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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 사회 : 동네는 어디로 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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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반을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구시가지 동네에서 살았고 나머지 평생은 아파트단지가 모여있는 신시가지에서 살고 있다. (아직 젊습니다. ㅋㅋ) 남은 인생도 아마 아파트에서 살아갈 것 같다.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지만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을 이길 반대요인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과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산책할 때 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낯익지만 잘 모르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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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의 반을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구시가지 동네에서 살았고 나머지 평생은 아파트단지가 모여있는 신시가지에서 살고 있다. (아직 젊습니다. ㅋㅋ) 남은 인생도 아마 아파트에서 살아갈 것 같다.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지만 아파트가 주는 편리함을 이길 반대요인이 없다. 하지만, 아이들과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산책할 때 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갈 때, 낯익지만 잘 모르는 사람을 단지내에서 마주칠 때마다 생각나는 질문이 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정말 우리 동네일까? 별로 나이들지도 않았는데 "동네"라는 이미지가 내가 살고 있는 단지와 비슷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동네"라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왜? 지금이 아파트단지를 우리동네라고 느끼지 못할까? 


"아파트 한국사회"라는 책에서 내가 가진 모든 의문을 풀어준다. 대답은 "단지공화국에 갇혀서이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주범은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아파트가 인기를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로 개발 되었기 때문이고, 그 뒤에는 한국의 도시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사정이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 인위적으로 동네 흉내를 낸 '단지'이기 때문에 진짜 '동네'의 향이 없는 것이다. 골목이 놀이터이자 광장이었고 골목이 자연스럽게 집으로 이어지던, 그리고 옆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그런 동네가 아니다.


주변의 공공환경이 좋아야 좋은 동네, 좋은 집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파트 단지는 다르다. 주변환경과 관계없이 자족적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시설비용은 모두 수요자 부담이다.~~~도시 공공공간이 공원녹지와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은 이를 사적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에 가장 효울적으로 부응한 것이 아파트 단지 개발이었던 것이다.

국가가 부담해야 할 공공성을 사적인 재화로 만들어 시민에게 떠 넘긴 것이다. 구입할 수 있는 사람부터 누려라. 영화 설국열차처럼 각자가 가진 부에 따라 좋은 단지 나쁜 단지로 나뉜 것이다. 별안간 엣 동네는 낙후된 구시가지가 되어 버렸다. 국가가 해주는 것은 없다. 오직 자신의 능력에 따라 앞칸으로 좋은 단지로 이사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경제발전의 집중을 위해 토지의 공공성을 포기했는데 경제는 올바르게 성장했는가? 

단지화 전략에 따른 소필지 조직 감소는 산업과 지역경제 차원에서도 중요한 문제를 낳는다.~~소필지 지역은 크고 작은 건축활동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건설산업 현장인 것이다.~~결국 단지화 전략으로 7천800개의 중소 건설업체를 없애고 대신 대형 건설업체 10개를 키워낸것이다.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 230개이니 7천800개 업체라면 모든 시군구에 34개씩 돌아가는 엄청난 숫자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지방마다 견실한 건축업체가 그 지역과 어울리는 작은 단지를 만든다면 대한민국 모든 지방의 일거리도 풍부해져 진정한 낙수효과가 생겨 지역경제가 풍요로와 질 것이다. 서울 등 대도시에 있는 대형업체에 꼭 취직할 필요가 없으니 교육문제도 완화되었을 것이고 서울로 서울로 몰려들어 교통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을 것이다. 그놈의 규모의 경제!


우리는 규모의 경제가 주는 효율성과 편리성이라는 함정에 빠졌다. 어떻게 빠져 나올 것인가? 해체? 아파트 단지의 변화로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 


책의 특성상 "속칭"베스트 셀러가 될 수는 없지만 책은 아니지만 숨어 있는 좋은 책 중 한권이 될 책이다.

















YES마니아 : 골드 l****0 2013.08.21. 신고 공감 4 댓글 13
리뷰 총점 종이책
아파트 '단지' 공화국으로의 전략, 그리고 도시공간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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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은 이제 학술적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말이 되었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우리나라의 아파트 경관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이 나온지도 제법 되었다.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 경관 형성과정에 대해서 권위주의 정부가 재벌 건설회사에게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도록 영향을 준 정책,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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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은 이제 학술적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말이 되었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가 우리나라의 아파트 경관을 외부자의 시선으로 분석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이 나온지도 제법 되었다. 발레리 줄레조는 아파트 경관 형성과정에 대해서 권위주의 정부가 재벌 건설회사에게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하도록 영향을 준 정책, 그리고 아파트에 입주한 이들의 자산 증식을 통한 중산층으로의 성장 등을 지적한다. (리뷰 참조  : http://blog.yes24.com/document/7110604


아파트 공화국

아파트 공화국


  프랑스의 여성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의 책이 2007년에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다소 선정적인(?)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 아파트에 치이며 울고 웃던 한국사회는 이 제목에 제대로 '꽂혀'버렸다.(p.17)


  아파트 경관이 당연하게만 생각하던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 이후, 내부자들에 의한 아파트 경관의 연구도 있따랐다. 아파트에 미치다, 아파트, 아파트 게임 등 국내 연구자에 의한 저서도 최근에 많이 출간되고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아파트 경관의 분석에 대한 연장선이다. 이 책의 저자는 건축학 교수로, 오랜 기간 건축과 사회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 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아파트 공화국>에서 지적한 우리나라의 아파트 경관 형성에 정부의 제도 및 정책이 영향이 컸다는 주택공급 중심의 접근을 비판적으로 계승한다. 발레리 줄레조는 '정부-재벌-중산층 삼각동맹'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 책에서는 '조절양식' 개념을 적용하여, 한국의 아파트 경관 형성에서 정부의 도시 및 주택개발정책의 영향이 컸다는 접근방식을 취한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중간계층의 공간 욕구를 충족해주는 정부의 정책이 아파트 건설이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아파트 단지 개발은 압축적 축적체제의 조절양식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p.34)


경부고속도로의 동편인 분당 신도시와 서편인 판교 신도시

'조금 된' 아파트, '얼마 안된' 아파트의 차이만 있을 뿐

두 신도시는 다 아파트 단지로 조성되었다는 점은 유사하다.

출처 : 네이버 지도



  그런데 저자는 논의의 초점을 '아파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미시적인 규모로 접근한다. 저자는 아파트에만 주목하면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생활공간 규모에서의 '아파트 단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정부가 도시 및 주택개발정책을 단지 아파트만 세우는 것이 아닌 '아파트 단지' 형태로 한 원인이 바로 취약한 도시의 공공공간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한 1970년대, 국가 혹은 도시정부에서는 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주는 여러 시설을 설치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공공 분야에서 주민들의 노동재생산에 필요한 여러 편의시설 제공을 거의 방관하다시피 했다. 그래서 일반 주택에서는 편의시설 부족에 시달렸지만, 대조적으로 '아파트 단지'에서는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여러 기반시설인 주차장, 공원, 상가, 치안 등을 제공하여 주거의 질을 높여주었다. 즉, 정부에서는 아파트 단지 진입로만 마련해 주고 나머지를 건설사에게 위임하면, 건설사는 알아서 중산층이 살기 적당한 주택 및 도시환경을 조성해 준다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이 아파트에 열광하는 것은 발레리 줄레조가 지적한 것처럼 '서구 문화의 맹목적 열망'이라기보단, 아파트 단지가 제공하는 '각종 편의시설에 대한 열망'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주택마저 '단지' 형태로 지어는'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것의 등장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과거 우리나라의 열악한 도시환경에서 나타난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국민들이 수요를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파트에 대한 열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동일 저자의 다른 책 제목이기도 한 아파트와 바꾼 집을 보편적으로 기대하기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주택지의 주거환경은 1970년대의 상황과 지금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고, 앞으로도 주택지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이 없다면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의 비중이 증가하는 쪽으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요컨대 공공공간 환경이 취약한 도시는 계속해서 자족적인 '단지 환경' 요구에 직면할 것이라는 의미다. 자족적인 '단지 환경'은 좀 더 큰 단지에 좀 더 화려해지는 것부터 소규모 도시생활주택 단지까지 계층화될 것이고, '단지 환경' 시장에서 소외된 계층의 주택시장인 소필지 지역은 점점 더 과밀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우울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이다. 아파트 시대가 끝나기는 커녕 좀 더 그악한 아파트 단지 공화국이 되어갈 것이다. 도시 공공공간 환경에 대한 대폭적인 투자가 없다면, 그래서 지금과 같은 취약한 도시환경 상황이 지속된다면 말이다.(p.72)


아파트와 바꾼 집

아파트와 바꾼 집

저자인 박인석 교수는 역시 건축학자인 박철수 교수와 함께 단독주택을 지어 살고 있다고 한다.

