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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역사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지 못해 안달을 하고 극적 요소를 이리저리 짜맞춘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드라마 허준의 경우가 가장 심했다. 그런데 이 책이나 드라마 태조왕건의 경우는 그 정도가 그렇게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비록 둘다 궁예의 숨겨진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주인공 왕건에 대해 과장하지 않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런 면에서 이 책 [후삼국기]와 드라마 [태조왕건]을 비교하면 재밌다. 물론 소설과 드라마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면서 읽는 소설의 재미가 드라마에서 사실적으로 세트를 만들고 특수효과, 분장 등으로 사실적으로 눈 앞에 나타나는 것도 드라마를 더욱 기다려지게 한다.
어느 역사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전쟁물은, 아무리 오락적인 요소를 주되게 한다고 하더라도, 인명 경시와 패권주의 등을 정당화시킬 위험이 있다. 항상 전쟁의 목적을 되새기게 하며 전쟁이 사라지기 위한 조건을 찾으려 하는 면면을 보여주려고 하는 점에서 일반 무협지를 뛰어넘는 문학작품으로 자리잡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서소에서 빌려보는 무협지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오히려 무협지의 화려한 묘사보다 절제된 전투상황 묘사가 부담이 적어서 좋다.
작가는 서두에서 중국의 삼국지에 비견될만한 우리의 [삼국지]를 써보고 싶었다고 했다. 많은 점에서 부족하지만(삼국지와 비교한다면 ^^) 난 우리의 삼국지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싶다. 며칠 전 남도를 여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보이는 산마다 깊은 골짜기에 마진의 군사 이천이 잠복해 있는 듯했다. [인상깊은구절] "칼을 놓고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긍준을 사로잡아 북왕앞에 무릎을 꿇리려는 생각으로 금필이 그런 제의를 했지만 긍준은 금필을 매섭게 노려보며 악을 썼다. "이놈 금필아! 너는 어찌하여 임금을 배신하고 역적 왕가 놈의 개가 되어 내게 항복하라 하느냐? 네놈이 정녕 장수라면 지금이라도 참회하고 왕가의 목을 베어 장수의 도의를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