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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 제목에 포함된 ‘산책’과 ‘미학강의’라는 단어는 사뭇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 ‘산책’이라 함은 가볍고 산뜻한 느낌의 그것일테고, ‘미학강의’라고 하면 제일 먼저 철학적이고 때론 현학적이기까지 한 아리송한 단어들의 연속, 저도 모르는 새 졸음의 습격을 받게 되는 교양수업부터가 떠오르니 말이다.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는 ‘검정고양이’라는 별명을 지닌 젊은 천재 미학교수와, 그의 동기이자 포를 연구하는 화자인 ‘나’의 “산책”인 동시에 추리를 동반한 “미학강의”다. 각 장에선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미스터리 사건에 대해 미학의 관점에서 풀이해보는 미적 추리가 펼쳐진다. “내가 하려는 건 미적 추리이고, 그에 따라 나타난 진상이 미적이지 않으면 내 관심은 그 시점에서 소멸될 거야.” ‘나’의 엄마가 보관 중이던 엉터리 지도의 의미, 말하는 벽으로 가로막혀 자살을 택한 청년, 강으로 뿌려지는 향수, 나타난 주지승과 실종된 연구자, 두개골을 찾는 영화감독, 악기 없이 연주할 수 있는 음악 등의 독특한 소재는 각각 [모르그 가의 살인사건], [검은 고양이],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 [도둑맞은 편지], [황금충], [까마귀]와 연결된다. 그러나 혹여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데 있어 위의 작품들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부담감이 있다면, 미리 말하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언뜻 추리한다 라고 하면은 포의 작품에 대한 세밀한 관찰력이 전제된 듯 보이지만,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는 포의 작품을 바탕으로 삼았을 뿐 그 내면은 포와는 ‘완전히 새롭다’고 말해도 좋다. 작가는 미학은 물론이거니와 문학, 철학, 언어학, 지리학 등의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포의 작품들과 ‘검정고양이’의 미적 추리를 교묘히 결착시켜 놓았을 뿐이다. 조곤조곤 이르듯 ‘나’에게 이야기하는 ‘검정고양이’의 추리는, 조용히 독자들을 모리 아키마로만의 수수께끼와 해답의 세계로 이끈다.
“ … 냄새를 발하는 물, 그게 뭘까? … 강은 거대한 향수이기도 해. … 향기를 좋아하고 향수 판매원으로 일하는 여자가 마지막에 거대한 향수병 속에서 숨을 거둔다.” (3화 ‘물의 레토릭’ 중) ‘강은 향수’ 라는 식의 알레고리는 이 책의 주요 포인트이다. 알레고리는 포의 작품과 아키마로의 작품이 논리적 연관성을 가지게 되는 핵심적인 연결고리로 작용한다. 그와 동시에, 이루지 못할 인연의 거리는 ‘달과 인간’, 두개골은 ‘레몬’ 등의 알레고리로 시동을 거는 검정고양이식 논리의 폭주는 그를 한없이 매혹적인 인물로 만들어 놓는다. 검정고양이만이 할 수 있는 막힘 없는 미학적 논리, 그러나 잔잔하게 흘러가는 추리의 끝에는, 풀어야 할 수수께끼라는 이름 속에 숨어있던 인간의 ‘감정’이라는 것이 살며시 떠오른다. 1화에서 ‘나’는 지도의 숨겨진 의미를 발견함과 동시에 엄마의 과거의 -아마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사랑을 알게 된다. 4화에선 향수의 이름 ‘홍’의 정체를 밝히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나’의 첫사랑이, 그가 ‘나’에게 헌정했던 노래가, 그리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남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내내 검정고양이의 얼굴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이유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그렇다. 그건. 검정고양이에게는 말할 수 없다.” 확연히 드러나는 부분은 눈에 띄게 적지만,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는 두 주인공의 묘한 관계와 감정 라인도 읽는 재미와 기대를 주는 감초 역할을 아주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연애스토리의 끝이 궁금하다면 2부 <검정고양이의 키스 혹은 최종강의>와 3부 <검정고양이의 장미 혹은 시간여행>이 출간될 때 재빨리 찾아 읽을 것을 추천한다. 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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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와 함께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성인 손바닥만한 크기의 책과 가벼운 무게감 덕분인지 바다에서 여행을 즐기는 동안 책을 자주 찾게 되었다. 책상이나 독서대를 받치지 않고도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의 무게감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마음에 쏙 드는 부분이었다. 누워서 보든 버스에서 보든 휴대하기 쉽게 편의를 배려한듯한 느낌이 든다.
