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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주장만 놓고 본다면 나는 진보정당 쪽에 더 가깝다. 현실적으로는 민주당 계열을 선택적으로 지지하기는 하지만 정책을 따지고 들어가면 좌파적 성향이 다분하다. 물론, 중도정당이라고 여겨지는 민주당에도 아주 진보적인 인물부터 중도, 보수까지 다양한 색깔을 띤 정치 세력들이 있다. 민주당의 당대표까지 했던 현재의 문재인 대통령도 스펙트럼으로 보자면, 진보 쪽에서도 가장 앞 부분에 위치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보세력이 주장을 강력하게 하면 효과가 있다. 떼를 쓰고 약간의 물리적인 방법까지 동원하는 게 도움이 될 때도 있다. 협상의 전략이라고나 할까. 또는 행동경제학의 닻내림 효과라고 할 수도 있겠다. 진보적인 의견은 전체 평균을 왼쪽으로 옮기는 데 도움을 준다. 아주 극단적인 의견은 약간 치우친 의견을 중도로 보이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본데도 진보적인 세력의 주장은 우리 사회를 좀 더 공평하고 투명하고, 약자에 배려하는 공동체로 만드는데 일조한다.
언젠가 정의당의 전 대표였던 심상정에 대해 지금의 열린민주당 주진형이 북콘서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심상정 같은 사람은 결국 자신은 아무런 할 일이 없으니까 신나게 입방정만 떠는 거죠. 뭐 말하고 기분 좋을 얘기를 하는 것이지, 정치적으론 아무런 실현 가능성이 없는 말만 하고 있는 거예요"
주진형 최고위원의 촌철살인의 지적이 일면 맞는 듯 보이나, 내 생각에는 심상정 같은 사람의 '입방정'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거다. 심상정과 같은 주장이 많아지고 소리가 커질수록 민주당 정도의 스탠스가 주류 또는 중도가 되니까 말이다. 단, 민주당과의 공동 목표를 위한 전략적인 스탠스를 취한다는 전제하에 그렇다.
예전 정의당에 노회찬 의원과 유시민 작가가 있었을 때는 그런 전략적인 공조가 가능했다. 선거에서 양보하며 연대까지 했다. 서로의 존재를 배려했으며, 입장의 차이를 존중하고 선을 넘는 적대 행위는 하지 않았다. 지구에 외계인이 침공하면 일본 사람과도 손을 잡고 싸워야 한다는 노회찬 어록처럼, 극우가 보수로 행세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는 약간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연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 진보세력에는 그 전략적 스탠스가 보이지 않는다. 아마, 민주세력이 집권했으니, 이제는 진보가 별도의 세력으로 확실히 독립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일까. 하지만, 이 땅에 힘을 쥐고 있는 세력 중 단지, 정권만 교체되었을 뿐이다. 견제도 받지 않는 세력과 기득권은 지금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아직은 일방적인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정부에 쏘아댈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 <퓨즈만이 희망이다>의 저자인 신영전 교수는 약자에 대한 따뜻한 마음, 낮은 곳을 지향하는 선한 의지, 남북 관계에 대한 바람 등을 봤을 때 진보적인 학자이자 의료인임에는 분명하다. 과거 노무현 정권과 현 문재인 정권에 대해 비판적인 날을 세우는 것이 이해가지 않는 바는 아니나. 전략적인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거악의 구축(驅逐)을 위해서는 나머지 민주세력이 손을 잡아야 할 때도 있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쳐 싸워야 한다는 노회찬의 전략적 마인드를 한 번 더 생각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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