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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거 하나는 책임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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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통한 일본 우경화.. 아 참 정화였지... 비극을 통한 淨化'를 논했으나, 나는 이런 秀作을 통해 코믹 카타르시스의 위대한 미학적 효과를 절감한다. 이렇게 남을 웃기려면 1) 일단 머리가 좋아야 하고, 2) 제 업무를 일찌감치 마쳐 놓아 그 정신에 여유가 있어야 하며(비유적으로 말한 거고, 결국 인생에 있어 이른 시기의 자기 성취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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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을 통한 일본 우경화.. 아 참 정화였지... 비극을 통한 淨化'를 논했으나, 나는 이런 秀作을 통해 코믹 카타르시스의 위대한 미학적 효과를 절감한다. 이렇게 남을 웃기려면 1) 일단 머리가 좋아야 하고, 2) 제 업무를 일찌감치 마쳐 놓아 그 정신에 여유가 있어야 하며(비유적으로 말한 거고, 결국 인생에 있어 이른 시기의 자기 성취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 3) 인생과 세상에 대해 근본적으로 낙관적인, 그리고 건전한 패러다임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인간이 혹여 남을 웃길 때가 있다면, 그것은 끝도 없는 거짓말로 일관하던 행각이 제 풀에 지쳐 잠시 순순히 진실을 털어 놓는 그 짧은 순간밖에 없다.


'총알탄 사나이' 시리즈는 트릴로지로 구성되어 있으나, 내 보기엔 이 2편이 최고로 웃겨 주는 것 같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속설도 있지만, 의외로 잘 안 맞는 경우가 많다. 나는 '빽 투 더 퓨처'도 그 2편을 최고로 여기고 있고, 언제 한번 리뷰1)에도 적었지만 마이클 J 폭스도 2, 3편에서 더 어리고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1편은 분장 탓이라기보다 본인의 부담감(늙은 나이에 틴에이저 역할)이 있었는지, 이상하게 늙어 보인다. 하긴 볼따구가 축 처진 늙다리가 아무도 안 믿어 주는 코스프레를 하고 다닐 때만큼 비참하고 처량한 순간이 어디 있겠냐만 말이다.


정말 정신없이 웃겨주는 영화다. 일단 서두에서 부시 대통령 夫妻를 비롯해, 에너지 산업 巨頭들이 대거 참여하는 백악관 만찬회장이 나온다. 아마 1편이 타국의 국가 원수들을 유치하게 모욕한 데 대한 나름 개운찮은 심사가 있었는지, 이 영화에서는 자국의 국가 원수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미안풀이 겸 시리즈의 전체적 공정성을 기하려는 듯 보인다. 사실 1편 역시, 미국 지배층이 언제나 정신적 고향으로 생각하는 영국의 국가 원수, 군주를 사정 없이 비꼬고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었으므로, 유치한 우익 프로파간다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No Offense, just kidding'이라는 후렴구를 붙이지 않으면, 뭔가 '다 자란 성인'으로서의(바로 요 영화에도 그런 대사가 나오지만) 처신이 아니라는 강박이 있는 듯, 로그 스테이트의 국가 원수를 다 해치우고 난 후 드레빈 자신도 창 밖으로 떨어지는 덜떨어진 모습을 보이지 않는가. 1편의 태도는 코미디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괜한 정치적 시비를 걸 대상이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 저 에너지 산업의 거두들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그럴 필요도 없고). 무슨무슨 단체 대표라고 할 때 그 약칭들은 다만 다 코믹 어구들이다(줄이면 개그가 되는). 그러나 뚱뚱한 체구를 한 백악관 비서실장은 싧명 그대로 나오고, 배우도 그 실물과 엄청 닮은 사람이다. 이 수누누라는 이름은 한국인들도 귀에 많이 익을 것이다. 레이건 정부에는 리건이라는 비서실장이 있었고, 바로 이어진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 시절에는 수누누 비서실장이라는 저 이름이 한국 뉴스에서도 자주 들렸기 때문이다. 이때만 해도 중남미계 이민자(혹은 이 사람처럼 망명자) 출신으로 저 정도 고위 공직에 오르는 게 극히 힘들고 드물었다. 바로 다음 차례, 민주당 리버럴인 클린턴 행정부만 해도 유색인종 출신을 찾기 힘들었고, 고작해야 2기 행정부에서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최초 여성 출신 국무장관으로 기용되었을 뿐이다. 콜린 파월(아버지 부시 때 군경력의 최정점을 쌓은,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유명해진)은 정작 아들 부시 때가 되어야 얼굴에 흰 분장을 하고 국무장관에 임용되었는데, 사실 민주당2)에서 대통령 후보 콜이 이미 들어왔던 사람이어서 이 조치가 별 감흥은 주지 못했다.