한 가족이 사는 단독주택도 아닌, 두 가족이 사는 단독주택이라...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아파트 단지화 전략이라는 조절양식이 당시에는 어쩔 수 없었을지라도, 이것이 가져온 공간적 결과가 '미래의 도시공간 자산을 왜곡시켰다는 점에서 적어도 퇴행적 조절양식(p.35)'으로 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아파트 단지는 인간생활의 미시적 스케일에서 보았을 때 비인간적이고 비사회적인 측면이 나타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누구에게나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도 있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당연하다고 느끼던 것에서도 나타난다.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의 예로는 아파트에 둘러쳐진 담장이다. 비록 아파트 단지 주민들의 프라이버시 보호와 안전감 확보에 의해 담장 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주는 위압감과 주위와의 격리 등은 분명하게 도시공간을 왜곡하는 부정적 효과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네 아파트의 '고층화''긴 전면 폭'을 지적한다. 단지 내 오픈스페이스 확보를 위해 아파트를 고층화할 수밖에 없고, 넓고 밝은 집을 얻기 위해 단위주거의 긴 전면 폭을 확보하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다. 결국 아파트 주민 입장에서는 넓고 밝은 집을 얻었지만, 그 과정에서 도시의 경관이 아파트 숲으로 뒤덮이는 '도시 경관의 착취'로 귀결되고 말았다. 공간의 퇴행은 가정 내의 행태적 측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데, 넓고 밝은 집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주택평면의 왜곡은 결국 수납공간의 부족과 부엌 위치의 주변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주부의 가사노동 증대 및 가정 내 관계의 파편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분석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저자는 우리의 아파트 단지와 주거평면 형태 등의 공간적 특징이 인간사회관계를 왜곡하고 있는 여러 사례를 지적한다.


  하지만 저자는 르페브르의 '재현의 공간(space of representation)' 개념을 인용하면서, "사람들이 우연한 사건을 경험할 확률이 높은 공간구조를 만들어 내는 일, 이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법칙에서 벗어난 축제적 사건과 일탈이 일상화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 그리하여 기존 사회체제가 배열한 공간양식에서 탈주하고 탈영토화에 대한 욕망을 생성하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일(p.268)"을 모색하자는 주장을 한다. 즉 아파트 단지라는 공간에 구속되지 말고, 우리가 상상하는 살기 좋은 공간을 상상하고, 기존의 담론을 해체하고 살아있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자는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대규모 단지를 해체하고 소규모의 형태로 구성하여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증대시키자는 주장을 한다. 그리고 사적 공간보다는 공적 공간을 늘려, 공동체를 회복하자는 의견을 제시한다. 


  아파트는 집이다. 너와 나, 시민들 개인 개인의 하루하루의 삶을 담는 공간이다. 그러니 아파트를 바꾸는 일은 개인들의 삶을 바꾸는 일이다. 아파트 단지에 갇혀 있는 개인들의 삶을 서로 접속하고 소통하는 삶으로 바꾸는 일이다. 담장으로 페쇄된 '통로'를 재기 넘치는 개인 개인들의 접속과 소통의 '길'로 바꾸는 일이다. 발코니 새시로 닫힌 개인의 전용공간을 다른 개인들과 접속하고 소통하는 공존의 공간으로 바꾸는 일이다.(p.350)




  결국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아파트냐 주택이냐의 피상적 형태 논의가 아니다. 주택의 형태 그 자체는 껍데기에 불과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공간을 점유하고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이루는 공동체가 얼마나 살기 좋고 건전하며 지속가능한 형태의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지이다. 사람들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의 도시 및 주택정책을 위해 고민하려는 태도를 지닌다면, 그 주거형태가 아파트이든 주택이든 제3의 주거형태이든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책을 다 읽은 후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살펴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아파트 공화국>의 리뷰와 이 책의 리뷰를 비교해 보면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아파트 공화국>의 리뷰에서는 발레리 줄레조의 분석이 명쾌했다는 지적도 존재하는 반면 분석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마치 서양인들이 자신들의 모습이 표준인양 말하는 것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리뷰에서는 불편한 느낌을 말하는 이가 거의 없었다. 예스24의 몇 개의 리뷰가 모든 것을 대표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아파트 공화국>이 발간된 뒤에 어느 정도 그 반발심이 누그러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중요한 점은, 국민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 단지에 살아가는 상황에서 분명 생활의 편리함도 만끽하기도 했겠지만 부정적 영향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아파트 단지의 공간왜곡은 비단 저자만의 고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당장 주택으로 이사를 가지는 않을지라도 아파트 단지 공간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이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들의 내부적인 성찰이 학자들에게도 이루어졌을 것이고, 그 논의를 세련되게 만든 것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몇년 전 '뉴타운 역풍'이 지방선거의 주요 이슈였다는 점은 더이상 아파트 단지로의 재개발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볼 수도 있다. 저자가 언급한 '재현의 공간'을 만들기 위한 몇몇 사람들의 노력도 '아파트 공동체 운동' 등으로 시도되기도 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주거 및 도시공간을 '재현의 공간'으로 받아들일 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아파트 단지 공간에 대한 비판적 성찰, 그리고 더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나 역시도 아파트에 관한 여러 책을 읽고 더 나은 도시공간에 대한 고민을 해 보기도 하지만, 정작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는 같은 라인 주민에게 인사를 안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거창한 것부터가 아니라, 엘레베이터에서 만나는 주민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네면서 '공공 공간'으로서 엘레베이터를 회복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주민들이 함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면서 더 나은 도시공간을 위한 노력도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YES마니아 : 골드 r*****0 2013.12.22. 신고 공감 3 댓글 6
리뷰 총점 종이책
그래도 나는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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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처음 이사 갔던 날을 잊지 못한다. 첫 아파트는 5층짜리 아파트였다. “얘들아~ 우리 이제 우리 집으로 이사 간다.” 라고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던 어머니의 얼굴이 아직 또렷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로 기억 된다. 이전까지 이사를 참 많이 다녔다. 주로 주택이었고 상가 건물 1층에서 살았던 기억도 있다. 그렇다면 그전까지는 ‘우리 집’이 없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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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 처음 이사 갔던 날을 잊지 못한다. 첫 아파트는 5층짜리 아파트였다. “얘들아~ 우리 이제 우리 집으로 이사 간다.” 라고 하시며 환하게 웃으셨던 어머니의 얼굴이 아직 또렷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로 기억 된다. 이전까지 이사를 참 많이 다녔다. 주로 주택이었고 상가 건물 1층에서 살았던 기억도 있다. 그렇다면 그전까지는 ‘우리 집’이 없었다는 것일 테다. 아무튼 어머니와 아버지는 ‘내 집꿈’을 이뤄내신 것이다. 이사 가던 날 1톤 봉고 트럭 2대를 나눠 타고 하얗고 크고 멋있는 ‘우리 집’으로 이사를 갔다. 무척 좋았다. 방2개짜리 집이었고 부모님이 ‘주공, 주공’ 하셔서 ‘아~ 우리 집이, 우리 아파트가 주공아파트구나~’ 하며 알았다. 5층짜리 아파트였고 우리 집은 1층이었다. 방이2개가 있었다. 동생과 나는 처음 가져본 침대에서 내려올 줄 모르고 한참을 뛰어 놀았다. 우리 주공아파트와 같은 아파트가 20개가 넘었고 우리 주공아파트 주민들을 위해 시내버스 노선도 바뀌어 우리 아파트 입구에 정류소가 생기기도 했다. 이사하기 전까지 학교는 늘 걸어 다녔었는데, 이제는 시내버스를 타고 다녔다. 종이로 된 학생용 버스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도 좋았다. ‘우리 집’이 생기고 나서 얼마 뒤 ‘우리 차’가 처음으로 생겼다. 좋은 일이 연달아 생겼다. 부모님은 얼마 전까지 ‘우리의 첫 집’ 주공아파트를 팔지 않으시고 세를 주고 있었다. 오래 되고 좁은 아파트를 파시라고 진작부터 말씀을 드렸는데 어머니는 차마 팔지 못하겠다고 하셨다. 그래도 그 집에 들어가면서부터 일이 잘 풀리고 그 첫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좋아서 팔지 못하겠다고. 2년 전에 그 집을 파시고 그 동네 주변을 지나갈 때마다 애틋한 눈길로 쳐다보시고는 했다.

어머니에게 15평 주공아파트는 ‘첫 집’이었다. 남편을 따라 누구하나 아는 사람 없고, 말투도 다르고, 고향과는 먹는 음식이나 날씨도 완전히 다른 타향에 와서 이룬 첫 번째 꿈이었다. 주인 집 눈치 보며 두 아들 놈 마음껏 뛰어놀지도 못하게 하며 이리저리 이사 다녀야 했던 서러움을 한 번에 씻어 준 고마운 ‘첫 집’이다. 철없던 시절에는 몰랐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이 책 「아파트 한국사회」는 ‘아파트 단지’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담은 책이다. 적어도 나와 내 가족에게 ‘아파트’, ‘아파트 단지’는 좋은 기억이다. 지금도 그렇고.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아파트’와 ‘아파트 단지’는 많은 문제를 양산한 것이 사실이다. 분양이 되지 않는데도 어김없이 하늘로 솟구치며 건설되는 아파트를 보며 ‘도대체 살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가져 본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실제로 무분별하게 건설된 아파트로 인해 여러 가지 사회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많은 문제들 중에 가장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아파트 입주를 두고 먼저 입주한 주민과 이사를 오려고 하는 입주자 사이에 벌어진 대치였다. 9시 뉴스에서도 크게 보도되었는데, 똑같은 아파트를 두고 처음 입주했던 사람은 2억을 주고 들어왔는데 이후 분양이 되지 않아 회사 측에서 1억5천에 입주를 시킨 것이다. 먼저 입주한 사람은 자신들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아파트에 입주하려는 사람을 막은 것이고 후에 입주한 사람들은 정당하게 돈을 주고 법적으로 문제없이 입주하려는데 그것을 불법으로 방해하는 것이라고 대치한 것이었다.

