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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총점 종이책
《페티그루 소령의 마지막 사랑》 우리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뜨겁다!
"《페티그루 소령의 마지막 사랑》 우리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뜨겁다!" 내용보기
예전에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거짓말'을 볼 때 이런 장면이 있었다. 우연히 문화센터에서 첫사랑 오빠를 만나게 된 영희가 자신의 딸 성우에게 말한다. 참 많이 좋아했던 오빠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기는 커녕 서글프더라고.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 참 불쾌하고도 서글픈 일이라고. 얼굴에 진 주름이 서글픈 게 아니라, 이왕 늙을 거면 몸 따라 마음도 같이 늙어야 하는데, 마음은 청
"《페티그루 소령의 마지막 사랑》 우리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뜨겁다!" 내용보기

예전에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거짓말'을 볼 때 이런 장면이 있었다. 우연히 문화센터에서 첫사랑 오빠를 만나게 된 영희가 자신의 딸 성우에게 말한다. 참 많이 좋아했던 오빠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반갑기는 커녕 서글프더라고. 사람이 늙는다는 것이 참 불쾌하고도 서글픈 일이라고. 얼굴에 진 주름이 서글픈 게 아니라, 이왕 늙을 거면 몸 따라 마음도 같이 늙어야 하는데, 마음은 청춘인데 몸만 늙는 게 서글프다고. 엄마 나이 쉰 둘인데, 그 첫사랑 오빠를 보는 순간 꼭 열 몇 살처럼 느껴졌었다고 말이다. 사랑이든, 일이든 나이가 들게 되면 뭐든 몸으로 과감히 옮기게 되질 않고, 다 머리로만 하게 된다고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어딘지 그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 나이가 든다는 건 저런 느낌이구나. 하고. 이 드라마가 무려 이십 여전 전 작품이니 당시엔 내가 참 어렸었는데도 말이다.

 

우리가 이삼십대의 나이에 하고 있는 사랑도 영원할 수 없는데, 하물며 오륙 십대의 나이에 사랑이라니, 어디 가당키나 한 말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대부분의 사랑은 한 순간의 열정이므로, 나머지 인생 동안 우리는 그 예쁜 추억을 생각하면서 살아간다. 2~3년 사랑하고, 나머지 세월은 아이들 키우느라 그냥 사는 거라는 부분들이 꽤 많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러니까 '화양연화'가 꼭 젊은 시절에만 찾아오는 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아내와 사별한지 6년이 된 예순여덟의 페티그루 소령과 남편과 사별한 후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쉰여덟의 미시즈 알리는 이 작품 속에서 인생의 '화양연화' 같은 순간을 만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몸이 늙는다고 마음까지 나이를 먹게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그들도 여전히 좋은 사람 앞에서는 설레 이고, 부끄럽고, 잘 보이고 싶은 감정은 마찬가지이다.

 

"죄송해요. 요즘에는 한심한 늙은 여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친애하는 미시즈 알리, 나라면 당신보고 늙었다고 말하지 않겠어요. 당신 나이라야 여성의 성숙함이 한껏 피어난다고 나는 말하고 싶습니다." 너무 거창한 말이긴 했지만 소령은 그녀가 놀라서 얼굴을 붉히기를 바랐다. 그러는 대신 그녀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무르익은 중년의 주름과 지방층 위로 그렇게 두꺼운 아첨을 바르시다니, 소령님. 들어본 적도 없는 아첨이시네요." 그녀가 말했다. "난 쉰여덟이고 전성기는 훌쩍 지났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제는 그저 변치 않는 부케로 건조되기만 바라는 처지죠."

"나는 당신보다 열 살이나 많아요." 그가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면 난 진짜 화석 이게요."

그녀는 웃었다. 소령은 미시즈 알리를 웃게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값진 일은 없다고 느꼈다.

