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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가 하는 이야기는 지루하다? 사실 과학자도 자신의 이야기는 신나서 얘기할 수 있고, 또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것이면 아무리 지루한 이야기라도 진지하게 들을 수 있지만, 거기서 조금만 벗어나도 과학 발표는 따분하기 이를 데 없다. 온갖 관찰 사실과 실험 결과들의 나열. 저것들이 어떤 연관을 갖는지 알 수 없는 가운데 시간은 흘러가고, 마지막 가서 간단한 요약으로 끝을 맺는다. 발표도 그렇지만 글도 그렇다.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계획서는 읽기 괴롭다. 이 연구가 왜 중요한지, 어디까지 연구가 이뤄져 있는지,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인지 일목요연한 경우를 보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 연구계획서를 보면 꼭 간직하고 싶어진다(물론 그런 걸 금한다).
랜디 올슨은 과학 발표나 연구 보고서, 논문, 연구계획서가 그리도 따분한 이유를 서사(narrative)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사가 없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전개 자체가 딱 흥미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는 헐리우드를 배우라고 한다.
웬 헐리우드? 그건 랜디 올슨의 이력을 보면 하필이면 왜 헐리우드를 지목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원래 과학자였다. 해양생물학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고, 대학에서 종신지위(tenured)도 획득했다. 하지만 과감히 그 지위를 내던지고 영화 쪽으로 급격한 방향 전환을 한다. 영화를 배우고 연출했다. 그는 헐리우드가 대중들에게 그때그때마다 인정받아야 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바로 그 직관과 어법을 배워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랜디 올슨이 이 책을 읽는 ‘과학자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그런 헐리우드의 상황이라든가 직관 같은 게 아니다(상황이 다른 데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가 보기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 혹은 연습이 되어야 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저명한 진화학자이자 유전학자였던 도브잔스키의 어법을 응요하는 것이다. 1960년대 테오도시우스 도브잔스키의 문장은 수많은 논문과 책에서 반복되었다. "진화의 관점을 제외하면 생물학에서 의미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생물학에서 진화의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문장이지만, 저자는 이를 도브잔스키 양식이라고 해서 중요한 서사 도구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__________을 제외하면 ____________의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와 같이 밑줄 친 곳에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것을 넣어서 얘기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판 구조론을 제외하면 지질학의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나 “유전병을 제외하면 내 삶의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와 같은 식이다. 일단 한 가지 배웠다(난 도브잔스키의 저 표현을 응용한 아얄라의 문장을 내 박사학위 논문에 쓴 적이 있긴 하다).
그 다음은 ABT 양식이다. ABT 양식이란, 어떤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서(논문도 마찬가지다) “_______ And ________ But ______ Therefore__________”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글쓴이가 하고 싶은 말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고, 또 읽는 이가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and, and, and와 같이 AAA 양식의 경우에는 글이 지루하며 결론이 없게 된다고 하고, 또 DHY, 즉 despite(그런데도), however(할지라도), yet(그렇지만) 양식의 경우에는 논리의 전개가 매우 복잡해져 혼란을 가져온다고 지적한다. ABT 양식을 훌륭하게 지킨 글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왓슨의 《이중나선》과 함께 노벨상 수상자의 논문 초록 등을 소개한다. ABT 양식은 어렵지 않으면서 어디나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역시 배웠다(그런데 내가 이 글을 그 양식에 따라서 쓰고 있는지 긴가민가하다).
사실 과학도 스토리(story)다. 스토리가 있어야만 가치 있는 연구가 되고, 또 관심을 갖는다. 스토리이니 서사(narrative)가 필요하다. 그 서사는 그냥 쓰고 이야기하면 당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니고 훈련이 필요하다. 그 훈련으로 (저자는 그 밖에도 다른 것을 제시하고 있긴 하지만) 도브잔스키와 ABT는 기억해 둘 만하다. 아니, 꼭 기억해두고 적용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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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자주 듣는다. 당연하지만 재미 있는 강의도 있고 지루한 강의도 있다. 지루한 강의를 들으면 이런 생각이 든다. “강사가 주제 없이 정보들을 나열하기만 해 재미 없었다.” 물론 이 말은 반만 맞는다. 재미 없고 지루하기만 해도 주제가 없을 수는 없다는 점에서 틀린 말이라면 강사가 정보들을 나열하기만 한 것은 사실이기에 맞는 말이다. 내가 잘못 파악한 부분은 무엇인가?
