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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문학과 음악만이 나의 모든 관심사였다. 특히 불문학과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서적이라면 닥치는 대로 탐독했었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이러한 나의 구미에 딱 맞는 작품이었다. 음악을 소재로 한 프랑스 문학. 그러나, 어느 무료한 오후, 헝클어진 머리 그대로 슬리퍼를 질질 끌며 찾아간 비디오 가게에서 제라르 드 빠르띠유와 그의 아들이 함께 출연한 영화로 다시 만나기 전 이 작품은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내 머리 속에서 잊혀지고 있는 중이었다. 말하기 부끄럽지만, 나는 그때 내가 읽은 그 수많은 책들의 내용은 고사하고 제목조차도 기억하지 못한다. 아마 그때의 내 열정은 그래도 그리운 폼생폼사의 한 수단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책장 저 구석에 얌전히 꽂혀 있던 이 책을 다시 꺼내 든 것 또한 몇 푼 안되던 용돈을 아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사던 10여년 전의 내 모습에 대한 유치한 그리움의 발로인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아침'은 가장 심오한 철학의 주제인 진정한 삶의 자세와 행복, 그리고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편안하고도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히 추천할 만하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두 명의 연주가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벌써 대충 눈치를 챘을 것이다. 그렇다. 단순한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음악 그 자체만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연주가와 속세의 명예와 부를 쫓기 위한 수단으로 음악을 배우기 위해 그의 제자가 된 또 한 명의 연주가. 그들을 통해 작가는 명예와 부를 통해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을 평가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은근히 반발하고 있다.
사실 요즘 방송국마다 '성공시대'니 '파워인터뷰'니 하는 프로그램들을 내세워 밤잠 안자고 열심히 노력하여 자기분야에서 부와 명예를 거머쥔 사람들을 앞다투어 방송하고 있다. 방송 초기 내 주변의 나와 같은 평범한 자들에게 치열한 자기 개발에 몰두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노동의 가치와 그 값진 댓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의 평소 모습을 돌아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던 프로그램이 날이 갈수록 씁쓰레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사실 돌아보면 성공이란 두 글자를 향해 무서우리 만치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 중 그렇게 성공을 하게 되는 사람은 과연 몇 퍼센트이며, 성공하지 못한 나머지 퍼센트의 사람들의 인생은 과연 실패한 인생인가. 솔직히 그러한 성공을 거두기 위한 피 말리는 로비와 보이지 않는 음해를 과연 얼마만큼 부인할 수 있으며, 그런 결과로 거둔 성공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 돌아보자, 그렇게 치열하게 살지는 못하지만 사회의 어느 보이지 않는 귀퉁이에서 조용히 이웃과 자신의 가정을 돌보며 따뜻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눈여겨보자. 과연 그들의 삶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려야 할 것인가.
물론 나도 내일에서 최고가 되기를 희망한다. 아니 나 스스로 내 분야에서 내 이름 석자 당당히 제시할 수 있을 그 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하지만 나는 불쑥 불쑥 '뽕나무에 위에 지은 한 채의 오두막, 비올라의 일곱 개 현이 어우러져 내는 소리, 그리고 어린 두 딸들, 버드나무들, 비에브르 강에 흐르는 물, 거기서 뛰노는 황어와 모샘치, 딱총나무에서 피어나는 꽃들'을 외면하고 있는 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 모든 것들을 외면한 채 '전하'의 부름에 답하여 그 궁전에서 아침, 저녁으로 비올라를 연주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적절한 타협........ 나는 생트 콜롱브와 마랭 마래의 타협을 원한다. 어쩌면 나쁘게 말해 회색분자 같은 냄새가 풍길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폼나게 중용의 정신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가끔은 몸이 견뎌내지 못할 만큼 혹사하여 일을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역시 어느 것에 우선을 둘 것이냐고 물어본다면 내 가족과의 따뜻한 시간과 내 남자친구와의 행복한 시간 그리고 내 친구들과의 즐거운 시간이다. 아직 나는 그 진부한 '여자의 특성'을 버리지 못한 것일까.
그대 성공을 꿈꾸는가. 자신이 추구하는 진정한 성공에 대한 길잡이를 원하는가. 그렇다면 결과가 뻔한 동화 같은 책 한 권 책상머리에 놓아두는 것은 어떨까. [인상깊은구절] "그렇지만 자네의 망가진 목소리가 나를 감동시켰어. 나는 자네의 예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네가 느끼는 고통 때문에 제자로 삼으려는 것이네." 66p "나는 활을 그을 때 내 생가슴의 작은 조각을 찢는, 그런 느낌을 받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단지, 어느 날도 축제일로 정해지지 않는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 뿐이네. 나는 내 운명에 따르고 있는 걸세." 95p 저녁 늦은 시간이면 강가에 잔잔하게 울려 퍼지곤 하던 콜롱브의 그 애잔하고 환상적인 비올라 소리는 다시 들리지 않았다. 13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