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1930년 시베리아 강제이주를 시작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막 벗어난 1946년까지 16년 동안 타이가 심룩수용소를 배경으로 한다. 1930년 이월 중순 타타르 소비에트 사회주의 자치공화국의 중앙집행위원회와 인민위원회는 타타르 내 부농 계급 청산에 관한 법령을 채택한다. 줄레이하는 열다섯 살에 마흔다섯 살의 남편 무르타자에게 시집와 네 명의 딸을 낳았지만 모두 얼마 살지 못하고 사망했다. 십오년 동안 남편과 악귀 노파 시어머니 우프리하로부터 갖은 폭력과 멸시, 고된 노동으로 노예같은 삶을 살아가던 중 붉은군대를 이끄는 이그나토프로부터 남편은 죽음을 당하고 전 재산은 몰수당한다. 눈먼 백살의 시어머니만 남겨둔 채 한 번도 떠나 본 적 없는 율바시를 떠나 다른 부농들과 함께 강제이주라는 긴 수송대열에 합류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흉포했던 구소련이 만들어낸 노동수용소를 배경으로 타타르의 부농들, 레닌그라드의 지식인들, 이교도들과 범죄자들 등 반소비에트인 이주자들을 기차에 태워 멀고먼 땅 시베리아에 철저히 고립시킨다. 카잔대학 교수이자 한때 의학계 거장으로 통했던 레이베 교수는 시월혁명 후 정신이상을 보이며 추방된다. 임시수용소에서 만난 줄레이하의 임신 사실을 첫눈에 알아보고 그녀의 난산을 돕는다. 이후 멀쩡해진 교수는 심룩마을 이주자들의 모든 질병을 도맡아 치료한다. 너그러운 감독자 이그나토프는 바지선 침몰 때 줄레이하를 필사적으로 살려내고 훗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전과자 출신의 자칭 반장인 고렐로프는 비열한 방식으로 심룩마을 감독자 자리까지 꿰찬다. 혁명 포스터를 대충 그린 죄목으로 끌려온 술주정꾼 예술가 이콘니코프는 유주프에게 예술성을 전수하고,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는 이자벨라는 유주프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친다. 이자벨라의 남편이자 농학자인 콘스탄틴 아르놀도비치, 손이 하나뿐이지만 공사를 진두지휘할 만큼 일잘하는 아브데이 보가르, 물고기 낚는 솜씨로 이주민들의 배를 채워주는 룩카, 이그나토프의 얄궂은 상관 쿠즈네츠, 솜씨 좋은 요리사 아치케나지 등 다양한 인물들의 묘사와 시베리아 불모지라는 삶의 바닥에서 피워 올린 그들의 노동은 경이로운 기적들로 가득하다. 육개월에 걸친 수송 과정에서의 질병과 굶주림, 총상 등으로 대규모 사망, 기차에서 오백여명의 대탈주, 안가라강에서 바지선 침몰로 인한 삼백여명의 떼죽음이 있었다. 마침내 스물 아홉 명의 이주자와 그들의 감독자 이그나토프만이 마지막까지 살아남아 끝도 없이 펼쳐진 타이가 숲을 마주한 시베리아에 정착한다. 유배지에 도착한 첫날 줄레이하는 아들 유주프를 낳는다. 무조건적인 명령 속에서 노예처럼 살아왔던 그녀는 척박한 유배지에서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기 시작하고 더이상 과거에 집착하지 않으며 현재 자신 곁에 살아남은 아들 유주프만을 바라보며 지극한 모성애를 실현한다. 그리고 자신의 남편을 죽였지만 죽어가던 자신을 살린 유배지의 감독자 이그나토프와 사랑에 빠진다. 늘 추위와 굶주림을 걱정해야 하는 지옥같은 삶 속에서 온종일 강제 노동에 시달리지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지탱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모두가 머물 수 있는 수용소를 짓고 일용할 양식을 마련한다. 한때 타타르 여인에게 수치심은 고통이었고 그것은 죽음을 갈망케 했으며 독이 담긴 설탕 덩어리만이 안심보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달콤한 죽음은 더이상 그녀에게 희망이 될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만이 행복이란 걸 알게 되었다. 먹을 것이 없어 소금스프를 떠먹고, 젖먹이 아들에게 손가락 피를 내서 줄 망정 과거 삶에 비하면 행복했다. 부농이라고 했으나 고기 반찬 한번 맛보지 못했고 쉼없는 노동과 폭력 속에서 불편한 잠자리에 잠드는 순간까지 노동에 시달렸으니, 강제이주인 지금이 오히려 자유에 가깝다. 동등한 조건 하에서의 노동을 했고, 돈을 벌었으며, 외국어로 대화하고, 불가능해 보였던 것을 해냈고, 숨겨진 사냥 기술로 사람들의 배를 불렸으며,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다. 결말 부분에는 열여섯 살이 된 아들이 이콘니코프가 알려준 새 세상을 찾기 위해 수용소를 탈출하며 엄마 줄레이하와 이별한다. 