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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 그 넓은 땅이 그립기는 하지만..
"만주, 그 넓은 땅이 그립기는 하지만.." 내용보기
만주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그저 예전에 우리 민족이 세운 어느 나라가 지배하던 곳, 그래서 당연히 우리 영토라고 주장할 수 있는 곳, 그렇지만 지금은 남의 땅이 되어 버린 곳,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충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만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나 있을까? 그저 피상적으로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 지역을 만주라 부르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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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에 대해서 우리는 어떤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그저 예전에 우리 민족이 세운 어느 나라가 지배하던 곳, 그래서 당연히 우리 영토라고 주장할 수 있는 곳, 그렇지만 지금은 남의 땅이 되어 버린 곳, 여러 가지 생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충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만주의 정확한 위치를 알고나 있을까? 그저 피상적으로 압록강과 두만강 너머 지역을 만주라 부르는 것은 아닐까? 그것도 일부분 맞긴 하지만 정확히 만주라 하면 현재 중국의 동북3성이 있는 지역을 말한다. 북쪽으로는 흑룡강이 동쪽으로는 우수리강이 그리고 남쪽으로는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둘러싸인 지역이다. 그 면적은 한반도보다 몇 배나 훨씬 크다. 20세기 초 일본이 청나라에 주었다는 간도 지역만해도 한반도보다 크니까 말이다. 머나먼 전통시대에는 부여가 있던 지역이고, 그 후에는 고구려가, 그리고 발해가 통치하던 지역이 바로 만주였다. 그러다 조선시대 명나라와의 국경이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교착되면서 만주는 우리의 역사에서 멀어졌다. 그렇지만 조선시대 말, 일제의 침략과 경제적 수탈에 맞서 우리민족들이 대거 이주한 곳이 만주였고, 일제에 대한 독립운동의 전초기지가 된 곳도 만주였다. 그래서 만주는 더욱 우리에게 살아있는 땅이 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책은 현직 중학교 역사교사가 67일간의 일정으로 만주답사를 한 후 쓴 책이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면서 자주 접했던 곳, 그래서 낯익은 곳이 되어 버린 만주 땅을, 그녀는 호기심과 열정으로 답사를 시작했지만, 결국은 그리움으로 끝이 났다고 한다. 그녀가 전하는 만주답사의 내용은, 만주 일부 지역만 가 본 나에게도 그대로 그리움이 되어 전해진다.

 

먼저 저자의 답사는 발해의 흔적을 찾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발해의 건국지 동모산성, 발해와 고구려의 연관성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는 발해 3대 문왕의 둘째 딸 정혜공주묘, 그녀는 이렇듯 발해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그런가 하면 고구려 태조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면서 수도로 삼았던 졸본의 오녀산성, 그리고 주몽의 아들 유리왕이 천도한 두번째 수도 국내성, 그 인근에는 광개토대왕릉비가 있고 또 고구려 고분 벽화를 보여주는 장군총, 무용총 등이 흩어져 있다. 그녀는 이렇게 널려있는 우리 역사의 흔적들을 찾기도 한다. 그곳에는 또한 우리 근대사나 현대사의 아픈 모습들도 그대로 간직되어 있기도 하다. 저자는 일본과 청나라간 간도협약으로 중국 땅이 되어버린 간도에서 윤동주 생가를 둘러보고, 가곡 선구자에 나오는 용두레우물, 용문교 그리고 일송정과 해란강을 보면서는 100여년전 일제의 경제적 수탈을 참지 못해 만주로 건너간, 그래서 지금의 조선족의 역사를 시작했던 그 때의 동포들을 떠 올리기도 한다. 아직도 남아있는 여순감옥은 안중근의사를 비롯한 독립투사들의 마지막을 보여주는 듯 하고, 압록강 철교에서는 우리는 가볼 수 없는 금단의 땅이 되어버린 신의주가 바로 강 건너 저기에 있음을 보면서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민족의 성지라 불리는 백두산, 압록강과 두만강의 시원지로 알려진 천지는 아마 그리움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하는 저자, 그녀의 말처럼 어쩌면 만주의 모든 것이 우리에게는 이제 그리움이 되어 버리진 않았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처럼 만주에는 우리에게 그리움을 주는 것들이 많이 있지만, 그래서 더욱 우리의 역사라고 말하고 싶지만 현실에선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일례로 우리역사의 일부인 발해가 다스렸던 그 영토에는 이제 한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걸쳐있다. 더군다나 발해가 멸망한 후, 이를 계승했던 나라가 없었던 탓에 3국은 서로 발해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하고 있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대표적임은 이미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가 만주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그곳이 누구의 영토인가 하는 것보다는 역사적 사실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곳에서 부침했던 우리의 역사를 그대로 우리의 역사 속에 편입하는 것 이야말로 가장 시급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만주하면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비단 저자뿐만이 아니라, 나 역시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압록강철교에서, 그리고 백두산 천지에서 얼굴이 굳어지는 사람들은 전부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는 저자의 말에 나 역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k*****1 2013.10.21. 신고 공감 10 댓글 12
리뷰 총점 종이책
낯선 그리움의 땅, 만주 / 안민영
"낯선 그리움의 땅, 만주 / 안민영" 내용보기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책 소개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리뷰에 옮겨 적습니다) 책에 관하여,두 번째 읽고 있다. 생각해 볼 것들이 많아서 여전히 즐겁게 읽고 있는데,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희미해지기 전에 짧게라도 감상을 적어두기로 했다.저자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6박 7일의 만주 답사를 책으로 엮었다. 본격적인 역사서 혹은 이론서가 아니기 때문에 책
"낯선 그리움의 땅, 만주 / 안민영" 내용보기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책 소개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리뷰에 옮겨 적습니다)


책에 관하여,

두 번째 읽고 있다. 생각해 볼 것들이 많아서 여전히 즐겁게 읽고 있는데,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희미해지기 전에 짧게라도 감상을 적어두기로 했다.

