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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킬킬거린 적이 있었던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던 적 같다. 신경숙 작가의 글들은 유달리 아픈 내용이 많았다. 아픔과 고통으로 인해 심연에 침잠하는 글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책은 작가의 말에서 했던 말처럼 달에게 조곤조곤 이야기하며 우리를 웃게 만든 책이었다. 별것 아닌 이야기에 나는 혼자서 킬킬거리고 있었다. 책속에서 주인공이 웩웩 거리고 있었을 때에도. 이렇게 짧은 글들을 모아 놓은 책이 사람을 위로하는 글이라고 생각못했는데,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웃음과 감동을 주는 글들을 만났다.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손바닥만한', '자유롭게' 쓴 글들을 이쁜 동화같은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정말 짧은 소설이다. 에세이같기도 하며, 그날의 생각을 짧게 소설로 풀어낸 이야기이다. 책에서는 다양한 생각들을, 삶을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의 일상들을 보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졌다. 그들의 이야기들은.
「J가 떠난 후」라는 챕터를 읽을때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그토록 가깝게 느껴지는 엄마와 딸과의 관계에서도, 속엣말을 더 하는 딸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딸도 있다는 걸 알수 있었다. 마치 우리 자매들처럼. 책에서는 여동생이 외국으로 떠난후, 엄마에게서 아침마다 전화가 오는데 특별한 말없이 일어났느냐며 묻곤 그냥 끊곤 했었다고 한다. 아침마다 계속 전화 하시길래 외국에 있는 여동생에게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여동생이 아침마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어젯밤에 본 드라마 이야기를 하며 그냥 일상들을 이야기했었다고. 엄마는 그런 일상들이 아주 소중했으며, 마치 습관처럼 딸의 온기를 찾았던 것이다. 그걸 알게된 주인공은 바쁜 와중에 드라마를 보고 다음날 엄마에게 전화를 먼저 해 드라마속 남자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내용이었다.
아주 평범한 일상들이 엄마에게는 아주 소중한 일상이었으며, 그리움이었다는 걸. 우리는 삶을 살면서 너무 거창한 행복을 바라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따라 행복의 크기는 달라질 수 있는데, 너무 멀리 있는 행복에만 안달을 하는 것 같다.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 소소한 일상들이 행복임을 우린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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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당신이라는 존재는 언젠가 내가 읽었던 아픈 책을 같이 읽은 사람이다. 그 사람을 나는 당신이라고 부른다. 당신이 이미 읽은 어떤 책은 앞으로 내가 읽을 것이다. 달에게 먼저 전해진 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들이 가능하면 당신을 한번쯤 환하게 웃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 중에서)
신경숙 작가의 이 짧은 소설들 중에서 내가 가장 킬킬거렸던 작품은 「인생 수업」이다. 방송국의 프리랜서 작가로 있는 여자 주인공은 프로그램 때문에 외국에 왔고, 그 프로그램의 테마는 음식이었다. 각종 음식을 취재하고 먹으면서 프로그램을 만들던 중, 여자 주인공은 계속 튀긴 음식만 먹어서인지 탈이 났다. 갖가지 재료로 음식을 하는 현지 음식을 당분간 끊고 컵라면만 먹고 있다가 무사히 프로그램을 마쳤다. 여행의 마지막 식사를 하는데, 음식은 꽤 맛이 있었다. 마지막에 나온 튀긴 음식이 닭 목처럼 기다랗게 생겼지만 아삭거리는 맛이 먹을만 해서 먹고 있었다. 옆자리에서도 어떤 음식인줄 몰라 물었더니, 글쎄 뱀이란다. 여자 주인공과 연애를 꿈꾸는 정피디는 한술 더 떠 '이제 겨우 우리가 서른인데 말이야.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잖아. 이 세상일이 힘겨울때면 이렇게 생각하는 거야. 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 '뱀도 먹은 년인데.... 내가 뭘 못 하겠냐, 이렇게 생각하면 N은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거야, 안 그래?' 이렇게 말한다. 우울했던 순간에, 폭소를 터트릴만한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처럼 아주 조그만 일에도 웃을 수 있어야 한다. 웃는 일이 줄어드는 지금, 이처럼 가뭄에 단비 같은 아주 짧은 소설을 읽으며 우리는 마음을 달랜다. 아주 짧은 소설에 위로와 감동을 받는 것이다. 작가가 달에게 해주었던 이야기를, 나는 달님에게서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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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상대방의 말을 흘려들을 때가 있다. 그러니까, 상대방은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시시콜콜 토로하고 있는데, 나는 딴 세상에 있는 사람인 것마냥 멍해질 때가 있다. 내가 아니면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대방이 딴 세상을 배회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이던지, 아니면 내가 상대방에게 내 이야기를 할 때이던지 우리는 모두 '잘' 들어주기를 희망한다. 어떠한 해답 혹은 동조는 아니더라도 아, 이 사람이 그래도 내 이야기를 귀담아들었구나 같은 판단은 상대방의 행동으로 짐작할 수 있다. 매일 나의 이야기를 한다. 상대방이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아니 듣더라도 귀 기울이는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흘려듣듯이 그들도 그러할지 모르니까, 그저 나는 내 속에 있는 말을 뱉어내는 데 만족한다. 때로는 내 이야기를 속에서 밖으로 흘려보내는 것만으로도 후련함을 느끼고는 하니까. 그리고 왠지 내 편이 생겼다 싶은 안도감이 드니까. 그래서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그 순간만큼은 상대방이 귀담아듣던 그러지 않던 중요하지 않다. 속에서 말이 되어 세상에 던져지는 순간, 누군가에게는 기억될 거라 생각하니까, 우리는 모두 그러하니까...