수누누의 말투를 잘 들어 보면 약간 이상한 발음과 억양이 있다. 배우가 영리하게 그 특징을 간파해서 연기를 하는 건데... 저게 쿠바 출신 망명 백인들의 인토네이션이다. 이런 게 또 어디 나오냐 하면, 2012년작 '엑스맨: 퍼스트클래스'에서 이름 없는 캐릭터로 CIA 회의 뒷자석에 앉아 있는 정체 모를 거한이 이런 말투를 또 쓴다. 분명 자기 시설을 安家에 갖출 정도로 거물인데, 왜 직함도 없이 뒷자리에 앉아 있을까? 이 역은 코믹 악역 전문 올리버 플랫이 맡았고, 내가 당시 이것 관련 리뷰나 포스트를 좀 쓸까 하다가 고급 정보의 누설이라서 그만두었다(다음에 생각해 보겠음). 전세계 인터넷 다 뒤져 봐도 '올리버 플랫의 그 캐릭터가 쿠바 망명자 출신 모 인사를 상징한다'고 분석한 사람은 아마 지구에서 나밖에 없을 것이다(마침 그 영화가, 쿠바 위기를 배경으로 다루고도 있지 않은가? 잘 생각해 보길). 이런 리뷰나 포스트는 멍텅구리 블로거들뿐 아니라 일반 웹에 잘 노출되므로 내 이런 말에는 至大한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마지막에 아수라장이 되는 세미나홀에서, OJ 심슨이 범인을 지목하려 하자 그 귀한 VIP들이 옆의 여자 하나를 인질로 잡고 대치하려다 자신이 아닌 줄 알고 뻘쭘하게 각각 주저앉는 장면은 정말 대단한 개그고(높은 놈치고 안 구린 놈 없다는 뜻), TO SERVE MAN(=인류)이라 쓰여진 책을 들고 "이건 요리책이야!'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일종의 배우 개그다. 한국인들은 잘 모를 1960년대 '트와일라잇 존3)'에 나오는 한 회분 에피소드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는, 우호와 친선을 주장하며 몇 가지 서비스를 베푼 후, 자기들 행성으로 지구인을 데려간다. 외계인들이 가지고 온 책 중 하나를 제목만 번역했을 때에는 SERVE가 '봉사하다'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내용을 보니 그 단어는 '요리해서 대접하다'의 의미였던 것. 이미 이륙해 버린 우주선을 향해 '아, 이 책은 요리책이었다고! 돌아와(외계인들의 맛잇는 식사가 될 것이므로)'를 외치는 그 장면이, 해당 배우(세월이 지나 이제는 중년이 된 그 배우)를 통해 패러디된 것이다.


'눈치 보지 않고 편의점에 들어가 콘돔을 구입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으며.. ' 같은 황당한 연설을 하는 드레빈의 모습, 성인용품점을 습격하자 이거 지금 급습 단속(bust)의 일종인가요?;라는 여주인의 질문에, '예, 괜찮은 가슴(bust)이네요'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사실 저들의 문화에 익숙해져야 그게 개그인 줄 안다. OJ 심슨이 적과의 총격전 중 그 긴박한 순간에 대포를 조립하는 장면은 정말 보는 사람 미치게 만드는 유머다. '다시 생각해 보니 블랙 러시안(보드카 폭탄주)이 좋겠소'라는 대사에 웨이터가 이상한 웃음을 짓는 건, '이러면 진짜 피부 검은 러시아인을 어디서 데리고 오는 개그를 할 줄로 보는 이들이 다 눈치챌 텐데'라는 뜻의, 일종의 메타 유머 혹은 (영화 내) 셀프 풍자라고 봐야겠다.


바버라 부시의 머리가 그 유명한 백발인 사실도, 아마 드레빈 역의 레슬리 닐슨의 트레이드마크가 백발이므로 코드 시너지를 위한 게 아니었겠나 싶다. 참고로 실물과 배우는 진짜 닮지 않았으며, 바버라 부시는 남편과 키가 비슷하고 저 배우보다 떡대도 좋으며  얼굴은 약간 넌센스로 매번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는 게 오히려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였다(그러니 저 배우가 연기를 그리 잘 한 셈이 아님). 그러나 2년 전 선거를 앞두고 '이번에는 정권을 바꿔야 한다'며 공화당 다수도 별 기대 않던 롬니의 당선을 희망하는 강경 발언을 하는 등, 의외로 이 노부인은 정치적인 인물이다.


바버라 부시의 백발은 유명해서, 아들 부시가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때, '내가 젊은 시절 말썽을 부린 탓에 우리 엄마 머리가 저렇게 되었습니다!' 라는, 털털하다면 털털하고 사람에 따라선 초딩같이 들리는 발언으로 회중에 큰 웃음을 선사한 일, 그것 때문에 유명하기도 하다. 참고로 1993년작 '데이브'에서 케빈 클라인이 '미첼'이라는 가공의 대통령을 연기하고 있지만, 사실 저것도 어느 정도는 아버지 부시를 염두에 두고 벌이는 풍자다. 케빈 클라인은 우리가 잘 아는 피비 케이츠의 남편이기도 한데, 나이 차는 제법 나지만 정말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두 사람 다 유명인사치곤 드물게 보는 정말 착한 사람들이며, 이런 사람들이 만나면 죽을 때까지 해로하는 법이다. 아름다운 혼인에 축복이 가득하길!


이 영화의 명장면은 한둘이 아니지만, '사랑과 영혼' 도자기 씬 패러디에 이어지는 성행위 은유 장면(명화들에서의 다양한 클립들을 모음)은, 단지 코믹이 아닌, 일종의 감동까지 불러오는 대단한 솜씨였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인 섹스가 유발할 수 있는 극한의 환희를 저런 심상에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참... 아마 내가, 배경 음악 EBB TIDE(이 장면 바로 앞에 나온 '언체인드 멜로디'와 같은, 라이처스 브라더스의 보컬이다. 이제 나는 이 노래만 들으면 아랫도리가 묵직해질 것 같은...) 때문에 지나친 몰입을 한 탓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이런 게 바로, 비극을 통한, 아니 희극을 통한, 우경화, 아니 정화라고나 해야 하지 않을지. (그렇지 경화4)야?)



s****o 2015.01.05. 신고 공감 0 댓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