사실 일본 도서를 정식으로 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다른 나라와는 구별되는 독특한 일본만의 번역투 때문에 몇 권의 책은 읽다가 종종 포기하곤 했었다. 사실 처음 일본의 문체를 접한 독자라면 누구나 생소하다고 느꼈을 법도 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저자 아키마로가 나의 집중력을 단단히 잡아주었다. 추리와 미학을 접목한 신선한 소재의 접근은 오히려 일본 번역투만의 문체와 더 잘 어울렸고, 소설을 읽는 내내 문체의 매력에 빠져 있었으니 말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을 꼽자면 "... 물론 낮과 밤의 대립을 빛과 어둠의 대립으로 치환하곤 하지만, 낮에도 그림자가 있거니와 밤에도 빛이 있기 마련이지. ..."이다. 검정고양이가 자신만의 추론을 펼칠 때 스치듯이 한 말임에도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완벽주의 혹은 흑백논리를 비판하던 평소 나의 마음을 너무나도 정확하게 대변하는 명확한 문장이었기 때문이다. 책의 흐름과는 큰 관계없이 개인적인 느낌으로 가장 인상적인 문장을 꼽은 것이긴 하지만, 일시적으로나마 독자의 가치관에까지 깊은 감명을 남길 문장을 서술하는 작가의 문장력이야말로 정말 멋지다고 말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또한 미학과 추리를 겸한 이 소설의 성격을 일부 드러내는 문장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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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독특해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읽어 보니 내용이 더 독특하다. ㅎㅎ ‘검정고양이’는 미학을 연구하는 스물네 살 교수의 별명이고, 이름이 나오지 않는 ‘나’라는 여자 주인공은 검정고양이와 동갑의 조수이자 에드거 앨런 포를 연구하는 대학원생이다. ‘나’의 주변에 신기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때마다 검정고양이는 포의 작품을 이용해 그 일의 진상을 파헤친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이 등장하니 뭔가 고전적이고 문학적인 느낌을 풍기면서도 추리 형식이라 지루하지 않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이것저것 신기한 생각이 들었는데, 포의 작품과 이 소설의 에피소드가 너무나도 딱딱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포의 작품을 토대로 썼으니 당연히 잘 맞아떨어지겠지 싶으면서도 자꾸 포를 의심하게 되는 건, 이 작품에서 보여준 포의 작품 해석이 새롭기 때문일 것이다. 학창시절에 문학작품(특히 시)을 배우면서 선생님이 시에 밑줄을 긋고 그에 대한 해설을 해줬다. 한용운의 『임의 침묵』에서 ‘임’은 해방이자 조국이자 연인이자 부처이자, 진리요, 깨달임이라는 식이다.ㅎㅎ 그때 친구들이랑 소곤거렸던 말은, “우와, 시인은 이런 걸 다 알고 썼을까?” 이다. ㅎㅎ 여기서 포를 의심하게 된다는 게 바로 이런 거다. “우와, 포는 이런 걸 다 알고 썼을까?”^^
포가 이런저런 해석을 염두에 두고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검정고양이의 미적 추리는 그만큼 일리가 있다. 예를 들어 「물과 레토릭」이라는 단편은 포의 「마리 로제 수수께끼」와 겹쳐진다. 「마리 로제 수수께끼」는 향수가게 점원인 ‘마리’가 살해된 후 강물에 유기된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 뒤팽에 대한 이야기다. 이 소설은 뉴욕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써진 거라고 하는데 실제 사건은 향수가게가 아니라 담뱃가게 점원라고 한다. 담뱃가게가 향수가게로 바뀐 거겠거니 생각하며 읽는데 검정고양이는 여기에도 포의 철저한 계산이 있었던 거라 말한다. 마리가 유기된 센 강이 향수가게 점원인 마리의 이미지와 결합해 강 자체가 거대한 향수로 변모하는 식이다.+0+
예상했던 대로 검정고양이는 걸음을 멈추고 사냥감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희열에 찬 표정으로 눈을 번득인다. 미학자 검정고양이에게 미적 탐구심을 자극하는 수수께끼만큼 흥미로운 것도 없을 것이다._ 본문에서
이런 논리의 전개는 다른 단편들에서도 무리 없이 이어지는데, 새삼 포의 천재성을 다시 느끼게 되면서도 이 작품의 작가인 모리 아키마로에게 눈이 간다. 백 년이 넘은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는 동시에, 이야기의 꼬리를 물고 이렇게 멋진 또다른 작품을 탄생시키다니!