우리가 온종일 뱉어내는 말을 단어 수로 헤아려본다면 과연 얼마나 될까. 상황, 기분, 주제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온종일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사람은 아마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 휴~같은 한숨이라도 쉬지 않을까. 그렇게 본다면 신경숙 그녀가 들려주는 소리는 정신없는 한바탕 주절거림이라 해도 되리라. 그녀의 팬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관심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지 오래고, 그녀의 글 분위기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그녀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많이 안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건 내가 그녀의 작품을 모두 섭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전작을 읽었다 해도 결코 많이 안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처음에는 조금 의외였다. 제목이 전해주는 발랄함을 깊게 생각하지 않아서인지, 시작부터 중반까지 꽤나 가벼운 문체에 그녀의 글이 맞는 건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녀를 『모르는 여인들』로 관심에 두게 됐다. 그래서 26개의 단편집인 이 책도 제목과는 별개로 그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드러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번 작품은 상당히 발랄했고, 상당히 경쾌했고, 유머 또한 있었다. 그렇다고 박장대소할 만큼의 뛰어난 유머는 아니었지만, 그녀가 이런 글을? 같은 생각이 미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을까? 죽는 날까지 나만 간직하는 비밀이 과연 존재할까? 나는 잘 모르겠다.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든, 그 당시에 가장 가까운, 내가 믿는 사람에게 겪은 일의 전말을 알리지는 않더라도 조금의 힌트라도 주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내가 조금 힘들다거나, 그 일로 인해 내 기분이 좋지 않다거나 하는 것 말이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그런 맥락의 글이 아닐까. 어느 날 밤하늘에서 빛을 발하는 달을 보고 영감을 얻어서 써내려 간 26편의 짤막한 이야기. 누군가에게 하고 싶지만 그저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기에 그녀는 달을 청자로 소곤소곤 속삭인 것이리라. 때로 어떤 이의 삶은 참 거창하고 대단해 보인다. 매 순간 어떻게 임하면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같은 답이 없는 의문이 뇌리를 스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삶도 파고들어 보면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는 한다. 그렇다. 우리의 일상은 소소하다. 우리의 일상은 단순하다. 우리의 일상은 소박하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삶에 비해 타자의 삶이 월등하게 대단해 보이는 것이다. 실상은 모두 그렇고 그런 삶인데 말이다. 이 작품집에도 우리가 겪는, 그래서 일상 같은 하루의 모습이 다양하게 투사된 후 신경숙 그녀가 달에게 건네고 싶었던 이야기는 읽는 독자인 나에게로 전해지며 내 이야기로 환치된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 나도 겪는 일인데 뭐 같은 공감과 함께, 맞아, 우리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지 같은 자조 섞인 웃음도 짓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마음 깊은 곳에 묻어둘 이야기도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든 언젠가는 세상으로 뱉어내 지더라. 당시의 아픔과 고통이 희석되어서일 테고 이제는 뿌연 안갯속에 있는 것처럼 또렷한 형체를 가늠할 수 없어서일 것이다. 그만큼 무뎌졌다는 방증이기도 할 테고 말이다. 어쨌거나 듣는 이가 없는 이야기라면 혼자 끄적거리거나 하다못해 마음 깊은 곳에 차곡차곡 꾸역꾸역 옷을 개키든 개켜놓는 게 우리가 겪고 포착한 일상의 단상들이다. 산다는 것,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다시 보게 된 이 문구는 여전히 나를 혼란스럽게 한다. 산다는 건 무엇일까. 사랑하고 사랑받는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 알다가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출구가 없는 미로 속에 갇힌 나약한 새처럼 어둠 속에서 오돌오돌 떠는 내가 있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건 나의 오만이었고 어떻게든 살아지고 지나가리라 생각했던 것은 나의 자만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을 견뎌내고 이겨낼 용기가 필요했던 거였다. 그녀가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라고 했던 26편의 단편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에게로 가서 어떻게든 특별한 이야기로 전해지는 잔잔한 그래서 단조로운 멜로디 같은 이야기였다. 별 특징 없고 단조로운 멜로디는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다가도 반복해서 듣다 보면 흠뻑 빠져들게 된다. 단조로움은 그 자체로 특별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 특별한 이야기가 될 수 있는 전제 조건이 아닐까.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아간다. 비슷하게 힘들고, 비슷하게 아프고, 비슷하게 실패를 경험한다. 그리고, 조금은 같은 듯 다르게 시간의 터널을 빠져나오고, 조금은 다르게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조금 힘들어도 삶은 똑같이 흘러가고, 이 시간은 지나간다는 거다. 삶은 강물처럼, 시간은 화살처럼. 그러니까...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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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면서 나의 흔적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을 가져오지 않았다. 친정 이불장 한쪽에 쌓여있는 나의 일기장과 친구들에게서 받은 편지들. 다시 나에게 돌아 와야 할 물건들. 친구들, 사람들을 좋아했던 나는 명랑하고 밝은 아이였다. 잘 웃고, 말 잘 하고, 순식간에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까지. 걱정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런 아이. 나란 아이는 그런 아이였지만, 겉모습과 다르게 나의 내면은 외로움을 탔고, 그 외로움을 즐겼던 것 같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웃으며 말 할 자신이 없을 때, 나는 일기를 썼다. 어떤 날은 감정이 담기지 않은 담담하고 건조하게 서술한 날도 있지만 어떤 날은 내 감정에 못 이겨 유치하기 짝이 없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아무에게도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어떤 날은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일기를 쓴 적도 있지만, 어떤 날은 눈물범벅이 되어 글을 쓴 적도 있다. 오로지 내가 나로 돌아가는 시간. 10권이 넘는 일기장을 나는 왜 결혼하면서 내 품에 담지 못한 것일까?