저자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6박 7일의 만주 답사를 책으로 엮었다. 본격적인 역사서 혹은 이론서가 아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어떤 해박한 지식체계를 얻을 것은 아니지만, 답사지 별로 참고가 될 만한 정보를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함께 담고 있기 때문에 만주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로 읽기에 좋았다.

저자가 머릿말에 언급한 것처럼 만주는 여러 역사가 중첩된 복합 공간이어서 관련 당사자 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 보자면 일제강점기를 전후하여 우리 선배들의 구체적인 삶의 공간으로서 우리 현대사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곳이다. 심정적으로나마 절대 포기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제대로 돌보지도 못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 우리의 지나온 흔적과 현재의 모습을 함께 되짚어 보는 심경이 복잡했을 것이다. 그 마음이 책에 섬세하게 담겨져 있다. 책을 읽는데 함께 답사를 하는 것 같았고, 그렇게 직접 다녀온 곳을 뒤돌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더불어 몇 가지 생각들,

방학때마다 여행하길 좋아하는 초등학교 교사 후배가 있다. 언젠가 백두산 천지에서 찍은 사진을 본 적이 있다. 한 겨울의 흐린 날씨 속에 눈 덮인 벌판 위에서 찍은줄 알았다. 실제로는 얼음으로 뒤덮인 천지였다. 자작나무 숲 사진도 있었다. 하얀 배경 속에 흰 살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 신비로왔다. 천지에 이르는 길 혹은 내려오는 길에 찍었을 것이다. 더불어 여행길에 들렀던 다른 곳의 풍경, 가령 윤동주가 태어나서 어린날을 보냈던 곳을 비롯해서 우리에게 "어떤 느낌으로나마 여전히 살아있는, 그치만 여전히 낯선" 풍경들이 함께 있었다. 백두산 여행을 다녀왔겠거니 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서야, 그때 그 후배도 만주 답사를 다녀왔던 것임을 알았다.

앞서 언급한 바 "어떤 느낌으로나마 여전히 살아있지만 여전히 낯설다는" 것. 이건 다시 생각해봐도 매우 복합적인 감정이다. 개념적으로는 친숙하지만 실제로는 낯선 곳이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 포함된 "낯선 그리움" 이라는 것도 이와 맥락이 통한다. 애국가 첫소절에서 국어교과서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자라오면서 우리 존재의 근원으로 혹은 우리가 겪어온 역사의 중요한 대목을 대표할 만한 이정표로 기억하고 있는 곳이지만, 동시에 우리 중 대부분은 실제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고, 지난 과거의 어떤 이미지 이상으로는 구체적으로 배우지 못한 곳이고, 지금도 제대로 되새기지 못하고 있는 곳이다.

예전에는 역사에 대한 소양이 부족한 자신을 탓하기만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역사인식에 관한 우리 모두의 집단 무기력증, 게으름, 소심함, 철저하지 않음의 문제라고 본다. 역사는 기본적으로 과거와 대화하기, 그 과정에 현재 우리 삶의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기 일텐데, 내가 접해온 역사는 가치판단의 영역에 있어서는 벌써 고착화되어 버린 단순한 사실 확인에 그친 것이 많았다. 사람들의 땀과 숨을 느낀것이 아니라 어떤 이미지만 보았다. 특히 첨예한 이해관계가 갈렸던 시절일수록, 과거의 기득권자가 여전히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일수록 그랬다. 가령 일제강점기를 전후로 한 우리의 근대사, 군사정권을 전후로 한 현대사 같은 구간들.

만주도 그렇다. 일제 강점기만 두고봐도 지금의 우리가 있기까지 중요한 원인이 되었던 시간, 다른 것으로 대치될 수 없는 시간이 있었고 그 속에 사람들이 있었다. 후세에 전해진 유물을 쫓아 멀리 고구려와 발해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조선족을 비롯해 같은 피를 나눈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공간으로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역사로 남겨진 기억과, 과거 또는 현재의 만주 공간과, 그곳의 사람들에 대해 지금의 나는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어떤 모습으로 연대하며 살아야 하는게 맞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동안 이 점이 내내 불편하고 또 아팠다.

저자는 머릿말에서 이르길, 책을 통해 만주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 일으키길 바란다고 했다. 본격적인 답사까지는 아니어도 언젠가 나도 직접 가 볼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고, 그러는 동안에 우선은 나의 불편함과 아픔을 달랠 수 있도록 만주와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책을 좀 더 구해 읽어야 겠다는 마음을 냈다.

k******n 2013.08.0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