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울어진 의자 】 | SN 컬렉션 1 _이다루 / Storehouse
“당신과 나의 자화상”
“그렇게 몇 개월 동안 어두운 방안에서 적나라하게 스스로를 대면했다. 점차 행동의 결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도리어 내가 좇던 방향을 일찍 잃어버려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야 할 방향을 찾은 듯했다.”
‘Alone’이라는 짧은 글에서 성년의 날을 갓 넘긴 ‘나’는 방문을 걸어 잠그고 칩거에 들어갔다. ‘은둔형 외톨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상황이다. 방문을 잠근 때가 뜨거운 열기로 가득 할 때였는데, 벌써 12월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어긋나버린 관계와 시간을 다시 맞출 수 있을까. 나만 홀로 시간을 건너뛴 것만 같았다. 전혀 달갑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이 가능할까? 다행히 그 방에 욕실이 달려있다고 치자, 생리적인 것은 해결 가능하겠지만, 물도 안 먹나? 그렇게 방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다가도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으면 살며시 나와 냉장고 문을 열어본다는 이야긴 들은 것 같다만...그나마 다행인 것은, 짧은 이야기 속 주인공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금 전 SNS 에 페친이 올린 글을 읽었다. 지인의 후배가 이 세상을 자발적으로 떠나면서 몇 사람에게 문자 메시지를 남긴 모양이다. 흔치 않은 일이다. 본인의 부고를 직접 전해주고 떠나는 일이라니...나는 그 사람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지만, 오죽하면 그렇게 떠났을까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 속에서 공통단어를 찾는다면 ‘(인간)관계’, ‘자화상’이 될 것이다. 그 자화상은 글쓴이의 자화상일수도 있고, 독자의 자화상일수도 있다. 내 모습 또는 내 이웃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져 있다.
후반부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자녀를 둔 엄마의 마음과 일상이 스케치처럼 이어진다. 따로 또 같이 이어지는 이야기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후 조용히 지내고 싶었지만, 어딘가 꼭 끼어있는 극성이들 때문에 그렇지도 못하다. 그렇다고 무 자르듯 지내기엔 아이가 염려되어 얼떨결에 그 극성이들과 어울리다보니 상채기만 늘어난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네 삶의 반경이 넓어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가까이서 얽히고 어우러지면서 관계 역시 촘촘하게 맺어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고귀하게 빛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기울어진의자 #이다루 #Storehouse #북코스모스도서평가단
|
|
책의 표지 아래 부분에는 ‘이다루 소설’이라고 쓰여 있다. 그러나 책을 처음 펼쳐 보았을 때 고개를 꺄우뚱했다. 25편의 짧은 글이 실려 있어 에세이집에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 책은 단편소설 25편이 잘 어우러져 있다. 어우러져 있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각각의 글이 때로는 별개로 때로는 연결되며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책 말미의 <작가의 글>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이 책은 “관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들은 일상에서 맺게 되는 수많은 관계의 연결고리 속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심리를 생생하게 묘사해 준다. 작가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결코 그려낼 수 없는 장면과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는 독자들로 하여금 끊임없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특히, 책의 중반 이후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된 몇 편의 글들은 초등 1학년 아이를 둔 학부모들의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그 또래의 아이둔 학부모면 누구나 격하게 공감하며 쓴웃음을 짓게 만드는 ‘웃픈’ 현실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불편하기 때문에 드러내기 어렵지만, 아픈 현실인 그런 이야기 말이다.
아이를 중심으로 한 학부모 간의 관계 외에도 작가는 다양한 관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직장 동료, 가족, 시누이, 연인, 심지어 지하철역에서 우연히 마주친 타인과의 이야기까지...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모든 만남은 관계를 만들고, 당사자들로 하여금 의미를 부여한다. 그 관계와 의미는 시간에 따라 변하며 그렇게 일상은 진행된다.
