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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K , 정점에서 안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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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옆모습을 부각시킨 모습이 선명하게 보여주질 않아서 더 호기심을 자극하네, 제목과 어우러져 더 그렇네. 나중에 책을 받고 보니 K라는 글자를 크게 배치시킨 걸 알았다. <이책은> 서평단 모집 당첨 도서다. <저자는> 저 : 이리나 레인  ---발췌하다 197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이리나 레인은 일곱 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 브루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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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에 대한 느낌>

옆모습을 부각시킨 모습이 선명하게 보여주질 않아서 더 호기심을 자극하네, 제목과 어우러져 더 그렇네. 나중에 책을 받고 보니 K라는 글자를 크게 배치시킨 걸 알았다.

<이책은>

서평단 모집 당첨 도서다.

<저자는>

저 : 이리나 레인  ---발췌하다

197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이리나 레인은 일곱 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 브루클린으로 이주한 러시아계 유대인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북칼럼니스트이다. 그녀는 열네 살 무렵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처음 읽었고, 대학원 세미나에서 러시아어로 다시 읽으면서 깊이 파고들었다.

 

톨스토이의 안나를 21세기 뉴욕에서 다시 살게 한 데뷔작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2008년 최고의 소설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2009년 신인 작가에게 주는 골드베르그 상Goldberg Prize을 수상했다.

 

지금 그녀는 피츠버그 대학교 영문학과 조교수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퍼블리셔스 위클리》,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 등 다양한 매체에 북리뷰를 기고하면서 창작을 가르친다. 

<책내용 맛보기>

책소개中에서   -발췌하다

이리나 레인의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 뉴욕 버전이자 거장 톨스토이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다. 이리나 레인은 19세기 말 세기적인 불륜으로 러시아 귀족 사회를 뒤흔들었던 안나 카레니나를 현대 뉴욕의 상류 사회에 도발적으로 부활시킨다.

이리나 레인은 『안나 카레니나』의 주요 인물들을 꿈과 욕망과 사랑이 화려하게 춤추는 뉴욕 한복판으로 데려와, 소설의 시공간이 옮겨지는 만큼 새로운 환경, 직업, 성격, 취향 등을 덧씌운다. 이야기의 커다란 플롯은 『안나 카레니나』를 따라가지만, 안나 K를 비롯한 인물들은 다시 부여받은 역할에 따라 생동감 있게 움직이면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완전히 새로운 현대인으로 태어난다. 그들은 우리처럼 꿈꾸고 욕망하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환멸하면서 끝내 현실과 물질에 이지러져 파멸하거나 타협한다. 

<책읽은 소감>

거장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도 아직 읽지 않은 내가, 신간을 읽을 수 있었던 건 서평단 당첨이 되어서다. 그 책을 읽지 않았기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이 책에 더 오롯이 몰입할 수 있었다. 남자들도 그런 주기가 있을거라는 생각은 들지만 잘 모르겠고, 적어도 여자들은 생리전후로 감정의 기복이 있다. 생리전 긴장증후군 이라는 말이 있듯이 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고 늑적지근한 상태였다가 가뿐해진다. 이런 시기의 우울은 일정기간 상시 발생하는 것으로 대다수의 여성이 겪는다. 이유있는 우울이나 불안은 그런면에서 참 다행이다. 안나의 우울은 늘 진행형이다.

 

안나는 책을 좋아하던 러시아(구소련)계 이민자 출신이다. 부모님의 뜻에 따라 이주했던바 그녀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은 상당했다. 나대지 않는 그녀의 이미지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여인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이민자라는 타이틀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된다. 무엇으로도 충만되지 않는 삶은 나이를 먹어감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나친 예민함으로 이성이 자신에게 건네는 추파나 관심보임을 기막히게 잘 포착했다. 그렇게 받는 관심만이 그녀를 생기있게 하는데 문제는 그녀가 기다리는 남자는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 책읽기를 좋아했던 그녀인지라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의 남자주인공 같은 남자는 현실에서 보이지 않는다.

 

자신을 온전히 사랑해줄 남자, 히스클리프나 디아시 같은 남자를 오매불망 기다렸으나 속절없는 나이만 늘어 어느새 서른 여섯. 그런 안나에게 드뎌 맞선이 들어오는데 나이 50줄에 있는 사업가 알렉스 K. 그 남자는 지극히 평범하고 건실하고 부유한 경제력을 가졌는데 안나를 보고는 대뜸 반해버렸다. 책 속 주인공 같은 남자는 잊고서 안나 k로 살기로 작정했는데 기차역에서 운명같은 남자를 만나 몇 마디 나누고 헤어진다. 그 남자를 마음에 간직한 채 사촌여동생 카티아의 연인을 소개받으면서 안나는 기차역을 떠올리는데 남자는 기억을 못한다. 다만 데이비드가 자신에게 빠진 것을 알게 된 안나는 희열에 들뜬다.

 

아이를 낳았어도 모정도 없고 남편은 원래 세심한 아이었지만 더 속물로 보이던차 데이비드를 만나면서 생의 활력을 찾는다. 이렇게 짜릿하고 살아있음이 황홀한 순간이 있었던가. 한참이나 연하인 데이비드와 만나면서 그녀는 피어나기 시작하는데, 사촌동생은 프로포즈를 받을 직전에 안나로 인하여 일이 틀어졌음을 절감하며 배신감은 한동안 간다. 카티아에겐 연인이 생기지 않는데 그녀의 젊음은 피어나는 적령기인지라 이성이 그립기만 하다. 그녀를 남몰래 흠모하던 레프는 약사로 삼총사의 멤버다. 그 멤버중 하나가 카티아를 맘에 두었다가 거절당하자 자신과 이미 선을 넘었다고 소문을 퍼뜨려 카티아는 헤푼 여자로 이미 낙인이 찍혔다.

 

중략

 

