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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허모씨와 변모씨는 마음대로 말해도 된다니까
"그래서 허모씨와 변모씨는 마음대로 말해도 된다니까" 내용보기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말이 많다. 낡아빠진 진영 논리를 가져와 트위터에서 쓸데없는 말이 오가는 꼴을 지켜보는 것은 지겨운 일이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부모님을 보여 드렸다. 영화를 보신 어머니는 재미있었다고 하시면서 “옛날 그런 고생한 거 보니까 마음이 짠하더라”고 하셨다. 뒤에 덧붙이신 말씀은 “차라리 님아 인가 그거를 예매하지 그랬냐?”라고 하셨다. “엄마 님아
"그래서 허모씨와 변모씨는 마음대로 말해도 된다니까" 내용보기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말이 많다. 낡아빠진 진영 논리를 가져와 트위터에서 쓸데없는 말이 오가는 꼴을 지켜보는 것은 지겨운 일이다. 나는 보지 않았지만 부모님을 보여 드렸다. 영화를 보신 어머니는 재미있었다고 하시면서 “옛날 그런 고생한 거 보니까 마음이 짠하더라”고 하셨다. 뒤에 덧붙이신 말씀은 “차라리 님아 인가 그거를 예매하지 그랬냐?”라고 하셨다. “엄마 님아 그 영화가 더 짠해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다. 나는 내 부모님이 살아오신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내 부모님 세대 다른 분들보다 늦은 나이인 서른, 스물아홉에 결혼하신 부모님은 아버지의 직장이 있는 곳으로 내려 오셨다. 충청북도 단양에서 경상북도 포항까지. 지금이야 도로도 좋고 자가용도 있어서 3시간 정도면 오갈 수 있는 거리지만 당시 명절을 맞아 포항에서 단양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린 내 손을 잡고 나보다 2살 어린 내 동생을 업고 두 분 양 손에 집채만 한 짐 보따리까지 챙긴 후 포항 단칸방에서 포항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버스를 타야 했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경주 터미널까지 간 후 버스를 타고 경주역으로 가야 했다. 부산에서 청량리까지 가는 비둘기호 완행열차를 타고 단양역까지 5시간을 가야 했다. 밤 8시쯤 도착한 단양역에서 할아버지 댁까지 버스를 타고 가야 했다. 할아버지 댁에 오가는 길에 대한 기억은 안동역쯤에서 먹었던 가락국수 정도인 내게 부모님의 고달픔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 일인지 나는 알지 못한다.

세대 갈등에 대해서 많은 책과 기사, 보도와 논평이 쏟아졌다. 십년쯤 된 것 같다. 친구들과 모여 앉은 대화 자리에서도 그런 말을 많이 한다. “우리 부모님 세대가 마지막으로 부모를 봉양하고 본격적으로 손주를 돌보는 첫 세대래”라고. 쉽게 말한다.

추운 겨울, 개울가 얼음을 깨고 시집 식구를 빨래를 해야 했던 이야기, 단칸방에서 아들 둘을 키우며 정신도 없이 곤로에 밥을 하고 연탄을 갈고 천기저귀를 빨아야 했던 이야기 같은 것들은 나는 손톱만큼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세대 갈등은 어쩌면 당연하다.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는 것이다. “아니 말이야~ 멀쩡한 중소기업이나 조그만 회사 놔두고 왜 그렇게 대기업이나 공무원 될려고 그래~ 젊은 것들이 고생을 안 해서 그래!”라고 말하는 기성세대는 지금 청년세대가 겪는 절망과 좌절의 이야기를 알지 못한다.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대 갈등은 어쩌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이 책 「폭격」을 읽으며 왜 아직도 박정희를 추억하고 암울하고 뒤틀렸던 60-70년대를 2014년 현재로 부활시키려 하는 세대가 많은 지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 국제시장을 놓고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는 허모씨나 변모씨가 차라리 이 책을 함께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범하나 지역에 자그마한 토굴들만이 밀집해 있는 이곳을 놈들은 군사적 목표라고 한다. 죽은 부모와 오빠, 동생의 원쑤인 미제국주의자들에게 어찌 죽음을 주지 않고 참을 수 있겠는가! 죽음은 죽음으로, 피는 피로 갚아야 한다.”  

 

미 공군의 공중 폭격으로 가족 6명이 모두 사망하고 홀로 남은 안영실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종군 기자들을 향해 토로한 내용이다. 책을 읽으며 가장 충격 받았던 내용은 흰 옷을 입은 무리에 대한 무자비한 폭격이다. 그리고 미 공군은 적군인 북한군과 중공군을 향한 폭격, 북한의 군수시설과 보급시설에 대한 폭격에 그친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 대한 폭격. 그리고 대한민국의 자유 수호를 위해 참전했다는 명목상의 이유를 집어던진 채 한국의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기 미공군 공중폭격의 배경과 전개과정에 대한 역사학적 분석을 통해 지나치게 우상화 혹은 악마화된 미국의 실체에 다가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2000년 즈음부터 미국의 국립문서보관소와 미공군역사연구실을 통해 공개되기 시작한 한국전쟁기 미공문 문서 약 10만 장을 수집·분석했다.” (p.6)

