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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 살 나는 연인을 사귀고 싶어 하지만 당최 어떻게 해야 연인을 사귈 수 있는지 모르는 어리숙한 소년이었다.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어정쩡한 여자 친구만 한 명 있을 따름이었다. 사랑은 말할 것도 없고 우정이라고 하기에도 멋쩍은 관계였다. 그렇다 보니 이곳저곳에 펜팔을 하며 연인을 사귀고 싶어 했다. 확실한 연인을 갈구하던 나의 열일곱 살이었다. 열일곱 살의 딸아이는 어떤가. 이미 중학교 때부터 단짝 남자 친구가 있었다. 같이 록 밴드를 하며 가까워진 듯하다. 딸아이는 기숙사가 있는 강화도의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남자 친구를 만났다. 딸아이와 녀석의 관계는 열아홉 살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가고 있으니 참 대단한 녀석들이다. 녀석들의 열일곱 살은 친구와 연인의 경계에서 어디쯤 위치할까. “나는 앞날의 계획이 다 섰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한동안은. 적어도 앞으로 2, 3년 동안은. 그 계획에 따라 나는 누구와도 심각하게 얽힐 맘이 없었어. 사랑에 빠지거나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거나 그런 거 말이야. 나는 아직 어리고 앞으로 할 일이 많으니까. 미련하게 들릴지 몰라도 사실이 그래. 하기야 내가 남들처럼 섹스를 쉽게 여긴다고 큰일 날 일은 없겠지. 하지만 나는 그런 타입이 아닌 것 같아. 나는 뭐든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성격이니. 있잖아, 정말 좋았던 건 우리가 친구가 됐다는 거야. 세상에는 연인 간의 사랑도 있고, 친구 간의 사랑도 있어. 나는 우리 사이가 그런 거라고 생각했어. 나는 우리가 해냈다고 생각했어.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들은 다 틀렸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사람들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해.”(110-111쪽) 주인공 오언의 여자 친구 나탈리 필드가 오언에게 하는 말이다. 나탈리는 인생의 방향이 서 있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당찬 아이다. 그러기에 오언이 바닷가에서 거세게 끌어안으며 키스를 했을 때 오언을 밀쳐 내고 몸을 뒤로 뺀다. 오언을 사랑하지만 아직은 감당할 수 없으니 그만둬야 한다는 것이다. 오언은 어찌할 바를 모른다. 그 동안 오언은 늘 혼자였다. 우등생이지만 모두를 똑같은 기계로 만드는 학교가 싫었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기를 바라는 엄마에게도, 당신이 사다 준 자동차에 아들이 열광하기를 바라는 아빠에게도 마음을 둘 수 없었다. 진정으로 마음을 둘 데가 없었다. 그러던 때에 비로소 자기를 이해하고 서로 마음을 주고받던 나탈리와 가까워졌는데 키스를 하자 거부한 것이다. 오언은 그날 자동차 사고를 낸다. 열일곱 살 남자아이가 여자 친구에게 키스를 하고 진도를 나가려다 심각하게 거부당하면 둘의 관계는 끝나는 것이 아닐까. 적어도 우리 세대의 청춘들이라면 그렇게 되었을 듯하다. 그러나 오언은 나탈리가 작곡한 곡을 무대에 올리는 교회에 조용히 찾아간다. 혼자 구석진 자리에 앉아 나탈리가 작곡하고 연주하는 것을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 나탈리 또한 둘의 관계를 어느 누가 혼자 결정하지 말고 함께 결정하자고 말한다. 부모의 뜻에 따라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려는 오언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라고 조언한다. 그리하여 둘의 관계는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바로 돌아서지 않고 서로 바라보고 지켜보며 다가가려고 노력함으로써 다시 관계를 이어간다. 서로에게 힘을 주는 친구이자 연인으로 성장하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