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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자취 공화국-구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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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제목만 듣고도 '어머 이 책은 읽어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면 더더욱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구경미의 『우리들의 자취 공화국』이 그랬다. 『미안해, 벤자민』을 읽고 단박에 좋아하는 작가 목록으로 올렸다. 구경미 작가가 쓰는 청소년 소설의 빛깔은 어떨까. 이야기는 더 재미있고 흥미 있을 거야.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다. 나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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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의 제목만 듣고도 '어머 이 책은 읽어야 해'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 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면 더더욱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든다. 구경미의 『우리들의 자취 공화국』이 그랬다. 『미안해, 벤자민』을 읽고 단박에 좋아하는 작가 목록으로 올렸다. 구경미 작가가 쓰는 청소년 소설의 빛깔은 어떨까. 이야기는 더 재미있고 흥미 있을 거야. 기대를 하며 책을 읽었다. 나 역시 중학교 때부터 자취를 했다. 자취가 주는 짠함과 외로움이 소설 전반을 흐르고 있을까.
  1991년이 소설의 배경이다. 한 달 방세는 3만 5천 원. 하루에 두 번 물이 나오고 주인집 할아버지는 툭하면 두꺼비 집을 내린다. 자식이 있는 것 같은데 찾아오지 않는 할아버지의 자취방으로 모여든 현진과 명진, 영주, 주애, 정혜. 이들은 방 하나씩을 차지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고등학교 1학년 시절을 보낸다. 물이 안 나오면 우물에 가서 물을 길어오고 냇가에 가서 교복을 빤다. 밥 당번을 정해서 밥을 차리고 주말이 되면 서로의 집에서 가지고 온 음식으로 허전한 일요일 저녁을 보낸다.
  나의 첫 자취집은 노부부가 하는 조그만 슈퍼에 딸린 옆 방이었다. 대문 없는 길갓집이라 밖에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곳이었다. 화장실이 멀어 그곳에 사는 동안 변비에 걸렸다. 빨래를 널려면 슈퍼 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지나 옥상으로 올라가야 했다. 귀찮아 방에서 말린 옷에서는 쉰내가 났다. 더운 여름 문 열어 놓고 낮잠을 자다가 도둑을 맞기도 했다. 그 지갑에는 천 원짜리 한 장 없었는데, 왜 가져 간 걸까.  
  두 번째 방은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 할머니 혼자 사셨다. 할머니 집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내 방이었다. 알람을 맞춰두지 않으면 아침이 오는 지도 몰라 내내 자느라 학교에 못 가기도 했다. 물먹는 하마를 여러 개 놓아두어도 여름이면 종이들이 울어대느라 쭈글쭈글해지기도 했다. 새 책이 금방 물에 젖었다. 세 번째 집은 기와집이었다. 입구부터 방들이 죽 늘어선 곳이었다. 할아버지 집 바로 옆으로 내 방이 있었다. 『우리들의 자취 공화국』에 나오는 할아버지처럼 자주 기침을 하고 혼잣말을 했다. 잠기지 않는 창문으로 그 소리들이 다 들려왔다.
  현진이는 잃어버린 사촌 언니를 찾느라 생업도 포기한 아빠와 일에 치여 사느라 힘든 엄마 옆을 잠시 떠난다. 명진이가 살고 있는 자취방으로 이사를 온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자취집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기도 한다. 다양한 성격의 친구들이 현진이 곁에 있다. 공부 밖에 모르는 영주. 부잣집 딸이면서 얼굴도 예쁜 주애(공부는 못한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 일을 도와 닭 손질의 달인이 된 명진, 초 켜 놓고 담배 피우는 서울대 가고 싶다는 엉뚱한 정혜. 친구들이 있어 현진이는 자취 공화국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이 꾸는 막연한 꿈들과 현재의 불안마저 공화국 안에서는 서로를 응원하는 목소리로 바뀐다.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우리들이라고 말하고 있어서 정말 부럽다. 바람 불어 지붕이 날아갈 걱정을 하면서도 옆방에 친구들이 자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안심이 된다. 도둑이 든 주애 방문 앞에서 우렁차게 도둑이야라고 외치는 명진이 있어 모두들 깊은 잠을 잘 수 있다. 누군가는 화장실에 가고 싶어 깨어 날 테니까. 복잡한 집안 사정을 피해 숨어둔 현진이에게 개성 강한 친구들은 그늘 막이 되어준다. 싫어하는 공부지만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영주는 자신의 비밀을 끝까지 지켜준 현진이가 있다. 지붕이 되어주고 어두운 밤 서로의 귀가를 기다려준다.
  소설을 다 읽고 내가 지나왔던 자취방들을 떠올렸다. 어둡고 무서웠다. 휴일이면 종일 텔레비전을 켜두었다. 이따금씩 주인집 할머니가 제사 지내고 남은 음식을 먹으러 올라오라고 하면 잽싸게 가서 밥을 먹었다. 따뜻한 방바닥이 있고 음식 냄새 가득한 방에 오래 앉아 있고 싶었다. 기와집 할아버지는 내가 그곳을 떠나올 때쯤 병원을 왔다 갔다 하며 지냈다. 입원해 있다가 다시 집에 와 있는 식이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찾아와서 할아버지를 보살폈다. 방세는 한동안 아들의 통장으로 보냈다. 입구부터 개가 짖어 대는 곳. 서향이어서 여름이면 열기가 밤늦게까지 사라지지 않는 곳.
  좋은 소설은 읽기 전에는 두근거림으로 읽고 나서는 애틋함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구경미의 『우리들의 자취 공화국』을 읽기 전에는 나의 예전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읽고 나서 나의 과거는 그 시절을 추억하는 애틋함으로 남아 있구나 안심할 수 있었다.



s*****m 2017.06.06. 신고 공감 2 댓글 0