 

영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페티그루 소령이 동생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을 듣게 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슬픔에 망연자실해 있는 그를 마을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미시즈 알리가 도와주게 되고, 그녀의 따뜻한 친절에 그는 점점 이웃 이상의 관심을 가지게 된다. 페티그루 소령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산탄 총을 버티의 것과 자신의 것을 한 쌍으로 집안 가보로 삼고 싶지만, 버티의 가족과 소령의 아들은 그 산탄총 한 쌍을 팔아 큰 돈을 벌자는 제안을 한다. 그런 상황에서 소령은 미시즈 알리와의 만남으로 위로를 받게 된다. 그녀의 차를 얻어 타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그녀와 독서 모임을 갖기도 하고 말이다. 마을의 토박이이자 전형적인 영국 사람인 페티그루 소령과, 이방인 취급을 받는 파키스탄 계 잡화점 주인 미시즈 알리의 만남은 보수적인 마을 사람들로부터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한다. 그리고 미시즈 알리는 가게를 넘기고 시댁으로 돌아오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예의와 명예를 중요시하는 페티그루 소령과 사랑마저도 계산적으로 하려는 그의 아들간의 갈등, 겉으로는 미시즈 알리를 친절하게 대하지만 이방인에 대한 배척하려는 감정으로 그녀를 받아들이지는 않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 등.. 이 작품의 메인 플롯은 소령과 미시즈 알리의 알콩 달콩 사랑이야기이지만,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 간의 관계가 아기자기한 스토리로 함께 펼쳐진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소령과 미시즈 알리가 나누는 대화에서 나타난다. 그녀를 대할 때면 마치 왈츠를 추는 것 같은 설레 이는 기분을 느끼는 소령의 마음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겉으로 티는 내지 않지만 미시즈 알리 역시 소녀처럼 순수한 마음을 중간중간 행동으로 보여준다. 예순여덟의 남자와 쉰여덟의 여자의 러브스토리가 이렇게나 예쁘고 흥미로울 수 있다니,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데에는 역시나 나이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다. 사랑을 의심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이렇게 사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광경은 거대하거나 이국적이어서 위대한 게 아니죠." 그녀가 말했다. "그 풍경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위대해진 거예요. 그 풍경을 보면서 우리는 천 년에 걸쳐 똑같은 풍경이 펼쳐져 왔음을 알게 되지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본다면 그 풍경도 얼마나 갑작스럽게 새로워 보일 수 있는지 모릅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친구의 눈으로 말이에요." 소령이 말하자, 미시즈 알리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그들 사이에서 시간이 흐름을 멈췄다.

"갑자기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다니 이상하네요." 미시즈 알리가 말했다.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사람은 자신이 사귈 만한 친구는 모두 사귀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줄 알게 되잖아요. 정해진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데 익숙해지죠. 물론 조금씩 수가 줄긴 하죠. 멀어지기도 하고 사느라 바쁘다 보니..."

"때로 영원히 가버리는 사람도 있고요." 소령은 목구멍이 조이는 느낌을 받으며 덧붙였다.

 

드라마 '거짓말'에서 영희가 그랬듯이, 나이가 들면 많은 것들을 직접 행동으로 하기 전에 머리 속으로 먼저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미시즈 알리의 말처럼 어쩌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누군가와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것은 젊은이들만의 특권이니까 말이다.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상대가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언젠가 상대와의 관계가 깨졌을 때 내가 받게 될 지도 모를 상처에 대해서 젊을 때는 시간이 지나면 극복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길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선 그걸 극복할 만한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사실 이들처럼 나이가 들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되면 새 친구를 사귀기보다는 정해진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것 또한 마찬가지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관계를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고, 불편하고, 귀찮아진다는 말이기도 하니까.

 