이민자들의 삶이 얼마나 애로사항이 많을지는 막상 닥친 자만이 가장 잘 알터. 비교적 잘 적응하는 사람들에게도 문제는 있겠지만 안나처럼 예민한데다 붙임성도 덜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견디기 힘들까. 그녀에게 책이 친구가 되었지만 근본적으로 현실과 책만 접한 사람과의 괴리감은 많이 컸을터. 책 속에서의 사람들과 현실의 사람들이 같다면 안나는 우울하지 않았을까. 불안한 삶에 정신적 방황마저 없었다면 그녀는 행복감을 느꼈을까. 매사 적극적이지도 않은 그녀는 우울을 달고 살았다. 그녀를 신나게 하는 일은 없었다. 의욕도 없고 성취감도 강하지 않은 안나. 그럼에도 그녀가 가진 그런 분위기와 미모는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끌기만 하면 그만인데 한발 더 나아가 그럴때 반응하는 그녀를 보며 음탕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성간에 끌림은 당연한거고 관심받음도 당연한 법. 이성에게 관심 받아서 나쁜 사람도 있겠지만 그만큼 매력적이란 얘기니 얼마나 가슴떨리는 설렘일까. 이런 설렘이나 떨림도 미혼일 때는 문제가 덜 되지만 기혼에다 아이까지 있게 되면 자신 스스로가 마음을 다잡아야 하며, 부부지간에도 농으로나 나눌뿐 대개는 감추려할터. 안나 K는 보통의 평범한 범주에서의 여인이 아닌 파멸을 향해 가는 여인이었다. 바꾸어 말하면 그녀는 그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그 시간만을 위해 사는 여인이었다. 아이가 안 소중하고 안 보고싶은 건 아니나 그보다 더 강렬하고 자신에게만 관심을 붙들어매둘 데이비드, 연하남을 차지하고서도 전전긍긍한다. 누리던 부에서 멀어진 상황이니 자신을 당근 가꾸지도 못하고 나이는 먹어가고. 그 초조한 마음은 데이비드는 가만 있어도 혼자서 마음 속이 지옥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으며 바다가 잔잔해도 그 안에서는 수많은 파도가 치고 있다. 우아한 백조가 물 속에서는 균형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발길질을 하고 있는지. 저마다의 삶에 파고가 없다면 또 얼마나 지리할건가. 대개는 평탄한 삶들을 원하지만 의외의 변수도 생김이 인생이런가. 그렇다해도 보여지는 겉만을 보고서 평가하기는 힘든 법. 저마다의 갈등이나 고민은 내면에 있다. 때론 타인과의 비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혹은 상대적 행복감도 느끼는게 우리네 인생사다. 작은 것에서부터 만족감을 찾으려는 자신의 노력이 있어야만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매사 심드렁에다 시들모드면 오던 행복도 되돌아간다. 작은게 모아져 자신을 채우는 행복감은 몸소 체험해야만 안다. 다도해의 한 섬 같고, 부평초같았던 그녀 안나 K,  부나비 같았던 그녀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k******5 2013.08.19. 신고 공감 11 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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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의 충실한 패스티시(past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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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흥미롭게 생각하고 기대감을 가졌던 이유는 네 가지였다.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 뉴욕 버전이자 거장 톨스토이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다. -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자 작가의 작품이다. - 작가는 1974년생 여성이다. - 러시아 문학, 톨스토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석영중 교수가 추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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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흥미롭게 생각하고 기대감을 가졌던 이유는 네 가지였다.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 뉴욕 버전이자 거장 톨스토이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다.
-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자 작가의 작품이다.

- 작가는 1974년생 여성이다.
- 러시아 문학, 톨스토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석영중 교수가 추천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내가 기대했던 부분을 거의 대부분 만족시킨 수작이다.

하나 하나 이유를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 뉴욕 버전이자 거장 톨스토이에 대한 오마주 작품이다.

 

이 작품은 엄밀히 말해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패스티시 소설이다.

패스티시(Pastiche)는 특정한 작품으로부터 내용이나 양식을 빌려 온 모방작품을 일컫는데, 패러디가 풍자를 목적으로 한다면 패스티시는 원작에 대한 애정과 존경을 표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원작을 모방한다.

 

이 작품 역시 훌륭한 패스티시 작품답게『안나 카레니나』를 충실하게 모방한다.

소설의 세 가지 요소를 인물, 사건, 배경이라고 할 때 배경을 제외한 캐릭터와 사건은『안나 카레니나』와 대동소이하다. 심지어 핵심 플롯들도『안나 카레니나』와 동일하다.

따라서『안나 카레니나』를 인상적으로 읽은 독자라면, 여러 의미에서 흥미롭게 읽을 만한 작품이다.

 
둘째, 작가는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태어나 미국인으로 살고 있는 이민자이다.

 

작품 속에는 러시아계 유대인 커뮤니티에 대하여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다. 미국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뉴욕에 살면서도 러시아에서 살던 유대인들의 생활방식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이민 1세대인 부모 세대와 지본주의의 핵심부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일하면서 부모 세대와 갈등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민 1.5세대 자식 세대의 이야기가 작품의 한 축을 이룬다. 안나 K의 불행이 안나 카레리나의 불행보다 더 복합적이라면 그것은 그녀가 21세기 뉴욕을 사는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셋째, 1974년생 여성 작가의 작품이다.

 

굳이 노력하지 않더라도 1967년 생으로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도계 소설가인 줌파 라히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이리나 레인의 경우 이 작품 외에 이렇다 할 작품을 출간한 적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나 섣부른 판단이 어렵긴 하지만, 아마도 계속 작품활동을 한다면 줌파 라히리와 비슷한 포지션의 작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민자이자 여성이라는 정체성, 가족과 혈연을 중시하는 러시아나 인도 커뮤니티에 속해 있으면서 비슷한 시기에 미국을 경험하며 고등교육을 받았다는 점 등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넷째, 러시아 문학, 톨스토이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석영중 교수가 추천했다.

 

안나 카레니나가 러시아 이민자의 딸로 현대의 뉴욕에서 되살아났다. 적당히 통속적이고 적당히 몽상적인 여주인공은 사랑과 이별과 열정과 환멸의 도시를 배회하다가 또다시 달려오는 기차 바퀴 아래로 몸을 던진다. 고전은 불멸임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이리나 레인은 과거와 현재, 러시아와 미국, 소설과 메타소설, 창조와 재창조 사이에서 교묘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삶에 대한 통찰력으로 가득한 놀라운 소설을 만들어냈다. 재미와 깊이를 겸비한 수작이다. 데뷔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석영중(『톨스토이, 도덕에 미치다』 저자고려대 노어노문학과 교수)

 

톨스토이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석영중 교수의 평가라면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도입부 부분의 번역이 어색해서 처음엔 몰입이 어려웠던 점만 제외하곤, 책을 읽은 뒤의 내 감상 역시 이 평가에서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점에서는 생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작가나 작품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사람마다 견해가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반면 불행의 이유는 정말 다양하다. 돈이 없어서, 성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아서, 아이들이 공부를 못해서, 성격이 모나서, 누군가가 바람을 피워서, 시부모가 사사건건 끼어들어서, 정치적 견해가 달라서, 빚보증을 잘못 서서, 형광등을 못갈아 끼워서, 잠잘 때 이를 갈아서...... . 그밖에도 수많은 이유로 불행할 것이다. 그러나 행복은 거기에서 끝이지만 수만 가지의 불행은 『안나 카레니나』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같은 대작을 만든다. (136)

 

김영하가 자신의 에세이집에서 한 말인데, 불행의 이유가 수만 가지이고, 그 불행이 대작을 만든다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여성들이 불행한 이유가 19세기에나 21세기에나 사랑과 결혼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은 어쩐지 아쉽다. 물론 연애나 사랑, 그리고 결혼이라는 제도가 삶의 상당 부분과 관련 있고 한 인간에게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을 인정하더라도 말이다.

같은 에세이집에 있는 김영하의 또 다른 글들을 좀더 인용해보자.

 

《뉴욕 타임스》 북센션의 칼럼니스트 로라 밀러가 얼마 전 흥미로운 문제를 제시했다. 소설문학의 새로운 '엔진'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녀의 주장에 의하면 지난 몇백년 동안 소설은 연애로부터 동력을 제공받아왔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나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등은 연애, 더 정확히 말하자면 불륜에서 빚어지는 금단의 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 남편이나 아내가 아닌 사람을 사랑하는 데에서 오는 고통. 정념이 제도와 불화하는 가운데 비극이 탄생한다. (204)
이제는 우리의 주인공들을 직장에 머무르게 할 때인지도 모르겠다. 대신 작가들이 그 속으로 들어가야 하겠지만. (206)

 

그러니깐 이리나 레인이 줌파 라히리와 다른 포지션, 기존의 이민자 여성 작가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위치를 점하고 싶다면, 바로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언제까지 연애만 할텐가. 작가들이여 직장 속으로 들어가라.

 

 

 

* 인용한 김영하의 문장들은 모두『랄랄라 하우스』(마음산책, 2005)에 수록된 것이다.

