다. 

  “나는 문을 닫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사라 생각을 다시 했던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그 후로는 사라 생각을 많이 했따. 그날 밤 내가 사라의 방에 조금만 더 머물렀다면 검은 연못 사건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른다. 떨리는 손으로 사라의 잠옷 리본을 천천히 풀었더라면, 그렇게 첫 경험의 힘을 우리가 알게 되었더라면 그리고 그 후로도 지속적인 사랑을 나눴더라면. 그날 밤 사라가 나를 받아주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그 후로 나는 사라만을 쫓아다녔을 것이다. 보트 창고나 밀포드 별장을 습관처럼 드나드는 대신. 가까이에서 원 없이 사랑을 체험했을 것이고, 봄을 잔인한 속임수로, 또 겨울을 끔찍한 진실로 여기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p.149)

  그 사이 채닝 선생님은 학교에서 만난 리드 선생님과 급격하게 가까워진다. 나는 채닝 선생님이 있는 밀포드 별장 그리고 리드 선생님의 보트 창고를 오고가며 두 사람 모두와 친하게 지낸다. 다만 문제인 것인 리드 선생님에게는 어린 딸과 리드 부인이 있다는 사실이다. 소설은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지만, 아직 청소년인 1인칭 주인공 헨리의 시야 안에서 확인 가능한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준다.

  『... “저분들은 비겁한 게 아니야, 헨리.” 사라의 음성에서 단호함이 묻어났다.
  “그럼 대체 왜 훌훌 털고 여길 뜨지 못하는 거지?”
  사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먼 훗날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라가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할 상황이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열의를 다해 각자의 행복을 추구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인생의 덧없음과 필요의 깊이와 격정의 힘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리라. 우리에게 영광을 안겨줄 유일한 자격은 선량함이다. 그리고 선량함은 우리가 아닌 다른 것들을 향한 불가해한 헌신 속에 있다.』 (p.261)

  독자의 입장에서 놀라운 것은 결국 도래할 파국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의 정도가 하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십대인 나의 시선이 갖는 어리숙함, 그 어리숙함이 만드는 절묘한 미진함이 이유일 수도 있겠고, 오래된 윤리와 더욱 오래된 욕망 사이에서 오가는 묵직한 호흡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 모두를 하나의 여린 몸 안으로 빨아들이고 그대로 폭발시켜 버린 채팅 선생님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 나는 시선을 채닝 선생님이 그린 아버지의 초상화 쪽으로 돌렸다. 멀리서 매혹적으로 어른거리는 파란 호수를 바라보는 그림 속 아버지는 당시 내가 무척이나 경멸했던 교장이 아닌, 가슴속에 억제할 수 없는 무언가를 품고 있는 들뜬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제야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채닝 선생님은 단순히 아버지를 그린 게 아니라, 아버지에게 자신의 심정을 투영한 것이었다. 어쩌면 모순된 사랑에 고통 받고 격정과 권태, 황홀과 절망, 우리가 꿈꾸는 삶과 감당할 수 없는 삶 사이에서 방황하는 우리 모두의 심정을 그림에 담은 것인지도 몰랐다.” (p.340)

  소설에는 세 번 ‘어차피 인생이란 어리석음의 변두리에 걸쳐진 것이기에.’ 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리드의 부인이 죽고, 사라 도일이 죽었고, 리드 선생님이 죽었으며, 채닝 선생님 또한 죽었다. 이 많은 죽음의 트리거일 수 있는 나의 마지막 행동은 나에게만 남아 살아 있고, 리드 가족의 어린 딸 메리는 앨리스라는 이름으로 살아 남았다.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이 두 사람이 채운다. 이 모든 것을 흡수한 아름다운 밤에...  


토마스 H. 쿡 Thomas H. Cook / 최필원 역 / 채텀 스쿨 어페어 (The Chatham School Affair) / 알에이치코리아 / 346쪽 / 2013 (1996)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6.01.15.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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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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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알에이치코리아 판타스틱픽션 Gold 02  토머스 H. 쿡 지음  RHK  알에이치코리아   '판타스틱 픽션 GOLD' 시리즈 2권인 이 작품을  판타스틱픽션 Gold 1권인 제임스 엘로이의 <L.A. 컨피덴셜>보다 먼저 읽게 되었다. 토머스 H. 쿡의 소설은 <붉은 낙엽> 과 <줄리언 웰즈의 죄> 를 먼저 읽어보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토머스 H. 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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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스쿨 페어 
 알에이치코리아 판타스틱픽션 Gold 02
 토머스 H. 쿡 지음
 RHK  알에이치코리아

 

