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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책들도 대체로
그렇지만 제목이 많은 걸 이야기한다(물론 그렇지 않은 책들도 적지 않다). 이 책의 핵심은, 말하자면, 거짓말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1800년대 중반. 아직 이탈리아가 지금의 모습, 즉 통일 이전이다. 이전부터 남부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에스파니아, 신성로마제국 등 열강들의 먹이감이었다. 유럽
역사에 대해서 잘 모르면, 지도를 봐서는 별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각국의 왕가들은 시칠리아를 포함하는, 나폴리를 중심으로 한 남부
이탈리아의 소유권을 주장했고, 그것을 빌미로 이탈리아를 침공했다(그
이야기들은 알렉산데르 6세와 체사레 보르자, 그리고 마키아벨리
등을 중심으로 한 책에 자주 등장한다). 그렇게 획득한 소유권은 수탈로 이어졌고, 당연히 남부 이탈리아는 피폐해졌다(지금까지도 이탈리아에서 남부와
북부 사이의 경제적 차이가 이어져오고 있다).
장소는 시칠리아 왕국의
어느 외딴 섬으로 이루어진 감옥(영화 <더 록>이 연상된다). 당시 시칠리아 왕국을 지배하고 있던 부르봉 왕가를
반대하는 지하 운동에 연루된 네 명의 남자들은 다음 날 사형을 앞두고 마지막 밤을 보내게 된다. 귀족
출신의 인가푸 남작, 시인으로 불리는 살림베니, 병사 출신의
아제실라오, 그리고 학생 나르시스. 그들은 또 다른 사형수, 이른바 수도사라 불리는 치칠로라는 노인과 같은 방에서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에 대해서 얘기하기로 한다. 그것은 자신 인생에 대해 회고였다. 마치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을
떠올리게 하는 그런 구조인 셈이다.
그들의 인생 이야기는 처음부터 온전히 믿기가 힘든
것이었다. 인생에 대한 회고는 언제나 자기 중심적이어서, 자신에
대한 옹호, 나아가 미화하기 마련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그런
것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치칠로는 이렇게 일갈한다. “먼저 아제실라오, 발끈해서 제 아비를 죽인 놈, 너는 인간 말종에 불과해. 그리고 살림베니, 자네는 과부와 고아를 유혹한 불한당일 뿐이야. 남작, 당신은 아벨을 가장한 카인이고, 나르시스, 넌 걸핏하면 반하기 잘하는 나르시스에 지나지 않아.”
그들의 이야기가 어디까지가 거짓말이었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고, 그것으로
그들은 교도소장을 속였다고는 하지만, 그들의 거짓말이 온전히 거짓말도 아니다. 사실 그들의 인생 이야기가 거짓말이든, 진실이든 결국 교도소장을
속인 것은 그들의 인생과 관련한 그 이야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의 이야기가 자신의 인생을 뼈대로
하지만 거짓을 포함하는 환상과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그래서 인생의 마지막 날. 그렇게 자신들이 기억하고 싶은 인생으로 윤색하는 것을 즐겼을른지도 모른다.
거짓말이라는 말에 포함된 부정적 뉘앙스만 빼면 어차피
소설은 거짓말이다.
이 소설은 읽으면서, 혹은 읽자마자 어떤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할수록 문학의 본질과 삶에 대한 기억과 태도에 대해 깊은 암시를 하고 있다는 게 스며들어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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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수알도 부팔리노라는 작가에 대해서 전혀 알지 못하였으나, 우연히 이 책을 추천받게 되어서 늦게나마 접하게 되었다. 사실 이 책 한권으로 제수알도 부팔리노에 대하여 파악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특별히 작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는 않겠다. 솔직히 우리나라에 그의 작품으로 소개된 작품은 현재 인터넷 서점 기준으로 단 2편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 사람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뒤늦게 추천으로나마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작품을 읽게 된 것을 다행이라 여긴다. 이야기의 배경은 대략 1800년대 중후반 이탈리아 통일 운동이 일어나던 시점으로 생각된다. 당시 여러 도시국가로 나뉘어져 있던 이탈리아는 북부 지방은 오스트리아 제국에게, 중부 지방은 교황의 지배, 남부 지방은 부르봉 왕가(스페인 계열)의 지배를 받고 있는 실정이었으며,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바로 부르봉 왕가에 대항하는 비밀 조직의 일원으로 묘사되고 있다. 시작은 시칠리아 왕국의 어느 외딴 섬의 요새 감옥에 갇혀 있던 4명의 사형수의 이야기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부르봉 왕가에 저항하기 위하여 국왕을 암살하려다가 실패하여 사형수 신분으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감옥의 사령관인 콘살보는 이들로부터 조직을 이끌고 있는 '살아있는 신'이라 불리우는 인물의 정체를 밝히기 위하여 계획을 수립한다. 사형수 4명에게 다음날 사형 집행일까지 종이에 조직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적어서 내면 모두 자유의 몸으로 석방을 하겠다고 제안을 한다. 