 




YES마니아 : 로얄 c*****g 2013.12.18. 신고 공감 5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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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과 현실사이의 외줄타기.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환상과 현실사이의 외줄타기.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내용보기
세계 3대 간통문학으로 꼽히는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라는 말로 시작한다. 간통문학이라 하지만, 여성에게 결혼제도가 주는 남녀간의 동상이몽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문학들이다. <마담 보바리>의 엠마가 수도원에서 엄격하게 교육을 받은 여성이었지만, 교육제도가 심어준 이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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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간통문학으로 꼽히는 그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 나름으로 불행하다.” 라는 말로 시작한다. 간통문학이라 하지만, 여성에게 결혼제도가 주는 남녀간의 동상이몽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린 문학들이다. <마담 보바리>의 엠마가 수도원에서 엄격하게 교육을 받은 여성이었지만, 교육제도가 심어준 이상적인 결혼관과는 먼 결혼으로 인해 오히려 불행했던 한 여인의 일생의 삶을 그리게 된다. 그녀의 현실과 이상의 괴리감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물은  보바리즘이란 신조어까지 탄생시킬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가정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했던 여인이었던 그녀에게  생의 잔인함은 엠마를 보바리즘이라는 ‘과대망상’의 대명사로 만들어버리고 말았다. <에피 브리스트>의 에피는 이제 막 열일곱이라는 어린 나이에 결혼제도에 갇히게 되면서 자신 스스로 사랑에 자각이 들었을 때, 그녀는  사회에서 이미 불륜녀라는 낙인이 찍힌 채 고립되어 병들어 죽는 불행의 삶을 살다 갔다. 이들의 공통점은 여성으로서의 욕망에 대한 자각이 들기도  전에  결혼이라는 사회적 제도에 갇혀버렸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그나마 <안나 카레니나> 의 안나는 이들과는 같지만 다른 삶이었다. 안나는 19세기 여성차별에 적극적인 자세와 차별에 관하여 자신의 주장을 거침없이 표현할 줄 알았다. 그녀의 불행은 여성과 사회의 단절이었으며  세 여성의 공통점은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의 불행이었다. 

 

 

 

이리나 레인의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의 안나 역시도 결혼제도가 가져온 불행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 서른 다섯의 안나가 결혼식이 어떨지 집작할 수 있는 복선들은 ‘웨딩드레스는 힘없이 후줄근하게, 마치 뼈를 발라낸 생선처럼 카펫 위에 늘어져 있었다.’에서 보여지듯이 안나의 결혼생활은 불행의 전조를 보인다. 그런 불안에도 결혼식을 감행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결혼적령기를 한참 지난데다가 나이 많은 부모들의 깊어가는 주름때문이었다. 안나는 늘 히스클리프처럼 맹목적이고 강렬한 사랑을 원했지만 여전히 보바리부인의 엠마처럼 이상의 안경을 쓰고 남자들을 보았다.

 

 

<안나 카레니나>의 번외편처럼 등장인물의 이름도 비슷하다. 안나의 남편 알렉세이 카레닌은 알렉스 K, 안나의 내연남 알렉세이 브론스키는 데이비드 주커먼으로,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참사랑의 모습을 추구하였던 콘스탄틴 레빈은 약사 레프 가브릴로프로, 레빈의 아내 키티는 카티아로 분하여 21세기의 뉴욕을 살아가는 러시아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안나 카레니나가 19세기의 격동하는 사회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면 이 책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21세기 뉴욕 사회를 살아가는 러시아 이민자들의 사랑과 삶을 재조명하고 있다.

 

 

뉴욕에서 이민자로 살아간다는 것 , 안나는 자신안에 넘실대는 정체성과 싸워야 했다. 남편 알렉스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민자의 현실, 남편은 안나의 불안과 우울을 모른 척 했고 부유하고 풍족한 결혼 생활 역시도 금이 가기 시작할 때 즈음,  안나에게 여전히 멋진 꿈과 문학의 이상을 실현시켜줄 마법사  ‘소설가’ 데이비드가 마법처럼 나타난다. 

 

 

당신은 히스클리프여야만 해.

 

 

안나와 똑같은 이상주의자이지만, 레프는 카티아와 결혼한 현실을 긍정하는 것으로 출발하는 면이 다르다. 안나 카레니나에서 레빈(레프라고도 부른다.)은 신앙이 깊고 신실한 캐릭터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이 강한 남자로 나오는데 이 책에서도 기본적인 바탕은 그대로이다. 레프는 여성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현실과 타협하는 매우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데이비드와의 동거역시도 현실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자 주위의 모든 것을 자신의 욕망 연장선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안나 k에게 닥친 불행은 , 과거 엠마나, 에피나, 19세기의 안나나 똑같은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물론 결혼은 현실이다. 안나 k,의 불행한 결혼생활은 안나k의 문제만이 아닌 현실에서 결혼이 여성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돌이켜보게 된다.  사회적 지위와 결혼이 주는 억압적인 굴레는 여성으로서 한번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들이다. <안나 카레니나>가 19세기의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삶에 대한 전반적인 고찰이었다면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21세기의 여성이민자들의 척박한 삶의 이야기이다.  

 

 

선택받은 자에게는 책임이 따랐다. 그 순간이 닥쳤을 때 열린 마음을 가질 것.

옛날 나라는 허물 벗듯 벗어버리고 생각하지 말 것.하지만 그 자리에는 뭐가 들어섰을까?

안나의 경우에는 기다림이었다. 운명의 불꽃이 번쩍이길.

행동하라는 신호가 떨어지길. 꿈에 그리던 완벽한 미국인의 삶이 시작되길.

 

           

YES마니아 : 플래티넘 k********2 2013.08.19. 신고 공감 5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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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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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인의 비극적인 자살로 결말 지어지는 이 소설은 너무나도 유명한 ‘안나 카레리나’의 오마주이다. 오마주라 하면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들의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원작의 일부만 인용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스토리와 인물 구도, 결말 정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소설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뉴욕이라는 거대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내용보기

한 여인의 비극적인 자살로 결말 지어지는 이 소설은 너무나도 유명한 ‘안나 카레리나’의 오마주이다. 오마주라 하면 존경의 표시로 다른 작품들의 장면이나 대사를 인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원작의 일부만 인용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스토리와 인물 구도, 결말 정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소설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소설의 배경은 미국의 뉴욕이라는 거대한 현대 도시이고 주인공인 안나K는 러시아 출신의 이민자이다. 원작의 배경이 되는 러시아 사회와는 다른 자유로움이 존재하는 뉴욕에서 그들이 느끼는 혼란과 정체성에 대한 자각,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대비 등 흥미로운 요소들이 많이 보였다. 주인공은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취해 끌리지 않는 결혼을 한다. 마음 한 구석에 불편한 감정은 부모의 기대에 가려진다. 결혼 상대인 알렉스 K는 재벌가의 아들로 마마보이에 겉치레와 체면치레를 중시하는 사람이다. 첫 번째 단추부터가 잘못 끼워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1년 반 정도의 연애 기간을 가졌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결혼에 대한 확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재고해봐야 할 상황임을 의미한다. 결혼이라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방향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쉽게 속단했다. 이미 늦어져 버린 결혼 시기, 주위의 시선, 부모의 기대가 결혼 선택의 이유가 되었다면 그 결과는 뻔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사고 방식, 행동 양식을 맞춰가야 함을 의미한다. 결혼이 아닌 연애 상황이라도 이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아내려 노력하고 차이점은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어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안나K는 러시아 출신이긴 하지만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자신의 조국에 대한 애정, 러시아인이라는 정체성이 생기고 그들만의 문화에 길들여지기 전이다. 그녀는 미국 문화의 자유로움, 미국인들의 감성, 언행에 영향을 더 받았을 것이다. 사회주의와 자유주의의 이념 차이만큼 그녀가 느끼는 혼란도 커졌으리라 짐작된다. 문학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고 자유로운 영혼을 꿈꾸는 그녀에게 상대 집안의 격식, 예의범절, 체면 치레를 중시하는 모습들이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연애든 결혼이든 비슷한 사람과 해야 문제가 없는 법이 아닐까. 문득 불편한 진실들이 떠올랐다. 허황된 꿈만을 만들어 내는 현대판 신데렐라들을 그려내는 드라마들, ‘혼테크’라는 말까지 나오는 물질주의 숭배의 흔적들, 사람 자체보다 상대의 집안, 경제적 능력을 따져 대는 씁쓸한 모습을 수도 없이 봐왔기 때문이다. 


