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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초콜릿과 스머프, 오줌싸개 동상. 그 이외에 또 뭐가 있을까? 더이상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 제목이 '벨기에 디자인 여행'이다. 평소에 벨기에도, 디자인도, 나에겐 그리 가깝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디자인이라는 것이 알고보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와있는 생활과도 같은 것처럼, '벨기에 디자인'도 나에게 그리 낯설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벨기에를 직접 여행하는 듯한 느낌과 벨기에의 디자인 코드를 살펴보는 기회가 되리라는 생각에 이 책 <벨기에 디자인 여행>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다양한 코드로 벨기에를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먼저 벨기에라는 나라를 간략하게 알 수 있도록 '벨기에를 보다' 라는 제목으로 벨기에를 소개해준다. '기에의 디자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간략하게 짚어주는 이야기에 벨기에에 대해 좀더 알게 된다. 소설가 아멜리 노통브,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도 벨기에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보며 새롭게 각인해본다. 의외로 약간만 짚어주면 그 나라에 대해서 아는 것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주는 것을 시작으로, 이 책에서는 본격적으로 벨기에 디자인 코드를 살펴보게 된다. 도시 디자인과 아이콘, 테이블 위의 디자인, 전통 위에 뿌리내린 패션 실험 정신, 공간을 위한 디자인 철학, 디자인 속의 예술과 장인정신, 진정성 있는 삶을 향한 디자인. 각각의 제목에 맞게 벨기에의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 책은 재미있게 술술 읽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었다. 저자가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다양한 사진에 눈길이 멈추게 된다. 아기자기한 느낌이고, 사진 자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벨기에의 '디자인'을 접하는 데에 있어서 나에게는 사실 낯설었고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는데,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소재를 끌어들여 부담없이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었고, '사실은 나도 알고 있던 부분이었네.' 안도하게 된다. 그 점이 이 책의 매력이었다. 디자인이라는 것이 특정인들만이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녹아내려든 우리의 삶 자체라는 깨달음을 준다.
나의 경우, 여행을 즐기지만, 지금껏 '디자인'이라는 관점으로 여행지를 바라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디자인을 테마로 한 나라를 바라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재미있기까지 한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을 보며 느끼게 된다. 이 책을 보며 디자인이라는 테마로 벨기에를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다. 충분히 들뜨고 즐거운 시간이다. 책을 통해 기분 좋은 여행을 한 느낌이고, 이 책은 마음에 드는 여행 가이드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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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을 읽으면서 갖게 되는 두 가지 기준, '가 보고 싶다'와 '굳이 안 가도 되겠군'이 있다. 이 책은 내게 '가 보고 싶다'를 준다.
디자인, 미술, 색채 감각, 건축....내게 너무 먼 분야이지만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갔으면 싶어 간절해지는 분야이다. 내가 지금보다 이 영역을 좀 더 누릴 수 있다면 참으로 풍요로워질 텐데, 그런 마음인 탓이다. 갖고 싶은 게 아니라 누리고 싶은 것. 아니다, 누리는 것 또한 갖는다는 것의 다른 표현일 뿐, 내게는 마찬가지의 욕심 중 하나이겠지.
벨기에도 그러하다. 우리나라의 경상도 크기만한 나라라는데, 매력적인 부분이 많아 보인다. 멀어서, 쉽게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게다가 디자인까지. 일상이, 환경이 온통 디자인의 표본들이라니 멋없는 아파트만 보이는 우리네 도시 풍경과 비교한다면 동경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본 게 중요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리라.
책은 괜찮다. 내용면에서 나에게는 좀 부족했지만. 훌륭한 사진이 많아 디자인에 대해 이해하기에도 쉬웠다. 눈으로 보고 있으니 갖고 싶고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상대적으로 읽을 글이 적어 보인다는 점이 좀 아쉬울 정도.
