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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걸린 풍경』, 나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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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사라진 간이역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부드러운 마들렌 과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허허로운 어느 마음에 닿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서문 - ‘기차가 걸린 풍경’을 묶으며)   서문을 읽는 순간,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새로운 역사로 옮긴다고 문을 닫아버린 해운대역이 떠올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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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사라진 간이역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이들에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가는 부드러운 마들렌 과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무엇보다 허허로운 어느 마음에 닿아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서문 - ‘기차가 걸린 풍경을 묶으며)

 

서문을 읽는 순간, 나를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새로운 역사로 옮긴다고 문을 닫아버린 해운대역이 떠올랐다. 친구와 함께 경주로 놀러갈 때, 혼자서 서울로 올라갈 때 등 여행의 추억을 담고 있는 역이 더 이상 문을 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묘한 상실감이 들었다. 이 책이 해운대역의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나에게 마들렌 과자가 될 수 있을까 

 

 그대에게 띄우는 연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시장의 불빛이 반짝이는 조그만 종착역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면 참 좋겠다. (p.19)

 월선이와 용이의 이루지 못한 사랑, 적장과 함께 남강에 빠져 순국한 논개, 실연으로 힘들어하는 친구, 비극적인 결말을 맞은 아사달과 아사녀 등 저자는 기차역과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고 사랑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린다. 전설이 되어버린 옛날의 사랑을 추억하며, 이미 지나간 아픈 사랑을 묻으며 저자는 사랑을 이야기한다. 감성 충만한 기차역에서 저자가 띄우는 연서는 우리에게 옛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삶이 버거운 그대에게

지치지 않고 따라오고 있느냐, 나의 영혼아! (p.86)

  누구에게나 삶은 힘들고 버겁다. 친구, 어머니, 흘러가는 세월, 미련 없이 떠나버린 사람.삶이 버거운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모두가 그저 버겁지만은 않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만큼 얻는 것이 있다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딛고 일어서면 그만큼 더 성장하는 것이 사람이 아닐까. 저자는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며 삶의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준다.

 

, 풍경과 시간

 "잘 지내시나요? 참 좋았던 시간, 이렇게 저물어가네요." (p.199)

  옛 시인이 지냈던 누각, 목숨 걸고 전쟁에 임한 사람들을 모셔놓은 절, 떠난 사람을 추모하고 있는 마을, 쓰러지지 않으려 막대로 지팡이 짚은 500년 된 팽나무를 보며 저자는 지나가버린 시간을 떠올리며 감상에 젖는다. 역과 역 주위의 풍경을 보고 흘러가고 있는 시간에 대한 아쉬움, 이미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해 느끼는 안타까움과 쓸쓸함이 글 여기저기에 묻어있다.

 

 기차가 걸린 풍경은 서정적인 문체와 시적 표현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기차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꼭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그동안 몰랐던 기차와 역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기차역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거니까. 이 책은 나에게 충분히 마들렌 과자의 역할을 했다.

 