단지 작품성만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런 작품을 생각한 그의 대담함과 꾸준한 노력이 정말 멋있어 보인다. 그런데 작가 프로필을 보니 나이도 그렇게 많지 않다! 내 생각이지만 작가도 이 책 속 ‘검정고양이’와 이미지가 똑같을 것 같다. ㅋㅋㅋㅋ
표지가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펼쳐보니!! 우왕 굳~! 책도 재밌게 읽었는데 표지로 또 하나의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이런 서프라이즈 선물 좋다 ^0^
가능하면 진상은 검정고양이에게 듣고 싶다. 어느새 그러기를 바라게 됐다. 그건 검정고양이가 진정한 미학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미학적 진상을 본다. 본인도 전에 말했지만, 아름다운 진상만이 진상이란 이름에 값한다는 사고방식이 그의 논리의 근저에 있다. 그렇기에 수수께끼의 입장에서도 그가 풀어주기를 바랄지도 모른다._ 본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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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 모리 아키마로 지음 포레
제1회 애거서 크리스티 상 수상작. 탐정소설의 선조인 에드거 앨런 포의 텍스트와 일상의 수수께끼를 미학적 관점에서 교차 해석하면서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여섯 편의 단편이 실린 모리 아키마로의 연작소설집이다. 끔찍한 사건이나 기괴한 악인이 나오지는 않지만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진리를 되새김하는 이 작품은 "인간의 삶을 보여주는 훌륭한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로 직조된 유쾌한 미스터리" "포에 대한 새로운 해석, 고전들, 일상의 수수께끼라는 삼색의 조합"이란 평을 들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내게는 전혀 섭렵할 수 없는 범주의 어렵기만한 수준의 이약 들이라고 하겠다. 1화 달과 나의 거리 / 모르그 가의 살인 사건 (1841) 2화 벽과 모방 / 검은 고양이 (1843), 드뷔시의 <불꽃>과 바그너의 음악 이와 같이, 각 장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그렇다면, 애거서 크리스티 상을 줄 것이 아니라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주어야 맞은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일어난다. 번역자의 말대로 전혀 애거서 크리스티스럽지 않은데 말이다. 2014.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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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가 얼마전 읽은 이름없는 나비는 취하지않아의 작가인것을 알고 놀랐다 그러고보니 그책과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단 느낌을 받기도 한듯 전혀 다르긴하지만 검정고양이는 진짜 고양이가 아닌 대학교수의 별명이고 여기서 등장하는 나는 에드거 앨런 포에 대한 논문을 쓰는 대학원생이다 두사람이 포의 작품을 테마로한 단편적인 이야기를 엮어 나가는 이야기라고 볼수있다 사실 이책에 소제목으로 등장하는 포의 단편을 모두 읽어본건 아니라 걱정되기는 했지만 워낙 검정고양이가 좔좔좔 어렵게 이야기 해대서 별로 어려움은 없었다 이책에 대해 혹평도 좀 있는것같은데 아무래도 추리소설을 기대했다면 좀 담백하다못해 심심해서 일까나 사실 그럴듯한 사건이라기보다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조금은 특이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게 소소한 사건의 이야기라면 또 괜찮은데 포랑 연관해서 이야기하니 좀 장광설이 되서 아마 그부분을 지루하다고 느끼는듯 그렇지만 사실 셜록홈즈의 팬이지만 포는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있어 검은고양이가 설명해내는 포는 신기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했다 그리고 사실 화자인 "나가 여자인가? 남자인가? 