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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 퇴색되어 바래지고 잊히는 것들이 있지요. 이 소설은 그런 것들, 이제는 아득하게 멀어져 버린 소중했던 것들을 향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요. 삶을 살다 보면 지키고 싶었으나 지키지 못했고 기억하고 싶었으나 기억되지 않았기에 급기야 잊어버리는 것들이 참 많아요. 잊어버리는 게 절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당연히 순응해야 하는 것일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지구는 돌고 세상은 변화하고 사물은 소모되고 사람도 나이가 들어 퇴화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속성 같은 거라고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자연현상이라는 거죠. 그러나 사람들은 이 자연현상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를 거부해요.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불현듯 뒤통수를 내리칠 때면, 격렬히 저항하고는 하는 겁니다. 이른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되는 거에요. 설화 같은 것을 전적으로 믿는 편은 못됩니다. 그러니 당연히 도깨비라는 것도 믿지는 않아요. 오래된 물건에 깃든 혼에 의해 존재를 부여받는 도깨비라니, 갑자기 제 오래된 물건을 대하기가 조심스러워집니다. 『404번지 파란 무덤』에는 1세기가 넘는 시간을 살아온 도깨비가 등장해요. 그가 사는 곳이 바로 도개산 404번지 파란 무덤입니다. 앞서 인간은 잊고 있었던 것들을 기억하는 순간이 오면 되찾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고 말했었지요.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는 어쩌지 못하는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을 때는 초인적인 능력 같은 것을 바랄 때도 있습니다. 인간은 항상 갈망하는 존재니까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 도깨비는 손을 내밉니다. 사람에게는 어떤 표식, 문양으로도 읽히는 파란 흔적이 새겨진 차가운 손을 내밀며 인간의 바람 한 가지를 들어주죠. 대신 인간은 자신의 것 하나를 내어줘야 합니다. 일종의 거래인 셈입니다. 거래에 나선 도깨비는 젊고 키도 크고 잘생긴 청년 공윤후입니다. 여자든 남자든 누구라도 그를 한번 보면 홀려버리고 마는 마성의 매력을 지닌 사람이죠. 세상에는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들이 속수무책으로 일어나기도 하고, 눈으로 보지 않았음에도 절대적인 믿음이 가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는 합니다. 공윤후의 등장도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요. 시간을 통해 사람들을 몇몇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이를테면 과거에 얽매여 사는 과거집착형 부류, 과거나 미래 따위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내가 사는 현재만 중요하다 믿는 현실순응형 부류, 과거나 현재보다는 다가올 미래만을 향해 사는 미래기대형 부류가 그것입니다. 사람마다 성향과 가치관이 다르듯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 게 삶의 적합한 방향이라고 말해줄 수는 없어요. 다만 모든 순간을 살아가는 건 자명한 일인데 어떤 한 지점에 과도하게 얽매여있는 건 삶을 낭비하는 처사 아닐까, 같은 이견만 제기할 수 있을 뿐이죠. 그런데 삶의 매 순간이 고통과 괴로움의 연속이라면 어떡해야 할까요. 예를 들면 사람들 사이에서 어울려 살아가기에는 너무도 흉측한 외모, 오랜 시간 짝사랑했던 상대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첫눈에 호감을 표하고 마는 낭패, 동생의 사고가 자신의 부주의로 인해 일어난 일이라는 죄책감과 어머니의 냉대, 같은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겪어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 부닥쳤을 때 사람들은 필사적이 되어버립니다. 어떤 대가가 따라오든 현실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상대가 누가 되었든 기꺼이 거래 해버리고 마는 거죠. 그들은 일반인보다 심하게 나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심신이 상처투성이인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다독여줄 수 있다면 악마의 피라도 기꺼이 숭배하는 법이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건 방법이 아닙니다. 인간은 어떤 식으로든 헤쳐나가려 한다는 거죠. 순간의 실수로 낭떠러지로 직행하기도 하는 우愚를 범해버리기는 하지만요. 그래서 삶에 있어 선택은 중요한 겁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결과는 하나로 도출된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잖아요. 다만 선택하기까지에 있어 항상 망각할 뿐이죠. 힘들고 아픈 순간을 빨리 지나가야 하니까 말이에요. 그러나 도깨비는 인간과는 반대더군요. 아니 최소한 저자가 그리고있는 이 작품 속 도깨비 윤후는 반대라고 해야겠네요. 그는 긴 시간을 살아오는 동안 묵묵히 견디며 시간과 함께 자연적으로 아물어가는 순응형으로 살아가니까요. 어쩌면 초자연적인 이들과 인간이라는 상대적 개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만약 인간도 도깨비들처럼 영원과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면 과도한 집착도 탐욕도 남을 향한 시기 같은 것도 없겠지요. 인간은 현재의, 단 한 번뿐인 생애에서 어떻게든 결과를 맞닥뜨려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열망하고 염원하는 것 아닐까요. 가만 보면 도깨비의 삶도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허무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것은 그의 이름을 통해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가 뭔지는 내 이름으로 알 수 있지.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것인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25쪽) 그는 슬픔에 잠식된 여인들을 찾아다니고 사랑에 목말라 있는 이들의 사랑을 이어주는 마술사로 불리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인연을 엮어주면서 자신을 온전한 객체로 거듭나게 할 단 한 명의 주인도 기다리고요. 참으로 비현실적인 이야기지요?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낯선 작가였지만 몇 작품의 제목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인 내용이 아닌 설화나 고전 작품을 재해석하는 끼가 있는 작가로 알고 있었거든요. 이 작품도 마찬가집니다. 현대인들의 기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 살아가면서 중요하다고 할 수는 없는 것들을 비중 있게 다루는 능력이 있다고 할까요.