또 하나 고위공직자나 어떤 국가기관의 수장으로 임명된 사람들의 인사청문회에서 벌어진 일. 공무원으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이 아파트를 몇 채나 보유하고 있고 자녀교육을 위해 위장전입을 필수코스로 자행하는 꼴을 보면서 사람들은 두 가지 생각을 했다. ‘결국 잘 사는 놈들만 잘 사는 나라구나’, ‘나도 돈 있으면 저렇게 해야지’

 

이 책은 ‘아파트 공화국’이 된 한국사회의 여러 제반 문제들에 대해 두루 다루지 않는다. 폭을 좁혀 ‘아파트 단지’에 대한 문제와 ‘아파트의 고층화, 고립화’, 특히 ‘발코니 확장’에 관련된 문제를 주로 다룬다. 그래서 아파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생각을 한데 수렴하지는 못하지만 누구라도 한번쯤은 생각해 봤을만한 아파트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가 주인공이라면 한국사회의 도시와 주거를 진단하는 문제들 역시 ‘아파트’에서 ‘단지’로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 아니라 ‘단지 공화국’인 것이다.” (p.24)

“소필지 조직 없이 아파트 단지로 채운 탓에 도시가 동맥경화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p.42)

 

먼저 저자는 우리가 아파트에 대한 문제를 다룰 때 ‘아파트’ 자체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개념을 전제해야 한다고 주장 한다. 도심이나 상권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지역에 홀로 서 있는 아파트는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흔한 아파트 광고에는 반드시 ‘아파트’가 아닌 ‘아파트 단지’에 들어 설 여러 공공시설과 상권에 대한 홍보로 가득 차 있다. 아무리 인기 있는 브랜드의 아파트라도 주변에 아무런 시설 없이 홀로 동 떨어져 있다면 분양은 고사하고 외딴 섬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런데 들어 설 ‘아파트’ 주변에 좋은 학군이 위치해 있고 지하철 몇 호선이 지나고 상권이 얼마나 발달되어 있는지,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좋다면 아무리 비싸더라도 그 아파트의 분양은 순식간에 동이 난다.

책에서 소개된 대로 요즘은 아파트 안에 헬스센터나 독서실, 육상트랙이나 운동기구, 심지어 대형마트까지 갖춘 단지들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해 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건설되는 고층 아파트는 그 아파트가 가진 높은 가격에 맞게 만들어진 수많은 편의시설과 보안시설로 인해 일반 주거지역에서는 엄두도 못 낼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보안요원들이 새까만 양복을 입고 위용을 드러낸다.

단순한 위화감만 유발한다면 큰 문제는 아니겠지만 무분별하게 건설되는 아파트 단지들로 인해 주변의 교통과 오히려 소상권이 몰락하는 등의 전체 도시기능은 저하되는 것을 저자는 정확하게 지적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은퇴를 앞둔 중년세대들이 주로 시골이나 한적한 곳에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것이 희망사항이었는데, 지금은 젊은 세대 중에서도 그런 희망사항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가까운 지인은 이미 시골에 땅을 사놓기도 했다. 아파트와 아파트단지가 무척 편리하고 유용하기도 하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흙을 만지고 밟으며 살고 싶어 한다. 도시의 삭막함, 아파트의 획일성을 지적하면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척하지만 실제로 쉽게 떠나지는 못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20∼30년간 도시 기반시설에 대한 엄청난 공공투자를 통해 도시 공간 환경 수준을 크게 향상시켰다. 도시 어디에서나 공원이며 녹지, 생활체육시설, 도서관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자 굳이 자족적인 환경을 갖춘 아파트 단지를 선호할 이유가 사라졌다. 오히려 인간적인 분위기가 풍기는 골목길과 도시의 흥취가 배어나는 상점가에 가까운 동네가 훌륭한 집터로 선호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p.69)

 

한국사회는 너무 쉽게 아파트로 몰렸다. 그것만이 전부인 줄로 알았다. 유럽이 가진 경험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었다면 지금과 같은 아파트 공화국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혼 전 원룸에서 자취생활을 5년 동안 했다. 정말이지 너무 불편했다. 일단 주차문제. 퇴근의 기쁨을 누리는 것도 잠시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어디에다 주차하지?’ 생각하며 골머리를 앓았다. 특히 금요일 밤이나 일요일 밤은 지옥이다. 오죽하면 걸어서 15분이나 걸리는 인근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하기도 했었다. 또 쓰레기 처리 문제. 아파트단지 안에서는 원스톱으로 해결된다. 두 손에 잔뜩 음식쓰레기와 종량제봉투, 분리수거바구니를 들고 나가서 처리하면 끝. 원룸을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 날짜를 맞춰야 하고 구청에서 나눠 준 규격에 맞게 기다려야 하고……. 정말 불편했다. 근처에 제대로 된 놀이터가 있기를 하나 운동 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조깅할 수 있는 곳은 더더욱 찾기 어려워 결국 인근 학교 운동장을 찾아야 했다.

 

 

“결국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바뀌려면 우선 도시 공공공간 환경이 그만큼 좋아져야 한다. 현재 한국 도시 공간 환경이 매우 취약한 수준임을 감안한다면 무엇보다 도시 기반시설과 시민 편의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공투자가 필요하다.” (p.70)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으며 유럽모델, 가까운 일본모델조차 차용하지 못한 것이었다. ‘일단 짓고 보자.’, ‘아파트 올리고 보자.’ 그리고 ‘부수고 보자.’ 공공단지, 공공공간에 대한 고민을 배제한 채 그저 아파트 올리는 것에만 급급했던 결과다. 지방의 중소도시 같은 경우에는 도로건설 또한 아파트 단지의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새로 건설된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 어쩔 수 없이 또 다른 도로가 만들어 지고 하면서 이어붙이기식 도로건설이 진행되는 것이다. 그나마 광역시나 신도시 정도 되면 상황은 나아지지만 그것도 아파트 단지에 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하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그나마 사용하던 운동시설과 놀이터, 도로와 소필지 들이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건설로 인해 파헤쳐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점점 없어진다. 시민과 주민을 위한 공공공간에 대한 공공투자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이라는 괴물로 인해 당연한 듯 사라지는 것이다.

사실, 지금 당장 내게 “너 20평짜리 아파트에 살래? 30평짜리 주택에 살래?” 물어본다면 당연히 아파트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파트가 아닌 다른 주거 형태가 아파트가 갖는 여러 장점을 뛰어넘지 않는 이상 한국의 아파트 사랑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고밀개발-고층개발-단지개발’의 불가피해 보이는 관계는 사실은 거짓말로 맺어진 불편한 삼각관계다. 도시 공공공간 환경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려는 꼼수와 단지화 전략이 그 불편한 삼각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진짜 이유인 것이다.” (p.89)

 

저자는 이런 과도한 사랑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지적 한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공공공간 환경에 대한 투자와 계획을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검토와 준비가 필요하다. 바닥부터 싹 갈아엎어야 하는 수준일 텐데 과연 한국의 행정부와 주관부서 해당지자체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당위성 없이 뛰어들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한국 공무원들이 어떤 사람들인데……. 저자는 ‘고밀개발-고층개발-단지개발’의 삼각관계가 거짓말로 맺어진 불편한 꼼수라고 주장 한다. 늘 그래왔듯이 대규모로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고 그 안에 공공공간 환경을 만들고 공공기관 및 시설, 교육시설, 여러 상권을 조성하면 한 번에 해결될 일이다. 그리고 책에서는 차마 지적하지는 않지만 현대 한국경제사를 통해 건설사가 해온 온갖 비리와 불법이 얼마나 많았는지는 다들 알고 있는 문제다. 한때 재벌기업들에서는 다른 사업 분야에서 본 적자를 건설 분야에서 충당한다고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국가기관이나 공무원들은 어디에서부터 손대야 할지조차 가늠이 안 가는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이지 않아서 좋고 건설기업들은 늘 해오던 대로 돈만 벌면 그만인데 이 좋은 일을 놔두고 단지 국민과 세입자, 주민들을 위해 이제 와서 유럽모델을 도입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한국 도시들의 인구밀도와 유럽 문화수도 선정 도시들의 인구밀도를 나란히 놓고 보면 한마디로 별 차이가 없다. 파리나 아테네는 서울과 부천, 코펜하겐이나 스톡홀롬은 목포나 부산에 견주어 인구밀도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조금 높다. 그토록 아름다운 도시라고 떠들어대는 프라하나 아비뇽, 베르겐은 인천이나 김해, 통영과 인구밀도를 견줄 만하다. 적어도 인구밀도에서 우리나라 도시들이 유럽 유수의 문화도시들에 비해 결코 높지 않다. 땅이 좁지 않은 것이다.” (p.79)

 

이렇게 속아 온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우리나라의 인구밀도는 엄청나게 높답니다.’를 주구장창 들어 왔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듣다 보면 사실인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중·고등학교 이후 인구밀도에 대해서 다른 나라의 도시와 직접 비교한 것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찾아볼 필요도 없었고 그럴만한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의 직접 비교는 놀라웠다. 파리, 아테네, 프라하와 같은 세계유산급 도시들과 서울, 부산, 인천과 같은 도시들의 인구밀도가 비슷하다니…….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배워왔는지 모르겠다.