 

이 책은 쉽게 쓰이지 않았다. 저자는 처음 미공군의 한국전쟁 당시 폭격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부터 10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이것과 관련된 각종 자료와 문서를 분석했다. 10년이 걸렸다. 전쟁이 발발한 지 50년이 지난 후에야 공개된 한국전쟁 당시 문서를 뒤졌다. 책에 덧붙인 주석과 참고문헌의 양이 70페이지에 이르는 것을 보면 그 과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지루하며 골치 아픈 것이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저자와 같은 연구자들이 있어서 나와 같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한국전쟁 당시의 진짜 실체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으니 충분한 고마움을 표현해도 마땅하다. 단순히 몇 가지 자료와 책을 발췌하거나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이 연구에 대한 가치는 이미 충분히 증명되고 많은 연구자들에게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전쟁에 대한 많은 책이 출간되고 자료가 소개되었지만 이 책을 읽으며 한편으로는 ‘한국전쟁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자들이 너무 게으른 거 아냐~’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시차를 두고 공개된 미국과 옛 소련의 군사기밀들에 접근하는 것이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학자로서의 사명을 가지고 덤벼들면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아 보이는데, 아직 우리는 한국전쟁에 대해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 같다. 어느 정신 나간 단체에서 내게 연구비를 지원해 준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럴듯한 논문 한 편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흐흐흐. 말도 안 되는 얘기겠지? 흐흐흐.

 

 

“당대 전폭기 조종사들은 북한군 점령하의 남한지역 도시와 농촌을 향해 일상적으로 폭격작전을 수행했고 흰옷을 입은 민간인 무리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기총소사를 가하곤 했다. 조종사들은 그 같은 자신의 행위를 군사적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정당화했다.” (p.166)

“독도폭격사건이 발생했던 1948년 6월 8일, 오끼나와 카데나기지에서 1분 간격으로 이륙했던 B-29기들은 카미노시마 북단에서 회합하여 11시 47분에 첫 번째 폭격시발점인 울릉도 상공에 도착했다.” (p.77)

 

거대한 폭격기 B-29기는 한반도의 북쪽과 남쪽을 가리지 않았다. 책의 단 한군데만 발췌했지만 책에 실리지 않은 무고한 양민을 향한 폭격은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일제 강점기 이후 기독교가 가장 안정적으로 정착해 성장한 평양지역과 북한의 서북지역 주민들은 미군의 B-29기가 자기 머리 위를 날아다녀도 미국 선교사가 세운 교회당 안에 대피하면 당연히 무사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너도나도 집을 버리고 교회당으로 피신했지만 그곳은 공중에서 보기에 가장 좋은 폭격 대상이었다. 소이탄과 네이팜탄을 가리지 않은 미공군의 공중폭격은 교회당과 민가, 피난민들이 모여 있는 공터를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독도와 울릉도에 대한 폭격,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만 해도 레이더 기술이 온전치 않아 미공군은 자체 관제시스템이나 조종사 각자의 육안식별로 폭격을 가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그들에게 북한 폭격을 위한 연습 대상이었다. 분명히 작은 배와 민간인으로 식별 했음에도 공중 폭격은 멈추지 않고 이루어 졌다.

 

 

“9시 45분에 모스키토 와일드웨스트와 접속되었다. 배정된 목표는 겉보기에 피난민으로 보이는 약 30명의 사람들이었다. 통제관은 그들에게 공격을 가하라고 말했다. 네이팜탄으로 직격탄을 날렸다. 모두 죽었다.” (p.226)

 

네이팜탄으로 피난민으로 보이는 약 30명의 사람들을 모두 죽인 미공군 조종사의 임무보고서다. 짧은 문장이 더 섬뜩하다. 군인이 사용하는 문서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일상적이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저자는 이렇게 한국전쟁 당시 무차별 공중폭격이 자행되었던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 번째는 전선의 상황이다.

 

“미공군은 한국전쟁 초기 급작한 전선의 상황 때문에 다수의 B-29기들을 원래 용도와는 달리 지상군 근접지원작전에 대거 동원했다.” (p.237)

“북한 지상군은 짧은 기간 동안 한반도의 90퍼센트 이상을 점령하며 연이어 승전보를 올리고 있었지만, 실제 38선 이북의 전쟁 후방지역에서는 연일 충격과 공포의 절규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p.148)

 

전쟁 초기 북한군은 터진 둑의 물처럼 남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대통령이 도망친 수도 서울이 북한군의 손에 들어가고 제대로 된 준비조차 하지 않았던 남한군은 남쪽으로 도망치기 바빴다. 제대로 된 준비나 훈련 없이 투입된 미공군은 북한 후방지역 폭격에 집중했다. 전선 후방으로부터의 보급과 수송을 차단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기 북한에 집중된 공업화는 미공군의 폭격의 주된 대상이었다. 초기 미군과 미공군 수뇌부의 방침은 정밀폭격이었다. 민간과 중국과의 접경지역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한국전쟁기 B-29기 폭탄 하나로 가로 5미터 세로 150미터 크기의 타깃을 적중시킬 수 있는 확률은 0퍼센트에 가까웠고, 최소한 100-200발의 폭탄으로 대량폭격을 가해야만 50-80퍼센트의 타깃 적중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는 웃기지도 않는 적중률로는 정밀폭격이 불가능했다. 이후 지역폭격이라는 이름으로 명령이 바뀌기는 했지만 민간에 대한 피해는 줄일 수 없었다.