결국 안나K는 마음이 끌리는 대로 행동한다. 데이비드라는 한 청년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그는 문학을 사랑하고 작가를 지망하고 있는 사람이다. 몇 차례의 만남은 그녀의 마음 속을 송두리째 흔들어 대고, 결국 그녀는 모든 것을 버리고 그에게 간다. 이 행동이 옳은지 그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단순히 도덕적인 측면만을 놓고 본다면 불륜인 것임에 분명하나 행복하지 않은 결혼 생활 하에서 같은 정신을 공유할 수 있는 상대에게 마음 끌리는 것 자체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또한 판단의 잣대는 시대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결혼, 남편과 아내의 역할, 혼전 성경험, 이혼 등에 대한 러시아 인들의 사고방식은 우리네 그것과 무척 닮았다. 보수적이고 관습적인 모습 말이다. 소설 속 전체 인물들이 미국인이었다면 스토리가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들과 대조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안나K의 사촌동생인 카티야와 그의 배우자인 레프다. 이들 역시도 결혼 생활이 순탄하지만은 않다. 결혼 전후로 완전히 뒤바뀐 생활패턴, 아이가 생기면서 생기는 막연한 불안감 등이 각자를 힘들게 한다. 사랑하는 남녀 간에는 끊임없이 상대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카티야가 레프의 마음을 시험해보기 위해 안나에게 그를 보낸 것처럼 말이다. 그 시점에 데이비드에게 지쳐있던 안나K는 레프를 유혹했다. 그녀 역시 데이비드의 사랑을 확인하길 끊임없이 바랬었고 그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또 다시 마음이 흔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레프는 흔들리는 마음에도 불구하고 카티야를 선택했고, 데이비드에게까지 버림 받은 안나의 선택은 자살이었다. 누구나 상대에게 믿음을 가지길 원하고 사랑을 확인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데 확인의 방식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든다. 그녀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나가 확증도 없이 데이비드의 뺨을 후려친 일이나, 유혹당할 것을 뻔히 알면서 안나에게 레프를 보낸 카티야의 방식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사랑하는 상대를 시험한다는 것을 생각해 봤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면 뭐가 달라지는 것인가. 이미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할 수 있다는 것? 크기를 잴 수 없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면 이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원치 않는 결과가 나온다면 관계는 달라진다. 전혀 이득 될 것 없는 불필요한 시험은 왜 하려고 하는 지 이해가 안 간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인 것일까? 그냥 서로 믿어주었다면 또 다른 삶이 펼쳐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결론적으로만 보면 모든 것을 버린 안나는 비극적인 자살로, 카티야와 레프는 행복한 삶을 찾는 것으로 비춰진다. 그런데 원작이 단순히 뷸륜을 저지른 사람의 비극적인 인생을 가지고 뻔한 교훈을 전달하려 했다면 최고의 고전소설로 평가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누구도 어떤 것이 맞는다고 단정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고 사람의 마음은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안나가 알렉스와 계속 살아가며 껍데기뿐인 삶을 살았다면 과연 행복했을까 싶다. 또 다른 비극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레프가 안나의 유혹에 넘어갔다고 해서 그들이 불행해졌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세상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법이고 선택은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책임만 질 자신이 있다면 누가 뭐래도 원하는 대로 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 아닐까 싶다. 한 권의 소설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훗날에 다시 읽는다면 그 때에는 또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궁금하다.

a*****0 2013.08.16. 신고 공감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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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결혼과 구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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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안나 K(결혼 전 이름 : 안나 로이트만). 나이 : 서른여섯. 직업 : 출판사 해외 판권 부서. 취미 : 독서. 이상형 : 자신을 소설 속 낭만적인 여주인공으로 만들어줄 히스클리프 같은 작가.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프로필이다.이 책은 제목만 들어도 어떤 소설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안나 K, 특히 K라는 이니셜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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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안나 K(결혼 전 이름 : 안나 로이트만). 나이 : 서른여섯. 직업 : 출판사 해외 판권 부서. 취미 : 독서. 이상형 : 자신을 소설 속 낭만적인 여주인공으로 만들어줄 히스클리프 같은 작가.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프로필이다.

이 책은 제목만 들어도 어떤 소설인지 대강 짐작할 수 있다. 안나 K, 특히 K라는 이니셜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를 강력하게 환기한다. 맞다, 이리나 레인은 『안나 카레니나』를 현대 뉴욕이라는 시공간으로 옮겨와 대놓고 이야기의 커다란 얼개를 톨스토이에게서 빌렸다. 이리나 레인의 안나도 톨스토이의 안나와 같은 행보를 따른다. 그렇다고 뻔한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것은 성급하다. 사람 난 이래 세상에서 완벽하게 새로운 이야기란 없을뿐더러 ‘안나’는 슬픈 일이지만 무수한 시공간에서 무수히 태어났고, 태어나고, 태어날 것이다. 모두 사회적인 제약과 인간적인 한계를 어찌하지 못해 한길로 내몰리겠지만, 그럼에도 무수한 안나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새로운 이야기로 퍼뜨린다. 이리나 레인의 안나도 무수한 안나들과 닮았으되 또 닮지 않았다.

『안나 카레니나』와 비교하자면, 일단 소설의 배경이 19세기 말 러시아 귀족 사회에서 21세기 현대 뉴욕의 러시아 이민자 사회로 바뀌었다. 당연히 새로운 환경에 맞춰 직업, 성격, 취향, 취미, 가족 관계 등 인물들의 세부적인 특성이 다시 부여된다. 안나 카레니나 역의 안나 K에 대해서는 이미 대충 이야기했고, 알렉세이 카레닌 역의 알렉스 K는 50대 초반의 유능한 사업가로 정숙하되 자신에게만 관능을 드러내는 아내를 원한다. 전통적인 관습에 충실하고 남의 이목을 신경 쓰는 그는 젊은 시절에 달리기에 열중했으며 예술품을 수집해 과시하는 것을 좋아한다.

알렉세이 브론스키 역의 데이비드 주커먼은 창작을 강의하는 20대 중후반(많으면 30대 초반)의 계약직 겸임교수로 독서와 글쓰기가 취미이며 소설을 써서 유명한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 그는 어느 정도 낭만적이고 어느 정도 열정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별안간 달아올랐다가 쉽게 식어버리며,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치기도 부리는 파파 보이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그는 러시아 여자들에게 사족을 쓰지 못한다.

