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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되었든, 좀 미리미리 준비 하고 대비하면 훨씬 미래가 나을 텐데, 나와 같이 평범한 인간은 게으르고 어리석어서 그 “미리미리”를 잘 하지 못한다.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었다가 꼭 마감이 닥치면 그제 서야 허둥거리며 일을 마무리 짓는다. 학창시절 시험 준비도 그렇고, 이제 나이도 들만큼 들었건만, 책 한권 읽기도 마감이 없으면 완독이 쉽지 않다. 그런데, 나와 같은 인간이 한둘이 아닌 듯...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인류는 지구의 마지막이 다가오도록 제 할일을 미루고 또 미룬 채, 현재의 풍요와 편리함만을 누리고 있다. 환경에 관한 대부분의 책은 읽는 이에게 지나친 공포와 죄책감을 불러 일으키거나,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하는 허무에 빠지게 만들어 사실, 꼭 읽어야 하는 도서임에도 선뜻 집어 들지 않게 된다. 두려움 때문에 직시해야할 현실에서 고개를 돌려버린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Hope Jaren은 우리가 더 풍요 로와 지면서 점점 지구를 "학살"에 가깝게 소비 하게 된 현실을 우리의 실생활에 적절하게 비유하면서, 너무 절망적이지도,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낙관적이지도 않게, 그녀의 이름처럼 적절한 "Hope"을 갖고 지구를 회복시키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행동 지침 같은 것을 알려준다. 그녀는 본인이 태어난 해인 1969년을 시작으로 그 후 50년 동안 지구의 자연 변화에 대한 사실들을 하나둘 소개하며 이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고 그로인해 지구가 겪고 있는 곤란들을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보니, 특히, 그녀와 같은 성장기를 거친 세대로서 “아~ 맞다. 예전엔 그랬었지!”라며 공감하게 되면서,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게 된다. 그리고, 독자를 움직이게 만든다. 이게 중요한 point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은 인구문제에서 시작해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문제, 에너지 문제, 그로인해 변해버린 지구의 현재모습을 다루었다. 그리고 부록에서는 지구를 위해 아니 인류가 지구에서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해 해야 할 행동과 앞에서 설명한 본문을 정리한 “환경 교리문답”이 실려 있다. 일단은 70억이 넘는 현재 지구위의 인류를 유지 또는 억제해야 하는데, 그 방법으로 1부의 “생명”에서, 인구 증가를 억제 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 눈에 띈다.
70억이 넘는 인류를 먹여 살리기 위한 2부 "식량"의 문제에서는 대량 생산을 위해 사라지는 나무들 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뿌려지는 살충제, 항생제, 그리고 개량 품종의 생산이라는 미명하에 행해지는 유전자 조작의 식물들, 가축을 키우기 위해 소비되는 담수량 등의 문제점이 다뤄진다. 3부 "에너지"에서는 인류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은 알고 보면 친환경적인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설명한다. 어떤 형태의 동력이든 에너지로 변환되기까지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에너지의 사용에 따라 나라간 빈부격차가 발생하는데, 아이러니한 것은 지난 50년 동안 지구상 사람들이 매년 수행하는 노동의 최종 생산물 가치는 4배나 증가 했지만 빈곤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고 한다.
결국,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동안 더 많은 생산량으로 인류를 먹여 살리는 것이 화두였다면, 이제는 인구수를 유지 하면서 어떻게 배분 하는 가가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이것을 지키지 못하고 지금과 같이 인류가 계속 폭주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우리에게 마지막은 멀지 않아 보인다. 획기적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고,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려면, 아무래도 개인 보다는 기업, 사회, 그리고 국가가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예 없을까? 그렇지 않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저자가 나열한 많은 문제 가운데 나의 가치관과 가장 일치하는 주제를 정해 기꺼이 희생을 감내 하고라도 집중 할 수 있도록 하고, 나의 습관들과 갖고 있는 물건들을 조사해 보고, 실행 할 수 있는 변화를 하나만 골라본다. 나의 가치관에 맞게 개인 투자를 할 수도 있고, 내가 속한 기관을 변화 시킬 수도 있다. 그렇게 하나하나 변화 해 가다보면, 눈에 띄는 성과가 반드시 나올 것이라 믿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뿐더러 지구는 더욱 더 좋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소개하며, 인류가 지구에서 좀 더 오래도록 살아 남기를 바래본다. 그게 꼭 지구에게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아쉬운 점은 번역된 제목이 너무 길고 어려웠다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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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학자인 호프 자런은 일전에 [랩걸]로 만났다. 자신의 일과 사랑을 나무에 비유하며 담담하게 써내려간 그 책을 읽으면서, 한 여성과학자가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를 산문처럼 쓸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지 싶다. 그래서 그녀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구매해놓았지만 차일피일하다 보니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 책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에서 저자는 우리의 삶이 지난 50년간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말하고 있다. 삶은 더 안전하고 더 편리해졌으며 더 많은 사람이 과거에 비해 모든 면에서 혜택을 누리며 풍요롭게 살고 있다. 물론 현재에도 그런 풍요에서 소외된 많은 사람들이 있고, 풍요롭게 산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행복한 삶인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그런 풍요를 누리며 생활할 때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 지구는 많이 달라졌고, 그로 인해 우리가 맞이해야 할 미래는 위험과 두려움에 직면해있다. 1969년생인 저자는 자신이 살아온 지난 50년 동안의 변화를 많은 통계와 숫자를 통해 살펴보며, 어떻게 하면 우리가 누리는 풍요를 유지하면서도 지구 환경의 지속성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50년 동안 전 세계 인구가 두 배로 증가하고 식량 생산은 세 배로 증가했으며 에너지 소비는 네 배가 되었다.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은 훨씬 더 극적이다. 지난 50년 동안 인구는 60퍼센트 증가했고 에너지 소비는 열 배, 화석 연료 사용은 아홉 배 증가했다.’(7쪽, 한국어판 서문 中) 이 책의 구성은 크게 식량과 에너지로 나누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를 통계수치를 통해 확인하고, 그것이 지구생태계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를 살펴본다.