 

 

“소각과 파괴를 위한 초토화정책 (scorched earth policy to burn and destroy)을 되풀이하여 강조” (p.284) 맥아더

“다른 소도시들도 시험 삼아 불태우고 파괴하시오 (burn and destroy as a lesson any other those towns)” (p.286)

 

전선이 고착되고 중공군의 참전이 이루어진 이후, 미군은 급박했다. 맥아더는 초토화정책을 지시한다. 이미 도시 기능과 산업 기능이 마비된 북한 지역 곳곳에 대한 초토화가본격화 되었다. 앞서 소개한 안영실이라는 북한의 양민도 이 초토화정책으로 인한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공중폭격 당시 피해를 입은 사람이다. 이미 집이 없어 토굴 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 이전보다 더 참혹한 피해를 안겼다. 연합군 참전과 미공군의 공중폭격으로 압록강까지 차지한 후 종전을 기대한 미군 수뇌부는 워싱턴을 향해 장밋빛 보고를 남발했는데, 중공군 참전으로 다시 전선은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공중폭격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미군과 미공군 수뇌부 몇 명의 즉각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정말 가슴 아픈 일이다. 그들 몇몇의 짧고 성급한 판단으로 인해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된 것이다.

 

 

또 하나는 미군이 가진 인종차별주의와 미공군 조종사들의 결여된 인간애다.

 

“미공군의 공중폭격은 한국전쟁 초기부터 ‘누구도 진실로 이해할 수 없는 완전히 개인적인 증오’를 북한 곳곳에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p.153)

“기초교육과 훈련과정에서 인문학적·사회과학적 지식을 배제한 채 기능주의적인 전쟁기계로 육성된 미공군 조종사들의 전시 행동양식은 폭격의 구조와 양상을 살피는 데 중요한 분석대상이다.” (p.188)

 

태평양 전쟁으로 인해 일본군에 대해 질려버린 미군은 편집증적으로 동양인을 일본군과 동일시했다는 주장이다.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설득력 있는 부분이다. 2차 대전 시 유럽 동부 전선에서 겪었던 살인적인 추위보다 적도 인근 수많은 섬과 정글에서 마주한 살인적인 더위와 기꺼이 자살을 감행하는 일본군의 무모한 군인정신에 질려버린 것일까? 미공군 조종사들이 뻔히 보이는 피난민 무리에, 자신들은 민간인이라며 입고 있던 흰 옷을 벗어 흔드는 무리를 향해 기총소사를 가하고 네이팜탄을 투하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군인이 가진 명령복종의 구조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인간적인 폭력이다. 저자는 당시 미군의 상황에 주목한다. 아직 불안정한 유럽의 정세에 더불어 유럽과 미국 본토에서 너무 멀리 떨어진 극동의 한반도에 공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조종사를 선발하고 훈련시킬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에 관련된 다른 책에서는 한 번도 보지 못했던 해석이다. 워싱턴 당국과 미군은 한국전쟁에 참전하는 미공군 조종사들에 대한 특전을 제시했다. 일정 정도의 임무를 완수하면 진급을 보장한다거나 하는 것이었다. 특히,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조종사들은 격추의 위험도 작고 타 대륙의 전선보다 안정적으로 보였던 한국전쟁에서의 임무가 어렵지 않았다. 출격해 미공군 자체 관제시스템의 명령하달을 완수하면 그만이었다. 조종석에서 바라본 폭격 대상이 민가이고 피난민 무리라도 상관없었다. 발사 버튼을 누르고 기지로 돌아가 임무보고서를 작성하면 끝이었다. 저자의 말대로 기능적인 전쟁기계로 양산된 당시 미공군 조종사들에게 어떠한 인간애를 기대한다는 것이 무모한 일이다. 거기에 더해 동양인에 대한 차별과 증오, 내지는 혐오는 이것을 더욱 부추겼을 것이다.

 

 

“1950년 11월 5일 맥아더는 북한지역의 모든 도시와 농촌을 소이탄으로 불태워 없애버리라는 공세적 명령을 하달했다. 그리고 워싱턴은 맥아더의 조치를 묵인했다.” (p.7)

“소위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실시되었다는 미공군의 대량폭격은 이렇듯 남과 북에서 대규모의 한국 민간인 희생을 끊임없이 강요하고 있었다.” (p.331)

 

‘한국인의 자유’를 위해 실시되었다는 폭격은 ‘한국인의 자유’도, 그들이 꿈꾼 북한군과 중공군의 섬멸도 성공해내지 못했다. 무고한 대규모 북쪽과 남쪽의 양민 학살은 전쟁이 멈춘 뒤 60년이 지난 오늘에도 제대로 규명해 내지 못하고 있다.

