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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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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통해 나는 완전한 정영수 작가의 팬이 되었는데, 먼저 정영수 작가가 감사해야 할 3가지에 대해 밝히고 싶다. 첫 번째는 편집자K의 열렬한 홍보(거의 이 책의 성공의 7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번째는 정영수 작가를 널리 알려준 젊은작가상, 마지막은 이 모든게 가능하게 한 정영수 작가의 훌륭한 능력 덕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자K의 말 한 마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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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통해 나는 완전한 정영수 작가의 팬이 되었는데, 먼저 정영수 작가가 감사해야 할 3가지에 대해 밝히고 싶다.

첫 번째는 편집자K의 열렬한 홍보(거의 이 책의 성공의 70%를 담당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번째는 정영수 작가를 널리 알려준 젊은작가상, 마지막은 이 모든게 가능하게 한 정영수 작가의 훌륭한 능력 덕이라고 생각한다.

편집자K의 말 한 마디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점은 나의 도서 구매 목록을 보고 알게되었다.
이러한 셀럽을 편집자로 둔 이 책은 성공적인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성공포인트는 3가지이다.
먼저, 디자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흐트러진 점이 없다.
적당하고 포근하고 소장하고 싶은 컬러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질감, 절대 띠지를 버려서는 안될 것 같은 표지와 띠지의 믹스매치 등(원래 나는 띠지를 일일이 잘라서 속지에 붙이지만, 이번 책 만큼은 그냥 놔두어야 했다.)

그리고 그저 그런 일상 속 미묘한 관계에 주목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정영수 작가의 서술능력은 단편 하나하나를 아껴읽게 만들고, 책을 가만히 껴안고 싶게 만든다.(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이 린인데, 이 둘은 뭔가 아주 다르면서도 묘하게 교집합을 갖고 있다.)

마지막은 신형철 평론가의 해설. 스승이라는 키워드로 뭔가 읽은 듯 안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작가의 세 단편에 마침표를 찍은 그의 해설은 역시 신형철이라는 감탄을 선사한다.

다시 한 번 이 책의 디자인에 감사하며 리뷰를 마친다.

b*******2 2021.04.0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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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 _ 내일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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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미지에서부터 조금은 예감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인물들은 다 쓸쓸한 구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연인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데도 느껴지는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슬픔 때문에. 이야기들은 대체로 담담하게 진행된다.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건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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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미지에서부터 조금은 예감했다.

이 책에서 다뤄지는 인물들은 다 쓸쓸한 구석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연인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데도 느껴지는 황량함과 쓸쓸함, 그리고 슬픔 때문에.

이야기들은 대체로 담담하게 진행된다.

소설 속에서나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건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이 수월했다는 의미이다.

그 감정들에 공감이 되던 되지 않던, 그들의 감정과 생각이 글을 통해 생생하게 읽혔다.

 

이 책의 내용은 비극적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밝고 긍정적이라고 만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 뭔가를 남기는 느낌의 소설들이었다.

문장은 담담했지만 그 문장 아래에서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는 것이 느껴져서 인상적이었다.

 

r***7 2021.11.08.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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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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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의 소설은 참 세련됐다. 이별을 다루는데 구질구질하게 울고불고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차분하고 건조하게, 이미 끝나버린 관계의 흔적들을 더듬어 본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수록된 단편 속 주인공들의 속마음 묘사가 기가 막히게 리얼하다. 겉으로는 쿨한 척, 젠틀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찌질한 생각과 계산을 하는 모습들. 누구나 연애할 때 한 번쯤 겪어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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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의 소설은 참 세련됐다. 이별을 다루는데 구질구질하게 울고불고하지 않는다. 대신 아주 차분하고 건조하게, 이미 끝나버린 관계의 흔적들을 더듬어 본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다.

수록된 단편 속 주인공들의 속마음 묘사가 기가 막히게 리얼하다. 겉으로는 쿨한 척, 젠틀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찌질한 생각과 계산을 하는 모습들. 누구나 연애할 때 한 번쯤 겪어봤을 그 미묘하고 유치한 감정들을 작가가 너무 정확하게 짚어낸다.