긴가민가 했지만 워낙 스스럼없어서 읽다보니 여자인걸 알겠던데 처음에는 그저 사무적으로 보이던 이두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점점 드러난다 매사에 차갑고 냉정하고 타인에게 무관심한듯한 검정고양이도 그녀에게만은 예외인듯하고 그런데 그게 노골적은 아니고 보일듯말듯이랄까 ㅋㅋㅋㅋ 검정고양이 시리즈로 있는것같은데 우리나라에선 1권인 산책혹은 미학강의만 번역되서 아쉽다 연작시리즈로 계속해서 보고싶은데 ㅠㅠ 뒷 이야기도 번역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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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추리소설 맞는 거지?? ---;;; 추리소설이 쉽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이 책은 너무 어려웠다. 제목에 괜히 '강의'라는 단어가 들어간 게 아니였다. 모르는 단어들이 많아서 읽는 중간 중간에 사전을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걸 간신히 참았다. 말들이 다소 어렵긴 했지만 전개가 빠른 편인데다 내용도 흥미진진해서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 얼른 얼른 읽어서 끝이 어떻게 되나~ 궁금증이 더 컸다. 24살의 미학교수가 된 천재. 이름보다는 '검정고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우고 검은색 슈트를 늘 입고 다닌다. 묘~하게 요즘 핫(!!)한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이 떠오른다. 이런 남자가.. 같이 산책을 나가자고 한다면..??!! ㅋ 이 남자의 데이트 신청을~ 번번히 데이트인 줄도 모르고 따라나서는 여주인공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부러움이 더 컸던 슬픈 현실..ㅠ,ㅠ 책의 끝에 다다라서야 '설마?', '아닐거야..!!..??'라며~ 긴가민가하는 그녀를 보며 이들의 연애가 수월하진 않겠구나 싶으면서도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이 책, 분명.. 재미는 있다. 근데 좀 불친절하다. 용어나 내용이 좀 어렵다 싶을 땐 그림같은 걸 넣어줘도 괜찮을텐데.. 특히나 첫번째 이야긴.. 지도라도 그려서 넣어주시는 센스가 있었음 정말정말 좋았을텐데.. 상상이 한없이 부족한 나는 달과 나의 거리를 글로만 읽었다. 흑~ㅡ.,ㅠ;;;
p.32 "내 결론은 이래. '인간이 보기 편한 것만 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이건 그러니까 거리의 문제야. 『다케토리 이야기』의 주제를 달과 인간의 거리라고 생각해보자는 거지. 그럴 때 제목이 '가구야 공주'라면 달밖에 보이지 않아. '다케토리 옹 이야기'라면 인간밖에 보이지 않고. 하지만 『다케토리 이야기』라면 '대나무竹' 속에 가구야 공주가 있기 때문에 달의 상징, 그리고 그걸 따는取 노인이니까 인간의 상징, 이렇게 달과 인간의 이야기라고 이해하기 쉬워져. 달과 인간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는 거야."
p.120 복도 안쪽에서 누군가 걸어왔다. 한없이 느릿한 발걸음으로. "오랜만이네." 감색 포렴을 헤치고 나온 사람은 놀라울 정도로 피부가 하얀 여성이었다. 까만 원피스를 입어서 백색 피부가 유난히 도드라져 보인다. 이 사람은 태양을 접해본 적이 있을까, 그런 생각마저 들고 만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건 백색 피부만이 아니었다. 단정한 외모에서 의연한 기지가 느껴지는 동시에 당장이라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공허함도 엿보였다. 동성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 이 사람한테는 못 이기겠구나.
p.293 선생님이 나지막이 절 불렀어요. 그러고는 『쫓는 왕』 속 푸른 달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겠느냐고 물었어요. 선생님이 그 작품의 번역을 하고 있을 때라 어쩌면 자연스러운 화제였는지도 모르겠군요.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어요. '왕이 달을 위한 연회를 연 건 왕비에 대한 사죄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가 아니었을까'라고요." "사죄의 마음 말이죠." "네. 왕은 왕비를 볼 수 없어요. 왕비도 그렇죠. 하지만 선생님의 해석에 따르면 왕비는 그런 척하고 있었던 거예요. 왕비는 사실 왕이 보였어요. 하지만 왕이 왕비를 볼 수 없기에 자신도 보이지 않는 척했던 거죠. 그런데 선생님은 실은 왕도 그랬을 거라고 했어요. 왕도 실제로는 왕비가 보이지만 자신을 위해 왕비가 보이지 않는 척 연기하는 걸 보고 마음 아파했고, 그 속죄를 위해 연회를 열지 않았을까라고요. 서로의 존재를 볼 수 없어도 같은 달을 봄으로써 마음을 확인한다. '그건 그런 장면이라고 생각하네.' 어둠 저편을 보며 그렇게 말했어요. 마치 거기서 보이지 않는 달을 찾기라도 하듯이."