나여경 저자의 책은 처음 접해본다. 문체가 상당히 매력적이라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이 책과 다른 장르인 소설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3 2014.01.23. 신고 공감 0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빠름과 느림의 공존, 사라지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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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다 보니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가 못한 우리다. 모든 것에는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감당해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움직일 줄 모르는 거대한 차량 행렬 앞에서는 혀를 내두르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화석 에너지의 고갈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날이 높아지는데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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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몰려 살다 보니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로부터 자유롭지가 못한 우리다. 모든 것에는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라며 개발로 인한 부작용을 감당해왔지만, 시간이 흘러도 움직일 줄 모르는 거대한 차량 행렬 앞에서는 혀를 내두르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화석 에너지의 고갈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다.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날이 높아지는데 아직 우리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많아봐야 4~5인 정도의 인원이 동시에 이동할 수 있는 승용차에 비한다면 몇 백 명을 한꺼번에 실어 나를 수 있는 기차는 훌륭한 이동 수단이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버스나 승용차보다는 기차가, 가까운 거리라면 자전거가 이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여행을 하며 기차를 몇 차례 이용해 보았는데 편안함 측면에서도 확실히 버스보다 나았다. 민영화에 대한 고민과 함께 앞으로 이용 요금이 얼마 선에서 결정될지가 관건이겠지만 일단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그런데 기차를 논함에 있어서도 한 가지, 우리가 일반 사회를 바라볼 때 고민해야 하는 부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사고가 결코 옳지 않음을 우린 기억해야 한다. 기적소리를 내며 천천히 달리던 기차는 더 이상 보기 힘들다. 대부분이 무궁화호인데, 그조차도 느리다는 평을 받기 일쑤다. 놀라운 속도로 질주하는 ktx를 타고 서울과 부산을 하루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가는 이들이 제법 된다.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 안에 들어온 일을 거부할 필요야 없겠지만, 오로지 속도만을 강조하다 보니 잊혀지는 부분도 발생하고 있다. 나라가 나라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던 1900년대 초반, 많은 기차역이 건설됐다. 그리고 군수물자의 이송이 점차 중요해짐에 따라 기차역의 수는 늘어갔다. 일제시대를 미화해서는 아니 되겠지만, 부정적이라 하여 우리의 역사가 아니라 부정하는 건 옳지 않다. 그 당시 세워진 많은 역들에는 분명 우리 자신의 피땀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나은 생활을 꿈꾸며 기차에 몸을 실었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강요에 의해 힘겨이 철로를 놓고 역사를 세우는 노동을 했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지금 보아서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모양새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촌스럽다’는 평은 시간이 빚어낸 후대의 작품에 불과하다. 오히려 시간의 손길이 곳곳에 닿으면서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이나 첨단 기술로도 불가능한 고풍스러운 무언가가 느껴지는 역사들이 제법 될 것이다. ktx가 본격화 되면서 사람들은 멋이 서린 역사를 버리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달리는 통에 많은 역은 이름도 알지 못한 채 지나치고는 한다. 반복해 그 곳을 지나다녀도 그런 역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기 쉽다. 몇몇 역들의 경우에는 많은 탑승객을 수용하기 위해 규모를 키우려는 시도를 하고도 있다. 아예 버려진 역보다는 사정이 조금 나은 것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본래의 역사는 보존되지 않는다. 역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재활용해도 괜찮을 텐데, 대부분이 그런 시도는 고려치 않고 허물기에 급급한 듯했다.

몇 해 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부산 해운대를 다녀왔다. 당시 밤새 달린 무궁화호는 해운대역에 닿았고, 무릎담요 등으로 온몸을 감싼 사람들은 바닷가까지 곧게 뻗은 길을 따라 삼삼오오 걸었다. 어마어마한 인파에 비하면 역은 자그마했다. 당시 나는 ‘해운대의 명성을 고려하면 너무도 소박했던 해운대역에서 빠져 나왔을 때의 시각은 겨우 4시 50분.’이라고 해운대역에 내린 직후 수첩에 메모를 적었다. 자다 깨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바라보아서였던지 그리 나쁜 인상을 받진 않았다. 오히려 오랜만에 떠났던 고향을 방문한 것마냥 포근한 느낌마저 받았었다. 해운대역이 영업을 시작한 것은 1934년이다. 책을 보니 2013년 12월쯤 새로운 장소로 역사가 옮겨가고 팔각정자 모양의 기존 역은 철거될 예정이라고 되어 있다. 해운대역조차도 과거가 되고 만 것일까. 지속가능한 발전 차원에서 기차 이용을 장려하면서 한 편으로는 (속도) 경쟁 이데올로기에 의해 기존 역사들을 철거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접하니 마음이 허하다. 역이 하나같이 민자여야 하고 크고 번쩍여야만 할 이유가 없다. 조금 비좁아도 사람 향기가 느껴지는 곳일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닐까!

q*****2 2014.01.19.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