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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의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서 벌서 2년째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느끼는 나이입니다. 아직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라 더욱 아쉽기만 합니다.
년 전에 동유럽을 여행하면서 오시비엥침(우리에게는 아우슈비츠라는 독일식 이름이 더 익숙합니다)을 찾았을 때, 나치의 만행이 너무 끔찍해서 몸서리가 처질 지경이었습니다. 유대인을 비롯하여 집시, 공산주의자 등, 나치가 혐오하던 사람들을 처형하던 장소였습니다. 오시비엥침의 참혹한 상황을 고발한 책자들은 적지 않게 읽어보았습니다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오시비엥침에 비밀리에 운영되던 작은 도서관이 있었고, 나이 어린 사서가 무겁기만 한 책임을 맡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의 31구역에는 작은 학교가 있었다고 합니다. 전쟁 중에 운영하고 있는 수용소에 대한 국제적인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나치가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을 인정한 학교였다고 합니다.
스페인의 언론인이자 작가인 안토니오 이트루베는 책의 역사를 기록한 알베르토 망겔의 <밤의 도서관>에서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 수용소의 31구역 학교에서 비밀리에 운영하던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는 것을 읽고는 내막을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책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죽음이 불가피했다는데, 31구역 학교의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은 8권의 책과 이야기를 들려주는 6명의 선생님들을 통하여 자칫 무너져 내릴 수도 있는 정신적 지주를 지탱해왔다는 것입니다.
소장하고 있는 책의 규모로 보면 분명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이 맞을 것 같습니다. 책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이 정도 규모의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요? 문제는 그렇게 소장하고 있는 책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돌려 읽느냐가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는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제 경우도 읽은 책을 같이 일하는 분들과 공유하는 작은 도서관을 운영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소장도서가 500여권에 이르렀습니다만, 종국에는 회사에서 징발당하는 비극으로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도서관을 다시 열 기회를 노리고 있답니다.
물론 나치의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행태를 보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31구역의 책임자나 작은 도서관의 사서를 맡은 어린 소녀의 대단한 용기도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사서 덕분에 책읽기와 관련된 좋은 글귀들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책의 첫 장을 펼친다는 건 휴가지로 가는 열차에 올라다는 것과 다름없다.(126쪽)”는 대목이나, “책에는 페이지마다 저자의 지혜가 담겨 있어요. 책은 그 기억을 절대 잊어버리지 않습니다.(97쪽)”는 대목도 좋습니다.
작가는 처음에는 아우슈비츠-비르케나우의 작은 도서관이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를 정리한 수필을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위해서 소설로 쓰기로 했다고 합니다. 도서관 사서 디타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섞어 넣어 수용소의 실상을 같이 소개합니다. <안네의 일기>를 남긴 안네 프랑크도 등장하는데, 전쟁 말기에 디타는 아우슈비츠를 떠나 몇몇 수용소를 전전하는 가운데 베르겔벨젠에서 안네와 함께 수용되었다고 합니다.
수용소에서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심지어는 담배와 같은 기호품까지 필요한 것들이 은밀하게 유통되었던 모양입니다. 수용소에 필요한 물자의 공급선에는 아마도 수용소를 관리하는 독일 사람들도 있었을 것입니다. 사업의 귀재라는 유대인들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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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죄송한데, 프레디, 저 열네 살이에요. 캠프 중앙로 저 끝에 가스실이 있고 매일같이 수천 명이 그곳으로 보내지는 걸 목격했는데, 그런데도 진짜 제가 아직도 소설을 읽으면서 충격받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아우슈비츠 수용소 제31블록에 작은 비밀 학교가 있었고, 거기 모여 너덜너덜해진 책 낱장을 모아 읽은 사람들이 있었다. 집이며, 재산이며, 인간의 존엄성마저 강탈당하고 당장 내일 죽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유대인들은 어째서 한 줌의 책처럼 쓸모 없는 것을 목숨 걸고 지켰을까. 이 책은 아우슈비츠에 실재했던 세상에서 가장 작고, 가장 위험한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해할 수 없는 폭력과 핍박, 굶주림과 추위를 이겨내고, 그저 버티고 살아남는 것이 전부였던 사람들. 수용소에서 사람들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목표는 생존이었다. 일단 몇 시간을 살아남으면 그게 하루가 되고, 그렇게 며칠을 버텨 또 일주일을 생존하는 것, 그냥 매 순간을 살아남는 것이었다. '산다'는 동사는 그렇게 현재형일 때에만 말이 되었다.