콘스탄틴 레빈 역의 레프 가브릴로프는 20대 초중반의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약사로 전통적인 관습이 답답하게 느껴지지만 거기에서 일탈할 용기를 내지는 못한 채 영화에서 그 답을 찾으려 한다. 특히 프랑스 영화를 사랑하는 그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여배우들이 이상형이다. 현실적인 속물근성과 거리를 둔 채 낭만적인 감성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키티 오블론스카야 역의 카티아 자부로프는 안나를 흠모하면서도 ‘여자=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관습에 순응하는 20대 초반의 아가씨이다. 폐쇄적인 러시아 이민자 사회 바깥의 데이비드를 사랑하게 되면서 작은 일탈을 꿈꿔보기도 하지만 데이비드가 안나에게 반해 자신을 배신하자 더욱 움츠러들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현실로 돌아와 단단히 뿌리내린다.

이 네 인물들과 안나가 엮어가는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그러므로 『안나 카레니나』와 다르다. 현대적이고 좀더 감각적이며 발랄한 현실 밀착형 이야기이다. 사랑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자가 아낌없이 선물하는 “은쟁반에 놓인 초콜릿을 입힌 딸기, 싱싱하고 풍성한 모란꽃 꽃다발, 불가사리 모양의 은 펜던트가 달린 티파니 목걸이, 초콜릿 수플레 속에 감춘 다이아몬드 반지” 같은 것들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결혼을 결심하고도 의구심을 떨치지는 못하는, 여자의 심리 묘사는 섬세하고 탁월하다.

남자가 다음 데이트에서 안겨줄 선물까지만 챙기고 나서 이별 절차를 밟아야지 마음먹지만 그다음 데이트 선물도 눈앞에 아른거려 어정쩡한 공모의 시간을 암묵적으로 흘려보낸 후 결혼을 돌이킬 수 없게 됐을 때, 여자는 그제야 그 남자와의 결혼을 선택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포기했는지 저울질해 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일단 결혼하고 나면, 그 결혼으로 향유하는 풍요롭고 화려하고 안정적인 일상은 원래 누려왔던 것처럼 그 달콤함이 밍밍해지고 자신이 포기한 것은 더욱 절실해진다. 이제 그것 없이는 도저히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 그것과 맞바꿔 24시간 상주하는 베이비시터를 두고 세일 여부 상관없이 마음껏 신상 명품을 쇼핑하며 돈 걱정 없이 안락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런데 여자가 포기한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얼마나 아름답게 반짝거리는지 생생하게 상기시키는 남자가 있다. 그는 그 강렬한 눈빛을 여자에게서 떼지 못한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결혼할 때는 그토록 재고 따지던 안나가 이번에는 무엇을 잃을지 저울질하지도 않은 채 앞뒤 없이 알렉스와 아들을 두고 데이비드에게 간다. 물론 알렉스와 데이비드를 비교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알렉스도 근사하다. “그가 그녀의 우비를 받아 옷장에 걸고, 옷걸이가 마치 그녀의 목이라도 되는 것처럼 다정하게 스카프를 늘어뜨리는 모습. 세르주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번번이 공갈 젖꼭지를 들고 나오는 버릇. 받침대까지 단정하게 받쳐놓은 화장대 위의 물 한 잔. 잠자기 전의 입맞춤은 더 이상 뜨겁지 않아도 여전히 다정했고, 폭 끌어안는 포옹, 등에 쓸리는 수염의 기분 좋은 느낌”은 여전히 안나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만 안나의 요리를 맛도 보지 않은 채 소금부터 찾는 습관, 잼을 듬뿍 떠서 흘러넘치도록 빵에 바르는 모습, 기타 등등은 점점 참을 수 없어진다. 게다가 알렉스는 ‘작가’도 아니다.

사실 안나가 데이비드를 선택한 것은 그의 꿈이 작가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시작한 문장을 이 남자가 받아서 마무리하는 바람에 남은 말을 꿀꺽 삼키는 느낌은 얼마나 에로틱한지”처럼 안나가 데이비드에게 왜 이끌렸는지 독자들을 납득시키고자 하는, 꽤 멋진 문장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어쨌든 데이비드가 작가를 꿈꾸지 않았다면 안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안나는 뮤즈가 되고 싶었다. 그녀가 불러일으킨 영감을 받아 남자가 쓴 소설 속 낭만적인 여주인공으로 불멸하고 싶었다. 뮤즈가 되고 싶었던 안나의 노력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안나에게 존 키츠의 「나이팅게일에 부치는 노래」를 바쳤던 시티뱅크의 계약직 직원에게는 문예창작 강좌까지 끊어주고 문학 인사들이 모여드는 술집에 데려가기도 했다. 데이비드가 “나는 당신과 함께 있어야 해. 당신에 대한 글을 써야 해”라고 이혼을 부추기자 안나는 대번에 알렉스 곁을 떠난다.

안나는 왜 직접 작가가 되어 자기 작품 속에서 불멸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남보다 스스로에게 의지하는 편이 더 확실하지 않았을까? 이 의문에 안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녀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작가를 사랑할 수는 있었다.” 작가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다는 깨달음. 그 자명한 현실 앞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작가를 사랑하는 일이었다고 안나는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것 같지만, 어쨌든 그것이 안나의 선택이었다. 꿈도 없고 낭만도 없고 돈과 속물적인 취향만 넘치는 알렉스의 현실을 벗어나 안나는 데이비드의 소설 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그러나 “자기 내면에서 오히려 더 생생하게 움직이는 인물들, 상황들, 신화들 앞에서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으며, 실생활보다 책을 읽을 때 그녀의 삶이 더 풍요로웠을지라도” 현실을 마다하고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판타지는 누구에게도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 안나는 따분하고 무료한 현실을 버리고, 구차하고 구질구질한 현실로 들어갔을 뿐이다.

데이비드는 정작 뮤즈가 되어주겠다고 안나가 그의 변변찮은 공간과 일상으로 밀고 들어오자 경제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부담스러워한다. 그들은 사랑했다. “몇 시간씩 입을 맞출 때도 있었건만 갑자기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하루가, 한 주일이, 한 달이 먹먹할 정도로 길어지고” 데이비드는 곧 향수 가격표를 확인하면서 “나는 당신 남편처럼 해줄 수 없어”라고 선언한다. “그 이후로 선물은 점점 뜸해지고, 식당은 점점 저렴한 곳으로 바뀌었으며, 입맞춤만 깊어졌다.” 그것도 잠시, 데이비드는 안나 때문에 “돈이 마르고” 있으니까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을 틀지 말라고, 뭐든 제발 가리지 말고 일하라고 내몬다. 소설 따위는 어디로 갔는지 알 길이 없다.

안나는 정말 데이비드를 사랑했을까? “맞아요, 나는 늘 러시아 여자들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라고 안나를 우스개 삼아 아버지와 함께 키득거리는 데이비드 곁에서 머뭇거렸던 것은, 그를 사랑해서라기보다 그때 그녀가 부여잡을 수 있는 지푸라기가 그, 특히 그녀를 주인공으로 썼다던 그의 미완성 실패작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안나가 사랑한 것은 데이비드가 아니라 사랑에 대한 환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안나는 그의 부모도, 추억도, 옛 여자 친구도, 이제껏 그의 삶을 이루어왔던 어떤 것도 궁금하지 않았다. 데이비드가 그런 이야기들을 늘어놓으면 아예 귀와 마음을 닫아버렸다. 사랑으로 뜨거워졌던 시선이 어느 순간 날카롭고 또렷하고 차가워졌다. 데이비드와 사는 동안 안나가 내내 신경 쓴 것은 자신이 데이비드를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데이비드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어쩌나,이다.