 

 

“폭격의 주체인 미국은 자신들이 치른 모든 전쟁에서 단 한 번도 공중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 수를 밝힌 적이 없다.” (p.385)

 

전쟁은 멈춘 상태다. 미국은 한국전쟁 당시 미공군의 폭격으로 인한 민간인 희생자 수가 어느 정도인지 밝힌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숫자가 얼마 만큼인지 파악은 하고 있을까 싶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적으로 행해진 민간인에 대한 폭격이니 말이다. 밝힐 수가 없는 게 아닐까 싶다. 모르니까.

 

차마 서평에 삽입할 수 없었던 사진이 있다. 책에 실린 사진인데, B-29기에서 폭탄을 낙하산에 실어 떨어뜨린 장면이다. 공중에서 촬영된 사진인데 민간인 남성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하산과 그 끝에 달린 물체가 신기했던지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린 채 다가오고 있는 장면이다. 그 사진의 장면 이후가 어땠을지 상상하기도 싫다. 그렇게 큰 비행기와 그렇게 무시무시한 폭탄을 처음 본 사람들은 그냥 그 자리에서 폭탄을 맞았다. 눈앞에서 가족이 죽고 친구가 죽는 장면은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것이다.

북한의 정치체제가 어떤 것인지, 세습 왕조의 코미디 같은 독재가 어떤 것인지 나는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미제, 미군의 비행기, 그 비행기의 폭탄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이 어떤 것인지는 아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공군의 폭격을 경험한 남쪽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친지에 의해 비행기와 폭탄과 죽음과 또 비행기와 폭탄과 죽음을 전해 들었던 내 부모님 세대를 나와 같은 세대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 전쟁은 직접적인 것이었다. 직접 폭탄이 터지는 것과 그 터진 폭탄으로 인해 죽은 사람을 보지 못했지만 그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들었던 기억은 수십 년이 지나도 생생한 것이다. 전해진 이야기를 또 한 번 듣게 된 세대는 그만큼 더 알지 못한다. 이것이 한 번 더 전해지면

그만큼 더 알지 못하게 되는 것이고.

 

그래서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나서 무슨 소리를 해도, 그것은 각자의 자유다. 경험하고 전해들은 이야기는 각자의 경험과 기억에 따라 각색되어 체화되기 마련이니까.

 

 

l****h 2014.12.3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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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시민은 적인가 형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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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국민들은 그 전 50년동안 전쟁을 통해 많은 경제발전과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침략전쟁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전쟁수행 중 일어나는 불가피한 일 또는 신나는 일로 치부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침략전쟁에 책임이 있었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면 커티스 르메이가 전략폭격으로 일본의 주요도시를 폭격하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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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국민들은 그 전 50년동안 전쟁을 통해 많은 경제발전과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침략전쟁에 대해 긍정적이었고, 그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서는 전쟁수행 중 일어나는 불가피한 일 또는 신나는 일로 치부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침략전쟁에 책임이 있었다.

따라서 한국인이라면 커티스 르메이가 전략폭격으로 일본의 주요도시를 폭격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희열을 느낀다. 그러나 일본에 대한 전략폭격은 겨우 5개월 남짓 몇몇 일본의 주요도시들에 대해 진행되었을 뿐이다.  

실은 일본에 떨어뜨린 폭탄과 소이탄보다 더 많은 양의 폭탄과 소이탄들이 3년동안 한반도를 뒤 덮었다. 전쟁초기에는 북한군에 의해 점령된 남한도시도 전략폭격 당했고, 이후에는 주로 북한도시들이 전략폭격 당했다. 

내가 어렸을 때 이북에서 넘어온 이웃 아저씨로부터 남한으로 넘어가면 최소한 폭격으로 죽진 않을 것이라 생각해서 남한으로 피난왔다는 얘길 들은 적 있다. 그리고 내 친척들로부터는 피난길에 제일 무서운 것이 피난 행렬에 무차별 폭격과 기총소사를 가하는 유엔군의 비행기들이었다는 얘기는 수없이 들었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을 용서할 순 없다. 국민을 버리고 도망가다가 선량한 국민들을 빨갱이의 덧을 씌워 친일매국노들을 이용해 학살을 자행한 이승만도 용서할 순 없다.

하지만 서로 적으로 싸운 국군과 인민군은  과연 서로를 용서할 수 있을까? 전략폭격속의 불길속에 죽어간 점령되었던 지역의 민간인과 북쪽 시민들에 대해 우리는 쾌감을 느낄 수 있을까?