저자는 ABT(and, but, therefore) 구성을 제안한다. 그리고, 하지만, 그러므로 구성이다. 가령 “캔자스의 농장에 한 어린 소녀가 살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삶은 무료하다. 하지만 어느 날 토네이도가 그녀를 휩쓸어 신비한 나라 오즈로 데려간다. 그러므로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같은 문장이 바로 전형적인 ABT 구성의 문장이다.
그런가 하면 AAA(and, and, and) 구성은 어떤가? 가령 이런 문장이다. ”사람들이 걷는다. 그리고 몇몇은 개를 데리고 있다. 그리고 해가 쨍쨍하다. 그리고 나무들이 있다. 그리고..“ 어떤가? ABT 구성은 흥미를 유발하는데 비해 AAA 구성은 지루하고 재미 없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정보의 나열은 이야기가 아니고 이야기는 사건이 발생할 때 시작된다는 것이다.(저자에 의하면 서사 또는 이야기는 문제 해결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다.; 223 페이지. 언급된 게 정보뿐이라면 이야기는 없다고 할 수 있다.; 224 페이지)
저자는 이채(異彩)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뉴햄프셔대학교 해양생물학과 종신교수직을 버리고 남가주대학교 영화과 석사과정에 진학에 할리우드 영화계로 진출한 것으로 저자의 삶이야말로 ABT 구성을 보인다. 오디세우스를 좋아해 랜디와 오디세우스를 결합해 랜디세우스라 자칭하는 저자는 하버드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호주의 그레이트베리어리프의 한 섬에서 1년을 살았고 남극의 빙하 밑으로 다이빙도 했고 반 마일 깊이의 심해에서 잠수도 했고 60피트 깊이의 해저 서식지에서 일주일이나 지냈다.
그리고(A) 해양생물학과의 종신교수가 되었다. 하지만(B) 동부의 과학 세계를 떠나 서부의 캘리포니아로 향해 영화학과 석사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T) 그에게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영화 감독으로 성공하는 것이었고 언젠가는 과학계로 돌아가 할리우드에서 배운 것을 전하는 것이었다. 저자가 과학계로 돌아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20년이었다.
과학계와 영화계를 모두 경험한 저자는 그 두 분야의 특성을 이렇게 파악한다. 과학은 서사의 구성과 진행을 따르는 분야지만 과학자들은 그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것을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이렇게 풀이한다. 과학자는 학부 시기에 인문학을 건너뛰고 과학자로서만 최대치의 훈련을 받기 때문이라고.(65 페이지)
38세의 나이에 새로운 여정에 들어설 때까지 서사의 힘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저자는 자신이 목격한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의 경우 서사적 직관을 적용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귀띔한다.(서사적 직관이란 말은 이야기 센스라는 말을 인문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과학계의 안주(安住)는 정년 보장과 큰 연관이 있다. 이에 비해 할리우드는 과거의 화려함이 어떻든 흥행에 한번 실패하면 언제 재기할지 장담할 수 없는 영역이다.
저자는 과학자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면 청중이 흡수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뇌는 특정한 방법으로 엮인 정보가 필요하다,“(54 페이지) 관건은 복잡한 사실을 구체화해 간결하게 전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도전이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촬영 결과 재미 없는 이야기에 사람들의 뇌 반응도는 낮고 재미 있는 이야기에는 높다. 중요한 사실은 서사가 없으면 지루하고 있으면 흥미롭고 과도하면 혼란스럽다는 점이다.(23 페이지)
단 서사적 직관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35 페이지) 정리하면 중요한 것은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해야 하고 간결해야 하고 ABT 유형의 사건 또는 반전이 알맞게 갖추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강조점도 필요하다. 가령 ”진화론이 빠지면 생물학은 그저 잡다한 요소가 된다. 어떤 요소는 흥미롭고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의미 있는 큰 그림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같은 말을 보자.
진화론 즉 서사가 빠지면 아무 것도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있지만 잡다할 뿐이라 말한 것이다. 엘리베이터 피치라는 말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동안 자신의 주제를 이야기한다고 가정해보자. 핵심을 간결하고도 인상 깊게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ABT 구성에 맞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가 쓴 ’숭의전‘에 대한 글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글에서 나는 반전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을 자주 언급했다.
임진(臨津)팔경을 이야기하며 그것은 파주 지역에만 국한되었지만 연천 지역에도 팔경이 있다고 한 점도 그렇고 이성계가 예성강에서 띄운 돌배<석주; 石舟>가 임진강까지 흘러왔다는 이야기를 언급하며 실제 여부를 말하지 않고 강(江) 또는 물길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만들어진다고 한 점도 그렇다.
