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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살기 위한 시의 방식
"[모두가 움직인다/김언] 살기 위한 시의 방식" 내용보기
"그는 동의하거나 동의받지 못한 사람이다. / 한 사람이 동의하고 두 사람이 침묵하는 동안 / 그 사건은 이리저리 주인을 옮겨 다닌다. / 내가 아니면 누군가의 불길 속에서 / 그가 아니면 한 사람도 없는 바닷가에서 / 그는 달려온다. 그가 뛰어온다. / 그는 한 사람 속에 서 있다." - <동의하는 사람> 일부 깊은 밤, 마치 마감을 받은 사람처럼, 시집을 탐독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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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의하거나 동의받지 못한 사람이다. / 한 사람이 동의하고 두 사람이 침묵하는 동안 / 그 사건은 이리저리 주인을 옮겨 다닌다. / 내가 아니면 누군가의 불길 속에서 / 그가 아니면 한 사람도 없는 바닷가에서 / 그는 달려온다. 그가 뛰어온다. / 그는 한 사람 속에 서 있다." - <동의하는 사람> 일부

 

깊은 밤, 마치 마감을 받은 사람처럼, 시집을 탐독한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세상은 요지경. 책 속에 세상이 있고, 시 속에 그가 있다. 그는 나이기도 하다. 그가 내가 되었다가, 내가 그가 된다. 오늘 두 권째다. 채워지지 않는 빈 자리. 그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오늘도 갈망한다, 시 속에 무언가가 있기를

 

"나보다 당신이 더 짖더군요. / 모르는 개와 함께 // 아니면 당신과 함께 / 무슨 얘기를 더 나누겠습니까? / 그거 참 안됐군요. 컹 / 나도 참 안됐습니다. 멍 // 이제 떠나야겠군요. / 거기가 어딘지도 모른 채 / 당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 도착한 그곳에서." - <겨우 두 사람이 있는 대화> 일부

 

어딘지도 모르는 곳, 당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떠나는 그곳에 시는 나를 반길까. 시가 나를 알아줄까.

 

"우리는 가고 있다. 저쪽은 분명하다. / 손가락 끝이 사라져도 손가락 끝이 / 겨우 끝을 보여주는 상황에서도 / 그것이 가리키는 곳은 오직 하나 / 한 곳. 기다림이 있거나 / 망각이 있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없는 / 곳이라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고 / 저쪽으로 가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 우리는 가고 있다. 우리가 새겨놓은 / 무수한 낙서들 떨어지는 먼지들 / 그리고 어느 누가 말년에 남겨놓은 / 책 한 권. 몇  자 안 되는 그 제목을 따라서 / 손가락은 손에서 시작하고 손은 / 손목에서 다시 시작하고 손목 이전의 / 세계는 손목 이전의 세계에 대해서 / 어떤 단어를 동원해도 비어 있는 그곳에서" - <지시> 일부

 

시의 세계로 나는 가고 있다.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세계. 그곳은 항상 비어 있다. 늘, 새로움이 솟고, 언제나 다른 것으로 채워질 수 있는.

 

"뱀의 노크를 못 들었다는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와서 내게 묻는다. 뉘시오? // 나는 아까 전부터 여기 서 있었는데 뱀의 노크 소리를 못 들었다는 그 사람의 구부정하고 어리둥절한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손가락으로 나뭇가지를 가리켰다. 저기서 온 것 같다고." - <허물허물 똑똑> 일부

 

그리고 시에게 묻지만, 시는 어리둥절, 나뭇가지를 가리켰을 뿐, 내게 대답해 주지 않는다. 시에서 답을 구하려 하지 마라. 시는 방향을 가리킬 뿐이다. 그 방향이 때로는 정답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거기엔 정답보다는 많은 선택항이 있을 뿐이다. 나는 시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는다. 무궁무진한 시의 세계. 그 세계가 나를 부른다. 그 세계는 한없이 넓은 세계. 오롯한 마음의 세계.

 

"이 또한 살기 위한 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 시인의 말 (2013년 여름 김언)

h******o 2018.05.23. 신고 공감 4 댓글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