작가는 空을 통해 잃어버렸던 추억을 환기하려고 했습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지켜야 할 것들을 뒤돌아보게도 했고요. 조금 허무맹랑하면 어떻습니까. 기억해야 할 것들을 추억할 수 있다면, 삶에서 간절한 것들을 되짚어볼 수 있다면 그 또한 소설이 주는 선물 아닐까요. 우리가 간절히 원했던 것들이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도 과연 간절한 것들이었을까요. 시간이 흐르면 바래지고 기억에서 희미해지듯이 간절했던 것들도 무용한 것들이 되는 순간이 오게 됩니다. 그때 공윤후를 떠올려 봐야겠네요. 지킬 게 없었던 그와 지킬 게 너무도 많은 인간의 삶을 돌아보면서요. 변하지 않을 것만 같은 삶을 형성하는 낱낱의 속성을 자각하면서 때로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아서 꽉 움켜쥐고 있는 것들이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의미를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요. 삶에 있어 꽉 움켜쥐고 있어야 할 것도 있어야겠지만 가끔은 흘려보내는 것도 있어야겠죠.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요. 단 하나 기억해도 좋을 것은, 비어있거나 혹은 아무것도 없더라도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쯤 아닐까요. 공윤후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처럼요.
이 세상에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이다.-3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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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비(口碑)문학 즉 말로 전해져 오는 글이라는 문학의 갈래로서 흔히 구전문학 내지 설화라고도 부른다.신화,전설,민담 등이 이에 포함된다.이것은 기록에 의한 글이 아니기에 사실성과 신빙성은 떨어지지만 이야기를 듣는 사람에게는 재미와 흥미를 안겨 주며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가기도 하기에 구비문학은 그 속에 담긴 허구적인 내용에 따라 재미와 흥미,교훈,삶의 방식까지 정해주기도 한다.
이 글이 구비문학의 성격과 약간의 환타지적 요소가 담겨 있다.글의 제목이 다소 으시시한 공포감과 처연함을 안겨 주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3대째 내려오는 마술사의 집안인 공윤후라는 인물과 주변인물 그리고 사물을 의인화한 대목이 읽는 묘미를 안겨 주기에 족했다.개인적으로는 이런 장르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지만 마술사사 대중들을 눈속임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인생에 있어 고민과 갈등으로 얽혀 있는 이들을 달래주고 해결해 주는 해결사와 같은 역할까지 하고 있는 점에서 신선한 소재가 아닐 수가 없었다.
유전공학이 발달하여 무엇이든 새롭게 탄생시키는 시대에 파란장미가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꽃말로 바뀌면서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여자는 가장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여동생의 학비 등을 뒷바라지하다 병이 악화되면서 삶을 마감하려 고층 빌딩 옥상의 난간에서 장미 꽃다발을 안고 곤두박질치려 하는 순간 김씨라는 낯설지만 매력만점인 남자에 의해 죽음에서 삶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민혜를 좋아하는 작은 병구는 큰 병구와 함께 간담상조와 같은 사이로 지냈지만 큰 병구의 가정생활에 더 이상 지장이 되어서는 안되기에 스스로 자립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다.작은 병구는 민혜에게 마음은 있지만 작은 체격에 볼품없는 외양으로 고민을 하게 되는데,블로그 필명 룸룸을 통해 만능해결사 공윤후의 존재와 거주리를 알게 된다.마침 공윤후라는 마술사로부터 마술을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에 백방으로 그의 주소지를 알아내게 된다.천신만고 끝에 찾아간 오지산골의 404번지 파란무덤에 공윤후가 나타나면서 작은 병구와 민혜 사이에서 사랑의 조정역할을 하게 된다.특히 신기한 점은 교통사고를 당한 민혜가 작고한 작은 병구 어머니의 금반지로 화신할 줄이야...