이 책이 시리즈의 한 권인데, 다른 나라 디자인도 구경을 해 보나 어쩌나, 망설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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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디자인 여행, 보물지도를 손에 넣은 기분 :D
리뷰를 적을 때 때때로 서명을 그대로 옮겨두기도 하지만 지금처럼 딱 한문장으로 떠오를 때가 있는데 이럴 때의 기분은 그야말로 유쾌상쾌통쾌하다. 벨기에에 대해 얼만큼 알고 있었을까. 아마 와플정도지 싶다. 몇 주전 거리를 걷다 한조각 사먹을까 싶어 들렸던 고디바 초콜릿의 가격에 후덜거릴 때도 고디바가 벨기에 산 초콜릿인줄 몰랐었다. 너무 가격에 민감해서 다른 정보를 전혀 읽지 못한 까닭도 있겠지만 그만큼 벨기에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다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덕분에 보물지도를 얻은 기분을 책에서 마음껏 누릴 수 있었으니 너무 자책은 안하기로^^:;
앞서 밝힌것 처럼 그토록 무심하고 무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벨기에 디자인 여행 책을 읽고자 맘이 든 것은 앞표지에 실린 이미지를 제작한 분의 글을 책보다 먼저 읽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면서 선보인 표지디자인(정확히 말하자면 표지디자인의 소재가 된 소품)은 블로거들 사이에서 칭찬이 오고갔고 내가 보기에도 프린트 되기 전에 실물자체도 멋스러워 그안에 담길 책의 내용에 관심이 생겼다고 보는게 맞다. 저런 정성이 담긴 책이라면 내용은 읽지않아도 믿고 싶어졌고 보시다시피 벨기에 홀릭 홀릭 상태.
디자이너 이자 전시기획자인 저자덕분에 '벨기에 디자인 여행'이란 타이틀에 부합되는 다양한 디자인 세계를 만나볼 수 있는데 패션과 가구 그리고 공간디자인에 대한 내용이 유독 맘에 들었다. 패션디자인 부분에서는 서면 인터뷰이긴 해도 한번 쯤 들어봤음직한-구매와 상관없이- 드리스 반노튼 인터뷰 내용이 실려있다. 휴식과 영감의 장소가 집의 '정원'인 것과 패션 디자인 만큼 관심을 쏟고 있는 것도 정원 가꾸기란 말에 다양한 감성과 숙성된 디자인의 배경이 화려한 색채나 뮤즈가 아닌 자연이라고 답하는 것 같아 더 멋스러워 보였다. 그때문일까. 대부분의 디자이너가 야행성인것과는 달리 아침형 인간이란 말에 조금 놀랐었다.
또 하나 눈이 호강했던 부분은 마틴 반 세브른의 가구 디자인이었다. 의자 하나로 세상을 바꿨다는 말도 있지만 그의 공간을 꾸미는 능력은 더 멋지다고 느꼈는데 사방이 책꽂이로 설계된 방 사진을 보았을 때다. 책에 관심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의자보다는 이쪽에 더 맘이 끌렸다.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의 작업실을 걸어다니는 닭과 돼지 이야기를 언급하면 아, 하고 떠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위의 언급한 작가들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디자인 사진과 글들이 많아 가뿐히 읽을 수 있는 내용도 분량도 아닌 점 또한 이책의 장점으로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디자인 '여행'을 시켜주는 셈인데 벨기에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가졌는지는 리뷰를 봐도 알겠지만 전혀 상관이 없다. 좋아했던 사람들 두말 할 필요없이 더 좋아질테고 그렇지 못한 이들도 거부감없이 호감을 갖게 될 것이다. 디자인이란 주제를 가진 여행기들은 지나치게 박물관과 같은 '공간' 중심이거나 '여행'을 해야만 느낄 수 있는 아쉬움이 들었는데 벨기에 디자인 여행, 이 책은 읽는 동안 진짜 '여행' 그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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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디자인 여행 지은경 지음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해서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많은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풍부한 사진과 저자 지은경님의 자세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글이 맞물려 머리속에서 작지만 가장 매력적인 나라로 자리잡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꼭 와플이나 감자튀김, 틴틴, 스머프가 아니더라도, 많이 알려졌지만 정확한 유래를 몰랐던 것들이 벨기에에서 온 것임을 배웠고 제법 많이 들어본 '앤트워프 왕실학교'도 벨기에에 위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틴틴은 학교다닐적 프랑스에서 오신 애니메이션 교수님이 광적으로 좋아하셔서 당연히 프랑스산 만화인줄 알았었는데, 이처럼 다른 유럽국가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정작 진정한 유래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벨기에가 나오는 경우가 왕왕 있나보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건, '디자인'이란 말을 따로 떼어 쓰는 것이 어색할 정도로 이들의 삶은 디자인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 예전에 서울시 슬로건이 '디자인 서울'이었나 그랬는데, 그렇게 갖다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아주 예전부터 생활이 디자인이고, 디자인이 생활인 느낌이었다. 