결국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이다.

한국이 주거할 땅이 좁은 것도 아니고 한국의 도시들의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 초고층·대규모 아파트 건설이 당연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이런 한국의 아파트와 아파트 단지가 가진 이해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직접 코멘트를 하지는 않지만 이런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결합된 하나의 사안을 소개한다.

바로 발코니 문제다.

 

 

“발코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은 이를 가로막는 세력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발코니가 바닥 면적에 불가피해질 실질적인 용적률 하락과 수익률 하락을 걱정하는 건설회사의 집요한 로비, 과거의 어정쩡한 새시 설치보다는 제대로 거실이나 침실로 확장 공사를 하도록 합법화하는 쪽이 합리적이라는 엉뚱한 합리주의, 발코니 확장이 불가능해지면, 소형 아파트에서의 실질 거주 면적 축소가 걱정된다는 뚱딴지같은 충정, 새시로 막힌 발코니가 갖는 다기능적 공간 기능을 한국적 주거문화로 긍정하는 순진함 등등, 이해관계로 무장한 치열한 반대에서부터 비합리적이고 순진한 논리를 앞세운 무지한 반대 주장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고도 많다.” (p.355)

 

결혼 전 신혼집을 알아보기 위해 몇 개월 동안 발품을 팔았다. 발코니 확장을 한 집은 그렇지 않은 집보다 훨씬 비쌌다. 그만큼 발코니를 확장하는 데 많은 돈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같은 평수의 아파트라도 발코니를 확장한 집은 훨씬 넓고 깨끗해 보였다. 여름에 좀 더 덥고 겨울에 좀 더 춥기는 하지만 그렇게 넓은 평수를 선택할 수 없는 처지라면 차라리 좀 더 덥고 춥더라도 좀 더 넓은 공간을 소유하고 싶다. 그때도 생각했다. ‘예전엔 발코니 확장이 불법이었다고 들었는데 이런 집은 다 불법으로 확장한 것인가?’, ‘왜 처음부터 확장해서 지으면 되지, 이렇게 세대별로 나중에 골치를 먹게 하는 거지?’

저자는 정확하게 내 궁금증을 해소해 주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고 이유를 맞추지만 결국 자신들이 이제까지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그렇게 해야 이렇게 저렇게 주워 먹을 콩고물도 있고 그런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어차피 제값 다 받고 파는 주택이라면 처음부터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처음부터 90m규모로 설계한다면 훨씬 자유롭게 합리적으로 좋은 설계를 할 수 있는 데 말이다. 발코니 확장 관행은 우리나라 주택 설계를 왜곡시키고 주거문화를 왜곡시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p.138)

 

저자는 이런 문제가 단순히 아파트단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주거문화를 왜곡시키는 주범이라고 주장 한다. ‘어차피 아파트가 가장 편하게 많으니까 거기에서 사세요.’라는 논리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나 해당부처가 나서서 한국사회의 주거문화가 가진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할리 만무하고 건설 회사들이 너도나도 ‘이제 아파트 시대는 끝났다.’라며 아파트 건설을 중단할 리도 만무하다. 연일 TV에서는 친절하게도 ‘빚을 내서 내 집을 사세요. 멋진 아파트를 사세요. 그러면 당신도 이 광고하는 연예인처럼 살 수 있어요.’라는 착각을 심어준다. 최면이다.

그런데도 나는 아파트에서 계속 살고 싶다. 나의 첫 아파트이자 부모님이 처음으로 소유했던 ‘첫 집’ 주공아파트에 대한 아름답고 애틋한 기억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줄곧 아파트에 살다 5년 간 자취생활 했던 공동주택, 원룸의 불편하고 온통 스트레스였던 기억 또한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의 ‘아파트 문제’, ‘아파트 단지 문제’가 저자의 지적과 주장처럼 심각한 일로 여겨지지 않는 것은 아직도 그런 아파트 하나, 내 집 하나 마련하는 것이 꿈인 수많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크고 좋은 아파트나 그런 아파트를 몇 채나 가진 사람들이나 이제는 전원생활을 좀 해볼까 하며 멋있는 단독주택을 가질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은 저자와 이 책이 던져 주는 시사점이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확 와 닿지 않는다. 아직은 연구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l****h 2013.08.29. 신고 공감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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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 [아파트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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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저자 : 박인석 출판사 : 현암사   터 무늬 없는 아파트   인문지리학자 이푸투안은 공간과 장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간(Space)이 한 개인에게 무의미한 곳이라면, 장소(Place)는 한 개인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곳이다. 가령,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어떤 사건이나 감정과 연관되어 있는 곳은 공간이 아니라 장소이다. 그래서 삶은 장소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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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저자 : 박인석

출판사 : 현암사

 

터 무늬 없는 아파트

 

인문지리학자 이푸투안은 공간과 장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공간(Space)이 한 개인에게 무의미한 곳이라면, 장소(Place)는 한 개인이 스스로 의미를 부여한 곳이다. 가령,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어떤 사건이나 감정과 연관되어 있는 곳은 공간이 아니라 장소이다. 그래서 삶은 장소 만들기의 과정이다. 자기만의 안온한 장소가 있는 사람은 행복하고 따뜻한 사람이다.”

 

, 장소는 행복한 기억이 머무는 곳이다. 건축가 정상철 님은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형태인 아파트가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장소의 흔적을 지워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장소가 기억하고 있는의 무늬들을 모두 지워 깨끗하게 만든 다음 편리함과 세련됨이라는 가면을 씌운 아파트라는 천편일률적인 건축물을 통해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장소가 주는 추억 또한 지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나에게 아파트는 그저 주거의 한 형태에 불과했다. 나 또한 현재 아파트에 주거하고 있으며 아파트라는 장소가 나라는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생각해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는지 모른다.

 

아파트 공화국의 본질적인 문제는 ?

 

이 책은 단순히 아파트와 한국사회의 단면을 조명한 책은 아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 건축 철학이 담겨 있다. 장소라는 곳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왜 한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릴 만큼 독특한 주거문화가 형성되었는지, 이런 문화의 본질적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을 상세히 풀어 놓았다. 특히 본질적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저자가 이야기한 도시 속의 작은 도시에 해당하는단지개념이 마치 도시 라는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처럼 느껴졌다. 섬 안에 주거시설과 잘 정비된 녹지, 놀이터, 편이시설까지 갖춰진 말 그대로 독립된 영역이 만들어 진 것이다. 1962년 최초 단지형 아파트인 마포 아파트가 들어선 이래로 전국적으로 수 없이 많은 섬들이 만들어 졌고 또 지금도 만들어 지고 있다. 저자는 이것이 대한민국의 압축된 경제성장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서민의 복지와 주거환경에 대해 고민해 온 서구에 비해 해방 이후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까지 돌볼 틈이 없었던 대한민국 정부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말 그대로 손 안대고 코 푼격이 된 것이 아파트 단지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간 자본은 이 기회를 이용해 아파트라는 것을 상품화 시켰고 브랜드화 시켰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파트가 단지화 되는 문제점 이외에도 아파트 자체의 문제점도 이야기 한다. 특히 한국의 아파트가 왜 고층화 될 수 밖에 없는지,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들에게 마치 무상으로 제공되는 공간인 것처럼 알려진 발코니의 진실과 우리나라 아파트들의 다양한 설계를 보여주면서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라는 것의 실체에 대해 고민해 본적이 있느냐고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전에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주거문화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고 그 중에 아파트가 가진 숨겨진 문제점들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장소가 주는 행복의 의미를 되찾기 위한 해법

 

그렇다면 우리 주거형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라는 것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일까? 저자는 마지막 장을 할애하여 아파트가 바뀌면 세상이 바뀌다라는 주제를 던지면서 해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핵심은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그런 아파트로 탈 바꿈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위해 단지를 허물고 삶이 묻어나는 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아파트 발코니가 바뀔 때 세상 또한 바뀔 것이라며 현재 새시로 막혀 사실상 사적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는 발코니가 외부로 개인들의 생활 모습을 표출 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인 준사적 공간(semi private space)로 바뀔 때 도시는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한때 아파트 공동체라는 이름의 운동이 여기 저기서 일어 났었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이 운동은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결국 단지라는 폐쇄성과 교환가치를 가지는 아파트라는 상품성에 의해 아파트 단지의 가치를 올리거나 부녀회의 수익사업 등으로 그치게 된다. 즉 공동체 운동의 궁극적인 목적인 개인의 화폐적 이익이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사람들 간에 호혜적이고 이타적인 관계를 복원하는 것에 맞춰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저자가 제시한 해법과 서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공동체적 삶 속에서 장소가 주는 행복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야 하는 시점이 되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 책은 그런 문제의식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모든 건축 스타일은 자신이 이해하는 행복을 이야기한다.” <행복의 건축, 알랭드보통, 2011>

 

노래하는 멘토르

 

YES마니아 : 골드 s****9 2014.06.11.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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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아닌 주거의 대안은 정말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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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아파트가 좋다고 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다들 "애들 다 크고 나면 이러저러한 전원주택 지어서 살고 싶다", "지금 당장이라도 여건만 되면 아파트 말고 단독주택에서 살고싶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들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게 도대체 이해가 안갔다. 다들 아파트가 싫다면서 왜 아파트에 살고 있지?   그런데 이 책 '아파트 한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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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아파트가 좋다고 하는 친구는 거의 없다.