물론 정체를 고발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사형을 진행시킬 것을 통보하면서 말이다. 4명의 사형수는 치릴로라는 사형수와 함께 방에 갇혀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하게 된다. 50대의 귀족 출신인 인가푸 남작, 스스로 시인이라고 말하는 살림베니, 그리고, 인가푸 남작을 따르는 병사 출신인 아제실라오, 살림베니의 심복으로 비밀 결사에 가입한 20대의 학생인 나르시스. 이들 4명의 조직원은 시시각각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겉으로는 절대 조직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뱉지만, 그들의 내면에는 누군가가 대신 '살아있는 신'의 정체를 밝혀주기를 바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한다. 이렇게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먼저 와 있던 수도사 치릴로는 그들에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유한다. 마치 페스트를 피해서 모여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데카메론>처럼. 이들은 치릴로의 권유에 동의하면서 차례대로 자신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된다. 가장 어린 학생 출신의 나르시스는 한 유부녀에 반하여 사랑을 느꼈던 감정과 함께 어린 나이였지만, 권력에 대한 반항심을 이야기 한다. 가장 나이가 많은 인가푸 남작은 자신의 쌍둥이 동생이 결투에서 죽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동안 의욕없는 삶에서 동생의 뜻을 받아들여서 지금의 조직의 신념에 따라 행동해온 이야기를 하게 되고, 아제실라오는 강간으로 태어난 자신의 비참한 삶에서부터 나중에 자신의 아버지라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복수를 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시인인 살림베니는 조직의 활동을 하면서 경험한 공작부인과 그 의붓아들과의 추억을 이야기한다. 치릴로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신랄하게 비판을 하기도 하고, 동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내심 그들이 한 말로부터 거짓이 있음을 밝혀낸다. 이 4명의 사형수는 사형을 앞두고 왜 그런 말들을 하였을까? 단순히 죽음을 앞두고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다스리기 위하여 내뱉은 말이었을까? 왜 치릴로는 그들이 그러한 이야기를 하도록 유도하면서 그들의 말로부터 무엇을 알아내려고 하는 것일까? 사형을 앞두고 과연 누가 살기 위하여 '살아있는 신'의 정체를 밝히게 될 것인가? 책의 마지막에서는 이러한 질문 뿐만 아니라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내용이 묘사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다소 지루한(?)부분도 조금 있었지만, 왜 그렇게 지루한 부분이 이야기로 등장하였는지 마지막에 가서야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날 밤의 거짓말>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분명 무언가 반전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또한 거짓말이라는 자체가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지적 유희를 제공하는 책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책은 마지막의 반전과 함께 생각지도 않았던 작은 표현들이 책의 마지막에서 반전을 위한 기막한 장치였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을 읽고 덮으면서 다시 앞서 읽었던 부분들을 찾아가게끔 만드는 매력을 선사해 준다. 이러한 기술적인 표현과 구성도 이 책이 주는 묘미이지만, 4명의 사형수의 이야기와 치릴로의 조언 내지는 신랄한 비판들도 깊은 느낌을 전달해준다. 사형을 앞두고 있는 인간들의 기본적인 공포심과 혼란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들의 인생에서의 이야기가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도 생각해볼만한 요소이다. 그러한 혼란스러운 감정과 심리 상태에서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태는 어떻게 보면 우리의 인생의 한 단면을 묘사하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또한 단 하나의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우리 삶의 단면을 하나의 이유로 정의하고자 하는 모순된 방법이 우리 스스로를 혼란에 빠지게 하는 모습도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추천을 받아서 읽은 책이었는데, 추천을 받지 않았다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또한 책벌레라 불리울 정도로 애독가였던 제수알도 부팔리노의 풍부한 인용문들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하게 해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실제 이 책에서는 다른 작가의 작품의 글이나 오페라의 대사, 다양한 실존 인물들의 언급으로 인하여 여러 방면으로 호기심을 갖게 만드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추리소설과 같은 기법을 동원하였으니 읽는 동안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었던 작품이었다고 본다. 모든 책들이 개인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기에 개인적인 의견은 이정도로 서술하고 시간이 된다면 그래도 한번쯤 읽어봐도 괜찮은 책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