그 과정에서 이그나토프는 유주프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도움을 주고, 유주프로 인해 단절됐던 사랑은 다시금 서로를 마주보는 계기가 되며 끝을 맺는다. 더크고 넓은 세상이 그들 앞에 펼쳐지리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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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에는 타의에 의해 살던 곳을 강제로 옮겨야 했던 이들이 많다. 그건 주로 식민지가 되었던 나라에서 많이 일어났다. 대부분은 점령한 나라가 필요하는 노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흔히 말하는 강제 징용이다.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에 의해 강제 징용 되어 사할린으로 이주한 바 았다. 그런 기억이 있어 이번에 만난 러시아 소설 '줄레이하 눈을 뜨가'가 그리 낯설게 다가오지 않는다. 누군가의 강요로 정답던 고향을 등지고 낯선 타향으로 떠나야 했던 이들에게 그런 여정은 정말로 유배를 떠나는 것 같았으리라. 아마도 그래서 이러한 강제 이주를 다루는 작품들에 대하여 유배 문학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줄레이하 눈을 뜨다'도 그러한 유배 문학이다. 제목은 소설의 첫 문장이다. 작가는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77년생, 러시아 연방에 속해있는 타타르스탄 자치국 작가다.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그녀의 데뷔작이다. 발표된 건 2015년.
소설은 1930년 부터 45년 사이에 진행된 러시아 부농들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줄레이하란 여성인데, 그녀는 무서운 시어머니에 아내라기 보다는 자신의 일을 거들어주는 노동력으로 더 취급하는 남편에 둘러싸여 각박한 삶을 살고 있다. 소설의 시작은 날이 아직 밝지 않은 추운 새벽, 잠귀가 밝은 시어머니의 귀를 피해 자신의 자유를 위해 뭔가 준비하는 줄레이하의 모습을 담는다. 꽤 긴장감 넘치게 묘사되어 있어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시작에서 보여준 것처럼 이 소설은 꽤 빠르게 읽힌다. 이러저러한 군더더기 없이 서사를 담백하면서도 깔끔하게 진행시켜 나가기 때문이다. 지금의 답답한 삶을 언젠가 훌훌 떠나고 싶었던 줄레이하. 그녀의 바람은 소련 공산당 손에 의해 이뤄지지만 그렇게 좋은 일은 되지 못한다. 남편이 그들의 손에 사살 당했고 다음 날 그녀는 무작정 시베리아로 끌려갔기 때문이다. 소설의 대부분은 그 여정이 차지한다. 줄레이하 외의 또 하나의 중요한 인물이 있다면 그 강제 이주를 책임지고 끌고가는 러시아 장교, 이그나토프. 그는 사실 줄레이하의 남편을 쏘아 죽인 장본인이다. 그러나 시베리아로 가는 도중 줄레이하와 이그나토프는 끈끈한 정을 쌓게 된다. 줄레이하는 남편을 죽인 사내가 점점 남편처럼 되어가는 것에 묘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연정이 쌓여가는 걸 어찌하지 못한다. 이러한 관계는 어쩌면 이제 같은 러시아 연방의 식구로 살아가야 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작가는 지금 러시아의 현실을 비판하기 보다는 실제로 있었던 아픈 역사와 거기서 더 수난을 받았던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에 더 천착하고 있다. 숱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아무리 밑바닥에 처했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자신의 영역을 만들어가는 줄레이하의 삶은 확실히 가슴을 건드리는 뭔가가 있다. 오랜만에 서사에 흠뻑 빠져 있었다. '줄레이하 눈을 뜨다'와 같은 좋은 현대의 러시아 소설들이 앞으로도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아울러 남겨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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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는 고통스러웠고, 오랜 기다림은 괴로웠다. 가끔 줄레이하는 이미 죽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주위의 사람들은 무기력하고 창백하며, 종일 속삭이고 조용히 흐느끼는데, 이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죽지 않는 것일까? 춥고 비좁으며, 돌벽은 습하고 축축하며, 볕이 들어오지 않는 땅속 깊은 이곳은 무덤이 아닐까? 줄레이하가 방 구석에 있는 크고 깊숙한 양철 양동이로 만들어 놓은 화장실에 갔을 때, 그녀는 부끄러움에 얼굴이 달아올랐고, 그제야 아직 죽은 게 아니라는 것을 확신했다. 죽은 이는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p.195
