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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안 시대의 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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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일기/미치쓰나 어머니/정순분/지만지/2009헤이안 시대에는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소설 뿐 아니라 일기와 수필 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일기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인물은 바로 이 미치쓰나의 어머니라고 알려진 사람인데, 무라사키 시키부 나 세이 쇼나곤 역시 실명이 아니 듯 이 사람의 실명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중류 귀족 계급으로 후지와라노 가네이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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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령일기/미치쓰나 어머니/정순분/지만지/2009
헤이안 시대에는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데 소설 뿐 아니라 일기와 수필 에서도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일기에 있어서 선구자적인 인물은 바로 이 미치쓰나의 어머니라고 알려진 사람인데, 무라사키 시키부 나 세이 쇼나곤 역시 실명이 아니 듯 이 사람의 실명 역시 밝혀지지 않았다. 중류 귀족 계급으로 후지와라노 가네이에의 두번째 부인이었는데 당대 헤이안 3대 미녀로 알려진 만큼 미인에 글솜씨가 뛰어난데다 다른 많은 부인들을 두고 굳이 가네이가 바느질 거리를 자주 맡긴 걸 보면 바느질 솜씨도 상당했던 여성이었던 것 같다. 세상에 겐지 히카루 같은 이는 없는 지라 현실 세계의 고관대작의 모습이라면 가네이에가 더 맞지 않을까. 아깝게도 작가는 두번째 부인이라는 자리에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고 많은 자식을 두어 다복했던 첫번째 부인과 달리 자식이라고는 외아들 한 명 뿐이라서 입지가 좁아 상당히 조마조마한 결혼 생활을 유지했던 것 같다. 남편을 몹시 사랑했지만 그만큼 남편을 야속하게 여겨 사실상 결혼생활이 유지된 20년 내내 아슬아슬한 밀당 이야기가 계속 된다. 헤이안 시대의 결혼 풍습은 지금과는 완연히 달라서 여자들이 결혼을 하면 남편의 집에 가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자가 밤마다 여자의 집으로 찾아오는 것으로 유지되었는데 며칠이고 편지도 없이 소식이 끊기면 이것으로 연이 끊어지는 것은 아닌가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내야 했다. 물론 여자들이 살 방도가 없는 건 아니라서 사실상 친정에 계속 살면서 자산을 물려 받고 아이를 양육하고 대소사를 챙기는 것은 여성이었다. 즉 일처다부제이면서 데릴사위제였던 반쯤은 모계 사회였던 것. 어쨌거나 애정을 다른 이와 나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힘든 일이라 재주 많은 여성이 이렇게 살아야 했나 안타깝기도 했다. 세이 쇼나곤 처럼 활달한 성격으로 남자에게 얽매이지 않고 사는 것도 체질인지라 사람에 따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결혼을 해도 계속 썸을 타는 쓰릴 있는 생활이라니 이것 참 풍류가 있다고 해야 할까 불안해서 못 살 겠다 해야 할까 물론 케바케겠지. 
제목에는 일기라는 말이 붙어 있지만 마흔이 가까워 사실상 더 이상 부부로서의 삶을 살지 않게 될 무렵 20년 간의 결혼 생활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썼는데 한참 전의 일도 어느날 남편이 다녀갔는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일일이 기억하고 사연을 쓴 것을 보면 진짜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지더라는. 남편에 대한 애증에 스스로도 진저리가 나서 절에 들어가 버릴 까도 했다만 하나뿐인 아들이 제발 내려가자고 읍소하는 통에 가 보았더니 남편이 은근슬쩍 놀리기나 하고 여전히 소원한 관계는 회복되지 않는 데다 색기가 가득한 또다른 후처에 총애를 빼앗긴 신세를 한탄하는 모습을 보려니 가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이후에는 남편이 버린 여자의 딸을 거두어 양녀로 키우고 아들이 성장하여 출세하고 또 남편이 그 아들만큼은 잘 챙기는지라 점점 마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글을 맺는다. 사실 뒤로 가면서는 이 하나 뿐인 아들이 더 안타깝기도 했다. 당연히 자신의 어머니가 첫번째 부인이 아니고 또 자신은 다른 힘이 될 만한 형제도 없는데 출세를 하려면 아버지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어머니가 행여 진짜 절에라도 들어가 아버지의 관심을 아예 잃어버리면 자신은 어떤 신세가 될 지 뻔한 지라. 어쨌거나 그런 불쌍사는 없었다만은. 

가네이에의 세번째 아들이 바로 후니와라노 미치타카 즉 작가 세이 쇼나곤이 모셨던 데이시 중궁의 아버지이고  다섯번째 아들이 바로 후지와라노 미치나가 즉 쇼시 중궁의 아버지이고 한창 잘나가던 시절 무라사키 시키부의 뒷배였다. 후손들의 암투를 보지 못하고 장자에게 권력을 물려 준 뒤 세상을 뜬 가네이에는 그야말로 복 받은 인물인 듯 ㅎㅎ 외아들 밖에 두지 못했지만 어찌되었건 대단한 집안의 일원이었고 그 한 명의 아들이 단명하지 않고 살아남아 어머니의 글을 지금까지 전하게 되었다. 질투많은 여자의 한탄만 가득한 글일까 싶었는데 의외로 위트도 있고 본인의 심사를 솔직하게 밝혀놓은 지라 생각보다 재밌게 읽었다. 본인도 굳이 따지자면 후처이건만, 다른 후처들에 대해 말하는 건 인정사정 없더라는. ㅎㅎ 
이달의 사락 r*******n 2025.07.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