딱 나와 같은 마음이 담긴 책을 읽었다. 나의 이야기지만 잘 아는 사람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 그런 이야기를 책으로 담은 작가의 명랑 상큼한 이야기들이 잔잔해서 참 좋다. 늘 어둡고, 끈적끈적하고, 가슴팍에 뭔가 걸려 내려가지 않는 그런 글을 많이 쓰신 분이라 이 책을 읽을지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이웃 블로그에서 만난 이 책의 리뷰는 사뭇 느낌이 달랐다. 신경숙 작가도 이런 유머러스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서 호기심에 동했다고나 할까?
사람은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거야. 순간순간 잘 살아야 되는 이유지. (37)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것이 비 탓이라고 느껴지는 날, 혹은 눈 탓이라고. 다시 말하면 그저 무슨 탓을 하고 싶은 날. 그런 날은 웬만하면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 잘 지내던 사람인데도 그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다 거슬려서 괜히 시비 걸고 싶어지니까 (163)
누구 탓이 아니라 내 탓이라고 말해야 한다 강요(?) 받는다. 특히 자기계발서 같은 책에선. 하지만 작가는 모든 게 비 탓이라고, 눈 탓이라고, 누구 탓을 하고 싶은 날이 있다고 말하는 걸 보면서 웃음이 나왔다. 나도 가끔은... 내 눈에서 이렇게 눈물이 나는 이유는 저 따가운 햇살이 내 눈에 들어온 탓이야. 를 외치고 싶으니까. 자꾸만 울지 못하게 하는 현실에서 나이 탓이야 를 외치고 싶은 날도 분명 있을 테니까..
작가의 인생은, 그들의 인생은 뭔가 대단하고 뭔가 남다를 것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렇기에 저런 글들을, 저런 표현들을 사용할 줄 아는 거라고... 하지만 작가이기에 뭔가 대단한 인생을 살지 않는다. 누구나 느끼는 똑같은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남기느냐에 따라 작가가 아닌 사람과 작가인 사람으로 달라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리뷰를 쓰면서 일기를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뭔가 끄적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날. 자신의 내밀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날. 달이든 별이든 어둠이든.. 나도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많은데 들어볼래? 이렇게 시작하는... 글을, 이야기를 쓰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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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밤 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밤하늘속에서 빛나고 있는 별과.. 달.. 때문일 것이다. 가끔 밤 하늘을 올려다보면 포근한 빛으로 우리를 비추고 있는 달을 보게 된다. 하루도 같은 모양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어디에서 바라보건 그 자리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달에게 작가는 조근조근 많은 이야기가 하고 싶었나보다. 단편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형화된 듯 한 그래서 짧은 소설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평범한 그저 스쳐 지나갔을 것 같은, 지금도 거의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그런 저런 소소한 이야기들을 달에게 들려주고 있는 작가의 이야기를 쫒아가 보려 한다. 어찌보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과 그리 다르지 않을 듯 한..달의 채움과 비움.. 각각의 모습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도 참 다양하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초승달에게.. 이제 막 차오르기 시작하는 초승달. 날렵한 모습한 가녀린 여인의 눈썹이 연상되는 그 초승달은 이제 막 무엇인가를 담기 위한 시작의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그런 달의 모습을 보며 작가는 희망, 행복 그리고 타인과 배려등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대학입시에 실패하고 다시 미대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하는 소녀에게 고흐의 삶의 신조를 이야기하며 고통을 감내하고 얻게 되는 행복은 자신을 넘어 타인에게까지 행복을 줄 수 있는 소중한 것임을 알려준다.. 엄마와의 통화가 어색하기만 딸...엄마에게 다가가는 방법이 엄마의 입장에서 관심사를 공유하는 그리 어렵지 않은 일임을 깨달으며 그동안의 무심함에 실없는 웃음을 지어보이는.. 내 얘기와도 같은 이야기.. 사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될 지 모른다.그것이 바로 순간순간을 잘 살아내야한는 이유가 된다. 어디선가 마추쳐 이름도 잊혀진 채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을때.. 나는 무엇으로 불릴까? 그리고 너는? 이라는 의문과 함께 한 번 더 내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반달에게.. 이제 막 반을 채운 반달. 그 달의 보이지 않는 나머지 모습..작가는 그 안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내밀한(?) 어떤 이야기들로 채우고 싶어 또 달에게 속삭였나보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K의 결혼생활.. 마치 남과 같았다는 남편과의 이별을 친구들에게 말하는 K의 이야기.. 누구에겐가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때 느꼈던 나만의 흥분과 그 우쭐함에 대하여.. '코딱지'가 바로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는 표현방법이었다니... 브레히트의 <나의 어머니>라는 네줄의 짧은 시속에 담겨있는 어머니의 참모습..