열다섯 줄레이하는 마흔다섯의 부통 무르타자에게 시집을 와 척박한 시골마을에서 살고 있다. 결혼 후 십오 년 동안 네 명의 딸을 낳았지만 모두 죽어 버렸다. 그녀는 지독한 시어머니인 노파 우프리하의 온갖 구박을 받으면서, 마치 집안의 식모처럼 일만 하면서 살아 왔다.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어떤 취급을 받아도, 그저 묵묵히 참고 견디면서. 십오 년 전 줄레이하가 이 집에 왔을 무렵부터 시어머니는 눈도 멀고 귀도 먹어 버렸고, 그만큼 괴팍한 성질은 더해갔으며 지금도 쉬지 않고 잔소리를 해댄다. 줄레이하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 아침부터 시어머니의 요강을 비우고 닦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남편과 땔감을 구해 오고, 간밤에 잔뜩 쌓인 눈을 치우느라 온 집안을 쓸고, 온 몸이 쑤시고 지쳐 쓰러져 겨우 잠이 들 무렵 다시 깨서 목욕물을 받으러 간다. 목욕실로 가는 눈길을 치우고, 이십 통의 물을 우물에서 길어 나르고, 시어머니를 모시고 와서 온갖 욕을 들어 가며 목욕 수발을 하지만, 시어머니 몸에 상처가 났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빗자루로 맞는다. 그 와중에도 남편이 오랫동안 때리지 않고 빨리 진정했으니, 그 정도면 좋은 남편을 만난 거라고 생각한다.
대체 이 여인은 그 동안 어떤 삶을 살아온 것일까. 너무 어릴 때 이 집안에 시집와서 거의 세뇌당하다시피 살아온 것은 아닐까. 거기다 시어머니가 꿈에서 줄레이하가 죽는 걸 보았다며, 너는 곧 죽을 거라고 말하자 그녀는 두려워진다. 살면서 그녀는 단 한 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누군가 시키는 대로 하는 매우 수동적인 삶을 살아 왔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이그나토프가 이끄는 붉은군대에 의해 남편이 죽게 된다. 백 년은 거뜬히 살 것 같았던 강한 무르타자가 사라지고, 전 재산을 몰수당한 후, 그녀는 머나먼 시베리아로 이주를 떠나게 된다. 이번에도 그녀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삶이 흘러 가고 있었다. 그렇게 태어나서 한 번도 떠나 본 적 없는 율바시를 떠나 강제이주의 머나먼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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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 않았다. 어렸을 적 세뇌된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지워졌다. 대신 새로운 것이 생겨났고, 그것은 마치 홍수가 지난해 저장해둔 불쏘시개와 썩은 나뭇잎을 쓸어간 것처럼 두려움을 씻겨냈다.
이 작품은 1930년에서 1946년 사이에 있었던 러시아 부농의 '시베리아 강제이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톨스토이 문학상을 비롯해 각종 상을 받으며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이 작품은 소련 붕괴 후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여겨졌던 유배 문학의 한 장르에 속한다. 우리 나라에도 유배되어온 사람들이 겪는 일들을 그린 유배문학이 있었으니, 비슷한 장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제2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했던 류드밀라 울리츠카야가 서문에서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를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잇는 위대한 작가' 대열에 들어온 젊은 작가라며 극찬했다.
