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리뷰 (7)

한줄평
평점 분포
  • 리뷰 총점10 57%
  • 리뷰 총점8 43%
  • 리뷰 총점6 0%
  • 리뷰 총점4 0%
  • 리뷰 총점2 0%
연령대별 평균 점수
  • 10대 0.0
  • 20대 0.0
  • 30대 9.0
  • 40대 9.0
  • 50대 10.0

포토/동영상 (1)

리뷰 총점 종이책 구매
리걸테크 - 관심으로 끝나면 안 되는 이유
"리걸테크 - 관심으로 끝나면 안 되는 이유" 내용보기
최근에 'LG-SK 배터리 분쟁'과 관련된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 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4/11) 그 두 기업간의 싸움이 종료되었다. 2019년 4월 시작된 이 분쟁은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결정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배상금 2조원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SK 이노베이션은 미국 공장을 철수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두 기업은 분쟁 종료 즉시 정상화 되
"리걸테크 - 관심으로 끝나면 안 되는 이유" 내용보기

최근에 'LG-SK 배터리 분쟁'과 관련된 뉴스가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 되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4/11) 그 두 기업간의 싸움이 종료되었다. 2019년 4월 시작된 이 분쟁은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결정 거부권 행사 여부 결정 시한을 하루 앞두고 배상금 2조원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SK 이노베이션은 미국 공장을 철수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두 기업은 분쟁 종료 즉시 정상화 되었다.(하기 기사 참고)

[2021.04.11, 연합뉴스] "합의금만 2조원"…2년 만에 막 내린 LG-SK 배터리 분쟁(종합)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이 두 기업간의 싸움을 '영업비밀 침해'에만 초점을 맞추고 바라봤었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前 LG화학 배터리)의 2차 전지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가 소송 청구 원인이 되었던 이 두 기업간의 분쟁에는 분쟁 청구 원인인 '영업비밀 침해' 외에 2가지 또 다른 핵심이 있었다. 하나는 국내 기업간의 다툼을 해결하는 데 미국까지 가서 다투는 '원정 소송'을 하고 있다는 것과 또 다른 것은 그 원정 소송은 '리걸 테크'가 주요 도구가 되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저자가 이 2가지 핵심 중에서도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바로 '리걸 테크'이다. 이 책이 출간 되었을 때 읽으려고 했던 이유 역시 '리걸 테크' 그 중 '전자증거개시제도'인 'e-Discovery'에 좀 더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이 두 기업간의 원정 소송에 대한 언급이 자주 되었는 데, 운 좋게 책을 읽은 날 딱 맞춰 해당 소송이 종결되며, 함께 참고 할 수가 있었다.

 

 

전자증거개시제도 (e-Discovery)란?

 

이 책에서 강조하는 '리걸테크' 중 미국 민사소송에서의 핵심(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제도임)인 '전자증거개시 제도'인 '이-디스커버리(e-Discovery)'에 대해 먼저 정리해야 될 것 같다. 이 제도는 민사소송에서 원고 기업이 피고 기업의 책임을 입증할 수 있는 제도이다. 미국에서는 1938년부터 연방 민사소송 절차에서 '증거개시제도(Discovery)'가 활용이 되어 왔다. 민사소송 당사자들이 상대방이나 제3자로부터 소송과 관련된 증거 자료를 요청하고 수집하기 위한 '본 재판의 변론 전 단계 절차'이다. 이 제도가 2006년 12월에 미국의 연방 민사소송규칙이 개정되면서 전자적으로 저장된 정보(ESL)'가 법적으로 정식으로 주요 대상으로 인정되었고, 증거개시제도 앞에 '전자를 뜻하는 Electronic의 'E'를 앞에 붙여 'e-Discovery'가 정식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한다.

 

미국의 민사소송에서는 피고측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 '입증책임'이 원고에게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송 초기에 입증할 증거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확보해야 되는 데, 이 때 활용되어야 되는 제도가 바로 '증거개시제도'이다. 소송이 제기되면 상대측 기업의 전자문서와 이메일 내용을 포함한 모든 잠재적 증거를 훼손, 파기, 삭제, 변경하지 못하도록 '증거보존 의무'가 원고와 피고 양측에 부여되는데, 이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느냐의 여부는 승소여부를 판가름하는 주요 쟁점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의무를 이행하여 보존된 증거들은 소송 당사자들 간에 재판(변론) 전에 교환을 하므로써 적극적으로 증거로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자증거개시'이다. 증거를 교환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 법체계에서는 확실히 생소하기는 하지만, 이 제도 덕분에 실제로 '합의'로 종결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기업간 소송 트렌드 변화

 

과거의 기업간 소송은 미국 기업들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미국 연방법원을 선택한 후 소송을 제기해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활용했었다. 그래서 미국 기업들에 소송 당한 한국 기업들은 익숙하지 않은 제도와 요구받은 문서들의 제출 마감 시간에 쫓기며 공격은 고사하고 간신히 방어에만 몰입하며 대응해야 했고, 이러한 소송 대응을 평소에 준비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기업이 거의 없어 말 그대로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 동안 미국 기업들과의 대형 소송들을 겪어 오면서 한국 기업들은 비로소 전자증거개시가 왜 중요하며 어떻게 대비하고 극복해야 되는지를 알게 되며, 평소에 이에 대비 하는 '소송 대응 준비의 상시화 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그런 시기를 거쳐 「미국기업 VS. 한국 기업」간 분쟁에서 「한국기업 VS. 한국 기업」의 분쟁에도 전략적 선택으로 한국 법정이 아닌 미국 법정에서 소송을 하기에 이른다. 우리 기업끼리 다투는 데 원정가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끼리 다투면서 원정을 가는 이유