저자는 과학자에게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의 짐을 지라고 말한다. 수십 시간의 고민을 하고 몇 차례의 원고를 거치고 자료를 다듬어 청중의 뇌에 있는 둥근 수용기에 부드럽게 들어맞을 원통형 발표를 만들라는 것이다.(131 페이지) AAA는 귀납법이고 ABT는 가설연역법이다. 가설연역법은 발견된 패턴을 설명할 수 있을 법한 모든 가설 중에서 고민하고 실험하기에 시간 낭비인 것부터 쳐내는 방식이다.
일반론을 이야기하고 하지만으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이어가는 것은 반전이고 They say..I say 형식의 문장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이야기한다.의 문장이다. ‘하지만’을 갈등이라 할 수 있다. 갈등은 필연적이다. 스토리텔링에서 갈등은 음악에서 소리와 같다.(141 페이지) 서사의 방향은 한 번만 바꾸는 것이 좋다.
DHY는 그런데도(Despite), 할지라도(However), 그렇지만(Yet)을 의미한다. 서사가 너무 많은 경우다. ABT에 단어는 몇 개여야 적당한가? 직관에 따라라. 정해진 길이는 없다. 때에 따라 한 개 이상의 ABT가 필요할 수도 있고 청중이 누군가에 따라 각기 다른 ABT를 작성해야 할 수도 있다. 궁극적 목표는 서사적 직관을 기르는 데 있다. 직관적으로 서사의 문제를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171 페이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황금열쇠를 선별해낼 수 있는 서사적 직관이 필요한 것이다.(173 페이지)
ABT 구조를 잘 잡으면 사람들이 강연자의 주장을 따라가기 쉽고 강연자도 자신의 글을 기억하기 쉽다.(204 페이지) 이는 나도 평소 공감하던 바이다. 다만 나는 흐름이 좋은 글은 글쓴이 스스로 기억하기 쉽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는 수없이 많은 과학책을 읽었지만 내용의 핵심을 설명할 수 있는 책은 거의 없다고 말하며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은 예외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중나선은 여러 부분이 선명하게 기억난다고 말한다.(204, 205 페이지)
저자는 왓슨의 책이 유명한 것은 생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발견에 관한 책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다. 만일 그 책이 서사적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에 의해 집필되었다면 밋밋한 책이 되었을 것이다. 공감한다. 하지만 내용(사건)과 서사적 역량이 함께 중요한 것이 아닌지? 서사적 역량만으로 밋밋한 이야기를 멋지게 이끌고 갈 수 있을까? 물론 이야기 거리가 되는 사건을 찾(아 쓰)는 것이 관건이긴 하다.
저자는 ”아직도 서사의 세계“라 말한다. 과학 연구 지원 단체의 이야기가 약간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즉 그들은 현존하는 것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에 대한 실험에는 관심이 없다. 모두 뚜렷한 패턴이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지원하고 싶어한다.(239 페이지) 저자는 서사라는 것은 평생의 공부이며 누구도 완벽한 경지에 오를 수 없는 문제라고 말한다.(261 페이지) 아무리 스필버그라도 그저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가 있다. 이것은 끝없는 도전이다.(262 페이지)
사실 저자는 할리우드로 진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는 너무 많은 정보와 방향이 잠재되어 있어서 정리하려면 며칠 더 필요할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저자는 그 말이 칭찬인 줄 알았다고 한다. ”적법한 훈련과 시각을 통해 누구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것이 저자의 결론이자 가르침이다. 참고로 말하자면 저자가 만난 가장 완벽한 과학자는 스티븐 제이 굴드다.(내가 좋아하는 과학자여서 반가움이 크다.) 다시 굴드의 책들을 정독하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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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미국의 해양 생물학과의 종신 교수였으나 영화과 석사를 마치고, 할리우드 영화계로 진출하여 다큐 및 영화 연출과 여러 도서를 집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이자 교육가, 연출가이자 작가로서 살아온 본인의 역량과 내공을 담아 과학을 어떻게 서사로 풀어내고 표현하면 좋을지 가르치고 있다. 어릴 때 과학에 관한 책을 별로 안 좋아했던 이유는 소설이나 위인전에 비하면 재미와 감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이는 서사성이 부족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보면 과학에 관한 책도 충분히 재미와 서사성을 갖추고 다양한 스타일로 집필, 구성되고 있는 것 같지만.. 저자는 과학에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과학계가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서두에서 과학자는 재미없다는 오명이 씌워지게 된 배경과 원인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서사적 직관'을 습득하는 법으로 안내한다. 저자는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만들고 배우, 시나리오 작가들과 부딪히며 일했기 때문에 그들이 표현하는 방식과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을 이해하며 한편으로인문학과 차별된 과학의 요소 및 할리우드가 필요로 하는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자와 관련 학도, 연구자 등에게 요긴할 것이며, SF 영화에 관심있는 창작자에게도 유용하리라 생각된다. 보다 효과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며 바라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를 바란다! 