사실 러시아 문학하면 톨스토이나 도스토옙스키 등 고전 작가들의 작품부터 떠올릴 정도로, 현대의 러시아 문학에 대해선 거의 아는 게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기회에 동시대 러시아 문학을 알게 되었고, 거의 700페이지에 가까운 엄청난 분량에도 가독성이 뛰어나 대단히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유배지에 도착하자 마자 아들을 낳고, 굶주림과 혹독한 추위 속에서 강제 노동으로 삶을 이어가는 줄레이하에게 찾아온 사랑의 대상이 남편을 죽인 붉은군대의 간부라는 점이 이 장대한 이야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시베리아의 불모지인 지옥 같은 노동수용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성과 사랑, 연민의 드라마는 열여섯이 된 줄레이하의 아들에 의해 희망적인 여운을 남기며 끝에 이른다. 그래서 이 작품은 시베리아라는 유배지의 역사적인 기록이자, 유배문학의 모습을 한 정통 소설로서도 너무 매혹적인 이야기였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5+5>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의 세 번째 작품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계속 이어질 네 번째 <세기말의 러시아 문제>와 다섯 번째로 나올 <도스토옙스키 단편선> 역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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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소련 시대 때 부농들의 강제 이주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으며 유배 문학의 한 장르에 속한다고 한다. 작가는 이 소설이 첫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깔끔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당시 강제 이주의 시대적 아픔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또한 러시아 내 다양한 민족들의 생활 터전과 삶을 유배라는 새로운 사건을 통해 재조명하고, 우리가 잘 몰랐던 러시아 역사를 이 소설을 통해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라는 관계와 권력을 가진 자와 그 권력에 착취 당하는 자들의 수직적 구조를 통해 성 차별과 혁명이 준 다양한 부작용과 현실적 괴리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또한 우리의 역사 역시도 강제 이주를 당한 경험이 있었기에... 아직도 고려라는 말이 남아 있고, 그들의 생활 풍습이 과거의 삶을 담아 내고 있기에 이 소설이 더 정감이 간 것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1930년부터 45년 사이에 진행된 러시아 부농들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했던 시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줄레이하는 이 소설 속 여주인공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핵심 인물이다. 그녀는 당시 여성들이 그러했듯 식구들의 입을 줄이기 위해 그리고 그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남성과 결혼을 한다. 그리고 4번의 임신과 아이를 잃는 경험을 한다. 그녀에게는 눈먼 하지만 성질머리는 고약한 시어머니와 그녀 스스로는 좋은 남편이라 평가 하는 남자와 산다. 그녀의 집은 여자들이 갈 수 있는 방과 남자들이 머물 수 있는 방으로 구분되어 있으며, 장님이 된 시어머니는 아들과 그녀 사이를 늘 이간질 한다.
부농의 재산을 노렸던 당시 권력자들 그리고 그들로부터 경제적 수탈을 막고자 노력했던 부농들... 줄레이하도 그런 부농의 아내였다. 소설 속 인물들은 과거 극심한 기아를 경험했다. 남편은 그에 대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그래서 그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들의 재산을 지켜야 했다. 특히 남편은 혁명가들에게 강제로 빼앗기느니 차라리 죽여서 그 고기라도 취하겠다고 생각하며 함께 동고동락했던 소를 죽이는 장면은 너무나 소름끼쳤다.
줄레이하는 그런 강인했던 남편을 잃고 그 남편을 죽인 남자와 강제 이주라는 여정에 오르게 되고, 유배를 떠나면서 그와 은근하고도 긴밀한 정을 가지게 된다. 줄레이하는 겨우 얻은 아들을 위해 그 아들의 앞날을 위해 그렇게 긴 여운을 남기는 이별과 다시 그와의 만남으로 소설은 끝난다. 기나긴 서사적 구조에 비해 결코 지루하지 않으며 상당한 가독성을 보여준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러시아 작품을 한층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 소설이자 매력을 던져준 책이었다. 앞으로도 자주 러시아 문학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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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0년 우리나라와 러시아 수교 3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및 러시아문학 시리즈 공동 출간을 지원, 양국 간의 외교, 문화적 협력 관계를 도모하는 프로젝트의 러시아 문학 출간 시리즈이다.