그외 활과 공윤후와 얽힌 이야기가 네 편이 나온다.착한 혹부리 영감과 도깨비들의 얘기를 연상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활의 역할과 마술사 공윤후 관계가 명콤비와 같은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음을 느끼게 한다.포장마차의 주인으로 변하는 활,길가에서 꿈만 꾸는 소년을 공윤후에게 삶의 문제해결을 부탁하는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등장한다.주목나무,회화나무,단풍나무,자명괴 등에 얽힌 이야기들도 마술과 과학의 경계선을 넘나 들면서 신비함마저 느끼게 해 주었다.<해동잡록>,<삼국유사>에서 모티브를 얻은듯 현실과는 거리감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지만 섬세하고도 촘촘하게 이야기의 완성도를 높이려 한 작가의 문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100여 년에 걸쳐 면면히 내려오는 도깨비의 정기가 조각 조각 나뉘어져 전해주고 있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신비스럽기만 한 공윤후의 담대하고 기괴한 행동에 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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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린 기억 속 도깨비들의 이미지는 이렇다. 우선 머리 위에 뿔이 하나 있다. 눈은 하나다. 키는 대체적으로 자그마하다. 상체는 벗었고, 아랫도리는 치마 아니면 반바지다. 어려서는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귀엽다. 아, 뽀글뽀글 튀어나온 방망이를 하나 들었다.
2. 이 책의 주인공은 도깨비다. 100년을 살아왔다. 그의 몸엔 할아버지, 아버지, 그리고 그가 존재한다. 그의 이름은 공윤후다. 있는 것 같으나 없는 것인 '공(空)',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 그의 외모는 출중하다. 전형적인 도깨비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매력있다. 끌어당김이 있다.
3' 당연히 이 소설은 환타지 스토리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남긴 코드는 "얻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잃는 것도 있다."이다. "너 좋을대로 해.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인간인 거야. 혼자가 무서우면 둘을, 둘이 무서우면 혼자를 택하는 거야. 하나는 불행, 둘은 다행이라지만, 어느 쪽이든 거기엔 반드시 대가가 따르지."
4. 도깨비가 왜 이 땅에 나타났을까? 사람들 사이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걸까? 그는 마술사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 살아가며 마술사의 그것처럼 마술같은 일이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묘사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면에선 그림을 그릴 수가 없다. 그저 기적처럼, 마술처럼 무언가 일어나길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5. 산해음허(山海陰虛)의 기(氣), 초목토석(草木土石)의 정(精)이, 옮겨 물들고 섞여 합쳐져서 이매로 화하니, 사람도 아니고 귀(鬼)도 아니고 유(幽)도 아니고 명(明)도 아니나 또한 일물(一物)이다. [해동잡록 권6]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깨비를 표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보면 도깨비에게도 역사와 전통이 있다.
6. [혹부리 영감]은 도깨비 스토리의 백미다. 처음 시작은 신경섬유종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어느 불운의 여인을 행운으로 바꿔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딱 혹부리 영감이야기다. '활'이라고 있다. 윤후와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다. 그가 중간 중간 공윤후를 설명해준다. '활'이 깨어난 것도 윤후의 영향이다. 우정국이 문을 열던 1884년, 윤후가 말을 거는 바람에 잠에서 깼단다. '활'은 윤후곁을 지키며 그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7. 사람은 눈으로 봐야만 믿는 존재이다. 아니 눈으로 보고도 안 믿는 경우도 있다. 내 눈에는 보이나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일 수도 있다.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이런 말을 전한다. "늙어서 눈이 어두워지면 별수 없이 손과 코로 세상을 보고 거기에 내가 기억해둔 색을 입혀야 하지. 그러니까 눈이 밝을 때 부지런히 세상을 봐둬야 많은 색을 기억해둘 수 있단다."
8. 도깨비도 찾아갈 것이 있나보다. 사람만 무엇엔가 홀려서 사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그 무언가를 찾으러 인간 세상에 왔다. 강제로 뺏어갈 수도 있지만, 조건을 내걸고 찾아가려 한다. 이 과정이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을 리드하고 있다.