다들 "애들 다 크고 나면 이러저러한 전원주택 지어서 살고 싶다", "지금 당장이라도 여건만 되면 아파트 말고 단독주택에서 살고싶다"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들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게 도대체 이해가 안갔다.

다들 아파트가 싫다면서 왜 아파트에 살고 있지?

 

그런데 이 책 '아파트 한국사회'는 그 질문에 대해 명쾌하게 대답한다.

그건 '아파트 단지화 전략' 때문이라고.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남들과 똑같이 생긴 네모난 상자형 집이 겹겹이 쌓여있는 형태의 개성없는 아파트를 좋아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고층을 넘어 초고층으로 올라가는 현기증 나는 아파트 자체를 좋아할 사람은 더더구나 없을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고층 아파트 단지가 인기 있는 것은 '거주자만을 위한 울타리'안에 밖에서 누리지 못하는 다양한 시설(녹지, 놀이터, 노인정, 오픈 스페이스, 주차장..등)이 구비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공공시설은 애초 정부에서 국민을 위해 마련해주어야 하는 것인데, 압축성장기에 수출과 경제발전에 올인한 정부에 그럴 여력은 없는 것이고, 그 결과 입주민은 당연히 나의 세금으로 향유했어야 할 이러한 시설들을 다시 내 돈을 주고 구매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단지내 공공시설이 내 돈을 주고 구매한 자산이니만큼 단지 외부인이 공짜로 즐기는 것은 봐줄수 없다. 그러니 아파트 단지는 더욱 폐쇄적이고 외부인에 대해 배타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의 공공 인프라에 정부가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울하게도, 그런 좋은 일이 금방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의 트렌드가 어떠한 것들이 있나 한번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단지의 내부는 더더욱 호화로와지고 풍요로와지며 아울러 철통같은 보안을 강조하여 단지 내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입주민이 지역사회와 소통할 일은 점점 더 적어질 것 같다. 이제는 사교육시설이나 스포츠, 독서실마저 단지안으로 끌어들여 어린 학생들까지도 단지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어질 전망이다.

 

이 책은 아파트 문제에 대해 공감가는 지적을 조목조목 해주고 있다.

그러나 뒷부분에 저자의 제언들에 대해서는 좀 현실에 안맞는 부분들이 더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컨대 중앙부엌 같은 경우가 그렇다. 중앙부엌은 새로운 개념도 아니고 이미 시도가 되었었지만 별로 인기가 없었던 걸로 알고 있다. 살림을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중앙부엌은 썩 달가운 것이 아니다. 일단은 자연환기가 가능하도록 외부에 직접 면하는 창문이 없다는 점이 가장 꺼려진다. 아무리 기계적 환기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심리적 환기라는 것도 있으니 말이다.

 

아무튼 저자가 '단지'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아파트이외의 주거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도시 공공 기반시설의 질이 향상되어야지만 한다는 말에는 백퍼센트 공감한다.

 

요즘 들어 절실히 느끼는 것이지만, '다같이' 행복하도록 노력하는 길이 곧 나와 내가족이 행복해지는 길인것 같다.

h******2 2014.05.07.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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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빼면 시체? 그럼 아파트에 인간 향을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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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린 시절 살던 집은 연립주택이었다. 5층 정도 됐을까. 아담한 크기의 건물은 아무것도 가리질 않았다. 오래된 만큼 시설은 노후했고, 바닥에서 개미를 발견하는 일이 잦았다. 화장실이 푸세식이 아니었기에 큰 불편함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아파트에서의 삶이 익숙해진 지금은 다시 그와 같은 환경에서 거주하라면 못 하지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파트가 참으로 많다. 어떤
"아파트 빼면 시체? 그럼 아파트에 인간 향을 입혀라!" 내용보기

아주 어린 시절 살던 집은 연립주택이었다. 5층 정도 됐을까. 아담한 크기의 건물은 아무것도 가리질 않았다. 오래된 만큼 시설은 노후했고, 바닥에서 개미를 발견하는 일이 잦았다. 화장실이 푸세식이 아니었기에 큰 불편함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아파트에서의 삶이 익숙해진 지금은 다시 그와 같은 환경에서 거주하라면 못 하지 싶다.

주위를 둘러보면 아파트가 참으로 많다. 어떤 동네는 거의 100%에 가까운 건물이 높이 솟은 고층 아파트이기도 하다.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 아파트를 바라보면 마치 성냥곽을 쌓아놓은 것 같아 보인다. 개성이라고는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오로지 길쭉하기만 한 모양새의 건물에는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거주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이 없어 고생을 하는 이들이 꽤 존재한다는 건 아이러니다. 아파트는 일단 편리하다.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는데, 이는 실내뿐만 아니라 실외에도 적용되는 바다. 일례로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고 생각해보자. 아파트의 경우엔 쌓이기도 전에 밖으로 가져나가 마련된 통에 쏟아 부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집에서 악취를 느낄 새도 없다. 그러나 주택은 그렇지 못하다. 무어가 고장이 나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에선 관리사무소 등을 통해 간편한 수리가 가능하지만 주택에선 모든 것을 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어쩌면 그래서 아파트로 더더욱 사람들이 몰리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파트가 무릉도원이나 천국은 결코 아니다. 만연한 개인주의의 원흉으로 아파트를 꼽는 이들도 적지 않으니, 주택지구에 비하면 확실히 아파트 밀집 지역이 대화가 덜하다. 과연 제 이웃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 아는 사람이 몇 퍼센트나 되겠는가. 주택이라면 자신의 집에 도달하기 위해 특정 골목을 타인과 공유해야만 하고, 이용할 수 있는 길도 제법 많다. 꼭 A골목만을 이용해야만 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아파트에선 오로지 하나의 정답만이 있다. B아파트 1동 101호로 향하는 길에 해당 집 주인 아닌 낯선 이가 서 있다면 그건 뭔가 문제시된다. 경비가 출동해 제지할지도 모른다. 억지로 꺼리를 만들어 만나지 않는 한 만나지지가 않는다. 최근 들어 공동주택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공간을 조성하고 각종 활동을 벌이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물론 주민들이 전면에 나서 이룬 성과를 폄하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 활동들은 분명 일상생활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들이다.

저자는 넘쳐나는 아파트에 대해 문제는 ‘단지’라는 평을 한다. 우리나라의 기반 시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 아파트 단지는 그 부족함을 상쇄시킬 정도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어찌 보면 이는 꼼수일 수도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부족한 시설을 확충하려는 노력 없이, 개인이 돈을 들여 제 능력껏 특정 아파트 단지를 공략하는 것으로써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을 종용하고 있으니 말이다.

프랑스나 다른 외국의 아파트들은 흉물 중의 흉물로 여겨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도 약간은 그런 기질이 농후하다. 일단 정체성이 모호하다. 우리의 것은 분명 아닌데, 그렇다고 외국에서부터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뭐하다. 사람들이 꿈꾸는 정원 있는 서양식 주택과는 전혀 다른 모양새를 하고 있다. 외면은 물론 내부구조도 마찬가지다. 방마다 문이 있지만 모든 방이 거실을 향하고 있다.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구조다.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면 그 소리가 방으로 스며든다. 방문을 열면 안에서 무엇을 하는지 거실에서도 대번에 알아차릴 수 있다. 가격이 나날이 상승하는 것 역시 문제다. 최근 지어진 아파트일수록 평수에 비해 면적이 넓어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이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를 내놓는다. 발코니에 대한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개조를 통해 발코니를 방으로, 거실로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분양 평수로는 계산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는 어쩌다 보니 나오는 서비스공간이 아니라 이미 분양가에 포함된 무언가다. 평당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그렇지만 한국의 아파트에 대해 마냥 거북해하는 건 옳지 않다. 아파트를 받아들인 것이 우리의 필요에 의한 것이었듯 아파트 내부 공간 역시 우리의 욕구가 적잖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내세울 수 있는 건 바로 온돌이다. 예전처럼 바닥에 앉아 생활을 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온돌이 깔리지 않은 아파트를 내놓는다면 혹평을 받을 것이다. 방은 으레 따뜻해야만 한다는 사람들의 사고가 강력히 작용하는 탓이다.