젊은 작가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의 소설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2015년 러시아 저명 문학상인 'BIG BOOK', '톨스토이 문학상', '올해의 책'을 수상하고, 2017년 '독자의 상' 수상하였다고 한다.
베스트셀러로 현재까지도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35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은 소련 붕괴 후 완전히 소멸되었다고 여겼던 유배 문학의 한 장르인데, 1930년에서 1946년 사이 행해진 러시아 부농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겪어낸 줄레이하. 열다섯의 나이에 시집을 와서 지독한 시어머니와 열다섯 살 차이나는 남편과 지내면서도 열심히 일하지만 인정받지 못하고 구박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견뎌내는 줄레이하.
하지만 공산당에 의해 하늘같던 남편은 죽음을 당하고, 부농이라는 이유를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된다.
카잔의 수용소에 머물다가 세 달 넘게 열차로 이동하여 황무지의 땅 시베리아에 도착하고, 거기에서 줄레이하는 어렵게 출산을 하고, 그 일행들은 상부의 관리자들에게도 잊혀지지만 끈질긴 생명력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겨울을 난다.
줄레이하의 일행에는 부농들도 있지만 페트르부르크에서 온 지식인들과 전문 기술자들도 있어 황무지를 개간하고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간다.
그중 레이베라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모두에게 축복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행스러웠던 점은 관리자인 이그나토프의 인성이 꽤나 괜찮았던 점이다.
줄레이하는 아들 유주프와 나름의 삶을 이어간다.
줄레이하와 이그나토프는 서로 사랑하지만 아들 유주프를 위해 줄레이하는 사랑을 포기한다.
유주프는 그림 그리는 중년의 이콘니코프의 예술에 빠져든다.
전쟁이 일어나고 이콘니코프는 군인으로 떠나고, 유주프는 그를 그리워하던 중 파리에서 보낸 편지를 받는다.
유주프는 자유를 찾아 떠난다.
격동기의 러시아를 조금씩이나마 알 수 있었던 작품이는데, 책 한 권의 장편소설이었지만 그 내용은 대하소설 같았다.
항상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어린 나이부터 시어머니와 남편을 위해 살다가, 자식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희생을 하는 줄레이하는 우리네 어머니들의 삶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시어머니와 남편을 의지하는 수동적인 삶에서 줄레이하 자신과 아들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자주적인 삶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책이 러시아의 많은 문학상을 휩쓴 이유를 이해가 되었고,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 작가의 다른 책들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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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레이하 눈을 뜨다의 저자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는 러시아 중부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수도 카잔에서 태어났다. 장편소설 줄레이하 눈을 뜨다, 나의 아이들을 냈으며 줄레이하 눈을 뜨다로 2015년에는 러시아의 문학상인 Big Book,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과 올해의 책에 선정 되었으며 2017년에는 독자의 상을 수상하였다. 한러 수교 3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번역 출간 프로젝트로 구젤 샤밀례브나 야히나의 장편 줄레이하 눈을 뜨다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구소련을 대표했던 유배문학의 미덕을 갖춘 정통 소설로 평가받는 장편소설이다. 이 책의 서문을 쓴 류드밀라 울리츠카야는 서문에서 하나의 민족에 속했지만 러시아 제국에서 거주했고, 러시아어로 글을 쓰며 두 문화를 아울렀던 위대한 거장들이 우리에게도 있었다며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잇는 위대한 작가 대열에 들어왔다고 구젤 샤말례브나 야히나를 극찬했다. 