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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본통속소설/문성재/문학과지성사/2013 중국 고전소설을 훑어보다가 명대 말기 풍몽룡의 화본소설 정리판이라 할 삼언 즉 유세명언, 경세통언, 성세항언 이 가장 유명하다는 걸 알았지만 이 세 권을 다 읽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듯 하여(물론 언제 기분 땅기면 읽을 수도 있다), 일단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사실 여기에 실린 9편의 글들은 삼언에도 다 실려 있다고. 송원시대 그것도 그리 당대에는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 않았던 소설 그중에서도 공연 대본이었던 지라 남아있는 책이 별로 없는데, 경본통속소설은 아마도 송대에 나온 책으로 추정하여 최초의 화본소설집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내용이며 문체 등에서 원대 혹은 명대에 나온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하며 그 또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20세기 들어서 한 장서가가 우연히 발견한 책이기도 하다. 화본소설은 송원시대 크게 유행했던 설창 즉 설화이야기꾼들의 대본이었으며 초기에는 이 설창가들이 직접 이야기를 편집했지만 이후에는 전문 작가들이 글을 짓고 이야기꾼들은 이야기만 하는 것으로 분업화되었다고 한다. 마치 극작가는 글을 쓰고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형식의 글이기 때문에 구어체로 썼고 그래서 백화소설의 효시로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 번역 본에서는 총 9편 중에서 7편을 수록했는데, 본래 1편은 훼손이 많이 되고 또다른 1편은 외설적이라고 처음 출판할 때 부터 삭제되었다고 한다. 궁금하신 분은 풍몽령의 삼언을 찾아보셔도 좋을 듯. 장르는 제각각인데 이책에서는 일반적인 이야기를 다룬 강소설(괴기/유령물과 연애물, 신선/환상물 등) 역사적 이야기를 다룬 강사(그런데 왕안석을 너무 폄하했다 ㅎㅎ) 불교의 가르침을 담은 설경(불료 경전을 읽어준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득도한 스님들의 일화를 담음) 등이 담겨 있다. 옛 이야기가 별 재미가 없을 줄 알았는데 <중국 고전소설사의 역사>를 읽으면서 대충 스토리를 알고 있었던 글도 꽤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도입부는 대개 분위기를 환기시키려는 목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 혹은 분위기 띄우기 용으로 시나 사를 끌어당겨 시작하는데 비록 번역된 부분이지만 매우 유려하고 이어지는 본문 역시 판소리를 듣는 느낌이 들어서 즐거운 경험이었다. 역자가 책의 앞뒤로 송원시대 소설에 대해 깔끔하게 설명해 놓았고 글 사이사이의 주석도 흠잡을 데 없이 산뜻해서 이해에 도움이 되었다. 이러다가 풍몽룡의 삼언을 언젠가는 다 읽어보게 되지 않을까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