'판타스틱 픽션 GOLD' 시리즈 2권인 이 작품을  판타스틱픽션 Gold 1권인 제임스 엘로이의 <L.A. 컨피덴셜>보다 먼저 읽게 되었다. 토머스 H. 쿡의 소설은 <붉은 낙엽> 과 <줄리언 웰즈의 죄> 를 먼저 읽어보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토머스 H. 쿡은 자신의 시적, 문학적 재능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르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며, 장르소설과 순문학의 경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심오하면서도 매력적인 작품들을 발표하며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한 장르소설의 거장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자 화자인 헨리 그리스왈드는 현재와 과거, 그리고 이야기의 시작점인 대과거를 오고 가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고대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게하는 히파티아(355~415, 고대 이집트의 여성 철학자이자 수학자로 이교의 선포자라 하여 광신도들에 의해 고문 당하고 화형에 처해졌다)를 등장시킴으로 비극적인 운명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잔혹하고도 황량한 어둠둠과 등장인물들의 정서로 '슬픔의 미학'을 느낄 수 있게 한 절묘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얽매고 있는 현실로부터 달아나려 배를 만드는 남자와 세상을 떠돌다 채텀 스쿨이라는 새장에 날아온 자유로운 영혼의 여인과 그들의 사랑을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지켜보았던 소년이 떠올리는 주홍빛깔의 기억을 다루고 있다.
1927년의 뉴잉글랜드의 조용한 마을, 엄숙한 분위기의 채텀 스쿨의 학생인 헨리 그리스왈드. 헨리의 아버지 아서 H. 그리스왈드는 채텀 스쿨의 교장이고 어머니는 밀드레드 그리스왈드로 매우 엄격한 사람들이다. 헨리는 교장의 아들이라는 자신의 위치 때문에 친구들과 원만하게 어울리지 못하고 책과 친하게 지낸다. 어느 날 채텀 스쿨에 미술 선생으로 엘리자베스 록브리지 채닝이 아프리카로부터 새로 부임해 와서, 밀포드 씨의 허니문 별장에서 혼자 살게 되고, 여행자 아버지인 조너던 채닝과 수많은 곳을 여행한 자유분방한 성격의 젊은 여선생은 채텀 스쿨의 분위기를 변화시킨다.
평범하지 않은 채닝 선생님의 새로운 방식의 수업은 헨리에게 신선한 충격이었고, 소년은 그림에 대한 열정을 되살리며 채닝 선생에게 마음을 열며 자유롭게 살고 싶어한다. 미모의 채닝 선생은 전쟁터에서 부상을 입고 돌아와 지팡이를 사용해야 하는 위태로운 분위기의 릴랜드 리드 선생에게 끌려 사랑에 빠져든다. 다시 채텀 스쿨에서 시와 문학을 가르치게 된 리드 선생과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고, 이미 부인 애비게일과 딸 메리가 있는 리드 선생은 가정과 채닝 사이에서 갈등하며, 이 두 사람의 불륜을 문제 삼아 마을 사람들이 두 사람, 특히 채닝 선생을 배척한다.
불우한 리드 선생의 아내인 애비게일 리드의 사망과 사라진 딸 메리를 초반부에 언급하고 있어서 이들의 죽음과 실종에 채닝과 리드 선생, 두 연인이 관여했고 그로 인하여 재판을 받게 되었나보다고 생각했다. 매사추세츠 주 경찰국 소속인 로렌스 P. 해밀턴 경감과 검시관이 출동한 사건은 애비게일 리드가 헨리의 집 하녀이자 헨리의 첫 사랑인 사라 도일을 치고 연못으로 직행한 사고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리드 선생의 자살로, 채닝 선생은 애비게일 리드를 표적으로 한 살해 공모와 간통 혐의로 기소되기에 이른다.
<채텀 스쿨 어페어>는 토머스 H. 쿡에게 작가로서의 명성뿐만 아니라 추구하는 바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을 가져다 준 걸작으로, 토머스 H. 쿡이라는 작가에 대해 이야기 할

 

i***2 2015.02.19.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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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향한 동경이 빚어낸 비극.
"자유를 향한 동경이 빚어낸 비극." 내용보기
진실로 이루어진 그 일련의 증거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가공할 거짓말이 돼버렸다. -p176 소년은 답답했다. 규칙과 질서만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학교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갈피도 잡을 수 없었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 채텀이 싫고 훌쩍 떠나고만 싶었으나 그의 길은 정해져 있을 터였다.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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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이루어진 그 일련의 증거가 차곡차곡 쌓여 하나의 가공할 거짓말이 돼버렸다. -p176

소년은 답답했다. 규칙과 질서만을 강요하는 아버지와 학교로부터 벗어나고 싶었지만 방법을 몰랐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갈피도 잡을 수 없었다. 그가 살고 있는 마을, 채텀이 싫고 훌쩍 떠나고만 싶었으나 그의 길은 정해져 있을 터였다.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가 지금 그런 것처럼 소년의 삶도 채텀에서 시작되어 채텀에서 끝날 것이다. 어쩌면 소년을 못 견디게 만들었던 것은,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비난하고 멸시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언젠가는 자신의 것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아니었을까. 그 곳에 그녀가 찾아든다. 누구보다 자유로운 삶을 살아왔지만 이제부터는 새장 속의 새처럼 이 곳 채텀에서 따분한 삶을 이어갈 엘리자베스 채닝이.