연애도 그렇다. 내 주변의 아직 솔로인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제는 맘에 드는 사람이 생겨도 선뜻 먼저 다가가질 못하겠다고 한다. 시작하는 과정이 귀찮고, 관계를 지속하기 위한 번거롭고, 그러다 나중에 잘못되어 자신이 받을 상처가 두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걱정만해서는 절대 사랑이 다가올 수 없다. 사랑이 찾아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마음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페티그루 소령과 미시즈 알리의 사랑 이야기는 꼭 노인들의 로맨스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매력적이다. 물론 몸에는 좋지만 맛은 싱거워서 천천히 음미 해야 하는 슬로우 푸드 같아서, 긴장감 넘치는 빠른 전개에 익숙해져 있는 나 같은 독자라면 책장 넘기는 속도는 좀 늦어질 수 있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것이 슬로우 프드엔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이들의 로맨스가 화려하고 자극적인 연애 이야기에서는 맛볼 수 없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노래 가사를 응용해보자면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뜨겁다. 가 아니라 '우리의 낮은 당신의 밤보다 뜨겁다' 정도가 되겠다. 밤보다 더 뜨거운 낮에 펼쳐지는 로맨스! 예의바르고, 우아하고, 품격있지만 그래도 가슴만은 젊은이들보다는 더 뜨거운 로맨스! 궁금해지지 않는가?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2013.09.15. 신고 공감 28 댓글 150
리뷰 총점 종이책
major pettigrew's last st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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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척이나 높게 평가하는 한 일본 서술트릭 미스테리 작품 (이름은 밝힐 수 없다..그게 바로 본질이므로) 을 봐도 알 수 있듯, 우리는 성(gender)뿐만 아니라 나이 (age)에 따른 편견도 크다. 전자 먼저 한번 얘기하면, 한 은행의 지점장님을 만나는데 여성분과 남성분이 계셨다. 난 잘 관찰하면 알 수 있었는데도 (동료는 아닐 것이다. 그럼 상사와 부하직원일텐데, 여성분은 바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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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무척이나 높게 평가하는 한 일본 서술트릭 미스테리 작품 (이름은 밝힐 수 없다..그게 바로 본질이므로) 을 봐도 알 수 있듯, 우리는 성(gender)뿐만 아니라 나이 (age)에 따른 편견도 크다. 전자 먼저 한번 얘기하면, 한 은행의 지점장님을 만나는데 여성분과 남성분이 계셨다. 난 잘 관찰하면 알 수 있었는데도 (동료는 아닐 것이다. 그럼 상사와 부하직원일텐데, 여성분은 바지정장에 나이가 중년이 된 분이었으니 부하직원은 분명 아닐 것이었는데도) 남성분에게 먼저 인사를 했다. 당근, 직함소개를 받고 여자분이 지점장님인것을 알고 완전 얼굴이 빨개져서 내가 여자임에도 왜 이런 실수를!!!하고 사과드렸다. 후자의 경우, 그 작품 속에서 운동을 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하는 활동이나 실수를 하는 것등이 왜 젊은이들의 영역이라고 생각을 했을까. 작가는 그 어떤 불공정한 게임으로 독자를 잘못 이끈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책커버로 책을 평가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 작품은 정말 한동안 아마존에서 표지때문에 나의 눈을 이끈 작품이었다. 뭐, 미스테리 위주로 사기만해도 장바구니가 터지는 마당에 아무리 커버가 눈을 끌어도, 로맨스는, 게다가 노년의 사랑은 그닥 매력적으로 보이는 소재가 (쿨럭쿨럭) 아니었다.

 

 

 

하지만, 책페이지를 넘기며 난 아주 서서히 빠져들어갔다.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사랑 이상으로 은근하고 고상하고 풋풋하며 은근한 우정과 애정, 삶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는 페티그루 소령의 모습에 빠지고, 또 끊임없는 그의 영국식 유머에 계속 웃어가면서... 난 나이를 먹는 처지임에도 또 여전히 그런 실수를 하고도 또 편견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잘보고 걸으세요, 아버지." 로저가 그의 뒤에서 말했다. "보안등을 설치하시지 그래요. 그 왜, 움직이면 켜지는 등 있잖아요."