안나는 여자 유혹용이 아니라 영화 자체를 진지하게 사랑하는 레프가 자신을 구원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안나는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은 레프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또한 착각일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이 바뀌어 레프가 ‘타이밍’을 탓하지 않고 용기를 낸다 한들, 사랑의 열기가 가시고 엇비슷한 일상이 이어지면 그들에게도 현실은 범속하고 속물적인 얼굴을 드러낼 테니까 말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안나가 자기 구원의 문제를 마지막까지 남에게 맡기려 했다는 점이다.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뿐이다. 그런데 말이다. 안나에 대해 결국은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해도 안나를 판단하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이성으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어도 어느 순간 허방을 짚고 휘청거리며 남에게 기대고 싶어지는 것은 나뿐만은 아니겠지. 언제든 나약하게 무너질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샘솟는다. 나에게도 누군가 연민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z***e 2013.08.19.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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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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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 큰 감동이나 의미를 주지 못했다. 톨스토이의 작품세계와 러시아의 상황을 알지 못하기에 더욱 난해해 보이기도 하고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 습관등에 있어 무지한 나로서는 더 깊은 감동을 주기에는 나 자신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에서의 "안나 카레리나"라는 부제와의 동질성,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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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어보지 못한 나에게 큰 감동이나 의미를 주지 못했다.

톨스토이의 작품세계와 러시아의 상황을 알지 못하기에 더욱 난해해 보이기도 하고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과 풍습, 습관등에 있어 무지한 나로서는 더 깊은 감동을 주기에는 나 자신의 능력이 따라가지 못하는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미국에서의 "안나 카레리나"라는 부제와의 동질성, 공감성을 나는 느끼지 못했다.

작가가 러시아 출신 미국 이민자이기에...그리고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고 감명을 받아 쓴 처녁작이라는 점에서 기본 대작과는 어떤 차별성을 가지고 있을지 많은 흥미를 주었으나 나 자신 안나 카레리나를 읽지 못하여 어떤 평가를 내리기도 쉽지 않다. 세기의 명작들을 많이 읽어 볼걸하는 후회스러운 마음이 생긴다.

소설의 배경은 러시아가 아닌 미국에서의 러시아 이민자들의 가족과 안나의 사랑에 관한 소설이다.

특히 러시아 유대인으로서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된 그의 가족들과 가족 공동체에 관한 소설로 이해된다.

어릴때 이민을 오게된 안나의 가족과 친지들...그들이 미국 생활에 적응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랑이야기인것 같다.

내용에 있어 내가 내린 결론은 미국 사회와 러시아 이민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그들만의 고민과 사랑으로 러시아에 비해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속에서 공동체 생활과의 괴리,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사고 방식에 더 큰 의미를 둔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미국에서 정착하고 학교를 다니는 중에 나타난 데이비드와의 사랑 이전에 가족간의 결혼하에서 만난 알렉스와의 결혼 생활에서  빚어지는 가족과 사회에서의 괴리와 더불어 빚어진 결혼 생활에서의 문제점을 제시하는것이 아닐까 생각되며 그로 인해 보다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게되어 데이비드와 생활을 같이 하는중에도 그들만의 만족할 수 없는 생활을 통해 통제된 조건하에서의 생활과 자유를 만끽하고 싶은 인간의 감정을 통해 어찌보면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문제점을 도출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그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l*****7 2013.08.19.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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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당신은 지금 실수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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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당신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야" 내지는 "당신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고 치자. 우리는 겉으로 무심한 척 흘려 듣거나, 헛소리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내가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내가 지금 올바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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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나에게 "당신 지금 실수하고 있는 거야" 내지는 "당신 그렇게 사는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고 치자. 우리는 겉으로 무심한 척 흘려 듣거나, 헛소리하지 말라고 큰소리를 치거나, 아무렇지 않은 척 행동할 수 있다. 그러나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내가 과연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내가 지금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건가."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 그 유명한 톨스토이의 고전, <안나 카레니나역시 어떻게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책이다. 메인 플롯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사랑하게 된 한 여자의 욕망과 좌절을 다루고 있지만, 비극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만이었다면 한 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그런데 톨스토이는 무려 18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엄청난 분량의 세 권짜리 책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안나의 불륜을 개인적인 파멸이 아닌 사회적인 파장으로 그리겠다는 얘기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질문을 던진다. 남편과 아이를 두고 젊은 남자와 바람난 여자이므로 그렇게 죽어 마땅한 것인가? 오로지 자신의 체면 때문에 이혼해주지 않는 카레닌보다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안나의 삶이 더 행복한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이안나 카레니나를 책으로든, 영화로든 접한 적이 있을 테니 그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생각에 맡긴다.

 

이리나 레인의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라는 작품은 '19세기의 안나가 21세기의 뉴욕에서 태어났다는 설정'으로 명백히 톨스토이의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오마주(Hommage)라고 밝히고 있다. 오마주란 '존경'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보통 자신이 존경하는 작가나 영향을 받은 작품에 보내는 헌사로 특정 장면이나 유사한 분위기, 스타일을 따라 하는 방식으로 표현을 한다. 따라서 톨스토이의 원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작품이 기대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 플롯과 설정, 캐릭터의 성격까지 모두 원작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어,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기 보다는 리메이크했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인물들의 직업과 주변 환경은 바뀌었지만, 결국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갈등을 겪고, 같은 비극 속으로 스스로 걸어들어간다.

 

안나 K (안나 카레니나)는 적당히 통속적이고 몽상적인 여주인공으로 러시아(구소련)계 이민자이다. 출판사의 해외 판권 업무를 담당하면서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나 『오만과 편견』의 다아시 같은 남자를 꿈꾼다. 서른여섯 해를 넘기도록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지 못해 결국 부모님의 주선으로 결혼한다. 알렉스 K (알렉세이 카레닌)는 돈과 속물적인 취향만 넘치는, 뉴욕 상류 사회의 풍요롭고 안정적인 일상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업가이다. 데이비드 주커먼 (브론스키)은 사촌 동생 카티아의 연인, 소설가가 되고 싶어 하는 겸임 교수. 안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지만, 안나와 데이비드의 사랑은 불안정한 현실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레프 가브릴로프 (콘스탄틴 레빈)는 프랑스 영화를 사랑하는 약사,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한 카티아와 결혼하지만 이내 실망감에 휩싸인다. 카티아는 레프가 키워온 환상 속 공주도 아니었고 프랑스 영화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카티아 자부로프 (키티 오블론스카야)는 출산을 앞둔 카티아는 레프가 데이비드처럼 자신을 불시에 떠날까 봐 일부러 안나에게 보내 그의 마음을 시험한다.