특별한 사건이 터지는 것도 아닌데 감정의 결만 따라가도 지루할 틈이 없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b******h 2026.01.0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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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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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 작가는 순전히 인친분이 너무 좋아하셔서 읽어보게 된 작가다. 첫 소설집 '애호가들'을 재밌게 봐서 두 번째 소설집인 이 책도 봤다. 애호가들도 좋았지만 이 책은 정말 좋았다. 여덟개의 단편들이 들어 있는데 작품마다 인상적이고 감각적이고 날카롭고 선명했다. 인친분이 왜 그리 칭찬하고 좋아했는지 이해가 간다.많은 이야기에 연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각자의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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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 작가는 순전히 인친분이 너무 좋아하셔서 읽어보게 된 작가다. 첫 소설집 '애호가들'을 재밌게 봐서 두 번째 소설집인 이 책도 봤다. 애호가들도 좋았지만 이 책은 정말 좋았다.
여덟개의 단편들이 들어 있는데 작품마다 인상적이고 감각적이고 날카롭고 선명했다. 인친분이 왜 그리 칭찬하고 좋아했는지 이해가 간다.

많은 이야기에 연인들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각자의 사연에 얽힌 모습들이 익숙한 상황을 낯설게 보이게 한다. 뒤에 평론가 신형철님의 해설도 반가웠다.

<더 인간적인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다. 어느날 이모가 유산을 주겠다고 하면서 스위스로 떠난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스스로 결정한 죽음을 맞겠다는 것이다.
나도 그 생각을 많이 한다.
나는 '인생은 아름답다'는 말에 공감하지 못하는 편이다... 줄리언 반스가 ''삶이 바란 적이 없음에도 받게 된 선물이며... 만약 바란 적이 없는 그 선물을 포기하겠다고 결정했다면 결정대로 행동을 취할 윤리적, 인간적 의무가 있다.'' 라고 에이드리언의 유서를 통해 말했을 때 나는 떨리도록 공감했었다.
지금은 조금 생각이 달라졌지만 이모의 결정이 낯설지 않다.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은 아주 짧지만 매우 강렬한 단편이다. 소름이 쫙 끼치는 상황에 짧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겪은 일'과 '내게 일어난 일'이 얼마나 다른지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두 사람의 세계>는 흔하디 흔한 클리셰들로 가득한 나쁜 남자과 참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흔한 소재는 너무 흔해서 가볍게 읽히지 않는다. 현재 이 상황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변 사람들을 떠올리며 ''스스로 상상해 낼 수 없는 삶을 선택하지 못한 그녀를 누가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훅 빨려들어가며 읽은 책이었다. 정영수란 작가를 알게 해 준 인친분께 감사하다. 정영수 작가님의 다음 작품들을 응원하고 기대하며 기다린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u*****a 2021.02.22.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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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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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간한 첫 소설집 『애호가들』을 통해 실존의 허무, 삶의 (무)의미를 위트 있게 보여준 소설가 정영수가 삼 년 만에 두번째 소설집 『내일의 연인들』을 선보인다. 2017년 겨울부터 2019년 겨울까지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묶었다. “내가 편애하는 유형의 소설 (…)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예상보다 훨씬 깊이 내려와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좀 머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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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출간한 첫 소설집 『애호가들』을 통해 실존의 허무, 삶의 (무)의미를 위트 있게 보여준 소설가 정영수가 삼 년 만에 두번째 소설집 『내일의 연인들』을 선보인다. 2017년 겨울부터 2019년 겨울까지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묶었다. “내가 편애하는 유형의 소설 (…)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는 예상보다 훨씬 깊이 내려와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좀 머물러 있고 싶어서 내 생각과 동작을 잠시 멈추어야 했다”(신형철), “소설이란 결국 스타일이 아닌가라는 오래된 명제를 환기하는 힘이 있었다”(신수정) 등의 심사평과 함께 2018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2017년 겨울)에 선정된 「더 인간적인 말」과 2018년 가을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 2019 올해의 문제소설, 2019 현대문학상 수상후보작, 2019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품 「우리들」, 2019년 여름 ‘이 계절의 소설’에 선정, 2020 올해의 문제소설로 꼽힌 표제작 「내일의 연인들」 등이 수록돼 있다.