이 책은 혹독한 강제 이주의 삶에서 자아를 발견해 가는 줄레이하의 이야기로 제1부 젖은 닭, 제2부 출발, 제3부 정착, 제4부 귀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1930년에서 1946년 사이 행해진 러시아 부농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책 줄레이하 눈을 뜨다는 현재까지도 베스트샐러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35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한 여성이자 어머니로서 꿋꿋하게 삶을 꾸려 나가며 자아를 발견해 가는 줄레이하의 모습과 등장인물들이 고생스럽고 긴 여정을 이겨내는 과정은 우리 독자에게 큰 감동을 안겨준다. 줄레이하는 15살에 45살의 부농 출신의 남자와 결혼한 30대 여성이다. 알라신을 믿으며 눈먼 시어머니로 부터 천대와 구박을 온몸에 받으며 살아가는 순종적인 여인이었는데 집안의 양식과 가축들을 차출해가는 마을 지도부의 등쌀에 숲으로 종자씨를 숨기고 돌아오던 중 붉은 군대에게 심문을 당하게 되면서 남편이 죽게 된다. 남편의 죽음후 모든 재산이 몰수되고 시어머니를 남겨둔채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를 하게 된다. 모든 것을 빼앗기고 강제로 새로운 땅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시간은 자신의 모든 것과 신을 외면하며 자신에게 버팀목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붙들 수밖에 없었던 삶에 대한 투쟁이자 의지력을 드러낸 부분은 인상 깊었다.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주어진 대로 살아간 여인 줄레이하의 삶을 통해 진정한 삶에 대한 의미는 무엇인지와 줄레이하의 아들로 이어진 새로운 세상으로의 탈출은 의미있게 다가온 장면으로 깊은 감명을 받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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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도입부에서 줄레이하를 괴롭히는 악독한 시어머니 우프리하와 짐승같은 남편 무르타자 때문에 이 소설의 끝을 보지 못하는가 싶었다. 대한민국의 시월드는 전 세계 어딜가도 맞수가 없는 천하무적일 것이라 생각해왔었는데 러시아 율바시의 시월드도 만만치 않았다. 소설에 나오는 악마같이 교활한 시어머니와 답답한 효자의 콜라보도 혐오스럽긴 했지만 이들에게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하는 줄레이하가 너무나도 답답했다! 하지만 소설의 제목대로 줄레이하가 곧 눈을 뜰 것이다, 사이다 전개가 있을 것이다 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꾸역꾸역 읽어냈더랬다. 너무나도 불행한 줄레이하, 그 사실을 줄레이하만 모른다. 소설의 중반부인 시베리아로 강제이주하게 되면서부터는 고생은 하게 되지만 줄레이하는 더 이상 불행하지는 않았다. 이 소설은 1930년대의 시베리아 강제 이주를 시작으로 제 2차 세계대전까지를 배경으로 한다. 줄레이하는 15살의 나이로 부농인 무르타자에게 시집을 가고 네 명의 딸을 낳지만 낳는 족족 모두 죽어버린다. 우프리하는 항상 나쁜 일들에 대한 예지몽을 꾸었고 그것들이 어느 정도는 현실과 맞아떨어졌기에 더 불길했다.머지않아 세 명의 불의 천사가 나타나 줄레이하를 지옥으로 데려갈 것이라고, 그런 꿈을 꾸었노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로부터 며칠 후, 길을 묻는 붉은칸국인들이 또 다시 재산을 빼앗으러 온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반항하던 무르타자는 그 자리에서 사살된다. 무르타자의 모든 재산은 몰수되고, 줄레이하는 시베리아행 수송기차에 탑승한다. 줄레이하가 눈을 가늘게 뜬다. 집들도, 사람도 많다. <줄레이하 눈을 뜨다> p.185 줄레이하는 율바시를 떠난 후 모든 것에 눈을 뜬다. 시베리아로 강제이주하던 중 레이베라는 의사와 우정을 쌓게 되고 그를 도와 간호사일도 척척 해내며 사냥을 잘해 사냥노동조합에도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사랑에도 눈을 뜬다. 그녀는 자주 우프리하의 환영에 시달렸다. 우프리하는 망상 속에서도 그녀를 저주하고 괴롭혔지만 줄레이하는 더 이상 참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녀 스스로를 변호하고 싸우며 때로는 우프리하를 안고 펑펑 울기도 했다. 