보름달에게.. 어디 한 군데도 이지러지지 않은 둥그런 보름달을 보며.. 우리는 더도 덜도 말고 보름달 같이만.. 이라는 말을 하게 된다.그런 보름달을 보며 우리는 소망을.. 생각하고 바라게 되는 듯 하다. 신선한 아침속의 싱그러움과 같은 우리의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보다.. 이제 막 시작한 전원생활이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히게 되는 경계에 서 있는 사람.. 하지만 그것을 극복한 뒤의 평안하고 안락한 그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고개를 돌리게 된다. '그래,나는 뱀도 먹은 년이다!' 힘겨울때 떠올리게 되는 다짐 치고는 웃길 수 있는 말이지만 웬지 제일 맘에 와 닿을 것 같은 인생수업... 아이들이 원하는 것과 부모가 바라는 것 사이의 갈등.. 그 갈등속에서 부모는 '내가 어렸을때는?' 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문과 함께 아이의 소망을 비로소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힘겨운 수술을 마치시고 생사의 고비를 넘긴 노모가 던지는 첫 마디.. "에고.. 상추 심어야 하는디?.." 노부부가 바라보는 길가 모퉁이의 에스프레소집..그 에스프레소집을 운영하는 이들의 평범하지만 성실한 일상을 바라보며..노부부는 저물어가는 인생이지만 또 다른 생에 대한 활력을 느끼게 된다.
그믐달에게.. 다시 조금씩 비워가는 그믐달.. 그 비워지는 자리는 지나간 일, 과거가 차지하고 있는 음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조금씩 비워져가는. 잊혀져가는 일들을 다시 비추어 보고 싶은 맘을 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비때문에..웬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머피의 법칙이 오로지 나에게만 적용되는 것 같은 일상을 보낼때 사소한 것 하나까지에도 그 원인을 돌리고 싶어질때가 있다. 돌아보고 나면 그것때문이 아닌 그저 그런 일상이었는데 말이다.. 안~주면 가나봐라~ 그~칸다고 주나봐라~ 시주스님과 한 과부의 이 주고받은 이야기의 어조가 몽골의 한 여행지에서 마치 불경이라도 되는 양 이방인들과 함께 읊조리게 되었다는 재미있는 에피소드.. 바닷가의 우체국에서 깨알같은 글씨로 쓰고도 넘치는 많은 사연들을 하나 둘씩 써 내려가는 나.. 결국 어디로 부쳐야할까 고민을 하다가 나의 빈집으로 엽서를 부친다.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해 있겠군' 겁에 질려 치과 치료를 받던 중 저쪽에서 할머니 너댓분이 나누시는 이야기를 듣다가 아픔, 두려움도 잊은 채 진료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던.. 그 기억...
아마 신경숙작가의 책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었다면 그녀의 글이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독자들의 이러한 이야기에 작가는 약간 서운했나보다. 즐거운 얘기를 써 볼 생각은 없냐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글에 쪽지처럼 숨겨둔 유머들을 왜 발견하지 못하지? 라고 생각하며 속상해했다고 하니 말이다.ㅋㅋㅋ 달에게 전하려 했던 짧은 글들.. 누군가에게 해주려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는지 이 책은 읽는다기 보다 듣는 기분으로 정말 금방 읽을 수가 있었다. 작가의 입을 통해 달에게 전달되었던 이야기들이 그 달빛을 머금고 다시 내 맘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 밤에는 아무래도 하늘을 한번 쳐다보게 될 것 같다. 그렇게 달과 눈을 마주치게 되면 나도 무슨 이야기라도 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달아.. 있잖니.."하며 아마 말을 꺼내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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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소설이라 하기에 단편소설을 떠 올렸고, 그러나 읽다 보니 차라리 콩트, 즉 장편(掌篇)소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두서너 페이지에 걸친 짧은 이야기들이 한편으로는 입가에 웃음을 짓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일상을 찬찬히 살펴보게 만들기도 한다. 하루하루 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우리의 일상이 무척이나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단조로움은 일탈을 꿈꾸게도 하지만, 이내 지겨움으로, 또는 서러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날엔 괜히 누군가에게 말을 붙여보고 싶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탓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산다는 것은 그런 일상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고,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그 중에는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있을 테지만, 누구도 알지 못하는 이에게 속삭이며 가만히 음미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 담긴 순간들이 때로는 그리움이 되고, 때로는 서러움이 되는 것을 혼자 느끼면서 말이다. 작가는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달에게 들려주고 있다. 달은 하루하루 날이 가면서 차오르기 시작하지만, 또 하루하루 날이 가면서 기울기도 한다. 초저녁 서쪽하늘에 걸려 있는 초승달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반달이 되고, 보름달이 되었다가, 이제는 기울기 시작하여 새벽녘 동쪽 하늘에 그믐달로 걸린다. 달은 그만큼 듣고, 할 이야기가 많아서 차고 기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가 그런 달에게 들려주는 짧은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가 되고, 너의 이야기와 합쳐져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26편의 짧은 이야기가 무료한 우리의 일상에 잔잔한 울림을 주면서 때로는 웃게 만들고, 때로는 코 끝이 찡하게 만들고 있다. 스님을 사랑한다는 목사, 호모냐며 목사 뺨을 때리는 스님, 곁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아멘’과 ‘관세음보살’을 연발하는 할머니들, [아, 사랑한담서?]에 담긴 글을 읽으면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혼자서 낄낄거린다. 그러나 순박했던 예전의 모습이 지금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것 같아 한편으로는 그리움이 되어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삼십오년 만에 만난 초등학교 동창, 이름은 생각나지 않지만 불쑥 튀어나온 그 아이의 별명 [너, 강냉이지!]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살아오는 동안, 어느 세월의 갈피에서 헤어진 사람을 어디선가 마주쳐, 이름도 잊어버린 채 서로를 알아보게 되었을 때, 나는 무엇으로 불릴까? 그녀는 초승달에게 물어보고 있다. 