책을 덮으며 책의 제목인 ‘기울어진 의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기울어진 의자’는 단편 25편 중 직장 동료와의 이야기인 한 편의 제목이기도 하다. 의자 다리가 빠져 손으로 잡으면 수평을 유지하지만, 손을 놓으면 금방 다시 기울어지는 의자는 마치 우리들이 맺고 살아가는 수많은 관계의 모습을 비유하는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하다. 힘을 주어 잡아야만 유지되지만, 힘을 빼는 순간 금새 무너져 버리는 그런 관계들 말이다. |
![]() <기울어진 의자> 따뜻한 커피 한 잔과 가벼운 책 한 권. 가을 아침을 맞이하기에 가장 알맞은 조합이네요.
![]() 아무것도 되지 못한 어른으로 자란 게 내 잘못일까? 엄마 탓일까? 아님 세상 탓일까? 달리라고 해서 달렸고 멈추라고 해서 멈췄는데, 나는 왜 뭣도 아닌 어른이 된 거지? (p.9) 시키는대로 하고, 내어준 길만 따라 갔는데 그 길 끝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 어리둥절하기만 합니다. 멋진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몸만 커버린 것 같아, 나는 어느 순간 멈춰버린 것은 아닐까 여전히 더 자라야 하는 것이 아닐까 끊임없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 경식이는 캡스록(Caps Look)키가 소문자를 대문자로 변신시켜주는 일을 한다면서 부모 키라고 불렀다. 경식이에게 부모는 큰 어른으로 성장하는 자신을 위해 늘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p.28) 조그만 키보드 자판 하나가 많은 생각을 갖게 하네요. 나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것 같은데 부모라는 자리는 누군가를 어른으로 만들어줘야 하는 존재라니. 그래서 아이도 나도 함께 자라는 중입니다.
![]()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의자를 지탱하는 네 개의 다리 중에서 두 군데나 빠져 있었다. 나는 기울어진 쪽을 손으로 들어 올려서 수평을 맞췄다. 내가 손을 떼자마자 의자는 다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p.45)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나는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망가졌는데 내 친구는 여전히 아름답게 빛나고 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상실감, 박탈감에 괴로운 나날들이 지속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떠난 자리에 덩그라니 남아있는 그녀가 앉았던 의자는 누군가 받쳐주지 않으면 다시 기울어져 버리는 불완전한 것이었어요. 그 누구도 온전한 삶, 완벽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게 하네요.
![]() 더 이상 우리 모녀가 평행선을 걷지 않는다는 건 먹먹하고도 미안한 일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우리 모녀 사이의 간극은 엄마에겐 늘 감사하고 기뻐할 일이었다. 그 차이가 벌어질수록 엄마는 더 신나며 박수를 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내겐 이 간극이 생소하고도 불편한, 그 무엇 이상이다. (p.65) '엄마'는 나의 성공을 시샘하지 않는 세상 유일한 존재가 아닐까요. 나와 엄마의 선 자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오히려 기뻐하는 사람.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 엄마. 그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차올라 책을 덮고 한참을 있어야 했습니다.
![]() 시련은 분노와 절망을 주는 동시에 성장을 도와주었다. 당장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와도 결국 견디고 나면 마음은 어느새 한 뼘 자랐다. 그게 시련이 준 힘이었다. (p.74) 아픔을 견디고 나서 돌이켜 본 그 시간들은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 되곤 합니다. 겪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일들이지만 그런 시련도 겪어내고나면 나를 더욱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기도 하죠.
![]()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네 삶의 반경이 넓어지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가까이서 얽히고 어우러지면서 관계 역시 촘촘하게 맺어질 것이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고귀하게 빛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p.207) 작가의 말을 통해 책 속에 담아내려 했던 생각을 고스란히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며 만나게 되는 학부모 모임에서 긴장되고 피곤한 관계맺기에 지친 인물의 모습이 자세하게 묘사되어 공감을 사네요. 저도 첫 아이를 키우며 아이 학교 생활 적응을 돕는다는 이유로 불편한 모임에 참석하고 모임 내내 서로를 살피고, 견제하고, 무리짓고, 또다른 무리를 입에 올리고... 그런 만남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혹시나 내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 하는 걱정에 쉽게 발을 빼지 못하기도 했었어요. 아이가 첫 학교 생활에 이런저런 실수를 하며 적응했듯 초보 학부모인 저도 처음이라 서툴렀다는 핑계와 함께 좋은 관계란 어떤것인가에 대해 많이 배운 시간들이었죠.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서는 넓고 다양함을 추구하기 보다는 긴밀한 유대관계가 더욱 중요하다 믿는 저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 책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
우리의 일상이 작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은 어쩌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조금씩 적응해 나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에 충분한 일상들에 대한 이야기, 그러면서도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 작가 『이다루』의 『기울어진 의자』(스토어하우스 펴냄)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 속의 불편함을 담고 있다.
