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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연한 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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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체로 모순을 싫어한다. 그것과 더불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에어리언1>의 시고니 위버에게도 에어리언은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악의 모순이었다.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는 너희가 사느냐 인류가 사느냐로 치환되어 대결전을 불사하게 한다.   그런데 에어리언이 시고니 위버의 뱃속을 주거처로 삼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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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체로 모순을 싫어한다. 그것과 더불어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에어리언1>의 시고니 위버에게도 에어리언은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최악의 모순이었다.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는 너희가 사느냐 인류가 사느냐로 치환되어 대결전을 불사하게 한다.

 

그런데 에어리언이 시고니 위버의 뱃속을 주거처로 삼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에어리언을 제거하기 위해 시고니 위버 역시 자신의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일상에서는 모순된 것들이 나에게 해악이 되어서 그것을 타파해 보려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단지 그것이 거기 있음이 꼴보기 싫어 어떻게든 없애려고 할 때가 많다. 크게는 전쟁이라는 것이 그렇게 일어나고 작게는 교실 안의 왕따가 그런 옷을 입고 무대를 휘젓는다.

 

이민호의 시집 완연한 미연에는 해결되지 않은 모순, 혹은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이 주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어디쯤 봄은 오는지

만개한 꽃들이 궁금해한다

앞다퉈 피고서도

그래서 봄이 오는 소리 들리냐고

귀솜털 보송한 어린 새들이 쫑긋 날아오른다

 

한낱 불행을 속삭이며

반신불수

봄이

샛노란 개나릴 깨우며 가고 있다

 

아마도 수없이 통과했을

이 몸

질질 끌며

미연에

봄이 완연하다

(표제작 '완연한 미연' 전문)

 

1연에서 보면 봄(만개한 꽃들)이 봄을 궁금해한다. 왜 안 오느냐고 한다. 이미 여기 와 있는데 와 있음을 모르는 것이다. 행복을 쥐고도 그것이 행복인줄 모르고 왜 행복이 오지 않는지 한탄하며 울먹이는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 그러고 보면 행복과 불행의 자리는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이라는 단어에는 행복하지 못함, 혹은 행복할 수 없음이 바인딩되어 있는지도.

 

우리가 반편의 시각으로 봄을 바라보는 사이

봄은 반신불수가 되어버린다.

 

이 시집 군데군데 포진한 모순의 병치가 긴장감을 조성하면서 읽는 맛을 느끼게 한다. 한 편 두 편 읽다 보면 삶은 왜 그럴까, 우리는 어째서 이렇게 사유하게 되었나 궁금해진다.

 

또렷함(완연)과 또렷하지 않음(미연)은 같은 자리의 두 모습이다. 사랑은 사랑하지 않음과 불가분으로 결부되고, 믿음은 믿지 않음과 불가분으로 결부된다. 교회에서 왜 자꾸 "믿습니까?" 라고 반복해 질문하는지는 분명하다. 믿음과 믿지 않음이 같은 자리의 두 모습이기 때문이다.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순간에만 사랑은 온전한 사랑이 되고, "믿습니다!" 라고 고백하는 순간에만 믿음은 온전한 믿음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는 언어가 대체로 근사치에 불과하다는 사실과도 연관된다. 언어는 (화자 입장에서도 청자 입장에서도) 언제나 흔들리면서 제 자리를 찾아간다. 자리가 정해져도 움직임을 끝내지 않는다. 투시는 필연적으로 착시를 동반하게 되어 있다.

 

그러니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것이 봄인지 겨울인지,

내게 주어진 것이 행인지 불행인지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천천히 기다리고 오래 음미하면서 지켜볼 일이다.

 

 

k********2 2019.12.03.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