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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우리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로 나아가기도 한다. 어떤 삶을 살지 고민해보지 못한 상태에서 어느 순간 생각지 못한 장소에 서 있기도 한다. 성공회 주교의 딸인 세리나 프룸이 그러하다. 문학을 좋아하였으나 어머니의 바람대로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게 되었던 것부터 그녀의 삶은 자기가 원하던 것에서 한 발짝 멀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삶을 살아야 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는 건 당연하다.
소설은 세리나 프룸의 회상 형식으로 된 내용이다. 그녀는 MI5에 사무직 보조요원으로 들어갔다가 ‘스위트 투스’ 작전에 투입하게 된다. 스위트 투스는 단 것을 좋아하는 취향이라는 뜻으로 냉전 체제에 작가들에게 재정적 도움을 주어 자유세계를 옹호해줄 작가들을 찾아 지원하는 작전이었다. 세리나는 그 작가에게 접촉해 그들의 바람대로 작품을 쓸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역할이었다. 세리나는 톰 베일리의 단편을 읽고는 그의 작품의 탁월함을 발견하여 그를 선정하게 된다.
이언 매큐언은 1967년에 CIA의 자금으로 운영되었던 영국 잡지 <인카운터>의 사건을 풍자해 스파이 소설을 썼다. 스파이 소설임에도 문학이 가진 역할에 대하여 끊임없이 토론하는 세리나와 톰 때문에 문학적인 면이 강조되었을 뿐 아니라 로맨스 소설로도 읽혀졌다. 우리가 보았던 스파이 영화에서 남자와 여자의 관계는 마치 클리셰처럼 뗄 수 없는 다른 하나의 주제다. 소설가 톰 베일리를 포섭하는 작전을 맡았던 세리나는 매우 예쁜 여성이다. 즉 누구라도 한눈에 반할 수 있는 여성이다. 그를 도와 장편소설을 쓸 수 있게 옆에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면서 점점 사랑에 빠지는 건 당연한 결과라는 점이다.
세리나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톰에게 접근했다. 톰을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를 밝혀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데 어쩌면 결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그를 사랑하는 것만큼 진실을 밝히고 싶지만 쉽지 않다.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MI5에 사표를 썼다면 어땠을까. 그때는 이해를 해주었을까.
케임브리지에서 수학 3등급이었던 그녀가 MI5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교수였던 토니 캐닝 때문이었다. 문학을 사랑하였던 것과는 별개로 토니 캐닝은 다양한 질문으로 세리나의 문학적 깊이를 다지게 했다. 신문의 사설과 역사를 공부하게 하여 독서지도를 해주었다. 이른바 MI5 입사에 필요한 면접 준비를 해준 셈이었다.
소설을 읽으며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맥스였다. 세리나와 모종의 감정을 나누었다지만 맥스가 한 행동은 프로답지 못했다. 비밀 요원은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되었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명문화되지 않은 계약이 존재하며 작가는 그걸 존중해야 한다. 가상의 세계나 그 안에 존재하는 인물들의 어떤 요소도 작가의 변덕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허용되어선 안 된다. 허구의 세계도 실제 세계처럼 견고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그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계약이다. (322페이지)
이 소설이 가진 가치는 아마 반전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소설 속에서 세리나가 톰 베일리를 두고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진실을 밝히기란 힘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체가 발각되었을 때 일어날 일들을 예상하게 되는데 이 모든 것들을 뛰어 넘는 결말이었다. 소설가인 톰 베일리와 문학을 좋아하는 세리나 프룸 때문에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소설 속에서 토론의 주제로 거론된다. 이것 때문에 다소 작가가 의도하는 것에 다가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결말을 위해 그러한 감정들을 남겨둘 필요가 있었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모든 것을 뛰어넘는 내용 때문에 소설을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하나 싶었다.
그래서 느꼈던 게 소설을 읽으며 어쩐지 여성적인 문체라는 것이었다. 물론 세리나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설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여겼다. 하지만 이언 매큐언의 소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여성적인 느낌이 강했다. 나는 번역 때문인가 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이언 매큐언이 의도한 바를 이해할 수 있었다.