 

줄거리와 캐릭터를 보면 알겠지만, 원작과 크게 차이가 없다. 19세기 원작의 21세기 버전 재해석이면 더 흥미로웠겠지만, 너무 많은 부분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어 현대의 여성들에게, 또 다른 안나 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라든가 그런 것은 별로 없다. 중요한 점은, 원작에서 안나는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면서 '부끄러워'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무서운 대가를 치르고 손에 넣은 것이라는 자각이 있었고, 그 수치를 대가로 사랑을 구했다는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었다. 행복과 두려움, 부끄러움과 즐거움. 감정의 착잡함과 환희..이렇게 상반된 감정을 겪으면서 불안해하는 안나의 모습이 독자로 하여금 연민도 가지게 하고, 이해도 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안나 K에게는 그런 느낌이 전혀 묻어 나오지 않는다. 태생적으로 비극적인 사랑에 끌렸고, <폭풍의 언덕을 열네 번도 넘게 탐독했고, 자신만의 히스클리프를 찾고 싶었던 그 소녀 같은 감성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스무 살 시절에 안타깝게 끝난 첫사랑의 기억이나 꿈꾸던 왕자님에 대한 이상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안나 K는 삼십 대 후반이 되어서도 이십 대 초반 때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 철없는 것을 넘어서 무지하고, 뻔뻔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니 글쎄.. 공감과 연민을 가지긴 다소 어려운 주인공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반면, 레프와 카티아의 이야기는 충분히 있을 법하고, 현실적이고, 공감이 간다. 첫사랑과 결혼해서 환상이 깨어지는 경우나, 오랜 시간 짝사랑하던 상대와 이루어지는 일들이 현실과 부딪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에 대해 분명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결혼 준비를 하던 시기에, 드레스를 가봉하고, 청첩장을 만들고 하는, 레빈이 보기에 시시콜콜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에 매달려있는 카티아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는 대목이 있다. 그때 카티아의 아버지가 이런 말을 한다. "결혼에는 말일세, 중요한 게 아주 많아. 상상도 못했던 것들일 걸세." 그렇다. 결혼은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또 어려운 결정이다. 그런데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안나 K 처럼 별 생각 없이 등 떠밀려서, 혹은 적당히 조건 맞추어서, 깊이 고민하지 않고 잠깐의 열정으로 결혼을 하곤 한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쉽게, 몇 년 살다가 헤어진다. 갈수록 이혼율이 높아지다 보니, 이혼이란 엄청난 사건이 평범한 일상이 되어버리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말이다.

 

우리는 살면서 모두 크고, 작은 실수를 하면서 살아간다. 꼭 안나처럼 불륜을 저지르는 극단적인 경우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길 수가 있다. 그러나 설사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더라도, 나쁜 유혹에 자신도 모르게 발을 들여놓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양심에 비추어, 도덕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과연 옳은 선택을 한 건인지. 나로 인해, 나를 사랑하는 수 많은 사람들을 절망에 빠뜨리게 하는 건 아닌지.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이 순간의 선택을 후회하지는 않을 런지 말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다. 스스로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 결과에 따른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다면, 그 정도 각오라면 마음이 가는 대로 해도 된다. 그러나 안나 K 처럼 이런 경우, 대부분은 자신의 선택을 후회한다. 그래서 그녀처럼 파멸하거나, 망가지거나, 불행해지곤 한다. 안나 K에게 벌어진 일은, 우리 주변의 그 누구에게도 생길 수 있는 일이다. 교통사고처럼 다가오는 게 사랑이라고는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그 감정에는 항상 책임감이 수반되어야 한다.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13.08.16. 신고 공감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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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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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안나 카레리나>   이 도서의 소개글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안나 카레리나라는 인물, 너무나 오래 전에 읽은 책의 인물이다. 그 때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지는 않기에, 그녀와 대조해가면서 이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 묘사된 안나는 정말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안나 K라는 이 여성은 (물론 K는 카레리나는 아닐 듯...) 35살의 골드미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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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안나 카레리나>

 

이 도서의 소개글에서 가장 눈에 띈 대목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안나 카레리나라는 인물, 너무나 오래 전에 읽은 책의 인물이다. 그 때의 인상이 강하게 남아있지는 않기에, 그녀와 대조해가면서 이 책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 묘사된 안나는 정말 매력적인 여성이었다. 안나 K라는 이 여성은 (물론 K는 카레리나는 아닐 듯...) 35살의 골드미스이다. 사실, 골드미스라고는 하지 못하겠다. 돈을 잘 버는 직업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뉴욕에 살지만 잘 못 사는 동네인 퀸즈에 살고 있고, 코인 세탁기에서 세탁이 다 되기를 기다리면서 소설을 읽는 평범한 소시민의 아가씨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름다워서 길을 걷고 있노라면 뭇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문학과 미술음악같은 것에 지식이 풍부해서 매력이 넘치는 여성이었다. 그녀의 어머니처럼 하루 종일 돈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지만, 돈이 주는 힘과 권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저렴한 옷을 걸쳐도 누구보다 빛나는 여성이지만 무료한 표정을 지으면서 명품숍과 오페라극장을 드나드는 여성들에게 동경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신기했던 것이, 예전의 도스토예프스키에서 표현된 안나도 비슷한 느낌일까? 하는 것이었다. 만약 그런 것이었다면 (그 때는 신분이 돈이었으니 아마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이 큰 메리트였을 것이다. 현대판 안나에게 권력은 돈이지만 말이다)  여자들이 원하는 세속적인 욕망을 얻기 위한 무모함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가보다. 안나 K도 마찬가지였다. 세속적인 욕망은 손에 넣을 수 없을 때는 찬란하게 빛나 보이지만, 그 부귀영화를 다 누릴 수 있는 위치가 되고 나면 바스락거리는 잎새처럼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인다. 그녀와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말쑥한 신사같았던 알렉스 K에 대한 매력도 결혼을 하고 부턴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런 선택을 한 것은 그녀 자신이다. 그녀의 어리석음일 수도 있다. 그래서 누굴 탓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안나 로이트만으로서 코인세탁기에 세탁을 하는 삶을 살면서 자유를 누릴 수 있었지만, 그녀는 부를 택했고, 즐겁고 화려한 파티는 계속 이어지지만, 그녀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먹고 싶은 것은 한 마디에 배달됐고, 신선하고 벨벳같은 초밥을 (이 표현 너무 좋다) 먹으면서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알렉스의 매력에 대해서 남김없이 잊고 싶었던 결혼 전의 시간들은, 결혼 후에는 남편의 호전적인 성격, 자기 방식을 강요하고 자부심만 쓸데없이 강한 그의 태도에 넌더리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운명적으로 만난 사촌 동생의 남자인 데이비드에게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두 가지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순 없다. 그 끝은 비극일 뿐이다. 한 번 했던 선택에 대해서는 돌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결혼이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특권을 덜 누리더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다. 더 많이 노동해야 하고, 맛있는 벨벳같은 초밥을 먹을 수 없을지라도 원한다면 다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모든 것을 누리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추악하다고 생각한다. 안나K처럼 아름다운 여성에게도, 그 운명은 무섭게 다가와 그녀를 집어삼켰다. 씁쓸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자신이 처한 현실에서 인간다운 결론을 내리고 올바른 가치를 가지고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이다.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말이다. .. 안타까운 안나 K의 결말이 마음 아프다.

 

 

c*****1 2013.08.1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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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전부였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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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랑을 꿈꾼 적이 있다. 소설이나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상상 속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의 끝에서 기다리는 삶은 궁금하지 않다. 사랑하고 있는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때문에 사랑과 결혼은 다른 것이다. 수 세기를 걸쳐 사랑을 다룬 소설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을 저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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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사랑을 꿈꾼 적이 있다. 소설이나 영화 속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말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기에 우리는 상상 속 사랑을 꿈꾼다. 그 사랑의 끝에서 기다리는 삶은 궁금하지 않다. 사랑하고 있는 현재가 중요할 뿐이다. 때문에 사랑과 결혼은 다른 것이다. 수 세기를 걸쳐 사랑을 다룬 소설이 인기를 얻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사랑이라는 끝을 알 수 없는 욕망을 저버릴 수 없으므로. 그런 점에서 자동적으로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가 떠오르는 이리나 레인의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는 이미 성공한 소설이다.

