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기자였던 저자가 여자로 살아오며 겪은 인상적인 사건들의 모음집이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불합리한 상황에 정당하게 반박했는데도 예민한 사람 취급을 당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연타로 '피해의식 있냐'는 말처럼 상대방을 기운빠지게 만드는 말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그후로는 사실이 의심될 때도 직접적으로 물어보기 보다는 은근슬쩍 속을 떠 보는 기지를 발휘했다고 한다. 책을 통해 정말 피해의식인지 일리 있는 의심인지는 독자들 각자가 판단하길 바란다며 시작하는 프롤로그가 무겁게 느껴졌다.
충격적인 일화들이 많았다. 그 중에서도 권위를 사용해서 학생들을 우롱한 선생님 일화가 시작이었던게 더 충격이다. 남의 불행을 가볍게 이슈거리로 얘기하면서 '그래서 넌 소감이 어때?' 라고 묻는데 심지어 그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집으로 가려는 학생을 붙잡아 선생님이 얘기하는데 무시하고 등을 돌려 집으로 가려했던 무례한 학생 취급을 하며 혼내고 있을 때는 마음이 차게 식는 느낌이었다. 제자 입에서 '불행합니다' 라는 대답이 나오길 바랬던 것일까. 요즘은 학교에서 학폭위도 생겨나고 인권도 중시하고 sns 하나로도 큰 이슈가 되기에 학생들간에 혹은 선생님들과의 관계에서도 조심하는 분위기지만 당시만 해도 그러지 않았기에 이런 일화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직장에서의 성추행 일화도 있는데 처음엔 편을 들어주던 사람들이 저자가 변호사까지 선임하여 일이 커지자 왜 그렇게 일을 키우냐며 사실상 서로 마음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냐 '끼리끼리'라는 뒷담화를 하는 것에 충격을 받고 연타로 자칭 아내와 딸을 끔찍이 아낀다는 유명한 간부는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 생각하라'며 위로했다고 한다. 저자는 아마도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사람들의 태도에 충격을 받은 저자가 가족과 친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더 충격적인건 직장을 이직한 후 생긴 일인데, 전 직장에서 누구보다 자신의 편에 서서 위로해줬던 상사가 어느날은 그녀를 만나 음담패설을 늘어놓더니 갑자기 연인 제안을 했다고 한다. 그는 유부남이었다. 저자가 느꼈을 절망감의 깊이가 어느정도 였을까. 사람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추문에 휩싸이면서 쉬운 여자라는 프레임에 휩싸이고 사람들은 그런 약자를 보호하기 보다는 더욱 잔인한 행위를 가하는 이들이 사회에 많다는 사실에 절망하는 모습이 너무 가슴아팠다. 이쯤되니 자신이 문제가 있는지 자책하게 되며 오랜 시간을 보냈는데 자신과 비슷한 이들에게 그런 감정으로 하루하루를 어둡게 만들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저자는 현재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정상적인 사람들 안에 숨어있는 일부 비정상적인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는 경우들이 너무나도 일반적이다. 책에는 어린시절의 일, 직장에서의 또 다른 일, 택시 납치 미수, 강도 등의 더 충격적인 일화들이 많다. 실제로 이 책을 읽고 비슷한 아픔을 겪었음을 공감하는 모델, 감독, 편집장 등의 다양한 여성들이 쓴 추천사도 인상적이었다.사람들은 삶의 무게가 무거웠던 일을 굳이 입밖으로 다시 꺼내기 싫어한다. 그것이 자신이 어떤 잣대로 평가받을지모르는 일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그 기억들을 다시 떠올려 누군가에게 위로를 보내기 위해 책을 출간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
|
일단 이 책은 한국에서 나온 여성 에세이라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젠더 이슈에 대해 굉장히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도 궁금함이 있었다. 책 소개를 볼 때에 대한민국에서 30여 년을 여자로 살면서 겪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들의 모음이라는 말을 보고 흥미가 생겼다. 책에서 다룰 에피소드가 궁금해졌고 책의 크기도 적당하고 크지 않아서 출퇴근할 때 버스에서 읽기에 매우 좋을 것 같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책의 프롤로그부터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나와서 놀랐다. 현 남편이자 당시 남자친구가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갈 때 뒤를 가리는 여자들을 보고 기분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도 대학생 때 동아리 선배들과 이야기하다가 저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그게 왜 기분이 나쁜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특히나 요즘은 불법촬영이 난무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조심하면 더 좋은 것 아닌가?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책 초반에는 화장에 관한 이야기도 나온다. 맨 얼굴을 쳐다보고 이렇게 하면 더 예뻐 보일 것 같다, 꾸미니 좋다 등 평가하는 말을 끊임없이 듣는다. 긍정적인 의미로 말했더라도 평가는 평가일 뿐이라는 말을 기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나조차도 몇 년 전에는 화장을 안 하고 온 친구들에게 농담으로 누구냐고 장난쳤던 경험이 있는데 좀 부끄러워졌다. 확실히 어떤 말을 할 때 스스로 검열을 거치고 말을 해야 한다고 몸소 느꼈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성범죄에 노출된 사람은 2차 가해에 더욱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추문에 휩싸였다는 자체만으로 ‘쉬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피해자는 피해자일 뿐이며 자책해서는 안 된다. 성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옷차림을 바로 하고 늦게 다니지 않는 것이 아니고 성범죄의 형량을 늘려서 범죄를 저지를 생각도 못하게 해야 한다.