열네 살 디타는 가족들들과 프라하를 떠나 테레진 게토로, 또 아우슈비츠로 이송된 수많은 희생자 가운데 하나였다. 역사상 모든 독재자며 폭군들은 이념과 상관없이 모두 책을 가혹하게 핍박했다. 책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었기에, 위험했다. 아우슈비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나치는 책을 금지하고 샅샅이 색출해냈다. 그 속에서 어린 소녀 디타는 유대인 지도자인 프레디 허쉬의 부탁으로 여덟 권의 책을 맡게 된다. 그 책들 때문에 가스실로 끌려갈지 모르는데도 디타는 책을 꼭 붙든 채 행복했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목숨을 걸고 보물처럼 숨기고 지킨다. 그렇게 디타는 아우슈비츠의 사서가 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학교에 다닐 때는 많은 아이들이 책을 싫어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책은 마지 자석과도 같이 아이들을 홀리게 만든다. 제일 말 안 듣는 아이들조차, 말썽꾸러기에 장난칠 궁리만 하던 아이들조차 디타가 나타나면 본능과 호기심에 책에 자동으로 끌리는 것이다. 디타를 비롯해 많은 아이들은 책 한 권만 펼치면 그 순간만은 수용소에서의 끔찍한 삶도, 나치의 끝없는 공포도 모두 다 뛰어넘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아이들은 이야기 속 세상을 경험하면서 수프 배식을 먼저 받겠다고 줄 선 사람들을 밀치거나 옆 사람 숟가락을 훔치거나 하는 이기주의가 만연한 가혹한 현실을 넘어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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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책을 놓칠 순 없다. 프레디 허쉬가 이런 상황에서 했을 법한 말을 디타는 떠올린다.
사람으로서의 기본적인 존엄성조차 지켜지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이들이, 말 그대로 언제 죽을지, 앞으로 어떤 고통을 더 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책을 읽었다는 사실이 너무 가슴 아팠고, 뿌듯했고, 기뻤다. 작가인 안토니오 이투르베는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 소설은 군화로 목숨을 짓밟고자 하는 자들의 잔인함이 단 한 순간도 들어서지 못하도록 튼튼한 장벽을 쌓아 올리며 타인에게 헌신한 모든 이에게 바치는 오마주이자 책에 바치는 오마주'라고 말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열네 살 소녀 디타 크라우스는 실존 인물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우슈비츠에서 숨을 거두었지만, 디타와 어머니는 살아남아 베르겐벨젠 강제수용소로 이송되었다. 그곳은 <안네의 일기>를 쓴 안네 프랑크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1945년 4월 모녀는 마침내 해방을 맞았고, 이후 디타는 유대인 난민을 위한 학교를 세웠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아우슈비츠 집단학살 수용소 내에 있었던 아이들의 비밀 도서관에 대한 내용은 알베르토 망겔의 <밤의 도서관>에서도 짧게 언급된 적이 있다. 그곳 도서관에는 종이책이 단 여덟 권 있었고, 살아 있는 책도 여섯 명 있었다. 살아 있는 책이란, 책이 살아 있다는 게 아니라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들이 살아 있다는 얘기이다. 책이 금지된 끔찍한 곳에서 도서관이 존재했다는 것도, 그토록 위험하고 조심스러운 일을 열네 살 어린 소녀가 맡아서 해냈다는 것도 사실 믿기지 않는다.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란 바로 이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건 사실 빵과 물이고, 문화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빵과 물만으로는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없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지 않는다면, 눈을 감고 상상력을 펼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무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완전한 인간이라 할 수 없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누군가에는 하찮은 구석이 있는 무용한 물건일수도 있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훨씬 중요한 물건이기도 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 뭉클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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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잔혹하고 열악한 곳에서도 책을 향한 열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우슈비츠 31구역에 있던 작은 도서관 이야기다. 나치가 아우슈비츠에 가둔 수많은 희생자 중 하나인 열네 살 디타. 총알 하나가 사람 한 명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이곳에서 이 소녀는 알프레드 허쉬가 세운 학교의 사서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역사상 모든 독재자며 폭군이 그러했듯 아우슈비츠에서도 책은 절대 허용하되지 않는 금지 품목. 책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약 학교에 책이 있다는 것이 발각된다면 허쉬는 처벌을 받을 것이고, 학교는 폐쇄될 것이며, 그나마 아이들이 웃음꽃을 피우고 희망을 생각할 수 있었던 장소가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디타의 임무가 중요한 것이다. 한 번은 정말 위험했다. 차마 은신처에 책을 숨기기도 전에 그 악독한 맹겔레가 들이닥쳤다. 디타는 기지를 발휘해 책을 옷 안에 숨기는 데 성공하지만, 날카로운 맹겔레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위협. 경고. 과연 디타는 소중한 보물들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던 실존 인물 디타 크라우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화 소설로, 대학살이 일어나는 현장에서 여덟 권의 책을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놀라운 이야기다. 작가는 아우슈비츠 31구역에 작은 비밀 학교가 있었고, 거기 모여 너덜너덜해진 책 낱장을 모아 읽은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처음에는 수필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끔찍한 시대를 건너오면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무언가를 간직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전하기에는 소설이 알맞다 생각했고, 기적처럼 디타 크라우스와 연결되어 작품을 완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집과 재산, 삶의 터전은 물론 언제 목숨을 잃을 지 모르는 공포의 장소에서 무엇이 사람들을 책에 매달리게 만들었을까. 그들을 꿈꾸게 만들고 가슴을 벅차게 만드는 책과 관련된 이 이야기를 읽다보면 뭉클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감정이 치밀어올라 목구멍이 콱 막히는 것 같다.