작가의 고민과 소설을 읽는 독자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세리나처럼 나도 소설을 읽고 또 읽는 사람이라 독서를 한다는 게 어떤 것인지 공감하며 읽을 수 있었다. 마치 한 편의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도 했다. 왜 이언 매큐언의 소설을 사랑하는지 그 깊은 이해와 공감을 할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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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작가들만이 늘 삶과 허구를 혼동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나는 타고난 경험론자였다. 작가들은 사실인 척해서 돈을 벌며, 그들이 지어낸 것을 그럴싸하게 만들기 위해 적절한 곳에서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실제 세계를 이용해야 한다고 믿었다. 따라서 그들의 예술이 지닌 한계에 대해 복잡하고 까다로운 언쟁을 벌일 것도 없고, 변장을 한 채 상상의 경계를 넘고 다시 넘는 듯 보여서 독자에게 불충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한 책들에는 이중첩자가 존재할 여지가 없었다. (118쪽)
세리나 프룸은 영국 정보부 MI6에서 작가 톰 헤일리를 '관리'하라는 지령을 받는다. 실젤로 냉전시대에 CIA는 무수한 문예잡지들과 예술가들을 지원하면서 문화적인 전쟁을 펼쳤다. 세리나 프룸은 냉전체제 안에서 움직이는 작은 체스말에 불과했다. 그러나 '공작'으로 만난 톰과 세리나는 곧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문학이라는 커다란 교집합을 지니고 있고, 무엇보다도 피가 뜨거운 청춘이었다. 냉전 시대를 다룬 이언 매큐언의 다른 소설 <이노센트>의 설정과 비슷하다. <이노센트>가 베를린 장벽이 설치되기 직전의 베를린을 배경으로 삼은 다소 무겁게 설정된 것과는 달리 이 소설은 문학을 매개로 삼은, 가독성 높은 첩보물이다.
"나는 트릭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내가 알고 있는 삶이 책 속에 재현된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삶이 트릭 없이 책 속에 재현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308쪽)
첩모물의 외피를 빌린 이 소설은 '사랑'이 지닌 '거짓'과 '환상'을 겨냥한다. 사랑은 대개 착각과 환상으로 시작된다. 사랑을 시작할 때 우리는 자신의 환상에 상대를 대입한 다음에 그 사랑을 정당화시키고 견고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덧씌운다. 어긋날 때마다 거짓으로 균열을 땜질하고 사랑의 서사가 붕괴되는 것을 애써 외면한다. 사랑이 깊어질수록 세리나는 톰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얘기하는 순간 사랑의 정당성은 심각하게 훼손된다. 톰 역시 세리나를 속이고 있었다. 서로의 거짓을 토대로 삼은 사랑. 악의를 지닌 거짓말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거짓을 피할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 앞에는 '나의 환상 안에서' 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으니까.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거짓의 정당성을 제공하지만, 시대적인 배경을 제거해도, 이 소설은 사랑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화처럼 읽힌다.
"이제 그를 에워싸고 소유하는 느낌은 거의 고통과 같았다. 내가 느껴본 최고의 감정이 모두 모여 견딜 수 없을 만큼 날카로운 끄트머리를 이룬 듯했다." (405쪽)
환상에 균열을 외면할 수 없을 때 갈등은 시작된다. 연인들의 갈등은 대개 자신의 결여를 상대의 결여 탓으로 위장하는 기만적인 마음에서 비롯된다. 사랑은 두 사람이 같이 쓰는 문학작품이 아닐까. 그 사실을 망각하고, 우리는 자신이 설정한 서사에서 어긋나는 상대를 허탈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자신 역시 상대의 서사 요건에 어긋난다는 사실은 잊은 채. 이런 어긋남이 드러나는 시점은 대개 하나의 이야기가 붕괴되고, 그 실망감으로 시작된 다음 이야기(사랑)를 쓰는 과정에서 자각하게 된다. 이미 되돌리기에는 늦었다. 여기서 대다수는 익숙한 이야기를 반복하는 범속한 작가와 비슷한 행로를 택한다. 타인의 결여로 자신의 결여를 정당화시키는 행위는 점차 익숙해지고 처음 겪었던 고통은 희미해진다. 그렇게 사람은 조금씩 이기적으로 늙어간다.