9. 다시 공(空) 이야기로 가본다. 사실 공은 비어 있는 것 같으나, 꽉 차 있는 것이기도 하다. 물병이나 어항에 물이 꽉 차있으면 마치 비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의 기억 어느 한 곳에서 자리잡고 있는 의식이 너무 꽉 차 있어서 존재감을 못 느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작가가 책 말미에 남긴 말이 오랜 잔상으로 남는다. "느림이 필요 할 때 지금 있는 시간과 장소 밖으로 눈을 돌려 오래 된 것들을 뒤적여봅니다. 내 머릿속 한구석에 묻혀 있는 오래된 것들도 꺼내봅니다. 그 안에서 진실을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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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하면 생각나는 혹부리 영감, 비상한 힘과 재주로 사람을 홀리고 짓궂고 심술궂은 장난을 치지만,,, 왠지 인간미가 넘치는 캐릭터가 바로 도깨비 아닌가? 일반으로 몸 길이가 8척 이상의 큰 남자로 적이나 청, 황색의 피부를 가졌고, 털투성이로 체구가 건장하며, 오그라진 머리털에 2개의 뿔이 나 있고, 허리에는 호랑이 가죽의 띠를 매었는데, 손에는 무거운 철봉을 가졌으며, 눈은 하나나 두 개이고, 큰 입에서는 날카로운 이빨이 나 있는 이상한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도깨비의 기본적 속성은 인간을 습격해 먹어버린다는 식인성과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오는 <신>의 대극에 있는 흉악한 괴물이지만, 역으로 인간에게 부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모던 팥쥐전>, <거기, 여우 발자국> 작가 조선희의 신간 장편소설인 <404번지 파란 무덤>에 등장하는 도깨비는 지금껏 우리가 생각했던 도깨비와는 판이하다. 일단 잘 생겼다는 점, 슬픈 여자들에게는 행복을, 사랑이 간절한 남자들에게는 인연을 선물하는 정체불명 로맨티스트라는 점,,,만으로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름도,, 참으로 순정만화틱하다. ‘공윤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는 눈 맞은 남자랑 도망가 여동생 뒷바라지를 하며 신경섬유종을 앓고 있는 여자가 병이 악화되면서 삶을 마감하려 고층 빌딩 옥상의 난간에서 파란 장미 꽃다발을 안고 곤두박질치려 하는 순간 여자에게 노래를 불러보라며, 그 혹 속 노랫가락을 듣고 싶다며 그녀를 김씨라 부르며 나타난 낯설지만 매력만점인 남자 ‘공’에 의해 죽음 대신 삶을 얻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왠지 <404번지 파란 무덤>에 등장하는 공윤후는 만화 <안나라수마나라>의 마술사와 닮아있다.)
“내가 뭔지는 내 이름으로 알 수 있지. 공윤후, 어디에도 없는 것인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 나랑 같이 갈래? 내 친구들에게도 노래를 들려주면 내가 다른 마술도 보여줄게. 김씨에게 위로가 될 행운의 마술이지. 단, 모든 위로는 잠시 다녀가지만 그걸 평생 유효하게 쓰는 건 어디까지나 김씨에게 달렸다는 것을 명심해. 자, 이제 나한테 김씨의 이름을 말해줘. 내가 그 이름을 부를 수 있도록.” - 25쪽~26쪽 못생긴 얼굴과 작은 키로 평생 연애 한 번 못 해본 병구는 미술학원 원장인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민혜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마주친 블로그 [공의 모든 것]에서 사랑을 이뤄주는 마술사 ‘공’의 이야기를 알게 됐고, 공을 찾아 소원을 빌게 된다. 그러나 교통사고 후 고기 식탐이라는 후유증을 앓게 된 민혜는 사실 병구 엄마가 죽어서 남긴 반지가 발현된 도깨비였던 것이다. 블로그 공의 모든 것을 운영하는 룸룸의 조언에 따라 공윤후를 찾아 병구는 공윤후의 심부름을 하게 되는데, 병구는 도깨비가 된 민혜를 온전히 사랑할 수 있었을까? 도개산 404번지, 전설에 의하면 도개산 단풍나무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지만 그곳에 들어간 사람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찬하는 도개산 입구 가까운 마을에 살고 있고, 석하 네 집은 사람들에게 세를 내주는 하숙집이다. 어느 날, 노란 머리의 프란츠가 가장 음침한 구석방 하숙생으로 들어가게 되고, 어느 날 밤, 새벽 화장실을 가던 석하는 구석방 문틈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 빛은 도개산 404번지 파란 무덤으로 통하는 입구로 석하는 죽은 동생 동하를 살려달라 소원하며 프란츠에게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말한다. 프란츠는 도개산에 들어가는 대신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는 당부하지만 석하는 길을 두리번거리다 약속을 어겨 도개산에서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석하는 동하에 대한 그리움으로 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설화나 동화, 신화에서 봤음직한 이야기들이 다양한 에피소드와 결합하면서 네 편의 이야기로 만들어진다. 소설은 전혀 다른 얘기들 같지만 결국 하나의 줄기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가 잊고 있던 도깨비의 규칙을 일깨워준다. 하나를 얻으면 소중한 하나를 내 놓아야한다는,,, 도깨비들의 규칙만 그러할까? 우리네 인생도 원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게 마련 아닌가? 무엇을 선택할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사실은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오싹함이 더해질른지도 모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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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조선희
그는 마술사다. 그의 조부가 그랬던 것처럼, 그도 역시 뛰어난 마술사이다.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는 그렇게 쉽게 만나주지 않는다. 그는 낙엽을 돈으로 보이게도 하고, 부탁을 받고 남녀를 맺어주기도 한다. 그의 손에는 이상한 문양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그것을 다시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에게는 포장마차를 하는 친구가 하나 있다. 그런데 그 포장마차는 아무나 찾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오직 허락받은 자만이 볼 수 있고, 갈 수 있다. 그는 아무에게나 다 '김서방'이라고 부른다. 그는 하늘을 날 수 있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은 공윤후, 도깨비다.
21세기, 우주선을 쏘아 보내는 이 시대에 도깨비라니 낯설면서 한편으로는 근사하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마음 한구석이 시큰하다.