우리가 순간순간을 잘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고, 그리고 생판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가 나와 어떻게 연결될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체국아저씨 이야기]에서 이 세상을 사람이 살만하게 만드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제자리에서 성실히 자신의 삶을 일구어나간 사람들임을 달에게 들려준다. 그녀가 이 이야기에서 가족들을 위해 묵묵히 자신의 일만을 해온 이 시대 보통 아버지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면, [모르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에서는 어머니의 자식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들려준다. 집에 왔다가 떠나는 아들을 배웅하고 집까지 몇 십리를 혼자서 걸어가는 어머니를 생각해 본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집에 가곤 했지만, 아니 지금도 어머니를 찾아 뵙곤 하지만, 내가 떠나올 때 동구 밖까지, 아파트 입구까지 배웅 나온 어머니가 혼자서 어떤 맘으로 집으로 돌아가는지를 헤아려보지 못했다. 이처럼 저자가 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때때로 나를 생각해 보게 만들고, 나를 한없이 부끄럽게 만들기도 한다.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 그녀는 웃음도 주지만 이렇듯 가슴 저리게 만들기도 한다. 어제는 한,두 방울 봄비가 비치더니, 오늘은 햇볕이 아주 맑다. 새벽에 보이던 달은 이제 얼추 반달에 가까워져 있었다. 내가 저 달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리고 저 달은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지금까지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보던 달에게 갑자기 묻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드는 생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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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 또는 작가가 일껏 모르고 지내다가도 한순간, 정말로 찰나와 같은 어느 한순간 '아, 저 사람도 늙는구나'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공인이란 본디 우리네가 나이를 먹는 것과는 사뭇 다르기에 하는 말이다. 그저 막연하게 '몇 살쯤 되었을 걸?'하면서도 주름기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를 보면 '내가 잘못 알았었나?'하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 연예인의 나이이고, 작가의 나이가 아니던가. 그렇게 무심히 지내던 어느 날, TV 화면에 얼핏 스쳐 지나가던 그녀의, 또는 그 남자의 축 쳐진 목주름에 눈길이 닿았을 때, 그제야 비로소 나도, 내가 좋아하는(또는 좋아했던) 그 사람도 나이가 들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나는 신경숙 작가의 팬이다. 팬이라고는 하지만 요즘 아이들처럼 팬카페에 가입하거나, 얼굴도 모르는 카페 회원들과 벙개 모임을 하거나, 팬 사인회에 참석하기 위해 뙤약볕에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도 해본 적 없고, 근거리에서 얼굴이나 한 번 보려고 며칠씩이나 노숙을 불사한 적도 물론 없었다. 아무튼 나는 요즘 아이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그렇게 조용히 신경숙 작가의 팬이라고 자처하면서 살았다 그런 까닭에 그녀가 쓴 글이라면 일부분만 읽어도 단박에 알아챌 수 있다고 장담했었다. 그러나 이 책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읽고는 그 자신감이 일정 부분 사라졌다. 아니, 어쩌면 이제는 더 이상 자신이 없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동안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그녀만의 특징이 이 책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그만큼 생경하고 낯설다고 느꼈다. 그러나 싫지 않은 변화다. 작가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음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라고 느꼈던 것은 글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졌다는 점이다. 소재의 선택에서도 그랬지만 그동안 작가의 글에서 보여지던 인과관계의 논리성, 또는 날카로움은 찾기 어렵다. 사실 그간에 써왔던 작가의 글은 긴 호흡을 필요로 하는 장편소설이 대부분이었고, 그렇게 긴 글을 쓰려면 묘사의 적확성, 회화적인 글쓰기, 친근한 구어체 표현 등 작가의 타고난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했었겠지만 작가는 그동안 자신의 능력을 무기처럼 사용한 면도 없지 않았다. 예컨대 주인공이 화가 났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 화가 났으니 그 주변 분위기는 어땠는지 등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묘사함으로써 독자들도 덩달아 화가 나도록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곤 했다. 그것은 흡입력과는 조금 다르다고 느꼈다. 작은 것도 쉽게 지나치지 못 하는 작가의 결벽쯤으로 여겨졌다.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단편소설집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아주 짧은 글들로 이루어졌다. 마치 그날 그날의 일기를 모은, 또는 손글씨로 꾹꾹 눌러 쓴 편지들을 모은 수필집처럼 보인다. 구성의 기승전결도, 문체의 긴박함도, 묘사의 치밀함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독자도 소설 속의 허구로서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내 주변의 이야기, 오래 전의 내 생각인 양 가볍게 읽힌다. 작가도 이제는 편안해 보인다. 아니, 그렇게 느껴진다.
"패러독스나 농담이 던져주는 명랑함의 소중한 영향력은 나에게도 날이 갈수록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명랑함 없이 무엇에 의지해 끊어질 듯 팽팽하게 긴장된 삶의 순간순간들을 밀어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글쓰기의 방향을 전면적으로 그쪽으로 옮겨갈 수는 없다. 첫째는 나의 능력 부족이고, 둘째는 나는 삶의 변화나 재발견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것은 끝이 어찌 되리란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그 허망함을 등에 진 채로 기어코 저 너머까지 가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유한한 행보에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p.208 '작가의 말'중에서)
작가는 한 서평지 편집장과의 인터뷰에서 '손바닥만한 글을 자유롭게 써서 연재를 하자'는 그의 제안과 그가 표현한 '손바닥만한' '자유롭게'라는 말에 끌려서 여기에 실린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쉽지 않았을 것이다. 타고난 나의 성향과는 정 반대의 길이 비록 쉽고 편한 길이라고 누군가가 말해준다고 할지라도 결국 나는 작가의 말처럼 끝이 어찌 되리란 것을 이미 알고 있음에도 저 너머까지 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운명이고 숙명이다. 하고픈 말은 많은데 그것을 차마 밖으로 꺼내지 못한 채 속으로 삼키는 일은 또 얼마나 가슴 답답한 일이겠는가.