책에 소개되어 있는 에피소드 중 하나였는데, 저자가 다섯명의 친구들과 캠핑을 갔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커피가 각각 다른 다섯가지의 방식으로 내려져 있었다고 했었다. 맥주의 종류도 무려 팔천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숫자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작은 나라지만 그만큼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고 일반화된 분위기로 몰아가지 않는 문화에서 지금의 고전을 중시하면서도 창조적인 벨기에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단순히 '유럽의 한 작은 나라'가 아닌 '끝없이 다양한 나라, 그리고 끊임없이 가능성을 타진해 나가는 나라'가 벨기에가 아닐까. 나라 자체가 '디자인'이란 키워드로 똘똘 뭉친 벨기에의 모습을 책으로 읽고 있자니, 지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아쉬운 점도 많다. 후반부에 '그 나라 공무원의 문화수준이 딱 그 나라 국민의 문화수준'이란 말이 있었는데, 어제 서울역에 갔다가 어느 광역시의 지역축제 홍보 포스터를 보고 놀랐던 게 생각난다. 지역성이 돋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단정하게 정리되지도 않은 성의 없어 보이는 디자인이 어엿하게 통과되어 걸려있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지금의 경제수준을 이룩하기까진 몇십년도 걸리지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 참 많은 것을 잃어버린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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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레이스 모양의 글자가 새겨진 표지 위의 나라, 벨지움. 벨지움이라는 나라 이름보다어릴 때 배운 베네룩스 3국이 더 친근하다. 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3국의 머리글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고만고만한 크기의 작은 나라들이라 왠지 동화 속처럼 아기자기할 것 같다. 그러다가 최근엔 동생이 회사일로 벨기에에 2년 정도 가 있게 되어서 좀더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 일기예보를 볼 때도 왠지 벨기에의 일기를 살펴보게 되는 것이 참 희한하다. 2년간 블로그를 통해 동생과 함께 여행한 벨기에의 모습은 동화 속의 베네룩스3국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실제로 살아 본 것이 아닌 동생의 여행기를 통해 들여다 본 모습이지만 왠지 친근했다. 오래 된 펜팔 친구를 만나보니 마음 속에 그려진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을 보았다고나 할까?
이번엔 저자를 통해 좀 더 벨기에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볼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을 벨기에에서 생활하면 기자로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 본 벨기에의 모습은 동생의 블로그를 통해 볼 때와는 또다른 모습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뭔가 딱딱 보따리를 잘 쌌다는 느낌이 들었다. 도시 공간 디자인, 식탁 위의 먹거리, 전통과 현대가 어울어진 패션, 디자인 철학, 장인정신, 미래지향적인 벨기에의 모습이 단락마다 이해하기 쉽게 묶여져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다루기 전에 벨기에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글을 읽으며 놀랐다. 어릴 적 텔레비전을 통해 함께 울고 웃었던 네로와 아로아, 파트라슈의 고향이 벨기에고, 외국 여배우하면 첫 손게 꼽는 오드리 헵번도 파란색 요정 개구쟁이 스머프의 고향도 벨기에였다니. 더군다나 한국 전쟁 때 우리나라를 위해 파병까지 해 주었다니 정말 놀랍다. 벨기에가 그렇게 멀기만 한 낯선 곳이 아니라는 것이 신기하다.