나는 국민학교 6학년때 8권짜리 전집으로 된 쥬니어한국전쟁이라는 책을 읽다가, 북한군에 의해 패전을 거듭하여 낙동강 전선까지 밀린 미군과 한국군을 돕기위해, 일본에서 날아 온 미군의 B-29폭격기들이, 낙동강 너머 북한군 점령지역에 융단폭격을 퍼붓는 장면에서 정말 뜨거운 희열을 느꼈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그러나 45년이 지난 지금 그 순간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p***h 2022.08.0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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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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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회 나오키상 수상작.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야쿠자의 중간 보스, 공중그네에서 번번히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병원 원장이기도 한 장인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 그들을 맞이하는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핫팬츠 차림의 간호사 마유미…. 이들이 별난 정신과 병원을 배경으로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담은 작품으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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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회 나오키상 수상작.
뾰족한 물건만 보면 오금을 못 펴는 야쿠자의 중간 보스, 공중그네에서 번번히 추락하는 베테랑 곡예사, 병원 원장이기도 한 장인의 가발을 벗겨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는 젊은 의사, 그들을 맞이하는 '엽기 정신과 의사' 이라부와 사계절 핫팬츠 차림의 간호사 마유미…. 이들이 별난 정신과 병원을 배경으로 벌이는 기상천외한 사건들을 담은 작품으로, 한국 독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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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주변 이야기이다.

고슴도치.. 조폭사회에서의 직업병이랄까?.. 어떤 사람은 뾰족한 것이 공포가 되고, 또 다른 사람은 그 칼을 몸에서 내려 두면 이상이 생기는 경우..

공중그네.. 결국 모든 원인은 자기에게 있는데.. 우린.. 흔히 다른 곳에서만 찾는다

장인의 가발.. 나쁜 일.. 재미난 일. .금기된 일을 한번쯤 해보고 싶어지는 충동.. 왠만한 건 쫌 해보고 사는 것도 좋은 거 같다.. 내 경우는. 비가 오는 날.. 뛰쳐나가 두 팔 리고 흠뻑 맞아보는 일, 아니면 거리의 광고 풍선인형 마주 보고 서서 그 춤 따라 추기.. ㅋㅋ. 언젠간. 해보리라..

3루수.. 노력과 연습으로 이뤄내는 일들은.. 세월이 지나면 언제부터인가 기반부터 흔들리는 듯.. 아슬아슬 할 때가 있다.

여류작가.. 글을 많이 쓰다보면 이미 썼던 글이 아닌가.. 싶어하는 거.. 노래에서 표절 시비가 붙는 거 보면..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창작이라는 거.. 느낌이 비슷하면 비슷하게 만들어지기도 하는 거.. 표절을 따지기가 어려워지는 부분이다.. 여튼..

이라부의 거침없는 접근이나, 자기를 믿는 자기애가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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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시 폭격의 참상을 다룬 명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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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전쟁부터 현대의 전쟁까지 몇 권을 골라 읽어오다가 현대사에 이르러 마침내 이 책을 펼쳐들었다. 사실 폭격이라는 다소 난해한 주제로 6.25 전쟁을 다룬 이 책을 진작에 구입하여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구입하였는데, 우연히 발견한 보물같은 책이다. 이 책은 6.25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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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의 전쟁부터 현대의 전쟁까지 몇 권을 골라 읽어오다가 현대사에 이르러 마침내 이 책을 펼쳐들었다. 사실 폭격이라는 다소 난해한 주제로 6.25 전쟁을 다룬 이 책을 진작에 구입하여 책꽂이에 꽂아두고 한동안 잊고 있었다.

 

이 책은 제목에 이끌려 구입하였는데, 우연히 발견한 보물같은 책이다. 이 책은 6.25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아니 우리 모두가 꼭 읽어보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6.25 전쟁을 다룬 책 중에서 고전으로 남을 것이다. 이어질 저자의 후속연구가 기대된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반으로 펴낸 것이다. 저자는 미국측 기록 10만 장을 분석하였고 소련, 중국, 남한, 북한측의 문서도 참고하였다. 아마 그 고생을 책으로 써도 한 권으로는 모자랄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예전에 고무동력기, 글라이더 날리기 지도를 했었다. 어릴 때부터 비행기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아주 좋은 행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제 시대에 충실한 황국신민으로 봉사할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해 이와 같은 행사를 추진했다는 기록을 읽고는 깜짝 놀랐다. 설마 초등학교에서 그 시절 그 행사를 답습한 것은 아니겠지. 아닐거야.

 

이 책을 읽지 않은 일반적인 독자가 6.25 전쟁 때 폭격을 생각하면, 우리를 도우러 온 미군이 우리에게 해가 되는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거라고 막연하게 믿어왔을 것이다. 북한지역 군사시설을 폭격하거나 남한에 내려온 북한군이 주둔헌 지역을 폭격했을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 책은 당시 상황이 순박한 생각과 밚이 달랐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당시 폭격기 조종사들의 조준능력은 정밀하지 못했다. 미군조종사가 육안폭격, 레이더폭격 중에 어떤 수단을 사용하건 간에 거의 결과는 무차별 폭격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시 조종사들에게는 인문학적인 소양교육이 부족했고, 동양인에 대한 인종적인 편견이 미군조종사의 내면에 작동하고 있었다. 