먼저 식량에서 곡류는 현재 연간 30억 톤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농지면적은 단 10퍼센트 증가에 그쳤지만 생산량이 세 배가 된 것은 수확량의 증가에 있다. 단일작물 재배를 위해 만들어진 농지에서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잡초와 해충을 박멸하기 위한 제초제와 살충제도 그만큼 많이 살포되었다. 그 결과 잡초와 해충은 내성을 갖게 되었고 인간은 암 유발물질에 시달리게 되었다. 가축 또한 예전보다 더 잘 먹이고, 더 잘 보호하며 동물자체를 더 낫게 개선한 결과 빠른 성장과 높은 번식력, 낮은 신진대사로 인해 예전보다는 비교할 수 없는 많은 양의 고기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하지만 육류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한 항생제는 동물들의 배설물에 섞여 방출되면서 지하수로 흘러들어 미생물에게 내성연습 훈련기회를 제공했고, 동물의 먹이로 소비되는 곡물은 인간이 먹는 곡물의 양과 거의 같은 10억 톤에 이른다. 해산물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50년 전 6000만 톤이던 야생해산물의 전 세계 포획양은 30년 전 1억 톤으로 늘었고, 지금은 다시 그것의 두 배가 생산되고 있지만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의 양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다시 말해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해산물의 절반이상이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라는 의미이다. 양식장에서 연어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3킬로그램의 연어먹이가 필요하고, 연어먹이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는 5킬로그램에 이르는 작은 물고기를 갈아야 한다. 지금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1/3가량이 분쇄되어 양식장 물고기의 먹이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들 먹이가 되는 작은 물고기들은 바다의 먹이사슬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기에 점점 더 많이 양식장으로 향한다는 것은 바다 생물들의 먹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는 아프리카에서 처음 탄생한 이래 먹을 것을 찾아 전 세계로 퍼져나갔고, 지금도 식량은 인간의 삶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곡물이든, 육류든, 해산물이든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풍요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음식물의 40퍼센트는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배를 곯고 있다.
‘OECD 국가들이 매주 하루만 고기 없는 날을 정해 지킨다면, 올 한 해 배곯는 사람들을 모두 먹일 수 있는 1억2000만 톤의 식량용 곡물이 여분으로 생기게 된다.’(77쪽)
‘음식물을 쓰레기 매립지에 던져 넣을 때 우리는 그냥 칼로리 덩어리를 던져 넣는 것이 결코 아니다. 다른 사람의 생명을 던져 없애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풍요에 대한 무자비한 추구에 이끌린 결과, 우리가 공허하고 소모적이고 명백한 빈곤의 한가운데로 향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낸다.’(113쪽)
‘굶주림은 지구의 공급능력 때문이 아니라, 생산한 것을 제대로 나누지 못하는 우리의 실패로 등장한 문제다.’(77쪽)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전기와 자동차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그런 삶은 상상조차도 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인류는 한곳에 정착하여 도시를 이루고 살아오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것들이 없이 살아왔다. 물론 지금도 그러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에너지의 90퍼센트는 화석연료를 태워 얻는다. 식물과 동물의 사체가 쌓여 수천만 년이 넘는 세월동안 뜨거운 열과 압력을 통해 만들어진 화석연료는 그것의 생성에 장구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생불가능한 연료로 불린다. 또한 화석연료는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일치, 매장량의 유한으로 인하여 전쟁을 야기하고, 바이오연료 개발을 촉진시키기도 한다. 바이오연료는 수확한 농작물의 일부분을 가져다 잘라 발효시킨 후 불을 붙여 태워버리는 방식으로 소비되며, 이렇게 사라지는 곡류는 지구상에서 생산되는 곡류의 20퍼센트에 이른다. 그런가하면 인도와 사하라사막 남쪽에 사는 사람들은 전 세계 인구의 1/3을 차지하지만 전 세계 전기량의 10퍼센트를 채 사용하지 못한다. 그에 반해 OECD국가들, 전 세계 인구의 15퍼센트 사람들은 전 세계 전기생산량의 거의 절반을 사용하고 전 세계 연료의 40퍼센트를 사용한다.