 

 

자기계발서가 아닌데도 색연필을 들고 밑줄 그어가며 읽게 만드는 작품이 있다. 그 어떤 고전에 등장하는 문장보다 가슴에 깊이 들어와 그 의미를 자꾸만 곱씹어보게 만드는 작품. [붉은 낙엽] 이후 토머스 H. 쿡은 내게 그런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읽을 수 있는 페이지가 몇 장 남지 않았다는 것에 아쉬워하면서도 그 끝을 향해 쉴 새 없이 질주하게 만드는. 결국에는 다 읽어낸 책을 옆에 끼고 모두 잠든 밤 거실 한 가운데를 서성이게 만드는. 그는 장르문학과 순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으로 마음에 파동을 일으킨다.

 

 

소년 헨리는 즐거웠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던 그 동안의 방황을 끝낼 목표가 생겼으니까. 그가 원한 것은 자유로운 삶이었다. 엘리자베스 채닝의 아버지가 그의 딸에게 주고 싶었던 의미 있는 인생. 그리하여 채닝 선생이 얻을 수 있었던 무엇에도 구속당하지 않았던 삶. 미술에서 의외의 재능을 발견한 소년은 그녀의 조언이 기뻤고 그리하여 소년의 동경은 시작되었다. 그의 동경에 한층 불을 지펴준 것은 리드 선생이었다. 그는 질서와 규칙이 아닌 삶의 여러 가지 가능성과 선택의 신중함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해준 유일한 존재였다. 아버지도 그런 이야기를 해 준 적이 없었다. 그런 리드 선생과 채닝 선생이 서로를 마음 속에 품고 있다는 것을, 헨리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당연하다 여겼으리라. 그들은 헨리에게 있어 자유의 상징, 앞으로 그가 누리게 될 미래의 희망을 의미했으니까. 그래서 헨리는 그들이 불행해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의 불행은 곧 자신이 이제 막 품기 시작한 밝은 미래의 파멸을 의미했으므로.

 

 

헨리의 소년시절과 노년이 교차되며 진행되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닥칠 비극 속으로 우리를 조심스레 이끈다. 전혀 서두르는 기색 없이, 아주 천천히. 하지만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임을, 그 사건으로 그의 소년시절이 끝나게 될 것임을. 그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과 인물의 내면이 세심하게 묘사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을 불륜사건은 작가의 손에서 단순한 소동이 아닌 핏빛 비극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자극적이지 않게, 절제된 언어의 감각 속에서, 그럼에도 가슴을 뒤흔드는 문장들로.

 

 

그의 작품은 범죄소설임에도 ‘범죄’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영원불멸할 것 같은 영웅도, 극악하기만한 흉포한 범죄자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작품 안에는 벌레가 한 마리 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어가 사랑하는 상대를 의심하게 만들고(붉은 낙엽), 판단 착오로 인해 비극을 만들어낼 단어를 속삭이는 벌레가. 그의 작품이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무너져가는 사람의 심리와 그로 인해 변화해가는 분위기를 깊이 있게 묘사한다는 데 있다. 마치 소설의 표지를 한 철학책 같기도 하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헨리. 딱 한 번. 다음 기회는 없어. 정말 비극이라고 생각하지 않니?” -p145

 

리드 선생은 소년 헨리에게 선택의 신중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것은 자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였을까, 아니면 헨리의 앞날을 예견한 것이었을까. 일이 벌어지고 모든 진실이 알려졌을 때는 이미 끝났다. 돌이킬 수 없다. 그로 인한 죄책감과 마지막 남은 진실은 오롯이 그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무게가 되었다. 바람처럼, 비처럼 때때로 그의 귓가를 울리는 채닝 선생의, 리드 선생의, 아버지의 음성. 그리고 떠오르는 검은 연못에서의 기억. 그 모든 것이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내 귓가에도 내 망막에도 선명히 다가왔다. [붉은 낙엽] 이후에도 이런 작품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었는데, 나는 오늘 또 중얼거린다. [채텀 스쿨 어페어]같은 작품을 또 만날 수 있게 해달라고.