"정말 근사한 생각이구나." 그가 대답했다. "우리 이웃인 오소리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주위에는 토끼들도 있는데, 네가 뻔질나게 드나들던 디스코텍처럼 되겠어."...p.44

(아, 읽다가 가끔씩 페티그루 소령때문에 정말 어찌나 웃었는지 한번씩 더 웃을때마다 그가 좋아졌다)

 

 

"그런 경우 그레이스에게 우리를 믿으라고 할께요..우리 셋 사이에서라면 무굴제국이 한번 더 파괴되지않도록 지켜줄 수 있을거예요" 소령은 하고싶은 말을 꾹 참았다....소령은 데이지 그린이 무굴제국에는 라지푸트 왕자의 정복과 동인도회사를 합친 것보다 더 위협적인 존재일지 모른다는 자신의 확신을 내뱉지않았다....p.164

 

 

"하지만 소령님은 항상 사람들에 대해 판단을 하시잖아요..."
"친애하는 젋은 숙녀분, 우리는 완전한 타인이요. 그렇지않소? 물론 우리는 서로에 대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꽤 높은 얕은 판단을 내릴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당신은 이미 나를 늙은 얼간이로 분류했을거 같은데, 그렇지않소?"
.."하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더 이상 요구할 권리가 없어요..내말은, 당신의 삶이 아주 복잡하리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고민해서 이로울 것이 없고 당신이 내게 그런걸 요구할 권리도 없다는 뜻이오"
"모든 사람은 존중받을 권리가 있어요."그녀가 말했다.
"아,이것봐요...젊은 사람들은 항상 노력해서 존중받으려고 하지않고 거저 존중받으려고 하지요. 내가 젊었을때는 존중받으려면 노력해야 했어요. 그건 주어지는 것이지. 얻어가는 것이 아니었단 말이오."...p.216 

(와우, 나도 한방 먹었어. 아미나는 별로 안받은거 같지만. 존중은 거져주어지는게 아니다, 받으려고 노력해야 한다...와우)

 

..."소령님 집에 있으니 정말 마음이 놓입니다....다시 한번 여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않는 안식처에 들어온 것이 고뇌에 찬 영혼에게는 위안이 되지요."

"그런 위안이 지속되리라고는 약속 못하겠네...내 이웃인 앨리스 피어스는 정원의 식물들에게 포크송을 불러주는 걸 아주 좋아하거든. 그게 식물의 성장 같은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더군"

소령은 울부짖는듯한 'Greensleeves'가 어떻게 더 많은 나무딸기를 생산해낸다는 것인지 종종 궁금했지만....p.243  

 

"아주 엉뚱하시네요. 신앙에 따라 살려는 것이 잘못되었거나 어리석다는 말씀이세요?"
..."아니, 그건 존경스럽다고 생각하네...하지만 신앙을 따르는 삶은, 신앞에서 첫번째 미덕이 겸손임을 기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네...자네의 생각이 자네의 일상만큼이나 겸손함에서 나오는 것인지 말일세..."
"부적벌한 상대와 사랑에 빠진다는게 어떤건지 정말 아시나요?"
"친애하는 젊은이, 사랑이란 늘 그런것이 아니겠나?"...p.292

(와우, 주변의 정말 독실한 종교인이지만 일상은 그닥 종교인스럽지않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네, 신앞에서 겸손함을 과연 지키는지)

 

"뉴저지의 결혼식장에 온 것 같네요. 화려함과 악취미를 잘 구분해야한다고 로저에게 경고했는데.
"실수했군요..둘은 같은거요."...p.337 

 

"여보세요" 로저의 유령이 건조하고 쌀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로저, 아직 칠면조 안 집어넣었니?"
"여보세요...누구누구..며칠이예요?"
"1월 14일이야..네가 늦잠을 잔거 같구나."
"무슨...."
"크리스마스고 벌써 여덟씨 삼십분이 지났어"...p.404

 

"저애는 사춘기 이후로 제대로 생각을 하지 못해요. 보이스카우트를 그만두지 못하게 하는건데."
"...로저가 먹을 수 있게 뭔가를 남겨주어야겠죠?"
"칠면조 날개 한쪽을 찾으라고 쪽지를 남길 겁니다...만찬과 게임을 한번에 즐기겠네요"...p.410

 

.."...꿈만 같아요"

"내가 당신을 꼬집으면 가족들이 좋아할것 같지않네요."...p.443

 

""얘, 로저. 이곳은 언제나 네 집이 되어줄거야"
"아버지한테 그런말을 듣는 것이 내게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모르실거예요." ..격렬하게 포옹했다...등을 두드리며...행복을 감추느라...돌아서서 부엌을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며 덧붙였다.
변호사를 통해 문서화해야 하지 않을까요?"...p.469 