 

폭격기 조종사는 일본에서 출격해서 먼 거리를 비행한 까닭에 연료가 부족해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폭탄을 모두 소비하고 돌아가야 했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은 죄다 북한군이나 그 조력자로 여겨서 공격해도 아무 상관없는 존재라는 합리화가 이루어졌다.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은 보호받아야 할 민간인이 아니었다. 사진 속에서 어떤 분이 낙하산 달고 떨어지는 고성능 폭탄을 구경하는 슬픈 장면도 있었다.

 

저자는 이와 같은 잔혹한 전쟁사를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저자가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 까닭에 독자는 치밀어오르는 화 때문에 잠시 책을 덮어가면서도 끝까지 중심을 잃지 않을 수 있다. 수많은 미군이 머나 먼 이국 땅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 점은 여전히 되풀이해서 언급되고 있지만 아무 죄없는 민간인(흰 옷 입은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간 점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1950년 겨울, 중공군이 참전한 이후 휴전이 이루어질 때까지 북한 지역에 대한 초토화 작전이 지속적으로 실시되었다. 소이탄과 네이팜탄, 이어지는 기총소사, 시한폭탄으로 도시건 농촌이건 아비규환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문장이 난해하면 독자가 접근하기 어렵다. 저자의 문장력도 탁월하거니와 어려운 주제를 독자가 읽기 쉽게 풀어내는 솜씨가 뛰어나다. 이 책은 일단 손에 쥐고 읽기 시작하면 내려놓기가 어려울 정도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수 많은 책더미 속에 묻혀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이다.

c*****8 2020.05.28.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한국전쟁기 미국의 북한 전략 폭격에 대한 고찰 "폭격 - 미공군의 공중폭격으로 읽는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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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찮은 동양인들을 불태워 죽이려고 공군에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익숙해지시오!"   순박한 애국심과 비행에 대한 동경으로 조종사가 된 미국  청년들은 전투기계로 육성되어 과거에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흰옷을 입은 평범한 민간인들을 향해 무감가하게 폭탄을 투하하고 있었다.    - 본문 p.195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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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찮은 동양인들을 불태워 죽이려고 공군에 들어온 것이 아닙니다."

 

"그냥 익숙해지시오!"

 

순박한 애국심과 비행에 대한 동경으로 조종사가 된 미국  청년들은 전투기계로 육성되어 과거에는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한국이라는 나라의 흰옷을 입은 평범한 민간인들을 향해 무감가하게 폭탄을 투하하고 있었다.    - 본문 p.195

 

"미공군의 공중폭격 기록으로 읽는 한국전쟁"이라는 이 책의 부제만 보면 항공작전을 중심으로 한 군사 전문 서적같지만 사실 읽어보면 한국전쟁에서 미공군의 무차별적인 전략폭격의 참상과 만행을 다룬 일종의 고발서적입니다.

 

이탈리아의 항공전략가 줄리오 듀헤 장군은 자신의 저서 <제공권>에서 적 도시에 대한 전략폭격이 승리의 지름길, 이라고 주장한 이래 스페인 내전에서 벌어진 게르니카 폭격과 그 참상은 당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과 추축군은 서로 경쟁적으로 전후방, 군인 민간인에 대한 구분없이 적의 도시를 파괴하여 전체 사망자 5천만명에서 민간인이 절반을 차지하였 습니다. 냉전시대에 오면 미소의 핵미사일은 서로의 주요 도시를 겨냥하였고 인류는 공멸의 위기에 떨어야 했습니다. 미국은 최첨단 기술을 통해 폭탄과 미사일의 명중율을 높였다고 자랑하지만 여전히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오폭 사건은 미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듭니다. "전략폭격"이란 정말로 듀헤의 말대로 적의 싸울 의지와 전쟁수행능력을 꺾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가. 오히려 적의 적의를 높이고 보복을 불러오지는 않은가. 또한 자신이 무장한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사실을 알고 심한 정신적 외상을 입는(나중에는 아예 둔감해져 버리는) 조종사들의 고통은. 우리는 전략폭격의 양면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라이 사건으로 대표되는 베트남전쟁에서 미국의 부도덕하고 비인도적이었던 작전 행태는 언론과 수많은 관련 서적들, 영화 등을 통해 미국 내에서도 많은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전쟁은 그렇지 못하죠. 한국전쟁은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한 것도 있지만, 우리 사회부터가 이를 민감하게 생각하고 가능하면 덮어버리려고 합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미국에 대해 우리는 소위 "재조지은"이라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 두번째로 자칫 미국의 만행을 까발리는 것이 북한의 전쟁 책임에 대한 물타기가 된다는 거부감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근리 사건을 비롯해 한국전쟁 중 미국의 군사 작전으로 인해 북한은 물론이고 남한의 민간인들 역시 많은 무고한 희생을 냈지만 "불가피한 희생"으로 치부하며 모든 원죄는 전쟁을 일으킨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에게 있다고 돌려버립니다.

