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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은 적나라하다. 물론 (재벌들이나 초부유층의) 돈은 그것 이상이겠지만.
<돈의 맛>에서 재벌 3세인 윤철(온주완 분)은 이런 말을 던진다. “세금 한 푼 안 들이고 돈 60억 원을 돌려 200조원을 통째로 갖는 거지. 한국에서는 다 이해해 줘.”
아무렴. 좀 과장해서 세상 물정 모르는 이라도 한국에서 산다면, 충분히 알고도 남을 이야기다. 개나소나 다 알 법한 말에 절로 냉소가 나온다.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씁쓸한 맛은 어쩔 수 없다.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말, "한국에선 돈만 있으면 환상"이라는 말, 우리는 모욕적이게도 수긍하고 긍정해야 한다. 재벌3세의 '시장 감수성' 혹은 한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촉'은 재벌가의 자손이어서가 아닌, 한국에 사는 장삼이사라면 누구나 습득할 수밖에 없는 '진리'인 셈이다. <돈의 맛>을 보고 있자면,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조금만 현실에 관심을 뒀다면, 어디선가 보고 들은 듯한 이야기를 곳곳에 배치해 놓았다. 그러면서 까댄다. 임상수의 특징이자 장기가 여지없이 발휘된다. 말인즉슨, 현실의 어떤 사건들에 전혀 문외한이라면 영화는 그저 돈지랄하는 족속들의 분탕질밖에 안 된다. 영화를 보는 재미가 뚝 떨어진다는 얘기다. 윤철의 말도 그렇다. 몇 년 전, 돈성(삼성)의 상속을 둘러싼 법리 논쟁이 있었다. 대부분 기사는 조심스럽다는 듯 '편법승계' 혹은 '변칙증여'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애매해서가 아니라 눈치보기 였을 것이다. 자신들을 먹여 살려주시는 '주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 순 없으니까. 그런 애매모호한 용어를 써가며 프레임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은 형식적으론 재벌 가문이지만, 실질적으론 '돈'일 것이다. 지금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그 아버지가 자신의 유일한 아들에게 61억 원을 줬다. 아들은 그 중 23억 원으로 상장 직전의 에스원에 유상증자로 참여해 78억 원의 주식을 갖게 됐다. 에스원은 곧 상장됐고, 아들은 냉큼 이를 팔았다. 355억을 벌었다. 대박~ 에이, 그 정도로 만족할 분이 아니다. 그 정도는 '새피(새발에 피)'하다. 아들은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시장가에 턱도 미치지 못하게 샀다. 또 헐값 발행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집중 매입했다. 이건 의미가 크다.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진 순환출자 구조 때문이다. 에버랜드 대주주가 되면 지분 구조상 삼성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 아들은 16억 원의 증여세만 내고 삼성그룹의 후계자가 됐다. 참고로 2010년 삼성그룹 전체 매출액은 220조원이었고, 2012년 5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0조원을 넘어섰다. 윤철의 말이 의미 없이 나온 것이 아니다. 그런 사실을 몰랐다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그러니 이 대목은 임상수의 재치(?)가 어디를 향했는지 엿볼 수도 있는 셈이다. 돈은 사실 죄가 없다. 돈은 그저 하나의 객관적인 존재다. 맛이 있을 턱도 없다. 문제는 그 돈을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돈에 욕정과 치욕을 처발라 범벅한 <돈의 맛>은 그래서 시큼털털하다. 영화는 모르는 사실을 까발린 것도 아니요, 짐작하고 알고 있던 바를 보여준다. 그것을 눈과 귀로 확인해야 하는 것은 고역일 수 있겠으나 임상수의 요리 솜씨는 역시 독특한 구석이 있다. 그는 재벌가를 절대악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맛도 향도 어떤 뉘앙스도 풍기지 않는 돈에 절대 집착함으로써 얼마나 스스로 모욕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니 그들 자신이 내뱉는 "내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결국 돈의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미맹임을 실토하는 셈이다. 국가보다 더 커버린 한국의 재벌이다. 기업국가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도 재벌이다. 가장 웃긴 것은 이들의 체제가 북한과 다르지 않다는 거다. 3대에 걸친 북한의 권력 세습과 다르지 않은 재벌기업의 3대에 걸친 세습 자본권력. 북한에선 국가 위에 당이 있다면 남한에서는 국가 위에 재벌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위에 있으면서 그에 맞는 품위나 품격을 갖춘 것이 아니라 '삼류 건달'로 짝발이나 짚고 껌이나 씹어대니, 썩을 놈들. 진짜 '돈의 맛'을 원했다면, 불만족스러울 수 있겠으나, 영화의 맛은 임상수 감독이 제대로 냈다. 임 감독이 묘사한 재벌가의 모습과 풍경을 놓고, 맞다 아니다를 언급할 게재는 아니다. 우리는 재벌도 아니면서, 재벌도 되지도 못할 거면서 재벌처럼 생각한다. 스스로를 모욕하는 행위다. <돈의 맛>이 맛봬기를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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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수 감독에게 성역은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곧바로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이다. 견고해서가 아니라 부실하기 때문에 접근하면 안되는 성역이다. 임상수 감독은 일단 환부를 째고 본다. 쑤시고 본다. 완치가 불가능하니 그냥 덮어두자는 건 그에 따르면 비겁한 위선이자 게으른 대처다. 하지만 돈의 맛은 감독의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으리으리한 저택은 이내 무시무시한 비명에 수장되지만, 돈의 맛은 모욕의 바다에서 탈출할 길 역시 슬쩍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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