 

 그렇다. 이 소설은 19세기 안나가 아닌 21세기 안나를 만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했지만 안나가 사랑하는 방법은 다르지 않다. 안나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사랑이었던 것이다. 주인공 안나는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온 러시아 이민자다. 언어와 문화,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고 익혀야만 했다. 쉽지 않았지만 화려한 뉴욕의 삶을 포기할 수 없었다.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부모님의 소개로 만난 사업가 알렉스 K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알렉스를 기다리는 기차역에서 운명의 남자 데이비드를 만났지만 예정된 상류사회의 삶을 저버릴 수 없었다.

 

 안나의 결혼 생활은 모두에게 부러움이었다. 그런 안나를 동경하는 사촌 동생 카티아는 남자 친구를 가족과 친척들에게 소개하는데, 그 남자는 바로 데이비드였다. 카티아의 연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안나는 자신을 모델로 소설을 쓰고 싶다는 데이비드에게 빠져든다. 알렉스의 경제력, 갓 태어난 아들도 안나의 사랑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모든 걸 버리고 데이비드를 선택하고야 만다.

 

 ‘그의 죄목은 그녀를 몰랐다는 것이다. 자신의 호기심이 끝나는 곳에 그녀의 호기심은 시작된다는 걸 인정하지 않았고, 그녀가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있는 바비큐 레스토랑을 좋아하고, 페이야드의 디저트보다 오레오 쿠키를 더 좋아하며, 비닐을 벗기지 않은 채로 자기 내면에서 오히려 더 생생하게 움직이는 인물들, 상황들, 신화들 앞에서 현실을 부정할 수도 있으며, 실생활보다 책을 읽을 때 그녀의 삶이 더 풍요로웠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다.’ (195~196쪽)

 

 안나가 선택한 사랑이 주는 행복은 길지 않았다. 한 해, 두 해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견딜 수 없었고 데이비드와의 거리는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안나에겐 다른 사랑이 필요했다. 그녀의 시선이 닿은 남자는, 카티아의 남편 레프였다. 어린 시절부터 카티아를 좋아한 레프는 결혼에 실망한다. 책이나 영화 속 장면이 아닌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카티아와는 영혼을 나누는 무언가가 없었다. 카티아는 옛 연인처럼 남편이 안나에게 빠져들까 두렵다. 카티아는 남편과 안나의 만남을 주선해 그의 마음을 시험한다. 안나와 통하는 게 있었지만 레프는 현실을 확인한다.

 

 안나와 카티아는 둘 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둘의 삶은 달랐다. 카티아가 결혼에 의미를 두었다면 안나는 사랑에 의미를 둔 것이다. 카티아는 현재와 미래를 계획했고 안나는 과거와 현재의 감정에 충실했다. 레프가 안나에게로 향하는 감정을 받아들였다 해도 카티아는 혼자 살아가겠지만 안나는 다른 누군가를 원했을 것이다. 끊임없이 샘솟는 사랑을 말이다. 안나에게 사랑은, 신이자 구원이었다. 때문에 안나의 마지막 선택은 유일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에겐 그녀의 삶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사랑이 전부였던 삶, 그것은 온전히 그녀의 것이므로.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감정이 깊어질수록 기억도 또렷해진다고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구석구석 세세하게 묘사하는 건 물론이고 어떤 날 입었던 옷가지와 머리 모양, 잠결의 뒤척임까지도 기억할 수 있다. 그런데 안나는 반대였다. 사랑은 늘 구체적인 것들을 모호하고 흐릿한 덩어리로 뭉뚱그렸다. 그녀는 말과 행동, 몸짓을 잊어버리곤 했으며 심지어 얼굴마저 사라지기도 했는데, 전부 내면에서 지독하게 타오르는 감정에 아지랑이처럼 희미해졌기 때문이다. 너무나 감상적인 환희.’ (159~160쪽)

r*********s 2013.08.26. 신고 공감 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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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예담] - 뉴욕에 환생한 안나 카레니나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예담] - 뉴욕에 환생한 안나 카레니나" 내용보기
이 책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판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이리나 레인은 1974년 모스크바 태생으로 일곱 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이 소설은 그녀가 2008년에 쓴 작품으로 미국의 몇 언론에서 2008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리뷰를 하기에 앞서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않았기에 원작과 비교 평가는 할 수 없었음
"[안나 K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이리나 레인, 예담] - 뉴욕에 환생한 안나 카레니나" 내용보기

이 책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현대판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인 이리나 레인은 1974년 모스크바 태생으로 일곱 살에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주한 러시아계 유대인이다. 이 소설은 그녀가 2008년에 쓴 작품으로 미국의 몇 언론에서 2008년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리뷰를 하기에 앞서 나는 안나 카레니나를 읽지 않았기에 원작과 비교 평가는 할 수 없었음을 밝혀두는 바이다.


그녀의 본명은 안나 로이트만. 소설은 알렉스 K와의 결혼 준비로 분주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미 결혼식을 준비하던 중에 받았던 프로포즈.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결혼생활. 이제 그녀의 이름은 안나 K. 그다지 끌림이 없던 사람과의 결혼으로 무료했던 안나 K는 사촌동생 카티아가 좋아하던 데이비드를 마음에 품게 된다. 그리고 알렉스 K와는 이혼을 전제로 별거하고 데이비드와 동거를 시작한다. 충격을 받은 카티아는 또다른 남자 레프와 결혼한다. 안나 K는 또다시 데이비드와의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고 그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이미 한번 상처를 준 카티아의 남편 레프에게 또다시 마음이 가면서 번민이 계속된다.



마지막 부분에서 안나 K가 레프와의 만남을 목적으로 참석한 카티아 가정에서의 파티에서 주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p.311). "몰인정한 여자네. 제 속으로 낳은 아이를 나 몰라라 하다니.", "그 남자와도 오래가지 못할걸.", "처음부터 끝까지 몰인정하지." 상식적인 선에서 그 사람들의 비난에 공감하면서도 왜 안나 K에게 동정이 가곤 했다. 객관적으로 보아 안나 K에 대한 비난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안나 K의 심리상태에 대해 묘사하면서 그녀의 동정심을 유발한다. 안나의 어머니가 알렉스 K와 다시 합칠 수는 없겠느냐며 안나에게 애원하는 장면이 몇번 묘사되면서 나역시 원상태로의 회귀를 바라면서 그녀를 동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을 덮으면서 그 동정은 더 이상 필요없게 되었다.


'사랑'이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남편이었던 알렉스 K에게 데이비드를 향한 마음을 전하면서 "나는 그를 사랑해요."라고 말한다. 그 사랑의 대상이었던 데이비드를 떠나겠다고 먹었던 그 마음은 사랑이 아니었던 것인가. 레프는 자신을 찾아온 안나 K를 향해 타이밍이 맞지 않을 때 찾아왔다고 하며 거절한다. 서로의 마음을 알았지만 가정을 깨는 것을 원치 않았던 레프. 그 경계를 오고갔던 안나 K. 그 경계에서 자신의 새로운 삶을 찾기 위해 떠나는 데이비드.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도 등장한다. 안나는 꿈을 꾸었고 그 꿈에서 폭력배를 만나 협박을 받는다. 그리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앞으로 닥칠 재앙을 경고했다.' 안나에 대한 동정이 사치일지 모르지만 안나는 알렉스와의 결별에 이유를 분명히 했다. 그는 그녀를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p.195) 그것이 목소리만 들어도 좋았던(p.151) 알렉스와 결별한 이유다.


엔딩장면을 보면서 우울한 마음과 함께 나는 안나와 같은 사랑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서로를 알아가고 신뢰하는 것. 그리고 각자의 꿈을 공유하고 함께 이루어가는 것.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 아닐까.




k******1 2013.08.2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