작가가 쓴 짧은 이야기들은 쉽게 읽힌다. 하나하나 따지지도 않는다. 그저 두루뭉술 넘어갈 뿐이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어떤 편견이나 주관적 잣대에 의지하지 않은 채 피력한다는 것은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내가 사는 삶의 터전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그 하나하나의 것들이 사랑스럽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나의 주관과 편견은 내가 보는 모든 것들에 스미게 마련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길가의 풀 한 포기에, 그 옆을 소리도 없이 오가는 개미 한 마리도 사랑스럽고 때론 가엾게 여겨질 때면 보여지는 것들에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런 날이 있다. 모든 것이 비 탓이라고 느껴지는 날, 혹은 눈 탓이라고. 다시 말하면 그저 무슨 탓을 하고 싶은 날. 그런 날은 웬만하면 사람을 만나지 말아야 한다. 평소에 잘 지내던 사람인데도 그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다 거슬려서 괜히 시비 걸고 싶어지니까" (p.163 '봄비 오시는 날'중에서)
오늘 아침 산행길에서 이소(離巢)를 하는 어린 새의 날갯짓을 보았다. 생명이 자라는 모습은 언제나 대견하다. 그 끝이 어찌 되리라는 섯부른 예측은 생명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다.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것, 그 곁에서 조용히 있어주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할 일이다. 삶이란 결국 경험하는 것이지 깨닫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 작가도 이제 나이를 먹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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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작품 중 가장 가슴에 남는 것은 역시 <엄마를 부탁해>였던 것 같다. 그 땐 대단한 감정이입으로 완전히 우리 엄마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져 들었다. 우리 마음 밑둥에 남아있는 공통의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조리 끌어모아 독자들을 뒤흔든 손끝이 더운 작가의 작품이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나이도 체면도 잊은 채 눈물 콧물 흘리며 읽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작가의 최신작인 <달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작가의 평소 작품경향과는 다소 차이가 느껴진다. 제일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그저 그런 일상의 이야기들에서 느껴진 밋밋함이다.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기보다는 패러독스나 유머가 던져주는 잔잔한 미소를 띠게 만든다. 벚꽃이 만개한 가로수길을 걷다가 문득 떠오른 행복감, 이상하게 하는 일마다 꼬이는 그런 날 느껴지는 인생의 비애, 아웅다웅 살아가는 이웃의 모습들이 가감없이 그려진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야기를 달이 듣고 함빡 웃을 수 있는 이야기, 고개를 끄덕거릴 이야기,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하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초승달에게, 반달에게, 보름달에게, 그믐달에게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 26편의 짧은 이야기들은 어느 한 순간 느낀 저자의 감정을 예리하게 전하고 있다. 새벽의 한순간, 여행지에서의 한순간, 일상을 꾸려 나가는 한순간, 책을 읽는 한순간, 당신 혹은 우리가 만났던 한순간들이다. 무딘 우리의 감각으로 그냥 무덤덤하게 지나갈 일들이지만 역시 작가의 눈에는 새로운 의미를 가지고 다가온 그런 이야기들이다.
26가지 이야기 하나하나에서 나도 모르게 잔잔한 웃음들이 묻어난다. 스님과 목사님이 싸움하는 코믹한 장면을 통해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시골 할머니들과 이 장면을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하는 먼산의 모습은 과연 인생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딸이 좋아한다는 나비장을 베보자기에 싸서 지하철에 싣고 딸네집으로 가는 노파의 모습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충분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코딱지를 둘러싼 처남과 매형의 이야기는 의외의 결말을 통해 삶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어떤 일상도 새로운 감동이 될 수 있다. 내 안에만 있을 때 아무것도 아니던 것들도 작가의 눈을 통해 재해석해 보면 또 다른 의미로 나에게 돌아오게 되는 것 같다. 가만히 돌아보면 나에게도 이 책에서 소개한 그런 경험들이 수많이 있었을 텐데 그것을 되살릴 수 없음이 안타깝다. 화사한 봄꽃이 만개하고 있는 이 봄에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달빛처럼 스며든 잔잔한 이야기들을 듣는 기쁨도 누려보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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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을 꽤 읽었다. 하나같이 묵직한 울림과 깊은 사색을 주는 책이 많았다. 이 책을 작가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자면 이 소설은 가볍게 마음을 터치하는... 작은 미소를 짓게 만드는 짧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 장편으로만 만나다가 이렇게 짧은 소설로 만나니 신선했다.
독자들은 종종 저자에게 얘기 하곤 한단다. 즐거운 이야기를 쓸 계획은 없느냐고 대놓고 물으면서 그녀의 작품들이 주는 가라앉은 분위기에 대해 작은 투정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녀 자신도 유쾌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는지 그도 아니면 고객만족을 위한 행보인지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자신의 소설도 충분히 즐거운 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보여준다. 상큼한 유머처럼 가벼운 미소가 번지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이렇게 증명해 보였다.
따뜻한 이야기도 있고, 농담같은 이야기도 있는 스물 여섯편의 짦은 이야기 모음집이다. 어느 밤 산책길에 만난 '달'이 평소와는 달리 보였고, 그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제목을 정했다고 했다. 매일같이 밤 하늘에 출근도장 찍는 '달'에게 하루에 하나씩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다.
26편의 이야기가 모두 마음에 들지만, 특별하게 기억나는 에피소드로 두 가지만 꼽아 보겠다.