p.302 텍스트의 이미지가 포개진다. 「까마귀」,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그리고 『쫓는 왕』. 눈에 보이는 세계에만 진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만 진실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듯이. 그런 당연한 진리를 늘 일상 속에서 놓치고 만다.
p.304 6월에 풀었던 나와 관계가 없지 않았던 수수께끼가 떠오른다. 그 수수께끼에는 달과 인간의 거리를 둘러싼 이야기가 숨어 있었다. 그리고 오기 교수와 엄마는 같은 유토피아를 보고 있었다. 이번 수수께끼는 어떨까? 하늘에 있어야 할 달이 마치 음악처럼 범람하는 이야기. 왕과 왕비도 같은 달을 보고 있었다. 고다 선생과 야치구사 씨도 같은 음악 속에서 살고 있었다. 서로의 마음이 하나라고 느끼면서. 슬픈 건지 행복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후둑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검정고양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다시 선글라스를 썼다. 그리고 푸른 달 두 개를 번갈아 쳐다보자, 검정고양이가 웃으며 말했다. "뭔가 괴이하면서도 어울리네." "과찬이 말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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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 미학강의? 앨런 포 작품해설서? 이 책을 정의하기엔 내용이 너무 풍부하다. 스물넷의 나이로 대학교수가 된 천재 미학자인 검정고양이(별명), 그의 조수(대학원생)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들을 미학과 함께 푸는 추리소설이다.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에서 챕터 시작과 함께 앨런 포의 작품의 줄거리를 친절하게 써주고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을 풀어내기 위해 에피소드가 나오고 천재 교수 검정고양이가 기가막히게 풀어낸다. 이 소설이 매력적인 이유는 앨런 포의 작품 소개, 추리를 위한 에피소드, 앨런 포 작품 해설, 그리고 이 모든 걸 믹스하는 글솜씨?^^
독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미학적 추리해설에 놀랐고 그에 따른 적절한 에피소드도 기가막혔다. 그중에서도 두번째 챕터 <벽과 모방>은 포의 '검은 고양이'의 작품으로 새로운 해석을 하는데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읽게 된다면 벽과 모방부터 보세요..^^)
일본에선 이런 독특한 형식의 추리소설들이 종종 있다고 듣긴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독특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갔다. 이제까지 먹어보지 못한 맛있는 음식을 먹은 기분이랄까?^^ 앨런 포의 작품들, 추리, 미학, 해설, 그리고 미학을 입힌 추리소설....과연 이 소설의 맛을 어떻게 표현할까?^^ 앨런 포의 작품들을 알든 모르든 정말 재밌게 읽을만한 새로운 형식의 추리소설. 어찌 추천을 하지 않을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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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시원한 방에 누워서 푹 빠져드는 추리소설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피로 물든 사건을 추적하는 무서운 추리소설이 아닌, 두뇌게임을 하는 듯한 신선한 추리소설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반길 책이다. '검정고양이'가 모든 사건의 전말을 꿰뚫어보고 있어서 나도 덩달아 머리를 쓰게하는, 그리고 그 전말을 이해하고 나면 통쾌함을 느끼게하는 그런 책이다. 포의 소설, 그리스 신화, 일본의 전설과 얽힌 철학적, 혹은 미학적 단서들이 새로웠고 재미있었다. 그 와중에 나와 검정고양이 사이의 미묘한 감정들, 연애를 연상케하는 수사과정들, 서로의 추리를 공유하는 장면들이 짜릿함과 설렘까지 더해준다. 추리소설이라 하면 누구나 연상하는 무서운 살인사건, 끔찍한 현장이 아닌 논리싸움과 러브라인덕분에 담백하고 풋풋한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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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이 책이 제 1회 아가사 크리스티 상의 수상작이며, 내가 고등학교 때 연구 했던 작가이기도 한 애드가 엘런 포의 이야기들을 기반으로 쓰여졌다는 소개를 지인에게서 듣고서 흥미를 느껴서였다. 