책 제목과 관련된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동아리 선배가 왜 다른 여자애들은 인중에 조금씩 나는 수염을 깎는데 왜 너는 그렇지 않냐고 이야기를 했다. 정작 본인은 팔과 다리에 털이 수북하게 있고, 수염도 눈에 띄게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지적을 하는 게 타인이 봐도 어이없다고 생각했다. 이외에도, 몰래 카메라 문제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극악무도한 범죄 장면을 촘촘히 다루는 미디어 등 다양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말처럼 여자로 살면서 겪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은 일들의 모음이라고 느꼈다. |
|
"나 강간하러 나온 거 아니지? 네가 하고자 하면 나는 당할 수 밖에 없을 테니까 혹시 그럴 생각이라면 미리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어." 프롤로그의 첫 페이지를 읽고서 순간 흠칫 놀랐다. ‘이 책 계속 읽어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읽어보지 않아도 이 책의 내용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것은 불보듯 뻔했다. ‘굳이’ 전면에 꺼내고 싶지 않고, 잘못된 걸 알면서도 내가 직접 나서서 싸우고 싶지는 않았던 문제들.. 특별히 그 어느 때보다 남녀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요즘 같은 분위기 속에서 아무리 성차별과 불평등을 이야기한들....! 그에 대한 댓가로 돌아오는 세상의 다른 절반의 냉담한 시선과 공격들을 감당하기에 나는 너무나 겁이 많은 사람이었다. 분명 한쪽 편에서는 이런 문제에 맞서 갖은 수모를 감내하며 용기있게 싸우고 있는 여성들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것은 마치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한 (나와는 상관없는) 그런 배포가 크고 정의감이 발달된 사람들의 몫이라는 생각을 했다. 성차별적 문제 때문에 일상에서의 많은 부분이 불편하고, 불쾌하고 때로는 울분이 터질 때도 많았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 바뀌고 나아지면 감사할 일이고, 안되도 어쩌겠는가하는.. 그런 방조적인 태도였다고 보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마치 남북의 통일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은 내가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해 작정하고 콕 집어 이야기할 심산인거 같아서 선뜻 읽기가 좀 겁이 났다. 그럼에도 나는 어쩐지 여기서 읽기를 멈추는게 더 어렵겠다는 생각에 다시 책을 들었다. 마치 세기의 금서를 읽는 듯 조심조심하면서 마지막 책장까지 넘겼다. 그동안 나는 이 책을 침대 베개 밑에 두고 틈틈이 읽었는데 .. 그 이유는 남편이 그 내용을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분명히 여권신장이라든지.. 성차별 철폐와 같은 문제에 있어서 여성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편에 서서 함께 노력하는 남자들도 있는 걸로 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는.. 없었다. 대놓고 논쟁을 벌인 사람은 없었지만 하나같이 모두들 언짢아하고 여자들은 맨날 뭐가 그리 억울하냐며 볼멘소리를 하곤 했다. 내 남편만 하더라도 그렇다. 일전에 이런류의 문제들을 다룬 방송을 보고 서로의 의견을 나눈적이 있었는데... 그때 남편은 이따금씩 다소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꽤나 합리적이고 편견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남녀 서로간의 완벽한 이해란 불가능한 것인지.. 젠더문제의 이쪽과 저쪽편에 있는 사람들끼리 이런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성차별 문제를 개선해보고자 열의를 가지고 목청 높여 이야기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미안할 정도로.....