당장 아파트를 버리고 색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애꿎은 단독주택 담장을 허물고 한옥을 여기저기 지어대는 것 역시 해결책은 못 된다. 아파트라는 공간을 버릴 수 없으므로 아파트를 사람의 향기가 묻어나는 공간으로 변모시키고자 노력하는 게 최선일 거다. 우연으로라도 서로가 마주쳐 소통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공공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대면하지 않아도 관계 형성이 쉬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래도 익숙잖은 일이겠지만, 아파트가 무미건조한 공간이 되지 않기 위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인간의 향기다.

 

q*****2 2013.10.2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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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화 전략', 잃어버린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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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이렇게 편리한데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저자는 아파트 현상의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주택 공급 정책에서만 찾는 규범적이고 당위론적인 진단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나라 주택시장과 주택상품에 대한 실증적인 점검을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그는 대다수 국민이 아파트를 선호하게 된 것은 아파트 자체의 매력 때문이라기보다 아파트 단지가 갖는 이점 때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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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가 이렇게 편리한데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거야?"

저자는 아파트 현상의 원인을 정부의 잘못된 주택 공급 정책에서만 찾는 규범적이고 당위론적인 진단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우리나라 주택시장과 주택상품에 대한 실증적인 점검을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

그는 대다수 국민이 아파트를 선호하게 된 것은 아파트 자체의 매력 때문이라기보다 아파트 단지가 갖는 이점 때문임을 확인하고, 이러한 '단지' 선호와 이로 인한 '단지' 공간이 한국사회의 성격과 시민들이 삶의 방식을 결정한 중요한 요인이자 조건이었다고 단언한다.

흔히 익숙한 것을 다시 보거나 새롭게 보기는 무척 어렵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까지는 아니더라도 익숙한 것의 '해체'와 '재구성' 측면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성실하고 꼼꼼한 접근이 많은 화두를 던져주기에 충분했다.

이 책은 크게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1부에서는 한국사회에 퍼진 아파트 현상의 중심에 ‘단지화 전략’이 도사리고 있음을 밝히고, 2부에서는 아파트 단지로 뒤덮이면서 한국사회의 쉼터가 얼마나 심하게 왜곡되었는지 살펴본다.

이어 3부에서는 한국 아파트 평면설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정리하고, 4부에서는 한국 아파트가 시민들의 생활양식에 적응하며 키워온 특유의 속성들을 소개하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5부와 6부에서는 ‘단지화 전략’이 초래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실천방안을 다루었다.

내가 보기에는 앞서 전제한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이들이라면 곧장 257쪽에서 시작되는 5부부터 읽어도 좋겠다.

 

아파트단지는 별천지다. 주차장 걱정이 없을뿐더러 곳곳에 녹지대와 놀이터 한두 개쯤은 갖추고 있다. 최근에는 헬스센터나 독서실 등 소위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단지들로 진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고층 주거동들의 인동 간격에 맞춘 폭넓은 외부 공간이 일반 주거지역에서는 엄두도 못 낼 개방적 공간감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아파트 단지 중에도 주거동 한두 개만으로 구성된 작은 단지는 인기가 별로 없다는 사실은 아파트에 대한 선호가 '(아파트 자체가 아니라) 아파트 단지가 제공하는 공간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18~19쪽)


이처럼 우리사회 아파트는 1980년대 이후 정부 주택공급 시책과 맞물리면서 그 편리성과 환금성(재테크 수단으로서의)으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잠실 개발 이후 정부는 아파트 단지 개발 방식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주택건설촉진법을 전면 개정(1977)함으로써 아파트 단지 개발의 절차와 기준을 제도화한 데 이어서 택지개발촉진법을 제정(1980)해 아파트 단지 중심의 신도시 개발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완성했다.(31쪽)


저자의 문제의식은 여기서 시작된다.
"시민들의 삶터가 아파트로 획일화되고 이로 인해 삶의 형식과 내용 역시 획일화되는 것을 우려한다. 획일화된 아파트 건축이 도시 경관을 삭막하게 만들고 폐쇄적인 담장이 도시 공동체의 삶을 제약하는 문제"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저자는 정부가 강변하는 아파트 건설이 필요한 논리-가령 '땅이 좁다', '땅값이 비싸다'라는-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근거를 들어 반박한다. 결국 그는 "'고밀개발-고층개발-단지개발'의 불가피해 보이는 관계는 사실은 거짓말로 맺어진 불편한 삼각관계"로 파악하면서 "도시 공공 공간 환경에 대한 투자를 최소화하려는 꼼수와 '단지화 전략'이 그 불편한 삼각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진짜 이유"라고 주장한다.

나는 3부 8장〈'넓고 밝은 집'의 불편한 진실〉에서 많은 혜안을 얻을 수 있었다. 건설사들이 "가장 넓게 가장 밝게"를 앞세우다 보니 '결국 다 똑같은 아파트'가 무수히 양산되고 만 것이다.

게다가 긴 전면 폭을 확보하기 위하여 옥외 공간의 개방성을 최대로 확보하려다보니 고층화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일본이나 유럽 아파트는 단위주거 전면 폭을 넓히려는 힘보다는 아파트 층수를 낮추어 '인간적인 스케일의 환경'을 지키려는 힘이 더 크다.

우리는 다른 나라처럼 발코니를 이웃과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기보다는 확장하여 더 넓게 쓰려고만 한다. 또한 시공시부터 수납공간을 거의 마련하지 않아, 살다보면 아무렇게나 집기나 상자 등을 쌓아둘 수밖에 없어 오히려 공간이 더 좁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인가? 부엌도 가족과 등을 마주보고 있어 전적으로 주부의 가사 노동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 아파트는 우리 주거문화를 대폭 반응하면서 발전해 왔다. 가령 거실 중심의 방구조, 온돌 난방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그 대신 우리는 자연이 함께 하는 마당과 정원을 잃었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포기했다.

 

한 개인의 생활, 즉 '경험과 활동'은 그가 속한 사회의 온갖 제도와 관습과 물리적 환경 속에서 이루어진다. 핀란드 아이라면 핀란드의 교육제도와 규범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고, 한국 아이라면 한국의 교육제도와 규범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한국의 산골 아이라면 한국의 도시 아이와 똑같은 교육제도에 속하면서도 도시 아이보다는 훨씬 느슨한 경쟁 규범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거기에 산골의 물리적 환경이 그 아이의 생활 여건으로 더해질 것이다.(260쪽)

 

 

YES마니아 : 로얄 h*******c 2013.08.29.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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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우리가 잃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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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30년동안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 중 아파트에서 20여년을 살았다. 그 이후에는 일본의 어느 기숙사에서도 살았고, 원룸에서도 살았고, 단독주택에서도 살아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빌라 혹은 아파트 등 다양한 주거형태를 경험했다. 내 이름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세 번쯤 찍어봤고 이제는 여느 직장인처럼 부동산을 '살 곳'과 '재산'이라는 잣대 모두를 갖고 생각해야 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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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진 30년동안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인생 중 아파트에서 20여년을 살았다. 그 이후에는 일본의 어느 기숙사에서도 살았고, 원룸에서도 살았고, 단독주택에서도 살아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빌라 혹은 아파트 등 다양한 주거형태를 경험했다. 내 이름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세 번쯤 찍어봤고 이제는 여느 직장인처럼 부동산을 '살 곳'과 '재산'이라는 잣대 모두를 갖고 생각해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저자는 현직 건축학과 교수로, 아파트로 둘러싸인 '비정상적인' 한국의 도시들을 짚고 왜 이렇게 기형적인 아파트 숲이 되었는가를 조목조목 짚는다. 전문적인 지식이지만 일반 독자들도 매우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다양한 표와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평소에 개인적으로 느끼던 것들을 이론으로 잘 정리한 느낌이라 단숨에 한 권을 다 읽고 격한 공감을 쏟아냈던 책이기도 하다. 

- 단지화가 만들어내는 비정상적인 도시 풍경 : 자그마한 건물들이 각각의 필지를 이루는 곳이야말로 도시 환경이 다양해지고 영세~중견 규모의 건설업체들이 영위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데, 기존의 지역 따위 싹 무시하고 도시의 섬처럼 지어진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대규모 건설사들만 살아남고 정작 작은 집을 지을 건설업체를 몰아내는 결과가 됨. 심지어 한번 대규모로 만들어진 단지는 다시는 자그마한 필지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도시 생태계는 파괴됨.

- 한국식 아파트 단지의 공원과 편안한 인프라는 결국 정부가 책임을 미룬 것 : 이건 나도 일본 등 해외 아파트를 방문하면서 절실히 느꼈는데, 일본에서는 고급 아파트(?라는 게 사실 없지만.. 제일 좋은 집은 다들 입을 모아 단독주택이라 하니) 에서도 단지 내 공원이나 경로당, 헬스장 같은.. 요새 한국 신축+브랜드 아파트들이 내세우는 인프라는 전혀 없다. 이건 사실 알고 보면 마땅히 국가에서 지었어야 하는 사회기반시설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존 주택에서는 그러한 환경이 제공되지 않았기에 아파트 구매자들은 자기 돈 주고 생활 인프라를 사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일반 주택 거주자들이 공원과 쓰레기 없는 깨끗한 환경에서 밀려나는 동안 사람들은 점점 더 '공공의 인프라가 되어야 할 것들'을 사유재산화하고, 그래서 아파트는 지역공동체의 일원이 아닌 '배타적인 공간'이 되어 간다.