지금 이 순간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누군가가 내 마음에 들지 않고 자꾸만 싫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냉정하게 할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사람이 관계를 형성해 나아가는 것은 모두 나를 중심에 두고는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내 곁에 함께 할 사람이 있다면 이는 한 단계 더 생각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 아닐까.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학보모를 둘러싼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는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넘어 참 애쓴다는 말이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둘러싼 어쩔 수 없는 관계속에서 어느 순간 그 중심에는 아이는 없고 자신들의 감정만이 개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는 순간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 걸까.
타인과의 관계 뿐만 아니라 내 주변 가족과의 관계도 그렇다. 엄마와의 이야기는 자신을 뒤돌아 보는 과정이 아닐까. 방에 스스로 자신을 가둔 딸은 엄마에게 외친다. 나는 없는 사람이라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어긋나 버린 관계와 시간을 다시 맞출 수 있을까. 모두가 가는 방향이 곧 나의 방향이고 모두가 원하는 목표가 곧 나의 목표였다고 생각해온 평범함이 부모의 이혼 때문에 금이가고, 평범한 무리 속에서 처참하게 떨어져 나오는 기분은 곧 실패를 의미했다는 절박함 속에서 한번도 나를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고 함께 자신의 실체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 부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왜 아플까.
왠지 꿀릴 것 같은 예 작장동료를 만나는 자리, 같은 계약직 직원으로 입사했던 그녀를 만나러 가는 동안 내 안에 숨겨진 열등감(?) 같은 종류의 감정으로 인해 느껴졌던 것들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세상이 만들어 놓은 틀 때문에 내 마음도 뒤틀려 있다는 점을 왜 모르는 것인지, 나도다 당당할 것 같았던 그녀의 뒷 모습은 쓸쓸하게 느껴진다. 기울어진 의자 처럼
『전화를 끊자마자 다시 수정이의 휴대폰이 격렬하게 진동했다. 상사의 전화였다. 수정이는 몸을 돌려 전화를 받으면서 고개를 숙이고 업무지시를 받았다. 앞으로 더욱 신경 쓰겠다는 다짐을 하면서 전화를 끝냈다. 수정이는 한숨을 크게 쉬고는 내게 미안하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나는 그녀를 안심시켰다. 나는 회사로 급하게 뛰어가는 수정이를 바라봤다. 마음이 급했던 수정이는 출입구 앞에서 한쪽 구두가 벗겨졌다. 깡충 걸음을 하고 신발을 찾아 신은 수정이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수정이가 앉았던 의자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의자를 지탱하는 네 개의 다리 중에서 두 군데나 빠져 있었다. 나는 기울어진 쪽을 손으로 들어 올려서 수평을 맞췄다. 내가 손을 떼자마자 의자는 다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 본문 중에서 -
살아가면서 맺는 관계는 구분 지어져 아쉬운 것도 많았지만 그것은 삶이 흘러가는 방향대로 가고 있다는 표징이기 했다. 삶에서의 관계들은 대부분 좁고도 깊어서 문제라도 새이면 크게 부각되거나 확장되고 했으며, 그 안에서 얽히고설킨 관계들은 전보다 강렬한 자극을 건네며 나를 수 없이 흔들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누구나 그 누군가와의 관계 떄문에 힘겨운 시간을 보낸 경험은 있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어찌 한결같을 수 있을까. 관계를 맺는 데에 누구나 어려움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리고 이 소설에서 너무도 평범한 관계속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많은 순간순간의 생각들도 나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순간 조금은 편안해지지않을까 합니다. 힘든 세상에 원치 않는 관계로 인해 고통받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일상도 어쩌면 소중한 순간임을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이다루의 '기울어진 의자'를 읽고 말입니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
아직은 소설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명확한 저는 소설을 잘 읽지 않아요 그런데 이 책은 일반적인 소설의 형태가 아닌 것 같네요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구의 인물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니 말이죠 한 사람의 에세이를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아요
저자의 글을 보면서 마치 아이들과 함께 써 내려간 일기장을 들춰보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인물이 한 인물이기보다는 다양한 옴니버스 형식의 글들 그리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육아에 대한 경험들 일상의 모습으로 초등 부모라면 경험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스토리들을 담고 있네요
어린 시절부터, 그리고 초등학교의 경험들
이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삶을 그대로 녹인듯한 모습을 만나게 해주네요 처음에는 저자를 남성인가 했는데 중성을 느끼게 하다가 육아로 넘어가면서 온전히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네요
관계의 날것에 대한 저의 추측은 마지막 저자의 글에서 단숨에 파악을 하게 되네요 어쩌면 저자가 경험한 다양한 일화들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던 나에게 이 책은 나를 되돌아보게 해주는 책이었네요!