‘지난 50년간은 더 많은 차, 더 잦은 운전, 더 많은 전기, 더 많은 생산으로 대표되는 풍요의 시대였다. 그렇기에 더 많은 화석연료를 사용한 시기라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50년 동안, 전 세계의 화석연료 사용량은 세 배나 증가했다.’(146쪽)
‘우리 자신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하도록 해주는 마법 같은 기술은 없다. 소비를 줄이는 것이 21세기의 궁극적인 실험이 될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127쪽)
우리는 과거에 비해 이렇게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우리를 이런 편한 방식으로 살게 만드는 모든 것은 지난 50년 동안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 풍요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풍요를 추구하는 동안 지구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는 지구온난화를 불러오고 있다. 우리가 어렸을 때 해보았던 연못에서 스케이트 타기를 지금의 아이들은 할 수 없으며, 대신 봄날 꽃가루로 재채기 하는 날이 더 길어졌다. 대규모 태풍의 빈도가 잦아졌고 그 강도는 더욱 세졌다. 지구상 존재하는 담수는 극히 일부분이며 그것도 얼음의 형태로 되어있다. 그런 빙하가 녹아내리고 해수면의 상승과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또한 오늘날 넓은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생물종의 감소는 서식지 파괴와 함께 기후변화가 그 원인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의 시기는 다가오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그 안에서 인류는 살아남는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이다.
‘풍요의 궤적을 고려할 때, 나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가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슬픈 결론을 내리게 된다.’(190쪽)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유일한 대상인 지구는 정치적 공방의 볼모가 되고 말았으며, 기후변화는 양쪽에서 내던지는 무기가 되었다. 특히 과학자들이 보기에는, 정치적 불화와 양극화 때문에 우리가 구하려 애쓰는 이 지구가 심각한 해를 입고 있다.’(232쪽)
그렇다면 앞으로의 지구는, 인류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가 누려왔던 것들과 누릴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고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생태위기를 개선할 수 있는지를 말한다. ‘우리에게는 오직 네 가지 자원만 주어져있다. 땅과 바다, 하늘 그리고 우리 서로다.’(31쪽)라고 말하는 그녀는, 우리 자신이라는 자원으로 위기를 개선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오늘날 우리가 확인하는 이 세상의 결핍과 고통은 필요한 만큼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구의 무능함 때문이 아니라 나눌 줄 모르는 인간의 무능함 때문이다. (…) 많은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바람에 더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31쪽)
‘우리 각자는 언제 어디서 더 많이 소비할까 대신 어떻게 덜 소비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비즈니스와 산업계가 우리를 대신해 이런 질문을 던질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232쪽)
그래서 그녀는 지구의 풍요를 위하여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에 대해서 다섯 단계로 나누어 말한다. ‘좀 더 밝은 미래를 지닌 공정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면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나가자는 말 일게다. 1. 나의 가치관을 살펴본다: 그리고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집중할 주제를 정한다. 2. 정보를 모은다 : 나의 일상이 나의 가치체계에 얼마나 반하는지 습관을 살펴본다. 3. 가치체계에 합당하게 행동한다 : 실행할 수 있는 변화를 하나만 선택한다.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어 가는지를 매일 기록한다. 4. 자신의 가치관에 합당하게 개인투자를 한다. 5. 내가 속한 기관을 나의 가치체계에 맞게 변화시키고자 한다.
우리는 많은 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해, 지구 생태계의 교란에 대해 듣지만 대부분은 아는 것에 그친다. 그나마도 일부는 반신반의하고 먼 미래의 일 혹은 나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 치부해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그것이 머릿속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기에는 시간이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의 글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따뜻한 온기이다. 아마 우리 서로를 믿는 그녀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이 좋은 안내서 역할을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랩걸]을 읽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마치 산문을 읽는듯한 착각 속에서 책을 읽었다. 담백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한 그녀의 글쓰기도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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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호프 자런/김희정 알마출판사/2018.1.24. sanbaram 지구의 허파라고 하는 열대우림이 점차 사라지고 화석연료의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기후변화가 인류 최대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도 세계 곳곳에 슈퍼태풍이 많은 피해를 입히고 있는데, 이 또한 기후 변화의 한 사례에 해당된다. 그 모든 것의 기저에 식물이 있다. 식물은 지구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영양분을 만드는데 활용하기에 줄여주고 산소를 공급해준다. 