개발과 과학 그리고 발전이라는 이름하에, 얼마나 많은 도깨비들이 우리 주변에서 사라졌을지 생각하면 아쉽기만 하다. 예전 우리 조상님들은 같이 살다시피할 정도로 친근한 존재였는데 말이다.
게다가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본 자료에 의하면, 우리가 요즘 알고 있는 도깨비의 이미지가 사실은 일본의 오니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라 한다. 원래 우리 조상님들의 도깨비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이라고 한다. 책에서도 공윤후의 외모에 대한 설명이 조금 나온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얼굴과 진짜 얼굴이 다르다고 한다. 얼굴마저 일본에게 빼앗긴 불쌍한 존재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이 책은 공윤후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그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과 그에게 바라는 것이 있는 사람들이 엮어가는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또한 그가 다가가고 싶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룸룸덕분에 우리는 그의 조부와 아버지 그리고 그의 과거에 대해 알 수 있다. 물론 룸룸의 자료가 100%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자꾸 룸룸하니까, 예전에 보았던 만화 '모래요정 바람돌이'의 주문 '카피카피룸룸'이 떠오른다.) 거기에 공윤후와 그의 친구인 활의 대화를 통해서도 우리는 두 사람의 과거가 어땠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모든 이야기들은 느슨하지만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 연관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도, 나중에 다 연결이 된다. '아, 그래서 그런 일이 일어났구나. 어, 설마 얘가 그 아이?'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는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의 밑바닥에 흐르는 내용은 공윤후와 룸룸의 관계에 대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만큼 두 사람은 밀접한 것 같으면서, 다시 생각해보면 일방적인 스토커 행위의 피해자와 당사자인 것 같다. 혹시 이 소설의 숨겨진 부제가 '룸룸의 도깨비 스토커 기록'이 아닐까?
사람의 모습을 하고 살지만 진짜 허깨비인 너와 허깨비로 살지만 결국 사람일 수밖에 없는 그놈. 둘 다 세상과 소통하는 자기만의 매개체가 있어. 너에겐 도개교가 있고 그놈에게는 네모난 컴퓨터의 모니터가 있지. -p.375
왜 룸룸이 그렇게 그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했다. 무엇을 확인하고 싶은 걸까? 무엇을 인정받고 싶은 걸까? 어린 시절 가정의 불행이 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다. 집착을 버려야 새로운 눈을 뜰 수 있는데, 룸룸은 집착과 욕망의 덩어리를 자꾸만 키우고 있다. 나중에 그가 그 덩어리에게 잡아먹히면 어떤 존재가 될 지 상상하니, 싫어진다.
만약에 룸룸이 여자였으면 어땠을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진부한 사랑 얘기가 되었을까? 하지만 적어도 공윤후는 누군가의 품에서 쉴 수 있을 테고, 룸룸 역시 자신이 원하는 상대에 대해 알고 이해하고 가족의 과거를 더 잘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그러나 그렇게 되면 진부한 사랑놀이 얘기로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바뀌는 건 싫으니까…….
소원을 들어주는 도깨비이기에, 이 책은 선택에 대한 대사가 자주 나온다. 읽으면 읽을수록 고개를 끄덕이고 '맞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어서 인간인 거야. 혼자가 무서우면 둘을, 둘이 무서우면 혼자를 택하는 거야. 하나는 불행, 둘은 다행이라지만, 어느 쪽이든 거기엔 반드시 대가가 따르지. -p.158
무엇을 선택하든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야.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의 바람을 위해 계속 선택을 하지. 어떤 것을 갖고 어떤 것을 내놓느냐는 네가 결정하는 거야. 모두가 그 선택을 어려워하지만 잘해나가고 있지. 그게 사람의 삶이니까. -p.227
그런데 원하는 여자와 맺어달라는 남자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설정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여자도 마음에 둔 다른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소원을 비는 남자를 싫어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단지 남자가 바란다는 이유로 맺어주다니, 여자의 마음은 상관이 없다는 걸까? 물론 책에서는 그 때문에 상대 여자에 대해 다른 설정을 만들어놓기는 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으면서 화가 났다. 상대 여자를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만 밀어붙이는 남자의 무신경함에 아주 열불이 났다. 뭐, 이런 재수 없는 XX가! 그러니까 네놈이 그 나이 처먹도록 솔로인 것이다! 이런 분노의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만약에 여자에 대한 부가적인 설정이 없었다면, 서평 분위기가 완전 바뀌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작가가 세심하게 마음을 쓴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책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구절을 옮기며 마무리를 지어야겠다.