 

  가끔 그 여자가 죽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단다.

 

 [5]

y********j 2014.01.26.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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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라는 이름의 품격 "채텀 스쿨 어페어"
"미스터리라는 이름의 품격 "채텀 스쿨 어페어"" 내용보기
"어차피 인생이란 어리석음의 변두리에 걸쳐진 것이기에"  - P.66 -    "사람은 매사에 조심해야 해. 그러면 악도 겁을 내고 물러나버리니까." 새학년이 시작되면 전교생을 모아놓고 헨리의 아버지가 했다는 그 말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이 아니라 열다섯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헨리의 아득한 기억 속에서 자리잡았던 채닝 선생님은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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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인생이란 어리석음의 변두리에 걸쳐진 것이기에"  - P.66 - 

 

"사람은 매사에 조심해야 해. 그러면 악도 겁을 내고 물러나버리니까."

새학년이 시작되면 전교생을 모아놓고 헨리의 아버지가 했다는 그 말이 문득 떠오른다.

지금이 아니라 열다섯의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헨리의 아득한 기억 속에서 자리잡았던 채닝 선생님은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다니며 체험했던 신비하리만큼 풍요로왔던 유년시절의 격정들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이 학교에 와서야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채텀은 신세계로 비쳤을 것이다. 당시의 호기심은 훗날 은 연못에서 일어난 비극과 어떻게 연결될지는 꿈에도 몰랐겠지만 채닝 선생님의 내면에는 무엇인지 모를 불길하고 위험스런 파멸의 기운이 물씬 풍기고 있었다는 주위의 증언들은 시간은 그냥 흐를 뿐이라는 안일한 생각이 어리석고 무분별한 만용일지도 모른다는 회한으로 남는다.

 

 

경외심에 찬 순진한 마음은 누군가를 닮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헨리가 채닝 선생님에게 매료된 것은 사춘기 소년의  이성적 호기심도 아니요, 제한적 관습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가르침의 영향때문이다. 보수적인 아버지의 교육방침은 일탈을 자제하고 품위를 강요받으며 창의를 억누르고 노예적 숭배와 도덕률에 지배받아야 했던 규칙이라는 틀이었다. 그에 반해 한 없이 자유롭고 싶다는 열망이 채닝 선생님을 통해 비로소 눈뜨게 되었으니 그녀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노년에 접어들어 그 시절을 돌아보면 감성이 이성을 가리고 자아를 정립하지 못한 질풍노도의 시절이었나 보다. 한 편으로는 아름다웠지만 슬프도록 잔인한 진실이 감추어진 검은 연못에서의 비극으로 인해 안타까운 파편처럼 산산조각날 운명이었다.

 

 

헨리의 자유에 대한 동경이 경멸로 변할 수 밖에 없었던 계기는 순수한 애정이 인습이라는 틀에 저항받고 좌절하게 되면서부터이다. 릴랜드 리드 선생님과 채닝 선생님과의 관계, 그 사이를 연결하는 헨리까지 세 사람의 관계가 파멸로 치닫게되는 일련의 과정들이 오해에서 비롯되고 만다는 사실이 인상적이다. 아니 오해라고 믿고 싶어진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나서도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의 모호함에 머리 속은 혼란의 도가니였다. 그런만큼 결코 만만하게 읽혀지지 않는 문장의 내공은 초반을 어떻게 끈기를 가지고 돌파하느냐가 중요하다. 장르문학과 순수문학의 울타리를 과감히 허물고 이웃사촌처럼 지내는 토머스 H. 쿡의 솜씨에는 이번에도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진실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는 구조적 배치와 문학적 은유가 듬뿍 담긴 이야기의 힘에서 장르문학을 저급하다고 편하하는 독자들의 편견을 무너뜨리는 고급스러운 취향의 절정을 느끼게 된다. 

 

 

일상에서 사람이라는 깊은 우물에 또아릴 틀고 있는 원죄의식과 불편한 연민들이 시적인 감각과 만나면 이렇게나 황홀한 이야기로 재탄생하기에 대중적인 지지까진 아니지만 정말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기 힘든 마력이 있는 것이다. 후반부에 가서 몇차례 진실이라는 껍질까기가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속살은 다시 한 번 고결한 인품은 싼티나고 천박한 집단적 이데올로기가 감히 범접하지 못 할 영원한 갈망이라는 갈증을 가득 남겨서 괴롭고 음울하다. "아름다운 고통의 산사태가 천천히 몰려오는 것을 바라보는 기분"이 든다는 표현이 책의 뒷면 표지에 리뷰가 담겨 있는데 과연 그랬다.