이런 식물에 대해 사람들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과학자들도 큰돈이 되지 않는 연구에 열정을 쏟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랩 걸>은 제목처럼 실험실 여성이라는 뜻이다. 성차별을 이겨내고 과학계에서 식물관련 연구로 일가를 이루기까지의 이야기다. 호프 자런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조지아 공과대학과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부교수로 재직했다. 폴브라이트상을 세 번 수상한 유일한 여성 과학자로 식물에 비추어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 <랩 걸>을 통해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현재 오슬로대학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랩 걸>은 과학계의 심한 여성차별을 딛고 온 힘을 다해 식물연구 과학자로 자란 한 여성의 삶과 사랑,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담은 자전적 기록이다. 3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서는 말없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 실험실을 놀이터로 알고 자라면서 생각한 일과,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병원의 약국에서 아르바이트 경험과 지도교수의 조수로 활동하며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외톨이로 공부하는 빌을 만난다. 2부에서는 캘리포니아를 떠나 조지아 공대에서 첫 식물학교수 생활을 시작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함께하는 빌도 중고트럭과 실험실을 전전하며 힘겹게 생활한다.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씩 운전하여 동부에서 서부까지를 왕복하는 등 열정을 쏟았지만 힘겨운 생활을 못 벗어난다. 그러다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빌은 어려서 오른손가락 몇 개를 사고로 잃어서 외톨이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찾은 안식처가 그를 인정해 주는 저자다. 3부에서는 모임에서 만나 호감을 갖게 된 클린트가 알고 보니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었다. 서로의 일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어 결혼을 했다. 임신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과학에 대한 열정은 계속되었고, 힘겹게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노르웨이를 거쳐 하와이로 이사를 했다. 아이는 자라서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학생이 되었다. 저자 또한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이로 자란 큰 나무들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발자국 하나마다 수백 개의 씨앗이 살아서 기다리고 있는 데도 말이다.(p.50)” 그 씨앗 중 절반 이상은 모두 자기가 기다리던 신호가 오기 전에 죽고 말 것이고, 이 모든 죽음은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머리 위로 우뚝 솟은 자작나무 한 그루당 매년 적어도 25만 개의 씨앗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씨앗은 자라기 시작하기 전 적어도 1년은 기다린다. 체리 씨앗은 아무 문제없이 100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각각의 씨앗이 정확히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그 씨앗만이 안다. 온도와 수분, 빛의 적절한 조합과 다른 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는 신호가 있어야 싹을 틔운다고 저자는 말한다. “씨는 닻을 내리자마자 우선순위를 바꿔, 모든 에너지를 위로 뻗어 올라가는 데에 집중한다. 보유하고 있던 영양분은 거의 다 바닥이 났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확보하려면 빛이 절실하다. 숲에서 가장 작은 식물이니 자기 위에 있는 모든 식물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그러는 동안 내내 그늘이라는 비참한 환경까지 견뎌내야 한다.(p.96)” 주근은 곁뿌리를 내보내 옆에 서 있는 다른 식물들의 뿌리와 얽혀서 위험 신호를 주고받는다. 시냅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뉴런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뿌리 시스템 즉 뿌리의 표면적을 모두 합하면 이파리 면적을 모두 합한 것의 100배가 넘는 경우가 많다. 땅 위의 모든 것을 제거해도 멀쩡한 뿌리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다시 자라난다. 그리고 그런 회생은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된다. “떡갈나무 한 그루에서 나는 수십만 개의 이파리 중 하나도 똑같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생각해보자. 사실 어떤 잎은 다른 잎의 두 배 정도 크기인 것들도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떡갈나무 잎은 완벽하지 않고 대충 그려진 청사진 한 장을 가장 독특하게 응용한 것이다. (p.96)” 잎은 중록맥이라고 부르는, 가운데 잎맥에 있는 일련의 세포를 확대하며 자란다. 주변에 있는 단세포들은 언제 분열을 중단할지를 독립적으로 결정한다. 말단에서 작은 잎맥들이 발달하면서 형성되다가 줄기에서 완성된다. 이파리 만들기를 완수하고 나면 당을 아래로 보내서 뿌리를 더 만들기 시작한다. 그렇게 자란 뿌리는 물을 더 많이 끌어올려서 새로운 이파리를 키우고, 새 이파리들은 당을 더 많이 만들어 내려 보내고, 이런 식으로 4억년이 흘렀다. “모든 식물은 두 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나는 위에서 오는 빛,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래에 흐르는 물이다. 두 식물 사이의 경쟁은 한 가지 동작으로 결정된다. 더 높이 뻗는 동시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p.116)” 이런 전투가 벌어졌을 때 목재가 얼마나 큰 무기가 될지 생각해보자. 빳빳하지만 탄력성이 있고, 강하지만 가벼운 물질이 이파리와 뿌리를 따로 분리시키고, 연결하며 지탱해주는 장점을 지니는 것이 바로 목재다. 