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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스토리가 있는 이야기로서,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있음직한 사건들로 구성된 문학 갈래이다. 특히 사건 전개의 개연성과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개연성을 지닌 것으로 풀어가는 것을 일컬어 ‘플롯(plot)’이라고 하는 바, 그것이 얼마나 잘 설정되어 있는가를 따져 작품성을 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서구의 문학이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전개된 현대소설에서 이러한 요인을 따져 작품성을 논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작품의 창작과 향유 양상이 전혀 다른 고소설까지 이러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의 고소설은 그 나름대로 작가의 창작 역량과 향유 배경을 지니고 있는 바. 특히 그 작품을 읽었던 당애의 독자들의 의식과 관점을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은 고소설의 주요 작품들을 대상으로 작품론을 전개하고, 각각의 작품들에 나타난 창작 동기와 역사적 배경 그리고 향유층의 인식 등을 상세히 논한 저자의 연구논문들로 엮어져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 고소설의 ‘많은 작품들에 중세적 이념과 체제의 질곡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고 풍요롭게 살고 싶다는 욕망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가녀린 몸부림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고소설을 연구해서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논문들을 엮어낸 결과물이라고 이 책의 성격을 밝히고 있다. 대부분 필사본으로 전해지는 고소설을 직접 읽기는 결코 쉽지 않기에, 작품론을 다룬 이 책을 통해 고소설의 내용과 의미를 파악하기에 연구 논문들이 독자들에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진다.
크게 2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먼저 1부는 ‘사대부적 현실 인식과 지향’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8개의 고소설 작품론이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서 다룬 작품들은 대부분 주인공이 사대부의 신분이며, 작자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당대 사대부들의 관점과 욕망을 포착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오신화> 중의 한 작품인 김시습의 <이생규장전>과 김만중의 <구운몽>, 애정소설인 <운영전>과 <심생전> 등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등장인물의 성격과 내용을 통해 지배계층인 사대부들의 욕망이 개별 작품에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는 살피고 있다. 동아시아를 휩쓴 전란을 배경으로 다룬 <최척전>과 당대의 정치 현실을 반영했다고 평가되는 <사씨남정기>, 그리고 소설 <춘형전>을 사대부층의 관점에서 개작한 <광한루기> 등에 대한 흥미로운 작품론이 제시되고 있다.
‘민중적 현실 인식과 지향’이라는 제목의 2부에서는 고소설 5작품과 판소리의 특징을 논하면서, 각 작품과 갈래들이 지닌 면모를 ‘민중적 현실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포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 ‘바보 온달’로 알려진 <온달전>과 최초의 국문소설인 <홍길동전>, 영웅소설로 분류되는 <숙향전>과 <유충렬전>, 20세기 초에 창작되었을 것이라고 여겨지는 <삼선기> 외에 판소리에 나타난 ‘민중적 사유방식’ 등이 연구 대상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러한 면모를 통해서 고소설의 독자층이 사대부와 민중들을 포괄하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특히 기존 연구사를 치밀하게 검토하여 저자만의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에 수록된 논문들의 가장 주요한 특징이라고 하겠다.(차니) * 개인 독서 카페인 다음의 "책과 더불어(與衆齋)"(https://cafe.daum.net/Allwithbooks)에도 올린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