 

2010년 진실화해위원회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과 관련된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대부분을 "규명 불능"이라고 판정 내리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한마디로 면죄부를 내린 것이죠. 이제와서 수십년전의 미국의 치부를 드러낸다고 한들 한미 관계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치권과 정부 관료들의 입장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내가 직접 피해 당사자가 아니면 나와는 상관없으며 좋은 것이 좋지 않느냐."식의 사고가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모습입니다. 대표적으로 노근리 사건은 정부가 아니라 1994년 한겨레에서 처음 이슈화했으나 보수 언론에서는 입을 다물어 버려 우리 사회에서는 그대로 잊혀져 버렸다가 1999년에 와서야 유족들이 직접 나서고 미국 AP통신이 이를 기사화함으로서 비로소 미국 정부도 이에 대한 조사에 나섰죠. 그러나 양국 정부 모두 미적거리면서 십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에 대한 보상이나 어떤 액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북한의 위협을 받고 있는 우리에게 한미 동맹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종종 여기서 가장 중요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왜 미국정부는 민주주의와 인도주의를 강조하면서 정작 미군 병사들은 한국이나 베트남, 그리고 지금도 아프간이나 이라크에서 비인도적인 행동을 하는가. 몇년 전 이라크인 포로를 벌거벗겨 놓고 그 위에서 웃고 있는 철없는 병사들의 사진이 공개되어 오바마 정권도 곤혹을 치루었을 뿐더러 당사자들 역시 군법에 의해 처벌받았던 사실이 기억나실 것입니다. 분명 미국 정부는 민주적이고 인도주의를 지향하며 나치 정권이나 일본제국, 구소련처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의도적으로 전쟁 범죄를 방조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와 상관없이 그들의 문화 저변에는 아시아인들에 대한 뿌리깊은 인종적 편견과 경멸감이 깔려 있습니다. 이는 그들이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건 상관없이 그들의 정책, 그들의 행동에도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들의 지위는 흑인이나 멕시코인보다도 낮습니다. 왜냐하면 아시아인들이 노동자로서 미국 사회에 대거 유입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후반부터인데 남북전쟁으로 흑인 노예제가 폐지되자 바로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들어간 이들이 중국인, 인도인, 일본인들이었으며 그들은 사실상 흑인을 대체하는 새로운 노예로서 흑인 이하의 대우를 받았습니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을 지칭하는 "쿨리苦力"라는 단어 자체가 최하층 노동자라는 경멸감이 담겨 있죠.

 

제2차 세계대전, 그 이후의 미국의 아시아 정책에는 바로 이런 시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잘못된 편견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져 실패의 연속이 되었습니다. 중국이 공산화된 것, 김일성의 남침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 맥아더가 중공의 참전을 과소평가한 것, 베트남전의 실패, 아프간과 이라크 정책의 실패 역시 이런 맥락입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우리에게 한미동맹이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이익을 위함이지 미국의 이익을 위함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무작정 민감한 정치적 주제라는 이유만으로 덮어버리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실히 연구하고 이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해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희생"이라고 정당화해 버린다면 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것인가. 향후 전면전이 되었건 국지적인 전투가 되었건 미군이 개입하는 상황에서 미군이 우리 국민의 대량 희생이 날 것이 뻔한 작전을 고집한다면 우리 정부는 "어쩔 수 없다"라고 용납해야 할 것인가. 우리로서는 진지하게 고민해 볼 문제이며 바로 우리 자신이 그 직접적 피해 당사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막연히 미국의 선처만 바랄 일이 아닌 것이죠. 아프간과 이라크에서 벌어진 일은 우리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꼭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저자는  "미공군은 군사목표 공격에만 역량을 집중했고 민간지역을 폭격하는 따위는 결코 행하지 않았다"는 막연한 통설을 반박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미군의 작전 보고서는 물론이고 관련자와의 인터뷰, 러시아, 중국, 북한, 한국의 자료를 방대하게 수집하여 치밀하게 교차 검증하였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주제가 주제인 만큼 소위 반미 좌파적인 시각으로 편향되기 쉬운데도 저자는 냉철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보통 정치적인 이슈는 감정적, 선동적으로 흐르는 법인데 이 책은 그렇지 않다는 점입니다. 이런 점은 여타 책에서 보기 어려운 자세이며 따라서 읽는 이로서는 거부감보다 설득력을 가집니다.

 