그렇게 해서 나무들은 햇빛과 물을 향한 경기에서 4억 년 이상 압도적 승리를 거둬왔다. “각각의 이파리를 따로따로 띄워두는 방법으로 나무는 자신의 표면을 일종의 사다리처럼 만들어 빛이 속속 들어오도록 하는 것이다. 고개를 들어 살펴보면 어느 나무든 위쪽에 달린 이파리들은 아래쪽에 달린 이파리들보다 평균적으로 크기가 더 작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바람이 불어서 위쪽에 달린 이파리들을 움직이면 아래쪽에 햇빛이 도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p.173)” 아래쪽에 달린 이파리들의 녹색이 더 진하다. 햇빛을 흡수하는 색소가 더 많이 들어 있어서 그림자를 뚫고 들어온 더 약한 빛을 흡수하도록 도와준다. 이파리를 만들어 낼 때, 나무는 각각의 이파리에 대해 개별적으로 예산을 세우고, 다른 이파리의 위치를 고려해서 각각의 이파리가 위치할 장소도 정해야 한다. “유카립투스가 발산하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은 잎이나 나무껍질에 상처가 났을 때 감염을 방지해서 건강하게 유지하는 소독약 기능을 한다. 대부분의 휘발성 유기 화합물에는 질소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식물들이 만들어내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다.(p.238)” 나무가 휘발성 유기 화합물을 대량으로 뿜어내도 그다지 손해 볼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코가 감지하는 유칼립투스 특유의 향기 같은 것이 존재한다. “긴 겨울 여행에 대비하기 위해 나무들은 ‘경화’과정을 거친다. 먼저 세포벽의 투과성이 극적으로 증가해서 순수한 물은 흘러나오고 세포 안에 남은 당, 단백질, 산이 농축된다. 이 화학물질들은 효과적인 부동액 역할을 해서 온도가 0도보다 훨씬 더 떨어져도 세포 안에 든 액체는 시럽 같은 액체 상태가 유지된다. 세포들 사이의 공간은 세포에서 나온 고도로 정제된 물로 채워지는데, 이 물은 너무도 순수한 상태여서 여기엔 얼음 결정의 핵이 돼서 자라도록 하는, 혼자 떨어져 돌아다니는 원자가 하나도 없다.(p.275)” 얼음은 분자가 3차원적인 결정을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에 얼음이 생기려면 핵, 즉 모종의 화학적 돌연변이가 있어야 그것을 기초로 얼음 결정이 쌓아올려지는 것이다. 핵이 될 만한 디딤돌이 전혀 없는 순수한 물은 영하 40도까지 ‘초냉각’을 해도 얼음이 없는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 이렇게 일부분은 화학물질로 가득 채우고, 또 다른 부분은 완전히 순수한 상태로 유지하는 ‘경화’과정을 거쳐 중무장하고 나무는 겨울 여행을 떠나 서리, 진눈깨비, 눈 폭풍을 견뎌낸다. 나무들은 겨울 동안 자라지 않는다. 순환주기 중 빛이 존재하는 시간이 감소하는 것을 감지해서 낮이 점점 짧아지는 것을 알고, 월동준비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해는 온화했다가 한 해는 혹독했다가 하는 식으로 겨울 기온은 변덕을 부리더라도 가을에 낮이 짧아지는 변화는 해마다 똑같다. “다 자란 나무는 대부분의 물을 똑바로 뻗어 내려가는 곧은 뿌리를 통해서 공급받는다. 땅 표면 가까이 자리 잡은 뿌리는 가로로 자라면서 그물 같은 짜임을 만들어 나무가 쓰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이 얕은 뿌리들은 또 건조한 흙으로 수분을 흘려보낸다. 특히 해가 지고 이파리들이 활발하게 땀을 흘리지 않을 때 이 현상이 두드러진다.(p.328)” 다 자란 단풍나무는 밤새 수동적으로 깊은 곳에 흡수한 물을 얕은 뿌리를 통해 흘려보내 물을 재배치한다. 이런 큰 나무들 근처에 사는 작은 나무들은 필요한 물의 절반 이상을 이렇게 재활용된 물에서 얻는다. “세상은 조용히 무너져 내리고 있다. 인류 문명은 4억만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생명체를 단 세 가지로 즉, 식량, 의약품, 목재 이렇게 세 가지로 분류해버렸다. 우리의 끊임없고 점점 더 거세지는 집착으로 인해, 이 세 가지를 더 많이, 더 강력하게, 더 다양한 형태로 손에 넣고자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식물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들고 말았다.(p.399)” 이 황폐의 규모는 수백만 년 동안의 자연 재해가 미친 피해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자연파괴를 멈추지 않는다. 좀 더 편리함과 호화로움을 찾아 나무를 벌목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를 이제는 조절하여 자연과 공생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식물과 생태계, 인류의 미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 읽기를 권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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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해 할 수 있다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경우 대체로 애초에 그 직업을 선택하고자 노력해서 결실을 이룬 경우도 있을 터이고, 혹은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새 그것이 직업이 되기도 했을 것이다.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학자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삶이 바로 좋아하는 일과 직업이 일치하는 경우라 할 것이다.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한 식물학자의 자전적인 삶의 기록이다. <랩걸>이라는 제목은 ‘실험실(laboratory)’과 ‘여성(girl)’을 결합하여 만든 단어로,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여성 과학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라 하겠다.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지식소매상’을 자처한 유시민이, 이 책을 대학원에 진학하여 공부를 선택한 자신의 딸에게 권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 이후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제목만으로는 내용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아 읽고 싶은 책의 우선 순위에서 뒤로 돌려놓고 있었다. 지난 겨울 구입을 하고, 한동안 이 책을 그대로 책꽂이에 꽂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읽기 시작하면서, 유시민이 본격적인 학문의 길에 접어든 딸에게 권하고 싶은 것으로 왜 이 책을 거론했는지가 이해가 되었다. 이 책에는 식물학자로서의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여 학자로 성장하고, 또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저자의 삶과 학자로서의 태도가 잘 드러나 있었다. 