 

서식스의 에지컴세인트메리란 작은 마을의 블랙베리 레인에 위치한 로즈로지에는 68세의 한때 군인이며 영어교사였던 페티그루 소령이 살고 있다. 어느날 아침 갑작스래 배려심 부족한 제수씨 마저리의 전화로 남동생 버티의 죽음을 알고 충격과 슬픔에 빠진다. 그 순간 벨을 누른, 58세의 (아, 호구조사식 인물파악이 오늘따라 무지 싫네)  동네 잡화점가게 주인 미시즈 알리가 등장, 아주 조용히 그와 우정을 맺기 시작한다. 수년전 아내 낸시를 잃은 상실감과 교양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외로움, 외동아들 로저의 이기적이지만 마음 쓰이는 것 등등을, 또한 수년전 남편을 잃은 미시즈 알리와 나눈다.

 

...그는 그녀의 부드러운 이마와 스카프 속으로 사라진 빛나는 머리카락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소령님, 책을 다 읽고나서 키플링에 대해 소령님과 이야기를 좀 더 나눌 수 있을까요?" 그녀가 물었다.하늘이 굵은 빗방울을 뱉어내기 시작했고 차가운 한줄기 돌풍이 먼지와 쓰레기를 그의 다리로 몰아왔다. 슬픔은 사라졌다. 그는 생각했다. 얼마나 눈부신 날인가. "친애하는 부인, 정말이지 기쁘군요. 당신 뜻에 기꺼이 따르리라."...p.102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광경은 거대하거나 이국적이어서 위대한 게 아니죠."그녀가 말했다. "그 풍경이 변하지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알기 때문에 위대해진 거예요...""그렇지만 다른 사람의 눈을 통해 본다면 그 풍경도 얼마나 갑작스럽게 보일지 모릅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친구의 눈으로 말이에요"...p.161

 

...그의 팔에 손을 얹었다...소령의 팔을 타고 온기가 전해졌다. 그는 나비가 팔꿈치에 내려앉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잠깐 동안 그녀의 숨결과 그녀의 검은 눈에 비친 그의 모습말고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음, 정말 괜찮습니다." 소령은 그녀의 손을 잠깐 꼭 쥐었다.

"소령님은 정말 놀라운 분이세요." 그녀가 말했다.

그는 미시즈 알리에게 신뢰감과 더불어 채무감을 불러일으켜 고결함 남자가 됨으로써 당장 그녀에게 키스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음을 꺠달았다. 그는 스스로를 바보라고 욕했다...p.243

 

...소령은 어느덧 자신과 타협하고 그녀의 손으로 팔을 뻗었다. 그리고는 그녀의 손을 입술에 댄후 눈을 감고 손가락 관절에 입을 맞췄다. 그녀는 장미 향기와 약간 톡 쏘는 깨끗한 향기를 풍겼다. 라임향일 것이라고 소령은 생각했다. 눈을 뜨자 그녀는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손을 빼지는 않았다...p.334

(책 표지에 저렇게 모자와 코트를 걸어놓는 것만으로 은근한 마음이 느껴지듯, 이 장면은 단지 손에 한 키스였지만 그 어떤 러브씬보다도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숙녀를 보호하면서 군중을 헤치고.......그러나 미시즈 알리의 팔을 자신의 옆구리에 바짝 붙이는 것만으로도 보상은 충분했다...소령은 누군가 그녀를 자신의 품으로 쓰러뜨려주었으면 하는 덧없는 희망을 품었다..p.344

 

 

아버지가 각각 자신과 버티에게 주었지만 결국은 한쌍으로 후손에게 전하라는 유지를 받들고 싶지만, 마저리와 딸은 그것을 팔아 유람선여행 등을 꿈꾸고 그는 퍼거슨이란 미국인을 만나 그에게 팔 수 있다는 이유를 대고 처칠 총을 가져온다. 런던의 투자회사에 다니는 아들 로저는 상류지향적으로, 얼핏 무례한듯 하지만, 은근 본질적으로 올바른 약혼녀 샌디와 함께 벌컥 가까운 코티지를 빌리고, 퍼거슨을 통해 총과 함께 투자거래를 하여 돈과 승진을 꿈꾼다.