나는 끝까지 용기가 없었음을 고백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와 나의 나이가 비슷하고, 또 그녀의 경험과 내 삶이 너무나 닮아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것은 엄청난 우연이 만든 결과라기보다는 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면서 겪는 성차별적 문제들이 얼마나 보편적이고 만연해있는 것인지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이 책의 매 에피소드마다 내 경험을 연결시켜 티키타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흡사한 정도가 거의 복붙수준이다. :중학생 때 일이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급식실을 나서면서 친구가 말했다. “오늘 너무 맛있었지? 배불러서 기분 좋다.” 그러자 그 옆을 지나가던 한 남자선생이 이렇게 말했다. “배 불러서 좋아? 그럼 열 달동안 배부르게 해줄까?” : 성인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클럽에 갔다. 클럽 계단을 내려가면서부터 들리는 쿵쿵대는 음악소리와 요란한 조명불빛에 넋이 나가 있는데, 갑자기 어떤 손 하나가 내 몸을 빠르게 더듬고 움켜쥐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 놀래서 바로 뒤를 돌아봤더니 어떤 남자가 입가에 비열한 웃음을 지으면서 내게 윙크를 하고는 재빠르게 도망가는 것이 보였다. 클럽에 들어간 지 5분도 채 안되서 벌어진 일이었다. 나는 그길로 클럽을 나왔고, 어린나이에 너무 충격을 받아 몇날며칠을 울었다. 그리고 다시는 클럽에 가지 않았다. :대학생 때 같은 과 여자 선배가 남자친구와 성관계를 하는 영상이 찍혀 그 것이 타과 남자들단톡방에 공유된 적이 있다. 그 뒤 이야기는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어쨌든 그것은 나에게 굉장히 큰 충격이었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두 배우 강하늘, 박서준 주연의 영화 ‘청년경찰’에 대한 내 생각과 비슷하다. 영화를 보는 동안 재밌어서 깔깔댄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그 후로 그 영화를 다시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납치된 여자의 난자를 불법으로 채취해서 알이 많다고 한다거나.. 그 외에도 여성에 대해 가학을 하는 장면들이 많아 도저히 두 번 보기에는 너무나 불쾌하고.. 생각할수록 굳이 이런 내용으로 코미디 영화를 만든 이유가 무엇인가 반문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다. : 얼마전 가구단지로 쇼파를 보러 갔을 때 일이다. 나는 남편에게 어떤 색이 마음에 드는지 물었다. 그러자 가게 주인이었던 남자가 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런건 여자가 알아서 골라야죠. 이런 거 신경써주는 남자가 어딨어요? 여기 같이 와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나는 그길로 대꾸도 안하고 남편 손을 잡고 가게를 나왔다. :남편과 내가 처음보는 사람을 만날 때.. 어떤 이는 남편에게만 악수를 청하고 나에게는 가벼운 눈인사만 한 후 이따금씩 나를 대화에서 제외시킨다. 또 다른 이는 남편과 나 둘 다와 호탕하게 악수를 하고 어떤 대화에서도 누가 하나 소외시키지 않는다. 전자의 사람은 나를 불쾌하게 만들고, 후자는 아니다. 이 글의 저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것은 이것 외에도 수두룩 빽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나와는 달리 용기를 내 선뜻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꿔보고자 시도하는 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글에 크게 공감하고 위로 받았음을 말하고 싶다. “나의 작은 고백들이 차마 피해를 당했음에도 자신에게 쏟아질 공격이 무서워 입을 다물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안과 응원이 되기를 바란다. 언젠가 꾸밈이 오롯이 나의 선택에 의한 것이 되고, 살림을 부부가 나눠하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인중에 난 수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더불어 뒤이어 태어나는 후대들이 살 세상에서는 여자에게 택시가, 공중화장실이, 학교와 학원이, 직장이, 집으로 가는 길이 두려운 곳이 아니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