책을 지키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아버지를 병으로 잃었고, 맹겔레의 집요한 시선 밖으로 벗어나야 하는 매일의 시간이 두렵기만 하다. 이 작품은 디타의 사서 임무와 함께 여러 책을 소개하며 그녀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책의 위대한 힘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 속 아우슈비츠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세히 기술한다. 끌려온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가스실로 들어가는지, 그 사후처리가 어떠했는지, 탈출을 시도하다 어떻게 죽음을 당하는지에 대한 묘사를 읽다보면 이런 곳에서 '아이들을 아이들로 남게 한' 책과 이야기의 힘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이 작은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는 알베르토 망겔의 [밤의 도서관]에도 등장한다. 비밀 학교에 5백여명의 아이들이 있었다는 것, '상담선생님'으로 불리는 수용자들도 여럿 있었다는 것, 책의 수는 8권 뿐이었지만 그 책을 숨기기 위해 아주 조심했다는 내용들. 내가 힘들 때 책에 매달렸던 것처럼, 그들에게도 책이 구원이 되어주었다는 사실에 눈가가 시큰해진다.
인간의 삶은 계속되고, 디타는 어머니와 함께 베르겐벨젠 수용소로 이송되어 그 곳에서 해방을 맞았다. 이 수용소는 [안네의 일기]로 유명한 안네 프랑크가 숨을 거둔 곳으로 그녀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기술되어 있다. 디타는 비밀 학교에서 교사를 맡았던 오타 켈러를 우연히 만나 그와 인연을 맺고 유대인 난민을 위한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가르쳤다. '군화로 목숨을 짓밟고자 하는 자들의 잔인함이 단 한 순간도 들어서지 못하도록 튼튼한 장벽을 쌓아올리며 타인에게 헌신한 모든 이에게 바치는 오마주'라는 작가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감동적인 작품.
** 출판사 <북레시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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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내 31구역. 그곳에 세상에 가장 작은 도서관이 있으며, 극한 상황 속에서도 끝까지 책을 지켰던 디타라는 열 네 살의 사서가 있었다. 책이라고는 고작 여덟 권. 죽느냐 사느냐의 절실한 문제에 직면한 상황 속에서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에게 '책'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왜 사서 디타는 목숨을 걸고 그 책을 지키려 했을까?....
이 이야기는 디타 크라우스라는 소녀가 겪은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학살당했던 사실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가스실에서 죽은 사람들을 묘사한 내용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참으로 끔찍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살아남은 이들은 옆에서 그들의 죽음을 무덤덤하게, 그리고 일상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디타가 지키려했던 '책'이 주는 의미는 더욱 크다 할 수 있다.
수용소라는 공간에서도 싹트는 사랑의 감정. 유대인 루디와 앨리스, 나치 친위대원 빅토르와 유대인 소녀 르네의 사랑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사랑하는 여인을 가스실로 보내면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지켜만 봐야 했던 루디. 아마도 이 일로 루디는 탈출을 결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세계에 알리고 싶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소녀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그녀를 탈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린 빅토르. 그러나 빅토르는 결국 처형이 되고 만다. 언제 죽을 수 모르는 극한 상황 속에서 저마다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친다. 어떤 이는 살기 위해 남을 밀고하는 정보원이라는 옳지 못한 선택을 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위험을 무릅쓰고 희망을 전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가스실로 들어갔고 화장장에서 소각되었다. 이것이 남겨진 자들의 미래이다. 머잖아 자신들도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을 알고 있기에 그들에게는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디타는 왜 사서로서의 책임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을까.... 바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희망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다. 나치와 총을 들고 맞서지 않지만 지금의 위치에서 끝까지 싸워나가는 길은 포기하지 않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것이리라.....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우리들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전쟁의 참혹함에 대해서는 모른다. 우리는 실제 그들이 겪었던 고통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도 없다. 인간의 존엄성은 찾아볼 수 없는 공간 속에서 희망의 불꽃을 끝까지 지키며 책임감을 다한 디타. 만약 나와 당신이 그녀였다면 목숨을 걸고 사사로서의 책임을 다 할 수 있었을까? 그녀가 끝까지 지켜내려했던 것은 아마도 '희망'일 것이다. 우리는 감히 그녀에게 영웅이라는 단어를 붙여본다. 살아있는 도서관의 책 여덟 명의 중의 하나이며, 후에 디타의 남편이 된 오타 켈러. 그는 말한다. '꿈을 꾸는 사람만이 어떤 꿈이든 이루는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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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브릿지 입시 특별반 학생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에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논하는 수업 장면이 있다. 