무서울수록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라. 본 것은 하나도 놓치지 말고 모두 머릿속에 넣어둬. 당장은 그 눈이 본 것을 잊고 살 수도 있겠지. 하지만 훗날 그 기억을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날이 온단다. 그때를 위해 잘 봐둬라. 아무리 기억해내려고 해도 보지 않은 건 기억나지 않으니까. -p.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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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읽었던 동화책들이 새로운 버전으로 재해석되어 만들어진 영화를 보면 아주 재밌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짜릿함을 제공해 주는 재해석된 책들 역시 마찬가지다. 몇 달 전에 우리나라 조선희 작가님이 쓴 책 중에서 재해석 되어진 책을 만났었다. '모던 팥쥐전', '모던 아랑전'인데 읽는 내내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에서 느끼지 못했던 짜릿하고 신선한 재미가 느껴져 아주 즐겁게 읽었다. 조선희 작가님의 신작소설 '404번지 파란 무덤'은 두 작품과 같이 동화를 재해석하지는 않았지만 동화책에 자주 등장했던 특별한 존재 도깨비를 통해 삶과 죽음,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색다른 즐거움으로 다가 온 책이다.
어디에도 없는 것인 ‘공’, 있지만 없는 날인 ‘윤’,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시간인 ‘후’.... 공윤후란 이름으로 불리우는 아주 매력적인 젊은 남자... 푸른빛이 감도는 그는 남자보다는 애절함과 깊은 슬픔을 간직한 여자들에게 더 끌리고 그녀들 역시 그를 한번 만나면 그에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스토리는 공윤후를 만나게 되거나 만나고 싶어 하는 서로 다른 사람들에 대한 4편의 이야기와 공윤후를 만난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활과 공윤후의 이야기 4편이 교차로 전개된다. 마술이라고 표현하지만 마술과는 다른 능력을 보여주며 사람을 사로잡는 공윤후, 다른 사람들이 보는 것과는 다른 눈을 가진 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회화나무의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이야기는 읽을수록 몽환적인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공윤후와 만나게 되는 4편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동생으로 인해 너무나 힘든 여자의 마지막 선택을 앞둔 이야기 '파란 무늬의 손', 자신과는 너무나 차이나는 신체 조건을 지닌 한 여인에 대한 맹목적인 끌림은 할머니가 오래도록 지닌 물건에 대한 '금이 변해', 먼저 떠나버린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어머님의 사랑을 갈구하는 남자의 안타까움을 담아 낸 이야기 '아침의 코와 세 게의 눈으로', 공윤후과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를 여자와 공윤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 공유하며 그를 너무나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의 이야기인 '그와 그녀와 그것들의 이름'...
책 안에 등장한 인간들의 모습도 흥미롭지만 시대를 초월해 지속적인 삶을 이어가고 있는 공윤후와 활이란 인물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세상사람 모두가 단 하나의 성씨인 '김'씨로 불리우고 공윤후에겐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도 어느 순간 인간들의 삶에 개입하고 마는 그.... 그가 설령 도깨비라고 해도 사람들에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기존의 어떤 책에서도 도깨비를 이렇게 매력적으로 표현한 책은 만나지 못한 거 같다. 귀 한쪽이 없다는 단 하나의 흠을 가진 남자 공윤후... 그의 진정한 사랑은 결국 만날 수 없는 것인지... 아무리 피해도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난다고 하는데 그의 연인은 어디에 있는지...
개인적으로 무척 재밌게 읽었기에 이런 류의 작품들이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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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갔다가 우연히 집어든 책이다. 100년이라는 시간동안 살아온 도깨비 공!
혹때문에 외모에 자신이 없어 자살을 하려던 여인에게서는 혹을 떼어내고 그러다 문득. 도깨비는 어느 순간부터 존재하게 되었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쉽고 흥미로운 소설이 읽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듯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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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픽션] 404번지 파란 무덤 - 공윤후, 그는 누구인가? * 저 : 조선희 * 출판사 : 네오픽션 얼마전에 제가 너무 재미나고 꼭 챙겨봤던 구가의 서란 드라마가 끝났습니다. 마지막편에서 현재의 모습으로 주인공들이 변화한 모습으로 나타다는데요. 여기서 나온 이승기, 즉 400여년 여울이를 기다려 온 우리 강치가 수트 입은 모습이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공윤후를 읽으면서 떠오르더라는거죠. 추가로 다크 월령까지...... 아니 오히려 다크 월령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쌔~한 느낌은 오히려 다크 월령쪽이지요. 파랑과 검정 대비가 좀 다르긴 하지만서도.... 오랜 세월 살아온 구미호와 오랜된 물건으로 도깨비가 된 공윤후까지. 좀 비슷한 면이 있지 않을까요?? -------------------------------- 표지와 제목을 보고선 도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너무 궁금했습니다. 