전공 분야는 다르지만 나 역시 학자로서의 길을 가고 있기에, 더더욱 연구자로서의 저자의 생각과 삶의 방식에 대해서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해하기 쉬운 유려한 문체를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닌 강점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과학자인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살다시피 했던 저자의 어린 시절의 삶이 현재 자신의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은 자명하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였으며 뒤늦게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저자는 처음에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으로 진학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을 좇아 과학으로 전공을 변경하고, 실험실의 삶의 선택하여 식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성장했던 것이다. 이 책의 속표지 뒷면에는 ‘내가 쓰는 모든 글을 어머니께 바치는 것이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나는 그 표현에는 저자가 어머니로부터 배웠던 문학과 글쓰기에 대한 재능으로 인해서, 과학자로서의 자전적인 삶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담겨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목차에도 식물학자로서의 저자의 개성이 잘 드러나 있다. 저자의 서문이라 할 수 있는 ‘프롤로그’에 이어, 전체 3부로 구성된 목차는 식물의 성장 과정에 빚대어 있기 때문이다. 즉 ‘1부 뿌리와 이파리’는 자신의 어린 시절로부터 식물학자로서 자리를 잡는 과정과 대학 교수로 출발하는 시점까지를 다루고 있다. 이후 ‘2부 나무와 옹이’에서는 26세에 조지아 공대의 교수로 부임하여, 실험실을 꾸리고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성과와 시련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3부 꽃과 열매’에서는 존스홉킨스 대학을 거쳐 하와이 대학에 정착하기까지의 연구자로서 확고한 위치를 마련하고, 클린트와의 결혼을 통해 한 가족을 이룬 현재의 상황까지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 스스로 고백하고 있듯이, 연구 파트너로서 ‘빌’과의 만남과 우정은 자신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여겨진다. 대학원 시절 만난 친구 ‘빌’과의 인연은 저자에게 연구자로서 저자의 경력에 있어서 절대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존재이자, 믿음직한 동료라는 사실이 거듭 강조되고 있다. 연구자에게 있어 동료 학자들은 때로는 가족과 다른 의미의, 끈끈한 관계로 맺어진 존재들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저자가 학자로서 성장하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의 상당 부분은 연구 파트너인 ‘빌’의 몫이 무시될 수 없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저자는 ‘사랑한다’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줄지는 알고 있다고 말한다. 이제는 안정적인 학자의 길을 걷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남겼던 이 구절을 인용하면서, 리뷰의 결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나는 남의 말을 듣는 데 능숙하지 않기 때문에 과학을 잘 한다. 나는 똑똑하다는 말을 들었고, 단순하다는 말도 들었다. 그리고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한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해낸 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고,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내가 한 일을 할 수 있었다는 말도 들었다. ...... 그런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내가 여성 과학자이기 때문에 누구도 도대체 내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따라서 상황이 닥치면 그때그때 내가 무엇인지를 만들어나가면 되는 값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동료들의 충고를 듣지 않고, 나도 그들에게 충고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음 두 문장을 되뇐다. ‘이 일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야만 할 때를 빼고.’”(차니) * 개인의 독서 기록 공간인 포털사이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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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비밀이 존재한다. 우주의 비밀, 지구의 비밀, 인생의 비밀, 식물의 비밀,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 비밀에 대부분 호기심을 갖지만 뛰어들어 알아내고 마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또 비밀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처음 가졌던 경이로운 마음을 끝까지 갖는 사람도 드물다. 알면 실망하거나, 별개 아니라고 생각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거나 한다. 작은 비밀 하나하나를 알아가며 매번 경이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과학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알쓸신잡에서 진공 상태에서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가 같은 속도로 낙하한다는 것이 아름답지 않나요? 하던 과학자가 떠오른다.) 그런데 세상에 공짜는 없어서 세상의 비밀을 알 때마다 크든 작든 대가를 치뤄야 한다. 세상의 비밀을 알아내 본 사람은 이 말을 알아들을 것이다. 내가 가진 무언가를 맞바꾸거나, 잃거나, 상처를 입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것이 또 꼭 나쁜 것이 아니어서 그것으로부터 더 큰 것을 얻게 되기 마련인데 그것은 알쓸신잡처럼 알아봐야 소용에 닿는 것이 아니어서 내가 가진 것과 맞바꿀만 했나 싶은 후회가 들기도 한다. 