문학 선생인 헥터는 그런 비극을 논쟁할 수 있으냐 반문하지만, 젊은 역사교사 어윈은 시험범위에 들어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해봐야 한다며, 학생들에게 점수를 잘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나 학생들 중 유일한 유태인인 포스너는 그 사람들은 죽은 게 아니라 '처리"되고 있었다며 홀로코스트를 다른 역사적 사건과 같은 맥락 안에 넣을 수는 없다고 항변한다. 이 책을 읽고 있던 때에 관극한 작품이라, 홀로코스트 장면이 유독 눈에 더 들어왔다. '처리된 인간들'. 맞다. 그들은 죽음의 공장이라 불린 홀로코스트에서 단지 유대인 이유로 처리됐다. 그 과정에는 어떤 존엄도. 최소한의 예의도 없었다. 그러나 죽음이 팽배한 그곳에도 존엄을 지키기 위한 삶이 있었다.『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바로 그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들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31구역에는 비밀 학교가 있었고, 도서관도 운영되고 있었다. 도서관이라고 해봤자 낡고 너덜너덜해진 여덟 권의 책이 전부였지만, 도서관 사서 다타는 목숨을 걸고 책을 지켜냈다. 숨어서 책을 보고, 책을 전달하기 위해 검열의 공포를 견디어낸 아이들. 그 모든 과정을 통해 다타는, 아이들은, 아이들을 아이들로 남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아닌 상상을 선물한 어른들이 대단하고, 책을 지킨 다타가 정말 대단하다. 그럼에도 소설 속 수용소의 모습은 처참하다. 같은 인간이 어떻게 사람들 저렇게 처리할 수 있을까. 인간의 잔혹함과 집단주의에 놀랄 수밖에 없다. 또한 홀로코스트의 비극은 맥락 속에 넣을 수 없다는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속 대사가 떠올랐다. 과거. 독재자나 정복자들은 가장 먼저 도서관을 부수고, 책을 불태웠다. 책은 지식의 전달을 넘어, 인간의 정신을 지키는 보루라는 것을 알았기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목숨을 걸고 책을 지켜냈다. 세상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위대한 가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31구역의 도서관을 찾아가보자. 존엄을 지키는 위대한 용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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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오브 더 시>
Queen of the Sea
딜런 메코니스 지음 전하림 옮김 | 에프
초, 중, 고등학교 정규 과정을 거치면서 매 번 등장하는 '역사'라는 과목에 나는 관심을 전혀 두지 않았다. 연대 별로 흐름을 이해하고 암기를 해야하는데, 무언가 비슷한 이름과 사건들이 너무나도 많이 나와서 혼란스러웠던 나는 전체 틀을 머리에 그린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시험용으로만 공부를 했었다. 특히 한국사는 너무 어려웠다. (우리나라의 역사를 잘 몰라서 지금은 많이 부끄러움 ??, 이제라도 조금씩 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 ??)
이렇다하면 역사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 같은데, 어떤 인물이나 어떤 사건에 대한 책과 영화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또 좋아하고 흥미로워하는 나란 사람. 그것들에 대해서 조금 더 잘 알고 보거나 조금 더 잘 알고있는 상태로 읽으면 좀 더 풍요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영국의 메리 여왕이라고 하면 '블러드 메리'가 떠오른다. 어떤 왕권때문에 벌어진 사건인지는 잘 모르지만 잔인한 일이 있었다는 것 정도로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어디서 보거나 읽었을 것이다.
이 책은 블러드 메리(헨리 8세의 딸 메리 1세)가 왕권을 잡고 이복 동생 엘리자베스 1세를 체포해서 런던 탑에 가두었던 그 시대, 영국 제도를 배경 삼아 일부만 임의대로 추려서 만든 그래픽 노블이다. 그래픽 노블(만화)이지만 설명하는 글도 상당히 많이 쓰여 있어서 그림이 많은 책을 읽는 기분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딜런 메코니스는 엘리자베스가 이복 언니 메리에게 자신의 무고를 주장하며 자비를 구하는 호소문, 즉 '밀물 서신'으로 알려진 편지를 읽으며 호기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역사를 많이 좋아하지만 역사책은 제대로 쓸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 저자가 이 그래픽 노블 <퀸 오브 더 시>를 만들어 낸 것이다!
<퀸 오브 더 시>는 날이 흐리고 기분이 우울했던 어느 날 배송되었다. 단 권은 보통 종이 포장으로 오는데 박스 포장으로 배송이 되어서 '뭐지? 왜 이렇게 크고 무겁지? 책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풀었다. 그리고 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크고 두꺼운 백과사전 같은 고급스러운 책이었다. 붉은 표지에 다양한 표정의 다양한 사람들이 그려있었다. 바다의 여왕이 책의 가운데 있는 상큼하고 순박해 보이는 이 소녀일까?
마거릿은 알비온 왕국의 아주 작은 섬에서 자랐다. 이 작은 섬에는 이 부근을 지나는 배의 안전을 위해 기도하고 난파된 배에서 섬으로 떠밀려온 사람을 보살피기 위해서 수녀원이 세워졌다. 엘리시아 수녀회 소속의 수녀원.
여섯 분의 수녀님들과 세 명의 하인 (모드 아주머니와 두 딸들), 그리고 앰브로즈 신부님이 이 섬의 모든 주민이다. 나머지 주민은 전부 동물들...
마거릿은 자신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싶어서 모든 섬 주민들을 찾아가서 물어본다. 하지만 특별히 더 알아낸 것은 없다.
레지나 마리스호의 말리 선장님은 섬 주민들이 사용할 반년치 보급품을 싣고 오신다. 그리고 알비온의 새 소식이나 편지나 소포 같은 물건들을 주고 받는다. 그래서 때가 아닐 때 레지나 마리스호가 바다에 모습을 드러내면 어떤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마거릿은 이 작은 섬으로 어머니와 함께 유배를 온 또래 남자아이 윌리엄을 만난다. 그리고 알비온 왕국과 왕에 대한,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씩 알게된다.
신비로운 물개 아가씨 셀키 이야기, 엘리시아 성녀의 이야기, 수녀원에서의 일상, 섬과 섬 주민들에 대한 소개 ...
어리지만 당차고 수녀님들께 배운 것이 전부지만 영특한 마거릿의 이야기는 순수하고 재미있다.