|
|
여자로서, 엄마로서, 아내, 학부모로서, 여러 개의 가면을 쓰고 산다. 지은이 이다루는 “익숙한 낯섦”을 이야기 한다. 기울어진 의자(33쪽)는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보통은 몇 개씩 가지고 있는 페르소나(가면-때로는 여자로서,엄마,아내, 학부모회맴버로서)를 들어내 보인다.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만 움직이다 보니 머릿속 사고도 딱 집 크기에 갇힌 듯했다.”(전업주부로서의 모습)이 틀안에서 자기중심을 잡는다. 한 때 직장동료이기도 했던 친구 수정은 워라밸(Work-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잡지 못한다. 그녀가 앉아있던 기울어진 의자처럼 말이다. 기울어진 의자란 뭘 말하는 걸까, 표상은?, 이런 궁금증이 책을 끝까지 읽어도 머릿속을 맴돌며, 딱히 잡히지 않는다. 아마 지은이가 독자들을 그런 상태로 몰아넣기 위한 것이었다면 우선은 성공했다. 며칠 동안 신경이 쓰여, 다시 이 책을 읽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 책은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는 표현이 들어맞는다.”고, 흔하디 흔해서 별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을 눈앞에 끄집어 내놓고 “익숙하지, 그런데 말이야 이건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않을 거야”, 라는 말을 하고 있다. 책 표지의 지은이 소개에 실린 문구 “익숙한 낯섦”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다. 초등학교 어머니회의 치맛바람은 아주 익숙하면서도 왠지 모를 낯섦을 느끼게 한다[축구와 아이(130쪽).축구와 엄마(133쪽), 함부로 사진을(139쪽)]. 도입부부터 알바, 돌아가지 않을...로 시작하는 이 책은 신변잡기를 톺아본다. 같은 현상이라도 보는 이, 보는 각도에 따라 제각각 달리 보이듯,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전업주부로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엄마로, 이 책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사회모순과 현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나오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해두었다. 바삐 살아가는 현대 사회,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머리를 식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이 책은 읽은이는 경험 세상에 따라 아주 다른 느낌을 가져다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게 되는데 이 책이 사람들과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에 흥미가 생겨서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어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에서부터 관계가 뒤틀리거나 끊어지는 반복된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하는데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야기라서 그런지 공감이 되는 내용들이 많았네요.