- 발코니의 문제점 : '서비스 면적'으로 주어지던 발코니가 어느새 점점 커져서 전용면적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기에 이른다. 이는 최근 당연시되는 '발코니 확장'선택 때문에 우리 나라 아파트의 숙원사업인 후분양 제도를 가로막고 (후분양이 되어야 모델하우스만 보고 혹해서 사고 부실공사가 이어지는 아파트 제도를 고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있는 온상인데, 애초부터 넓은 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집을 발코니 때문에 제약받는 것은 물론, 원래는 외부와의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임에도 아예 정부에서 발코니 확장이 자유롭도록 자꾸만 법적 규제를 풀어준 덕분에 이제는 모두가 '당연히 확장해야 하는' 공간으로 여기고 결과적으로는 표면이 모두 똑같은 샷시로 통일되는 모습을 초래했다. 밖에서 우리 집이 어느 집인지는 층수를 세어보아야만 알 수 있는 몰개성한 공간은 결국 발코니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주택청약제도나 아파트를 '주거'보다는 '재산'의 대부분이 되어버린 현실 때문에, 사람들의 동선에 맞춘 다양한 평면보다는 전국민 대부분이 비슷비슷한 구조의 아파트를 비싼 값을 주고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조목조목 얘기한다.  또한 '1차 생활'과 '2차 생활' , 그리고 '3차 생활'에 대한 부분이 꽤 설득력있었는데, 직장 혹은 학교처럼 큰 목적성을 가진 공간이 1차 생활이고 그 밖에 영화관이나 음식처럼 부차적인 목적을 갖는 공간이 2차 생활이라면, 3차생활은 목적 없이 지나가다가 만나게 되는 생활 환경인데 아파트로 둘러싸인 환경은 오로지 커다란 길과 담장밖에 없어서 3차생활이 불가능하고, 결국 그것은 삭막한 삶을 만드는 주범이라는 주장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분당과 판교 테크노밸리, 신촌 인근에서 살았던 삶 그리고 일본 키치죠지에서의 생활이 극명하게 떠올랐다. 분당이야말로 애초에 주거지와 상업지구를 너무나 명확하게 구분해 놓고, 길을 걸을 땐 엇비슷하게 생긴 아파트 건물과 학교밖에 보이지 않는 공간이기에 3차생활은 일어날 여지가 전혀 없다. 그에 비해 신촌 인근에서는 매일같이 자그마한 건물들이 새로 생기고 사라지는 통에 그런 변화를 구경하는 것이 즐거웠고, 예상하지 못할 발견이 따를 일도 많았다. 이것이 극에 달했던 것이 도쿄 키치죠지에서의 삶이었는데, 도쿄에서도 키치죠지 인근이 '매력적인 주거지'로 꼽히던 이유는 바로 이 '3차생활'이 풍요롭다는 점이었다.

집에서 역까지 2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지만 중간에는 공원이 있고, 그 공원에서 역까지 아담한 주택과 상점가들이 거미줄처럼 얽힌 공간에는 소소한 즐거움이 가득했다. 꼭 일부러 목적을 갖고 찾아가는 상점가가 아니더라도, 주택들 사이에 자리한 자그마한 카페나 잡화점, 신기한 가게나 벤치 등은 길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매력적인 곳이었고, 덕분에 분당 같은 신도시라면 '늘 같은 풍경'일 출퇴근길은 '오늘은 무언가 새로운 것이 없을까' 찾아보게 되는 길로 바뀌었다. 같은 출퇴근길의 15분이지만 이런 환경 차이는 크게 보아서는 개인의 삶 그리고 생각의 범위를 상당히 다르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강남 지역에서 근무하다가 판교로 이사왔을 때 더이상 3차생활 따위 기대할 수 없이 그저 커다란 건물과 삭막한 길로만 이루어진 환경이 무척이나 답답했었다. 아마 우리나라의 도시계획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은 깔끔하고 크고 편한 것이 최고인, 즉 '1차 생활'에 충실할 수 있도록만 하면 모두가 만족할거라는 구시대적 발상을 지금도 버리지 못한 듯 하다. 혹은 본인들이 '3차 생활'의 여유로움
평면적인 면에서도 외국에 가서 살아보고나서 처음으로 생각하는 것이 많았다. 모델하우스에서 넓게 보여줘야 하기에 수납공간보다는 빈 집과 가구로 '착시현상'을 주는 우리나라의 아파트들. 실제로 살게 되면 수납장이 없어서 또 다른 가구를 계속 사야 하고 구성원들은 집을 치우며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게다가 더이상 부부침실은 낮에 필요한 공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햇볕 잘 드는 방향에는 부부침실을 배치하는 평면구조나, 개인의 프라이버시보다는 '겉보기에 거실이 크고 환한 집'을 만들기 위해 천편일률적인 평면구조, 그리고 북쪽에 붙박이처럼 붙은 부엌 때문에 요리 때는 늘 등돌리고 일해야 하는 삶 등등.... 우리의 아파트는 '삶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잘 팔리는' 상품 그 이상의 목적이 없는 상태이다.



해외에 살면서 개인적으로는 세면대와 변기, 욕조가 서로 분리된 공간이 이렇게 편하다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작은 집이라도 변기와 욕조가 분리되는 순간 욕조의 청결도는 훨씬 올라가는데다, 욕실과 세면대를 구분하고 세면대 공간이 탈의실을 겸하며 바로 옆에 세탁기도 놓는 순간, 매일 하는 샤워의 동선이 전혀 달라진다. 한국이라면 베란다나 다용도실에 으레 놓이는 세탁기 떄문에, (33평형 아파트라 할지라도) 화장실 겸 욕실에서 자기 옷을 물이 사방으로 튀는 화장실 내 어딘가에 잘 보관하고, 역시 물이 사방으로 튄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 (프라이버시 신경을 안쓴다면 맨몸으로 나와서 옷을 입는 가족들도 많겠지만....) 빨랫감은 세탁기가 자리한 다용도실 인근의 빨래통에 넣고, 그렇게 세탁된 빨래는 누군가가 갖고 나와서 베란다에 걸어놓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 (적어도 내가 살았던 일본 집들은) 옷은 탈의실 쪽에 자리한 세탁기에 집어넣고 바로 샤워를 하고 나와서 물이 묻지 않은 공간에 위치한 잠옷 바구니에서 옷을 꺼내 입고, 세탁기는 욕조 물로 빨래를 해서 물을 아낀 다음에 그렇게 세탁이 끝나면 속옷은 세탁기 위에 바로 말리고 (외부인 시선이 닿지 않는 곳) 나머지 옷은 양지바른 곳에서 말릴 수 있었다. 이 얼마나 동선이 최소화되는지. 하지만 우리네 아파트에서는 그런 공간적인 구성은 나중 일, 아니 '고려가 잘 안되는 일' 로 순위가 밀려있다.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1층을 상가로 배치하거나 주변 동선과 이어질 수 있도록 뚫어서 배치한 아파트 등 다양한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의 아파트 개발은 시세 차익을 노리고 주변 동네와는 동떨어진 '섬'과 같은 개발 측면만 강하다. 주거환경이 좀더 인간다워지려면 우선 인프라를 아파트 주민이 아닌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고, 그와 더불어 더이상 재산이나 투기 대상이 아닌 '살 집'의 시선으로 보는 등 거의 혁신적인 의식 개혁이 필요할 테지만, 적어도 '의식'이라도 하고 사는 것과 그렇지 않은 삶은 크나큰 차이가 있다고 믿는다. 

아파트 공화국에서 살지만 언젠가는 좀더 각자 삶의 색채가 묻어나는 집에서 삶을 그려나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h*****n 2016.03.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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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내용보기
최근에는 한국사회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혹은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보려고 하는 시도들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는데, 좀 더 구체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논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연구들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들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도 기존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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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한국사회를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혹은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보려고 하는 시도들에 대해서 관심이 커졌는데, 좀 더 구체적이기도 하고 흥미로운 논의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방식의 연구들에 더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들이 많기 때문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파트 한국사회 -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도 기존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한국사회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고 분석하려고 하고 있는 시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단지를 통해서 한국사회를 생각해보려 하고 있으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파트 사회

아파트 공화국

 

이런 표현이 틀리다고 반박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한국사회는 아파트로 가득해져 있고, 빼곡하게 채워져 있게 되었다. 저자는 이렇게 아파트로 모든 것이 둘러싸여진 이유가 단순히 개개인이 아파트를 선호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이유도 없진 않겠지만) 아파트 단지를 통해서 국가-정부가 별도의 공공영역을 만들어 낼 필요 없이 자족적인 환경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과 함께 기타 여러 분석-이유를 찾아내며 그와 같은 경제적인 이유와 함께 사회와 정치적인 이유를 통해서 아파트 단지가 어떤 이유에서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 그리고 어떤 문제점들이 하나씩 발생하기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세밀하게 파악하려고 하고 있다.