1947년 독도에서 미공군은 B-29를 동원해 대규모 폭격훈련을 실시했는데 공식적으로는 연습탄을 사용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폭탄을 사용하였고 더욱이 저고도에서 어선들을 폭격함으로서 다수의 희생자를 냈다고 합니다. 조종사들은 마약운반선이라고 들었다고 증언했지만 정말로 마약운반선이었는지 구체적인 증거는 없었으며 사실 그게 실제로 마약운반선이건 무고한 어선이건 그들에게는 중요한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이것은 한국인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필리핀 등 모든 아시아인들에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인도주의는 어디까지나 백인들에만 해당되는 것이며 아시아인들은 예외였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전쟁 초반에는 일본 본토를 초토화했던 것처럼 무차별적 전략 폭격이 아니라 정밀폭격을 수행했으며 북한 지역에 대해서도 소이탄을 전혀 쓰지 않았다는 저자의 기술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럼에도 실제로는 미공군 조종사들은 무차별적으로 폭격을 실시했으며 한국군과 유엔군, 심지어 같은 미군까지 오폭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게 하였습니다. 또한 흰옷을 입은 민간인 피난민들도 예외없이 폭격의 대상이 되었고 노근리 사건은 결코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보편적"인 사례였다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군 또한 초반에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으나 주간 이동을 금지하고 야간에 철저한 기도비닉으로 이동하자 미공군의 폭격은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조종 실력은 미숙했으며 일본에서 출격하여 한반도까지 날아와야 하는 장거리 비행의 부담, 전술항공시스템의 한계 등으로 "그냥 적이라고 의심되면 폭격한다"는 식이었습니다. 따라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철저하게 숨어 있던 북한군이 아니라 아군기라고 좋아하던 우리 군과 민간인들이었던 것이죠. "일본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았다."라고 기자들 앞에서 자랑스레 으스대던 커티스 르메이는 한반도 또한 석기시대로 돌려놓았으며 베트남전 말기에 부통령 선거에 나왔을 때에 베트남전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 기자에게 "베트남을 석기시대로 돌려놓으면 된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들에게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아시아인들은 막 죽여도 되는 상대에 불과한 것이죠.

 

한국전쟁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미공군의 전략 폭격의 김일성과 북한 지도부에게 준 충격과 공포, 중공군 참전 이후  맥아더의 명령에 의해 시작된 북한 지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전략폭격과 초토화 전략 등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매우 흥미로우며 어렵고 딱딱하게 쉬운 주제치고는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만만찮은 분량인데도 저는 다 읽는데 3시간 정도 걸렸네요. 저자가 젊은 역사 교수라고 하는데 필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젊기 때문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균형된 시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일지도.

 

대신 항공작전 그 자체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에 대한 설명은 다소 빈약한 편입니다. 한국전쟁에서 미공군의 전략폭격의 참상이 어떠했는가 한번은 읽어볼 책이라고 추천합니다.



a*****1 2014.03.2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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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67]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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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독일의 야만 행위를 인종으로서 독일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나치의 행위로 묘사했다. 반면에 일본의 야만행위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유전적 유산으로 설명되었다. 해방전후부터 625까지의 우리나라 역사를 들여다보면 들여다 볼 수록 당시 우리나라의 무능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능을 가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대방을 헐뜯는 것 뿐이라는 점을 어찌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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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은 독일의 야만 행위를 인종으로서 독일인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나치의 행위로 묘사했다. 반면에 일본의 야만행위는 일본인들의 문화적 유전적 유산으로 설명되었다.

해방전후부터 625까지의 우리나라 역사를 들여다보면 들여다 볼 수록 당시 우리나라의 무능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무능을 가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상대방을 헐뜯는 것 뿐이라는 점을 어찌그리도 주도면밀하고 뻔뻔하게 실행하여 왔는지 참으로 참담하고 암울하여 알면 알수록 속이 뒤집힌다. 

이 책도 우리나라에서 북괴+중공 연합군과 대신 싸운 미군이 사실 민간인을 상대로 폭격전을 벌였다는 일종의 폭로지만, 원래 전쟁이란 그럴 수 밖에 없는거고, 자기 땅 하나 지키지 못해서 미군 등 뒤에 숨어든 정부가 당당하고 떳떳하게 내뱉을 류의 불만일까? 더구나 당시 상황을 보면 설령 전쟁을 미국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직접 수행했다고 한들 뭐 그리 얼마나 달랐을까? 싶다. 

아무튼 아무리 압도적인 공군 전력이 있다고 한들 결국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사람이 직접 땅을 밞고 그 땅에 있던 사람들을 죽이고 지배할 수 밖에 다른 수가 없다. 그건 625뿐만 아니라 베트남전, 이라크전에서 거듭 증명되고 있는 일이고 그래서 지금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그렇게 짓밟고 있는거다. 굳이 전쟁이란 수단을 동원해야 했어나라는 반전 메시지는 모르겠지만, 전쟁 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야만 했나 라는 질문은 필요도 의미도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h*****p 2025.12.3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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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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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경험한 나라의 국민이 가지는 트라우마 중 하나는 아마도 공중 폭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일 것이다 허공을 가르며 길게 울리는 소리는 그 자체로 곡퍼심을 자아낸다 더구나 전쟁을 경험하고 아직도 분단인 나라에서 살고있는 우리국민은 무의식적으로 길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네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것이라 본다 그 공중폭격을 학술적 관점에서 접근 한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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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경험한 나라의 국민이 가지는 트라우마 중 하나는 아마도 공중 폭격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일 것이다
허공을 가르며 길게 울리는 소리는 그 자체로 곡퍼심을 자아낸다
더구나 전쟁을 경험하고 아직도 분단인 나라에서 살고있는 우리국민은 무의식적으로 길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네 공포감을 가지고 있을것이라 본다

그 공중폭격을 학술적 관점에서 접근 한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매우높다 할 수 있다
공중폭격의 전쟁에서의 의미와 전술적 발전을 고찰함으로서 전쟁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 점이 특징이다.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깊은 통찰을 주는 책
t*****r 2017.03.0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