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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은 시대는 달라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답답함과 서러움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불」과 「할머니의 죽음」에서는 가난과 죽음 앞에서 무력해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운수 좋은 날」에서는 하루의 작은 행운이 얼마나 잔인한 불행으로 뒤집힐 수 있는지를 보게 된다. 「빈처」와 「술 권하는 사회」에서는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기 어려운 지식인의 답답한 현실이 눈에 들어왔고, 「B사감과 러브레터」에서는 웃음 뒤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외로움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정조와 약가」와 「사립 정신병원장」 역시 당시 사회의 모순과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특히 좋았던 것은 현진건이 인물을 일방적으로 불쌍하게 만들거나 누군가를 쉽게 비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로는 우습고, 때로는 답답하며, 때로는 안쓰러운 인물들이 각자의 상황 속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오래된 단편인데도 인물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짧은 이야기 하나하나가 당시의 사회를 보여주는 동시에 결국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읽고 나니 현진건의 작품이 왜 한국 근대소설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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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읽었던 '운수좋은 날'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구매했는데, 정작 읽고나니 운수 좋은 날보다 다른 작품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제일 재밌게 읽었던 것은 '정조와 약가'였는데, 다 읽고나서 곱씹어 볼수록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신승리를 잘 표현한 작품인거 같습니다. 능력도 좋고, 제법 부자인 최주부가 청잣군의 계략에 놀아나는 과정을 제법 재미있으면서 물 흐르게 잘 표현했습니다. 특히 제일 인상적인 부분은 청잣군이 남편을 살리기 위해 사용한 방법을 남편이 용인해주는 부분, 그리고 그러한 계략에 놀아난 최주부가 청잣군을 도덕적으로 비난하면서 정리승리를 하는 부분 등이었습니다. 이 작품 뿐만 아니라 '빈처'에서도 보여줬듯이, 현진건 작품에서는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이 대비되면서 이 둘 중에 어느 한쪽이 결핍되거나 불균형을 이루었을 때 나타나는 모습 그리고 그에 따른 인간들의 반응을 참 잘 그린 것 같습니다. 특히 이 두 가지의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인간 행태의 모순은 오늘날에도 볼 수 있는 모습이여서 시대를 관통하는 인간의 보편성을 다룬 작품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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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책. 아마 학창시절 "고교생이 읽어야할 필독서"리스트에 있었던 것이 그 시작이지 않았을까. 우연히 어떻게 구매하려던 책 가격을 맞추려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작디작은 책. 그리고 심지어 궁서체로 쓰여진 아주 오래된 현대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 현진건 작가님의 소설집이고, 이렇게 소설을 많이 쓰신분인 줄은 몰랐다. 내가 읽은 책은 범우사 범우문고의 문고판 사이즈의 책인데 얇고 작은 책에 현진건 작가님의 단편이 꽤나 여럿 수록되어 있었다. 읽다보니 느껴지는 시대. 1920.30년대의 말투 그리고 그시대상. 당시로써는 굉장히 리얼한 소설이였겠다 싶은 내용들. 개인적으로 내게 인상깊었던 소설은 잘 알지 못했던 "불" 열다섯살 순이의 이야기. 봉건시대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는 농촌에서 조혼의 피해자가된 그녀. 남편을 피해 헛간으로 숨어들었지만 남편은 끝내 그녀를 원수의 방으로 데려간다. 밤에는 남편에게 낮에는 시어머니에게 시달리는 그녀가 끝내 살기 위해 선택한 것에 대한 이야기. 시대는 옛날이지만, 열다섯 순이는 그 시대에 저항을 던진다. 벗어나기 위해 "순이는 근래에 없이 환한 얼굴로 기뻐 못견디겠다는 듯이 가슴을 두근거리며 모로 뛰고 세로뛰었다." p.30 그리고 "할머니의 죽음" 할머니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가족을 관찰한 듯한 이 소설은 묘했다. 가장 큰 어른이고, 나의 오랜 가족이였던 이를 보내는 그날까지의 가족의 군상. 이 단편은 시대상이 보이지가 않았다. 길어진 평균수명에 죽음만 유예되었을 뿐 여전히 병간호, 돒봄등은 가족들의 몫이다. 그 몫이 주는 힘듬 부담 이런 시간들이 표면적으로 한 사람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을 수 있는가. 어떤 모습들이 가족에게 남는가. 그리고 그것이 진짜 병자를 위한 행위인지를 이 단편에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그것이 현대에도 유효하다는 사실까지 포함하여. 그리고 표제작 "B사감과 러브레터" 요즘도 사감선생님이 있나.. 나때도 없었지만, 대학 기숙사에는 있었던것 같다. 사실 선생님이 아니라 대학 기숙사는 직원분이시긴 했던것 같기도 하고. 다만 이 소설은 작가님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였는지 모르겠다. 그저 당시 남성보다 혼기를 놓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로인해 억압된 시선 속에 갇혀 살아야했던 한 인간의 욕망이 타인의 연얘편지 속 주인공이라는 마치 광기어린 모습으로 변질된 것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그런 여성의 희화화된 모습이였는지는...모르겠다. 그래서 작가님이 말하는 B사감의 모습이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에 대한 궁금증만 남았던 소설. 이 소설집에 실린 내용들을 읽고있다보면 여성과 남성의 대비가 분명히 드러난다. 빈처에서도 운수좋은날에서도 술권하는 사회에서도. 빈처와 술권하는 사회는 인테리 남편이면서 가난한 가장, 그런 가장을 그저 믿고 믿는 아내. 일제 치하라는 억압된 사회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인간의 자괴감을 보여주면서도 자신의 가정에서는 그래도 대우받고 존중받는 모습이 대비가 암울한 사회 속에서도 살아갈 한 숨이 되어줄 수 있었던 버팀목을 그린 것일까.. 싶다가도 지금의 "나"는 못살겠네 싶었던 이야기들이기도 했다. "운수 좋은 날"은 반어법 제목답게 결말을 알고 보면서도 가난이 지긋지긋했던 어느 하루 그래도 꽤나 돈을 벌어 으쓱한 마음으로 아픈 아내가 먹고 싶었던 설렁탕을 사들고 들어간 집에서 가장 싸늘한 결말을 맞게되는 사실이 앞선 두 이야기들과 완전히 다른 결론앞에 왜이리 씁쓸하던지. 현진건 작가님이 오래토록 살아 지금을 놓고 소설을 쓰셨다면 아마도 빈처, 술권하는 사회는 <부부 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결말이 되지 않았을까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던 소설들. 재밌었다. 소설 속 대사가 정말... 1970년대 영화 속 신파 대사가 귀에 맴도는 듯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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