i******0 2020.12.1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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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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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 수상으로 이젠 이름이 익숙해진 정영수 작가. 미리 말하자면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에 수록된 작품이 두개가 들어가있다. 두 작품다 읽은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운...(다른 단편을 더 읽고 싶다는 뜻이다). 정영수 작가의 글은 참 따숩다. 특히나 마지막 단편이 제일 좋았다. 나머지 작품들도 비슷한 느낌으로 좋다. 정영수 작가의 글을 좋아했다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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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상 수상으로 이젠 이름이 익숙해진 정영수 작가. 미리 말하자면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에 수록된 작품이 두개가 들어가있다. 두 작품다 읽은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운...(다른 단편을 더 읽고 싶다는 뜻이다). 정영수 작가의 글은 참 따숩다. 특히나 마지막 단편이 제일 좋았다. 나머지 작품들도 비슷한 느낌으로 좋다. 정영수 작가의 글을 좋아했다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읽을 단편집이라고 생각한다.
p*******4 2020.12.13.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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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겪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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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익숙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들이었다. 9회 『더 인간적인 말』, 10회 『우리들』.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은 10페이지 조금 넘는 짧은 소설이다. 그런데 읽는 내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불운한 일들을 상상하는 것이 일상인 주인공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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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수 작가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익숙한 이야기들이 있어서 찾아봤더니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작들이었다. 9회 『더 인간적인 말』, 10회 『우리들』.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은 10페이지 조금 넘는 짧은 소설이다. 그런데 읽는 내내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일어나서는 안되는 불운한 일들을 상상하는 것이 일상인 주인공에게,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일로 인해 괴로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언젠가부터 그일이 실제 일어난 일인가? 생각할 정도로 그 일과 멀어지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가 ‘내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내가 겪은 일이어서’라는 걸 깨닫는다. ‘겪은’ 일. 내가 그 사건의 원인 제공자는 맞지만, 내게 ‘일어난’ 일은 아니라는 사실. 언젠가 그 불운이 완전히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주인공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이해되면서도, 제3자인 나는 그 일이, 아이와 가족이 생각나서 마음이 무거웠다.
n********e 2021.02.2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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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하지 못했던 상상의 삶을 향해 조금씩 조금더... 정영수, 내일의 연인들
"선택하지 못했던 상상의 삶을 향해 조금씩 조금더... 정영수, 내일의 연인들" 내용보기
「우리들」  “... 어떤 사람들이, 어떤 세계가 있었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은 지나갔다. 그해의 모든 태풍이 소멸했고, 모든 매미는 울음을 그쳤고, 아이들은 모두 물에서 나왔다. 그게 다였다.” (pp.39~41) 정영수의 소설은 평균 이상이다. 그것이 어떤 소재이든 나름의 독창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다. 정은과 현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선택하지 못했던 상상의 삶을 향해 조금씩 조금더... 정영수, 내일의 연인들" 내용보기

  「우리들」

  “... 어떤 사람들이, 어떤 세계가 있었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름은 지나갔다. 그해의 모든 태풍이 소멸했고, 모든 매미는 울음을 그쳤고, 아이들은 모두 물에서 나왔다. 그게 다였다.” (pp.39~41) 정영수의 소설은 평균 이상이다. 그것이 어떤 소재이든 나름의 독창성을 부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작가라는 느낌이다. 정은과 현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글로 적기로 작정하고, 나를 고용한다. 나는 두 사람과 어울리고, 그들이 작성한 원고를 검토하는 일을 한다. 어느 순간 정은과 현수의 관계가 드러나고, 나는 관계가 끝난 연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러나 어떤 여지가 남아 있는 것은 아닌지 헷갈리는 연경과 두 사람을 연결시켜 생각한다. 불명확하지만 문학의 어떤 본질에 접근해보고자 했을 것이라는 해석의 여지를 가질 수도 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 작가의 문장은 유려하게 흐른다. 거기에 내 의식을 두둥실 맡길 만하다. 


  「내일의 연인들」

  “우리는 구원까지는 아니어도 남현동 언덕 위에 있던 조용하고 아늑한 빌라가 적어도 우리를 구조하긴 했다고 여겼던 것 같다. 삶의 지난함에서, 무기력함에서, 희망 없음에서. 학교나 회사에 있어야 할 때를 제외하고, 우리에게 허락된 ‘진정한’ 삶의 시간의 대부분을 그곳에서 보내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곳은 우리에게 서로의 존재만큼이나 중요한 무언가가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pp.64~65) 이혼을 한 선애 누나가 맡긴 공간에서 뭔가 ‘진정한’ 것에 근접하였다고 여기는 나(와 지원)의 시간은 실체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마저도 지금은 없는 ‘그들의 유령들’의 시간과 외곽이 겹친 그림자 같은 것일까...