캐머린 부인이 병으로 죽고, 더 이상 섬에 머무를 수 없게 된 윌리엄은 알비온의 감옥으로 보내진다. 윌리엄은 떠나면서 마거릿에게 섬과 섬 주민들의 비밀을 알려주고 그 비밀을 알게 된 마거릿은 혼란스럽다.
그러던 어느 날, 레지나 마리스호가 아닌 어떤 배가 섬을 향해 들어 온다. 섬에 어떤 일이 생기려는 걸까? 섬 주민들은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바삐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을 수행한다.
캐서린 여왕이 알비온의 통치자가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왕위 찬탈을 노리다 체포 됐다고 하는 엘리노어 공주가 배 안에 있었다. 명목상으로는 엘리노어 공주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같이 온 메리 클레멘스 수녀님도 경비원도 모두 압박만 가할 뿐이다.
섬의 분위기는 변화된다. 수녀원의 모든 것을 트집잡고 통제하려드는 메리 클레멘스 수녀님과 경비원 두 명이 엘리노어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키고 있다.
어떻게 될까? 엘리노어는 여왕자리를 다시 차지할 수 있을까? 이 작은 섬에서 어떻게 도망칠 수 있을까? 마거릿은 엘리노어를 도와줄 수 있을까? 마거릿의 진짜 비밀은 무엇일까?
아아,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계속 전개된다. 가장 악! 하고 소리를 지른 부분은, 위의 질문들에 대한 대답들이 다 나오고, 맨 마지막이 오픈 결말로 끝난다는 것이다.
"일단은, 여기까지만..." 이라고 했다!! 작가는 후 속작을 생각하고 있는것일까??!!!! 아니면 그냥 영국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되는 것일까??
학교 다닐 때 만화책도 꽤 많이 읽었고, 상당히 좋아했었는데 역사로 된 만화는 읽어볼 생각을 왜 한 번도 하지 않았을까싶다. 이렇게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진 만화를 보면서 내용을 이해했다면 더 흥미가 생기고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텐데 아쉽다. 이 책이 교육적 목적으로 출판된 그래픽 노블은 아니지만 모든 사람들이 영국의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해 줄 것은 분명하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고 재미있게 읽은 후 작성한 지극히 주관적인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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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언제 다가와도 이상하지 않은 아우슈비츠의 수용소에 어린이들을 위한 작은 학교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이는 나치들이 자신들이 만든 수용소가 마냥 잔인한 죽음의 수용소가 아님을 보여주기 위한 전시용품 같은 곳이었는데 비록 늘 굶주리고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라도 잠깐이나마 아이들이 웃고 무언가 배움이라는 것을 향해 반짝이는 눈이 있도록 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 급작스럽게 챙긴 짐 안에 누군가 챙겨 넣은 책들이 나치의 눈을 피해 수용소의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고, 그 책들을 모아 도서관을 운영한 사람들이 있었다. 도서관이라고 해봐야 겨우 여덟 권밖에 되지 않는 책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겉표지도 없이 너덜거리는 책이거나, 누군가는 알아볼 수도 없는 언어로 된 책인 경우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 책을 통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배워나갔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도 있었다. 모든 배움이라는 것이 금기된 아우슈비츠에서 당연히 책이라는 것을 소유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다. 그 책이라는 것이 무엇이기에 그들은 안 그래도 위험한 곳에서 목숨을 걸었을까. 책은 아주 위험하다. 책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p. 18 우리가 살면서 가장 경계해야 하는 건 아마도 내가 보고, 듣고, 아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토록 편협하고도 위험한 사상들이 아마도 전쟁이라는 무시무시하고 미개한 일들을 벌였는지도 모르겠다. 독일인만이 가장 우월한 인간의 종이며, 유대인은 세상에서 멸종시켜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전쟁을 일으키고 모든 유대인들의 가슴에 노란 별을 달게 했고, 그들을 모아놓고 살육을 벌였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겪어야 했던 일들과 흡사한 일들을 유대인들도 겪었기에 이런 종류의 책들을 읽을 때 가슴 속에서 이는 분노는 갑절이 되고 만다. 일본인들도 조선인들에게 조선말과 글을 쓰지 못하게 했고, 그렇게 자신들의 말과 글을 빼앗는 것이 바로 한 민족의 정기를 꺾어 없애는 길임을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아우슈비츠에서 책을 읽지 못하게 했으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일테다. 전쟁을 모티브로 한 모든 이야기들의 기본 줄거리는 우리가 벌써 다 알고 있다. 어느 나라가 전쟁을 시작했고,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아픔을 겪었으며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났고, 그들을 해방을 맞았고, 누군가는 죽었다. 전쟁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끔찍하고, 그것이 남긴 상처는 전쟁이 끝났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어쩌면 또다른 전쟁의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 속에서 팔다리를 잃은 사람이 있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 누군가는 정신적 고통을 죽을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어쩌면 죽음보다 더 끔찍한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전쟁으로 수용소 생활을 하면서 어린 시절의 순진한 즐거움이나 기쁨 따위는 잊고 살아가고 있는 열 네살 디타는 아우슈비츠 31구역의 사서였다. 책임감이라기엔 목숨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었지만 디타는 프레디 허쉬를 믿고 책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에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여러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아직 어린 디타는 자신의 믿음을 뒤흔드는 일들에 충격을 받았지만 그 지옥같은 곳에서 인간성을 지키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언제가 죽음이 될지 모르는 곳에 있다고 하더라도 오늘, 지금 당장의 삶을 구걸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 아닌가 말이다. 