줄레이하를 억압했던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지워졌다. 대신 새로운 것이 생겨났고, 그것은 마치 홍수가 지난해 저장해둔 불쏘시개와 썩은 나뭇잎을 쓸어간 것처럼 두려움을 씻겨내기(p.599) 시작한 셈이다. 시베리아 타이가에서의 삶은 척박하기 그지없었다. 먹을 것은 부족했고 아이들은 죽어나갔다. 죽음이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먼지가 되어 옷 위에 안고 공기가 되어 폐 속으로 침투한다(p.194)고는 하지만 강제수용소에서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 죽음과 가까운 듯 보였다. 하지만 줄레이하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꾸려나가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눈을 뜨게 된다. 아픔을 억누르지 못하는 줄레이하, 아픔이 모든 것을 잠기게 한다. <줄레이하 눈을 뜨다> p.687 줄레이하에게 찾아온 하나의 이별과 하나의 사랑, 줄레이하에게는 이별도 아프고 사랑도 아픈 일이었다. 이별은 줄레이하 안에 있는 아픔들이 솟구쳐 나와 모든 것을 잠기게 했고 그녀까지도 잠식해버린다. 숨쉬는 것조차 아프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느끼고 싶지않다고 생각하는 줄레이하,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사랑도 역시나 그녀를 아프게 한다. 사랑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모두를 구원해주듯, 줄레이하를 살게 만든다. 줄레이하를 따라 고된 여정을 함께 하다보니 700페이지나 되는 소설이 어느 새 끝나버렸다. 꼭 한 번 읽어볼만한 소설이기에 가능하면 소설의 내용을 서평에 담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모두에게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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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레이하는 15살에 자신보다 30살이나 많은 남편 무르타자에게 시집을 왔다 막내아들 무르타자를 끔찍히 아끼는 그의 노모는 100살이라고 한다 줄레이하가 무르타자의 집으로 들어온날 시엄마 우프리하는 바로 옆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줄레이하를 젖은닭이라며 구박과 무시를 일삼는 시어머니 해가 뜨기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서 남편과 함께 산에가서 나뭇가지나 이것저것 먹을 것을 캐어와야 하며 남편 시중 시어머니 시중을 들고 밤늦게 잠에 들어 매일 피곤에 쩔어 산다 지금껏 딸을 4명이나 낳았지만 모두 얼마 못가 다 죽어버렸다 줄레이하가 살고 있는 시대가 시대이다 보니 이 드 넓은 소련땅에서 모든 이들이 설자리는 없다 곡식과 내가 가진 모든것은 당의 물건이고 툭하면 뺏기기 일쑤다 무르타자는 줄레이하앞에서는 강한척 내세우지만 100세 노모앞에만 서면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서 있다 이번에는 더이상 뺏기기 싫다며 아무것도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을 하고 곡식들을 숨기기 위해 죽은 자식 묘옆에 묻어놓고 오는 길에 붉은군대 이그나토프 무리에게 대들다가 무르타자는 죽게 되고 줄레이하는 강제이주를 떠나게 된다 악담을 쏟아내는 시엄마를 등지고 ... 소련이라는 이 드넓은 땅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강제이주며 내것이 내것이 아닌 삶과 살아야 한다는 삶을 마주하게 되는 사람들의 운명을 고스란히 적어놓은 그야말로 대서사같다. 부농인 남편 무르타자와 그냥 지냈다면 그녀의 인생은 편했을지 그들이 정착하게 된곳은 꿈도 꾸기 싫은 시베리아 벌판이였다 굶주림은 기본이고 혹독한 추위와 고된 노동으로 인한 새로 개척해야 하는 삶 소련의 정부는 그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싶어 강제이주와 그들을 혹독한 추위속으로 내몰았는지 남편을 죽인 남자와 사랑에 빠진 여자 그리고 그녀의 인생에서 귀한 아들 유주프 러시아작품이라고 하면 무언가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편견을 깨준 작품인거 같다 격정의 시대를 아주 세세히 알려주는 유배문학 700페이지를 달하는 책이 마냥 쉽지도 어렵지도 그렇다고 지루하지도 않았다. 힘든 삶이지만 놓지 않고 꿋꿋이 살아가는 줄레이하를 보고 드는 생각이 참 많아 지는거 같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