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풀의 동명 웹툰을 영화화한 26년은 아직도 남아 있는 상처에 대한 위로가 아닌, 점점 커져가는 분노의 폭발에 관한 영화다. 실제의 그 사람이 아직도 건재한 현실에서 그를 향한 복수극은 지루할 수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당시의 머리를 관통한 총알이 뿜어내는 피와 배에서 터져나온 장기, 총과 구타에 짓이겨진 얼굴 등의 묘사가 전하는 충격은 강도가 높다. 20여년이 흐르고, 당시의 아이들은 여전히 그때의 상처와 함께 사는 중이다. 영화화된 26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장광이 연기한 그 사람이다. 반바지를 입고 땅콩을 까먹으며 외출을 하는 모습이나 발가락의 굳은살을 벗길 때의 표정 등은 그를 거대한 벽 자체로 묘사한 원작보다 훨씬 더 생생한 그 사람을 만들어냈다. 그의 추종자들이 각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며 큰절을 하는 기이한 풍경도 단순히 이야기의 전개를 위한 묘사로 보이지 않는다. 저격의 목표가 더욱 구체화된 만큼 최후의 거사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는 영화의 힘도 상당히 센 편이다. 원작에서 몇몇 캐릭터를 제외시키는 한편, 또 다른 사연을 덧입힌 각색도 효과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관객을 추동시키는 26년의 힘이 과연 영화적인 완성도에 힘입은 것인지는 반문할 필요가 있다. 26년의 인물들이 벌이는 팀플레이 속에서 그들끼리의 교감은 보이지 않는다. 작전을 전개시키는 데에 급급한 영화는 그들이 거사에 뛰어들고 한팀이 되어가는 시점을 소홀히 지나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