누군가는 삶을 구걸하기 위해 내 이웃을 팔아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탈출을 꿈꾸고, 또 누군가는 사랑을 한다. 사랑이라는 것에 나이도 국경도 없다는 말이 아우슈비츠에서처럼 실감날 수 있을까? 나치의 군복을 입은 남자가 먹을 것을 제때 먹지 못하고 제대로 씻지 못해 비쩍 마르고 지저분한 소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녀를 위해 선물을 가져다 주지만 그녀의 눈은 빛나지 않는다. 그것이 먹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를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를 미워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곳이 아니었던가 말이다. 나치들의 손짓 하나에도 목숨을 잃을 수 있는 그 곳에서 존엄을 지키기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아이들이 아이들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이 <닐스의 모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만이라도, 비록 그 이야기를 듣고 또 들어서 말하는 선생님조차 지겨워 이야기의 흐름을 바꾼다면 알아챌 정도일지라도,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아이들로 남아 있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31구역 너머 가스실에서 수천명이 죽어나가고, 누군가는 그 시체들을 구덩이에 파묻고 있고, 또 시체 태우는 냄새가 바람에 흘러나올지라도, 그 현실에 분노 밖에 느낄 수 없다해도 그들이 책과 이야기를 마주한 순간만큼은 그 현실을 잊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도록 노력한 사람들이 있었다. 문화는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다. 생존을 위해 필요한 건 사실 빵과 물이다. 먹을 빵과 마실 물이 있으면 인류는 생존할 수 있다. 그러나 빵과 물만으로는 인간다움을 유지할 수 없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지 않는다면, 눈을 감고 상상력을 펼치지 않는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도 자신의 무지가 어디까지인지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그러면 그들은 남자이고 여자지만 완전한 인간은 아니다. 얼룩말이나 사향소와 딱히 다르다 할 만한 특징이랄 게 없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p. 491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의 칼 앞에 서 있어 본 사람이라면, 전쟁을 겪은 사람이라면 그 말에 코웃음을 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이 가진 책 한권을 내놓는다면 앞으로 수용소에서 배고프지 않게 해주겠소, 라는 말에 내놓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배고픔은 모든 것에 앞설지도 모른다. 생존에 대한 욕구 앞에서 도덕적 추락이란 당연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으로 놀랍게도 목숨이 경각에 달린 순간에도 인간의 존엄과 자유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강력한 이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지옥에 물들지 않고 아직도 굴러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토록 책임감이 강했던 열 네살 디타를 떠올리면 유관순 열사가 떠오르고, 윤봉길 의사가 떠오른다.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기 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이들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다. 과거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했다. 지금이 있도록 인간의 본성에 굴복하지 않은 전세계의 수많은 위인들에게 새삼 감사를 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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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
안토니오 이투르베 장편소설 나는 이것이 소설이기를 바랐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있다. 디타 크라우스(1929~ )의 아우슈비츠에서의 생존 기록이다. 그녀는 프라하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1942년 체코의 테레진에서 다시 아우슈비츠로 보내진다. 히틀러는 유대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을 만들었고 책의 내용처럼 수만 명의 유대인들이 아우슈비츠의 가스실에서 희생되었다. 죽어서도 그들은 한 몸 누일 곳 없이 소각장 한 줌 재로 사라져버렸다.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히틀러는 단 한 방의 총으로 생을 마쳤고 사람의 탈을 쓴 멩겔레는 도피 생활 끝에 천수를 누리다 죽었다. 책을 읽는 내내 울음이 북받쳤다. 명분 없는 전쟁과 민간인 학살 더군다나 한 인종에 대한 말살이라니! 신이란 존재하는가? 주여! 이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다. 죽음도 도매급으로 이뤄지는 아우슈비츠에서 알프레드 허쉬가 학교를 세운다. 세상에 학교라니! 죽음이 바로 발밑까지 닿아있는 이곳에서 학교를 세우고 여덟 권의 책으로 도서관을 운영한다. 물론 나치 대원들은 전혀 모른다. 생명 처리장인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밤낮으로 화덕에서 시체를 태웠다. 청소년 담당 체육 교사였던 허쉬는 '가족캠프'로 알려진 이 BIIb 캠프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관리 당국을 설득했다. 부모들의 노동력을 훨씬 효율적으로 동원할 수 있다는 설득에 나치의 허락을 받았다. 막사 안 스무 명 남짓, 반마다 교사도 있다. 그룹별로 구구단이며 이집트 전염병 이야기 등 서로의 수업 내용이 뒤섞이지 않도록 속삭인다. 1939년 3월 15일 프라하. 무장 군인과 트럭이 도시로 들어왔다. 그 당시 디타는 아홉 살이었고 가족과 함께 이송되었다. 자유를 잃어버린 날 디타는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죽음의 냄새를 알아버린 나이. 열네 살이 된 디타는 가슴에 책을 품었다. 매일 노역에 시달렸다. 헐벗고 못 먹고 못 씻으니 전염병이 돌았다. 시체를 치우는 것은 같은 막사 안에 있는 사람들. 시체는 구덩이로 던져졌다. 전쟁이 정점에 달하자 수용인원은 과부하 상태가 되었다. 배급 횟수는 더욱 줄어들고 나치의 스파이가 숨어 있지 않은가 서로 의심까지 한다. 멩겔레 박사 등장할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그가 저지른 만행을 검색해보다가 치가 떨렸다. 