사진을 통해 함께 둘러 본 벨기에의 도시는 독특한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나라 경상도만한 작은 나라에서 독일어, 프랑스어, 벨기에어가 함께 공용어로 쓰이는 뭔가 어수선할 것 같은 이 나라의 매력은 각각을 존중해 준다는 것에 있는 거 같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것만큼 나와 같기를 바라지 않고 다름을 존중해 준다는 것은 미래지향적인 희망이 있다. 도시 에 남아있는 과거, 현재, 미래의 공간이 한 곳에 존재하는 곳이 벨기에이다.
식탁 위의 벨기에는 참 매력적이다. 유럽의 교차로 역할을 하다보니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고 그에 따라 다양한 먹거리가 존재하지만 그 속에서 자신만의 독특함을 잃지 않은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수많은 음식을 제쳐놓고 벨기에 하면 초콜릿과 와플이 떠오른다. 어디에나 있는 것이지만 늘 먹던 것 같은 먹거리들, 하지만 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먹거리를 잃지 않은 힘있는 나라가 벨기에이다.
책 표지에서 보았던 레이스. 그 비밀은 벨기에가 뛰어난 섬유예술 국가라는 것이었다. 그 힘은 세계 최고의 패션디자이너를 배출하는 학교를 품게 했고 다양한 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이아몬드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만 떠올리던 무식함을 벗어나 벨기에가 세계 최고의 다이아몬드 산업국가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다. 모든 것은 무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어제를 버리지 않았기에 오늘을, 내일을 꿈꾸어가는 벨기에이다. 저자는 벨기에의 공간 디자인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름답지만 과하지 않고 실용적이지만 차갑지 않으며 자연스럽지만 흐트러지지 않은 인간의 삶을 중심으로 디자인된 공간’. 이 챕터를 읽으며 느꼈던 것을 단숨에 정리해 주는 문장이다. 사진 속에서 만난 디자인은 평소 탐내던 딱 내 스타일이어서 볼수록 탐이 났다. 도시적인 디자인이지만 자연이든 어디든 낯설지 않은 모습이 벨기에이다.
예술가들은 누구나 장인이다. 자신의 혼을 담지 않은 예술품은 없다. 혼을 담을 기술을 지닌 사람은 장인이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디자이너들, 낯선 이름들이 많다. 디자인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닌지라. 하지만 이젠 조금은 다른 시선을 만날 수 있을 거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젠 ‘아, 지난 번 책에선 본 이름인데’하고 한 번 들여다 볼 수 있을 거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생활 숙에서 모르는 사이에 호흡해온 벨기에를 소개하고 있다. 이름은 잘 모랐지만 모양만은 눈에 익은 ‘임페리아’, 기본에 충실한 자전거, 세대를 아우르는 스머프, 스파 등 벨기에 그리 멀지만은 않다.
동생의 오래된 블로그에 들려 벨기에를 다시 들여다 봤다. 그저 보기 좋은 풍경이기만 했던 곳들이 새삼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온다.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정말 만고의 진리다. 그때보다는 조금 더 벨기에가 가까이 보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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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역 1번 출구에서 풍문여고를 지나 정독 도서관을 가던 길. 경복궁 담벼락을 따라 갤러리와 쇼윈도를 구경하며 걷던 삼청동길. 가회동 한옥마을을 찾아 걷던 소박한 재동길. 오랫동안 이 길들을 따로 따로 누볐다. 그러다 언덕 하나 넘으면, 골목 두어번 꺽어 가면 내가 알던 그 다른 동네가 짜잔 하고 나타나는 게 얼마나 신기하던지. 벨기에 디자인 여행을 읽으며 하나의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이어졌을 때 느꼈던 그 신기함이 떠올랐다. 내가 알던 단편적인 벨기에가 이어지고 넓어지는 느낌. 프렌치프라이, 아밀레 노통브와 스머프, 스파, 색소폰은 이미 친숙하지만 벨기에 출신이라는 건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디자인과 디자이너, 패션과 텍스타일 그리고 예술과 장인 정신 등 디자인 전반을 다루지만 일반 독자에게 흥미진진하다. 벨기에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함께 질 높은 사진이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저자의 생생한 묘사가 특히 글 읽는 맛을 더한다. 예를 들면 벨기에를 유럽의 작은 나라이며 면적은 이쯤 된다라고 설명하는 대신 우리나라의 경상남북도를 합쳐 놓은 크기라고 말한다. 벨기에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마틴 마르겔라가 디자인한 호텔 라메종샹제리제를 묘사한 부문을 읽다보니 눈 앞에 그림이 그려지는 느낌. 글을 쓰려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쓰라는 했던 말이 이런 거구나 싶어지고. 특히 각 파트에 들어가기 전에 서문이 참 좋다. 간만에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즐겁게 타이핑을 했다. 몇 군데 소개하자면. 그림은 눈을 통해 감동을 전하고 음악은 귀를 통해 정신을 일깨운다. 