무덤이 나와서 사실 무서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봤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무서운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의외로 내용 자체는 안 그랬습니다. 바로 도깨비에 관한 내용입니다. 혹시 물건을 전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아무 데고 내 이름 중 한 글자를 쓰고 그 글자를 향해 뛰어. 그럼 달아날 길이 생길 거야. (P108 中)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나는게 가능하다면, 시도해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공. 윤. 후. 그의 이름 가운데 하나를 그냥 쓰기만 하고 뛰면???? 하지만, 이렇게 행동하기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믿음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러고 보면 공청옥을 믿고 따라한 이순옥은 대단한 인물입니다.... ![]() 이 책은 공윤후를 중심으로 구성된 이야기입니다. 공윤후와 그를 찾는 이들의 이야기, 그리고 현실에서 공윤후와 친구 활에 관한 이야기로 교차되어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문제는...... 각 이야기가 연결되는 느낌을 전혀 못 받는 다는 것입니다. 뒷부분의 이야기들은 2개 정도 이어지지만 앞선 언니와 여동생 이야기나 병구씨 이야기는 전혀~~ 연결성이 없어 보입니다. 뒤에 나오는 산도깨비가 된 소년과 그 후 나오는 아완의 이야기는 룸룸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지면서 어느 정도 연관성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각기 다른 이야기 구성 같아요. 그래서 읽으면서 몰입이 좀 힘들기도 했어요.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운데 등장인물의 관계도를 그려가니 연결이 안되서 말이지요. 어디냐고? 예전에 내가 청소하던 건물 옥상으로 가고 이어. 거긴 왜 가냐고? 나, 죽을거야. 근데 무슨 장미 꽃다발이냐고? 여자는 자기 가슴에 안겨 있는 파랑 장미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나를 위해 마련한 거야. 태어나서 꽃 같은 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고 나 죽었다고 누군가 꽃 같은 거 놓아주지도 않을 테니까. (P15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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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번지 파란 무덤』은 자음과모음 2기 서평단에서 다섯 번째로 받은 책이다. 이 책은 공청옥-공해경-공윤후라는 이름으로 여러 대에 걸쳐서 살아왔던 파란 도깨비와 사람들의 인연을 다루고 있다. 책을 읽는 동안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학창 시절부터 가장 애착을 갖고 지금까지 즐겨 읽는 책이 중국 5대기서의 하나인 조설근의『홍루몽』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고전 중에서는『구운몽』의 세계를 그린 적도 있었다. 아마 몽환적인 세계가 나의 취향에 맞았나 보다. 모처럼 꿈에 그리던 사연을 만난 인연이 어떠했던가? 내가 느낀 것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설화와 연계시킨 구성이 신비감을 주었다. 「혹부리 영감」이야기를 플로로그로 올린 1화 ‘파란 무늬의 손’을 비롯하여 이 책에서는‘헌강왕과 남산의 신령’,‘초사 구가 산귀편’등 고전속의 여러 이야기를 화두로 꺼냄으로써 옛이야기가 현대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듯한 신비감을 독자에게 심어주고 있다. 노래를 듣고 복을 준 도깨비나 헌강왕과 함께 춤을 추었던 남산의 신령 등 이 땅에 살았던 도깨비들이 어디로 갔겠는가? 그들이 이땅 어딘가에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는 개연성을 느끼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둘째, 작가의 메시지가 취향에 따라 들려왔다. 작가는 이야기 틈틈이 등장인물의 언행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가 내가 알고 있는 사연, 마음에 그리던 세계일 때는 깨달음을 얻듯 받아들였다. “차가운 자리다. 이 자리에 정 주지 마라. 그러면 쥐도 새도 모르게 그가 널 데려가 버릴 거야. 그가 주는 것도 받지 마라. 받은 만큼 내놔야 하니까. 그들은 준 것만큼 돌려받고,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들려준다. … 잊지 마라. 그가 주는 것을 받으면 무서운 것으로 변하게 된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그 남자처럼 말이야.”(191쪽) 5화 ‘아침의 코와 세계의 눈으로’에서 할머니가 유언처럼 찬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다. 위의 대화가 이 책의 주제도 아니고, 작가는 그저 지나가는 말로 비친 구절일 수도 있다.l 그러나 내게는 마치 옛 인연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듯한 전율로 다가왔다. 세상은 차가운 곳이고, 무엇엔가 정을 주면 내 마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동화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는 내가 아닌 무엇인가로 변화해서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게 인연이 열릴 수도 있고…. 그런 것에 초연하면 얽매이지 않고 평범하게 살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이 운명일 지도 모르겠다.『홍루몽』이나 『요재지이』의 세계에서 만난 몽환의 사연들이 내 속에 잠재했다가 이 책의 도깨비를 통해 재생했는지도 모르겠다. 셋째, 이 책은 사람 사는 이야기다. 이 책에는 공윤후말고도 여러 도깨비들이 나온다. 포장마차를 하는 활도 있고, 자신이 도깨비인 줄 모른 채 속세에 묻혀 있는 이들도 있다. 