성경에 나오는 사탄, 악마의 모습이 이것일까? 아버지의 죽음, 허약해진 엄마 그래도 디타는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 디타에게 책은 어떤 의미일까? 책은 희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곳도 사람 사는 곳인가? 사랑이 싹트고 친위대 장교인 빅토르는 수용자인 르네를 좋아한다. 프레디는 약물 과다로 죽는데 의문의 죽음이다. 루디와 프레드는 슬로바키아 국경까지 무작정 도망쳤다. 낮에는 숨어있고 밤에 움직였다. 몇 번이나 들킬 뻔한 위기를 맞이한다. 정말 다행히도 레지스탕스를 만나 도움을 받는다. 루디 로젠버그는 전쟁이 끝나고 어마어마한 진실을 보고서로 쓰고 교수로 활동한다. 이와에도 많은 등장인물들 모두 실존 인물들을 바탕으로 했다. 디타의 어머니 엘리자베스는 자유를 찾은지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난다. 이제 고아가 된 디타. 아홉 살 어린 디타는 열여섯 살 소녀가 되었다. 동료 생존자인 오타 크라우스를 만나 가정을 이룬다. 그녀와 남편은 아우슈비츠의 수용담을 책으로 썼다. 끔찍한 기록을 남겨 후세에 길이 보존하고 다시는 전쟁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참으로 읽기 분편한 장면들이 많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한다. 히틀러와 나치가 저지른 씻을 수 없는 범죄. 희생자들이 살아있으니 고통은 끝난 게 아니다. 유대인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는 엄청난 것이다. 가족을 두고 도망 나온 사람들은 그 죄책감으로 평생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막연히 이름만 알고 있던 아우슈비츠의 지옥을 체험해보았다. 지금도 전쟁의 고통에 시달리는 수많은 민간인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 방법은 하나 전쟁을 멈춰야 한다. 욕심을 버려야 전쟁도 끝날 텐데... 책을 읽는 동안 일제강점기의 조선인들이 떠올랐다. 대구 출신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할머니의 손을 잡아봤는데 생각보다 강건하고 따스했다. "어두운데 밤길 조심해서 다니래이." 할머니가 내게 해 주신 한마디 말씀이었다. 그 생각만 하면 지금도 눈물이 흐른다. 조선의 소녀들, 당신들을 잊지 않겠다고 감히 말해본다. 지구 어딘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전쟁이 계속되는 한 천국은 없다. 네이버카페 리딩투데이를 통한 출판사의 도서지원으로 읽고 쓴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세상에서가장작은독서관 #안토니오이투르베 #북레시피 #리딩투데이 #북적북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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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우슈비츠 31구역 가족캠프에서 나치 당국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작은 학교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군가 멈춰 서서 이야기를 하고 아이들은 듣고, 그러면 그게 바로 학교지요" 이들은 선생님 역할을 맡은 수감자의 머릿속에 있는 내용이 교과서였으며, 손으로 글씨를 쓰는 허공이 칠판이었다. 유대인 지도자 프레디 허쉬는 디타에게 책 8권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며 그렇게 14살 어린 소녀 디타는 사서가 된다. 그 이후부터, 너덜너덜한 8권 책은 디타에게 목숨보다 소중한 존재가 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나치의 악랄한 행위에 대적할 수 없었고, 가스실에서의 학살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도의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시커먼 구덩이 같은 그곳에서, 도서관이 들려주던 이야기의 힘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냈습니다. 아이들이 아이들로 남을 수 있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결코 패한 게 아닙니다." 아우슈비츠는 죄 없는 순수한 사람만 죽는 게 아니라 순수성마저도 다 죽어버리는 곳이다. 31구역 수감자들은 전쟁의 공허함 속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평범한 일상의 그 모든 것이 사치였다. 책을 읽으면서 나치의 잔학한 행동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나치 대원들에게 수감자들은 실험의 대상자, 농락, 우월감, 전지전능한 신의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이다. 반대로, 수감자들은 인간성 상실, 공포, 두려움, 굶주림 등의 감정을 느끼며 그 모든 것을 박탈당한 채 살아간다. 이들에게 탈출은 전부 아니면 전무, 자유 아니면 죽음뿐이다. 탈출이 발생하면 남아있는 자들은 가스실 직행하거나, 더 극심한 처벌을 고스란히 받게 된다. 영국이 점령을 하고 수감자들은 자유, 해방이 된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 집, 고향, 이웃 그 모든 것을 잃은 상태이다. 그토록 갈망하던 자유를 얻었으나 이들은 돌아갈 곳도 함께 할 가족도 모두 빼앗겨버려 태초에 태어난 사람들과 같다. 씁쓸하다. 그럼에도 이들은 어제와 다른 오늘, 내일을 살아갈 것이다. 아우슈비츠에서 만난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역사상 모든 독재자며 폭군이며 압제자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이념과 상관없이, 그들은 모두 책을 가혹하게 핍박했다. 책은 아주 위험하다. 책은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용감한 사람들은 겁이 없어서가 아니야. 겁이 없는 사람들은 위험을 무시하는 무모한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은 본인도 남들도 다 위험에 빠뜨리지. 내가 필요한 사람은 위험을 아는 사람이야. 계속할 수 있는 그런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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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 이투르베는 이 책의 저자이며 스페인의 언론인이자 작가이며 교수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문화 잡지 대표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던 실존 인물 디타 크라우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화 소설로 대학살이 일어나는 끔찍한 공간에서 여덟 권의 책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소녀의 놀라운 이야기다. 디타 크라우스는 직접 들려준 이야기도 많이 담겨 있지만 안토니오가 부지런히 다른 사료를 수집한 사실들도 많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디타의 자신의 경험과 저자의 풍부한 상상력이 합쳐져 탄생하였다고 말한다.