세상의 비밀을 안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나는 어려서부터 내가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믿어왔다. 알게 되었고, 엄청난 일이었고 더 이상은 알고 싶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과학자가 아니므로 끝까지 그 길을 갈 필요는 없다. 호프 자런과 빌은 나와 달라서 무엇을 내주었는지 저울질하지 않고 오로지 그 길을 간다. 자런과 빌은 병증을 앓는다. 조울증을 앓고 몇 시간씩 지속되는 두통을 앓는다. 보통의 사람이면 이쯤되면 이 일이 나를 망쳐버릴 것같은 두려움에 놓아버릴테지만, 이 둘은 그 품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몇 날 며칠 땅을 파거나, 몇 날 며칠 비를 맞으며 이끼 채집을 하거나, 우리같은 비과학자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그렇게 몇 날 며칠, 몇 년을 하고 앞으로도 계속할 듯 보인다. 생을 다하는 날까지. 자런은 2009년에 마흔이 되었다면 2018년엔 49세이고 내년에는 쉰이 된다. 교수로 일한지는 2019년엔 24년이 된다.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빌과 자런은 사과나무를 심을 사람으로 보인다. <랩 걸>은 호프 자런의 자서전이지만, 읽는 동안 문학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고 픽션의 세계와 논픽션의 세계를 혼동하게 하는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자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고난과 고통의 연속인데 이야기는 우울하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롭다. 그래서 꽤 성공적으로 보이는 이 둘의 삶을 보고 과학자를 꿈꾸는 어린이들 혹은 청소년이 이 길을 선택할 것인가 하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 십리밖으로 도망칠 것 같은, 읽기에는 재밌지만, 그 길을 가지는 못할 그런 삶이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고 과학자의 길을 선택한다면, 정말 훌륭한 과학자가 될 것이라 여겨지는 그런 삶이다. 내게 사랑하는 조카가 한 명있는데 나는 이 아이가 이런 험난한 삶을 가지 않기만을 기도한다. 무탈하고 가늘고 길게 사는 인생을 바란다. 그런데 올케는 조카를 과학고등학교를 목표로 키우고 있다. 유치원생 때 고생물학자를 잠깐, 아주 잠깐 꿈꾸었기 때문인 것 같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고 유투브 동영상만 뒤져보는 아이인데 말이다. 올케에게 이 책을 쥐어 줘도 아이가 고생물학자나 다른 과학자가 되기를 바랄까 싶다. 모든 꿈에는 지구력과 끈기가 필요하겠지만, 자런이 가는 길은 일반적인 꿈의 서너 배의 지구력과 투지, 끈기와 집념을 요하는 것 같다. 그것을 방해하는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말이다. 대부분의 꿈이라 불리는 직업은 그것이 된 순간 모든 것을 얻는 것 같다. 하지만 과학자라는 꿈은 노벨상을 받는다해도 끝나지 않는 일인 것 같다. 난 내 조카가 그렇게 평생을 분투하는 삶을 살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른 사람들은 <랩 걸>을 읽고 어떤 노력에 대한 보상이나, 고난과 역경을 뚫고 그에 빛나는 대가를 보란 듯이 아이들에게 가르칠지 모르지만, 내가 느낀 것은 과학자가 되려한다면 이런 길을 감수하며 가야 하는 것이고, 내가 사랑하는 너는 이 정도의 반만 노력해도 되는 무난한고 안정된 삶을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다. 이런 인생을 겪지 않기를 바라. 안그래도 삶을 충분히 힘들다. 재미있게 읽은 <랩 걸>에 대한 내 감정이 이런 것이라는 것에 나도 놀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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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은 과학계의 심한 여성차별을 딛고 온 힘을 다해 식물연구 과학자로 자란 한 여성의 삶과 사랑, 과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담은 자전적 기록이다. 3부로 이루어졌다. 1부에서는 말없는 가정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 실험실을 놀이터로 알고 자라면서 생각한 일과, 과학자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병원의 약국에서 아르바이트 경험과 지도교수의 조수로 활동하며 박사과정을 공부하면서 외톨이로 공부하는 빌을 만난다. 2부에서는 캘리포니아를 떠나 조지아 공대에서 첫 식물학교수 생활을 시작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함께하는 빌도 중고트럭과 실험실을 전전하며 힘겹게 생활한다.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며칠씩 운전하여 동부에서 서부까지를 왕복하는 등 열정을 쏟았지만 힘겨운 생활을 못 벗어난다. 그러다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대학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빌은 어려서 오른손가락 몇 개를 사고로 잃어서 외톨이가 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찾은 안식처가 그를 인정해 주는 저자다. 3부에서는 모임에서 만나 호감을 갖게 된 클린트가 알고 보니 같은 대학을 나온 사람이었다. 서로의 일을 인정하고 이해하게 되어 결혼을 했다. 임신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과학에 대한 열정은 계속되었고, 힘겹게 아이를 출산했다. 그리고 노르웨이를 거쳐 하와이로 이사를 했다. 아이는 자라서 유치원을 다니고 초등학교 학생이 되었다. 저자 또한 안정적인 생활을 하게 된다. “숲에 들어간 사람들은 대부분 인간으로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이로 자란 큰 나무들을 올려다볼 것이다. 그러나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은 드물다. 발자국 하나마다 수백 개의 씨앗이 살아서 기다리고 있는 데도 말이다.(p.50)” 그 씨앗 중 절반 이상은 모두 자기가 기다리던 신호가 오기 전에 죽고 말 것이고, 이 모든 죽음은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머리 위로 우뚝 솟은 자작나무 한 그루당 매년 적어도 25만 개의 씨앗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씨앗은 자라기 시작하기 전 적어도 1년은 기다린다. 체리 씨앗은 아무 문제없이 100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각각의 씨앗이 정확히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그 씨앗만이 안다. 