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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눈높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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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한국 영화가 극장가에 걸리면 그걸 누가 애써 보러 가는 층이 형성이 안 되었던 판(있긴 한데 그게 영화 보러 가는 사람들이라고 하기가 좀)이라 흥행작이 하나 나오면 무슨 나라에 경사가 난 양 훈훈한 미담의 소재가 생긴 양 작위적인 담론이 펼쳐지곤 했다. 평론가 강한섭 교수 같은 사람은 '본래 어느 나라건 자국의 정서와 언어 감각이 자연스럽게 밴 자국 컨텐츠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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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한국 영화가 극장가에 걸리면 그걸 누가 애써 보러 가는 층이 형성이 안 되었던 판(있긴 한데 그게 영화 보러 가는 사람들이라고 하기가 좀)이라 흥행작이 하나 나오면 무슨 나라에 경사가 난 양 훈훈한 미담의 소재가 생긴 양 작위적인 담론이 펼쳐지곤 했다. 평론가 강한섭 교수 같은 사람은 '본래 어느 나라건 자국의 정서와 언어 감각이 자연스럽게 밴 자국 컨텐츠가 당연히 경쟁력 우위에 서게 마련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때만 해도 저 당연한 말이 현실을 모르는 미친 소리로밖에 안 받아들여졌다.

이 영화가 대세를 바꾸는 하나의 큰 모멘텀을 마련했다고까지는 못하겠는데, 그 이후에도 대략 십 년 넘게 한국영화는 극장가에서 내내 고전했기 때문이다. <실미도>라든가 <공동..> 같은 메가 히트작이 나오고서야 일반의 인식이 어느 정도 바뀔 계기가 마련되었겠고, 요즘 다른 이유로 주목을 받는 홍감독 같은 이가 밖에서 상도 받아 오고(그 외 배용균씨라든가) 박신양이 무명이었을 때 양윤호 감독과 찍은 <유리> 같은 것도 해외에서 상을 받아와서 당시(1990년대 중반)에 화제가 되었다. <유리>는 정말 독특한 작품인데 재미있는 건 박신양을 그 영화 주연 이미지로 기억하는 사람은 지금 거의 없다는 사실.

강우석 감독은 항상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연출자지만 어떤 일관된 스타일이 있다고는 보기가 정말 힘든 게, 이 작을 보면 물론 이십여년의 간극이 벌써 생겼다곤 하나 민망할 정도로 유치한 발상과 진행이 보는 이들을, 심지어 당시 이걸 보고 좋아했던 축까지도, 진심 민망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시대는 딱 이런 걸 보고 웃겨 죽던 수준인 탓이고, 이후 사회 다른 분야는 몰라도 즐기는 문화 센스(꼭 영화 창작이 포함되는 건 아니며 오히려 평균을 깎아먹음)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뜻도 된다.

박중훈에겐 딱히 뭘 지적하고 싶지도 않고, 안성기씨처럼 코믹 연기를 잘하는 자원에게 저런 걸 시켰었구나 하는 개탄스런 마음이 살짝 들기도 했다. 근데 이게 감각이 부족하다거나 역량의 한계라기보다, 보는 층 수준을 고려해서 애들하고 놀아주듯 애써 저질 퍼포먼스를 자청한 면도 분명히 느껴졌다. 어떤 씬들은 '허?' 싶을 만큼 그 선택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후에 강감독 작품을 보면, 고무줄처럼 딱 보는 축 눈높이에 맞춰 밀도를 높이는 추이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요기까지 강감독 얘기). 피부를 보면 엄청 늙었는데 표정과 동작은 그 나이에 비해 젊고 활기가 느껴지는 점이 그의 정신적 특질을 드러낸다(이건 안성기씨 얘기).

웃기는 건 그 무용지물 드립부터 해서(얼마나 어색한지) 이 영화하면 바로 떠오르는 캐릭터 중 하나인 그 마약 조직 두목이 최종원인데, 난 이걸 한참 뒤에 다시 보고 나서야 아 그 역이 최종원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점. 양택조, 윤문식, 심양홍 등은 그때도 알았는데, 최종원은 1994년쯤만 해도 TV에 잘 안 나와서였는지 머리 속 db에 연결 안 되고 따로 놀다가 나중에 합쳐졌다(...)는 게 참. 분장 탓인지 이후 <왕과 비> 같은 드라마에 나올 때보다(불과 4, 5 년 차이인데) 많이 젊어 보였고, 내가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분은 작정하고 코믹연기를 할 때도 뭔가 좀 살기가 어느 구석에서 풍기는 게 큰 단점.

영화를 보면서 완전 집중할 수 있는 대목은 지수원씨 출연분이다. 이때로부터 6년 뒤에 찍은 <배니싱 트윈>은 지금까지도 그녀의 전성기 셰이프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감사한 작품으로 꼽히지만, 겨우 6년 간격인데 얼굴이 (특히 이 <투캅스>에 비해) 너무 늙어 보여 큰 아쉬움을 자아낸다. 아닌게아니라 이 영화에서도 박중훈 입으로 "근데 늙어서 말야.." 어쩌구 하는 대사가 있지만 그건 다른 속셈이 있어서 하는 극중 세팅이고, 정말로 이후 다른 영화에서 '늙어 버린 그녀'가 아쉽게 느껴질 어떤 계기를 만날 줄은 이때만 해도 아무도 몰랐을 것. 지수원씨는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아도 당대 미녀 연기자들 평균은 한다 싶을 정도의 대사 연기는 받쳐 주는 모습이고, 저 정도 역량이 있(었)으니 지금까지도 연기자 경력을 이어가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s****o 2016.11.18. 신고 공감 0 댓글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