"그는 나의 프로젝트, 나의 일, 나의 임무였다. 그의 예술, 그의 작품, 그리고 우리의 연애는 하나였다. 그가 실패하면 나도 실패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간단했다ㅡ우리는 함께 성공할 것이다. "
잘 쓴 연애소설은 대부분 회고담의 형태를 취한다. 거짓과 환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난 후에야 우리는 뒤늦게 이야기를 완성한다. 지난 사랑이 교훈이 되어 다음 사랑의 서사가 잘 이어지길 바라지만, 그 바람은 대부분 실패한다. 처음보다 두번째가 낫고, 두번째보다 세번째가 더 나아지는 우상향의 그래프는 없다. 그것 역시 물질적 축적을 강조하는 세상이 주입한 환상에 불과하다.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다.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늘 무방비한 상태에서 사랑의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 소설의 마지막 반전은, 극적이며 필연이라고 믿었던 상황 역시 환상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알려준다. 이언 매큐언의 초기 작품은 대부분 '인간의 오류'에서 비롯된 풍경들이 그려진다. 그러다가 점차 연애 소설로 나아간다. 이 전개는 아주 탁월하다. 인간의 오류로 구축된 그의 소설들을 읽다보면, 인간에 대한 실망이 누적된다. 후기의 연애소설들을 적으면서 그는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숱한 오류와 모순에도 인간은 사랑이라는 것을 한다. 오직 그것만이 인간이 자신의 오류와 결여를, 환상의 허약함을 깨닫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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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작가인 이언 매큐언의 스위트 투스 라는 문학 작품 입니다 이 이야기는 냉전 시대 스파이 작전을 배경으로 하지만 폭력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냉전 중 영국 정보부의 여성 관점에서 이야기되는 회고록처럼 읽힙니다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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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정하는 작가 중 한 사람 '이언 매큐언'의 스파이 소설이다. 배경은 1970년대. 예리한 이언 매큐언이 어떤 기막힌 스파이 소설을 썼을까~ 살짝 설렘을 안고 봤다. 소설 마구 읽기를 즐기는 '세리나 프룸'은 케임브리지 대학교를 우여곡절 끝에 졸업하고 남친 '제러미'와의 연애는 그저 그랬다. 제러미가 연결시켜준 '캐닝 교수'와 사랑에 빠져 불륜일지라도 뜨거웠는데 그마저도 대차게 차인다. 그래도 캐닝 교수가 시킨 신문읽기와 역사공부, 수시로 한 구두시험 덕분에 'MI5'에 들어가지만 사무보조 수준이었다. 드디어 작전다운 작전을 수행하게 되는데 이름하여, '스위트 투스'(단 것을 좋아하는 취향)작전이다. 냉전체제였던 70년대에 자유세계를 지지할 작가들을 찾아서 지원하는 작전이었다. 세리나는 '톰 헤일리'라는 작가를 골랐고 문화단체로 위장하고 그를 만나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제안한다. 둘은 단박에 사랑에 빠진다. 스릴 넘치는 스파이 소설인가 했는데 보들보들한 사랑 얘기가 나오고, 수많은 유명 작가들을 언급하다 톰 헤일리의 단편소설 몇편이 액자소설로 나오면서 읽기에 바쁠만큼 속도감이 있다. 냉전체제 하에서 실제로 CIA는 문예잡지들과 예술가들을 지원하면서 문화적 전쟁을 했다고 한다. 1967년 CIA가 영국의 문예잡지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사건이 터졌고, 그 사건을 풍자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문제는 어제 책처럼, 스릴러인데 범인 추적이 목적이 아니듯, 이 책도 스파이 소설인데 스파이 활동이 주목적이 아니다. 글이 왜 이렇게 말랑하지 싶었다. 이언 매큐언 소설이 맞나 싶었다. 도데체 어떻게 이야기를 마무리 하려는 거지 싶었는데... 아 이런 미친 반전이 똭!!! 작가와 독자가 혼재되고 작가의 치밀한 의도에 그대로 걸려버린 가련한 독자 신세여~ 내가 이래서 이언 매큐언을 좋아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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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첫 문장은 이 소설이 내 이야기이고, 사십여 년 전의 이야기이며, 그것이 ’영국 보안정보국의 비밀 임무 수행‘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 임무가 결국 실패하고 개인적으로 망신스러운 일이라는 사실까지 똑똑히 밝힌다. 일종의 첩보물이라는 내용적 측면을 과시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모든 패를 보여주는 과감함이 눈에 띤다. 