알차고 구체적인 내용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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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에서 포닥(Post Doctor)들의 발표를 듣고 있자면 그래서 중요한 게 뭔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전달이 잘 안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타과려니 그런가 보다 해도, 세상에 같은 분야의 사람들만 사는 게 아니니 어떤 상대라도 이해가 되도록 전달하려고 적어도 노력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숫자가 중요하다며 그런 전달법은 말도 꺼내기 전에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을 꼭 읽어 보고 싶었다. 이과들아! 너희들도 전달법이 중요하다고!라는 소심한 마음의 복수랄까? 역시나, 들어본 이름의 랜디 올슨이 저자란다. 이 양반 어디선가 설명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전문 프레젠테이셔너인줄 알았다. 얼마나 답답하면 책을 썼을까. 과학에서 내용이 중요하지 서사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 사람이 설마 아직도 있다면, 그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는 이들은 같은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을 꼭 상기시켜주고 싶다. 비단 돈이 아니더라도 전달의 방법은 연구의 기승전결을 전달하는 데 있어 사람들의 뇌리에 남겨줄 수 있냐 없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할리우드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부분에 웃음이 빵 터졌다. 웬만해서는 까딱도 안 하는 저명하신 교수분들이 연구실 밖으로 나와 연구 과정과 결과를 전달하려면 할리우드 급은 되어야 먹히는 건가 싶었다. 책이라면 지겹게 읽었을 분들인데 하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정보는 넘친다. 과학의 발견이 아무리 멋져도 듣다 보면 그게 그거고 저게 그거가 된다. 무엇을 알아내고 발견하느냐도 중요하지만 그걸 사람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키려면 서사의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데 뭐 그리 쉽게 되겠는가. 당연히 논문에서도, 발표에서도 혁신(?) 적인 부분이 필요하다. 이 책은 마치 전문 스타일리스트가 나타나 옷매무새와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하면서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 한다, 본인에게 맞는 방법은 이것이니 노력해보라고 등 두드려 주는 기분이 들게 한다. 역시 서사의 결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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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말(글)은 재미있는데, 왜 어떤 말은 지루하고 흥미가 나지 않을까? 지식이라던지 정보 질의 문제라고만 생각해 왔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말한다. 오히려 서사적(첫인상은 fiction같았던) 기법의 부재로 중요하고도 주목할 만한 얘깃거리며 정보도 지루하고 따분해서 상대의 기억으로 각인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린다고 한다. 저자는 학자(과학자)로서 정점을 찍었다가 영화감독으로 전직을 한 특이한 이력의 사람으로, 허리우드라는 거대 상업시장(!), 오로지 재미와 흥행이 잣대가 되는 그런 사회에서 지금껏 지내온 과학자 세계의 편협함과 왜 지루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대한 얘기를 풀어낸다.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책 두께만 봐도 그러하다. 영화계는 과학계를 재미없어하고, 과학계는 거짓과 과장이 넘쳐나는 영화계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래도 과학의 의미(삶의 의미 찾기와 질의 향상)에서 본다면 영화계의 좋은 점은 배워서 좀더 친숙하고 재미나고 듣는 사람들에게 인상을 크게 남길 수 있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에서 저자의 '서사'라는 부분을 여러 과학과 문헌, 웅변들에서 잘 적용된 부분들을 찾아 우리가 배워야할, 그리고 아마 우리는 늦었을지도 모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은 더 일찍 이런 부분들을 배워,익혀서 직관적으로 사용했으면 하는 큰 포부를 담고 있다. 태생이 어디 가겠는가. 역시 이 책도 과학자가 쓴 만큼 지루한 면이 있다 ^^ 하지만 여러 풍부한 예시와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은 충분히하기에 현직 또는 앞으로 교육이나 과학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꼭 읽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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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이 책은
이 책 『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은 <할리우드로 간 과학자가 들려주는 지루하지 않은 과학을 위한 스토리텔링 가이드>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데,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잘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랜디 올슨, <영화감독·제작자 겸 과학 해설가. 할리우드에 진출하기 전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뉴햄프셔대학에서 해양생물학 교수로 재직했다. 정년 보장의 교수직을 그만두고 남캘리포니아대학교(USC) 영화과에서 석사를 받으며 영화계로 진출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과학과 관련하여 저자가 지적한 ‘서사의 부족’에 대해 살펴보자.