 

 

모순이라는 고통, 감당할 수 없는 절망, 시간을 되돌릴 방법을 찾고 싶은 진실이라는 망령에 사로잡히는 기분이 들었다. 이토록 가슴을 뒤흔드는 결말이라니... 읽어 본 사람만이 공감하게 되는 실로 대단한 작품이다. 아직도 머리 속을 지배하고 있는 결말에 대한 기억이라는 강렬한 잔상에서 언제쯤이면 해방될 수 있을까?

  

 

미스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품격!!!

 

 

 



q****5 2013.08.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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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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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는 토머스 H. 쿡의 대표작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범죄물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범죄물의 재미에다가, 옛날 연못가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을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인 묘사가 잘 조화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제목만 보면 꼭 채텀 스쿨이라는 학교에서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들간에 서로 범죄가 일어 난다거나 무서운 일이 생겨나는 일을 다루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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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텀 스쿨 어페어"는 토머스 H. 쿡의 대표작으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범죄물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범죄물의 재미에다가, 옛날 연못가 마을의 평화로운 모습을 배경으로 하는 서정적인 묘사가 잘 조화되어 있는 이야기입니다. 제목만 보면 꼭 채텀 스쿨이라는 학교에서 고등학생 쯤 되는 아이들간에 서로 범죄가 일어 난다거나 무서운 일이 생겨나는 일을 다루는 이야기로 오해할 수도 있을 법 한데, 전혀 그런 내용은 아닙니다. 대신에 채텀 스쿨이라는 학교 근처에 사는 사람들과 채텀 스쿨 교사가 주요 등장 인물로 나옵니다.


우선 이 이야기의 개성으로 단연 눈에 뜨이는 것은 역시 요즘 유행하는 범죄 소설 답지 않게, 차분한 묘사가 차지 하는 비중이 무척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초반에 이런 느낌은 더 강했습니다. 끔찍한 사건이나 자극적인 난리를 묘사하면서 이야기를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운 마을 풍경과 그 목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옛 삶의 모습들을 차분히 표현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재미있었던 점은 그러면서도 그러다가 무슨 일이 언젠가 터진다는 암시, 이 모든 것이 갑자기 뒤바뀐다는 이야기를 꼬박꼬박 곁들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느릿느릿한 교외의 삶을 묘사하고 있지만 그런 내용을 읽는데도, 충분한 호기심을 갖고 이야기를 따라 갈 수 있도록 글을 펼쳐 내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공들여 찬찬히 분위기를 잡아 온 내용은 절정과 결말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문제의 사건으로 연결 됩니다. 이 사건은 특별히 과장되어 있는 무시무시한 살육극이 아닙니다. 억지를 써서 괜히 거창하게 들이미는 "악마가 저지른 범죄" 같은 것도 아닙니다. 딱 이런 배경의 무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을 만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뿐 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시종일관 잘 쌓아 놓은 인물과 배경이 거기에 얽히기 때문에 그 사건이 그만큼 더 생생하고 진하게 와닿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반응과 심경도 더 강렬하고 더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 덕분으로 책 결말은 충분히 설득력 있고 자연스러우면서도 깊게 잔상을 남기는 충격적인 느낌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시간을 끌어 가며 조금씩 깔아 놓은 불길한 소재와 복선들과도 무리 없이 자연히 연결 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이어진 서정성 있는 묘사가 애잔한 느낌도 잘 남기고 있어서 무척 재밌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이야기 구성을 좀 더 파헤쳐 보자면, 구식 고딕 소설 같은 느낌도 어느 정도는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낯선 집에 호기심 많은 여자 주인공이 찾아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고, 숨겨진 음습한 비밀과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를 소재로 삼는 구성은 쓸쓸한 저택에 여자 주인공이 찾아 오며 시작하는 고딕 로맨스 소설과 출발이 비슷한 점이 있었다고 생각 합니다. 감상적인 풍경 묘사 대목에서는 그런 느낌이 충분히 들었습니다. 약간 차이는 있습니다만, 소설 도중에 "폭풍의 언덕" 같다는 말이 아예 나오기도 했습니다. 돌아 보면, 이 책은 그런 분위기와 재미를 느끼기에도 충분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렇습니다만, 이 이야기는 정형화된 소설과는 또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는 점도 뚜렷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비슷한 이야기에서 서술하는 시점을 여자 주인공에 집중시켜 두는 것과 달리, 이 소설에서는 화자를 당시 사춘기 언저리의 남자로 하고 있었습니다. 낭만적으로 신비롭게 묘사된 인물들과 일상적이고 현실감 있게 묘사된 인물들이 잘 섞이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게 자연스럽게 배치가 되어 있어서, 그만큼 더 실감이 났다는 점도 훌륭했다고 생각 합니다. 그래서 속도가 약간 느린 편인 초중반 서술 속에서 어두운 숲이 있고, 파도가 치는 외로워 보이는 바닷가가 있고, 서늘한 바람이 서서히 피어 오르는 신비로운 연못 길이 있는 채텀 스쿨 주위의 마을이 정말로 거기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입체적인 인물이면서도 독자가 서서히 애착을 갖게 만드는 조연격 인물 사라를 이용해서 감정을 짜는 기술은 매우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라는 갈등에 그다지 적극적으로 끼여 있지는 않은 인물인 작은 역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물의 처지를 이용해서 자연스럽게 극중 인물에 독자들이 빠져 들게 만들고, 저절로 극중인물의 감정을 따라 독자도 고조되기도 하고 또 허무하게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 덕택에 다른 인물들의 행동과 감정까지 저절로 공감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좋은 범죄물이냐고 한다면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렇다고 굉장히 기묘한 범죄를 다룬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빨려 들고 재밌는 책이냐고 한다면 역시 맞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렇다고 싸움과 추격이 계속되는 이야기도 전혀 아니었습니다. 고전적인 사랑 이야기라고 하면 그것도 맞습니다만, 그렇다고 진부한 애정 행각에 집중하는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인생을 돌아 보는 성장에 관한 이야기냐고 한다면 그런 점도 좋은 책이었습니다만, 그렇다고 또 애들끼리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소위 "학원물"은 전혀 아닙니다. 그런만큼 여러가지 면에서 재미가 있는 책이었고, 진기한 형식의 글이라기 보다는 여러 재미가 다양하게 다 있는 정통파 소설로서 잘 쓴 노설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런 종합적인 면 자체가 개성이 되어 주는 책이었습니다.