제 몸보다 훨씬 크고 무거운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딸의 집으로 향하는 노인을 보며, 같은 처지의 또다른 할머니가 "제발 우리 이러구 살지 맙시다!" 하며 화를 내며 말을 건넨다. 자식한테조차 폐 끼치는거 아닌가 예의차리며 사는 늙은 부모들의 희생적인 삶을 신세 한탄처럼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한다. 화도 냈다가, 하소연도 했다가, 서로 위로도 하다가... 머리를 맞대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보는 할머니를 나무라던 또 다른 할머니 역시 자식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또 다른 엄마일 뿐이었다. 타인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모습도 저럴 것이라 생각하니 화가나는 모양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할머니를 보자 한편으로 짠~ 하기도 했던 모양이었다. 허탈한 한숨을 지으며 씩씩거리기도 하고, 끝내는 눈가에 촉촉히 물기가 맺히는 두 할머니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생각이 좀 깊어졌었다.
스물여섯번째 마지막 이야기인 귀여운 할머니들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할머니들 대화를 보면서 푸하하~ 하며 나도 함께 빵 터졌다. 아픈이를 발치하러 간 치과에서 처음보는 할머니들의 대화에 진료를 받다가 빵 터져버린 화자이야기가 정말 재밌었다. 예상치 못한 할머니의 대화가 마치 개그프로를 보는 것 같았다. 풉... 다시 생각해도 웃음난다.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시죠? 헤헤헤.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장편에 비해, 짬짬이 읽어도 되는 짧은 이야기여서 부담이 덜하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지만, 꽃 피는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릴 만한 소설이다. |
달아! 밤마다 너를 보면서 나는 많은 생각을 한단다. 학교 다닐 때 밤마다 네가 있기에 나는 안심이 되어 집에 간 것 같아. 네가 없었다면 나는 그 많은 밤을 무서움에 떨고 캄캄함에 고민하고 외로움이 치를 떨었을 것 같아. 다행이 너라는 존재가 있기에 나는 행복했어. 내가 뛰어가면 너 또한 나를 따라서 뛰어오고 내가 고민하면 너도 무언가 고민에 찬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았지? 특히 어른들이 알려준 네 속에 토끼를 보게 되는 날이면 난 참 라는 존재가 대견스럽더라. 어린 마음에 너 속에 토끼는 정말 존재했었던 것 같아. 물론 지금도 너를 보면 그 속에 토끼가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아. 나 너무 철없는 아줌마인가 달아 이번에 신경숙님이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을 내 놓으셨단다. 이 책을 받아 보는데 어찌나 떨리고 설레던지? 어린 시절 너를 처음 보고 너를 만나서 설레던 기억이 나더라고 참 그 시절 생각하면 미소가 전해지고 웃음이 막 생긴단다. 물론 어두운 저녁 네가 살아져서 찾지 못해 안타깝고 무섭던 시절도 생각나긴 해. 그때는 비님, 해님이 얼마나 얄밉던지? 막 생각난다. 그래서 너와의 생각과 추억이 나에게 최고로 많이 자리 잡는 것 알지. 신경숙님의 책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짧은 소설의 모음인데 초승달, 반달, 보름달, 그믐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로 그 속에 여러 짧은 글들이 나온단다. 책을 읽으면서 너 많이 생각했다. 내 마음 알지? 내용들이 주제가 내가 들어 본 듯 내용들도 있더라. 그러면 아 아는 내용 하다가 마지막에 저자님이 웃음 주게 만드는 글들이 나오게 되는데 아마 그 부분들을 읽는다면 참 좋더라. 물론 너도 아는 내용일지도 몰라. 신경숙님이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니 말이다. 먼저 들었더라도 다시 보면서 웃어주길 바래. 초승달에서 ‘J가 떠난 후’를 읽으면서 나 참 못난이라 생각이 들었어. 달 너도 알다시피 내가 친정 엄마에게 많이 연락 안 하고 살았잖아. 저번 주에 잠시 친정엄마 보고 오니 더욱 그립더라. 참 별일 아닌데 J는 엄마에게 참 자란 것 같아. 매일 엄마에게 전화해 문안인사하면서 드라마 이야기나 그냥 일상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것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누구나 못하는 일이잖아. 나는 왜 그 일을 못하고 것 인지? 이제부터라도 전화 자주 드리고 인사하고 잘할게 달아! 잘 지켜봐주렴. 반달에서 ‘우리가 예쁘다는 말을 들을 때’ 사실 예쁘다는 말은 어린이나 어른, 할머니 다들 좋아하는 단어잖아. 그 단어를 언제 들었던가? 들은 기억은 나는지? 기억에도 가물거린다. 달아! 오늘 밤 너 참 예쁘다. 언제나 나에게 밝게 비추어주렴! 내 맘 알지 내가 얼마나 너 예뻐하고 사랑하는지 말이다. 아 참 드라마‘ 해를 품은 달’ 과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가 생각난다. 해품달은 어찌나 김수현이 멋지던지 잊을 수가 없구나! 그리고 달빛 길어올리기는 달빛 아래 세수대야에 보이던 너의 모습이 참 청아하고 아름다웠어 많이 생각나네.