과학은 크게 연구와 그것을 전달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이렇게 두 가지 주요 요소로 나뉜다. 그런데 이 두 요소 모두 서사의 결핍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다. 과학연구엔 딱 두 가지 결과만 존재한다. 뚜렷하거나(패턴이 보이는 경우) 그렇지 않거나(패턴이 안 보이는 경우). 뚜렷한 결과는 재밌는 스토리텔링과도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결과는 하품 나오는 지루한 스토리텔링과 같다. 누구나 재밌는 스토리텔링을 하기 원한다. 지루한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은 사람은 아마 한 명도 없을 것이다. 학술지도, 과학자도, 연구원도, 기자도, 모두 재밌는 이야기를 하기 원한다. 하지만 좋은 이야기는 자칫하면 나쁜 것이 되기도 한다. (19쪽)
그래서 저자는 결론내리기를, 문제는 ‘서사적 결핍’이라고 하는 것이다. (19쪽) 그러면 서사가 어떤 정도로 존재해야 하는가 지루함을 왼쪽에 놓고 오른쪽에는 혼란스러움을 두고, 그 사이 우리가 지향할 곳을 중간으로 하자. 지루한 경우는 서사가 없는 경우이고, 혼란한 경우는 서사가 과도하면 일어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 많거나 서사가 없으면 자연 관심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서사가 적당히 있어야 흥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23쪽)
다시 말하면, 커뮤니케이션에는 서사의 최적 수위가 존재한다. 집중할 수 있을 만큼의 이야기 짜임새는 필요하지만, 너무 복잡하면 오히려 혼란스러워 한다.(24쪽)
그렇게 서사가 필요한데, 그 서사를 전하는 방법으로 스토리텔링 기법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파트 3에 나오는 '반정립 방법'에서는 실제 사례를 연구하면서 스토리텔링 기법을 습득할 수 있다.
Ⅲ 반정립 06 방법: 서사 도구 WSP 모델 07 방법: 단어, 도브잔스키 양식 08 방법: 문장, ABT 양식 09 방법: 문단, 영웅의 여정 10 결과: 서사 스펙트럼 11 결과: 4개의 사례연구
그중에서 효과가 확실하고 사용하기도 편리한 것은 단연 ‘ABT 양식’이다. 이는 and but therefore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and)’ : 동의와 긍정의 단어다. ‘하지만 (but)’ : 반대와 부정, 그리고 부인의 단어다. ‘그러므로 (therefore)’ : 결과의 단어다. 시간적 단어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에 등장하여 결과나 그 효과를 암시한다. (142쪽)
이 기법은 예컨대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렇게 사용할 수 있다.
조그만 동네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and) 거기 행복한 가정이 하나 있었다. 하지만(but) 어느 날 아버지가 베란다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 (124쪽)
그렇게 해서 ‘누가 아버지를 죽였을까’라는 질문으로 이어지며, ‘그러므로 (therefore)’가 등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스토리텔링에서는 사건이 일어나기까지는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만약 위의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생각해보자.
<조그만 동네가 하나 있었다. 그리고 (and) 거기 행복한 가정이 하나 있었다. 또한(and) 그 옆집도 행복한 가정이었다. 그리고(and) 건너 마을에도 행복한 가정이 있었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AAA (and and and) 식이라고 부르는데, 그런 이야기는 누구의 흥미도 끌지 못할 것이다.
해서 이 방법 ‘ABT 양식이 쓸모 있는 것이다. 저자는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문도 이 방법을 쓰고 있다며 분석하고 있다.(135쪽) 관심있는 독자는 135쪽에서 저자가 분석해 놓은 게티스버그 연설을 읽어보면, 그 연설문의 취지가 훨씬 더 이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밖에도 저자가 제시한 방법, 배울 게 많이 보인다. 예컨대, <영웅의 여정> 같은 경우, 실전연습을 해보면 어떨까
예컨대 이런 문제를 풀어보자.