이 책은 34개의 아주 짧은 단편을 모아놓은 소설집이예요. 전혀 상관없는 것처럼 보이는 단편들이지만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도 있어요. 짧은 단편들이라서 읽기는 편했는데 읽고 나서는 짧은 글임에도 생각이 많아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겠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기울어진 의자>에서는 같이 계약직 사원으로 일했지만 현재의 모습은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가 나오네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느라 자신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전업맘이 된 나와 직장에서 자리 잡고 있으면서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다는 수정의 이야기였어요. 아이를 키우는 게 위대한 일이지만 알게모르게 자격지심이 있는 '나'의 모습이 실제 저의 모습과 너무도 비슷해서 조금은 우울하기도 하고, 상사의 지시에 신발도 제대로 못 신고 달려가는 수정의 모습도 참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업맘이든 직장맘이든 마음속에 기울어진 의자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한글떼기>에서 <기다린다는 것> 까지는 어느 정도 이어지는 이야기였어요.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낼 준비를 하고 보내고 그러면서 겪는 일들을 그리고 있는데 엄마들 간의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과 편가르기 같은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실제로도 경험할 수 있는 이야기라 공감이 많이 되더라구요. 사실 그게 싫어서 학부모 모임에 별로 안 나갔던 경험도 있구요.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글은 <기다린다는 것> 이었어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인내하고 기다려야할 순간들이 참 많았어요. 더딘 속도로 말문이 트일 때도, 걸음마가 늦어질 때도, 한글 떼기를 하는 순간에도, 그리고 앞으로 커가면서 아이들이 겪을 모든 일들에도 엄마는 옆에서, 아니면 뒤에서 기다리고 있어줘야할 순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물론 마음은 조급하고 걱정되고 그런 순간들이 있을테죠. 그러나 조급해지지 않고 인내하고 기다려줄 줄 아는 엄마가 되어야겠다 싶네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좋은 관계만 있을 수는 없겠죠. 이 책에서도 좋은 관계도 있지만 다시 보고 싶지 않은 관계도 나오는데 인생의 징검다리를 건널 때마다 사람들과의 관계도 변화하고 감정의 골도 크고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는 끊을 수도 없고 끊어서도 안 되는 거겠죠.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관계를 맺은 경험이 많을 수록 더 현명하고 유연하게 관계를 맺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이다루 작가의 <기울어진 의자>를 읽었다. 마치 에세이 같은 느낌이 드는 단편 소설집이라서, 다 읽고 나면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본 듯 한 느낌이 든다. 10 페이지 가량의 단편들로 구성되어있어서 에피소드 별로 호흡이 짧다. 하지만 결국 에피소드들이 각각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명의 이야기가 여러 편으로 나뉘었다는 느낌이다. 내게 여러 단편들을 관통하는 화자의 이미지는 육아를 하는 젊은 엄마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기울어진 의자>에서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 다룬다. 특히 엄마가 겪게 되는 사람들 간의 관계가 많다. 학부모들 간의 관계, 자식 간의 관계, 워킹맘 친구와의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다. 육아를 하고있는 여성이 읽는다면 더 많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일 것 같다. .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기울어진 의자> 라는 단편이 인상 깊었다. 미진과 수정은 같은 회사의 1년 계약직 비서로 일하면서 친해진다. 1년의 계약 기간이 끝났을 때, 미진은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반면에 수정은 자신의 커리어를 이어나가기로 마음먹는다. 시간이 지나서 둘이 다시 만났을 때, 둘 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었지만 서로의 상황은 조금씩 달랐다. 미진은 내세울 만한 커리어도 없었지만 수정은 잘 가꿔진 커리어 우먼의 모습이다. 미진은 세련된 워킹맘 수정의 모습에 뭔가 부러움을 느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수정은 남편에게 집안일과 육아를 맡기고, 집안에 많은 신경을 쓰지 못한다. 간만에 온 딸의 전화에 "엄마 일하러 가야 돼. 끊어." 라는 말만 남기고 또 일터로 향한다. 이런 수정의 모습을 보면서 미진이 느낀 건 부러움뿐이었을까? 아마 그보다 훨씬 복잡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이 소설의 이름이 왜 <기울어진 의자>일까 생각해봤다. 인간관계라는 것이 결국 기울어진 의자와 같은 거싱 아닐까? 서로 완벽한 균형을 맞춘 채 똑바로 서 있는 관계라는 것은 없다. 결국 한 쪽이 기울어지면 어느 한쪽이 배려하며 맞추고, 또 다른 한쪽이 기울어지면 다른 쪽에서 맞춰가면서 살아가는 것이 관계라는 것 아닐까. 현대사회의 일상 속에서 관계에 대해 집중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기울어진의자#이다루#스토어하우스#컬처블룸#컬처블룸리뷰단#기울어진의자후기#기울어진의자리뷰 |