![]() 보름달에서 ‘에스프레소’ 이야기가 나오는데 나이 들어서 노부부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더라. 인생의 성공은 과연 무엇일까? 같이 가는 동반자가 있기에 참 아름다운 것 같아. 달아! 너는 나의 영원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줄거지? 너와 함께 같은 하늘 아래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는 자체가 난 참 행복하단다. 오늘 밤에도 너와 함께 나도 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셔보고 싶구나! 아담 나 에스프레소 써서 못 마시지? 그러면 나는 카페모카로 한잔 마실게, 그믐달에서 마지막 ‘사랑스러운 할머니들’ 읽으면서 나도 한참 웃었단다. 이 아파 치과에 가서 긴장되는 순간에 할머니들의 수다에서 예수가 누구꼬? 하는데 대박 웃음이 나더라? 책을 읽으면서 잔잔한 재미와 우리 주변의 이야기들이 이리 웃음을 주고 감동을 주네. 그래서 참 좋더라. 물론 네가 옆에 있기에 더욱 좋은거 알지? 사랑한다. 달아! 달아 이 책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너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야 이 책 네가 여러 사람들에게 환하게 비추듯이 널리 알려주길 바랄게. 그렇게 할 수 있지? 산다는 것, 사랑하고 사랑받는 다는 것, 누군가를 기억 한다는 것, 우리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 이런 자체들이 살아가는 잔잔한 재미인 것 같아. 저자인 신경숙님의 말씀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사람이 환하게 웃어주길 바랄게. 너도 웃고 있는 것 맞지? 오늘 밤 너의 얼굴이 환한 보름달이 되어 나에게 다가오겠다. 우리 웃고 살자. 그리고 인생 살아가면서 같이 동반자가 되자. 언제나 나에게 네가 있듯이 너에게 내가 있기를 바랄게.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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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처럼 스며들어 당신을 반짝이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이 그다지 와닿지 않던 책이다.
20년 전에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으며 좋아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꾸준히 좋아해 온 작가다. 신경숙은. 그런 작가가 이 책을 예약 주문하면 친필로 사인까지 해서 보내준다기에 초판이 발행되던 날(2013.3.18)보다도 열흘전에 주문해 놓은 책이었고 2013.봄. 신경숙 ,이라는 그녀의 친필 사인이 담긴 책을 받아들면서 그녀의 글씨체가 마냥 반갑기만 했던 책이었다. 우선 읽고 있던 중국역사에 관한 책들을 계속 읽다가 문득 부드럽고 감성적인 내용의 책이 읽고 싶어질 때 바로 이 책을, 천천히 음미하듯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머리맡에 아껴둔 책이기도 했는데.
패러독스나 재치가 던져주는 명랑함의 소중한 영향력이 얼마나 매혹적인지 느껴본 사람으로서, 그런 의미를 담아 이런 종류의 글도 쓰고 싶었다던 저자의 역량을 평가해본다면. "글쓰기 방향을 전면적으로 그쪽으로 옮겨갈 수는 없다. 첫째는 나의 능력부족"이라고 그녀 스스로도 이야기한 것처럼, 역시 이런 종류의 글쓰기는 뜬금없다. 왠지 남의 옷을 빌려입은 차림새처럼 나 스스로 보기에도 어색하고 남이 봐주기에도 어색한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그저 어정쩡할 따름이다.
패러독스가 느껴졌던 글은 없다. 그냥 피식 웃게 되던 글은 있었다. 어디에선가 누군가에게 들어봤던 싱거운 농담같은 글이 있었고 맨 처음 실린 글(스님에게 교회에 나오라고 설교하는 무례한 목사가 과연 있을까)처럼 다소 억지스럽고 그래서 읽으면서 거북했던 글도 있었다.
아무래도 명랑함으로 영향력을 주기에는 많이 약하시니 외도는 이책으로 마무리하시길. 내가 여전히 좋아하는 신경숙 작가여.
***그래도 더러 동감되는 구절은 있어, 밑줄긋다. 9 어린애가 태어나고 늙은이가 세상을 떠나는 일이 계절의 순환처럼 균형있게 이루어지던 곳이었다. 지금은 노인들만 남게 되었다.
20 뭐랄까 텅 빈 접시에 사료를 부어놓을 때의 내 모습이 내 마음에 들었어. 타자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은 뜻밖에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해.
23 그들의 세계에 내가 개입하면서 생긴 이 싸움을 그치게 하는 길은 내놓았던 세 개의 접시를 들여놓는 일밖에는 없더군.
39 얘기도 늘 하던 사람과 더 할 얘기가 많은 법이다.
47 사랑이라는 게 말이지, 더 좋아하는 쪽이 권력에 있어 밀리잖아.사랑에 대고 권력이라는 말을 쓰자니 좀 그렇긴 하지만, 확실히 그래. 상대방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늘 더 잘하게 되어 있는 것 같아.
78 온종일 객장에서 사람들과 섞여 있다보면 솔직히 퇴근 후엔 오로지 혼자 있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좀 쉬고 싶은 마음.
86 B가 다소 침울해진 분위기를 바꿀 요량으로 자, 그럼 각자 민중으로부터 처음 예쁘다는 말을 들은 때가 언제인지 한사람씩 말해보기로 하자,고 했다.
155 인생을 살아오며 크게 넘어져보고 다시 일어나본 사람들이 갖고 있는 단단한 인상을 K는 지니고 있어. 상처를 받아본 사람들은 두 부류로 갈리잖아. 상처를 견디고 난 뒤 사람에 대해 더욱 희망을 갖는 쪽과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체념하며 냉소적으로 변하는 사람. K는 전자 같아.
156 내가 믿는 이가 좋아하는 사람이니 그도 믿을 만한 사람이겠지 싶은 거.
189 시간이 이렇게 흘러가듯이 모든 일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어. 작별도 끝이 아니고 결혼도 끝이 아니고 죽음도 끝이 아닌거지. 생은 계속되는 거지. 제어할 수 없이 복잡하게 얽힌 채 다양하고 무질서한 모습으로. 이따금 이런 시간, 누군가 만들어놓은 이 바닷가 우체국에서 잠깐 머무는 이런 시간, 이렇게 홀로 남은 시간 속에서야 그 계속되는 생을 지켜보는 마음과 조우하게 되는 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