저자의 은사가 이런 케이스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는 이야기의 작법에 대하여 설명하면서, 칠판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선을 그린 다음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삶을 그린 그래프입니다. 보다시피 많은 굴곡이 있습니다.” 그러더니 선의 중간 부분을 모두 지웠다. “이제 이것을 사용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창조해보시라.” (174쪽)
굴곡이 있는 게 이야기다. 거기에 중간에 암흑기라도 있으면 그건 금상첨화인 것이다. <두 번이나 헛스윙을 한 야구선수가 마지막 기회에서 그랜드 슬램을 치는 것, 이것이 바로 드라마다.> (175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한 시간을 얘기하고자 하면 당장에도 가능하지만 10분만 얘기하자고 하면 일주일은 준비해야 합니다. (94쪽)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는 건 서사의 중요요소다. 시간이 없어서 긴 편지를 보낸다. (122쪽)
간략함이야말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이고,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불가능하다. (99쪽)
진실은 스스로 걸을 수 없다. 진실은 사람을 통해서만 전달된다. (133쪽)
다시, 이 책은
저자는 과학자였다가 영화감독이 되었고, 지금은 과학자들이 대중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다. (11쪽)
그런 그가 실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을 전해주고 있다. 해서 이 책은 넓게 보면, 스토리텔링 책이다. 스토리텔링,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이 들으면 솔깃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지만,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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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스토리텔링을 강조하는 저자의 책답다. 전후좌우 책의 구성이 짜임새가 있고 사례가 풍부하며 재미있다. 저자가 밝히는 이 책의 집필 목적은 '모든 과학 연구계획에 서사를 넣으라고 과학자들에게 촉구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은 나는 저자의 지적에 아주 크게 동감을 한다. 저자는 비록 '과학계'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출간하였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치' '사회' '교육' '경제', 즉 다양한 모든 분야에 저자가 지적한 서사적 구조를 적극 도입하고 적극 활용함으로써 더욱 설득력있는 소통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공적인 활동에, 그것이 말하기이든, 보고서이든, 교육자료 안내이든 언어로 이루어지는 모든 구두 및 문서활동에 저자의 서사적 구조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강력한 서사도구로서 '단어'는 '도브잔스키 양식'이라고 명명되는 ".......을 제외하면 .......의 어떤 것도 설명할 수 없다."로 소개가 되고 있고, 강력한 서사도구로서 '문장'은 이른바 'ABT 양식'이라고 명명되는 "........ 그리고, .........., 하지만 .........., 그러므로 ..........."라고 할 수 있다. 나로서는 아마도 '그리고, 하지만, 그러므로 양식' 즉 and, but, therefore 양식이 더 친숙하게 다가오고, 이 서사도구 양식을 자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저자가 경계하는 'AAA' 구성을 나도 모르게 자주 써오지는 않았는지 속으로 뜨끔하기도 했다. "나는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서평도 내가 느낀대로 술술 적어내려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읽을 때만 그뿐이고 금방 잊어버릴 위험이 항상 있었다. 그러므로, 내 사무실 책상과 집 책상에 ABT 를 기록해 두고 자주 보면서 상기하고 습관화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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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이야기를 하다보면 너무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서 하품만 나온다. 꼭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 뿐만 아니라 PPT나 강연을 할 때에도 재미없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이 책은 사람들이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마치 영화를 볼 때처럼 관심을 가지고 귀 기울이게 할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저자인 랜디 올슨은 교수이자 과학자였는데 헐리우드로 가서 영화제작에 참여하였고, 여기서 그는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깨닫고 서사의 효과를 실감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과학계로 돌아서 헐리우드에서 배운 서사의 효과를 과학에 접목하여 재미있고 흥미롭게 그것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고안해 내었다. 일요일 아침 방송하는 '서프라이즈'라는 프로그램은 '그런데', '그러나', '하지만' 같은 명대사들로 유명하다. 한참 상황 설명을 하다가 말 한마디로 앞의 설명을 뒤집으며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런 말들을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이젠 너무 진부해서 으레 그 말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그것을 기대하며 보게 된다.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방송에서도 '그런데 말입니다'라는 유명한 맨트로 궁금증과 반전효과를 주고 있다. 지금은 이들 방송에서의 이런 맨트들이 웃음을 유발하는 패러디의 대상이 되어버렸지만 원래의 취지는 뒤에 올 내용을 강조하고, 궁금증을 유발시켜서 반전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용하는 말들이었다. 