국내에도 번역 소개 되어 있는 작가의 다른 책인 "줄리언 웰즈의 죄"와 비교하며 둘 다 읽어 보기에도 좋은 책이었습니다. 둘이 비슷한 점이 많았다고 느꼈습니다. 서정적인 묘사에 비중을 어느 정도 준다는 점, 평화로운 이야기 속에 어두운 사연이 곧 드러날 것 같은 음침한 느낌을 살린 다는 점, 과거를 회상하며 잊혀진 사연을 돌아 보는 형식이라는 점, 죄의식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는 점은 일치 했습니다. "줄리언 웰즈의 죄"가 남미의 이국적인 감흥을 배경으로 살린다면, 이 책 "채텀 스쿨 어페어"는 교외 마을의 평화로운 정경을 배경으로 잘 살린다는 점도 견주어 볼만 합니다.


저는 이 책 "채텀 스쿨 어페어"가 "줄리언 웰즈의 죄" 보다도 더 재밌었습니다. 초반 시작은 힘이 덜 하고 미적지근 합니다만, 그런대신 절정의 힘이 강렬했고, 결말은 훨씬 더 자연스러워 보였고 여운도 더 깊었습니다. 인생을 돌아 보는 화자의 시선에서 조용한 마을 풍경과 범죄를 동시에 이야기 하는데, 그냥 재미로 범죄 이야기를 끼워 넣은 것이 아니라 범죄와 연결되어 있기 마련인 "언제 사람은 자기 목숨과 인생이 걸만한 행동을 하는가", "어떤 감정이 인생을 뒤바꾸는 사건을 일으키는가"와 같은 문제와 잘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 꼭 어딘가 있을 것 같은 마을 분위기를 떠올리며 한번 감상에 푹 젖어 볼 수 있는 책이었다고 느꼈습니다.