온몸을 불사르는 무용은 사람의 가슴을 동요시킨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예술 행위로 규정한다. 그렇다면 요리는 어떠한가? 정갈하고 아름다운 요리를 앞에 두고 우리의 시각은 행복감을 느끼고 맛있는 냄새에 우리의 후각은 황홀경에 빠진다. 이렇게 요리는 우리를 금세 다른 세상으로 이끄는, 삶 속에서 축적된 온갖 스트레스와 무게감을 잊게 하는 힘을 분명 갖고 있다. -테이블 위의 디자인 서문 중에서 : 벨기에의 독특한 미각을 느끼며 많은 풀과 나무, 꽃의 이름과 생김새를 알면 숲은 나에게 특별하고 흥미진진한 모험의 장소가 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저 식물이 무성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숲에 불과하다. 삶도 마찬가지다. 세상이 바르게 돌아가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은 빠르고 간편한 일회용품을 선택하고 말았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찾아나서기 시작한 것 같다. 나는 그런 모든 가치가 예술과 장인정신에 기반을 둔 디자인에서 발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디자인은 우리의 삶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예술과 장인정신 서문 중에서 : 디자이너들이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는 이유 교과서에서 열심히 외웠던 베네룩스 3국. 벨기에의 면적이 네덜란드보다 작긴 하지만 머리 속에는 두 배쯤 차이나는 느낌이었다. 네덜란드보다는 룩셈브르크에 가까운 기분. 벨기에는 와플이나 고디바 정도가 떠오르는 반면 네덜란드는 튤립과 풍차, 필립스, 히딩크의 고향, 하이네켄 등이 네덜란드에서 나온 것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인 듯하다. 어떤 국가에서 나온 것을 많이 알수록 그 나라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끼는 면적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 책을 덮고 나니 머리 속 벨기에의 면적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유럽을 다시 가게 되다면 여행 중에 거쳐가는 나라가 아니라 꼼꼼하게 벨기에 구석구석을 걷고 제대로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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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 디자인 여행은 어떤 책일까? 일단 이 책을 평하기 앞서 필자는 벨기에를 회색의 나라로 정의했다는 점을 알아두자. 필자는 벨기에 속의 도시가 전반적으로 회색빛이 감도는 나라이면서 이 나라가 가진 고유의 흡수성으로 인해 회색의 나라로 정의내리고 있다. “벨기에를 색으로 표현하자면, 벨기에의 국기에 있는 빨강과 노랑 그리고 검정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벨기에를 여행하다 보면 벨기에가 지닌 색이 회색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P23)"
벨기에는 프랑스와 네덜란드, 독일이 지나가야만 하는 교통의 요지라고는 하지만 벨기에의 입장에서는 3국의 나라가 둘러쌓고 있는 셈이다. 아마 이러한 지형적 형세 때문인지 벨기에는 다양한 나라들을 흡수하며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색을 쉽게 들어내지 않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점이 이 나라를 회색분자의 나라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한편으론 뚜렷하지 않은 경향도 존중할 수 있는 중립적 자세라고 생각한다. 전자와 후자의 경우처럼 벨기에는 회색의 나라로 보여지지만, 군데군데 빛나는 색색의 다양한 표현이 벨기에가 지닌 주관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필자의 호소가 나에게도 다가온 듯 벨기에라는 나라가 더 멋스럽게 느껴졌다. 이 점을 들어 필자는 벨기에의 회색을 세련된 회색이라고 정의한다. "극과 극을 달리는 흑과 백보다 적절한 조율을 이루는 회색이 나는 더 좋다. 앞으로는 벨기에를 떠올릴 때마다 나는 세련된 회색을 함께 떠올릴 것 같다 (P24)"
흥미로운 건 벨기에의 세련된 회색이 고스라니 이 책에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책의 표지와 간지로 쓰인 회색벽들 사이에는 다양한 색상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은 6가지로 구분되어 있다. 도시 디자인과 아이콘과 테이블 위에 디자인, 전통 위에 뿌리내린 패션 실험 정신, 공간을 위한 디자인 철학, 디자인 속의 예술과 장인정신, 진정성 있는 삶을 향한 디자인. 이렇게 구분 지어진 카테고리는 벨기에 도시에 관한 이해, 음식, 패션, 건축, 그림 그리고 다섯가지의 카테고리에 담지 못했지만 삶 속에서 느끼는 디자인을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카테고리를 통해 알게 된 여행의 이야기들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그랑플리스’가 이 책에는 단어 한번 거론한 것 외에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마 이러한 점이 좋았다고 느낀 것은 누구나 다루는 획일적인 이야기를 떠나 필자 본인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편지는 기 쇼카르트로부터였다. 그는 운명(암으로 사망)하기 마지막 순간 주변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내 소중한 친구들이여, 나는 오늘 아침 세상을 떠납니다. 결국은 그래픽디자이너들을 위한 천국이 있다고 신으로부터 설득을 당하고 말았네요. 지금부터 내 컴퓨터는 벙어리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들을 정말이지 많이 사랑했어요”(P303)