|
https://blog.naver.com/0809tkfkd/222150392870 요새 에세이와 자기계발 위주로 읽다보니 선뜻 소설에 손이 가지 않는 날들이었다. 원래는 소설을 더욱 좋아했었는데. 사람이 변하듯 독서의 취향도 변해가나 보다. 지금의 상황에 가장 잘 맞는 책들을 고르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이 책에 손을 뻗친 이유는 단 한 단어 '관계' 때문이었다. 반복되는 일상의 관계 이야기라고 해서 읽고 싶어졌다. 최근까지 나는 관계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소설 속 사람들의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져 가는지, 그들의 삶이 궁금했다. 나와는 다른지, 같은지, 어떻게 대처하는지 소설에 들어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45 의자를 지탱하는 네 개의 다리 중에서 두 군데나 빠져 있었다. 나는 기울어진 쪽을 손으로 들어 올려서 수평을 맞췄다. 내가 손을 떼자마자 의자는 다시 한쪽으로 기울어졌다. 80 선물을 통해 마음을 전달받은 줄 알았는데, 언니의 일방적인 거래일 뿐이었다. 허탈했다. 언니를 만나면서 애쓴 마음까지도 까맣게 그을려 버린 것 같았다. 85 때가 되면 자연의 섭리에 따라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있다. 발을 구르지 않아도 숨을 쉬는 한, 성장이 계속되고 삶은 계속되니 말이다. 자연스럽게 나아가는 데에 굳이 때를 정하고 선을 긋지 않아도 된다. 168 보이는 것으로 치장해서 얻은 누군가의 시선으로는 결국 한 줌의 행복도 사지 못했다. 169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은 내 시간을 흔쾌히 내어주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는 되찾지 못할 나의 유일한 시간을 타자에게 기꺼이 내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다려준다는 말보다 고마운 말이 세상에 또 있을까. 175 창문을 열면 검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졌다. 고요함이 좋다가도 철썩대는 파도 소리에 마음이 흔들렸다. 196 이제는 사람과 사람이 가까이서 마주 대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소통법이 탄생한 듯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저항했다. 직접 보고 말하고 만지고 부대끼고 싶어 했다. 함께 뛰어놀며 손도 잡고 발도 맞춰보고 싶어 했다. 그렇게 크는 것이 올바른 성장이라는 걸 나도 모르지 않았다. 198 나는 여행을 즐겼다.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곳에 이르면 몸과 마음도 새 옷을 입은 것만 같았다. 일상이라는 쳇바퀴에서 빠져나오는 것만으로도 많은 변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관성의 법칙이 내 삶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만 해도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참 많은 문장들이 마음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내가 느꼈던 생각들을 적어보려 한다. 삶을 살아가는 것에 있어 관계의 수평을 맞추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쪽으로 마음이 쏠리면 다른 쪽은 신경을 쓰지 못할 때가 많았다. 갑자기 시소가 생각이 났다. 무거우면 내려가고 가벼우면 올라간다. 시소는 수평으로 시작하지만 왔다 갔다 한다. 우리의 마음도 그런 시소와 같지 않을까. 이쪽으로 저쪽으로 움직여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시소에서 내릴 때에는 수평이 되어야 둘다 내릴 수 있다. 우리의 마음도 관계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서로가 수평을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든 생각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나에게 무게를 더욱 내어주는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나도 그들에게 좋고 고마운 사람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한 쪽으로 관계가 기울어질 때가 있다. 그것이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우리는 수평을 맞춰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연인에게 관심이 가면 가족에게 조금 소홀해지고, 일에 집중하면 아이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못한다. 친구가 좋을 때는 연인과 멀어지기도 한다. 관계의 수평.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은 나 혼자는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닐까. 마음의 상처를 받고 주면서도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그러면서 우리는 단단해지고 성장해간다. 기울어진 나의 마음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들에게 더욱 감사하며 살아가야겠다.
|
|
모의 탯 속에서 나오는 순간 울음이라는 방식으로 관계의 문을 열어, 인생 40을 지나는 동안 수천 수억개의 관계 속에서 시간을 보낸다. 돌아보면 어느 한 순간, 그 어떤 관계 속에서도 그냥 흘러보낸 시간은 없었다. 기울어진 의자는 자칫 그냥 흘러보냈다고 착각했던 그 찰나의 순간을 다시 기억하여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지금의 가장 소중한 관계인 너와 나. 어떤 의미로 기록이 될까 궁금해하면 또 한 챕터를 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