《스위트 투스》는 이언 매큐언의 열두 번째 장편 소설인데, 그쯤 되어야 보일 수 있는 과감함이다. “... 나는 스물한 살이었다. 내가 표준으로 여기는 것―팽팽함과 매끄러움과 탄력―은 젊음의 일시적 상태였다. 하지만 내게 노인은 참새나 여우처럼 별개의 종으로 여겨졌다... 노인들은 피부가 더이상 몸에 맞지 않는다. 성장을 고려해 일부러 크게 맞춘 교복 재킷 아니면 잠옷처럼 그들에게, 우리에게 헐렁해진다. 그리고 토니는 특정한 빛 속에서 보면, 침실 커튼 때문이었겠지만, 해묵은 문고본처럼 누르스름했고 다양한 불운의 흔적이 읽혔다...” (p.42) 소설의 주인공인 나는 세리나 프룸이다. 아버지는 성공회 주교이고 한 살 반 터울의 여동생 루스가 있다. 루스가 반항적인 기질의 아이였다면 나는 모범생 타입이었다. 나는 영문학을 택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수학과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토니를 만나게 된다. 토니는 내가 앞서 사귀었던 제러미의 선생님이었고, 제러미가 동성애자라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따라 떠난 이후 내 삶에 깊숙이 개입하게 된다. “... 나는 작품에 홀렸고 그다음에 사람에게 빠졌다. 그것은 중매결혼, 6층에서 주선한 결혼이었고 때는 이미 늦어 나는 도망칠 수 없는 신부가 되었다. 아무리 실망스러워도 그의 곁을 지키며 그와 함께 있을 것이고, 그건 내 이익을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그를 믿어서였다. 그가 독창적인 목소리와 뛰어난 정신의 소유자라는―그리고 나의 멋진 연인이라는―믿음은 부실한 작품 두어 편으로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그는 나의 프로젝트, 나의 일, 나의 임무였다. 그의 예술, 그의 작품, 그리고 우리의 연애는 하나였다. 그가 실패하면 나도 실패하는 것이었다...” (pp.328~329) 내가 영국의 국내 정보국인 MI5에 들어간 것은 토니가 나를 떠난 뒤였다. 토니는 나를 내쳤고 나는 토니가 죽은 후에야 토니가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 알게 된다. 그때는 이미 정보국에 들어간 뒤이고, 그 무렵 나는 스위트 투스라는, 일종의 문화계 인물 포섭이라는 비밀 작전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 포섭 대상인 톰 헤일리라는 소설가와 사랑에 빠진다. 그를 사랑하고, 그의 소설 또한 좋아하게 된 것이다. “... 나는 토니의 무덤가 풀밭에 앉아 그를 생각하고, 우리가 다정한 연인이었던 여름을 추억하고, 조국을 배신한 그를 용서한다. 그 일은 선의에서 비롯된 잠깐의 어리석음이었고 실제로 해를 끼치지도 않았다. 공기와 빛이 깨끗한 쿰링에에서는 뭐든 해결될 수 있기에 그를 용서할 수 있다. 베리 세인트 에드먼즈 근처 나무꾼 오두막에서 나를 무척 좋아해주고 요리를 해주고 이끌어주는 나이든 남자와 함께 보낸 주말보다 내 삶이 더 낫고 단순했던 적이 있었던가? (p.463) 하지만 톰을 만나기 이전에 정보국의 상사로서 만난 맥스가 모든 것을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약혼녀를 언급하며 나의 접근을 거부했던 맥스는 어느 순간 파혼을 하고 나의 애정을 갈구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톰의 연인이 된 뒤이고, 맥스는 모든 사실을 톰에게 알린다. 그것으로도 두 사람을 떼어 놓지 못하자, 맥스는 한 걸음 나아가 언론에 스위트 투스 작전을 알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 민스미트 작전이 성공한 건 창의력이, 상상력이 정보기관을 이끌었기 때문이야. 참담한 비교를 하자면, 쇠퇴의 선구자 스위트 투스는 그 절차를 거꾸로 뒤집어 정보기관이 창의력에 간섭하려고 하는 바람에 실패한 거야. 우리의 시대는 삼십 년 전이었어. 우리는 쇠퇴하고 있고, 거인들의 그림자 속에서 살고 있지. 당신과 당신 동료들은 처음부터 그 프로젝트가 썩었고 실패할 운명이라는 걸 알았지만 관료주의적인 동기에 따라 움직이며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는 이유로 그냥 진행했던 거야...” (p.520) 소설의 제목이자 작전명인 ’스위트 투스‘는 단 것을 좋아하는 취향을 이르는 말이다. 소설 속에서 내가 속한 정보부가 우회적으로 톰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하는데 아마 그것이 단 것일 터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1970년대이고, 냉전의 시대에 자연스럽게 만연하였던 일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십대 초 아직 어린 여인이 거치게 되는 거친 사랑이 그 냉전의 시대에 촘촘하게 박혀 있다. 전체적인 소설이 일종의 액자 형태를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액자 안의 액자로 등장하는 톰의 또 다른 소설들도 흥미롭다. 이언 매큐언 Ian McEwan / 민승남 역 / 스위트 투스 (Sweet Tooth) / 문학동네 / 525쪽 / 2020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