벨기에 디자인 여행은 회색 표지 안으로 다양한 색깔들이 담겨져 있고, 이 점으로 인해 벨기에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증폭되었다. 내 생각을 이렇게 만들어 준 건 책이 지닌 명확한 컨셉 속의 감동 덕분 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벨기에 디자인 여행을 회색의 책, 더 나아가서는 세련된 회색의 책 이라고 말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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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여행을 떠난다면 어느 나라를 선택할까? 올 여름 2주 동안의 여행을 생각하면서 떠오른 나라들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이었다. 그러다 문득 방에 붙여 두었던 세계 지도를 훑어 보는데 작은 나라들의 이름들도 눈에 들어왔다.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덴마크. 인터넷 검색을 통해 이 나라들과 관련된 여행관련 최신 정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조금 시일은 지났을지라도 보다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어졌다. 인터넷 서점 검색 창에 무턱대고 이 나라들을 입력했다. 그러다 보게 된 책이 이 책 벨기에 디자인 여행이다. 모두 비슷비슷한 정보를 싣고 있는 여행책자들보다는 일단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주제가 정해져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가격이 좀 비쌌지만 이제껏 이런 류의 책들은 사 보지 않았기에 속는 셈치고 구입해 보았다.
벨기에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떠올랐던 것들은 와플과 맥주 정도였다. 그 만큼 벨기에는 내게 낯선 나라이자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라였다. 그런데 왠걸! 서문을 읽어가는 데 어릴 적 정말 즐겨보던 플란더스의 개, 스머프, 루벤스라는 유명한 화가 등이 벨기에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서 벨기에를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이 책의 주된 관점인 '디자인'이라는 것이 저자도 책 속에서 언급하였듯이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무척이나 가까이에 있는 것이기에 더 관심이 갔다. 저자는 벨기에의 어떤 모습들을 봐 왔기에 많은 주제들 중에서도 디자인이라는 것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지도 궁금해 졌다.
저자는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누어 디자인과 관련되어 있는 벨기에의 모습과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첫 장에서는 벨기에를 대표할 수 있는 몇몇 도시들과 특징적인 색인 회색, 그리고 벽돌의 쓰임새에 대해 말해 준다. 일반적인 관광 안내서와 유사한 구조로 기술하고 있지만 관광안내 책자에 실린 사진들과는 다르게 세련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벨기에를 여행할 때 어디를 둘러볼 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두 번째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다. 흔히 프렌치 프라이라고 부르는 감자튀김이 벨기에의 것이었다니!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홍합요리와 너무나도 유명한 와플과 맥주, 그리고 초콜릿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설명해 준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디자인과 가까운 패션과 생활 공간에 대한 매력들을 말해준다. 직물을 이용한 기본적인 디자인 철학과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의상학과에 대한 소개는 벨기에라는 나라를 다시 보게 만들었다. 내게는 낯설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몇몇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선 세계를 바라보는 내 시선을 더 확장시켜 주었다. 아르누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도시의 스타일이 담긴 사진들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책에 실린 장소들을 실제로 찾아가 저자가 글로 설명했던 것들을 현장에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아마도 이 책으로 인해 벨기에에 머무는 일 수가 하루 이틀이라도 늘어날 것 같다. 책을 통해서는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소품들에도 그들 만의 개성있는 디자인 철학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벨기에인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할 수 있어 즐거웠다.