g******r 2015.05.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채텀 스쿨 어페어 - 토머스 H. 쿡 (최필원 옮김,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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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줄의 홍보카피 외엔 책을 읽기 전 인터넷서점의 소개글이나 다른 독자의 서평을 보지 않는 편이라 처음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연쇄살인 또는 학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지레 짐작한 게 사실입니다. ‘붉은 낙엽’이나 ‘심문’ 등 귀에 익은 작품들은 몇 편 있지만 토머스 H. 쿡을 만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보니 그의 작품 세계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목에 들어간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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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 줄의 홍보카피 외엔 책을 읽기 전 인터넷서점의 소개글이나 다른 독자의 서평을 보지 않는 편이라 처음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연쇄살인 또는 학폭에 관한 이야기가 아닐까 지레 짐작한 게 사실입니다. ‘붉은 낙엽이나 심문등 귀에 익은 작품들은 몇 편 있지만 토머스 H. 쿡을 만난 것은 이 작품이 처음이다 보니 그의 작품 세계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제목에 들어간 스쿨죄의식의 저울 건너편에서 서서히 떠오르는 잔혹한 진실이란 홍보카피 때문에 생긴 선입견이었는데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제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채텀 스쿨 어페어19268월에서 19278월에 이르는 1년여의 시간 동안 보스턴 인근 조그마한 소도시 채텀에서 벌어진 한없이 어둡고 무거운 치정과 파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지워지지 않을 상처와 비밀을 잔뜩 끌어안고 있거나 또는 불발탄처럼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채텀스쿨 미술교사로 부임한 미모의 엘리자베스 채닝, 그녀로 인해 새로운 세계와 자유를 열망하게 된 고등학생 헨리, 그녀와의 치정으로 인해 여러 인물의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유부남 교사 리드, 그녀로 인해 가족의 붕괴를 목전에 둔 히스테릭한 리드 부인, 그리고 그녀를 채텀스쿨로 초빙한 장본인이자 헨리의 아버지이며 보수적 교육자인 아서 등이 그들입니다. 어찌 보면 굉장히 단순한 이야기 ? 보수적인 소도시에서 벌어진 두 남녀의 불륜의 비극적 결말 ? 에 그칠 수도 있는 소재지만, 토마스 H. 쿡의 필력은 주조연을 비롯한 모든 인물들의 심리와 이야기의 배경인 채텀의 분위기를 잘 버무림으로써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과 기대감을 놓치지 않는 중량급 서사로 만들어냈습니다.

 

먹구름과 광풍, 안개로 가득한 잉글랜드의 황무지를 연상시키는 해변가 소도시 채텀의 1920년대 풍경은 인물들을 더욱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아넣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대프니 듀 모리에의 레베카가 연상되는 대목이 종종 눈에 띕니다. 음울하고 불길한 분위기에 휩싸인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행보를 미묘하면서도 상세하게 묘사한 대목이 겹쳐 보인 탓입니다. 또 장르소설이라기 보다는 순문학에 가깝다는 인상도 자주 받게 됩니다. “자신의 시적, 문학적 재능을 선보이는”, “장르소설과 순문학의 경계를 무색하게 만드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드러냄으로서 슬픔의 미학을 느낄 수 있게 한등 인터넷서점의 작가 소개글 역시 그런 점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특이했던 점은 다양한 시간적 배경입니다. 이제 노년에 접어든 헨리가 살고 있는 1960년대 후반, 헨리의 10대 시절이자 채텀스쿨의 비극이 벌어졌던 1926~1927, 그리고 잠깐이지만 중년의 헨리가 등장하는 수년 전 등 다양한 시간적 배경이 등장합니다. 이럴 경우 보통 챕터별로 시간이 분류되어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비해 채텀 스쿨 어페어는 때론 문장 단위로 시간적 배경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읽으면서 집중하지 않으면 이 인물이 존재하는 시점을 놓치기 쉬울 정도입니다. 1920년대에 있는 건지 1960년대에 있는 건지, 사고가 난 그날의 이야기인지 그 전후의 이야기인지, 채닝이 채텀에 온 시점의 이야기인지 리드가 채텀에 온 시점의 이야기인지 등 수시로 앞뒤 맥락을 확인해야만 합니다. 읽는 중에는 가끔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다 읽은 후엔 그런 시간적 구성이 이야기의 밀도를 높였을 뿐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이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훨씬 좋은 장치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스쿨 어페어라는 제목이 주는 묘한 기대감으로 이 작품을 접한 독자에겐 좀 지루하거나 심심하게 여겨질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순문학적인 특징 때문이겠지만, 마지막에 드러난 사건의 실체가 그리 강하거나 충격적이지 않을뿐더러 마지막 장을 덮을 무렵의 개운치 못한 느낌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조만간 토마스 H. 쿡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붉은 낙엽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유괴를 소재로 했다는데, 과연 어떤 문체로 이야기를 풀어냈는지, 일반적인 유괴 미스터리와 어떤 식으로 다른 서사를 구축했는지 궁금합니다. 고백하자면 제 취향과는 조금은 거리가 먼 작가 같지만 호기심을 버리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h****s 2013.11.0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황무지냐, 평화냐 그건 그 사람 판단의 몫
"황무지냐, 평화냐 그건 그 사람 판단의 몫" 내용보기
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의 탈출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그 곳이 채텀처럼 조용하고 쓸쓸하며 누가 누군지 다 아는 곳에서  살았다면 더더욱이나   날 모르는 사람들과의 낯선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더 바라게 될 것이다. '붉은 낙엽'으로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게 사실은 행복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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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번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의 탈출을 꿈꾸지 않을까 싶다. 더군다나 그 곳이 채텀처럼 조용하고 쓸쓸하며 누가 누군지 다 아는 곳에서  살았다면 더더욱이나   날 모르는 사람들과의 낯선 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새로운 만남과 이별을   더 바라게 될 것이다. '붉은 낙엽'으로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는게 사실은 행복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 토머스 h.쿡은 '채텀 스쿨 어페어'에서는    평화롭게 보이는 일상과 우리의 이웃처럼  보이는 이들이  자신의 생각대로 삶의 기준을 정해놓아 생기게 된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제는 쓸쓸한 노년의 나이가 된 헨리가 자신이 소년이였을때 바라본 채텀이란 공간과 그 안에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특히나 더 만족해보이는  아버지의 모범적인 일상이나   늘상 똑같이 들려오는 규칙에 염증을 내던 자신을 보여주며 그러다 만난 채닝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언젠가는 이 곳을 떠나리라는 희망을 키우던 헨리는 무조건적으로 옳게만 받아들였던 어른들의 세상이 그다지 낯설지도  익숙하지도 않을만큼 자란 아이가 바라 본 세상은 어떤지, 그리고 그렇기에  자신과는 다르게 많은 여행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았다고 여겨지는 새로 오신 채닝 선생님에게 당연히 호감을 갖게 되는  자신의 기억 순간 순간을 보여준다.

