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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상에 존재할 수 있는 권리를 시로 붙잡아둔 시인”(『나는 발굴지에 있었다』)들의 평안을 빌던 허수경. 그가 사랑으로 읽은 50편의 시, 사랑으로 만난 50명의 시인을 따라 시라는 아름다운 폐허를 거닐어보자. "/ 소개글 중에서
폐사지터를 찾아 나서게 된 이유에는 시인의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책도 영향을 주었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정작 구입만 해 놓고 아직 페이지도 넘기지는 못했는데..신기한 일이다. 다음 번 페사지터를 방문 할 때는 이 책도 함께 챙겨가야 겠다.^^
"몇 개의 문장으로 어떤 아우라가 눈앞으로 다가오는 신기함! 초라한 삶에 갑자기 다가오는 아름다움 앞에서 절감하는 즐거움!/시인의 말 중에서
그동안 여러 시들을 모아 엮은 시집을, 나는 모듬시라 불러왔다.<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를 읽으면서 시전람회라는 표현을 추가하기로 했다.(그러니까 '시록'인 셈이다.)그림을 감상하듯, 시를 모아 놓은 전시...시인이 사랑한 시인들을 모아 놓은 전시는 그렇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발견과 여전히 낯섬의 경계 사이를 오가야 했지만,시인의 말에서 언급한 것터럼 몇 개의 문장으로 아우라가 느껴지는 전율..이란 커다란 교집합이 있어 읽는 동안 즐거움과 놀라움.반가움이 더 컸다. 시가 노래고,노래가 시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밥 딜런의 '바람에 날려가다'를 텍스트로 읽고 있으려니 더 시처럼 느껴졌다.어느 때보다 더 많이 해야 할 질문이 노랫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기분.."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가야 사람이라고 불릴까?/55쪽 ![]()
찻집 그 찻집의 소녀는/예전만큼 예쁘지 않네/ 8월이 그녀를 쇠진케 했지/예전만큼 층계를 열심히 오르지도 않네/그래,그녀 또한 중년이 되겠지/우리에게 과자를 날라줄 때/풍겨주던 청춘의 빛도/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겠네/그녀 또한 중년이 되겠지/ 109쪽
우연히 인터넷검색 하다 보게된 그림이다. 안드레이 안드레예비치 미리니코프의 그림이란 친절한 설명까지 읽고 나서 ,나는 어쩐 일인지,귀여운 너머의 다른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에즈라 파운드'찻집'이란 시를 읽자마자 이 그림이 다시 생각난 걸 보면..찻집에 대한 시인의 해석이 한몫한 것일수도 있겠다. 무튼 어느 시에서인가,흰머리..를 하얀단풍이라 표현한 걸 읽고 난 후 머리를 염색하지 말하야 겠다고 생각한 것처럼.. 이 그림을 보며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던 건 분명하다.그림 속 소녀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그림 덕분에 자연스럽게 여섯 살 그때의 시간을 노래한 진이정 시인의'어느 해거름'도 함께 시를 풍요롭게 읽어낼 수 있었다.
속담 -옥타비오 파스 이삭 하나는 곡식 전체 깃털 하나는 살아서 노래하는 새 살과 피로 이루어진 한 인간은 꿈에서 나온 인간 진실은 나눌 수 없어요 천둥은 번개가 한 일을 알려주어요 꿈꾸는 여자는 언제나 생생하게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머물지요 잠자는 나무는 푸른 예언을 보여주어요 물은 쉼없이 말하지만 절대로 반복하지 않아요 눈꺼풀의 저울 위에서 혀는 갈망하지요 삶을 이야기하는 여자의 혀에서 천국의 새는 날개를 펼치지요
그림만 전시하란 법이 있을까? 모아놓은 시를 읽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는 마음처럼 시들을 음미했다. 마음에 드는 시를 발견하고,비슷한 감정을 공유하는 시간이 좋고.낯선 시 앞에서는 그 만큼의 거리를 유지했던 시간들... 이런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옥타비오 파스의 '속담'을 읽을 수 있을까.. 시인은 노을을 바라보며 읽는 시로 다가왔다고 했다. 나는 나무와 물을 보면서,어느 시인이 '속담' 에서 이런 말을 했대..라고 인용하게 될 것 같다. '속담'에서 언급한 것처럼...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는..그런 시였나 보다. 유난히 이 시가 마음 속으로 퐁당 들어온 걸 보면... 누군가 좋아하는 시를 소개받는 다는 건 약간의 긴장감도 들겠지만,미처 몰랐던 이들을 만나게 될 거란 기대감이 더 크다.감정의 깊이와 시선은 각자의 몫일테니..찬찬히 읽고 또 읽어보면 될 터. 이제부터는 모아모아 놓은 시집은 '시록'이라 부르기로 했다.(그림에도 도록이 있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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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책은 이 책이 마지막일까? 나는 여전히 기다리는데-
* 이성복 시인의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라는 시가 좋아 여러번 읽었다 허수경 시인은 울었다는데 나는 그 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가도 모르겠고 나는 나만의 마음으로 이 시가 좋았다 슬프고 아름다웠다
* 물과 빛이 끝나는 곳에서 종일 바람이 불어 거기 아픈 사람들이 모래집을 짓고 해 지면 놀던 아이들을 불러 추운 밥을 먹이다 잠결에 그들이 벌린 손은 그리움을 따라가다 벌레먹은 나뭇잎이 되고 아직도 썩어가는 한쪽 다리가 평상 위에 걸쳐 누워 햇빛을 그리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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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운 마음으로 읽었지만 마음을 나누기에는 부족했다 시인은 확실히 더 많은 것들을 내다보는구나 라는 걸 느꼈다 시인이 눈물을 훔치거나 여러 갈래의 마음들을 엮는 골자를 굽어보고 굽어봤지만 나같은 애송이가 깨닫기엔 부족함이 많았다 * 그래도 나는 시인의 시 한편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시절을 대신 이야기 해주고 있다 언제라도 그 시 앞에서 우리는 여름으로 겨울로 나아갈 수 있다 언제라도 * 늘 이어져 있다고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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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리 곁에 없는 이 시인이 사랑했던 시들을 모아 시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아무런 망설임 없이 이 책을 보았다. 젊은 (내 생각엔 어린) 나이에 그의 시는 나의 폐부를 찌르는 듯 했다. 사랑의 열정보다는 사랑하는 이를 보내는 가슴아픔을 그보다 더 시어로 낸 시는 그리 많지 않을 듯 하다.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 그가 만일 사랑을 '너'에게서 배웠다면 난 그에게서 그리움과 이별의 말을 배웠다 할 것이다. 그 뜻에 결코 다다랄 수 없는 기호들의 집합으로 그리는 나의 마음, 그래서 취하지 않으면 느낄 수 없는 그의 언어. 이제는 취했으나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나의 마음, 그 아픈 마음에 더더욱 취해서 언어의 저편에서 나오는 그 아련함과 저려오는 가슴을 이제는 더 이상 나눌 수 없음에 다시 먹먹해진다. 그가 살아있음을 느낀 그 시들을 하루 하루 읽으며, 그의 시들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