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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지촌 여성들의 삶의 기록
이 책은 영화 '명자, 아키코, 쏘냐'(이장호 감독)와 오버랩된다. 주제는 다르다. 이 영화는 경주에 살던 명자가 일제강점기에 오빠를 따라 탄광으로가 가라후토(사할린)아키코라는 이름으로 살다가, 2차대전 후 러시아땅이 된 이 곳에서 쏘냐라는 이름으로 살아가야 하는 여성의 삶을 그린 영화다. 근현대사의 여성의 삶을 조명하였다. 그런데 이 영화 제목이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이책의 제목이 "영미, 지니, 윤선"이라는 이름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근현대사를 다룬 소설에 등장하는 양공주와 색시촌, 택사스골목 , 동두천, 평택 기지촌은 이미 고유명사화됐다. 한 때 산업역군으로 까지 치켜세우며, 미군위안부노릇을 하게 했던 국가, 국가란 무엇인가?, 제 국민을 이렇게 성착취도구로 내몰아도 되는 것인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기록이다. 구술된 내용을 바탕으로 양공주·민족의 딸·국가 폭력 피해자 등 그간 어떤 대명사로만 불리던 ‘기지촌 여성’의 생애와 희로애락, 현재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 주는 책이다. 여기서는 기지촌 여성이라는 역사적 존재를 과거에만 사로잡혀 있는 모습으로 재현하지 않는다. 그들의 목소리를 피해자의 절절한 호소로만 조명하지 않는다. 대화·침묵·몸짓·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극본 형식의 본문과 QR 코드로 연결된 영상을 통해, 피해 중심으로 다듬어진 기록들이 놓친 기지촌 여성의 경험과 감정과 생각을 비춘다. 그리하여 이들이 피해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평가할 수 있고 옳은 말도 그른 말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인생을 꾸려 나가고 있음을 역설한다. 많은 윤문을 거쳐 정돈되기 마련인 일반 구술집과 달리 무수히 중단되고 굴절되는 영미·지니·윤선의 입말을 따라가며, 읽는이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고 기지촌 여성을 우리와 같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엄한 개인이자 시민으로 재인식하게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