마지막 두 부분에서는 예술 분야에서의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어 벨기에를 소개한다. 소개된 예술가들의 이름이 내겐 모두 낯선이들뿐이었지만 그들의 작품들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는 왠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벨기에식 해학이 무엇인지, 그림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 알기 쉬운 언어들로 설명해 주어 이해하기가 참 쉽다. 어린 시절 정말 신나게 봤던 스머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반가웠고, 섹소폰이라는 익숙해진 악기를 만든 나라가 벨기에라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꼼꼼하게 다시 들쳐보며 여름에 떠날 여행을 생각하니 기분이 한껏 좋아진다. 흔히 볼 수 있는 여행안내 책자가 아닌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책을 만난 것이 여행을 준비하는 데 보다 더 유익했다.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둔 저자에게도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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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책인지 여행 책인지 혼동되게 만드는 책. 읽는 내내 멋진 사진과 벨기에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아 지루한 줄 몰랐다. 우선 '디자인'에 대한 정의부터 내리고 이 책을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전문적인 디자이너가 하는 디자인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도, 주위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모든 물건을 만들어내고 창조해내는 의미에서의 '디자인'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전문적인 지식서와는 거리가 있으니 그런 전문서적이 아니라고 실망하지 말기를.
벨기에는 서유럽의 부유한 국가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를 국경으로 접하고 있어 공용으로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지역도 있다. 벨기에만의 특징을 가지는 곳도 있겠지만 인근 국가의 틍색을 고루 가지는 편이다.
벨기에하면 생각나는 몇 가지 중에 안트베르펜(안트워프), 와플, 초콜릿, 레이스 등이 기억이 난다.
안트워프라고 불리는 안트베르펜은 화가들의 그림에도 자주 등장하는 항구 도시이다. 너무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분위기에 넋을 잃고 만다고 한다. 와플은 벨기에와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있다고 한다. 바삭하고 가벼운 과자 와플은 아침 식사 대용이나 디저트로 인기가 많은데 약 14세기경부터 벨기에의 와플은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고 한다.
와플과 더불어 여자들이 좋아하는 초콜릿 중에 '고디바'라는 상표는 선물로 받고 싶은 초콜릿이다. 이 고디바가 바로 벨기에산이다. 무척이나 고급스럽고 고가로 유명하지만 그만큼 맛이 있다. 고디바는 1926년의 작은 마을 초콜릿 가게 이름에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레이스의 도시'로 불리는 브뤼헤를 빼고 갈 수가 없다. 유난히 레이스뜨는 여자들이 많은지 벨기에엔 '레이스박물관'까지 있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바느질하고 수놓기하는 것처럼 벨기에 여자들은 레이스를 만들었나 보다. 섬세하고 아름답게 만든 레이스 장식품들은 그 어떤 기계로도 그것을 따라가지 못한다.
벨기에는 이 외에도 많은 미술품과 예술가들, 창조자들이 있는 매력적인 나라였다. 서유럽에서도 북쪽에 가까워 춥고 흐린 날이 많은 날씨 때문인지 디자인 제품들의 대부분은 화려하거나 밝은 원색보다는 차분하면서 멋진 예술품을 보는 듯한 느낌의 디자인 제품들이 많았다. 그리고 영화 '틴틴의 모험'과 '스머프'가 바로 벨기에에서 태어난 작품들이다. 이것만 보아도 벨기에는 상상력도 풍부하고 창고적인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이 사는 나라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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