 

획일화라는 말로 정리할 수 있는 문제점들과 함께 그런 문제점이 어떤 식으로 다른 문제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인지를 논의하고 있고, 이런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과 단지 아파트를 허물고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만이 아닌 충분한 공공영역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한 가지를 해결함으로써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닌 하나의 문제와 그걸 해결하기 위한 여러 종합적인 대책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고 충분히 이해되도록 설득하고 있다.

 

우리가 쉽게 지나칠 것 같은 사례들과 오해하고 있는 진실들을 하나씩 알려주며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고, 다른 실천을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읽어낼 수 있었고, 무척 구체적인 사례와 비교를 통해서 좀 더 아파트에 대한 이해를 높이게 만들어주고 있다.

 

또한 아파트에 대한 공간 구성에 대한 논의를 통해서 좀 더 지금 시대에 맞는, 우리들의 실제 삶과 알맞은 공간 구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한 제안들과 기존의 관습적인 공간 구성이 갖고 있는 오류들에 대한 논의들은 무척 신선하기도 했고, 어떤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기도 했다.

 

우리가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며 새롭게 생각하기를 제안하고 있는 아파트...’는 다양한 연구들을 받아들이며 저자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을 들려주고 있으며, 우리들의 실제 생활과 함께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삶의 방식들 또한 고려하면서 좀 더 긍정적인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어떤 공간에서 살아가야만 하는지를

어떤 식으로 우리들이 살아가는 공간을 바꿔낼 수 있는지를

 

결론적으로는 어떻게 우리들에게 좀 더 좋은 공공공간-영역을 만들어내면서 사적인 공간과 조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저자 나름대로의 제안과 실천을 알려주고 있다.

 

흥미로운 논의였고,

인상적인 논의였다.

 

이런 연구들이 좀 더 늘기만 바랄 뿐이다.

읽을 책들이 늘어나 난감하기는 하겠지만... 나쁘진 않을 것 같다.

 

 

y*******o 2015.11.13. 신고 공감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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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화 전략이 가진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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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아파트 건축문제와 씨름을 했다는 저자가 주거건축 전공교수로서 20여 년간 자신의 연구 성과들을 이 책에 담았다. 그렇다고 절대 어려운 책이 아니다. 사실 서울에서 태어나 40여년을 거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그리고 지금 내가 앉아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는 이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아파트 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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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아파트 건축문제와 씨름을 했다는 저자가 주거건축 전공교수로서 20여 년간 자신의 연구 성과들을 이 책에 담았다. 그렇다고 절대 어려운 책이 아니다. 사실 서울에서 태어나 40여년을 거의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나로서는, 그리고 지금 내가 앉아 이렇게 서평을 쓰고 있는 이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은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자체보다는 아파트 단지가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아파트를 선호하게 된 것은 아파트 자체의 매력 때문이라기보다 아파트 단지가 갖는 이점 때문이란 것이다. 근대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도시 환경은 열악한 상태로 방치되고 주거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는 점점 높아지는 상황에서 공공투자 역량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주거전략으로 아파트 단지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란 말이다.

 

 

왜냐하면 도시 환경에 대한 대규모 투자 없이도 시설비용을 수요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단지별로 녹지, 놀이터, 주차장을 갖춘 꽤 괜찮은 동네와 집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인데, 도시 공공공간 및 공원녹지와 각종 편의시설을 제공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개인들이 이를 사적으로 구입하게 만든 것이다. 이러한 단지화 전략을 이 책은 공교육이 못해주는 일을 사교육으로 채우는 사교육 전략에 비유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단지 공간이 한국사회의 성격과 시민들의 삶의 방식을 결정한 중요한 요인이란 전제하에 대규모 단지들로 큼직큼직하게 채워진 도시 공간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하나씩 밝혀주고 있다. 요약하자면 도시 생태계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변할 수 없다는 것, 각양각색의 주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것, 공공공간과 격리된 개인공간을 통해 소통이 어렵다는 것 등이 있다고 한다.

 

 

특히 이 책의 저자는 요새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도시형생활주택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 개발이 한계에 부딪히자 영세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는 소규모 단지 개발을 촉진하려는 정책의 산물로 보고, 정부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기반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지화 전략의 골목 버전이라 폄하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소필지형 공공임대주택들과 같이 골목 조직에 어울리는 주거 유형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책은 아파트를 둘러싼 여러 가지 오해와 진실을 밝혀주고 있다. 예를 들어, 아파트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의견에 대해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섰다고 해서 주택 건설량이 크게 줄어드는 일은 없으며 상당기간 동안 교체 수요량 자체도 만만치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한국은 땅이 좁아서 아파트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는 나라별 평균인구 밀도 순위로 보면 결코 좁지 않다고 맞받아친다.

 

 

또한 방만하게 고밀개발을 허용해 땅값이 비싸졌으며 선호하는 주거 형태가 아파트에서 단독주택으로 바뀌려면 우선 도시 공공공간 환경이 좋아져야 하는데, 이것은 대대적인 공공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층화내지 초고층화 현상은 고밀개발에 따른 불가피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치부되지만 고밀개발이 반드시 고층개발을 필요가 없으며, 건물의 폭, 깊이, 형상, 배치형식 등을 달리하여 얼마든지 저층으로도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 마당에서의 생활도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는 것을 무시하는 단독주택의 담장 규제, 사유재산 경계를 표시하려는 목적만을 가진 아파트 단지의 담장 문제 등에 대한 여러 가지 대안들도 제시해주고 있다. 이 책은 또한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집을 두 채 이상 가진 사람들만 이득을 본다면서 이들은 전체인구의 불과 6.5퍼센트 정도라고 말한다.

 

 

그런데 저자는 집보다는 땅 자체에 투자하는 것을 권한다. 40년간 땅값이 지속적으로 오른 이유도 있지만 땅값이 원래 계속 오르는 속성이 있다고 말한다. 건축과 관련된 이윤 창출에 대한 각종 노력으로 얻어진 초과이윤들이 그대로 땅값에 반영되고, 그렇게 오른 땅값은 계속 오른 상태를 유지하며 주변 땅값을 동일한 가격으로 오르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라는데, 특히 합법적으로 값싼 땅을 사서 도시계획상의 개발용도 규제를 풀어버리고 허용 개발밀도를 높여서 땅의 개발가치를 급등시키는 전략이 유효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중반부터 아파트 내부로 이야기의 초점을 옮기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단위주거 평면에 관한한 세계 최고라면서 전면 폭이 길고 깊이가 얕아서 집 안 전체가 햇빛을 받으며, 전후면에 발코니가 설치되어 있어 실제 사용공간이 많이 늘어나기에 넓고 밝은 느낌이 난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러면서 발코니를 새시로 막아 실내 공간으로 활용하는 문제와 발코니 확장 관행에 대해 많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바닥면적에 발코니 면적이 안 들어가고 서비스 면적으로 들어가기에 용적률에 산입되지 않는 특이한 현상으로 인해 아파트의 설계, 구조, 가격 등이 모두 왜곡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대한민국의 아파트 건축의 진화에는 항상 전용공간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중심적 역할을 했기에 어디를 가나 다 똑같은 모양의 아파트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계단실형에 단층, 전면 폭은 가급적 길게 하는 것이 모든 아파트 설계의 목표였다는 것이다. 그 밖에 수납공간 부족, 식사실과 부엌을 거실과 구획 없이 통합해버린 것, 가족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의 영역적 구분 없이 거실을 다른 공간들이 둘러싸고 있는 것, 생활 내용과 공간 형식이 일치하지 않는 비합리적인 설계가 반복되는 안방의 모습 등도 잘 설명해주고 있다.

 

 

그 밖에도 중앙 부엌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기후 문제로 인해 좋은 햇볕이 적당하게 드는 남향에 대한 선호가 결코 비판받을 것이 아니라는 것도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수치, 도면, 설계도, 형상 등을 제시하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설명들을 하고 있으며, 또한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한 것들이 많은데, 아파트를 시장에서 상품주택이 아니라 공공의 복지와 주택시장의 균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 역사를 갖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아파트 건축에 대한 태도가 각 나라별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후반부는 다시 도시설계 관점으로 돌아온다. 거리와 기능공간들을 이용하는 생활 동선들을 서로 연계하고 중첩시키기 위해 아파트 단지로 채워진 생활공간을 개체적 주체들이 주류가 되는 소필지 개발방식의 그물망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일단 아파트 단지를 분절하고 단지 안으로 공공공간을 침투시키자던가, 단지 경계부에서 주변 도시 공간과의 접속과 소통을 회복하자던가, 주거동 공간 구조를 그물망 구조로 바꾸자는 실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언급 중에는 공공건축물 설계 용역의 4분의 3이 가격입찰로 설계자를 정하기에 결코 질 좋은 공공공간이 꾸며지지 못한다고 제시하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설계는 창의적인 능력을 필요로 하는 일이며 건축물의 품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일인데 가장 싸게 받겠다는 설계자에게 맡기면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서로 만나고 부딪히는 도시 설계의 관점에서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아파트가 주는 생활의 편리함과 주거공간에 대한 관습들을 쉽게 버릴 수 있을지는 나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을듯 싶다.

d****o 2013.08.31. 신고 공감 1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