이런 대사들이 원래의 취지대로 효과를 발휘하건, 반대 급부의 의미로 재미를 선사하건 어느 쪽이건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주의를 끌게 만드는데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 방송들은 반전으로 이야기에 스토리를 줌으로 나름대로 서사를 가지고 진행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시청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어려운 내용을 조금이나마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그러나'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오히려 재미가 반감되는 일도 있는데 서사적인 측면에서 서사가 부족하면 지루하지만 과도하면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서사의 최적의 수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루한 과학이야기도 그 적절한 서사의 수위를 찾아내면 사람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적당한 서사의 중요성은 책에서 계속 강조되는데 저자는 그것을 '서사적 직관'이라고 부르며 그것을 헐리우드에서 배우고 계발하자고 제안한다. 저자가 제안하는 서사적 문장 양식은 소위 ABT양식이라는 것이다. '_____ 그리고(And) _____, 하지만(But) _____, 그러므로(Therefore) _____.'의 구성을 가지는 문장이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라는 AAA형식에 비해 훨씬 눈에 잘 들어온다. AAA형식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에 불과해서 정보전달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서사가 완전히 배제된 형식인 것이다. 하지만 ABT양식은 이야기에 서사가 있고, 밀땅을 함으로서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것이 앞서 소개한 방송들이 '그러나' '그런데 말입니다'를 연발한 이유이다. 그러므로 '그리고'를 '하지만'이나 '그러므로'로 대체하여 사용하길 권하는 것이다. 꼭 ABT가 아니더라도 또는(Also), 여전히(Still), 이후로(Since) 등의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다. 요는 서사가 없는 AAA를 지양하고 서사를 갖추라는 것이다. 반서사구조인 AAA에 반해서 서사의 과잉상태인 DHY도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Despite), 할지라도(However), 그렇지만(Yet)으로 구성된 과잉 서사는 너무 많은 서사가 펼쳐져서 따라가기가 혼란스럽고, 혼란함은 지루함을 가져온다. 앞서도 말한 방송 '서프라이즈'에서도 그런데, 하지만 등의 서사가 너무 길게 이어지면 뒤로 갈수록 흥미를 잃고 재미가 급격히 반감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흔히 영화를 볼 때는 단순한 구조보다 서사가 복잡하고 뒤엉켜있어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서사가 복잡하고 어려운 영화를 보게 되면 내용이 이해가 안되서 줄거리를 따라가가는 것도 벅차서 재미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복잡한 서사가 좋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한다. 여기서 또 한 가지 저자가 여러번 강조하는 것이 나오는데 바로 간결함이다. 다빈치의 말처럼 간결함이야말로 최고의 세련됨이다. 흔히 우리는 간결함과 단순함을 혼동하는데 그 둘은 다르다. 과학자들은 복잡한 것을 좋아해서 어렵고 복잡하게 말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결코 단순한 것은 아니다. 너무 복잡하게 이야기를 해서 과잉 서사가 되면 이야기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고 이는 듣는 사람의 흥미를 떨어트린다. 헐리우드 영화도 일견 복잡하게 보이지만 이야기를 뜯어보면 ABT구조가 반복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즉, 간결함과 반복으로 이루어진 서사라는 것이다. 많은 서사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패턴의 반복으로도 이야기가 꽉 차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책의 핵심은 바로 ABT구조의 반복을 통해 어려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가 제안하는 ABT구조의 문장 양식을 차용하여 이야기하면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서사적 직관'을 기를 것을 강조한다. '이야기 센스' 즉 말빨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능력을 얻어야지 비로서 멋진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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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
과학 논문이나 하다못해 과학 기사를 보면 지루하기 짝이 없다. 설사 흥미로운 이론이나 연구라 해도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이 진실, 또는 사실과 정확성에 치우친 매력적이지 않은 글이 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선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들 중 큰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매력이 두드러진 것들이 게재율이 높다. 허위 긍정의 확산이 과학계의 중대한 우려이며 통계적으로 유효한 의학 연구의 대부분은 대체로 과장되었다는 발표도 있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서사의 효과가 아닐까
저자는 지루하지 않는 과학을 위한 스토리텔링 가이드를 위해 이 책을 썼다. 영화감독이 된 과학자 랜디 올슨은 과학 논문과 할리우드를 넘나들며 서사 역학을 어떻게 과학에 적용할 수 있는지 이야기했다! 문학의 서사와 과학의 사실이 어떻게 접목될지 궁금했다. 서사를 통해 과학이 한층 이해하기 쉽다면 얼마든지 허용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특정 연구 프로그램에 관한 서사로서 ABT 구성을 예로 들었다. 연구를 간결하게 하는 ‘엘리베이터 피치’를 활용한 것이다. 수년간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들이 사용하는 서사적 직관을 목격한 저자는 이들이 사용하는 서사적 직관이 많은 문제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어 모든 과학프로그램과 의제에 포함되어야만 한다고, 저자는 과학자들에게 촉구했다.