 

 내가 헨리였대도 그녀가 꺼내 놓은  여행 기억으로 시작된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 맛 볼 자유의 바람을 미리 느껴볼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 시간동안 자신의 꿈을 그려갔을 것이다. 이렇게 좋은 선생님, 그리고 선생님을 잘 따르는  학생이라는 관계는 헨리가 채닝 선생님이  리드 선생님과 친해지는, 그리고 사랑에 빠진걸 알게됐다고 믿을만큼 친하게 되면서 살짝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채텀에서의 일상은 별반  다르지 않게 지나가게 된다.  더 자주 만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게 되고 그들이 사랑을 이루기위해 이 곳을 떠나기라도했으면 하는  소년의 바람이 커지는 것말고는 말이다. 하지만   채텀에서의 일들은 금방 소문이 되고, 그렇지않아도 배신의 기억에 사로잡힌 리드 부인이 이상해지면서  '그렇고 그런'이란 관계는 무조건 안된다는 어른들의 시선으로   채텀에 비극이 생겨나게된다.

 

"그 세상에서 중요한 건 로맨스가 아니라, 한층 깊고 오래 지속되는 결과와 관계였다" -214

인생은 한번 뿐이고 다음 기회는 없다는 이야기를 남기는 리드선생님, 인생은 원래 부당한 것이며 우리가 가장 후하게 주거나 받을 수 있는 건 신뢰라는 아버지, 그리고 나중에서야 깨달았다며  갈망은 우리의 운명이며 그 끔찍한 고통을 달래기위해 우리가 사용하는 게 믿음이라는  헨리등  모두가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자신이 느끼고 믿었던 대로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에게 삶이란 것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와 옅은 후회를, 그리고 안타까움을 주게된다.

 

토머스 h.쿡은    사건을 삼켜버리고 조용해진 채텀의 검은 연못처럼  평온해보이는 우리의 일상안에는   감출것도 말하지 못한 것도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가며  뭔가 일어날것같은 불안불안함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단한 사건이나 꼬임, 반전을 말하지는 않지만 일상을 적어나간 줄 알았던 일들이  책이 넘어갈수록 '이제 사건이 벌어지는 걸까.' 싶은  작지만 뭔가 께름직한  불안이나 오랜 세월 안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우연히 드러내는  몰랐던 속 이야기들이 되어가며  어쩌면 나 역시 가지고 있는, 인생은 한번뿐이기에 탈출을 꿈꾸지만 머물수밖에 없어 괴로워하던 리드 선생님이나  딸이 자유롭게 자라게 하기 위해 많은 걸 희생했을 사랑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닝 선생님, 자신의 조용한 삶을 평생 불안하지만 맞다고 살아온  헨리 어머니, 믿음과 선량함 신뢰가 살아가는 동안의 아름다움이라고 믿는  헨리 아버지 등 모두에게서 내 마음 조금씩을 볼 수 있기에  제각각의 방향에 서 있는 그들 모두를  이해하게 되는 함정(?)에 빠지게 된다.   평범한 이웃이였던 이들의  조용하고 은밀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대로 사건이 모양을 만들어가며 부풀어 오르기에,   이제껏 내가 보고 들었기에 진실이라고 누구에게나 말할 수 있었던 일들이 과연  진짜였을까 싶다.  난 내 소신대로 살아가는 동안 애정이라며 다른 이들의 삶속에 너무 끼여들어 문제를 만든 적은 없었을까... 슬슬 걱정이 된다. 

 

"그들은 황무지를 만들어놓고 그걸 평화라고 불렀다."-249



s****s 2013.10.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