온도와 수분, 빛의 적절한 조합과 다른 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는 신호가 있어야 싹을 틔운다고 저자는 말한다. “씨는 닻을 내리자마자 우선순위를 바꿔, 모든 에너지를 위로 뻗어 올라가는 데에 집중한다. 보유하고 있던 영양분은 거의 다 바닥이 났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연료를 확보하려면 빛이 절실하다. 숲에서 가장 작은 식물이니 자기 위에 있는 모든 식물보다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데, 그러는 동안 내내 그늘이라는 비참한 환경까지 견뎌내야 한다.(p.96)” 주근은 곁뿌리를 내보내 옆에 서 있는 다른 식물들의 뿌리와 얽혀서 위험 신호를 주고받는다. 시냅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뉴런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 뿌리 시스템 즉 뿌리의 표면적을 모두 합하면 이파리 면적을 모두 합한 것의 100배가 넘는 경우가 많다. 땅 위의 모든 것을 제거해도 멀쩡한 뿌리 하나만 있으면 대부분의 식물들은 다시 자라난다. 그리고 그런 회생은 한두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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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안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가가 생긴 것 같다 랩걸도 좋았는데 이번 책도 재밌고 뼈아프게 잘 읽었다 오늘도 많은 음식을 남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 나아가면서 지구를 아껴 보도록 해야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구상에서 가난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 예전처럼 사형 선고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지난 25년 동안 지구상 가장 가난한 국가들이라 해도 깨끗한 물을 구할 수 있는 비율이 30퍼센트 더 높아졌고, 더 나은 위생 시설에 대한 접근성은 두 배 좋아졌다. 지난 30년 동안 동일 지역에서 예방주사를 맞는 비율은 두 배가 되었고, 임신 전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비율도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 그 결과 내가 태어난 1969년에 비해 이제 가난한 국가들의 대략적인 사망률은 절반 정도로 떨어져, 앞서 말했듯이 좀 더 부유한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 되었다. 출산 중 사망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어쨌든 우리는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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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부끄러운 정도지만 최근 최소한의 폐만 끼치며 사는 삶을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던차라 관심이 생겨 읽게 됐습니다 작가님이 과학자다보니 어렵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읽기 어렵지 않게 잘 쓰여진 책이었어요 읽는동안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나누고 싶은 책이예요 스스로에 맞는 방법을 찾아 조금씩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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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식물학자다. 나무화석에서 탄소동위원소(?)를 분석해 그 나무가 살던 시대의 기후를 연구한다. 그런 연구를 통해 나무가 지구에서 어떻게 수억년간 살아 남았는 지 연구한다.
나무 연구를 통해 얻은 나무의 일생에 대한 통찰과 인간으로서 자기의 일생을 비교한다. 나무와 인간은 다르다. 하지만, 씨앗에서 시작해 큰 나무로 성장하는 과정은 인간의 성장과 비슷하기도 하다. 고난을 겪으며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이 그렇다.
지금 창 문 밖을 통해 나무가 보인다. 가장 흔하다. 너무 신기하게도 그런 흔한 나무는 수억년 전에 그렇게 흔하게 살았다. 공룡이 멸종하고 인간이 살기 시작하고, 그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해 우주 밖으로 나아가도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존재했다. 나는 이게 너무 신기하다. 그동안 신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은 더 신기하다.
저자는 여성과학자로 온갖 편견을 이기며 살아 남았다. 타임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인에도 선정되었다. 조울증 환자이기도 하다. 이렇게 유명한 학자인데도 실험실을 운영하기 위해 연구비를 따내는 과정은 너무 놀랍다. 문득, 문득, 귀찮지 않나? 안 해도 되지 않나? 적당히 논문 쓰고 버텨도 되지 않나? 뭐 이런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다. 내 삶이 너무 지루해 그런가?
책의 절반은 나무 이야기이고, 나머지 절반은 친구 '빌'에 관한 이야기다. 빌은 그의 실험실 동료다. 저자가 자신의 실험실을 운영하기 위해 고용한 사람이다. 고용자와 피고용자 관계인데, 둘은 그 이상을 넘어선다. 가족보다도 더 오래 보고, 지구 곳곳을 답사를 다닌다. 말 그대로 희노애락을 함께 한다. 빌과 저자는 삶을 함께 한다. 가족과 같나? 아니 그 이상일 지도 모른다. 우정에 관해 생각한다. 우정은 무엇일까? 같은 입자에 서서 같은 길을 가는 사라마. 둘이 딱 그렇다.
재미있다. 안 보이던 나무가 보이고,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한다. 나무와 인간의 삶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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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을 읽고 지구가 얼마나 인간에 의해서 파괴되고 육식을 지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된 책이 였는데 이책은 희망의 밥상보다 충격적이다 . 새우 양식과 연어양식, 가축들을 키우면서 나오는 분뇨와 오물의 양을 수치화로 알게되니 지구에서 살고있는 한 생명으로써 저리도 많은 육식을 소비해야하나 하는 의문도 들면서 최소한의 육식을 해야 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학교에서도 많이 읽혔으면 하는 책이기도 해요 아주 어렸을때 부터 이런 문제를 지각하고 바꾸려고 모두가(모든 연령층이) 노력하는 현실이 되기를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