동학에서는 ‘사람이 곧 하늘이다.’는 인내천(人乃天) 사상도 말한다. 사람이 도깨비이고, 도깨비가 사람이 아니겠는가? 도깨비도 사라질 수 있고, 사람도 인연이 닿는다면 도깨비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진 듯한 공윤후도 뜻대로 안 되는 일도 있고, 사소한 인연으로 인해 흔들리기도 한다. 오히려 인간인 아완이 공윤후를 조종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작가는 요지경 속의 세계가 아닌 인간 세상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 작가는 『홍루몽』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이 사연을 꾸몄는지도 모르지만, 나는 책을 읽는 내내『홍루몽』의 세계를 그렸다. 『홍루몽』에서도 보옥과 대옥이 청경봉으로 돌아가면서 그리움으로 남았 듯이, 이 책에서도 아완과 공윤후는 아쉬움을 남기며 파란 무덤의 막을 내린다.『홍루몽』에서는 가우촌이 보옥의 세상 이야기를 기록했듯이, 이 책에서는 룬룬이 공윤후의 이야기를 블로그에 남기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펼치는 몽환의 세계가 좋았다. 조설근은『홍루몽』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후인들에 의해 많은 속작이 출현했듯이, 이 책도 뒷이야기들이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무덤속에 묻히기에는 아쉬운 사연이 많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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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책을 다 덮고서 느낀 감정은 인간이든 도깨비든 외로움은 참 무서운 것이구나 이다. 한국의 온다리쿠로 불리우고 있는 작가 '조선희' 전 작품인 <모던 아랑전>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읽는 동안 현실세계가 아닌 몽상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어떨까? 사뭇 로맨스가 견미되어 야릇한 분위기를 이끌어 갈 것 같기도 했는데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기다림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총 4편으로 구성이 되어있고, 틈틈히 주인공인 '공윤후'와 그의 친구라 할 수 있는 '활' 두 사람의 대화가 첨부되어 한 이야기가 끝나면 그 후의 궁금한 부분들을 설명하는 식으로 되어있다. 첫 장면은 얼굴에 신경섬유종을 가지고 있는 한 여인이 자살하는 장면에서 시작이 된다. 막상 죽으려고 하니 두렵기도 하는데 그녀 앞에 파란 옷을 입고 한쪽 귀가 없으나 너무나 멋진 남성이 바람처럼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의 아주 절박한 소원을 들어주면서 이야기를 시작되고 있다. 단편식으로 된 4가지 이야기이나 서로가 하나씩 다 연결이 되어있다. 키가 작고, 직업은 미용사인 남자가 짝사랑한 여인의 이야기는 마지막 소설부분에서도 등장하기도 하는데, 각각 독립된 이야기가 아니기에 흥미롭기는 하다.
또한, '공윤후'의 존재가 도깨비 이다보니 그의 살아온 시간들이 궁금했었는데 그가 사람들에게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고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어느 목적을 이루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부분이 곰곰히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있다. 아주 오래전 그와 혼인을 한 '허아요' 라는 여성은 조선 중기에 살았던 사람으로 유일하게 '공윤후'를 온전히 받아들인 인물이다. 그녀는 죽었지만 그는 여전히 살아서 이 시대까지 존재하고 있으니 과연 그의 진심과 목표는 무엇일까.
이렇게, 그가 하고자 하는 것이 뒤로 갈 수록 밝혀지고 그 과정엔 인간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 특히, 사랑과 가족애를 다루면서 결코 없어서는 안되는 감정들을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소원을 말하면 반드시 댓가가 따르는 법이니 '준만큼 돌려받고, 받은 만큼 두배로 준다' 이게 그들이 철칙이나, 인간은 받은 것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사실이다 오로지 인간이기에...하나는 불행, 둘은 다행이지만 어느 것이든 대가를 따르는 것이다.
그중 두번째 이야기인 '금이변해'는 앞서 애기했듯이 미용사 직업을 가진 한 남성의 이야기인데 여자와 아이의 소리에만 집중하는 '윤후'가 그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내용인데 마지막 부분이 섬뜩하기만 하다. 하지만, 인간이기에 선택을 할 수 있다는데 이 남자는 어떠한 선택을 했을까. 일반 소설처럼 확고한 마지막이 나오면 좋으련만 오로지 그의 선택이라고 하니 불행도 행복도 결국 나의 의해 선택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죽었으나 가족을 그리워하는 붉은 단풍의 이야기와 마지막으로 '공윤후'에게 다가오는 한 여성과 그를 잡으려는 '룸룸'이라는 남자와 만나게 되면서 앞으로 윤후가 어떠한 운명에 처해질지 호기심이 이끈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활'은 그에게 안전한 곳에 있으라고 계속 권유하지만 '윤후'는 자신은 그럴 수 없다고 하는데 그는 아주 오래전에 죽어버린 '허아요'를 찾아 헤매는 것일까. 그러한 기분은 내비치지 않았으나 언제나 사람의 손길을 그리워하는 느낌을 받았고 그렇기에 그 스스로 인간들에게 다가가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도 말이다.
마지막을 진행형으로 마감을 지었기에 다음권이 나올까 하는데 그렇지는 않을거 같고, 독자들에게 희망사항을 주면서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정확한 완결이 나지 않아도 문득 '희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허깨비 이지만 인간같은 '공윤후'와 소개는 되지 않았지만 인간이지만 허깨비 같은 인물 '룸룸' . 누가 과연 인간이라고 정의 할 수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