이 책은 일반적인 미스터리 소설과는 다르게 잔잔하고 제목 그대로 '미학적인' 전개를 가지고 있다. 각 이야기가 시작되는 곳에 소재로 사용이 된 포의 단편소설에 대한 짧은 설명이 곁들여져 있기는 하지만, 포의 작품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독자가 이 책을 집어든다면 이 책에서 등장하는 현란한 미학적인 해설에 그다지 큰 감흥을 받지 못하고 이 책을 내려 놓을 것이다. 그러나 포의 애호가인 나는 이 책이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미술관같다고 생각한다. 명화에 대한 사전적인 지식이 전혀 없이 루브르를 관람한다면 명화의 아름다움에 감명을 받기는 하겠지만, 작가의 의도를 알지 못한 채로 그 의미를 진정으로 깊이 이해하고 작품의 가치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미술관을 관람할 때는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이 책 역시 포의 작품에 대해 많이 알수록 이 책이 가져다주는 잔잔한 감동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현대 일본 미학의 관점으로 재해석한 포라고 평가한다. 포의 단편 소설과 시에서 보이는 주인공의 심리를 작가의 미학적인 해석으로 '검정 고양이' 와 '나' 의 관점에서 풀어나가며 여러 편의 단편들에 압축해 넣은 것이다. 이 책은 모든 독자를 위한 책이 아니다. 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포에 대한 한 편의 잔잔한 오마주로 다가오겠지만, 포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작가가 미학적, 철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용어를 사용해 허풍스럽고 센티멘탈한 장광설을 늘어 놓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는 후자의 독자들에게 한 마디 충고를 해 주고 싶다: 이 책은 당신이 알고 있는 만큼 그 진가를 드러내는 책이다. 포를 알고 이 책을 읽는다면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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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된 바와 같이 이 책은 ‘나’와 ‘검정고양이’의 현재 이야기, 수수께끼의 등장, 포의 텍스트 해석, 진상과 해결이라는 사중 구조의 단편으로 이뤄진다. ‘나’와 ‘검정고양이’ 사이에서 수수께끼가 발생하고 애드거 앨런 포 작품의 길안에서 자유분방하게 논리의 걸음을 밟아가는 ‘검정고양이’를 따라가는 구조로 이뤄진 아주 독특한 소설이다. 애드거 앨런 포 작품이 사건 발생과 해결의 키가 되기 때문에 평소에 추리소설에 관심이 없거나 애드거 앨런 포 작품을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흥미롭지 않을 수도...있지만 앞의 간단한 설명과 차분하고 견고한 검정고양이의 논리를 따라가다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수준이다.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부터 나같은 일반독자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애드거 앨런 포의 작품을 읽지 않는 나조차 놀라울 정도로 이 책의 텍스트 해석은 웬만한 논문을 뛰어넘는 정도의 수준이다, 2장 벽과 모방의 벽, 3장 물의 레토릭의 강의 해석은 무척 신선하다. 애거서 크리스티 상을 받은 작품 답게 작가의 비범한 관찰이 돋보인다. 그 자체가 장르화된 일본추리소설에 대해 예전에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며 일본소설 참 괜찮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앞 부분의 난해한 단어, 미학적 지식(독서를 방해할 정도로 많지도 않다..) 그리고 검정고양이의 기계적인 논리전개만 거친다면 그 다음부터는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술술읽힌다. (그리고 검정고양이라는 완벽한 캐릭터와 ‘나’의 순정만화적인 케미를 보는것도 관전 포인트이다. 뭐랄까..완벽한 검정고양이와 덜렁거리는 '나'의 조합의..) 워낙 단편단편들이 짧기때문에 산책 혹은 미학강의라는 제목처럼 산책하듯이 가볍게 읽고 강의를 듣는 듯이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작가의 관찰과 지적유희를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