생명 처리장인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밤낮으로 하덕에서 시체를 태우는 이곳에서 청소년 담당 체육 교사였던 프레디 허쉬는 ‘가족캠프’로 알려진 이 BIIb 캠프에서 막사를 마련해 아이들을 모아놓고 돌보면 그 부모들의 노동력을 동원하기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독일 관리당국을 설득했다. 다만 놀이 등의 보육활동은 허용되나 학습은 안 되는 것이었다.
역사상 독재자며 폭군들은 인종과 이념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책’을 가혹하게 핍박했다. 책은 아주 위험하다. 나치는 책을 금지하고 샅샅이 색출해낸다. 삼엄한 검열 속에 책의 공유가 이루어진다. 허쉬가 학교를 세웠다는 사실을 나치 대원은 모르고 있다. 디타는 열네 살이고 사서가 되었다. 프레디는 나치가 널 죽일 수도 있어. 내가 필요한 사람은 위험을 아는 사람이지만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다고 하였다. 여덟 권의 책은 망가지거나 낡은, 적갈색 곰팡이가 잔뜩 핀, 훼손되기까지 하였다. 지리학, 문학, 수학, 역사, 언어 전부 소중한 것들이었다. 디타는 목숨을 걸고 이 책들을 지켜낼 것이다.
여덟 권의 종이책과 어떤 책을 특별히 잘 아는 교사들이 있으면 이들은 ‘살아 있는 도서관’이었다. 인간 책들은 반마다 순회하며 자기가 기억하는 대로 아이들에게 책 내용을 들려주었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디타는 마지막 점호 전 책을 전부 원래 자리에 숨겨두어야 한다. 확인하는 시간이 지나면 아버지와 지리 수업을 한다. 슈바츠후버 지휘관과 멩겔레 박사 등은 수천 명의 아이들을 날마다 죽음으로 몰고 가는 바로 그 사람들이었다.
그러던 중 디타의 아버지는 고열로 사망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부재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프레디는 [착한 병사 슈베이크]라는 소설이 어린 아가씨들에게 적절한 책은 아니라고 했다. 오타 켈러가 아이들에게 화산에 대해 수업을 하고 있다. 4천여 명에 달하는 9월 입소자 부대가 움직이기 시작할 무렵 루디는 반란을 일으키려고 프레디 허쉬를 만나러 가는데 그가 침대에 늘어져 있었다. 의사가 와서 약물 과다, 진정제 과다 복용으로 손을 쓸 수 없다고 하였다. 허쉬가 자살했다는 소문은 캠프를 퍼져 나간다. 디타는 책을 어루만지며 프레디가 자신을 자랑스러워할 거란 생각에 기쁘다. 그럼에도 슬픔은 떨쳐지지 않는다. 프레디는 왜 포기한 걸까
이날 밤 수천 개의 목소리가 다시는 영원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1944년 3월 8일 밤 BIIB 가족캠프에 있던 3,792의 수용자들은 가스실로 보내져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제3화장장에서 소각됐다. 탈출을 시도했던 러시아인들 네 명은 처형되었다. 루디와 동료는 탈출에 성공하게 되었다. 나치 대원 빅토르는 레더러와 탈출을 하고 아우슈비츠로 다시 와서 체포되었다. 비르케나우에서 살아남은 디타와 어머니는 다시 베르겐벨젠 강제 수용소로 이송되었다. 1945년 4월 모녀는 마침내 해방을 맞았지만 안타깝게도 디타의 어머니는 되찾은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도 못 하고 불과 몇 개월 만에 세상을 떠났다. 그나마 어머니가 자유를 얻은 후에 마지막 숨을 거뒀다는 것이 작은 위안이 된다.
실제로 사서로 일했던 인물은 디타 크라우스, 교사로 나오는 오타 켈러는 오타 크라우스다. 두 사람은 결혼을 했다. 강제수용소 안에 아주 작은 도서관이 있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베르토 망겔의 책 [밤의 도서관]에 약간 언급이 되어 있다. 저자는 가족캠프의 흔적을 찾고 또 따라가보기 위해 아우슈비츠로 여행을 떠났다. 크라코바로 날아가 거기서 오시비엥침행 열차를 탔다. 평화로운 이 소도시의 광경만 봐선 근교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으리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
아우슈비츠 홀로코스트 경험을 담은 책들이 나와 있긴 하지만 목숨을 걸고 책을 보호하고 끔찍한 곳에서 살아남은 디타는 영웅이다. 디타가 마지막까지 의문을 가지던 것을 생각해보게 된다. 프레디 허쉬처럼 차분한 사람이 왜 수면제를 과용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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