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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서윤영의 여행에세이였는데 조금 의외였다. 건축가가 해외여행을 하며 단상을 적는 여행기는 많고, 아니 아나운서, 작가 혹은 일반인까지 여행기를 쓰는 경우는 많은데, 대개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차적 구성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이 책은 시간에 흐름에 따른 구성이 아니라 의식의 흐름에 따른 구성을 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여행을 하다가 불현듯 일본여행을 생각하고 또한 어린 시절의 삽화 한 조각을 끌어내는 그 구성이 생소할 수 있지만, 그러나 주제에는 일관성이 있는 구성이다. 소설에서는 흔히 쓰이지만 여행기를 비롯한 기록문학에는 그다지 사용되지 않는 의식의 흐름 수법을 이용한 구성이다.
또한 제국주의, 식민주의, 사회주의 등 묵직한 주제들이 많이 사용되었고 건축과 도시를 보는 시각 또한 일반적인 건축가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그녀가 건축칼럼니스트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읽었다면 조금 다르게 읽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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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동경하는 곳은 있게 마련이다. 그곳이 다 다를지라도 말이다. 그곳은 자신이 가보았던 곳에 대한 그리움일수도 있고 때로는 가지 못한 곳에 대한 아쉬움일수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졌다. 물론 책에 나오고 있는 홍콩이나 베이징같이 내가 가본 나라들도 있었지만 내가 가장 동경을 하는 곳은 내가 오래도록 머물렀던 그나라, 뉴질랜드였다.
처음 공항에 내리면 어느 각도로 보아도 넓게 보이는 하늘. 아마 인천공항에서도 시야를 가리는 건물들이 없기 때문에 탁 트인 하늘을 볼 수 있겠지만 그 나라는 전체적으로 키가 큰 건물들이 없어서 시티에 살지 않는 한 어느 곳에 살더라도 항상 탁 트인 하늘을 맘껏 느낄수 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곳에 사는 보람을 얻는달까. 사방팔방 아무곳도 갈수 없는 섬 나라지만, 그래서 지은이가 바라는 월경은 할수 없는 그런 나라지만, 저녁 다섯시만 넘으면 버스도 끊기고 놀거리가 아무것도 없는 나라지만, 나는 그 나라에 있었고 그 나라를 떠난 지금은 그 나라를 동경하며 언젠가 다시 그곳에 있을 나를 꿈꾸기도 한다.
이 책에서 홍콩과 베이징을 비롯해서 도쿄와 교토 그리고 이스탄불 ,하노이에 이르기까지 일곱 나라들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더듬고 있다. 한 나라에 관해서 설명을 해주는 그런 여행지식적인 책이 아니라 여행을 하듯이 처음 출발부터 시작해서 거리두기와 만남 그리고 섞임이라는 소주제 아래 각 나라에서 자신이 느꼈던 또는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그린 에세이책이라고 보면 될듯 하다. 일본에서 목욕탕에서의 경험은 나도 해보았기 때문에 친근한 경험으로 다가왔고 - 물론 나는 일본어를 그리 능숙하게 하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주인 아저씨에게 반말로 값을물어보는 경우도 없었고 호텔내에 있는 온천을 이용했기 때문에 지은이가 말하고 있는 하나의 탕에 칸막이만으로 남탕과 여탕을 구별하는 일은 없었고 그래서 자신의 느낌과는 달랐을지 몰라도 내가 느낀 감정은 비슷했다.
그리고 가정집에서 물을 받아서 손님이 먼저 몸을 담그고 그 이후에 차례대로 몸을 담구어서 체온을 올리는 그런 방법들은 책에서 많이 읽었던 장면이었고 '설국'에 나오는 장면도 짧은 순간이지만 나도 읽은 부분인 것 같아 그 책을 다시 읽고 싶은 느낌마저 들었다. 저자는 유독 자신이 오래도록 있었던 일본이라는 나라를 동경하는 것 처럼 보인다. 그만큼 일본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고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도 많았기 때문이리라. 또한 신혼여행으로 그곳을 선택했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다 관리해야 하는 일정 때문에 고민도 많았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나는 여행을 갈때 신경 쓰는 것이 싫어 주로 패키지로 된 여행상품을 많이 고르는데 반해 직접적으로 여행을 가면 자신이 보고 싶고 가고 싶은 곳만 가지만 대신에 모든 것을 다 자신이 직접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르게 된다. 그래서 여행중에도 그녀는 돈을 많이 아꼈으리라. 그렇지만 남은 것은 남편의 이야기. 일본에서는 반찬도 주지 않고 단무지 하나도 다 돈을 받는다는 그런 이야기들. 뒤늦게야 그녀는 일본을 몰랐던 남편에게 제대로 된 음식을 대접하는게 좋았을걸이라는 후회 아닌 후회를 하게 된다. 무엇이든 다 장단점은 있게 마련이다.
유럽에 가면 너무나도 많은 나라들이 붙어있어 사실상 국경을 넘는다는 것이 별 의미가 없는 곳이 많다. 굳이 여권을 보여주지 않아도 통과할수 있는곳도 많고 단지 여권만 보여주어도 그냥 통과할수 있는 곳도 많다. 작가는 월경 즉 국경을 넘는 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자신이 익숙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간다는 의미. 옛날과는 달라서 그냥 비행기로 가서 단지 입국수속을 할 뿐이라 월경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버렸지만 유렵이라는 대륙에서는 그녀가 원했던 월경의 의미를 잘 드러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가글 했다. 한동안 여러나라를 돌아다니다 이야기는 다시 집으로 오는 비행기를 탄다. 귀로. 읽는 내내 여러 나라를 떠돌았던 마음이 정리되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 다른 장소에 대한 동경이 스믈스믈 새어나는 순간이기도 하다. 동경하는 나라를 향해 다시 출발하고 싶은, 달리기 출발선에 선아이와도 같은 두근거림을 느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