 

인간적인 대화를 원하는 그에게 노처녀 그레이스를 연결시켜주려는 적극적인 행동들에 당황하고, 골프클럽의 파티계획에 미시즈 알리와 함께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어쩔 수 없이 그레이스와 함께 참여하게 되고, 또 퍼거슨이 동네 유지 대거넘경과 함께 동네를 완전 개발, 새로운 건물과 저택으로 채우려는 계획을 알게된다.

 

미시즈 알리는 캠브리지에서 태어나 학자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수많은 책을 읽고 자라났지만, 그의 죽음이후 파키스탄에서 온 친척들에 의해 책들은 불타거나 버려지는 아픈 경험을 하였다. 페티그루 소령외에는 그녀가 파키스탄인이자 유색인 잡화점 주인이상으로 키플링을 읽고, 사람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조용히 고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심지어, 남편의 죽음 이후 가게를 도우러 온 조카 압둘 와힛마저 그녀가 백인들, 페티그루소령과 같은 남성과 어울리는 노골적으로 경계하고, 같은 파키스탄 출신이지만 돈이 많은 성형외과 의사의 아내인 미시즈 칸과 목사의 아내 데이지는 은근하게 그녀를 하대하여 충격에 빠뜨린다.

 

파티가 끝나고 그녀를 지켜야할 타이밍을 놓친 페티그루 소령은 심한 감기에 며칠 누웠다 일어나니, 이제사 이중적인 지인들의 속내를 확인해 마음을 나눌 제대로 된 친구라고 생각되는 미시즈 알리가 북쪽의 시댁으로 가버리고 말았다...과연...

 

...대형백화점과 아울렛으로..휘청거리며 돌아오는 모습을 보곤했다...주중에는 밤 여덟시까지, 그리고 일요일에는 아침부터 가게문을 여는 미시즈 알리에게 결코 고마워하지않으면서 물건값이 비싸다고 투덜대로 복권판매로 돈을 얼마나 벌지 추측하는 것을 소령은 알고 있었다....p.56

 

...세상을 쫓아가는게...우리 자신을 쫓아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소령님은 모르세요....p.402

 

지금도 남아있는 귀족지위에 대한 열등적 존경심과 노동계급에 대한 근거없는 무례함 등 은 제아무리 종교와 전문적인 사회의 포장을 쓴다 할지라도 인간의 본질은 가릴 수 없다. 인생의 진실은 아주 단순하며 (물론, 하나이지만은 않다), 또 그게 나이에 따라 약간 다양한 모습을 보일지라도 그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타협하는 것이 아니며 정말 원하는 것을 찾고 갖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인생의 중심이자 원동력은 바로 '열정'! 

 

(솔직히 그닥 좋아하는 말은 아니다만, 그래서 sometimes가 붙어 좋았다) Sometime love conquers all.

 

 

...삶이 결국 생각보다 더 단순하다는 사실에 경이감을 느꼈다...p.460

 

 

 

우리 강아지를 한 단어로 말하지면 'perfection 그자체'이라고 할 수 있듯, 이 작품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loveliness 그자체'라고 말해야할듯.

 

이 작가의 데뷔작이다. 엄청나다, 작가의 유머수준과 등장인물을 이도록 매력적으로, 또 머리를 쥐어박고싶도록(!) 귀엽게 보이게 하는 솜씨란 (아우, 로저, 머리 쥐어박고싶고 압둘와힛은 패주고싶어..ㅎ).

 

p.s:솔직히 책을 읽을때는 그 책말고도 그때의 나의 상황이 약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복잡한 책을 읽는데 가뜩이나 복잡하다면 정말 그 책은 두통유발자가 되버리는 것이며 (미안해~), 행복할때 읽은책은 정말 너무나도 깔깔대며 재미지게 읽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은...라파의 승리덕을 봤을 수도 있지만, 여러 페이지에 걸쳐 정말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것은 단언컨대 (^^) 확실한거 같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k*****k 2013.09.11. 신고 공감 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