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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먼저 그의 마음과 뜻을 흔들어 고통스럽게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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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이 그러하듯 한 국가의 역사에도 흐름이 존재한다. 새로운 새로이 들고 일어나 나라를 세울 무렵 흥했던 기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모두가 못 살겠다며 아우성이라면 그 나라는 조만간 과거가 되고야 만다. 조선이라는 나라도 그랬다. 불과 몇 십 년만에 사라졌던 많은 나라와 비교했을 때 오백 년에 달하는 조선의 역사는 길었다. 상대적으로 평온한 탓이었는지 사람들은 치열하게 고민하지 못했다. 모두를 위해 애써야 하는 순간을 제 안위를 챙기는 일에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숱한 소외를 낳았음은 당연하다. 나는 조선이 어찌 멸망에 이르렀는지 알고 있다. 아니, 이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혼란은 시험 단골 출제 문제였으므로 암기가 필수였다. 많은 사건 중 이번에 다시금 접한 건 홍경래의 난이었다. 교과서는 이 지역이 대대로 차별대우를 받았음을 암시했다. 신분 상승의 기회가 가로막힌 사람들의 마음 가득 불만이 감돌았다. 멸망의 징조였던지 당대 사람들은 정감록 등을 돌려 읽으며 새로운 왕조의 출현을 고대했다. 지도자 격인 홍경래를 주축으로 사람들이 결집했다. 신분제에 반한 근대적 흐름의 씨앗을 이로부터 발견한 이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무기력하기 짝이 없던 조선이 제국주의 흐름의 등장으로 수혜를 입은 게 결코 아니라는 식의 해석 하에 당대의 다양한 사건들은 재탄생됐다. 홍경래의 난이 과연 피지배계층의 혁명과도 같은 움직임이었을까. 시대가 품은 모순을 스스로 바로잡으려던 사람들의 힘겨운 투쟁이라는 말이 낯선 까닭은 단지 이 움직임이 실패한 탓일까. 실패한 운동은 혁명 아닌 반역일 따름이다. 홍경래를 비롯, 이 흐름을 주도했던 세력의 말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조금은 뜬금없을 수도 있지만, 책을 읽으며 내가 떠올렸던 건 신라 시대의 6두품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학문적 소양을 지녔을지라도 이 신분의 사람들은 출세에 한계가 있었다. 신동 소리를 들었던 최치원이 신라 사회에선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채 울분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6두품을 인도의 최하층인 수드라, 못해도 상인, 농민 계층이라는 바이샤 즈음으로 오해했다. 홍경래도 그랬다. 그의 신분에 대한 말은 많은데, 평민이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와 손 맞잡고 새 시대를 부르짖었던 이들 중에는 몰락한 양반은 물론, 조선의 관직을 가지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조선의 제도를 이용할 줄 알았다. 타 지역으로 소식을 전파하기 위해 파발제도를 활용했으며, 새로이 점령한 지역을 통치할 목적이었던지 관직을 제수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의 준비가 이와 같은 체계를 낳았던 것일 수도 있다. 내 눈에는 그들이 지배 계층을 대체하되 시스템은 차용했던 것처럼 느껴졌다. 과거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혼자서만 잘 해선 곤란하다. 신분이 뒷받침하는 건 기본이요, 그가 노동에 종사 않고 공부에 몰입할 수 있도록 경제력이 따라 주어야만 한다. 이 지역은 국경과 맞닿아 여러 모로 특수했다. 거둔 세금을 국경 방어를 위해 자체적으로 축적, 소진했다. 오늘날로 치면 일종의 지방자치였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은 학습에 매진했고, 과거 시험에도 합격했다. 그러나 이후 주어지는 관직은 미천했다. 학문에 근본이 없다는 등의 비난이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들은 누구보다도 양반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고할 줄 알았다. 출세욕이 가로막힌 데다 지방에서 알아서 운용했던 세금을 중앙 정부에서 통제하기 시작하자 이들의 울분은 더욱 커졌다. 불만이 있다고 모두가 난을 일으키진 않는다. 홍경래 일당이 역사가 기록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된 까닭에 대해서는 여전히 추측이 난무하지만, 그들은 풍수지리의 도움을 얻어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다. 오랜 기간 준비했다고는 하나 오합지졸에 가까워 보였다. 실질적으로 전투를 치러낼 이들은 광산에서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합류했기에 전투에 능한 편이 아니었다. 지도자들끼리도 생각이 달라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하지 못했다. 관군은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그들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다른 행보를 보인 점도 홍경래 집단의 패인이었다. 사람들은 아직 조선에 충성했다. 이미 이 나라로부터 녹봉을 받고 있는 이들의 경우에는 더더욱 난을 진압함으로써 대대손손 편히; 먹고 살길 기대했다. 모든 게 뒤섞여 만든 흐름이 누군가에게는 성공을,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패를 가져다주었다. 생각보다 모든 건 복잡했다. 교과서를 달달 외워가며 기억하려 들었던 것들에 결여됐던 입체감을 비로소 획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