복잡함을 좋아하는 과학자들은 단순함을 공격하기 좋아한다. 간결하고도 반복적인 서사를 단순함과 혼돈하지 말라. 다빈치도 강조했듯 간결함이 최고의 세련됨이 아니던가. 저자가 읽었던 최고의 과학 서적 중 제임스 왓슨의 <이중나선>은 왓슨과 크릭이 DNA 구조를 발견하기 위해 다른 연구소와 경쟁했던 플롯의 전환점이 두드러졌다. 그만큼 서사 구조가 좋다는 것을 의미하겠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어야 하는 과학이 서사, 스토리텔링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서사라고 무조건 거짓말, 허위, 과장되진 않는다. 정확하고도 사실적이며 신뢰감 있는 서사도 많이 있다. 모든 것이 헤겔 변증법의 3부 구성으로 회귀한다는 저자의 전제를 수용한다면 이야기에 대한 의미를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과학자에서 영화감독으로 변모한 저자이니만큼 영화를 통한 과학의 서사적 직관을 쌓는 방법도 나와 있었다. 뚜렷한 결과가 있는 아크플롯과 같이 최대의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영화가 <스타워즈>나 <아이언맨>같은 것이었다. 맥키의 삼각 구조에 보면 아크플롯 반대급부의 이야기 구조인 예술 영화들은 미니플롯이라 부른다. 또한 플롯이 없는 구조는 안티플롯이라 한다. 이런 서사 단어들부터 서사 스펙트럼, 서사 도구 등 과학을 아우르는 스토리텔링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안내해주는 랜디 올슨의 책을 한번 들여다보기 바란다. 글쓰기를 희망하는 작가들, 과학 논문을 쓰는 과학자들 모두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내용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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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박사학위를 받은 후 호주의 섬과 남극의 빙하에서 흥미로운 해양활동을 하며, 해양학생물학과의 교수가 되어 네이쳐 등에 20개나 되는 논문을 게재하였고, 뉴햄프셔대학교에서 정년보장을 받은 과학자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교수직을 그만 두고, 남가주대학교 영화과 석사과정에 진학하여 할리우드 영화계로 진출하여 20여 년 동안 나름의 성공적인 활동을 한 후, 다시 과학계로 돌아와서 이 책을 씁니다.
저자는 과학과 할리우드의 두 세계를 경험하면서, 스토리텔링의 기초가 되는 이야기의 역사는 4,000년 인데 반하여, 과학자들이 논문을 쓴 지는 겨우 400년 정도임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과학은 최근에야 서사의 세계에 도착한 손님 정도라고 비유합니다. 과학의 논문들은 가설, 실험, 토론의 형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복잡하고, 분석적인 과학의 특성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스토리텔링의 세계와는 이질적으로 보이기까지 합니다.
이에 저자는 두 세계를 직접 살아 온 경험을 통하여 스토리텔링은 진실을 가지고 흥미를 유발하고, 과학은 진실을 찾아가는 방식임을 인식하면서 두 세계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과학 세계가 어차피 서사에 흠뻑 젖어 있으면서도 그것의 힘과 중요성을 너무 망각하고 있다(025p)’고 말하면서 자신이 가교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듯합니다.
두 세계의 경험한으로 는데, 비논리적이고 반직관적으로 인식되는 스토리텔링과 대척점에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서, 소개, 방법, 결과, 그리고 토론의 첫 글자로 만들어진 IMRAD의 공식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그 공식을 ABT(And But There : 그리고, 하지만, 그러므로)의 공식으로 새롭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더 나아가 1700년대 말에서 1800년대 초에 활동했던 철학자 게오르크 헤겔이 최초 발견한 정립, 반정립, 종합으로 수렴하여 설명하면서, 이 책의 구성을 정립, 반정립, 종합으로 나누어서 효과적으로 내용을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는 문장 구조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는 귀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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