  「더 인간적인 말」

  얼마전 까페 여름의 형과 스위스에서의 죽음, 그러니까 안락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는 종종 그것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는 했다. 형은 비용이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고 하면서 다만 그 죽음의 이유를 영어로 써야 하는데 그게 걱정이라고 했다. 나는 형이 근사하게 쓰고 그것을 돌려 쓰자고 제안했다. 죽음에 거창한 이유를 대는 일은, 그것도 내 나라 말이 아닌 다른 나라의 말로, 어쩐지 좀 추레하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태어날 때는 내 의지가 아니었으나 죽을 때는 나의 의지로, 라는 묘지명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다. 소설은, 죽음을 선택하려는 이모와 그 선택에 딴지를 걸려고 하였으나 결국 승복할 수밖에 없었던 조카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 인간적인’ 죽음이 아니라 그저 죽음을 대하는 방식의 다원화라는 현대적인 현상이 있을 따름이겠지...


  「무사하고 안녕한 현대에서의 삶」

  ‘현대에서의 삶’이 가지는 위험천만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연자약하며 현실을 살아내고 있는 현대인의 이면에 대한 칼날 같은 이야기이다. “... 그 일은 참혹하고 불운한 일이었지만 내게 일어난 일이라기보다는 내가 겪은 일이 라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인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내게 때때로 찾아오는 이 강렬한 죄책감, 그것이 찾아올 때마다 느껴지는 숨이 막힐 정도로 강한 통증은, 그 아이를 떠올리면 밀려오는 발작적인 비애는 대체 뭐란 말이지? 나는 감각과 무감각,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혼란스러웠다.” (p.117) 


  「기적의 시대」

  소설집에 연애에 대한 글이 몇 개 있는데 모두 마음에 든다. 그것들은 소소하고 위태롭고 비현실적이지만 적당히 리얼하다, 아니 적당한 판타지를 지향하고 있다. 과거의 연인들에 대해 솔직한 부부, 그 중 남자 쪽의 연혁 중 빈 공간, 어쩌면 아직 그곳에 있을 연희에 대한 이야기이다.

 

  「서로의 나라에서」

  “헤어질 때쯤엔 네 명 모두 취해 있었고 조금 가까워진 우리는 서로에게 이유 없이 악담을 퍼부어대면서 전화번호를 교환했는데 조아현은 내 번호를 저장할 때 이름을 쓰는 대신 아무 버튼이나 눌러서 ‘ㅑ’라고 입력해두었다. 번호를 저장하긴 하지만 절대 나와 가깝게 지내고 싶은 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그녀의 미니홈피 다이어리에는 종종 ㅑ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p.156) 이렇게 시작된 나와 조아현의 관계는 팔레스타인에서의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길을 잘 찾는 서울 사람들」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을 하지만 간혹 길을 잘못 찾아들곤 한다. 소설은 그렇게 길을 잘못 찾아들어 크게 늘어난 도착 시간을 두고 발생한 심리적인 상태를 짧게 그려내고 있다. 잘못 들은 길이 늘여놓은 시간을 향해 투덜거려보지 않은 현대인은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의 세계」

  “나는 그 이야기를 듣고나서 내가 이제야 그들의 인생에서 완전히 빠져나왔다는 것을, 이제 그 두 사람의 세계에서 나라는 존재가 사라지고 비로소 그들이 직접 선택한 서로만이 남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이 모든 가능성을 지닌 채로 온전한 자유 속에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그 결과가 자신을 또다시 전형적인 고난과 불행 속으로 밀어넣는 것이라고 해도, 스스로 상상해낼 수 없는 삶을 선택하지 못한 그녀를 누가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p.211) 이영선과 허남영이 만났고 지난한 과정을 거쳐 나를 잉태하였고 내가 태어났고 시간이 흘러 이제 이영선은 허남영과 헤어지길 바라지면서도 그렇지 못한다. ‘스스로 상상해낼 수 없는 삶을 선택하지 못한 그녀를 누가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라는 문장에 눈이 시리다. 



정영수 / 내일의 연인들 / 문학동네 / 233쪽 / 2020 (2020)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20.11.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