 

그런데, 왜 우리 기업끼리 다투면서 시간도, 인력도, 비용도 많이 드는 수고를 자처하며 태평양을 건너 미국까지 가서 소송을 하는걸까? 저자는 그 원인을 크게 2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책임이 피고 기업에 있다는 점을 소송 과정에서 입증하는 방법인 리걸테크의 활용과 제도가 우리나라 보다는 미국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미국 법정에서 승소했을 때 판결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와 액수가 우리나라 법원과 비교할 때 확연히 크고 유리하기 때문이다. 오늘 종결된 국내 두 기업의 'LG-SK 배터리 분쟁'에서 '2조원'이라는 금액으로 합의한 것만 봐도 그 이유는 충분히 증명된다. '2조원'이라는 금액은 영업비밀 침해 분쟁 합의금 가운데 최고액이라고 한다. 미국의 제도는 입증의 강도와 사안에 따라 부수적 손해배상에서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그 범위가 다양하게 허용이 된다. 그러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면, 굳이 시간, 인력, 비용까지 감안하면서 원정을 갈 이유가 충분이 있는 것이다.

 

다만, 이 부분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나 역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 기업간의 모든 분쟁을 미국 법원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무조건 미국에 가서 소를 제기하면 재판이 가능하다고 오해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수사를 할 때부터 재판을 할 때까지 '관할'이라는 것을 법에 정해 놓고 있는데, 하물며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는 재판에 다른 나라의 모든 사건을 다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을 통한 기업간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아주 좋은 조언들이 가득한 이 책에서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혹시 이 책을 읽고 '소송 대응 준비의 상시화 정책'을 마련할 때에는 소송 가능한 범위 등도 사전에 잘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리걸테크 - 관심으로 끝나면 안 되는 이유

 

저자가 분석한 한국의 기업들의 미국 법정에서 패소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그 중 '전자증거개시제도'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알고 있다 해도 구체적 절차와 실무에 대해서 몰랐고, 그것을 안다고 해도 실제 소송 과정에 참여하는 자들이 법률 전문가들로만 구성하여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전자증거개시제도에서 가장 필요한 인력은 물론 소송 이라는 점에서 변호사와 같은 법률 전문가들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되지만, '전자적 정보'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디지털 정보 혹은 증거들은 그 시스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직접 관리하는 IT 전문가(혹은 실무가) 역시 대응 과정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인력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법률 전문가 뿐만 아니라 IT 전문가와 같은 관련 실무 전문가와 함께 협력해야 만이 소송의 사전대응은 물론 사후대흥까지 제대로 준비할 수 있으며, 이는 재판 전 증거 교환과 협상 과정인 '콘퍼런스' 단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 되기도 한다.

 

또한 리걸테크가 관심으로 끝나면 안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수출로 먹고사는 수출 의존형 국가라는 데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론스타 사건이나 다야니 사건 처럼 다양한 종류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투자자.국가 간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고 지급해야 하는 수백억, 수천억원 이상 되는 손해배상액을  힘들게 쌓아놓은 우리의 세금으로 지급해야 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여전히 글로벌 투자자들이 선임한 글로범 로펌이나 투자기업들이 우리의 정부 예산을 계속해서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리걸 테크는 해외 특히 주요 수출국이 미국인 경우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사전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하고, 정부 역시 상시 관련 대응과 리걸 테크 전문가를 양성은 물론 관련 제도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되는 것이다.

 

 


 

 

내가 전자증거개시제도를 처음 알게 된 시점은 2010년대 초반이다. 그런데, 10년이 다 되가는 기간 동안 증거확보를 위한 도구인 '툴'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졌었다. 이 제도를 통한 소송 사례를 접할 때도 오로지 어느 기업과 어느 기업이 분쟁을 했고, 그 때 툴 사용이 어떻게 되었으며 결과는 어떠했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아직 국내에서 시행되는 제도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니 학계나 국회, 관련 기업등에서 전자증거개시제도를 위한 토론이나 세미나를 하고 관련 논문이 나와도 왜 이 제도가 국내에 도입되어야 되는지에 대해 창피하게도 진지하게 생각하려고 하지 않았었다. 이 책을 통해 이 제도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고 지속적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와 왜 우리나라에 도입이 되어야 되는지 비로소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만, 오늘 종결된 'LG-SK 배터리 분쟁'의 '2조원'이라는 합의금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서 도입이 된다해도 실제 제도화되고 소송이 진행되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고된 과정을 거쳐야 될 거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특히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과 손해배상액의 규정에 있어 기업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예로 개인정보보호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했을 당시와 인터파크 사례에서 부과되었던 손해배상액도 미국에서의 손해배상액수와는 비교하기 미미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그렇게 국내에서는 반발하면서도 원정을 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분명 도입 논의과정에서 뫼비우스띠처럼 반복 될 것이다.

 

200페이지 분량의 얇은 책이지만, 이 책 덕분에 '전자증거개시제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풍부해진 느낌이다. 최근 3년간 '리걸테크'를 주제로 한 책을 읽을 때마다 검색하면 나오는 간단한 종류들만 나열한 책을 보며 많이 아쉬워 했는데, 오랫만에 도움이 되는 책을 만나 유익한 시간이었다. 아직 우리나라에 도입되지 않은 제도라 관련 도서가 거의 없지만, 좀 더 업그레이드 되고, 이 제도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가 담긴 책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YES마니아 : 로얄 k*****7 2021.04.11. 신고 공감 10 댓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